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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6)
작성일 : 17-07-26 22:14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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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황당한지 낯선 남자의 허리를 붙잡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을 정도였다. 거리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시끄러운 소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들렸다. 아, 그래요. 망해버렸어요. 단아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눈을 가늘게 좁혔다. 바람이 날카롭다. 조금 늦게 현재 상황에 대한 자각이 들었다.

 

 “겁나 빠르네.”

 “설마 처음?”

 

 위험천만하게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남자가 묻자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 제발. 안전운전 좀 부탁이요.”

 

 은랑이 들었으면 뒷목을 잡고 기절할 대답이었다. 단아의 심각할 수준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은랑은 절대 그녀에게 운전석을 넘긴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니가 면허증을 딴 건 기적이자 재앙이야.’란 말을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했으니까.

 

 사실 그 안전 불감증도 원래의 성향은 아니었다. 여왕의 대리인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은 새로운 미드워커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우선적인 키워드다. 그렇기에 19살의 4월. 그 사건 후에 단아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 결과적으론 웬만한 상황에 벌벌 떨 일은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게 심각할 정도의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져서 단아는 ‘위험상황’에 대한 자각이 보통사람보다 많이 무뎌졌다. 운전면허 첫 시험에서 시험관은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를 높여 비명을 질렀고 동승했던 시험 동기는 뒷좌석에서 기절해 버렸을 정도였다. 단아는 결국 시험관들에게만 눈물겨운 총 3번의 시험 끝에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주변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양이나 머리칼이 휘날리는 것만 보면 엄청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자각은 드는데,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다가 손 풀고 콧구멍이나 휘비적 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질 지도 몰랐다. 끔찍한 최후다. 그럼 제 친구는 분명 똥 씹은 얼굴로 이렇게 말하겠지.

 

 아, 우리 여왕님. 품위 좀.

 

 그래, 은랑. 완전 다른 방향으로 멀어져버린 제 친구를 떠올리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우선은 둘 중 누가 기사가 있는 무리로 가고 있느냐가 문제다. 오토바이가 멈추면 어차피 알게 될 결과지만 말이다. 오토바이는 점점 낯선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높은 철조망 옆에 수 십 대의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서있었다. 몇몇 오토바이는 주인 없이 비어있었지만 그 위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사람도 있었고 진하게 키스를 하느라 정신없는 커플도 있었다. 세상에. 여기가 무슨 영화 속인줄 알겠다. 빈 오토바이의 주인들은 아마 저 철조망 너머에 있겠지. 멀리 우글우글 모여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아는 오토바이가 세워지자 땅으로 폴짝 내려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그래서, 여기가 까마귀 둥지인가, 똥개의 소굴인가. 이것 참 설레네.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 채우태. 왔냐?”

 

 가까운 거리에서 담배를 태우던 남자가 단아를 태워 온 이에게 인사를 하자 그가 대충 손을 움직여 인사했다.

 

 “이야. 기럭지 쩌는데. 나름 괜찮은년 건졌네?”

 

 남자는 철조망에 담배꽁초를 끼우곤 그들에게 어슬렁거리듯 걸어왔다.

 

 "이것 봐라, 이거. 내 타입인데."

 

 그가 단아에게 얼굴을 쑥 들이밀며 입맛을 다시자 노란 머리의 남자, 채 우태가 그녀를 제 뒤로 빼면서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반짝반짝하지?”

 “뭐?”

 

 채우태의 말에 남자가 이해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래, 내가 좀 빛이 나지. 내 마법은 완벽하거든. 단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머리카락을 찰랑거리게 넘기면서 오만하게 웃었다. 그래. 좀 자랑스러워해라. 넌 지금 무려 여왕의 대리인을 낚아왔다고, 이 얼간아.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여왕 따윈 때려치웠다며 땅을 파고 들어가던 게 어이없을 정도의 순응력이었다.

 

 “근데 완전 이 바닥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야, 꺼져꺼져.”

 “왜 이래? 좋은 건 좀 나눠가져야지.”

 

 기억에 없는 얼굴이다. 단아는 멋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타의로 멀어진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다 고개를 픽 돌렸다. 아무래도 이쪽에 연관된 과거가 있다 보니 얼굴을 아는 폭주족이 몇 정도는 있었다. 저 놈도, 저기 저 년도. 모르는 얼굴.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게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약하게 짜증이 이는 순간 채우태가 그녀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이리 와.”

 

 단아는 그에게 이끌려 넓은 공터로 들어섰다. 공터 중앙에는 드럼통에 나무와 쓰레기를 넣어 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많은 이들이 둘러 앉아있었다. 뒤편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커다란 파이프가 쌓여진 위에도 몇몇이 앉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무슨 캠프파이어도 아니고. 조금 있으면 누가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거 아니야? 단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많은 이들을 눈에 담았다.

 

 채우태의 등장에 여럿이 관심을 보이며 뭐라 말하기 시작했지만 단아는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역시 모르겠고, 모르겠는데. 이 정도로 아는 얼굴이 없으면 여기가 정말 까마귀 소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뒤에서 여러 대의 오토바이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속에 희미하게 딸려오는 웃음소리.

 

 스모그가 깔린 기억 속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왔다. 두 사람이 거기에 타있었다. 뒷자리의 여자는 민망할 정도로 줄인 교복에 얼굴은 새하얗게 화장을 하고 있는 동급생이었다. 그 붉은 입술이 열리고 높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와 기억을 뚫고 현재의 음성과 겹쳐졌다.

 

 “민주연.”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입 밖으로 나간 지 정말 오랜만인 이름이었다. 기사에 대한 일반적인 애정과 집착을 가졌던 동급생, 그 여자다. 은랑에겐 안됐지만 보물상자는 여기에 있는 모양이다.

 

 “제윤아, 안 그래?”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몰라도 그렇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제윤아, 제윤아, 제윤아.

 

 순간 속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 수많은 다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되니 진정이 되지 않는다. 올라갔던 입꼬리가 이상하게 파들파들 떨렸다. 괴상한 표정일게 분명했다.

 

 네가, 여기에 있다.

 

 처음과, 검을 쥐던 손과, 어느 날의 저녁 식사, 미스테리 클럽, 담배 연기, 도서관, 땅에 떨어지던 검의 소리, 너의 얼굴. 화끈했던 뺨과 멀어진 등, 그리고 내밀지 않았던 손. 플립북을 넘기듯이 빠르게 지나간 기억에 날이 섰던 기분이 뭉개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널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자신은 아직 그 오랜 질문의 해답을 찾지 못한 채였다.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조금은 두려운 걸까, 설레는 걸까.

 

 단아는 천천히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얼굴. 단 한 번도 잊지 못했던 얼굴이 곧바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갑작스레 시선이 마주하자 다른 것보다 죄책감과 두려움이 먼저 일어 반사적으로 시선을 땅으로 내려 깔고 말았다. 시선이 와 닿는 뺨이 절로 화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하지? 잘 지냈어? 아니면,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갖은 당당한 척은 다 했지만 혼란으로 머리가 뒤죽박죽이었다.

 

 아, 잠깐. 근데 어떻게 날 바로 알아봤지? 전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화장에 차림새였다. 물론 제가 누군지 숨기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바로 알아볼 줄이야. 도대체 왜? 잠깐 당황하는 사이 그가 성큼성큼 걸어 제 앞까지 다가왔다.

 

 “…아.”

 

 다가온 그의 발끝을 응시하던 단아가 멍청한 표정으로 짧은 말을 뱉어내며 제 손을 들었다. 번쩍번쩍. 정면을 봐도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빛. 그게 제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애초에 여기선 ‘채우태’라는 남자에게만 보이게 한 마법이지만 자신과 같은 미드워커인 제윤의 눈에 그게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엿 같지? 오랜만의 재회에 무시무시한 꼴이었다.

 

 “…너.”

 

 그의 목소리가 눈앞에서 떨어졌다. 쿵. 하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계속 이러는 것도 우습겠다 싶어서 고개를 들려고 하는데 가만히 내려져 있던 제윤의 손이 불쑥 올라와 제 팔을 잡았다.

 

 “?”

 

 비단 단아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지금 상황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뭐지? 다음 생각을 하기도 전에 단아는 순식간에 우악스러운 힘에 옆으로 내던져졌다. 아니, 이게 뭐죠. 단아는 점점 가까워지는 땅에 아무런 대처도 못한 채로 얼굴을 처박고야 말았다.

 

 “….”

 

 그녀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불시의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시발, 나, 나름 두 번째 세계의 여왕인데. 문득 일어나는 서러움을 누르고 급속하게 성장한 분노가 전신을 지배해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야이 씨발놈아!”

 

 숱한 고민도 무색하게, 근 1년 만의 첫 대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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