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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7)
작성일 : 17-07-26 22:20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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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욱하고 뱉어낸 욕설이 공터를 휑하게 울렸다.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 잘난 낯짝을 보려던 단아는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제윤의 발치에 박혀있는 검은 형상이었다. 지그재그 형으로 이어지는 검은 형상의 근원을 따라가니 저 멀리 철조망 위에 앉아있는 생물에게 이어져있었다.

 

 두 발을 굽힌 채 양 손으로 철조망을 움켜쥔 괴물은 눈, 코, 입이 죄다 막힌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지그재그 형으로 길게 이어진 검은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얀 색상에 한 쪽에만 치우쳐진 붉은 세로 줄이 두 개 있는 괴이한 마스크를 한 얼굴이 그녀를 정확히 바라보더니 스르륵 모로 기울어졌다.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말레바…?”

 

 바닥에 꽂혀있던 그 꼬리가 빠져나오고 길이가 순식간에 짧아졌다. 원래 상태로 돌아온 꼬리는 1m정도였고 각이 지지 않고 곡선으로 공중에서 유려하게 휘어졌다. 바다 속에서 유영하는 물뱀 같은 움직임이었다. 단아는 말레바를 의식하는 채로 재빨리 아래를 흘긋 바라보았다. 꼬리가 박혔던 바닥이 거칠게 움푹 패여 들어가 있었다.

 

 이건 현실 아닌 현실이다.

 

 바닥에 남겨진 흔적은 괴물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과 괴물.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인지하는 미드워커들에겐 이러한 흔적은 두 세계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괴리감으로 인 해 뇌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드워커들은 본능적으로 괴물의 세계를 우선으로 인지한다. 그건 마법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괴물들의 세계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과 유사한 행동의 일환이었다.

 

 “…씨발놈이란 거 취소할게.”

 

 단아는 그렇게 말하며 굳은 얼굴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말레바에게 고정되어있던 제윤의 얼굴이 슬며시 돌아가 옆모습을 보였다. 꿀꺽. 그의 목울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움직였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두 사람의 시선에 어떤 감정의 장벽도 없었다. 그저 이 순간, 철없이 신나게 날뛰던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괴이한 상황이 감정과 시간의 장벽을 단숨에 허물어버렸다. 어쩐지 우습기도해서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엿 같은 일이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거세졌다. 하기야, 일반인의 눈에야 갑자기 마제윤이 처음 보는 여자를 던져버리고, 욕 하면서 일어났던 여자도 딱 굳어서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게 무슨 쇼인가 싶을 테다.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이들이 '뭐야, 뭔데?'라고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이지 편한 팔자들이다. 같은 공간에 숨을 쉬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 그 괴리감이 또다시 숨 막히게 다가왔다.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은 인간들이 존재하는 실제의 세계를 똑같이 복제한 그들만의 격리된 세계다. 그렇기에 보통 인간에겐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못한다.

 

 세계라는 개념을 평면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굳이 그렇게 정의하고 설명하자면, 괴물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세계에 존재하는 각각 개체는 오직 앞만 바라본다고 생각했을 때 인간은 괴물을 볼 수 없되, 괴물은 인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들은 안락한 집에서 살아간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차 한 잔. 작게 울리는 텔레비전 소리와 온기를 채워주는 가족들. 초인종이 딩동, 울리면 찾아올 누군가와의 한 때.

 

 밤이 되면 빛은 하나 둘 꺼지고 잠이 들 때면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하겠지. 좋은 하루였어.

 

 그러나 그들의 뒷집엔 괴물들이 이빨을 드러낸 채 때를 노리고 있다. 그 고요한 잠재적 흉악범들은 낮이건 밤이건 가리지 않고 그들의 집 문 앞에서 머리통을 내민다. 언제 문이 열려 인간들을 찢어발길지 알 수 없는, 매일 매일이 위급상황인 나날.

 

 그러나 그 두려움은 언제나 미드워커들 만의 몫이었다.

 

 그 무수한 인간의 군집 속에서도 괴물들은 미드워커를 알아 볼 수 있으니까. 괴물의 시선으로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구별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미드워커들의 특수한 본능처럼 제 존재를 지워버릴 숙적을 알아보는 거라고 단순히 추측할 뿐이다.

 

 생각해보니까 안 그래도 미드워커라서 눈에 띄는데 후광의 인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으니 괴물이 꼬여들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결국 또 무덤을 팠다.

 

 마법이고 뭐고 일단 싸우려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야했다. 이딴 일에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제윤이지만 일단 괴물을 마주친 이상 모른 척 할 순 없을 테다. 본인의 안전상 문제도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 가해자의 실체도 없이 피해자가 생기는 심령소동을 목격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게다가. 그래, 여긴 일반인이 너무 많다. 자신은 여왕이고, 최대한으로 두려움을 억누르겠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까닥 잘못했다간 미드워커 대량양산이다.

 

 점점 물러나는 단아의 발걸음을 따라 제윤의 발걸음도 서서히 물러났다. 두 사람의 시선은 말레바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단아는 방금 전 제윤이 그랬듯 침을 꿀꺽 삼키고는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 허공에 글자를 적었다.

 

 ㅡ별밤공원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을 본 그가 멈칫했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짝이던 글귀는 서서히 모양을 바꿔 숫자의 형태로 변했다.

 

 ㅡ1, 2

 ㅡ3

 

 마지막 숫자의 형태가 채 완성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활짝 열려진 철조망 문을 향해 달려가는 단아의 발은 높은 하이힐 위임에도 끄떡없었지만 제윤과의 거리는 금세 좁혀져 두 사람은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

 

 급하게 뛰어가는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없었다. 우득, 하고 무언가 짜부라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오랜 경험으로 아는 건 하나다. 이럴 땐 뒤를 돌아볼게 아니라 정면을 보고 죽어라 뛰는 거다.

 

 열려진 철조망 문으로 급하게 빠져나가려는데 가볍게 날듯이 도약해 온 괴물이 바로 그 위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뱀 같은 꼬리가 파도치듯 굽이쳤다. 살랑거리는 움직임이지만 언제 날카롭게 돌변해 심장을 노릴지 모른다. 이 공터만. 공터만 빠져나가 모퉁이만 돌면 저기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폭주족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야! 야. 마제윤. 너 대체 뭐하는 거야?”

 “마제윤!”

 

 누군가 그를 부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성난 듯한 발걸음소리가 무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민주연이다. 아직까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게 분명했다. 단아는 일그러진 표정의 여자를 힐끔 바라보았다. 좀 꺼져라 제발. 이 언니는 널 상대할 여유가 없어요.

 

 말레바의 하얀 얼굴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바닥이 패일 정도로 공격한 것과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 없는 그 행태가 오히려 더 오싹했다. 놈은 구부정하게 구부린 자세로 한 쪽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마제윤….]

 

 괴물이, 인간을 언어를 사용했다. 그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긴 대립의 시간 동안 발전한 건 인간들만이 아니다. 몇몇 괴물은 인간의 언어를 배웠고 인간의 생활을 이해할 정도로 진화했다. 그러나, 말레바가, 저 괴물이 부른 것이 다름아닌 제윤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소름끼치게 다가왔다.

 

 말레바가 내민 주먹이 말린 손이 풀리고 다섯 갈래로 난 손가락. 부채처럼 펼쳐진 손가락 사이의 거리가 살며시 좁혀졌다.

 

 [도와줘.]

 

 순간 제윤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고 단아의 얼굴은 희게 질렸다. 제윤의 이름을 불렀지만 말레바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 괴물은 몸을 숙여 단아에게로 하얀 얼굴을 가까이 내렸다. 놈이 한 손으로 잡은 쇠봉과 철조망이 단숨에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도와줘. 제발.]

 

 하얀 가면 속 아래의 얼굴은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비웃고 있을 테다. 내뻗은 손과 반복되는 말. 도와줘. 도와줘. 단아의 숨결이 괴물의 가면에 닿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제윤과 단아. 두 사람 모두 긴장으로 온 몸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순간, 단아를 바라보던 말레바의 하얀 마스크를 쓴 얼굴이 우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돌아갔다. 몸에 고정된 채로 목이 완전히 원을 그리며 뒤틀린 것이다. 눈앞에서 그 광경을 바라 본 단아는 이어지는 말에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게 얼어버렸다.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왜?]

 

 쉼 없이 돌아가며 반복되는 소리가 고요를 잡아먹고 귓가에 난폭하게 파고들었다.

 

 “씨발!”

 

 꼼짝 못하고 굳은 단아의 팔을 잡아챈 제윤이 그녀를 이끌고 말레바가 앉은 철조망 문을 단숨에 넘었다. 곧 바로 정신을 차린 단아는 제윤을 따라 진회색으로 굳은 건물들을 지나쳐 사이길 모퉁이를 돌았다.

 

 괴물은 여전히 목을 뒤튼 채로 그들을 뒤좇았지만 모퉁이를 돌았을 땐 아무도 없었다. 꼬리가 달린 것만 빼면 지나치게 인간의 형태와 유사한 괴물은 가만히 자리에 서서 몸을 구부정하게 했다. 정적.

 

 [어디?]

 

 들어줄 이 없는 소리가 격리된 괴물만의 세계에서 공허하게 울렸다. 말레바는 순식간에 건물의 창틀을 딛고 올라가 옥상으로 올라섰다. 저 아래, 시끄럽게 웅성거리며 달려오는 폭주족 무리가 보였지만 괴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괴물은 잠시 그대로 옥상 난간에 구부정하게 앉아있었다. 환한 달빛이 괴물을 비추고 건물 아래로 인간이 아닌 것의 그림자가 길게 자리 잡았다. 괴물은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저게 아니다. 저 멀리, 제 손아귀를 벗어난 먹잇감이 저를 부르는 강렬한 색채가 느껴졌다. 기이하게 돌아갔던 목이 원래대로 풀렸다. 사냥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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