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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5)
작성일 : 17-07-26 22:07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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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미드워커 동무들. 내가 또 꿈꿨다?”

 

 단아의 말에 모두가 일순간 동작정지 명령을 받은 로봇처럼 딱 멈췄다. 문지기는 음료가 든 잔을 들려는 자세 그대로 멈춰서 그녀를 바라보았고 은랑은 마시던 게 잘못 넘어갔는지 켁켁 거리기 시작했다. 그 부산물이 제게 튀자 단아는 ‘악!’ 소리를 지르며 몸을 피했고 한숨을 내쉰 문지기가 냅킨을 내밀며 은랑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래서, 뭔데?”

 

 그 와중에 별 거 아니라는 듯 테이블에 올려 진 노릇노릇한 번을 뜯는 손. 광대는 번을 두 개로 찢으면서 다소 경박스럽게 입을 짭짭거렸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3월, 하늘은 다소 침침했지만 카페 내부는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너네 ‘마제윤’이라고 알아?”

 

 단아의 물음에 은랑이 인상을 찌푸렸다. 잘 알다마다. 그는 자신과 단아와 같은 중학교 출신의 남학생이었다. 지독하게 싸늘한 인상에 상대를 압도하는 커다란 신장, 거기다 그를 위해 굽실거리는 주변인들의 태도까지. 절대 엮이고 싶지 않은 인물 중 하나다.

 

 조금 낯 뜨거운 비유지만, 그는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군림하고 있는 지배세력이었다. 그의 눈치를 보며 그 위세를 등에 업고 포악하게 구는 남학생들과 그 무리에 끼여서 잘난 맛에 오만하게 구는 여자애들은 그야 말로 꼴불견이었다. 사실 마 제윤이라는 인간보다는 그에 붙어있는 날파리같은 존재들이 더 역겹다. 때문에 갑자기 단아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은랑은 다소 까칠한 태도가 나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그 놈이 조만간 인터넷소설의 절정부분을 하나 찍을 거 같은데 여러분의 의견 구해본다.”

 

 이어지는 말은 모두의 입이 벌어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제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인물 중 하나인 ‘이진택’이 다른 폭주족 세력과 짜고서 그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고, 그 때문에 그가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게 된다는 이야기. 은랑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에, 그런 소설이 유행할 시기는 좀 지나지 않았어?”

 “…여자애들 사이에 그런 게 유행하긴 하나봐?”

 

 문지기가 애매한 표정으로 묻자 단아가 키득키득 거리면서 '사실, 랑이가 인터넷소설의 엄청난 애독자이긴한데'라고 가볍게 폭로했다.

 

 “닥쳐. 모든 건 과거일 뿐이야.”

 

 은랑이 그렇게 말하며 몇 번 헛기침했다. 단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광대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였고 은랑도 제 나름대로 생각에 골머리를 썩는 모양이었다. 그들 사이로 침묵이 자리를 잡을 즈음, 문지기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결국 답은 뻔했다.

 

 그들은 우선 폭주족 무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단순히 두 무리로 나뉘어져서 여기저기 피해를 준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지, 자세한 건 잘 몰랐으니까. 예상외로 그들에 대해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같은 반의 여학생들에게 넌지시 그 주제를 던지자 알아서들 떠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블랙 크로우(Black Crow)와 하운즈(Hounds). 검은 까마귀와 사냥개들. 그게 두 폭주족 무리의 명칭이었다. 가만히 경청하던 단아는 오글거림을 이기지 못하고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주먹을 쥐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제 옆의 은랑도 마찬가지로 괴로운 표정이었다.

 

 “원래는 한 무리였는데 예전에 우두머리격의 두 사람이 싸워서 갈라져서 그렇게 되버렸다나봐. 지금은 완전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지. 우리학교에 마제윤이랑 그 패거리들도 그 하운즈 소속이야. 보통 학교별로 주축이 되는 세력이 있는데 성율중은 블랙 크로우고, 이쪽 유신중부터 우리 고등학교는 하운즈 쪽이지. 근데, 너네 둘다 유신중 출신이면서 그것도 몰랐어?"

 

 여학생의 물음에 단아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뭐….’라고 짧게 말을 웅얼거렸다. 워낙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그냥 양아치는 다 똑같은 양아치지, 구분이 필요하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여학생들의 대화는 어느덧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도 마제윤은 진짜 잘생기지 않았니?"

 "솔직히 폭주족이니 뭐니 해도 잘 생겨서 좀 설레긴 해."

 "그치그치? 다른 학교 친구가 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 달라고 부탁하더라."

 “에이, 그럼 뭐해. 민주연이라는 어마어마한 년이 붙어있는데”

 

 누군가의 말에 다들 동조하며 깔깔 웃었다.

 

 "어휴, 좀 보다보면 마제윤이 불쌍할 정도라니까."

 "왜, 그래도 그 년이 예쁘긴 예쁘잖아?"

 "그럼 뭐해, 미친년인데."

 "내가 그 년만 아니었으면 솔직히 한 번 쯤은 도전 해봤을 텐데!"

 "누구? 마제윤한테? 얼씨구! 잘도 성공하겠다."

 

 여기 인터넷 소설 여주인공 희망자들이 한 박스네.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단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아, 근데 너네 그거 알아?”

 “뭐?”

 “블랙 크로우에 말이야, 신승호라는 남자애가 있는데.”

 “어, 나 그 이름 들어본 거 같아.”

 “신율중 출신이야.”

 “그 신승호랑 마제윤이 완전 철천지원수 사이래.”

 “당연한 거 아니야? 음, 블랙 크로우랑 하운즈잖아.”

 “아니아니, 두 사람은 유독 심하대. 진짜 둘이 마주치면 그 날로 난리가 난다나봐.”

 

 

 

 그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단아는 식판을 톡톡 두들기면서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이 되니 입맛이 좀 없는 거 같아.”

 “지랄이야, 그거.”

 

 은랑이 이미 깨끗하게 비워진 단아의 식판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꿈속에서 본 몇 가지 키워드로 사건이 일어날 날짜는 미리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 날이 도래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정보를 모으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명쾌한 답은 없었다. 단아는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결국 그거 밖에 없는데.”

 “뭔데?”

 “요점은 마제윤이 수면제가 든 음료수만 안 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냥 그 전에 들고튀자.”

 “음료수를??”

 “아니, 마제윤을.”

 “…말이나 되냐?”

 

 은랑의 부정적인 답변을 밥과 함께 씹어먹은 광대가 “괜찮은데?”라고 말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거 재미있겠다!"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푸흐흐 웃었다. 역시나 은랑의 의견따윈 단숨에 무시하고 광대의 긍정적 답변에 감동한 단아는 ‘역시 그렇지?’라고 싱글벙글 웃으며 덧붙였다.

 

 “어쨌거나 내 팔자에 마제윤을 위해 움직이는 날이 오다니!”

 “무려 구출작전이라고, 이거.”

 “보통 이럴 땐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건 여자던데 말이야.”

 “세상에, 공주님이 따로 없네. 그럼 우리가 용사들이야?”

 “뭐래, 용사는 한 사람이고 나머진 떨거지지.”

 

 단아가 숟가락을 빙글 돌리면서 뱉어낸 말에 광대가 손을 번쩍 들면서 말했다.

 

 “나요! 내가 손 먼저 들었으니까 나야! 그럼 역시 용사는 내가 할래. 공주는 멋진 남자가 구출해야지.”

 “닥쳐. 요즘은 시대가 변했어. 멋진 여기사가 요즘 트렌드야. 공주님을 구출하는 여자 용사라니, 얼마나 참신해?”

 “지나친 비약이야! 용사는 역시 멋진 남자지!”

 

 질 수 없다며 공주를 구출하는 용사의 자리를 두고 투닥거리는 여왕과 광대를 보며 은랑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시끄러워! 애초에 너네 그 공주가 180은 간단히 넘는 건장한 사내놈이라는 건 잊었어?”

 

 문지기는 도저히 어디서부터 정정해야 할 줄을 몰라 머리를 짚으면서 난감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계획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그 이름만 거창한 공주님 구출작전의 시작이었다.

 

 

 

 “여기야.”

 

 은랑은 제 앞에서 들려온 말에 잠깐의 회상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창고 앞이었다. 오른 편엔 불이 꺼진 철물점이 있었고 왼쪽엔 아직 건설단계인 건물이 앙상하게 철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이 지나치게 황량한 게 딱 폭주족들이 근거지로 잡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아무래도 여긴 과거에 물류창고로 쓰였던 곳인 듯하다.

 

 블랙 크로우? 아니면 하운즈?

 

 남자는 먼저 오토바이에서 내려 은랑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속해서 모호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어쩐지 조금은 민망해졌다. 이 빌어먹을 후광의 인인지 뭔지, 당장 제거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랑은 그의 손을 어색하게 잡고 땅으로 내려섰다. 그는 은랑에게서 몸을 돌려 창고 앞에 붙은 기계에 무언가 입력했다. 아마도 비밀번호인 듯 했다. 그녀는 남자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눈에 익은 마크를 발견했다.

 

 “더 볼 것도 없네.”

 

 역시, 여왕님의 운은 못 따라가겠다니까. 덧붙이는 말에 남자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뒤로 고개를 돌렸다.

 

 눈에 들어오는 건 덩그러니 놓여진 제 오토바이 한 대 뿐이었다. 깜짝 놀라 굳은 그의 뒤로 창고 문이 서서히 위로 블라인드가 올라가듯이 열리며 환한 빛이 퍼져 나왔다. 꽤 넓은 내부는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정면의 벽에는 검은 까마귀의 형상과 블랙 크로우(Black Crow)라는 글자로 된 그래피티가 한 자리를 차지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왔어?”

 

 그 안에서 나온 누군가가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잉? 뭐야, 오늘은 왜 혼자야? 기집년이 있어야 흥이 나지.”

 “있었어요….”

 “뭐?”

 

 남자는 그 물음에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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