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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6
작성일 : 17-07-26 23:42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7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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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제목 : 당…… 당신이 필요해요!

 

 다행히…… 악몽이었구나. 힘겹게 취한 잠이 악몽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심호흡을 크게 내쉬어 본다. 아직도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목각 시계를 보니 잠든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 여기서 자는 첫날인데 이런 악몽부터 꾸다니. 잠들기가 무서워진다.

 

 방 한가운데 있는 창가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갔다. 역시 어디서 보지 못한 물결처럼 퍼진 은빛 밤하늘이 내려쳐져 있었다.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오는 달빛이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은은한 빛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영롱한 달빛과 더불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밤공기가 땀을 식혀준다.

 

 시원한 밤공기와 그 달을 바라보니 요동치는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악몽을 자주 꾸는 건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는 자주 시달리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곁에서 손을 꼭 쥐며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셨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와 함께 밤하늘에 있는 미리내(美里川)와 모래알처럼 흩뿌린 별들을 바라보며 밤 구경을 하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 때문이었을까?

 

 악몽으로 인해 방안에 혼자 있기가 좀 무서웠다. 잠을 다시 자기가 무서웠음이라. 자면 꿈속에서 불타오르는 손이 다시 내 어깨를 움켜잡아 불에 삼켜질 것 같았다.

 

 밖에서 바람이나 쐴까? 밤공기를 맞으니 갑자기 나가고 싶어졌다.

 

 그래 나갔다 오자.

 

 마음을 굳힌 나는 땀에 젖은 옷을 벗어, 옆 탁자에 놓여있는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고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밖에 있다 올 요량으로 신경 써서 문을 열은 것이다.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전각의 내부를 이리저리 살폈다.

 

 큰 전각이 무색하게 지나다니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누가 살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광경이다. 물론, 늦은 시간 때이긴 하지만 너무나 고요했다.

 

 그러니 당연한 걸까?

 

 조심스레 도둑고양이마냥 살금살금 밖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아까 악몽을 꾼 느낌과는 다르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혹여 내가 이 조용한 분위기를 깨지 않을까 하며 조심히 걸었다.

 

 얼마나 조용한지 작은 내 발걸음 소리도 저 끝에서부터 울려올 정도다.

 

 그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억눌러져 숨소리를 낮추었다.

 

 죄를 지은 것은 아닌데, 괜히 조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옥죄였다.

 

 “어딜 그렇게 가는 게지?!”

 

 “…….”

 

 “이 야심한 밤에, 그것도 혼자서 말이야. 설마 여길 빠져나가려고?”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분명 말하는 대상은 나를 지칭하는 게 분명했다. 살금살금 가던 나의 발걸음은 그대로 굳어져 멈추었다.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 커졌으며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란 심장은 쿵쾅쿵쾅 요동치고 딸꾹질이 저절로 나왔다. 딸꾹질과 쿵쾅거리는 심장을 최대한 진정시켜 심호흡을 했다.

 

 이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다. 그래!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그게…….”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 쪽으로 몸을 서서히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서는 벽을 살며시 기대어 팔짱을 낀 채로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

 

 내부 공간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빈임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었다.

 

 낮에 보았던 비슷한 느낌과 머리카락, 오묘한 눈빛까지! 하물며 특유의 말투에 서빈이 분명했다.

 

 “여길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아둔한 생각이야. 설령 여기를 나간다 해도 용천에서 네가 살던 곳으로 못 가니까.”

 

 빠져나갈 생각이 아니었는데……. 악몽에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밖에서 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 그 이외의 생각을 품지 않았는데.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으니 더욱더 침울해지는 건 왜일까.

 

 혼자서는 여길 나갈 수 없다니? 왜? 여기서 허락 없이는 다시 아버지도 못 만나는 건가.

 

 간신히 정리됐던 머리가 서빈의 말에 의해 뒤죽박죽이 되었다.

 

 하필 마주쳐도 그와 마주쳐버릴게 뭐야! 아니, 다른 자와 마주치면 오히려 이상하려나? 확실히 여기서 본 자라곤 연오, 려원, 서빈밖에 없으니. 괜히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상황에서도 오히려 도둑고양이로 취급하지 않던가. 첫 만남부터 좋지 않았으니 서빈에게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오해하고 있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가까이 다가갔다. 몰래 전각을 도망 가려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해명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를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아니다?”

 

 “그건 오해예요! 전 몰래가거나 말없이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더냐? 그럼 내가 다시 묻지. 왜, 이 시간에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조심조심 밖으로 나가려는 거지? 대답할 요지는 충분한 것 같은데.”

 

 거짓도 진실로 둔갑하여 대답을 요하는 서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말았다. 몸을 기대어 건성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의 말만 들어도 이리 위축이 되니,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면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보이지 않던 나약함이 하나씩 보인다고 할까. 악몽은 그렇다 쳐도 말만 들어도 위축되는 나를 보면 말이다…….

 

 그냥 밤공기를 맞고 싶다. 단지 그것 때문에 나가려는 것뿐이다, 라고 말을 하면 되는데…… 그 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머리로는 입을 열라고 지시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일까, 정말 내가 여길 빠져나가려 했나? 그건 절대 아닌데. 입을 열려고 해도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입술.

 

 내가 해명하지 않으면 정말 도망가게 되는 건데…… 변명이라도 해야 되는데…….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통제를 벗어나 있다. 다시 등골에서부터 솟아난 땀방울들.

 

 거기서 시작되어 온몸으로 전해진 듯 얼굴에도 땀방울들이 송골송골 맺었다. 당황스럽고 답답한 게 땀으로 표출된 것이다.

 

 진여월. 이 바보야! 왜 말을 못해. 하고 싶은 말도 못하니 몸이 자연스럽게 떨려왔다. 분했던 걸까. 아니면 바보 같은 나 자신에 화가 난 걸까. 눈을 감았다. 괜히 눈물이 또 쏟아질 것 같다.

 

 “…….”

 

 그때 몸에서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아버지와 같은 포근함과 따스한 손길이었다. 정확히 이마에서 느껴지는 그 손은…….

 

 “너 왜 그래? 어디 아픈 것이냐? 또한 말은 안 하고 몸은 왜 이렇게 떨어.”

 

 눈을 떠보니 찡그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서빈.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눈빛으로 못 마땅하다는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이래서 인간들은…… 쯧. 어지간히 신경 쓰게 하는 존재구만. 이래서 짐이야. 짐.”

 

 그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괜히 얼굴이 붉어져 달아올랐다.

 

 찰나의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다.

 

 화들짝 놀라는 것도 잠시 붉어진 얼굴이 들킬세라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있던 손을 재빠르게 치웠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당황한 나의 행동에 오히려 서빈에 더듬거리며 큰소리쳐 말한다.

 

 어. 그러고 보니 말이 나온다. 금방까지 벌려지지 않던 입술이, 굳게 갇혔던 입술에서 말이 나온다. 그의 손길이 닿자 그전은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말할 줄 아네.”

 

 “…….”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기에 말 못하는 줄 알았더니만.”

 

 “…….‘

 

 “여기서 아프면 골치 아프니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있거라. 도란이 맡겨 놓은 짐이긴 하지만 아프면 내가 좀 곤란하거든.”

 

 서빈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서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신의 손을 약손이라며, 따스히 얹은 손처럼 말이다.

 

 서빈의 생각지 못한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세차게 친 것도 모자라 목소리까지 높여 말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미안함이 솟구친다.

 

 붉어진 얼굴을 더더욱 달아올라 홍시처럼 뻘겠다. 성격과 안 어울리게 이게 뭐야……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당, 당황해서 그렇지.

 

 근데! 바보처럼 얼굴은 왜 벌게지는 거야. 마음속으로 수십 번 나의 행동에 다그치며 자책을 했다.

 

 “얼굴은 왜 이렇게 벌게.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여간 성가시네.”

 

 “아…… 아니에요. 안 아파요. 그냥 갑자기 더워져서 그런 거예요.”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으면 그냥 왔던 길로 그대로 돌아가서 자.”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버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잠시 멍하게 상념에 잠겼다.

 

 잠은 오지 않는다. 하물며 다시 잠이 든다 해도 그 악몽이 또 떠오르면 어떡하지?

 

 기억하기 싫은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라고? 다시 돌아가 잠을 청하기가 무섭다.

 

 그럴수록 항상 곁에서 나를 지켜봐 주시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가 힘들 때마다 곁에 계셨는데. 자는 게 무섭게 다가오니 항상 의지하던 아버지가 그립다.

 

 “뭐지……?이 행동은?”

 

 어…… 그니까. 아버지를 생각하다가, 곁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무슨 행동을 저질렀는지도 몰랐다.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와 눈에 보이는 것은 서빈의 찡그린 표정. 그리고 그 밑에 보이는 익숙한 손. 갑자기 그의 옷자락을 잡은 내 손을 보고 당황했다.

 

 찰나의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진 것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해도 시간은 지나갈 텐데 마치 정지된 것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생각이 뒤덮었다. 뭐라고 말해야지?

 

 그냥 심심해서 잡았다고 하면 안 그래도 아니꼽게 보는 나에게 더욱더 모진 말을 할 게 분명할 텐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도 서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는 것은 변함없다. 뭔 생각으로 잡은 건지,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머뭇거렸다.

 

 평온을 찾던 나의 얼굴은 나의 예상치 못한 무의식적인 행동에 다시 벌겋게 달아올랐다.

 

 괜히 창피했다. 꿈꾸기를 무서워, 잠자기가 무서워 못 잔다고 말하면 서빈이 얼마나 비웃을까, 라고 생각하니 매우 싫었다.

 

 “아…… 그, 그게 죄송해요.”

 

 “여간 귀찮은 게 아니네. 걸리적거리지 말고 들어가.”

 

 나는 살며시 서빈의 옷자락을 놓았다. 걸리적거린다니, 진짜 말 한 번 예쁘게 하는 그였다.

 

 내가 옷자락을 놓자마자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가는 도중 나를 다시 쳐다보며,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여러 번 저으며 뒤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서빈과 나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그럴수록 불안감은 갑자기 증폭되었다.

 

 악몽으로 잠이 오지 않는데. 누군가 곁에 있으면 잠이 올 것 같은데……. 이 말을 서빈에게?

 

 그가 자신의 입으로 언급한 말처럼 당장 들어가 자려면 나에겐 누군가가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의지할 사람이 그밖에 없다.

 

 지금 깊어가는 어둠의 장막에 의지할, 내 주위엔 그밖에 없다.

 

 “잠, 잠시만요……!”

 

 “또 왜! 뭐! 문제 있냐?! 아니면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용기를 내서 멀어져만 가는 그를 쫓아가 다시 옷자락을 붙잡았다.

 

 서빈은 옷자락에서 나의 손길이 느껴지자 짜증 섞인 목소리와 잔뜩 구긴 표정으로 홱하니 쳐다보았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나를 귀찮게 하지마, 라는 의미를 가득 담은 구긴 얼굴.

 

 아…… 말하면 더 안 좋은 소리 듣는 것 아냐? 말해야 하나, 더 화를 돋우면 어쩌지? 그의 얼굴을 보니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 지금 나 가지고 장난쳐? 용건 없으면 붙잡지 마! 아니면 빨리 말을 하던가.”

 

 내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지 않자 그는 더욱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그래도 주눅 들고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데 쏘아대는 말에 더 머뭇머뭇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아예 눈앞에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럼 이러다 잠을 자지 않기 위해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잠 잘 때까지 있어달라고, 같이 좀 있어달라고 말이다.

 

 “음…… 그, 그니까…… 음…… 그게…… 당신이…… 당신이…….”

 

 막상 입 밖으로 말하려고 하니 너무 부끄럽고 남사스러워 더듬게 되었다. 눈을 둘 데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살짝 서빈의 반응도 살폈다.

 

 답답하다는 게 역력한 한숨을 크게 내쉬며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눈빛.

 

 어차피 말을 할 거면 빨리 말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같이 있어 달라기가 너무나 민망하고 부끄러운 말이니까.

 

 “그니까…… 당, 당신이…….”

 “당신이? 좀 똑바로 말 못해? 아까는 낮에는 곧이곧대로 말대꾸 잘하면서 왜 말을 못하는 게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내가 알고 있던 그의 본성이 나왔다.

 

 듣는 이도 답답하지만 말하는 나도 속 시원하게 말 못하는 심정을 누가 알까.

 

 빨리 말하길 바라는 그 표정에서 더 이상 말을 더듬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한 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당…… 당신이 필요해요!”

 

 용기를 내서 말했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말이 아닌 이상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당신이 필요하다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걸까. 내가 말하고 놀라버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제가 잘 때까지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인데…….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변명을 하던지 다시 고쳐 말을 해야 하는데. 우물쭈물 말이 안 나온다.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할까.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이니까 말이다.

 

 어찌 됐든 간에 말은 내 입에서 떠나갔다. 그의 반응을 살펴 다시 말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문제없어.

 

 “뭐, 뭐라고? 내가 필요하다? 이 밤에? 큭! 하하하!”

 

 뭐지. 몇 분의 침묵을 거친 뒤 전각이 떠내려갈 만큼 그의 큰 웃음소리에 나는 꼭 감았던 두 눈을 살짝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름 진지하게 떨리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말을 했는데 내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웃어주니 창피했다. 왜 웃지?

 

 내가 웃긴 말을 한 걸까. 절대 웃음이 나올 수 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서빈은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마구 웃어댔다.

 

 그런 그를 보니 무안한 나는 쏘는 듯이 말했다.

 

 “그게 그렇게 웃겨요? 저는 나름 진지하게 말한 것이라고요! 그니까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제가 잘 때까지 옆에 있어달라는 말이었다고요.”

 

 노려보며 내가 말하자 그는 크게 웃던 입을 다물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은 네 방에서 같이 있자는 말 아니더냐?”

 

 “그렇긴 한데. 그냥 제가 잘 때까지만…….”

 

 “정말로 생각이 짧군. 아 야심한 밤에 남녀가 한 방에서 같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말하는 게냐? 지금 네 말은 나랑 합방(合房)하지는 겐가?”

 

 지금 내가 잘못 들었나?

 

 그니까 내가 알고 있는 합방을 말한 건가. 합방이라니…… 합방이라니! 깜짝 놀란 두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합방이라면 성인 남녀가 함께 잠을 자거나 방사(房事)를 하기 위하여 한방에 들거나, 또는 그 일이 아니던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그냥. 악몽이 무서워 같이 있어 달라 한 건데.

 

 나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저 웃는 표정이 사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옷을 고쳐 잡아 몸을 웅크리고 뒤로 뺐다.

 

 생각부터가 매우 불순하니 자연스레 보호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지금 그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상상을 한 그에게 있어 멀리 떨어졌다.

 

 당신이 필요하다는 말이 그에게 있어 같이 방에서 사랑을 키우는…… 뭐 이런 걸로 생각했나 보다.

 

 “왜 합방이 왜 나오십니까?! 제가 악몽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옆에 누군가 필요했을 때 눈에 보였던 게 당신이고요. 다른 뜻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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