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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도주 1
작성일 : 17-07-27 13:18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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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날듯이 뛰어 개인 침실로 향한다. 옷장을 열어 처음에 입고 왔던 옷으로 갈아입다가, 도중에 다시 이곳의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탈출을 하려면 최대한 이목이 덜 끌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창밖을 내려다본다. 내 방은 삼 층 정도 높이로 숲과 연결되어 있다. 옷장의 모든 옷과 이불들을 엮어 밧줄을 만들고 그 끝을 거대한 침대에 연결한다.

 

  “후우, 후우...”

 

  흥분된 거친 숨을 내쉬며 애써 공포를 가라앉히며 밧줄을 쥐고 몸을 밖으로 뉘인다. 더듬거리는 발로 벽을 짚고 최대한 단단하게 서려 노력한다. 젠장, 군대 있을 때 유격 가서 레펠 훈련 안 받은 게 몹시 후회된다. X신 같은 과거의 나! PX에서 꿀 빨 동안에 레펠이라도 한 번 타봤어야지!

 

  나도 모르게 뒤를 곁눈질한다. 그리고 그 아찔한 높이에 손에서 힘이 빠지고 만다.

 

  “으아아아아!”

 

  반사적으로 밧줄을 꽉 움켜쥔다. 마찰로 손이 베이는 것처럼 뜨거워진다. 간신히 낙하는 멈췄지만, 멍청한 짓을 해버렸다. 비명을 지르다니. 공포에 질려 잠시 가만히 있었지만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쫓아오는 기색은 없다. 서둘러서 내려간다. 도저히 다리를 벽에 대고 내려갈 자신이 없어서 덩굴을 거꾸로 내려가는 원숭이처럼 팔 힘에만 의지해서 밧줄을 타고 내려간다. 손이 쓰라려 죽을 것만 같다.

 

  간신히 바닥에 도착해 손바닥을 펴보니 시뻘겋게 변한 게 벌써부터 물집이 올라온다. 밧줄의 가장 마지막 매듭을 대충 풀어낸 후 그것을 손에 싸면서 달린다. 일단 이 교단이라는 곳에서부터 멀어져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뛰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걷기를 반복한다. 오래달리기에는 그래도 자신 있었는데 나무 울창한 산길을, 그것도 내리막을 달리는 건 평지를 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고 있자니 이번엔 신발이 거슬린다. 젠장, 적어도 신발은 소환될 때 신고 있던 운동화를 신었어야 했는데. 가죽으로 만들어진 샌들은 그래도 비싼 건지 튼튼하기는 하지만 간혹 가다가 발을 찌르는 돌멩이나 나뭇가지까지 막아주지는 못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의복을 보는듯한 하늘하늘한 평상복도 나뭇가지에 걸려 여기저기 찢어져 있다.

 

  해가 뉘엿뉘엿할 때 쯤 간신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재빨리 포복 자세로 바닥에 기다시피하며 가능한 고지대로 올라간다. 야트막한 동산에 누워 멀찌감치서 마을의 돌아가는 상황을 관찰한다.

 

  판타지 게임에서 흔히 보던 것과 같은 마을이다. 서른 가구 정도의 목제 마을로 마을의 입구는 길을 따라 양 옆에 있으며 자그마한 관문이 달려 있어 한 명씩의 수비대원이 지키고 서 있다. 하지만 숲에 면해 있는 부분은 야트막한 나무로 얼기설기 세워놓은 담벼락이 방어책의 전부다.

 

  말을 탄 한 무리의 남성들이 마을로 향한다. 산적인가 싶었지만 관문에까지 평화로이 다가가는 것을 보니 마을 주민들인가 보다. 모두들 활로 무장을 하고 있고 허리춤엔 작은 동물들이 매달려 있다. 가장 뒤의 말에는 죽은 멧돼지가 얹어져 있다. 사내들은 말을 한 건물에 몰아넣고 각자 집으로 향한다. 아마 저게 마굿간인 모양이다.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캄캄해지기 전에 행동을 개시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도 잠시, 사내들이 마을의 광장에 장작을 쌓더니 멧돼지를 통으로 굽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광장으로 모이기 시작하고, 마을은 양 관문에 붙은 횃불과 광장의 불길을 제외하고는 어둠에 빠진다.

 

  좋아, 움직일 시간이다.

 

  달빛에 의지해 숲을 가로지른다. 숲과 마을의 경계인 야트막한 담벼락을 재빨리 넘고 가까운 집의 그늘에 숨는다. 집의 그림자를 타고 조금씩 마굿간으로 다가간다. 구성원들이 모두 서로의 얼굴을 외우고 있을 이 좁은 공동체에서 밤을 보내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니 어떻게든 말을 훔쳐서 타고 달아나야 한다.

 

  건물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광장에서는 주민들이 멧돼지가 구워졌던 거대한 모닥불을 둘러싸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다. 무언가의 축제인걸까? 설마 우리가 제물로 바쳐지는 것도 이런 축제의 일환인 건 아니겠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재빨리 집과 집 사이의 좁은 틈으로 숨는다. 한 중년 여성이 거나하게 취한 노년의 남성을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발을 옮기고 있다.

 

  ...잠깐. 뭐야? 그들이 지나가고 나서 광장 가까이에 접근해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입은 거랑 비슷한 하늘하늘하고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아, 젠장. 그러고보니 아탈리가 저 위쪽은 종교 교단의 본거지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저기서 입는 옷과 서민들이 실제로 입는 옷들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저 중세 시대 느낌 가득한 거친 질감의 리넨 옷가지도 슬쩍해야만 한다. 이런 수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면 당연히 추격이 들어올 것이다.

 

  가능한 광장에서 멀리, 그리고 두 관문에서도 멀리 있는 숲가의 집을 택한다. 교단 본거지와 달리 유리를 살 돈이 없었는지 나무판자를 여닫이 식으로 대어놓은 것을 창으로 쓰고 있다. 밀어보지만 안 쪽에 잠금장치가 있는지 열리지를 않는다. 힘을 주어 흔들어보아도 생각과 달리 튼튼하여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어쩐다, 싶어 집을 둘러보고 있자니 얼씨구, 현관문이 열려 있다. 누군지 모를 주민의 바보같은 실수에 감사해하며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간다.

 

  천장에 열려 있는 창을 통해 들어온 달빛으로 간신히 사물은 분간할 수 있다. 먼저 옷장을 찾기 위해 발을 떼지만, 아까부터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육체가 공복을 호소하며 기어이 발을 멈춘다. 그래, 먹을 걸 먼저 찾아보자.

 

  부엌으로 추정되는 곳을 뒤지자 빵 두 덩이가 나온다. 허겁지겁 입에 욱여넣다가 목이 메어 탁자의 물을 들이켰더니 물이 아니라 포도주였다.

 

  남은 빵은 소중하게 한 쪽 손에 쥐고 옷장을 찾아 집 안 쪽으로 들어가다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쿵, 소리와 함께 심장이 잠시 멎었다가 다시 뛴다. 반사적으로 옆으로 손을 뻗어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손에 쥔다.

  아까 술에 절어 부축을 받던 노인이다. 노인은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지 몇 박자 늦게 나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술기운에 뭉개져 있어 감정은커녕 뉘앙스조차 알아들을 수 없다.

 

  ...죽여야 하나. 나는 이 금발벽안의 세계에 흔치 않은 흑발에 흑안. 분명 기억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정신이 말짱해지면 분명 신고를 할 것이다. 그러니 죽여야 한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히 살던 내가 사람을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

 

  손에 쥔 것을 꽉 쥐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자니 갑자기 노인이 옆으로 고꾸라진다. 깜짝 놀라 굳어 있자니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멍하니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간다.

 

  갑자기 허기가 싹 사라졌다. 빵을 대충 구석에 던져놓고 침대 옆의 옷장을 열어 입을만한 옷을 대충 몇 벌 집는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아까 주민들이 입고 있던 거친 리넨 옷이다. 거실로 나와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다. 생각보다 옷감이 거칠어서 입고 있던 옷 위에 덧입는다. 문 옆에 후드모자가 있기에 그것도 챙겨 머리에 뒤집어쓴다.

 

  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집을 나선다.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마굿간이 있는 방향으로 발을 옮긴다. 마굿간은 마을의 중심로에 면해 있다. 수비대의 눈에도 보이는 위치다. 어차피 관문에는 이동식 판자 말고는 장애물이랄 것도 없기에 말만 손에 넣는다면 그 뒤는 쉽다. 등에 활 맞을 걱정만 안 한다면.

 

  재빨리 마굿간에 다가간다. 아 젠장, 자물쇠가 걸려 있다. 이걸 어쩐다? 그제서야 아까부터 손에 계속 들고 있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목침이다. 힐끗, 수비대는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목침을 잡아 자물쇠를 내려친다. 손에 찌르르 진동이 온다. 하지만 자물쇠는 멀쩡하다.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내리친다.

 

  간신히 자물쇠를 다 부수자, 관문 쪽에서 거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무시하고 재빨리 마굿간 안으로 들어간다. 자물쇠를 부수는 소음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말들이 나를 바라본다. 목침을 대강 던져놓고 벽에 걸려있는 마구를 재빨리 말 한 마리에 얹어 그 위에 올라탄다. 하지만 말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이랴, 이랴! 시간 없어, 좀 움직여 봐!”

 

  어제 승마시간에 배웠던 지식으로 말을 움직여 보려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밖에서는 수비대가 계속해서 고함을 질러대고 있다. 이러다가 마을 주민들이 다 모일지도 모른다. 일단 밖으로 나가 저 수비대를 조용히 시켜야 한다.

 

  말에서 내려 마굿간의 밖으로 나간다. 수비대가 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가까이오라고 손짓한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며 주위를 살핀다. 축제에 지쳐 집에 가던 중이었는지 서너명의 주민이 관심스레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수비대의 고함을 들으며 조금씩 횃불로 밝혀진 관문의 가까이로 가고 있는데,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무런 저항도 않겠다는 듯 양 손을 들고 관문으로 다가가, 벽에 걸려 있는 횃불을 재빨리 낚아채 집의 뒤편으로 몸을 숨긴다. 수비대가 다시 고함을 지른다.

 

  서둘러 여기저기에 불을 놓는다. 집은 불이 잘 안 붙지만, 다행히도 여기저기에 쌓여 있는 장작더미들에는 그나마 쉽게 불이 붙는다. 관문 쪽에서는 징 소리와 같은 경계음이 사납게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허겁지겁 장작더미에 두어개에 불을 더 지르고 집과 집 사이 좁은 틈에 숨는다.

 

  다행히 발각되기 전에 불이 커져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하며 모여든다. 그 때를 노려 빠르게 마굿간으로 향한다. 계속되는 소음에 말들도 놀랐는지 투레질을 하며 침을 흘리고 있다. 마구를 올려놓았던 검은 말 위에 올라타지만 여전히 말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중년 남성 하나가 마굿간의 입구에 서서 나를 향해 뭐라뭐라 외치고 있다. 젠장, 하고 놀랄 사이도 없이 갑작스레 마굿간의 한 벽면이 불길에 휩싸인다. 말들은 깜짝 놀라 뒷발로 서며 울부짖더니 앞으로 튀어나간다.

 

  간신히 낙마할 뻔한 위기를 모면하며 폭발적으로 튀어나가는 말을 어렵사리 조종해 관문을 향해 달린다. 활에 화살을 메기고 있던 수비대는 말들의 돌진에 깜짝 놀라며 옆으로 몸을 굴린다. 말은 그대로 관문을 통과해 어두운 길을 질주한다.

 

  뒤를 돌아보자 거대한 화마가 절반을 뒤덮은 마을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 불길에서 나도 모르게 제물이라는 글자를 읽는다. ...그래 X발. 난 죽을 수 없어. 결혼은커녕 제대로 된 효도도 못 해 봤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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