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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7)
작성일 : 17-07-26 20:45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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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서장실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황급하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던 랭스터드 경관도 입을 꾹 다물고 프리멜라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지만 그녀의 요청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된 폴 햄튼의 수사 책임자 두 사람은 상황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톰프너 형사는 그나마 조금 눈치를 보는 반면, 블랜더 반장은 배를 내밀고 의자등받이에 기대어 팔짱을 낀 상태로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는 태도였다.

 

 랭스터드 경관에 의하면 프리멜라는 어쨌거나 일반인이고 친인척이나 주변인에게 알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는 블랜더 반장의 주장으로 그녀의 통화목록과 메시지 목록을 수시로 뽑았다고 했다. 그들이 언급한 건 그 정도지만 절대 그게 끝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텔라와 랭스터드는 당연히 계약과 인권 상 문제를 들어 거부했지만 수사 우선권은 블랜더 반장에게 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서장까지 승인했다고 했다. 랭스터드는 그들이 뽑은 내역을 파쇄하다가 몇 번 보았다고 털어놓았고. 서장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제 비서를 향해 흠흠 헛기침만 몇 번 했다.

 

 사실 그들과 자신의 비밀보장 계약 건도 웃긴 이야기인데 여기에 자유권 침해까지.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권리마저 침해하곤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가 아닌 비밀보장 엄수에 대한 재확인이 제일 먼저 돌아왔다. 그에 대해 화를 낸 후에야 간접적인 사과가 돌아왔다.

 

 “이번 일에 대해서 정말로 유감입니다. 분명 저희 쪽 잘못이에요.”

 

 스텔라가 건넨 사과의 말에 프리멜라의 기분은 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도대체 왜 스텔라씨가 사과를 하는 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일개 서장의 비서가 아닌가요?"

 

 뾰족하게 날이 선 응답이 싸늘하게 돌아오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서장은 여전히 프리멜라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어떻게든 처리해보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결국 그의 비서인 스텔라가 다시 조심스럽게 사과를 전하려하자 프리멜라가 재빨리 말을 가로채버렸다.

 

 "기분이 괜찮지는 않네요. 솔직히 정말 짜증나요. 분명히 계약서는 작성했고 저는 그에 착실히 이행하고 있었는데요. 일방적인 의심으로 인한 사찰은 명백한 자유권에 대한 침해가 아닌가요? 제 사생활이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까지 제가 감수해야할 사항은 아닌 것 같은데요.”

 

 랭스터드 경관이 시커멓게 변한 얼굴로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기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톰프너 형사는 눈이 마주치자 어쩔 줄을 모르다가 자신의 상관인 블랜더 반장만 바라보았고 블랜더 반장은 꺼슬하게 자라난 제 턱수염을 몇 번 만지다가 코를 찡긋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좀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은 앞으로도 더 그럴 거란 말인가요?”

 

 분노에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하는 말에 답한 것은 블랜더 반장이 아니라 유진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사납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프리멜라에 대한 사찰 건에 대해서 몰랐던 건 그 하나뿐인 듯 했다.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도 같았다. 소송을 걸어도 그들에겐 할 말이 없을 터였다. 그들은 그것을 경계하는 거였고. 사이킬 사건의 시신발견자와 경찰간의 암묵적인 침묵 동의사건이 매스컴에 낱낱이 까발려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만 수사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피해자의 사망시간에 거의 가깝게 나타난 목격자는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고, 현재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텔레스 전체에서 주목하는 큰 사안인 만큼….”

 “저를 의심선상에 넣어두고 있다는 말로 해석되는군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숨막히는 침묵에 랭스터드 경관만이 목이졸리는 듯한 괴로운 표정으로 애처롭게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톰프너 형사는 허옇게 변한 얼굴로 프리멜라를 흘긋 바라보았다가 블랜더 반창의 눈총을 받고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제 계약 내용을 그대로 지킬 거예요.”

 

 침묵을 지킬 거라는 말이죠. 프리멜라의 의외의 대답에 유진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다만 사이킬 수사가 종료되는 순간을 기점으로 경찰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겠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많이 배려해 드린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프리멜라에 서장이 그녀를 따라 덩달아 일어났다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위에서 닥달하니 사이킬을 하루 빨리 잡지 않으면 경찰의 체면은 바닥을 칠 것이고 그를 잡게 되면 역대급 소송 스캔들이 터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느 쪽이든 경찰의 타격은 피할 수가 없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들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화가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가라앉으니 검게 엉킨 응어리만 남아 속이 갑갑해졌다. 상황을 이해하고 계약에 응한 건 그녀 자신이었지만 이런 상황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빌어먹을 계약사항 때문에. 잔인하게 살해된 이의 시신을 직접 접한 트라우마는 지겹게 제 발목에 수갑을 채워 숨을 막히게 했다. 일반적인 목격자라면 심리상담사의 치료과정을 진행했겠지만 비밀엄수에 대한 사항 때문에 자신에겐 그 마저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으며 금기사항이었다.

 

 끔찍한 악몽과 환상만 흉터로 남았는데. 상처를 받은 이의 고통을 들어주는 건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 것뿐인데, 자신에겐 아무것도 대안이 없었다. 프리멜라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 도시, 커다란 테람 시 자체가 제 목을 졸랐다. 숨을 쉴 곳이 없었다. 발이 닿는 곳 그 어디든 저를 잡아당기는 짓뭉개진 손가락이 얽혀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프리멜라!”

 

 뛰어온 듯 유진의 숨이 거칠었다. 돌아보지 않고 잡힌 손만 놓아달라고 비틀었다.

 

 “정말…. 미안해. 그러니까….”

 “당신이 사과할 이유는 없어요.”

 

 냉정하게 손을 뿌리치곤 문을 열었다. ‘젠장!’ 뒤에서 들려오는 짧은 욕설을 흘려듣고 햇볕이 내리쬐는 경찰서 앞에서 잠깐 가만히 서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환하게 햇빛을 밭은 옅은 금발이 반짝였다. 커다란 등이 돌아서고 그의 동공이 조금 커졌다. 희미한 미소가 사라지고 입매가 굳은 에들리가 순식간에 그녀에게 바싹 다가왔다.

 

 에들리. 애들리 데마논. 그가 거짓말처럼 이곳에 있었다.

 

 "울어요?"

 

 다정하게 다가온 손이 눈가를 스쳤다. 프리멜라는 그의 앞에서 황급하게 고개를 숙여 머리칼로 제 얼굴을 가렸다. 폭발하듯 끓어올랐던 속에서 뜨겁다 못해 연기가 되어버린 수증기가 숨결을 빠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였다.

 

 “왜 여기까지 왔어요.”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서 데리러왔죠.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 같군요.”

 “전 아닌 거 같은데요.”

 

 웅얼거리며 말하는 소리에 에들리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귓가에 답했다.

 

 “아뇨. 제 선택은 틀린 적이 없죠.”

 

 두어 번 짧은 접촉 끝에 포옹은 담백하게 끝이 났다. 커다랗게 팽창했던 감정은 서늘한 품에서 식어가 비가 되어 떨어져갔다. 발치에 그 물이 떨어지는 감각이 들었다. 조용히 발끝부터 젖어들어가는 낯선 감각이었다. 에들리는 그녀의 손목을 쥐고 약한 힘으로 그녀를 이끌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닫힌 유리문 너머로 굳은 검은 머리칼을 남자의 복잡한 시선이 닿자 그는 입매를 끌어올려 그린 듯한 미소를 만들어냈다.

 

 배부른 미소를 입가에 매단 그가 프리멜라의 한쪽 어깨를 감싸면서 물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나요?”

 “아니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더는 묻지 않을 게요.”

 “약속 취소해도 되나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요. 정말로 아무런 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설마, 이렇게 오래 기다린 나를 바람맞히는 거예요?”

 “….”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당신이 눈물을 그칠 때 까지만. 이대로 돌아가면 하루 종일 우울할 거예요. 눈물 그치고 당신이 보고 싶어 했던 셀리나의 그림을 보면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분명 그럴 거니까.”

 “….”

 “오늘은 내게 당신의 하루를 허락해 줘요.”

 

 손목에서 내려온 손이 손바닥을 간질이더니 손을 잡아왔다. 프리멜라는 입을 다물고 그에 이끌려 걸어가다 조금 망설이다가 그 손을 맞잡았다. 지독하게 낯선 도시에서, 또다시 그는 제게 숨결을 불어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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