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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사무소
작가 : 클레어
작품등록일 : 2017.7.3

복수하고 싶은 이들에게 능력을 빌려주는 "능력사무소". 얄미운 남동생 골탕먹이는 것부터 살인범 찾아내기까지. 능력을 빌려드립니다. 맡겨만주세요.

 
좁은 서울 바닥 (4)
작성일 : 17-07-26 19:5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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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누스는 말이 없었다. 매장에서 가장 비싼 커피 음료를 회사 카드로 긁어 먹은 그는 문경식을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다. 경식도 말이 없었다. 애꿎은 손톱 끝만 뜯으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얕은 숨을 헐떡이며 의뢰인과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슬로우 모션처럼 의뢰인이 문을 열고 들어 온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경식은 가슴 위에 손을 올려보았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엄청 놀란 모양이다. 팔딱팔딱 뛰는 가슴 위로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이렇게 놀랄 수도 있구나.’

 진정이 안 된다. 운동이라도 한 마냥 두근거렸다. 예기치 못한 만남은 심장에 안 좋다.

 “아까 그 여자 있지?”

 “네?”

 야누스는 쪼르륵, 빨대를 빨았다.

 “그 알바생 있잖아. 나랑 대화한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는데,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몰라.”

 그는 창가만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과연 지금 날씨가 더울까? 아니지. 지금이 7월도 아니고 날씨 때문에 음식이 상할 날씨가 아니라는 거지. 그걸 모르고 한 소리일까?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요, 그 사람 눈빛을 보면. 그리고 그 직원, 애초에 내가 회사원이라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를 시작했어. 참 웃기지, 아무리 봐도 회사원 차림새는 아닌데?”

 야누스는 팔을 벌려보였다.

 “그리고 그 모든 태도의 시발점이 이 카드라는 게 재밌는 거야.” 야누스는 정말 재밌어보였다. “딱 봐도 한 쓰임새 하게 생긴 녀석을 들고 오니까, 아마 내가 근처 회사의 이사 또는 사장 쯤으로 생각했겠지. 차림새가 이 모양이더라도. 사 먹는 게 7천 원짜리 샌드위치더라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야누스를 휘감은 물건들은 한 브랜드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값어치는 껄렁한 야누스의 태도에 대한 변명이 되어주었다.

 “아마 ‘별식처럼 이런 것도 가끔 먹는 모양이네.’라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나도,’ 아, 아니. 뭐 그런 뉘앙스인거지.”

 퍼뜩 경식과 눈이 마주치자 야누스는 말을 멈췄다. 하지만 경식은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쉽게 하던 ‘그렇군요.’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하아, 야누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속상한 아이를 달래는 일은 그의 특기가 아니었다. 그는 오랜만에 좋게 마음 쓴다고 생각하며 인내했다.

 “그러니까, 이거라고. 내 능력. 거짓말 알아보는 거”

 “그렇군요.”

 그제야 경식이 반응을 보였다.

 “사실 별 거 아냐. 능력이라 하기도 뭐하지. 다들 너무 티 나게 하잖아 거짓말을. 그게 어린애한테 산타가 있다고 하는 거든, 습관적으로 애인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거든.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능력이지.”

 야누스가 다시 창가로 눈을 돌렸다.

 “거짓말 뒤에 숨겨진 진실은 너무 잔혹하거든.”

 씁쓸한 웃음 위로 해가 드리운다. 모습이 참 강인해보였다. 과거의 모든 풍파를 ‘그랬었지’ 한 마디로 정리하는 노장과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은 것일까. 그렇다면 좋겠다. 자신도 언젠가 세월 깊은 미소를 짓고 싶다.

 “괜찮냐?”

 야누스가 물었다. 평소 콘셉트에 안 맞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예? 네.”

 “뻥 치지 말고.”

 “네에, 거짓말이에요.”

 경식이 재빠르게 속죄했다. 우울한 와중에도 경식은 ‘역시’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빤히 보인다는 듯 야누스가 비웃었다.

 “멍청이네. 그 정돈 능력 안 써도 알아.”

 “그렇네요. 하하. 그럼 야누스 씨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퀴즈 문제 맞히는 것처럼 정답, 아니면 엑스. 뭐 이런 식으로 보이는 건가요?”

 역시 이 녀석은 능력 수집 마니아인지 이쪽 면에서는 회복이 빨랐다.

 “그건 아니고. 난 시각적인 능력은 아니야. 물론 시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큰 요소 중 하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냥 느껴진다고 해야 되나. 그냥 보여. 거짓말을 하는 게 보여.”

 야누스는 당연한 듯 말했다. 보이는 게 아니라면서 그냥 보인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수용적인 평범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말 꺼낸 거, 더 얘기를 해주자면 말이지.”

 야누스는 일급비밀을 인심 쓰며 말해주듯 생색을 냈다. 그러자 네네, 경식이 쉽게도 집중했다.

 “내 능력은 의심에서 시작 돼. 사실 그렇잖아. 이 사람 머릿속이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타인을 믿을 수가 있지? 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믿어. 세상에 사상과 말 만큼 화려하고 모순적인 것은 없어. 그 중에서도 난 언어를 좋아하는 편이지.”

 야누스가 눈을 빛냈다. 몸을 바싹 당겨 앉았다.

 “물론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아. 그들이 쏟아내는 말이 신기하고 그것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도록 신기할 지경이야. 난 참 어릴 때부터 그게 궁금하더라고. ‘어떻게 타인을 믿을 수 있지?’ 인간이란 참 신기한 존재야. 의심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지.”

 의심에서 시작된 인간에 대한 불신은, 이제 불신을 넘어 집착이 되었다. 사람이란 너무도 흥미롭고, 그 입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말은 그 어떤 음식보다 달콤했다. 그리고 이 우울한 소년을 달래면,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가장 유혹적인 ‘진실’이 떨어질 것이다. 그때까지 이런 보모 노릇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야누스가 평범이에게 턱짓을 했다.

 “예?”

 “네 차례라고. 설마 먹튀 할 생각은 아니었겠지?”

 와, 이런 도둑 놈을 보았나. 지금까지 내가 한 얘기는 그럼 도대체 뭐였을까? 이 놈 보소.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야누스가 실컷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네!”

 도대체 언제 구해줬다는지 모르겠지만 경식도 서둘러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는. 아니 의뢰인 씨는 저 초등학생 때 친구 엄마세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한 번도 타인에게 꺼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제가 6학년일 때였어요. 초등학교 6학년이요. 그때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의뢰인 씨 아들이었어요.”

 “그냥 이름을 말해.” 답답함에 야누스가 끼어들었다.

 “네. 이태엽이라는 애였는데요, 걔도 능력자여서 친해지게 됐거든요.”

 새학기 첫 날에 만난 태엽이는 한 눈에 봐도 능력자였다. 어떻게 복도에서 스친 적도 없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그의 열 손가락 끝에 붉은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또래 중에 그만큼 능력이 또렷하게 보이는 친구는 없었는데, 심지어 같은 반이라니! 꼬마 경식은 흥분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골목대장을 맡을 정도로 쾌활했던 문경식은 교실 맨 끝에 앉은 태엽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어째서인지 주먹을 꾸욱 쥐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이태엽은 경식과 둘만 있는 순간이 아니면 절대 주먹을 펴지 않았다.

 

 * * *

 

 “근데 어째선지 능력을 숨기고 있었어요. 그, 어머님이 싫어해서 숨기고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그걸 몰라서. 신이 나서 걔 생일 파티 때 사고를 쳤는데. 아니, 그게 또 저 때문만은 아니긴 한데. 아니. 후우. 그렇게 됐네요.”

 동생인 태지도 그날 이후로 변했다고 했나. 아마 모든 게 제 탓일지 모른다.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까. 네가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니까. 그럴 것이다. 평범이는 소심이가 되어 눈썹만 긁적였다.

 “네 그 상처도 그때 생겼고?”

 “네? 네. 잘 아시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뛰어난 관찰력과 존경받을 만 한 능력이 있다면 알 수 있어.”

 야누스는 여전히 무료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와 웬만해선 눈을 맞추기 힘들다. 언제나 무심하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어떤 때는 뚫어져라 뼛속까지 살피는 눈빛으로 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들면서, 세상 다 산 것처럼 공허한 표정을 짓곤 한다.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처음에는 허세 많은 망나니인 줄 알았다. 처음 접해보는 인간상에 경식은 적잖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알고 보면 다 착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일까. 야누스가 툭툭 무심하게 던지는 말에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의뢰인 딸 말이야. 질이 안 좋아.” 야누스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서술했다. “길거리에서 엄마를 보고 비웃고 사라졌대.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순간만 모습을 드러내고 한 말이 뭔지 알아? ‘엄마 나 찾고 있어? 찾지 마, 잘 있으니까.’였대. 악취미지 아주.”

 둘의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미치는 거지. 뭐, 나라면 그런 딸래미 정신 차릴 때까지 집도 못 들어오게 하겠지만. 그런 엄마라면 의뢰를 맡기겠어? 아마 애를 오냐오냐 키운 사람일거야.”

 야누스는 선글라스를 흔들며 쯧, 혀를 찼다. 하지만 그는 선글라스 다리를 잡아 반대쪽으로 넘기며 다른 이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엄마라면 말이야. 불안하지 않겠어? 우리 애가 사라졌어. 심지어 찾지도 못 해. 얼굴을 바꾸니까. 애가 길바닥에 죽어있어도 못 알아 볼 수 있다는 소리야. 그보다 더 무서운 거는 이거지.”

 그는 선글라스를 집어 썼다.

 “이런 의심. ‘내가 알고 있는 얼굴이 과연 진짜 내 딸 얼굴이 맞을까?”

 경식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이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에 발목 잡혀, 그 칼날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할 때가 아니었다. 나도 이제 성인이고, 이미 7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슈퍼히어로가 변신하기 직전에 이런 기분을 느낄까. 경식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원래 남 탓이란 가장 쉽고 유혹적인 변명이거든.”

 야누스는 마치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신처럼 말했다. 단순한 동정일지 싸구려 위로일지 모르지만 경식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많은 생각이 들어요.”

 그 생각들은 제 일상을 흔드는 지각변동이다. 여기저기서 덮쳐오는 거대한 파도에 가치관이 흔들리고 서있기도 벅찼다. 마음이 까마득히 무너져 순간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 뭔가 일어날 것 같아. 이룰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까 제 능력으로 시언이 찾아줬을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능력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제 능력으로 남을 도울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요. 보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도울 일이 있었겠죠. 하지만 그냥 피했던 것 같아요. 또 다칠까봐 무서워서 피했던 것 같아요.”

 문경식은 쑥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긁적였다.

 “어릴 적 일이란 게 생각보다 길게 가나 봐요.”

 선글라스로 무장한 야누스는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입술로 그가 말했다.

 “대단하네.”

 평범이의 눈이 크게 떠졌다. 무슨 뜻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단순하게 기분이 좋았다.

 “감사합니다.”

 경식은 순순히 감사를 표했다. 이젠 마음도 준비를 한 모양이다. 어디서 태엽이를 만나도 놀라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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