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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3)
작성일 : 17-07-26 21:48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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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날도 추운 10월에 헐벗고 거리에 서 있는 이유라. 황당하지만 그게 두 사람이 도출한 기사와 만날 방도다. 이 정도면 눈물겹다. 은랑은 달달 떨리는 몸에 팔짱을 끼며 잔뜩 웅크렸다. 이 꼴까지 하고 나타나면 기사는 어이구,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납작 엎드리면서 춥지는 않으세요? 우리 화해할까요? 하고 먼저 병신같이 웃어줘야만 한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여왕의 증표, 퀸 모멘타(Queen Momenta). 그것이 알려주는 해답은 핵심적이면서도 알아듣기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59장이라는 한정된 카드로 사람이 가진 의문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는 힘드니까. 적중률이 100%이지만 단아가 하는 해석이 모두 들어맞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가 뽑아내기는 100% 제대로 된 카드를 뽑아내는데, 그걸 매번 정확히 해석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아, 이걸 말하는 거였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니 남은 건 주어지는 카드로 의미를 잘 끼워 맞추는 것인데, 말 그대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있었다.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복잡하게 이어진 시간의 흐름과 인과관계. 그 모든 것이 정립될 때 올바른 해석이 도출되는 법이다.

 

 차라리 그냥 하루 종일 꿈이나 꾸고 있는 게 낫지. 카드를 골라내면서 단아는 그렇게 투덜거렸었다. 꿈은 차라리 사건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정확한 방도를 알려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꿈은 그녀가 원하는 내용을 골라서 보여주지는 않으니 퀸 모멘타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아는 예전엔 퀸 모멘타가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해석할 줄 몰라 한참이나 끙끙거렸었다. 그러나 꾸준한 경험덕분인지 뭔지 이제는 대강 전체적인 느낌이 오는 편이었다. 다만 거기에 다분히 논리성은 결여되어있었다. 물론 1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제 감을 믿었다. 뭐, 혹시 아님 말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렇다. ‘기사’를 만나고 싶어. 그 답으로 골라낸 두 장. [유희],[한밤의 질주]

 

 첫 번째 ‘유희’ 카드는 맨발의 여인이 어떤 사내의 한 쪽 손을 잡고 모닥불 앞에서 춤을 추는 그림이었다. 그들 주위엔 마찬가지로 춤을 추는 많은 젊은 남녀 쌍이 있었고 안락해 보이는 녹색 수풀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가만 보면 그저 남녀가 즐겁게 춤을 추고 있겠구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수풀 사이에 숨겨져 반 쯤 드러난 황금색 구두 한 짝. 여인이 구두를 벗어두고 놀고 있다는 건데, 황금색 구두는 퀸 모멘타에서 유일하게 모든 카드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즉, 이 카드 내에서 황금색 구두는 여왕이라는 상징이었다.

 

 그러니 여왕이, 구두를 벗고 여왕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잠시 동안의 유희. 그런데 수풀에 보이는 것은 한 짝뿐이다. 나머지 한 짝은 수풀 뒤로 이어진 길, 살며시 여인을 살펴보며 발을 옮기려는 땅딸막한 또 다른 남자가 들고 있었다. 도둑이다.

 

 카드의 이름은 유희, 더 풀이하자면 잠깐의 유희로 인한 본인의 손해.

 

 첫 장을 뒤집을 땐 살짝 흐릿했는데 두 번째 [한밤의 질주]를 보는 순간 단아는 이미 결론 내렸다. 잠깐의 여흥을 위해서 자신을 망치는 일. 그리고 한밤의 질주하면 바로 떠오르는 단어 폭주족.

 

 한밤의 질주라는 카드는 예전에 기사에 관련된 일이 있을 때 몇 번 나왔던 것이니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물론 폭주를 뛴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망치는 행위지만, 점을 치기 전에 폭주족에 관련된 키워드일거란 점은 예상했으니 첫 번째에 대한 다른 관점이 필요했다. 거기서 단아는 ‘여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여성이 행하는 잠시 동안의 여흥. 그로 인한 자기파괴. 폭주족.

 

 거기서 예전에 얼핏 지나가듯이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왜, 그런 년들이 있어. 폭주족 새끼들이랑 한 번 어울려보려고 길거리로 나가는 여자애들. 보면 중딩들도 더러 있다니까? 뭐긴 뭐야. 결국 하루 뒹굴다 버려지지. 그러다가 좀 무리를 주름잡는 놈한테 잘 보이면 그 때부터 옆구리에 끼여 다니기도 하던데, 그런 년들이 폭주족 새끼들보다 더 악랄한 짓을 많이 해. 거기에 계속 끼여 있고 싶거든. 그러다가 할 짓 못할 짓 다 해보게 되고. 하루 놀다 버려져도 그런 애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나와. 웃기게도 말이야.'

 

 그리고 빈이 해주었던 이야기.

 

 '폭주족 사건이 하나 크게 터졌는데, 거기에 우리 학교 애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었나 봐요. 평소에 좀 제대로 논다, 하는 애들은 거의 다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면 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우리학교가 선배들부터 대대로 폭주족 연대가 꽤 단단하게 잡혀 있잖아요? 사실 워낙 막 나가던 애들이라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그거 보다 놀란 건 평소에 그 폭주족 무리랑 별로 가깝지도 않고, 그냥 어정쩡하게 노는 흉내만 내던 여자애들이 있었거든요? 그 애들도 사건에 크게 연루됐었나 봐요.'

 

 가만히 돌이켜보니 과거에 기사 때문에 폭주족과는 잘도 얽혀 있었다. 원치도 않게 그들이 공터에 모여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관람했다, 이 말이다.

 

 그 때 웬 업소에 있을 법한 여자들이 이렇게 많나 했더니, 그게 다 폭주족 무리는 아니고 하룻밤 즐기려고 몸을 내던지는 정신 나간 년들이었던 모양이다. 뭘 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 여자들처럼 치장하고 거리로 나가자. 그리고 폭주족 한 놈한테 선택받으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아지트로 데려가겠지. 좋아, 그럼 거기서 기사를 만나고 겔샤르의 인이 깨졌다는 소식을 알리면 된다. 겸사겸사 화해도 하고.

 

 물론 그 말을 들은 은랑은 ‘드디어 우리 여왕님, 미쳤구나.’라고 중얼거리며 뒷목을 잡았고 ‘그딴 건 너나 해라!’를 외치며 파티이탈 선언을 해버렸지만 결국 이렇게 분장되고 끌려오고야 말았다.

 

 물론 여기까지의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뭐 길거리 아무데나 서 있다고 해서 폭주족이 나타나서 ‘야, 타!’를 외쳐주겠는가. 그러니까 그녀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을 테다. 경찰이 한 번 뒤집어 엎었다지만 길거리로 나오는 여자들이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동일한 장소는 꼬리가 밟히니 그 ‘선택의 장소’가 다른 곳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빈에게 물어 폭주족이라는 아이들의 명단을 받았다. 대부분 사회봉사 처벌을 받고 있었고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해 줄 이야기는 아니었다. 타겟은 제일 많은 봉사처분을 받은 남학생 하나.

 

 복지관에서 잡초를 뽑는 일을 하던 중 이었나 본데, 그 와중에도 그냥 화단에 앉아 담배나 뻐끔 피워대고 있었다.

 

 '어이구, 자라나는 새 시대의 쓰레기네. 불조심 몰라요 후배님?'

 

 나름 미인계라고 싱그럽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갔더니 침이나 찍 뱉는다. 왜. 뭐. 노려보면 어쩌게. 그는 열심히 준비해 간 마법에 진실을 술술 불었다. 진실을 불어내곤 ‘이게 뭐야!’ 소리치는 그의 뒷목을 퍽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너지는 학생의 뒤로 벨릭페스의 검을 든 은랑이 있었다. 실로 깔끔한 동작이었다.

 

 벨릭페스의 검에 내재된 고유 마법 1. 칼 손잡이로 맞은 대상은 일정시간 기절. 단 상대방이 인간이며 뒷목을 정확히 맞았을 경우에 한함.

 

 처음부터 이 검의 기능은 아니고 단아 자신이 17살 정도에 몇 날 며칠을 걸려 검에 집어넣은 마법이었다. 괴물이야 일반인이 볼 수 없다지만 미드워커들이 든, 현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기는 일반인들에게 보이니 가끔씩 목격자가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저기요, 웬 고등학생이 장검을 들고 미친 놈 마냥 설치고 있어요. 그 정도면 경찰서에 신고 할 법하다.

 

 물론 지금이야 그런 일이 생기면 온갖 환각마법을 걸어버리겠지만 그 당시엔 정말 고민거리였고 당시에 할 줄 알았던 마법을 동원해 검에 특수 기능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고등학생에게 환각마법이 아니라 검이 사용된 건 명쾌한 이유가 있다. 이게 더 간단하니까. 뭐 하러 온갖 인을 허공에 그리고 시간을 줄줄 보내겠는가.

 

 고결한 자존심을 가진 검은 자신이 한낱 둔기가 된 것에 불만을 표출하듯이 웅웅 떨었지만 둘 중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아는 문득 썰물처럼 밀려오는 자괴감에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또 이딴 병신 짓을 하게 되다니. 속이 갑갑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녹색 소주병과 종이컵 두 개를 꺼내 화단에 앉았다. 그리고 은랑과 소주 반 병 정도를 사이좋게 나눠 마시고는 소주병을 잡초 위에 널브러진 학생의 손에 친히 끼워주었다. 아가, 누나가 미안하다. 그러게 잘 좀 살지 그랬어.

 

 사실 기억조작이라는 명쾌한 답이 있긴 했지만 그건 지나치게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기억을 잘못 건드렸다가 말 그대로 사람 인생 하나 망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미드워커 역사 상에서도 기억조작의 사용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회상을 끝낸 단아는 팔짱을 낀 채로 손가락으로 팔꿈치를 톡톡 두드렸다. 잔뜩 경계하는 시선이 주위에 한 가득이다.

 

 “뭐야, 신입?”

 

 누군가의 물음에 단아는 오만하게 대답했다.

 

 “거기 언니들은 집에나 가. 오늘은 나랑 얘가 있어서 주제도 모르고 밤에 날뛰는 소음공해 주범인 우리 오빠들이 언니들한텐 눈길도 안 줄 거라는 소문이 있더라.”

 "저 년 미친 거 아냐?"

 

 제 친구를 향한 욕설에 은랑은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이 년은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할 건데. 짜게 식은 눈으로 시선을 돌리자 단아는 ‘너네가 아무리 짖어대도 난 평화롭다’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단아가 슬쩍 고개를 돌려 침울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역시 이 빌어먹을 여왕이란 걸 다시 했더니 좀 미쳐가는 거 같지않아? 나?”

 “아니. 넌 원래 미쳤던 거 같아.”

 

 은랑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답했다.

 

 "내가 장담할 수 있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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