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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이징 패스트볼
작가 : 조선생
작품등록일 : 2017.6.29

빵셔틀, 게임셔틀, 가방셔틀, 물셔틀...
셔틀 타이틀은 모두 보유하고 있던 전교 왕따 박진감(朴進監)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뒤늦게 시작한 야구가 박진감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다.
고교 최대어 좌완 파이어볼러, KBO 7시즌 통산 최저 방어율, MLB 데뷔시즌 신인왕 및 사이영상 동시 수상.전매특허인 라이징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박진감.
어깨 부상, MLB 최고의 유망주에서 마이너리그 패전투수로 다시 3시즌, 그리고 재기불능 진단 확정...조기은퇴를 고민하고 있던 그의 인생에 찾아온 타임슬립... 또 한 번의 기회.
"이제는 놓치지 않는다"

 
24화. 승부
작성일 : 17-07-27 22:2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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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초구를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에 꽂아넣은 진감이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공의 실밥을 긁기 직전의 손 감각, 경쾌하게 귓가를 때리는 미트소리, 묘하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주먹을 꽈악 말아쥐며 기분 좋게 미소지은 진감이 홈 플레이트에 있는 숭례고등학교 주전포수를 바라본다.

 "던지고 싶은대로 던지라고! 다 받아줄테니까!"

 그 눈빛을 읽은 포수가 큰 소리로 외치자 진감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와인드업한다.

 파악!

 진감이 마운드를 박참과 동시에 공이 스트라이크 존 바깥 쪽 낮은 코스를 향해 예리하게 파고든다.

 부웅~ 뻐어어어억~

 "스트라이크!"

 

 "젠장!"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순간 귓가를 파고드는 인한의 목소리에 숭례고등학교의 1번 타자 박재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박재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이 투낫싱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린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감독님이 예정에도 없는 특별테스트를 할 만도 하군. 빠른데다가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어'

 "타임 요청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인한을 보며 박재우가 마치 타격 타이밍을 재듯 배트를 허공에 휘휘 휘둘렀다.

 '아직 중학생인걸 감안하면 놈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직구 하나. 설령 저 괴물이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고 해도 그 공이 어떤 구종인지 조차 모르는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윽고 판단을 끝낸 박재우가 눈을 빛낸다.

 '존 안으로 들어오는 직구는 무조건 친다!'

 속으로 중얼거린 박재우가 타격자세를 취하자 인한이 플레이 사인을 보낸다.

 그와 동시에 천천히 와인드업 하던 진감이 힘차게 공을 흩뿌린다.

 '몸 쪽, 높다!'

 뻐어어어어어억~

 "볼!"

 인한의 외침을 들은 박재우가 다시 타이밍을 재듯 빈 허공을 향해 배트를 휘휘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략 이정도 타이밍이었나?'

 씨익 미소지은 박재우가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타격자세를 취한다.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진감이 천천히 와인드업하기 시작한다.

 '들어오면 친다!'

 속으로 중얼거린 박재우가 온 몸의 근육을 적당히 긴장시켰다.

 그 순간...

 파악!

 땅을 박찬 진감의 공이 미트를 향해 질주하는 순간 눈을 빛낸 박재우가 배트를 휘둘렀다.

 뻐어어어어억~

 "스트라이크! 삼진!"

 인한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자 박재우가 배트를 휘두른 자세 그대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공은... 뭐지?"

 

 *****************

 

 "우와! 박진감이!"

 박재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자 시훈이 감탄한 표정으로 빠르게 마운드로 다가왔다.

 "뭐야, 뭐야? 방금 그 공 뭐야? 대박. 언제 변화구까지 배웠대? 이거 진짜 난놈은 난놈이잖아!"

 "방금 공은... 체인지업(Changeup)이야?"

 어느새 다가왔는지 승현도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어오자 진감이 고개를 저었다.

 "직구야"

 "뭣!?"

 진감의 대답에 순간 시훈과 승현이 동시에 경악성을 내뱉었다.

 "그게 직구라고? 분명히 이전보다 훨씬 느리게..."

 "완급 조절..."

 승현이 신음하듯 내뱉는 말에 진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배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흐트려 놓는 것이다"

 "..."

 "메이저리그 좌완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의 명언이야. 그 타이밍을 흐트려 놓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변화구지만..."

 말 끝을 흐리던 진감이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렇게 완급 조절로 타이밍을 흐트려놓을 수도 있지"

 "진짜 짱이다!"

 진감의 말에 시훈이 호들갑을 떨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위치로 돌아가라! 아직 두 타자 남았다!"

 순간 인한이 큰 소리로 외치자 시훈과 승현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며 진감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진감이 눈을 빛내며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바라본다.

 '앞으로 2명...'

 속으로 중얼거린 진감이 짧게 심호흡하며 플레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숭례고등학교 포수가 마운드를 향해 걸어온다.

 "...?"

 이윽고 진감의 앞에 도착한 숭례고등학교 2학년 주전포수 양민호가 입을 열었다.

 "이봐, 후배님"

 "...예?"

 "공 좋은데? 중학생이 완급 조절이라니, 상상도 못했다고?"

 양민호의 말에 머리를 긁적인 진감이 대답한다.

 "과찬입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변화구도 던질 줄 알아?"

 진감이 말없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양민호가 빠르게 말을 잇는다.

 "오해는 말고.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지만 지금부터 니가 상대할 2번, 3번 타자는 직구만으로 상대하기 힘들거야. 나름 우리 학교 주전으로 뛰고 있는 녀석들이니까"

 "그게 무슨..."

 힐끔 홈 플레이트에 있는 인한을 바라본 진감이 말 끝을 흐렸다.

 "아, 주전인데 걔내들 1학년 맞아"

 "예?"

 "하나는 눈야구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 선구안 괴물, 다른 하나는 지역 최고의 타격능력을 가지고 있는 괴물. 지금부터 너는 그런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

 짐짓 미간을 찌푸리는 진감을 보며 양민호가 말을 잇는다.

 "던질 수 있는 변화구가 있다면 미리 싸인이라도 맞춰볼까 해서 온거야. 사실 나는 니가 마음에 들거든"

 "...?"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진감을 보며 양민호가 한 켠에 위치한 더그아웃을 가리킨다.

 "저기 있는 놈들 중에 대부분은 너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걸? 생각해봐.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특별테스트를 한 사람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데 쟤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너만 특별대우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선배님은 왜...?"

 진감의 반문에 양민호가 씨익 웃었다.

 "니 공을 계속 받아보고 싶어서"

 "..."

 "재미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를 리드하는 일만큼 포수에게 재미있는 일은 없거든"

 말을 마친 양민호가 진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묻는다.

 "변화구, 던질 수 있어?"

 이내 어쩔 수 없다는듯 진감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민호가 눈을 빛낸다.

 "오! 역시! 그래서 뭘 던질 수 있는데? 중학생이니까 아무래도 팔꿈치에 부담이 덜한 커브려나?"

 양민호의 물음에 진감이 고개를 저었다.

 "엥? 커브가 아니야? 그럼... 체인지업?"

 이번에도 진감이 고개를 젓자 양민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커브도 아니고 체인지업도 아니면 대체 뭘 던질 수 있는데?"

 "여섯 구종의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진감의 말에 양민호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는다.

 "잘못들었습니다?"

 "여섯 구종을..."

 "이 새끼가 장난하나"

 와락하고 인상을 구긴 양민호가 진감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

 그 모습에 경악한 시훈과 승현이 마운드를 향해 달려오려고 할 때 인한이 버럭 고함친다.

 "양민호! 지금 뭐하는거야!?"

 "쳇!"

 한 차례 혀를 찬 양민호가 진감의 멱살을 거칠게 내려 놓았다.

 "이봐, 원래 지방 사는 사람들은 사람 호의를 이 따위로 무시하나? 장난도 상황을 봐가면서..."

 "미트만 대주십시오"

 "뭐?"

 진감의 말에 양민호가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반드시 집어 넣겠습니다. 그저 미트만 대주십시오"

 말을 마친 진감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허...허허허허허...."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린 양민호가 홈 플레이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왜 그랬냐?"

 포수 마스크를 뒤집어 쓰는 양민호를 보며 인한이 물었다.

 "재밌는 놈이네요"

 "뭐?"

 양민호가 말 없이 제자리에 쭈구려 앉자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인한이 이내 큰 소리로 외친다.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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