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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6)
작성일 : 17-07-26 20:2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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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니 테람 시 경찰서엔 항상 차를 타고 갔다. 처음은 목격자로서 경찰차에 탔고 두 번째는 유진의 차에 탑승했었다. 제 발로 걸어 지하철에 오르면서 프리멜라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저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잔상은 가끔씩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의식 저 편에 멀어졌다가 불시에 찾아오곤 했다.

 

 문이 닫히고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 프리멜라는 손에 쥔 하얀 서류의 모서리만 노려보았다. 지금 제 손에 있는 것은 모방범이 아닌 진짜배기 살인마가 남긴 잔혹한 발자국이었다.

 

 밀리아 닉슨.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첫 번째 피해자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평범한 이름과 성의 조합이었다. 가만히 시선을 돌렸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고 휴대폰을 보느라 바쁜 이들은 그녀가 든 하얀 종이엔 관심이 없었다.

 

 이미 한 번 훑어보았지만 조심스럽게 한 장을 다시 넘겼다. 밀리아 닉슨. 정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증명사진 속 얼굴과 대면한 것은 생각보다 무섭진 않았지만 심장은 서늘해져 팔뚝을 타고 소름이 일었다.

 

 텔레스 이사도나 이들렌 788년 4월 12일 출생.

 텔레스 이사도나 이들렌 통합과정학교 졸업.

 리모갈 라임벨시티 센트럴 대학교 졸업.

 텔레스 폴 햄튼 데인 대학교 생명공학 석/박사 통합과정 학위 취득.

 이후 텔레스 폴 햄튼 내 과학발전단지 041에서 근무.

 R.H. 822년 폴햄튼 과학단지 폭발사고로 하지기능장애 5급 판정. 실어증 증세.

 R.H. 823년 1월 30일 사망. 사이킬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

 

 가장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그림처럼 그녀의 인생을 머릿속에 채웠다. 서른넷의 젊은 과학자의 끝을 설명하는 글자는 너무나 간단했다. 사망. 환하게 웃던 제인 에일런이 그러했듯이. 다음 장으로 넘기자 참혹한 시신의 사진이 보였다. 기괴하게 꺾인 팔과 다리, 고통에 못 이겨 제 머리를 바닥에 몇 번이나 박아댄 흔적.

 

 텔레비전에는 나오지 않은 사건현장의 모습과 세세한 사항들이 너무나 현실감이 없게 다가왔다. 폴 햄튼에서 근무했던 과학자. 그게 사이킬의 첫 대상이었다. 밀리아 닉슨부터 네 번째까지 모두가 폴 햄튼의 여성과학자라는 건 분명히 중요한 사항이었다. 그래서 붙은 별칭, 사이언티스트 킬러, 사이킬. 사건이 일어난 건 가장 안전해야할 집. 집안엔 강제적 침입의 흔적이 없다.

 

 프리멜라는 사건의 정황을 세세히 보면서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해 한편에 쌓았다.

 

 피해자는 서른넷의 과학자. 미혼에 독신여성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었다. 하지기능장애 5급이니 문을 여는 데 다소 오래 걸렸을 지도 모른다. 실어증 증세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와 죽음을 가져다 줄 손님 사이엔 고통스러운 시간의 시작, 그 전의 잠깐의 고요에 어떤 의사소통이 오갔을지는 알 수 없는 사항이었다.

 

 다른 피해자와 구분되는 점은 자해 흔적이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머리를 박아댄 흔적은 그녀가 유일했다. 그녀는 지독한 고통을 산 채로 받아들였다.

 

 아직까지 사이킬에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살했다거나 어떻게든 죽어버렸다고 믿는 이들도 생겼다. 경찰은 아직까지도 제인 에일런의 죽음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고 어쩌면 이대로,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면 그냥 그게 끝일 것이다.

 

 서류를 다시 갈무리했다.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또 새로운 이들이 들어왔다. 프리멜라는 다음 역에 내리기 위해 문 가까이에 섰다. 그 순간 차가운 손이 제 손목을 잡아챘다.

 

 “!”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을 내려다보았다. 혈기라곤 없는 투명한 피부는 죽은 자의 색이었다. 손목을 그러쥔 대상의 손가락 감촉이 이상했다. 어딘가 끝이 거칠고 질척한 감각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그 얼굴을 눈에 담고 싶지가 않았다.

 

 또 다시 지독한 환상이었다. ‘피피.’ 이곳에서 저를 그렇게 불러 줄 이는, 그 애칭은 알려준 이는 죽은 그녀뿐이었다. 계속 모른 척을 하니 손목을 잡은 손아귀의 힘이 조금씩 빠졌다. 프리멜라는 멀어지는 손을 따라 결국 고개를 돌렸다. 옆모습만 보이고 있는 제인 에일런의 망령, 그리고 그 옆에 앉은 건 이마가 짓이겨진 밀리아 닉슨이었다. 밀리아 닉슨의 핏발 선 눈이 이리저리 떨리다 프리멜라와 마주쳤다. 프리멜라는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거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 아. 제대로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입에도 프리멜라는 그녀의 목소리를 알았다. 왜 몰랐지?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 움직이는 모습의 망령을 보니 저 편에 잠겨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만나서 반가워요, 핑거우드(Fingerwood)양. 밀리아 닉슨이에요.’

 

 그녀는 닉슨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사고로 입을 닫아버리기 이전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열차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자 오한이 들었다. 식은땀이 흘러 차갑게 식어버린 몸에 바람이 들어오자 입술이 덜덜 떨렸다. 숨을 몰아쉬고 뒤죽박죽이 된 머리를 한 동안 붙잡고 있었다.

 

 분명 어디에선가 만난 사람이었다. 단 한번이지만. 사람을 볼 때면 항상 가만히 관찰하는 습관은 예전부터 그랬다.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볼 때, 무엇부터 제일 먼저 봤지? 유진의 서류에서 본 정보는 먼저 제일 가장자리로 밀어 치워버렸다.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의식 속 중앙은 언젠가 만났던 이의 모습을 재구성하기 위해 말끔히 비워졌다.

 

 ‘만나서 반가워요, 핑거우드 양.’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가 저에게 전해지는 목소리에 돌아섰다. 내밀어지는 손은 파란색, 파란색이었다. 그래. 그녀는 그 때 실험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일반 실험장갑으로 쓰던 제품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자신만 다른 걸 쓴다고도 했다.

 

 그녀와 악수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아차, 하면서 내밀었던 손을 거두고 장갑을 벗었다. 약품 묻은 장갑을 내밀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프리멜라는 복잡한 얼굴을 갈무리하곤 경찰서 뒷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섰다. 첫 번째 피해자는 어디선가 한 번 본사람. 다섯 번째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는 아랫집 여자. 자꾸만 사이킬의 사건에 원하지 않게 엮여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프리멜라를 알아보는 듯한 몇몇 이들의 시선에 그들에게 다가가 유진에게 전해줄 물건이 있다하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의 대화가 들려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말이야, 모든 수사는 운이 좀 따라줘야 하는 법이잖아.”

 “폴 햄튼 쪽에서 아무리 전문이라고 해도 너무 주도권을 쥐는 거 아니야? 똑바로 뭘 낸 건 없는데 자꾸 허탕만 치잖아.”

 “하기야, 벌써 보름이 가까워졌지.”

 

 유진과 랭스터드 경관이었다. 그들에게 전해 주겠다하며 다가가는 동안 두 사람이 앉아 있던 의자 근처의 문이 열리고 서장의 비서인 스텔라가 나왔다. 잔뜩 찌푸린 얼굴엔 못마땅함을 가득 안고 있어서 자동적으로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도 짙은 피곤함이 서려있는 데다가 목깃에 구김까지 져있었다.

 

 “폴 햄튼에서 온 두 사람은 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유진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뭐래?”

 “우리 쪽에서 요청한 정보는 공유할 수 없다네요. 게다가 이번 주에 그쪽으로 다시 돌아갈 거래요! 여기서 한 게 뭐가 있다고! 한 거라곤 우리 쪽 사람들 개처럼 부려먹는 거나 시신발견자가 정보를 누설할 수도 있다며 통화목록이랑 메시지 내역 확인해댄 것 밖에 없죠. 진짜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뭘 확인해?”

 “헙.”

 

 작게 분통을 터트리며 스텔라가 신경질적으로 뱉어낸 말에 랭스터드 경관이 숨을 들이키며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뭐야, 헤임. 넌 알고 있었어?”

 

 유진의 짙은 눈썹이 사납게 휘어지자 랭스터드 경관이 난처한 얼굴로 우물쭈물 답했다.

 

 “아니…. 뭐….”

 

 프리멜라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그들의 대화에 발걸음을 멈췄다. 뭘 확인해? 유진과 같은 물음이 제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그러자 세 사람의 깜짝 놀란 눈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제일 당황한 것은 랭스터드 경관이었는데 그는 당황해서 악!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엉거주춤하게 섰다.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린 스텔라는 한 손으로 제 입을 막았고 유진은 입을 딱 다물고 있었다.

 

 “아…. 아. 그러니까. 핳.하하. 안녕하세요, 핑거우드양…. 하.하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랭스터드 경관의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지금 데이트하실 시간일텐데…악.! 아..하하..아니, 죄송, 죄송합니다. 아니. 보통 여자들은 데이트 할 뭐그런, 아니, 아니….이게 아니라….”

 “제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계시네요.”

 

 프리멜라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곤 담담하게 물었다.

 

 “그래도 오늘 아침 문자내역은 확인 안하셨나 봐요, 제가 여기 올 거란 걸 모르신 걸 보니.”

 

 담담한 어투였지만 이미 배여 버린 불편한 표정은 지울 수가 없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프리멜라는 시선에 아랑곳 않고 유진에게 걸어가 그에게 서류를 건넸다. 떨어트리고 가셨어요. 그는 제 옆의 두 사람을 바라보고 욕설을 내뱉었다가 서류를 받았다.

 

 “핑거우드양, 그러니까 이건.”

 

 냉정하게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스텔라의 목소리가 파고들자 프리멜라는 단번에 그를 제지했다.

 

 “대화가 좀 필요하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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