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도주 2
작성일 : 17-07-27 13:18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16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달빛에 의지해 어두운 길을 밤새 달린다. 마을도 두 개나 지나친다. 희미하게 마주친 갈림길에서는 언제나 교단에서 멀어지는 쪽을 택했다. 동이 터서 뒤를 돌아보자 교단이 있던 산은 지평선에서조차 안 보일 정도로 멀리 왔다. 나도 말도 지쳤기에 잠시 쉬기 위해 적당한 강가에 말을 묶는다. 말 타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사타구니가 쓰라리다. 그리고 깜빡 잠들었던 것 같다.

 

  눈을 뜨니 땡볕이다. 맨 아래에 입었던 교단의 옷을 벗어 마구 위에 쿠션처럼 얹는다. 리넨 옷이 피부에 바로 닿자 조금 거칠기는 하지만 시원하다. 말을 다시 타고 달린다.

 

  저녁쯤 되자 꽤나 큰 마을에 도착한다. 농촌마을인지 마을을 중심으로 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저 마을에 들러서 쉬고 싶다. 주린 배를 채우고 푹 씻고 싶다. 하지만 아직 교단에 너무 가깝다. 여기서 쉬었다가는 분명 탈리아의 귀에 내 이야기가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사흘을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무작정 달렸다. 나무껍질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질기고 맛이 형편없었으며 똥도 잘 안 나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살아야 하니까.

 

  밤이 되면 길에서 적당한 떨어진 곳에서 노숙을 했다. 말을 나무에 묶어두고 뿌리 사이에 불편하게 누워 잠을 청한다. 군대에서도 이렇게 쌩으로 땅바닥에서 자본 적은 없었는데, X발.

 

  동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브랜드, 에밀리, 흑인, 다들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제단에 누워 심장을 산채로 뽑혔을까? 애써 그런 생각을 털어낸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렇게 나흘째 되는 날, 말을 도둑맞았다.

 

  “이런, 썅!”

 

  도망간 건가? 내가 너무 매듭을 헐겁게 묶어놓은 건가? 말을 묶어놓았던 나무 부근을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도둑놈의 새끼들이...!”

 

  분노가 차오르다가 갑작스레 식는다. 나한테는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음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건가?

  그래, 걸어가자. 군대 있을 때는 사십킬로짜리 군장을 메고 밤새 걷기도 했는데 고작 내 한 몸 끌고 걷는 게 뭐가 힘들겠어.

 

 

 

 

  그렇게 사흘을 더 걷자 정말 딱 죽기 직전에 거대한 도시를 만난다. 입장행렬만 수 십미터 단위로 길게 늘어진, 성벽에 둘러싸인 제대로 된 도시다. 그래, 일단 여기에 들어가자. 들어가서 구걸이든 도둑질이든 해서 돈을 마련해서 제대로 된 걸 먹으면서 좀 쉬고 말을 구해보자.

 

  피곤한 몸을 애써 이끌고 입장행렬에 줄을 선다. 교단에서 먹었던 산해진미를 생각하며 공복을 위로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한 수비대원이 거지 두 놈을 행렬에서 쫓아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는 나를 보면서 눈을 부라린다. 가만히 내 꼴을 내려다보자니 땀에 때에 흙먼지까지 잔뜩 배어 있는 게 거지꼴이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분명 쫓겨날 터인데, 이를 어쩐다...

 

  궁리를 쥐어짜내며, 쫓겨나는 거지들을 보고 있자니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한 거지가 쫓겨난 두 놈을 규합해서는 어딘가로 바삐 움직인다. 무언가 길이 있겠다고 직감하며 그들의 뒤를 따른다.

 

  거지들을 따라 성벽을 한참을 돌자 작은 크기의 개구멍이 거지들을 반겨준다. 거지들은 나를 힐끗 거리며 개구멍을 기어 안으로 들어간다. 쭈뼛거리며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발길질세례가 쏟아진다.

 

  “잠깐, 뭐야?!”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사납게 발길질을 하는 건 아까의 거지 세 놈이다. 세 명을 상대로 이길 실력도 체력도 없기에 필사적으로 기다시피하며 그들에게서 벗어난다. 다행히 멀리 쫓아오지는 않는다.

 

  “갑자기 왜 때리고 지랄이야, 거지 새끼들이...”

 

  욱씬거리는 등과 팔다리를 문지르고 있자니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내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듣기 웃길 정도로 울먹이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하지만, 성벽 안에 있게 되자 안도한 걸까,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울음이 입을 비집고 흘러나와 결국 골목에 쭈그려 앉아 통곡을 한다. ‘옛날 같았으면 열 살 넘은 애가 딸렸을 나인데 길바닥에서 그러고 있기 안 쪽팔리냐?’ 엄마가 봤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보고 싶어, 엄마...

 

 

 

  하아, 한참을 울고 개운해진 숨을 뱉는다. 일단 살아야겠지. 어떻게든 살아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스스로를 다잡으며 아까보다 몇 배는 더 주려진 배를 움켜쥐 터덜터덜 골목을 벗어난다.

 

  수비대의 눈을 피해 사람이 많은 곳으로 향한다. 인파를 따라 이동하다보니 어느 시장골목에 진입한다. 시장 안에서는 구걸하기가 힘들 테니 시장의 입구, 내지는 그로부터 한 블록 내외가 구걸하기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어 다시 반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첫 마을에서 훔쳐 아직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후드를 좀 더 푹 눌러쓴다. 아까부터 자꾸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간 탓이다. 역시 중세 판타지 시대에 흑발에 흑안은 눈에 띄는 거겠지. 염색약 같은 건 혹시 이 세계에 없으려나?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라면 교단의 추격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문득, 길가의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알 수 없는 글씨들로 가득한 종이가 못질되어 있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현상수배서처럼 위에 큰 글씨가 몇 자 적혀 있고 아래엔 그보다 작은 글씨들이 무수히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어떤 젊은 사내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눈도 머리카락도 검게 칠해져 있어 내심 반가운 마음을 일으킨다.

 

  색 염료가 없어서 일단 검은 색으로 칠한 걸까, 이 세계에 검은 머리는 흔치 않으니...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다가 퍼뜩 그게 누구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내 옆에서 나와 현상수배서를 맹렬히 번갈아 보고 있는 한 꼬맹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 안녕 꼬마야?”

 

  아이의 눈이 커진다.

 

  “못 본 척 해주지 않을래? 형아가 말이야, 지금 끌려가면 죽...”

 

  갑자기 아이가 큰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 아이의 손을 입으로 막지만, 이미 거리는 불길한 침묵에 휩싸여 있다. 삐걱대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보니 행인들이 모두 발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내 옆의 현상 수배서를 본다.

 

  “......X발.”

 

  재빨리 시장을 향해 달린다. 뒤에서 뒤늦게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밀치면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사람이 많은 안 쪽으로 기어들어간다. 하지만 뒤에서 계속해서 나를 따라오는 고함 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자꾸만 나에게서 물러서며 공간을 만든다.

 

  안 좋다, 안 좋다, 나쁘다 이건. 주변과 동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자꾸 분리되어 있다가는 금방 잡히고 말 거다.

 

  “여러분,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전 지금 이 세계에 강제로 납치된 사람이라구요. 모두들 지성인이시잖아요? 문명을 이루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제물이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고대 잉카 문명도 아니고 중세 정도면 그 정도 생각할 머리는 다들 있잖아요? 제발 이 말도 안 되는 제물이니 뭐니 하는 것들로부터 저를 살려주세요. 여러분,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하지만 나를 보는 이들의 눈은 더욱 일그러질 뿐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 때 저 멀리 시장의 입구 쪽에서 갑옷을 걸친 수비대원들이 보인다.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그들의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하지만 그 쪽에서도 수비대원들이 다가온다.

 

  발을 동동 구르며 뭔가 수가 없을까, 벽이라도 타야 하나, 하며 주변을 살펴보다가 가판대의 뒤로 집 문이 연결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그 쪽으로 몸을 날려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갑작스런 등장에 놀란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반사적으로 두 손을 합장하며 고개를 숙여 보인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그냥 지나만 갈게요. 제발 그냥 나가는 문만 알려주시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전 죽고 싶지 않은 스물아홉의 평범한 청년일 뿐이에요! 저만한 아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예?!”

 

  무슨 의미인지 양 손을 번쩍 들고 있던 아주머니는 나의 태도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금씩 옆으로 게걸음을 밟는다. 그것을 지나가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고개를 꾸벅인다.

 

  며칠 전의 사냥꾼 마을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실내 구조. 다른 점이라면 좀 더 좁고 2층이라는 정도일까. 나가는 문이 어딜까, 들어온 문과 반대쪽에 있는 방들을 서둘러 뒤지고 있는데 갑작스레 무언가 머리를 강타한다.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계단을 짚어 몸을 지탱한다. 띵한 머리를 뒤로 돌려보니 아까의 아주머니가 사나운 눈으로 후라이팬을 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아줌마, 아줌마, 그만...”

 

  내가 들어온 문 방향으로 입을 돌리고 무언가 날카로운 소리를 지른다. 수비대원을 부르는 소리임을 직감한 나는 손발을 이용해 기어서 계단을 오른다. 층계참에 머리를 부딪치며 간신히 2층에 오른다. 손이 닿는 대로 아무 방이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환히 열린 창문이 나를 반겨준다. 홀린 듯 뒤틀린 걸음으로 창가로 다가간다. 결코 그 아래로 뛰어내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샌가 내 몸은 떨어지고 있다.

 

 

  정신을 잃었던 걸까, 눈을 떠보니 옷감을 잔뜩 쌓아놓은 수레 위다. 그 포근함에 정신이 다시 한 번 아찔해지지만 아직도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함소리에 정신이 퍼뜩 든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수레 밖으로 발을 디디다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간신히 몸을 다시 일으켜 정면으로 나 있는 좁은 골목으로 발을 내딛는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조건 좁은 골목만을 골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마침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뒤돌아서 다시 나가야 하는데, 무릎이 꺾여 쓰러진다. 조금이라도 더 멀리 도망가야 하는데, 자꾸 눈앞이 흐려진다.

 

  갑작스레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튼다. 한 소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질 한다. 그리고는 다시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연다.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소녀가 도움을 주려 한다는 사실만은 뼈저리게 느껴졌다.

 

  “...도와주겠니? 나를, 나를 조금만 도와주겠니? 내가, 나는, 나는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겠거든? 난 그냥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데, 그냥 집에서 놀고 있던 백수였는데, 왜 내가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따뜻한 것이 얼굴에 닿아 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그것이 소녀의 품이었다는 것은 더욱 한참이 지나서 깨닫는다.

 

  “나는, 나는... ...그냥 살고 싶을 뿐인데.”

 

  다시 한 번 북받쳐오는 설움에, 나는 처음 보는 소녀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린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출전 2017 / 8 / 4 279 0 4905   
31 삼왕자 2017 / 7 / 31 298 0 4695   
30 전운 2 2017 / 7 / 31 291 0 4545   
29 전운 1 2017 / 7 / 31 263 0 5184   
28 파티 2017 / 7 / 31 339 0 6182   
27 회동 2017 / 7 / 31 286 0 4169   
26 제루스의 불안 2017 / 7 / 31 288 0 4549   
25 마법 병과 개론 2017 / 7 / 31 299 0 4279   
24 니아와 아란티노 2017 / 7 / 31 333 0 4460   
23 니알랍의 조교 2017 / 7 / 30 298 0 4446   
22 꼴찌와 수석 2017 / 7 / 30 299 0 4782   
21 조교 니알랍 2017 / 7 / 30 285 0 5169   
20 고문관과 시스콘 2017 / 7 / 30 309 0 3762   
19 마법 병과 아란티노 교수 2017 / 7 / 30 290 0 3863   
18 사관학교의 후배들 2017 / 7 / 30 281 0 3730   
17 다시 태어난 자 2017 / 7 / 30 308 0 4541   
16 재입대 2017 / 7 / 29 284 0 5969   
15 마법 적성 2 2017 / 7 / 29 300 0 3577   
14 마법 적성 1 2017 / 7 / 29 290 0 3543   
13 아보레오의 고아 3 2017 / 7 / 29 279 0 4296   
12 아보레오의 고아 2 2017 / 7 / 29 296 0 4418   
11 아보레오의 고아 1 2017 / 7 / 29 300 0 4002   
10 환생 2017 / 7 / 28 299 0 4783   
9 당신들의 천국 2 2017 / 7 / 28 301 0 4414   
8 당신들의 천국 1 2017 / 7 / 28 284 0 5000   
7 네프렌카 2 2017 / 7 / 28 297 0 6574   
6 네프렌카 1 2017 / 7 / 28 285 0 6176   
5 제물 2017 / 7 / 27 293 0 4861   
4 도주 2 2017 / 7 / 27 304 0 5161   
3 도주 1 2017 / 7 / 27 318 0 5194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킹즈세븐
소별왕
이놈의 웬수들
소별왕
회귀자의 그라운
소별왕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