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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제물
작성일 : 17-07-27 13:18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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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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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이 멎을 때 즈음, 언제부터 곁에 있었는지 소녀의 남동생이 내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준다. 둘의 나이를 합쳐도 내 나이가 안 될 어린 남매는 그렇게 양 옆에서 나를 부축해가며 자신들의 집으로 향한다.

 

  “꼭, 내가 꼭 이 은혜는 갚을게. 며칠이 걸리든, 몇 주가 걸리든, 구걸을 하든 도둑질을 하든, 내가 너희한테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정말 고맙다. 정말 정말 고마워.”

 

  역시 세상의 모든 미덕은 어린 소년 소녀에게 있다. 세상의 선한 가능성은 돈에 찌들어버린 어른들이 아니라 이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런 선량한 아이들이 남아 있으니, 이 천사들이 커서 이 세상을 더 선하게 이끌 터이니, 이 세상은 어쩌면 생각했던 것만큼 끔찍한 세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이 있는 한, 이 세상에 그 어떤 타락이 범람한다 해도 구원의 가능성은 늘 존재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남매가 눕혀준 침대에서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렸던 것 같다.

 

 

 

  누군가 나를 깨운다. 아주 곤히 잠든 터였는데, 자꾸만 툭툭 건드린다. 동시에 뒷통수에 깨질 듯한 통증이 달린다. 숨을 들이키며 눈을 번쩍 뜬다. 잠시, 내가 어디에 있고 날 내려다보고 있는 이는 누구인지 분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나는 천사소녀의 침대에 누워 있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건 수비대원임을 인식한다.

 

  ......어...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수비대원이 검집으로 나를 후려친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다른 수비대원들에게 손을 포박당한 후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뭐지, 누군가 밀고한 건가? 천사남매도 나 때문에 곤경에 처한 건가? 그리고 복도를 통해 질질 끌려가는 내 시야에, 안 쪽 방의 문틀 너머로, 수비대원에게서 두둑한 돈주머니를 건네받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X발, 년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양 어깨를 거칠게 털어내며 소녀를 향해 몸을 던진다.

 

  “팔아넘긴 거냐?! 돈 때문에 나를 팔아넘긴 거냐?! 믿었는데, 믿었는데! 고작 돈 때문에 나를...!”

 

  퍼억, 깊숙한 통증이 명치를 찌른다.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혀 위액을 게워낸다. 다시 거친 손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는 발등을 바닥에 질질 끌며 밖으로 끌려 나간다.

 

  “저주한다... 너희들 모두, 이 세상 인간들 모두, 모두 저주한다... 신이시여, 이들을 죽여주시옵소서. 예수님, 부처님, 시바신 누구든 좋으니, 제발, 제발 이들을 죽여주소서...”

 

 

 

 

  “오랜만에 뵙습니다, 영웅이시여. 정확히 보름만이군요.”

 

  그토록 찬란히 빛나던 아탈리의 아름다움에서 역겨움 밖에는 느껴진다.

 

  “시간을 그렇게 지체할 수 없기에, 다른 분들은 열흘 전에 먼저 숭고한 길을 걸으셨답니다.”

 

  그토록 선량해 보이던 무희들의 미소도, 소름 돋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서 저도 몹시 안타깝습니다. 가능하면 마지막 기억은 행복한 기억만으로 남겨드리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후송되면서 내내 내지른 저주의 말에 쉬고 갈라져버린 목으로 간신히 목소리를 낸다. 아탈리는 나를 돌아보더니 어렴풋한 미소를 짓는다.

 

  “저희들을 위해서죠. 저희 세계의 사람들을 위해서.”

 

  퉤, 그 얼굴에 침을 뱉는다. 아탈리는 아무런 분노도 혐오도 띄지 않은 표정으로 차분히 그것을 닦아낸다. 나를 선 채로 고정시켜 앞으로 싣고 가던 바퀴 달린 말뚝이 거대한 석문 앞에 서자, 아탈리가 앞으로 걸어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의 영웅적 희생과 고결한 순례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납치에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쿨럭...”

 

  목에서 비릿한 혈향이 올라온다.

 

  “...그런 말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탈리아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사죄인가?

 

  “그 눈깔에, 감히 그런 가증스런 감정을 싣지 마라!”

 

  손을 묶고 있는 포박이 내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려는 것을 저지한다.

 

  “...죄송하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겠죠. 감사하다는 말 또한 원치 않으시겠죠. 다만, 마지막 가시는 길이 명예로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구궁, 거대하다는 말로는 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아득한 크기의 석문은, 그 사이에서 강렬한 빛줄기를 쏟아내며 천천히 열린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을 찡그린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거대한 환호성 소리가 귀를 두드린다. 천천히 눈을 뜨자, 수많은 사람들이 팔을 흔들며 열광하고 있다.

 

  두 눈을 의심하는 사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간 아탈리가 손짓으로 사람들을 조용히 시킨다. 무희들이 뒤에서 말뚝을 민다. 나는 석문 앞의 드넓은 단상의 한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단상의 아래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나와 아탈리를 바라보고 있다.

 

  아탈리가 나를 향해 힘차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대중들을 향해 입을 연다. 놀랍도록 큰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마지막 영웅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다시 한 번 거대한 환호가 관중을 휩쓴다. 아탈리는 큰 동작으로 나를 향했던 손을 자신의 가슴 앞에서 그러쥔다.

 

  “영웅께서는 악마에게 지배당하시어 계속해서 원치 않은 곳으로 끌려다니시면서도 계속하여 저희에게 쫓아올 실마리를 남기셨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저희는 영웅을 레티샤에서 만날 수 있었고, 영웅께서는 그런 저희의 용사들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미소 지으셨습니다! 아아, 그렇게 영웅의 영혼은 네프렌카께로 먼저 떠나셨습니다, 아아, 영웅께서는 그렇게 가시었습니다! 지금 이 육체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사악한 악마뿐! 그렇기에 지금, 더욱 강렬히 바치겠습니다! 영웅의 육체를 정화하고 악마의 영혼을 불살라 버리기 위해 더욱 강렬한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아탈리의 극적인 연설의 끝에, 뒤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무희가 기다란 봉을 가져와 아탈리에게 건네준다. 아탈리는 그것을 소중히 쥐고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열광의 환호성을 지른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구나,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렇게까지 나라는 사람의 존재의의를,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구나. 너희들이 원하는 숭고한 제물의 이미지에 맞도록, 그토록 잔인하게 나를 지우는구나.

 

  “...해서 그런 변명을 대었는가. 내가 도망친 이유며, 잡혀온 이유까지 그렇게 포장을 하였는가. 그리고 내가 앞으로 너희에게 저주를 퍼부을 것에 대해서도, 그것으로 먼저 변명을 마쳤는가.”

 

  흐흐흐흐흐, 크흐흐흐흐흐흐... 허나, 그렇다고해서,

 

  “내가 너희에게 저주를 퍼붓지 않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고개를 들어 증오스런 것들을 눈에 한껏 담는다. 아탈리의 손끝에서, 그녀의 봉 끝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온다. 그와 함께 시커먼 저주도 터져 나온다.

 

  “저주한다! 저주한다! 네놈들을 저주한다! 멸망이 있을 것이다, 죽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너희들의 내장을 파먹고 너희 어미의 자궁을 뜯어먹고 아이들의 눈알을 갉아먹을 것이다! 불살라주마, 녹여주마, 밟아 짓이겨주마! 너희들 모두, 나를 죽게 한 너희들 모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있으리라! 내가 그리되도록 청할 것이다, 저주할 것이다! 너희들 모두가 너희 어미의 똥에 얼굴을 처박고 죽을 때까지 내가 끝까지 너희를 지켜볼 것이다! 모두 죽으리라! 저주받으리라! 멸망하여 사라지리라! 너희의 도시는 색이 바랄 것이고, 너희의 문명은 사그라질 것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새끼 하나부터 글자 하나까지 모조리 소멸할 것이다! 저주다! 저주가! 저주가 너희를 죽이리라!!!”

 

  아탈리의 춤사위가 멈추고, 갑작스런 침묵이 내려앉는다. 고개를 쳐들고 피를 토하다가, 뒤늦게야 광막한 날갯짓 소리를 듣는다. 이게, 무슨 소리...?

 

  쿠웅, 거대한 무언가가 나의 뒤에 내려앉는다. 그 충격에 다리가 꺾여 등을 말뚝에 부딪힌다.

 

  “끄, 하아아아...”

 

  엄습하는 고통을 참아내며 간신히 고개를 든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

 

  뇌를 마비시킬 정도의 거대한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여기, 드래, 왜?

 

  샛노란 눈, 거대한 비늘, 날카로운 이빨, 뜨거운 숨결.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간신히 숨만 쉬고 있을 뿐.

 

  그 거대한 입이 열리며 그 이빨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미친 듯이 손목을 비튼다. 포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뚝을 어깨로 부술 듯이 들이받는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지만, 말뚝은 여전히 단단하다. 드래곤의 이빨이 새장의 커튼처럼 사방을 가린다. 그제서야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 내 입임을 깨닫는다.

 

  말뚝을 마치 버터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한 이빨이 나의 정강이를 끊는다. 극렬한 격통이 뇌리를 달린다. 내가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비명이 나를 지르는 것인지조차 잊은 채로, 드래곤의 고갯짓에 따라 하늘로 높이 뜬다. 하늘이 보이고 땅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고 땅이 보인다. 그리고 나를 향해 젖혀진 드래곤의 아가리가 보인다. 미친 듯이 팔을 젓는다.

 

  하지만 그런 나의 저항이 무색하게 가뿐히 나를 낚아챈 드래곤은 단 한 번의 이빨질로 내 오른 상반신과 하반신 전체를 짓이긴다.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도망가기 위해 팔을 버둥거린다. 왼팔을 뻗어 거대한 이빨을 잡는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잘린 손을 얼굴 가까이에 가져다댄다. 히, 히히, 히히히히히. 뭐지 이건? 고개를 아래로 돌린다. 뭐지 저건? 저 부서지고 짓이겨진 조각들은 뭐지? 흐히히히, 키히히히히히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어두워진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다. 아직은 살아 있다.

 

  그렇게 나는 뇌세포가 운동을 멎을 때까지, 살아 있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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