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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기억
작가 : 루룰루
작품등록일 : 2017.6.6

"난 죽으면 4년 후에 이름 모를 아이로 다시 살게 돼."
9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소녀를 통해 음모를 파헤치려는 괴짜 청년.
소녀가 잊어버린 최초의 기억을 찾고자 한다.

 
2-8화. NOW is HUMAN
작성일 : 17-07-27 20:00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4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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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중은 폴더가이스트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에디가 꺼낸 자료는 'OH 아동 인질 사건' 조사 기록이었다. 그것은 아직 경찰에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자료였다. 순식간에 카메라 플래시가 유령을 카메라에 담을 듯이 총알처럼 빗발쳤고, '실시간' 매체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진행자는 성난 목소리로 청중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이미 쏟아진 물에 컵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에디는 우리 안에서 날뛰는 동물을 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다.

 "이 자료는 해당 수사지부에 협조하여 얻은 것입니다. 절대 불법으로 가져온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에디의 발언에 대다수 사람이 장난감을 뺏긴 표정을 지었다. 혀를 치는 소리와 함께 공론장이 점점 잠잠해졌다. 진행자는 숨을 돌리더니 다시 에디에게 계속 발언할 것을 요청했다.

 "사건의 주범 L양은 북에서 5명의 'OH' 정예 회원을 만났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러분도 아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들이 왜 회동을 했는지 아십니까? 바로 'P8'이라는 생체칩 개발을 계획하기 위해 만났던 것입니다!"

 대표단의 발표자는 참을 수 없는 표정으로 에디의 말에 끼어들었다.

 "에디, 지금 이건 주제를 빗겨나간 내용입니다. 진행자님, 에디의 발언권을 임시 철회해주십시오."

 진행자는 잠시 난처한 표정으로 발표자를 보더니 다시 에디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디의 까만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짙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진행자는 에디에게 "계속 말씀하시죠."라고 답했다. 대표단은 또다시 술렁이더니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발표자는 양손을 어깨 위로 올리며 청중에게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은 생체칩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연상 추출법'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경찰은 L양에게 'OH'라는 키워드를 들려줬습니다. 그러자 L양은 'P8'이라는 낯선 키워드를 무의식적으로 뇌파에서 꺼냈죠. 곧바로 'P8'이라는 키워드를 들려주니 무엇이 나온 지 아십니까? 조사 결과, 그것은 인간에게 심어내는 '전자 바이러스'였습니다."

 에디는 오른손을 들어 쌀알을 집듯이 엄지와 검지를 떼어냈다. 전광판에 에디의 오른손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났다.

 "'P8'의 예상 크기는 이만합니다. 상당히 작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작은 크기의 칩이 엄청난 전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디는 자리에서 나와 광장 중앙으로 터벅터벅 걸으며 말을 이었다.

 "한 인간에게 이 칩이 심어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인간은 평소 '로봇에 대한 증오, 단순히 로봇이 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칩은 그 '증오'에 대한 뇌 반응을 읽어냅니다. 읽어낸 반응은 전자파로 바꿔 주변에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반경은 무려 '3km'나 됩니다. '3km'는 직선상으로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거리입니다. 전자파를 읽은 로봇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주변에 있는 다른 로봇을 자발적으로 파괴합니다. 그리고 전자파를 읽지 않은 다른 로봇에게 전자파를 쏘아 폭력을 전염시킵니다. 마치 인간이 자기 손으로 자신의 종족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과 다름없죠."

 에디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더니 책상에 주먹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건 에디의 격한 감정표현이 아니라 청중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에 불과하다.

 "만약 이 칩을 'OH' 회원에게 심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그것은 곧 인류의 멸망, 위대한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말한 '제0법칙 : 로봇은 인류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를 위배하는 것입니다. 고로 이런 인류의 위험을 내포한 'OH'는 강제폐지 되어야 합니다!"

 에디의 마지막 말이 공론장에 크게 울려퍼졌다.

 

 청중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광장을 지켜보더니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박수 소리가 작은 불꽃에서 커다란 폭죽으로 연달아 터졌다. 이윽고 1분 1초라도 즉결처형을 원하는 것처럼 '폐지'라는 단어를 연신 외쳤다. 진행자도 공론장의 울림에 아이처럼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기록, 학습 휴머노이드와 대표단이었다. 발표자는 맞은편에 있는 청중을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쏘았다.

 "조용히 하십시오! 아직 공론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표단 중 한 여자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이는 저변에 깔린 어른들을 훑어보더니 "나잇값 좀 챙겨요!"하고 또다시 고함을 질렀다. 청중들은 아이의 외침에 괜히 무안해져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발표자는 아이를 도닥이며 자리에 앉히고 길게 숨을 쉬었다.

 "'OH' 아동 인질 사건은 잘못됐고, 그 목표도 인류에게 큰 해악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집단 내 소수가 벌인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합니다."

 발표자는 한 시위대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전광판에 표시했다.

 "'OH'가 생긴 이유를 아십니까? 그들은 원래 미래 기술에 대해 회의감을 품고, 발전으로 인해 상실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으려는 집단이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과거에 대한 향수병이 지독하게 변질된 것이죠."

 발표자는 손으로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사진은 'OH'의 선례 중 하나입니다. 로봇, 휴머노이드가 산업 시장에 인력으로 정식 인정되었던 무렵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당시에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쫓겨났었습니다. 대부분 불법 해고, 즉 부당 해고를 당했었죠. 'OH'는 이것을 미래 사회에 벌어진 노동환경의 위협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청중들은 옆 사람을 보며 들을 가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업의 측면에서 로봇의 선택은 옳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반항적인 집단이 없었다면 어떤 사회에 살았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더 좋아졌을 수도 있죠."

 에디는 발표자의 말이 끝나자 딴지를 걸었다. 청중 모두 에디의 기습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번 'OH'의 L양이 자기 딸을 납치한 이유는 알고 있으십니까? 'P8' 전자파가 인공지능 로봇에게 인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그래밍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식한테 범죄를 대물림하는 집단이 인류에게 왜 필요합니까?"

 사람들은 에디의 말에 휘파람을 불며 박수로 화답했다. 진행자는 오른손을 들더니 에디에게 질문했다.

 "에디, 그것은 경찰 조사 중 나온 추론에 불과하며, L양은 'OH'의 위험한 계획을 듣고 딸을 빼내기 위해 그랬다는 진술이 있는데요? 또 보호자 역할을 맡는 휴머노이드로부터 자기 딸을 데려오고자 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에디는 표정 변화없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했다.

 "그건 L양의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사실이 '될만한 것'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진행자는 에디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단만 목이 타는지 생수병을 비운 채 진행자를 빤히 봤다.

 "네, 양측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제 일부 논객과 대화를 하는 자리를 가지겠습니다. 먼저 'OH 폐지 찬성' 측 의견을 듣겠습니다."

 전광판 바로 앞 좌석에 한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일어섰다. 그는 자신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고 소개했다.

 "저는 직장에서 휴머노이드가 당하는 차별을 매일매일 지켜봅니다. 특히 이마에 'R'이 새겨진 이후로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급이 다르다며 더더욱 폭력에 노출되었습니다. 로봇과 인간은 운명 공동체입니다.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려는 어설픈 생각은 굳은 땅에 묻어야 합니다. 덤으로 '휴머노이드 보호법'이 절실합니다, 이상입니다."

 남성은 자리에 앉더니 긴장 끈이 풀려 손에 젖은 땀을 바지에 비볐다. 진행자는 곧바로 반대 측 논객에게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한 청소년이 자리에서 당당히 일어나 스태프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잡았다. 얼굴과 키로 보니 대략 15~16세 정도로 보였다.

 "저는 올해 13살 김낙희입니다. 'OH'는 있어야 합니다. 저는 'OH'가 싫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말하길, 쓰레기는 쓰레기를 모을 쓰레기통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끝입니다."

 청중이 아이의 말을 듣자 박장대소하며 난리를 피웠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풍선처럼 터진 아이의 발언은 풍자 쇼와 같았다. 대표단 중 일부도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았...

 

 TV가 갑자기 꺼졌다.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퀭한 눈으로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우리 딸, 언제 자니. 잠깐 본다더니만 벌써 자정을 훌쩍 넘겼어."

 시계를 보니 자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겨 내일이 오늘로 바뀌었다. 아빠는 계속 들리는 TV 소리를 참지 못했는지 잠에서 깼다. 나는 아빠의 말에 아무 반응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내 방으로 걸어갔다. 딱히 아빠에게 대꾸할 이유도, 조를 필요도, 하다못해 화를 낼 만한 것도 없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뒤에서 아빠가 나를 불렀다.

 "잘자, 그리고 미안해."

 고개를 돌리니 아빠가 미안함을 눈썹에 담아 가루약처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직한 아빠의 인사가 괜히 속을 쓰리게 했다. 무슨 말이라도 토해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냥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기 전 문틈으로 속삭였다.

 "아빠, 미안해."

 그리고 문을 닫았다. 흐르는 시간의 강물을 무수히 타고 흘러갔어도 '미안하다'는 말은 왜 이리 입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그냥 속없는 거짓말을 하면 되는 일, 왜 감정은 언제나 새 꽃잎처럼 피어나는지. 지나간 세월이 협곡처럼 깊어도 난 아직 그걸 잘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 계속 생을 살더라도 조절할 수 없고, 풀 수 없는 얽힌 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게 묻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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