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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9)
작성일 : 17-07-26 22:39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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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두 친구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그의 시선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폭주족 무리에게 매달려 붙으려 모여드는 저급한 여자들과 다를 게 없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분명 단아는 자신들의 아지트에서 만났다.

 

 "시발 여기엔 다 심오한 뜻이 있어.

 

 단아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어이없다는 표정의 은랑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을 잘랐다.

 

 "심오하긴, 개뿔."

 "뭐 어째, 이게 다 널 만나려고 벌인 개지랄의 일부일 뿐이야."

 "물론 그 중엔 본인의 호기심 충족도 있었겠지만."

 "일부?"

 

 은랑의 말 중에 불길한 키워드를 찾아낸 제윤이 그렇게 되묻자 은랑은 깊게 알려하지 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꼴을 하고 다니는데 그 자식이 가만히 내버려뒀어?"

 

 제윤의 물음에 두 여자의 시선이 짧게 얽혀들었다.

 

 "문지기라면 우리랑 갈라선지 오래야. 뭐, 너보단 짧은 기간이겠지만."

 "뭐?"

 "참고로 말하자면 광대도 마찬가지야. 완전히 개박살이 났지. 덕분에 난 여왕의 권한이고 나발이고 다 내버려두고 지냈고 은랑이도 마찬가지였어. 말하자면 길어."

 

 그 말에 제윤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멍청하게 되물었다. 뭐라고? 그러나 친절하게 다시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다만 더욱 더 충격적인 진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알려나 모르겠는데 겔샤르의 인이 깨졌어."

 "뭐?"

 "뭐야. 아직도 그 얘기 안했어?" 은랑이 작게 중얼거렸다.

 

 “추측일 뿐이지만. 결론은 사실상 그거 하나지. 너도 아까 봤잖아? 말레바를.”

 “미친, 말레바 떴어?”

 

 은랑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건 좀 빨리 말하라고 이 년아. 그 새끼가 아직도 너네 찾는다고 온 동네를 다 뒤지고 있겠네."

 “도대체, 왜….”

 

 거칠게 갈라져 나오는 제윤의 목소리에 단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도 이 미친 일상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

 “아 진짜. 마제윤, 말레바 가지고 유난 떨지마. 우리는 더 최악이었어. 화려한 컴백쇼 무대에 발케가 축가를 불러주더라.”

 “정말이지 몸들 바를 모를 영광이었지.”

 

 으스대듯이 말하는 두 여자의 모습에 제윤은 질린 듯이 고개를 돌렸다. 미친. 오랜만에 보게 된 괴물도 괴물이지만 두 친구들의 모습도 어떤 의미론 머리가 아플 정도로 괴롭다. 갑자기 담배가 필요한 기분이었다. 그는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려다가 저를 말없이 응시하는 두 쌍의 눈동자에 멈칫했다.

 

 “뭐.”

 “담배 피려고?”

 “아직 못 끊었네?”

 “저 새끼 폐는 벌써 소생불가능 일거야.”

 “적어도 우리 앞에선 노노해, 좀 꺼져서 피워줄래?”

 “아~문지기가 있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

 “암암. 끝이 안 좋긴 했어도 그 녀석이 매너가 쩔었지.”

 “결론은 네 매너는 개똥이란거야.”

 "멋져. 훌륭한 토의였어."

 

 저들끼리 좋다고 악수까지 하며 깔깔거리는 모양새에 제윤은 머리를 짚으며 잠시 숨을 뱉어냈다. 그래. 포기하자. 저들과 있으면 담배는 언제나 정상적인 삶을 끝마치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버리기 일쑤였다. 언제나 지나치게 황당하게 흘러가는 현실의 전개에 담배를 물고 있을 힘까지 빠져버리니까. 결론은 차라리 안 피는 게 낫다.

 

 담배곽을 다시 우겨 넣는 제윤의 모습에 단아와 은랑이 그가 모르게 작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좋아하는 단아에 맞춰주던 은랑은 이내 표정을 굳히며 화제를 전환시켰다.

 

 “야. 근데 ‘말레바’라고?”

 “엉.”

 “그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병신들아. 빨리 준비해야지.”

 “준비라고?”

 

 제윤의 말에 은랑이 한숨을 내뱉으며 답했다.

 

 "괴물한테 맨 손으로 맞서려고요? 그것도 네가? 왜 이러세요 아마추어같이?"

 

 단아는 발을 움직여 늑대동상 앞에 멈춰 섰다. 정면을 향해 살짝 고개를 들어 짖고 있는 강한 생동감과 역동감이 느껴지는 동상이었다. 벌려진 입 안으로 날카로운 이빨까지 정교하게 표현된 작품이었다. 제윤과 은랑도 단아를 따라와 늑대 동상 앞에 섰다. 제윤은 그 동상이 단번에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과거에, 자신과 친구들이 자주 이용했던 매개체였다.

 

 단아는 손을 뻗어 늑대의 턱을 두어 번 쓰다듬으며 다른 한 손은 늑대의 입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뱉어내]

 

 순간 손안에 묵직한 감각이 차올랐다. 천천히 늑대의 입에서 손을 빼내자 기다란 검신이 쭉 뽑아져 나왔다. 동상에서 검을 뽑아낸 단아가 몸을 돌려 제윤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제 주인에게 튀어나가고 싶은지 검이 손 안에서 요동쳤다.

 

 달빛이 비추는 풀밭위에 선 여왕의 대리인이 팔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벨릭페스의 검. 자신의 검. 그리고 한 번 버렸던 무게. 검의 무게.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무게감. 제윤은 자신에게 건네지는 장검을 묵묵히 응시했다.

 

 “한 번 더. 기사란 거, 해보지 않을래?. 오랜만에 만나는 선물 겸. 나 지금 너한테 로비하는 거야. 이게 그냥 검이야? 무려 벨릭페스의 검이라고. 들어는 봤나 모르겠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가 점점 당당하게 변하는 단아의 말투에 그만 웃음이 피식 흘렀다.

 

 “그거 원래 내꺼거든.”

 “지랄. 네가 버렸거든.”

 “떨어트린 건데?”

 “돌았어? 그럼 경찰서에 갔다주길 바랬냐? 주운 사람이 임자지. 됐어. 닥쳐. 그럼 이건 내꺼야. 좋네, 여왕이고 기사고 둘 다 해먹어야지.”

 “그거 참 이 세계가 불행해지는 발언이네. 둘 중 하나의 역할이나 제대로 하겠어?”

 

 중간에 끼어드는 은랑의 말에 단아가 빽하니 소리를 질렀다.

 

 “넌 왜 도와주지도 못할망정 팀킬이야!”

 

 제윤은 이 순간이 무척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씩씩대며 쨍알거리는 단아나 여전히 정상인척 하지만 비정상적인 은랑.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자꾸만 웃음이 픽픽 흘러나왔다.

 

 “아무튼…. 강요는 하지 않을게. 나나 은랑이나 네 선택을 존중할거야. 이딴 현실에 돌아오고 싶지 않을거야. 그렇다면 그렇다고 하면 돼. 널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웃기시네.”

 

 제윤은 그렇게 답하며 단아의 손에서 검을 덥썩 잡았다.

 

 “애초에, 선택지가 없잖아.”

 

 제윤은 검을 세워 칼날을 눈앞에 대고 바라보았다. 익숙한 무게감. 손 안의 무게감. 상상했던 것만큼 무겁지는 않았다. 오히려 날 것같이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이건 비단 검의 무게 때문이 아니겠지. 달빛마저 흡수해버릴 듯한 새까만 검날이 소리없이 기쁨의 포효를 질러대고 있었다.

 

 너도 오랜만이다. 그리고 안녕.

 

 검을 든 제윤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마 난 지금 이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단아는 고개를 돌려 제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침 고개를 돌렸던 은랑과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소개가 늦었어.”

 

 문득 들려오는 제윤의 말에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마제윤이고 방금 복귀한 미드워커다. 잘.. 지내보자.”

 

 그 말에 두 사람이 활짝 웃었다. “이쪽이야 말로.”

 

 길을 떠났던 승객은 철로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퀴퀴한 먼지더미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활짝 열린 문 안으론 시간의 흐름에도 상관없이 여전히 황금빛 조명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내부가 펼쳐져 있었다.

 

 한 발짝. 단 한 발짝의 거리. 머뭇거리는 시간에도 서둘러 탑승해 달라는 안내방송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뒤로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전체적인 열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스테리 클럽]

 

 열차 한 편에 적혀진 황금빛 글이 그제 서야 눈에 똑똑히 박혀 들어왔다. 순간 탕,하고 무언가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로 고개를 돌리자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은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괴물은 그 보다 몇 배는 커다랬고 한 손엔 무시무시한 창을 들고 있었다.

 

 탕. 탕. 괴물은 창을 들었다가 다시 바닥에 내려찍었다. 괴물은 승객을 바라보진 않았다. 다만 정면을 응시한 채로 지속적으로 창으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괴물의 옆자리엔 그의 어머니가 앉아있었다. 눈도, 코도, 입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그저 새까만 형상일 뿐이었지만 그건 그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그 족쇄는 창을 들지 않은 괴물의 손에 이어져 있었다.

 

 그는 이곳에, 괴물과 어머니와 함께 계속 머물러왔다. 그는 멍하게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열차로 시선을 돌렸다. 미스테리 클럽. 여전히 열차의 이름은 변하지 않았고 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다. 그는 다시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버리는 게 아니에요.”

 “당신을 남겨두려는 것도 아니에요.”

 “미안해요.”

 “그렇지만, 당신도 이걸 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와 함께 가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는 그 말을 끝내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활짝 열린 열차의 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ㅡ잘 컸구나. 내 아들.

 

 환영처럼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 지독한 환상 속에서도 존재하는 저 괴물을 내 손으로 없어버릴 수 있겠지.

 

 있지, 엄마. 정말로 사랑해.

 

 점점 넓어지는 문. 내뱉어지는 숨과 가까워지는 거리. 마지막 한 발짝. 멈춰진 이곳을 떠나갈 한 발짝. 저 안에서 반겨줄 이들. 눈이 아프게 빛나는 또 다른 현실.

 

 그건 여전히,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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