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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적과 함께하는 일주일
작성일 : 17-07-26 15:40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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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음, 그렇다고 해도 이 아가씨는 그 험한 말을 타기에 체구가 너무 작아 보이는 걸…좀 다른 말을 타보는 게 어떠니? 예를 들면 이 말도 충분히 멋진 말이지.”

 

 안젤로 씨가 쌍둥이의 떼쓰기와 타협해 새로운 말을 데려왔다. 그의 말대로 훌륭한 말이었다. 네 발로 서 있는 말의 키가 두 발로 꼿꼿이 서 있는 내 키보다도 훌쩍 컸다. 푸르릉, 말의 뜨거운 콧김이 내 얼굴에 축축하게 씌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아니, 이 말도 위험해! 너무 커! 다리 사이로 보이는 저 세 번째 다리 어떡할 거야! 저거 꼬리니? 꼬리야? 아무리 봐도 꼬리 아닌 거 같은데? 어느 누가 시집도 안 간 공녀한테 거세도 안 한 숫말 위에 태우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세상 망측하게!’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내 눈이 안젤로 씨의 나머지 말을 불을 켜고 스캔했다. 가히 시험 5분 전 ‘책 이제 덮어라’라는 소리가 나왔을 때도 교과서를 이만큼 빠르게 훑어보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그의 우람하고 우량한 말들 속, 자그맣고 겁에 질린 삐쩍 마른 말 한 마리가 보였다. 다른 말 보다 머리 하나가 훌쩍 작은 그 말은 다른 말들의 투레질 속에 바닥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갑자기 그 말에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저 말은 어쩌다 여기까지 끌려왔을까. 아직 새끼처럼 보이는 데, 마굿간에서 새벽녘 맛있는 아침 건초를 기다리다가 주인이 ‘오, 이제 그만큼 자랐으면 너도 사냥에 나가봐야지!’ 라는 무신경한 말에 여기까지 끌려온 건 아닐까. 마치 오늘 아침 북스 자매 손에 인정사정없이 끌려온 나처럼.

 

 “굳이 꼭 타야 한다면 전 이 말이 좋아요!”

 “엑, 그건 말이 아니라 당나귀인데요.”

 “그러게요? 누가 말들 사이에 당나귀를 데려왔담?”

 “당나귀에요?”

 “네에, 당나귀랍니다.”

 “그, 그, 그래도 저는 이 말, 아니 당나귀가 좋아요! 봐요, 이렇게 작고 순하고 또 애틋하고…!”

 

 멋대로 친밀감을 느끼며 당나귀님 머리에 쓰다듬을 손을 덥썩 올린 게 잘못이었을까. 이렇게 작고 순하고 또 애틋한 당나귀가 내 손을 콱 깨물었다.

 

 “아악아아악! 손, 손, 내 손!”

 “어머 어떡해! 누가 저 당나귀 좀 말려 봐요! 손을 물고 놔주지 않아요!”

 “진정해! 당나귀는 고집이 세서 말리면 말을 더 안 들어!”

 

 

 “올라가보시니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죠?”

 

 당나귀가 나를 놓아준 후 나는 안젤로 씨가 권해주는 말에 탔다. 북스 남작가의 친척 아저씨지만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안젤로 씨는 내가 말의 초심자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무서워 하지마세요. 말은 똑똑한 동물이라 타고 있는 사람의 불안을 눈치 챈 답니다.”

 

 안젤로 씨가 쓰다듬는 푸근한 수염처럼 내 마음도 푸근했으면 좋았으련만. 안장 밑으로 뜨뜻한 말근육이 울렁울렁 움직이는 게 느껴져 기분이 이상했다. 다섯 살 때 어부바를 졸업했는데 이제 와 누구 등에 올라가 있는 게 익숙할 리가.

 

 “…걸어볼 수는 있는 것 같네요.”

 “아니, 그렇게 땅만 보지 말구요. 모처럼 말 위에 올라갔잖아요? 위를 봐요. 옆을 보고, 머리 위를 보세요. 평소와는 다른 시야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알렌시아 양.”

 

 안젤로 씨의 말에 조심스럽게 허리를 폈다. 시야는 맑았고 머리 위를 바로 스치는 나뭇가지의 느낌이 느껴졌다. 말의 잰걸음을 따라 달콤한 바람이 느리게 불어왔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내가 다시 말에 타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갑자기 유쾌해졌다. 말고삐를 잡는 손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럼 이제 그 앞의 장애물을 넘어봐요 아가씨!”

 

 이대로 말과 함께하는 하루가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유익한 하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잠깐 생각했다. 한 오 분 정도.

 

 “히이이이잉!”

 “꺄아악!”

 “알렌시아 양! 말을 놓치면 안돼요!”

 

 나는 웃으며 쓰러져 있는 통나무를 넘었고,

 그 앞엔 가시가 있었으며

 놀란 말은 앞다리를 크게 들어 올렸다.

 

 거대한 착각이었다.

 내가 오늘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안젤로 씨가 급하게 뛰어왔지만 제멋대로 뛰쳐나가는 말의 속도를 이길 수 없었다. 사물들이 작고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유화물감들이 번지듯 빠른 속도에 시야가 흐려진다. 나는 죽을 듯이 말을 붙잡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말고삐를 더 바짝 잡으세요!” 하고 외쳤지만 그 사람도 곧 지나쳐버렸다.

 

 몸이 홱 꺾였다. 반사적으로 고삐를 잡았지만 도움이 안 되었다. 말은 자기 등 위에 초보가 올라탔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멈춰!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고!”

 

 내가 악을 썼지만 하나도 들을 리 없었다. 색색의 깃발이 눈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말은 사냥터 경로로 지정해 둔 곳을 지나서 산으로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등 위의 서투른 기수가 귀찮은지 자꾸 떨구려 앞발을 들고 투레질을 해댔다.

 

 ‘사냥회 사람들 미하엘이 나 암살 시키려고 보낸 애들이지? 여기서 죽으면 사람들이 사적 원한과 정치적 음모로 암살당한 게 아니라 알렌시아 공녀가 유배지에서 반성 안 하고 야유회 같은 걸 놀러갔다가 혼자 잘못해서 죽었다고 말하겠지? 그걸 노린 거 아니야?’

 

 에버랜드에서 빙글빙글 돌던 커피컵 타던 실력으로 버티려고 했지만 무리였었다. 난 원래 커피컵 타고 나면 화장실 가서 토하던 애였다. 말고삐가 죄어든 손에서 피가 흘렀고 이내 미끄러워졌다. 떨어지는 걸 각오하고 앞을 봤을 때 내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느님 맙소사. 떨어져도 푹신한 풀밭에 떨어질 것이지 하필 나무둥치냐!’

 

 “…으….”

 

 다시 눈을 떠보니 한낮이었다. 사냥회는 새벽이슬이 마르기 전 이른 아침에 시작했었고, 햇빛에 가려지는 것도 없이 그대로 몇 시간 동안 직사광선을 받고 있었더니 어질어질했다. 떨어졌을 때 입었을 온몸 타박상 때문인지 체력 저하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말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살아남았으면 말고기로 구워먹을 예정이었으니 당연히 도망가야지.

 

 어쨌든 빌어먹을 사냥회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거기가 임시 집이더라도.

 

 그런데 낯선 곳에서 다친 몸으로 비실비실 걸어갔을 때 길을 잃어버릴 확률은 얼마나 낮을까? 무의식 적으로 그늘 있는 곳으로만 골라 가는데 점점 숲이 울창해 지는 게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놈의 길치 인생! 3년을 다녔던 학교에서 길을 헤매다 과학실에서 구 남친의 새 여자친구와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그 길찾기 실력은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구 남친이 입 맞추고 있던 새 여자친구는 걔가 아직 현 남친 일적에 내 연애 상담해주던 절친 이었지, 아마?

 

 ‘온 곳으로 돌아갈까?’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보통 자기가 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찾기 마련이다. 이쪽은 아직 안 가봤으니 발 가는대로 가다보면 길이 나오지 않겠어? 하고. 나는 현명해지기로 했다.

 

 그러나 뒤를 돌아봤을 때, 거기에는 사냥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르 컹!! 컹컹!!”

 

 온몸이 근육질인 검은 사냥개는 송아지 새끼만한 크기였고 나를 바라보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날카로운 하얀 송곳니가 눈부시게 빛났다.

 

 ‘여기에 왜 사냥개가 있지? 사냥터는 이쪽이 아니야. 아까 그 미친 말이 영 엉뚱한 곳으로 끌고 와 버렸으니까….’

 

 사냥에 실패한 사냥개. 굶주렸을 사냥개.

 

 “컹컹!!”

 “아악!”

 

 생각이 끊긴다. 사냥개가 다시 짖었다. 자신의 온 몸에서는 아까의 타박상으로 옅은 생채기들이 나 있었고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야생의 본능을 날카롭게 벼리기 위해 사냥개는 사냥에 나가기 며칠 전부터 굶긴다고 한다. 굶주린 사냥개에게 지금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주춤주춤 몇 발 옮기자 사냥개도 똑같이 따라붙는다.

 

 ‘어떡하지? 나무 위에 올라가야 하나? 나무 탈 수 있기는 한가 내가?’

 

 머리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온다. 당황하면 안 돼, 당황하면 동물은 다 알아. 그 말을 주문처럼 계속 외우며 좋은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컹!”

 “으아아아아!”

 

 도움도 안 되는 생각 따윈 집어 치워. 몸이 그렇게 말했다. 사냥개가 훌쩍 뛰어 거리를 좁히자 등을 보이면 얕보이는 거고 뭐고 눈물을 흘리며 죽어라 달렸다. 잡목이 발을 할퀴었지만 그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

 

 컹. 컹. 컹. 컹. 이빨에서 흐르는 침, 온 산을 울리는 개의 짖는 소리만이 두려울 뿐이었다.

 

 “헝, 흐흑, 누가 도와줘요! 여기 사람 있어요! 누가 도와줘요!”

 

 그래봤자 내 외침은 빈 산에서 울리는 소용없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누가 나를 구해줄까? 그렇게 생각했다.

 

 스르륵, 풀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크림색의 부드러운 실이 공중에서 하늘거렸다. 금발인 듯, 은발인 듯 부드러운 머리카락 색.

 

 “망자가 누워있는 곳에서 누가 이렇게 소란이지? 아까부터 짖는 개 소리는 또 뭐고.”

 

 엔도르시 카르탄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날 뻔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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