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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Catch me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823년. 연쇄살인마 사이킬의 5번째 피해자의 최초발견자가 된 프리멜라 핑거우드의 돌아오지 않을 계절에 대하여.

 
4월의 이방인들(5)
작성일 : 17-07-26 20:20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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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긋하게 아침하게 아침 식사를 정리한 프리멜라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4월 12일. 벌써 테람 시에 이사 온 지 보름정도나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녀는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었다지만 글은 한 페이지에 멈춰 더 이상 진행되지도 못했고 명확한 설정이 잡힌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에들리와 미술관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마지막 만남이었던 저번 주 토요일로 그녀는 그에 대한 한 가지 가정을 세울 수 있었다.

 

 에들리 데마논은 ‘지상인’ 출신 유전자 보유자다. 아직까지 확정지을 수 없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결론에 도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거리의 현수막을 보고 굳었던 표정이나 아쿠아리움에서 날개어를 보고 했던 말. 묘하게 신경 쓰였던 탓에 그 날 꽤 맛있는 저녁 식사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지만 프리멜라는 에들리의 앞에서 그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텔레스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국가였다. 화려함과 개방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웃 국가인 리모갈과 학문적 성향이 강한 브리엘-뷔스코가 과거의 잔재를 드러내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며 고쳐나가는 역사의 새 장을 쓰고 있는 시기인 지금, 오직 텔레스만이 그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다.

 

 지상인.

 

 텔레스에서 나고 자랐던 그녀 또한 과거에 그들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매스미디어에선 항상 지상인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그들의 추악함을 보도했고 교양을 다루는 방송에서 조차 은연중에 그들을 낮게 취급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녀에게도 그런 관념이 생기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브리엘-뷔스코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녀의 관념은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당시 인기 많던 교양강좌 ‘한입에 털어 넣는 세계사’를 맡은 교수인 다누트 콜(Danuut Kohl)의 인상적인 첫 수업 때문이었다.

 

 세계 제3차 대전이 발발하고 핵전쟁이 본격화 되면서, 인류는 지하로 숨어 생활하게 되었다. 더 이상 그들이 살던 땅은 생활에 적합한 곳이 아닌,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버린 죽은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저도 땅 아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정된 인류만이 아래로 몸을 피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인류는 죽은 땅 위에 남겨졌다. 살아남은 이기적인 인류는 무려 130년을 그 지하에서 버텼다. 누군가는 그 지하에서 죽었고 누군가는 그 지하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스스로를 ‘두더지’라고 칭했고 태양을 모르고 바다를 모르고, 그저 어두운 지하만을 아는 이들로만 세대는 교체되었다.

 

 그 속에서 문화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져 갔으며 핵전쟁에 대한 반발심으로 과학에 대한 기피현상이 일어났다.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 신을 부르짖던 이들은 점차 신앙을 잃어갔고 오직 단순한 생존 욕구만이 그들을 지배했다.

 

 그러다 한국계인 과학자 혜진 조(Hyejin Cho)가 이제는 위로 올라갈 것을 주장했고 모두가 잠든 밤의 시간, 그녀는 그들을 단절시킨 문을 열었다. 그 날이 4월 26일이었다. 역사적인 해방의 날로 불리게 되는 그 날.

 

 땅 위의 공기를 맞으며 그녀는 떨리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주하게 된 것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인간’이었다. 그것도 등에 커다란 한 쌍의 날개를 달고 있는 인간.

 

 땅 위에 남겨졌던 인류는 멸종하지 않고 변화를 거쳐 살아남았다. 누군가는 날개를 가졌으며, 누군가는 파충류와도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방사능의 여파로 변이한 인류, 지하에서 올라온 지하인들은 그들을 ‘지상인’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분리되어 서로 달라진 그들은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인들에게 지상인들은 그저 ‘괴물’이었고 지상인들에게 지하인들이란 역겨운 이기주의자들에 불과했다. 40년에 가까운 전쟁이 벌어졌고 결국 두 세력의 대표인 브렌 콜립스(Bren Colipse)와 굽스 풀트(Gups Poult)가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인류는 다시 화합의 장을 맞이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R.H.(Rebirth of Human)이라는 새로운 연호가 지정되었다. 거기까지가 그녀가 원래 잘 알던 사실이었다.

 

 콜 교수의 이어진 설명은 그녀를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두 대표의 조약은 평화조약이 아니라 대규모 인신매매였다. 지상인 대표 굽스는 계속적 전쟁에서 위협을 느껴 자신의 동족들을 실험체로 팔아넘겼던 것이다.

 

 그 시점에서 지상인과 지하인들은 섞여 살아가기 시작했고 823년이 흘러 지금에 도래했다. 천 년이 가까운 시간의 흐름에도 서로를 꺼리는 지하인과 지상인의 특성은 과거 지하인들이 지상인들을 가축이나 도구로 여겨왔던 사상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주장에 프리멜라는 결국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항상 승리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기 마련이니까.

 

 시간이 흘러 유전자의 발현도가 줄어들면서 지상인 출신이라 해도 날개가 달리거나 기형적 특성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그저 조금 특이한 머리색이나 눈 색을 가진 정도에 불과했고, 일부는 지하인과 거의 똑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태껏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들은 취업에서 차별을 받기도 했고 모멸과 멸시를 받아왔다. 연예인들 중에서 독특한 외형으로 사랑받는 지상인들도 더러 있었고 꽤 인기를 끌었지만 연예인과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지상인 출신 유전자 보유자에 대한 인식은 정 반대로 모순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조금씩 지성인들의 국가인 브리엘-뷔스코에서는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에 대한 인권운동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R.H.822년, 바로 작년에 리모갈에서 터졌던 커다란 사건으로 인해 리모갈은 물론 인접 국가에서 급진적인 지상인 인권운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새로운 인류의 재화합이니 뭐니 하면서 한동안 세계 매스컴들이 들끓었으나 텔레스는 그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그에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분명 텔레스에도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들이 있을 것임에도 분명하고 그들은 국가적 분위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편협한 사고관념을 깨트리면서 프리멜라는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껏 배워온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텔레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썩어있는 지도, 또 그 속의 침묵하는 자들의 고통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그것을 계기로 ‘자신을 가두던 세상을 깨트리게 되는 충격으로 변화하는 것’을 주제로 한 심리소설을 적어 소설사이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게 첫 번째 출판작인 ‘A의 세계’였다.

 

 해방의 달이니, 밤의 종식이니 뭐니 전부 전적인 지하인들의 관점에서 나온 단어였다. 그리고 날개어또한 안타까운 전쟁으로 파생된 생명체였다. 변화되어버린 지상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니 에들리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가 단순히 지하인들만의 관점에서 비롯된 현재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는 지식인인지, 정말로 지상인 유전자 보유자인지는 모르지만 프리멜라는 그에 대한 동정과 함께 조금 더 커진 호감을 느꼈다.

 

 시계를 보니 딱 출발하면 넉넉할 시간이었다. 프리멜라는 연한 잿빛 카디건을 팔에 걸치곤 토오픈 힐을 신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보인 건 헐레벌떡 뛰어나와 계단을 내려가는 유진이었다. 다급하게 사라지는 그의 뒤로 하얀 서류가 팔랑 떨어져 그녀 쪽으로 내려앉았다.

 

 “유진!”

 

 재빨리 그를 불렀지만 이미 사라진 그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프리멜라는 클립이 끼워진 서류를 주워 들었다. 한 장 두 장 넘겨보는데 참혹한 시신의 사진이 중간 중간 붙어있어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짓뭉개진 손가락 사진은 손톱이 거의 빠져 있었다.

 

 첫 번째 피해자, 밀리아 닉스(Miglia Nixon)이라고 적힌 이름을 보아 사이킬의 이전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 중 하나인 듯 했다.

 

 기분이 대번에 바닥으로 치달았다. 자꾸 잊을만하면 이 기막힌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들려오니 말이다. 빨리 좀 잡혔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유진에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프리멜라는 다급히 계단을 내려갔으나 그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중요한 정보인 건 분명한데. 가져다주는 수밖에 없나. 여기서 테람 시 경찰서까지 가려면 지하철역을 세 번은 지나야했다.

 

 그러다간 에들리와의 약속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이다. 그냥 현관문에 서류를 끼워두려던 그녀는 항상 음울하고 지쳐있는 유진의 얼굴이 떠올라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일이 생겨서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에게서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Edlih Demanon: 이런, 질투 나네요.]

 [네?]

 [Edlih Demanon: 제가 그 앞집 남자한테 밀렸잖아요.]

 [그런 거 재미없어요.]

 [Edlih Demanon: 냉정하기도 해라.]

 [미안해요, 바로 전해주기만하고 갈게요.]

 [Edlih Demanon: 흠. 차라리 우리 관광코스에 경찰서도 넣어볼까요? 시간은 바로 지금도 나쁘지 않네요.]

 [장난치지 말아요, 얼른 갈게요.]

 [Edlih Demanon: 알았어요. 어차피 저도 아직 출발 안했으니까요. 연락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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