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9)
작성일 : 17-07-26 21:0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60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프리멜라는 그 동안 에들리와 만나 그와 정해둔 일정을 함께했다. 정말로 테람 시에서 그녀가 만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거의 억지로 정해진 일정에 움직이는 것도 이제는 제법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관광 일정이 아니라도 두 사람은 의미 없는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고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 서로 다른 자신만의 일을 하기도 했다.

 

 우습지만 거의 2주도 채 흐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프리멜라는 이제 그 이야기가 서서히 끝이 보임을 알았다. 4월 24일. 오늘은 에들리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다.

 

 휴대폰에 떠오른 날짜를 수시로 바라보았다. 그는 내일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 단순히 돌아갈 때가 온 것뿐이다.

 

 그날. 에들리가 속삭여준 그 말이, 제 손을 잡아오던 온기가 자신을 뒤흔들었다. 아무렇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한 없이 독한 꿀에 절여지는 것만 같았다. 너무 신경이 쓰여.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눈가를 덮었다. 이런 자신을 누군가 바라보고 비웃을 것만 같았다.

 

 계단 난간을 잡자 서늘한 냉기에 정신이 돌아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데 푹 꺼진 눈을 한 창백한 남자와 마주쳤다. 201호의 그 이상한 남자였다. 그는 계단에 서 자신의 시선보다 조금 위쪽에 있는 프리멜라를 쭉 훑어보더니 ‘흠’하고 알 수 없는 의미의 비음을 흘렸다.

 

 약에 절은 것처럼 초점이 없는 눈동자에 프리멜라는 눈길을 바로 떼고는 그를 지나치려했다.

 

 “핑거우드?”

 

 그가 제 성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홱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맞구나?” 하더니 느릿하게 웃었다.

 

 “뭐예요?”

 “얼마 전에 여럿이서 하도 그렇게 부르면서 윗집 문을 두드리는데 모를 수가 없잖아.”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얼마전 사과를 한답시고 경찰서에서 사람이 왔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나쁜 눈길에 인상을 확 굳히는데 201호의 문이 열리면서 헐벗은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사일러스(Silas), 무슨 바람을 이렇게 오래 쐬는 거야?”

 

 프리멜라는 같이 약이라도 한 것인지 똑같이 흐리멍텅한 눈을 한 커플을 보곤 속이 역해져서 바로 계단을 내려갔다. 201호엔 분명 남자 혼자서만 산다. 여자친구인지 뭔지 여태껏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어쨌거나 별로 엮이고 싶은 이들이 아니니 신경을 끄는 게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려가는데 문득 코끝에 남은 엷은 향기에 걸음이 느려졌다.

 

 언젠가 맡아본 적 있는 냄새였다.

 

 찝찝해진 기분도 잠시 빌라 앞에서 기다리던 이의 얼굴을 본 순간 프리멜라는 저도 모르게 살짝 표정을 풀었다. 에들리 데마논. 다정한 헤이즐넛 눈동자가 저를 담고 성큼 다가왔다.

 

 두 사람의 마지막 코스는 유람선이었다. 유람선은 해양도시인 테람의 주위를 돌아 멀지 않은 섬인 ‘테르엘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테르엘라는 조그마한 섬으로 날씨가 나쁘지 않을 때만 갈 수 있었고 아름다운 꽃 종류들을 인공적으로 재배해 꽃으로 뒤덮인 섬이었는데 4,5월에 가장 이용객이 많았다.

 

 선상 위에서 햇볕을 가리는 밀짚모자를 쓴 프리멜라는 난간을 잡고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자를 붙잡고는 에들리에게 말했다.

 

 “내일 돌아가는 거죠?”

 “아쉽나요?”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잖아요.”

 “하하. 영원함도 있을 수도 있죠.”

 “어쨌거나 당신은 가는 거고요.”

 

 프리멜라는 자신이 뱉은 말에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투정부리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황당한 말을 자신이 뱉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에들리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프리멜라는 또다시 열이 올라 벌게지는 게 느껴져 밀짚모자를 푹 얼굴이 보이지 않게 내리면서 뒤돌았다.

 

 “뭐 좀 마시고 올게요.”

 “제가 갈게요.”

 

 손목을 덥석 잡은 그가 밀짚모자를 벗기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뭐 마시고 싶어요?”

 “모자 돌려줘요.”

 “그냥 같이 갈까요? 잠깐 안에 들어가요, 우리.”

 “아, 이 사람이 진짜!”

 

 빙글 웃으며 프리멜라의 어깨를 감싸 안고 안으로 미는 에들리의 행태에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면서 그에게 이끌려갔다.

 

 내부에 있는 바(bar)로 향하는데 그곳에선 예기치 못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년 여성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씩씩대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그 앞에 선 꼬마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트리면서 제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에게 안겨있었다. 아이의 아버지처럼 보이는 남자는 수치심에 붉어진 얼굴로 항변하고 있었는데 중재를 해야 할 관리인은 눈치만 보고 있었고 다른 이용객들도 불편한 얼굴로 아이의 가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니! 여기 이거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내가 누군 줄 알아요? 어디서 저런 더러운 것들과 같은 공간에 집어넣느냔 말이에요!”

 

 중년 여성은 붉게 칠한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분노에 씩씩거리자 목에 걸린 알이 굵은 진주목걸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가를 반복했다. 그 아래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자주색의 얇은 드레스가 퉁퉁한 몸의 굴곡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었는데 퉁퉁한 손가락에 걸린 보석들이 괴롭게 그 사이에서 빛을 발했다.

 

 “이보세요,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이도 있는데!”

 “하. 당신은 뭐에요?”

 “저 아이 아빠입니다. 이제 그만 하시죠.”

 “더러운 잡종이랑 결혼한 미친놈이 누군가 했더니.”

 “뭐요?”

 “교양이라곤 없게도, 어휴.”

 

 프리멜라의 눈이 더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에게로 향했다. 어미의 품에 파묻힌 머리칼을 자세히 보니 머리뿌리 쪽이 푸른색이었다. 아무 말 않고 있는 아이의 어미 또한 푸른색과 검은색이 섞인 머리칼이었는데 자세히 봐도 염색인지 아닌지 판가름하긴 힘들어보였다.

 

 아무래도 정황상 중년의 여인이 불쾌함에 떠본 모양이었다. 그것에 침묵하거나 부정했을 부모의 응답보다 빠르게 아이의 긍정이 되돌아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가족들을 더러운 해충 취급하는 여성의 발언에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저들끼리 쑥덕거리기만 했다.

 

 저급한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 또한 전에는 저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텔레스라는 국가가 형성한 편협한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더라면 자신은 변화에 맞추어 날아가는 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옆나라인 리모갈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이곳은 너무나 보수적이었다.

 

 “그러게 잘 좀 숨기고 있던가.”

 “어휴, 뭔가 지상인이라 하니까 좋던 기분도 나빠지네.”

 “뭔데? 무슨 상황인데?”

 “아니, 저 아줌마가 저 애 머리색보고는 지상인이냐 물었는데 애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그럼 부모가 교육을 잘못시켰네.”

 “그러니까. 왠만하면 숨길 줄도 알아야지.”

 “괜히 저런 문제 생기게 말이야. 원인제공을 안해야지.”

 

 옆에서 들려온다는 소리에 프리멜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말 없이 뒤에 선 에들리에 그녀는 제 어깨를 감싼 손을 살짝 잡아 내리곤 여전히 소리를 지르는 중년여성에게로 향했다. 갑자기 다가오는 사람에 몰리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리멜라는 중년 여성 앞에 선 채로 관리인을 향해 말했다.

 

 “관리자 분 불러주시겠어요?”

 “제가 총 관리인입니다.”

 “그럴리가요.”

 “네?”

 “관리인이라는 분이 이런 상황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계셨잖아요. 제가 무슨 이유로 즐기러 온 이곳에서 쓸데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나요? 이 정도면 소음공해수준이죠.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고객님.”

 “이것 봐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불편해 하잖아요! 빨리 저것들을 어떻게 하든 조치를 해 달란 말이에요. 역겨워서 정말!”

 

 프리멜라의 말에 중년 여성이 하! 하고 얼굴을 치켜들더니 투덜투덜대며 관리인에게 말했다. 프리멜라는 그에 미간을 좁히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저분 좀 닥치게 만들어 주시겠어요?”

 

 손끝이 향한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자 중년 여성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저분만 아니면 참 조용하고 편안한 관광을 즐길 것 같은데요. 저분 말고는 아무도 저 가족에 대해서 ‘나서서’ 불평하지 않았잖아요. 괜한 불씨를 만든 건 저쪽이죠. 안 그런가요?”

 

 맹랑하게도 저를 향해 말하는 프리멜라에 중년 여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올리려다가 일순간 멈추었다. 갑자기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얼굴이 허옇게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에 프리멜라 또한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여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행태에 모두가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그녀는 헉,헉 짧게 숨을 뱉었다. 어느덧 에들리가 프리멜라의 곁에 다가와 손목을 잡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인?”

 

 관리인이 중년여성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뭐에 갑작스럽게 놀라 달아나는 것처럼 선실을 빠져나가버렸다. 황당한 전개의 끝에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곤 서로 쑥덕거렸다. 손목을 잡고 있던 에들리를 올려다보자 오묘한 표정을 한 그가 가만히 고개를 내리며 말했다.

 

 “갑자기 나서면 어떻게 해요.”

 “제 생각대로 행동했을 뿐이에요.”

 “그러다 다쳐요.”

 “그래도 이런 게 ‘교양’이죠.”

 “좋아요. 정의롭다고 해 줄게요.”

 “잘못됐다고 생각하나요?”

 “아뇨. 그냥 우스울 뿐이죠.”

 “제 행동을 두고 말하는 건가요?”

 “상황을 말하는 거예요. 하하. 뭔가 마시고 싶다하지 않았나요?”

 “탄산이 들어간 체리에이드가 좋겠어요. 당신은요?”

 “그럼 전 레모네이드로 하죠.”

 

 “그건 제가 사도 괜찮을까요?”

 

 마지막 말은 뒤에서 들려왔다. 프리멜라와 에들리가 고개를 돌렸을 때 지상인 유전자를 보유한 아내와 아들을 둔 그 남자가 머쓱하게 웃고 있었다.

 

 “아가씨께 감사의 의미를 담아서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4월의 이방인들(14) 2017 / 7 / 31 262 0 5564   
21 4월의 이방인들(13) 2017 / 7 / 31 261 0 5222   
20 4월의 이방인들(12) 2017 / 7 / 30 237 0 8862   
19 4월의 이방인들(11) 2017 / 7 / 26 255 0 4202   
18 4월의 이방인들(10) 2017 / 7 / 26 240 0 4204   
17 4월의 이방인들(9) 2017 / 7 / 26 257 0 4608   
16 4월의 이방인들(8) 2017 / 7 / 26 271 0 4100   
15 4월의 이방인들(7) 2017 / 7 / 26 263 0 4015   
14 4월의 이방인들(6) 2017 / 7 / 26 248 0 4477   
13 4월의 이방인들(5) 2017 / 7 / 26 263 0 4338   
12 4월의 이방인들(4) 2017 / 7 / 25 266 0 7653   
11 4월의 이방인들(3) 2017 / 7 / 25 249 0 5683   
10 4월의 이방인들(2) 2017 / 7 / 25 266 0 6374   
9 4월의 이방인들 2017 / 7 / 23 233 0 7154   
8 3월의 목격자(8) 2017 / 7 / 17 235 0 5876   
7 3월의 목격자(7) 2017 / 7 / 17 274 0 4122   
6 3월의 목격자(6) 2017 / 7 / 12 273 0 6417   
5 3월의 목격자(5) 2017 / 7 / 11 257 0 5116   
4 3월의 목격자(4) 2017 / 7 / 10 255 0 5680   
3 3월의 목격자(3) 2017 / 7 / 8 260 0 4614   
2 3월의 목격자(2) 2017 / 7 / 6 259 0 8103   
1 3월의 목격자 2017 / 7 / 6 447 0 61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미스테리클럽
겨울뱀
다모클레스의 검
겨울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