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와 나의 세상
작가 : 은아린
작품등록일 : 2017.7.19

이제는 없는 그 아이를 찾아야해.


인간의 노예화를 추진 중인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뱀파이어 사이에 서게 되었다.




어느새 내 지척에 다가온 라무엘이 한 손은 쇼파를 짚고 한 손으로는 내 턱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큰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겉보기와 다르게 눈물 많고 여리다는거."

라무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눈매를 매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뭔 개소리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신지. 손을 탁 쳐내자 라무엘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를 흘겨보며 술병을 들어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쏟아부었다.

 
너와 나의 모습1
작성일 : 17-07-26 11:3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5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

 너와 나의 모습(1)

 

 

 

 라무엘이 만들어온, 거의 물과 흡사한 미음을 먹다 말고 지란이 링거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모양을 별의미없이 보고있었다. 마스터 그 개자식하고 조달천 그 개새끼가 날 왜 D구역으로 끌어들인거지? 그 미르체아라는 소년이 뱀파이어였다고? 일반인이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왜 뱀파이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뱀파이어가 성에 살고 있고, 그 뱀파이어를 따라 조달천이 성으로 갔어. 성에는 재희가 있지. 그리고 꿈 속에서 봤던 재희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을까.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하다니. 당연히 못지내겠지. 인간이 뱀파이어의 성에서 잘지낼거라는 기대를 가지다니 바보가 따로 없네.

 

 "후."

 

 어지러운 생각들 중 무엇 하나 확실하게 그 답이나 끝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답답함에 한숨을 쉬었더니 지란이 약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하다가 나를 돌아봤다.

 

 "왜, 어디 불편해?"

 "아니, 괜찮아."

 

 지란이 주사바늘을 링거에 꽂았다.

 

 "응, 그럼 다행이고. 이건 진통제."

 

 역시, 라고 해야하나. 보통 사람들은 구경도 못할 제대로된 약품이라니. 이제이 호강하네. 지란이 주사기를 끝까지 쭈욱 누르고 바늘을 빼내는 것을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 저, 잭은?"

 

 조금은 망설인 내 질문에 지란이 눈을 뎅그랗게 뜨고 날 보더니 작게 웃었다.

 

 "후후, 겉보기는 멀쩡한데 머릿속은 땅파고 들어가다 못해 마그마를 보며 거기에 뛰어들까 생각하고 있을걸."

 

 지란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못하고 있자 그것을 눈치챈 지란이 다시 풀어서 설명해줬다.

 

 "우리 대표님 지금, 완전, 평상시랑 똑같이 업무보고 있어. 근데 너때문에, 네가 걱정되서 나를 얼마나 닥달하는지 아니? 진즉에 그놈들이 작당한거 눈치못채서 널 위험에 노출시키고, VB9을 너한테 줘서 네가 그렇게 된거라고. 자기때문에 다친거니 너 제대로 고쳐놓으라고."

 

 지란의 눈이 붕대로 꽁꽁 싸맨 내 가슴을 향해 있었다. 그녀를 따라 나도 고개를 숙이고 헐렁한 옷사이로 피가 약간 베어나온 흰붕대를 봤다. 때마다 진통제를 놔줘서 그런지 생각보다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움직일때마다 조금 불편한 정도일뿐.

 

 "딱히 잭의 잘못은 아닌데."

 "글쎄."

 

 내 말에 지란이 의미모를 미소를 지어보이고 내가 죽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두어숟갈 더 먹다가 그만 먹으려하자 지란이 어서 다 먹으라고, 안먹으면 진통제 처방 안할거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억지로 그릇을 비워냈다.

 

 "그럼 좀 쉬고 있어. 자던가."

 

 빈 그릇과 빈 링거병, 빈 주사기 등을 쟁반에 담은 지란이 나가자 방 안에는 내가 쌕쌕 내쉬는 숨소리만 남았다. 정신을 차린지 제법 되었지만 여전히 지란이 처방해준 진정제때문에 잠들어 있는 시간이 많았고 라무엘은 물처럼 묽은 죽만 만들어왔으며 잭은 나에게 미안해했다. 왠지 그동안 못잤던 잠을 한꺼번에 몰아서 자는 기분이었다. 물론 간간히 꿈을 꾸긴 했지만 전보다 빈도가 줄었다.

 

 "왜 안자고."

 

 문이 열리고 라무엘이 들어오는 바람에 생각이 멈췄다.

 

 "먹고 바로 자면 돼지될까봐."

 

 약간은 구김이 간 셔츠의 소매를 활동하기 편하게 접은 라무엘이 협탁 위로 들고 있던 물병을 올려놨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바로 자도돼."

 

 나를 눕히기 위해 어깨를 잡은 라무엘의 손을 슬쩍 밀어냈다.

 

 "아니, 그냥 앉아있을래."

 

 내 말에 라무엘이 순순히 손을 뗐다. 조금은 수척해보이는 라무엘에게서 여전히 달큰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잭하고 얘기해봤어?"

 "무슨?"

 

 협탁의 서랍에서 책을 꺼낸 라무엘이 고개를 슬쩍 들어 나를 봤다.

 

 "FIL에 당신하고 내가 함께 들어간다고 하던거."

 "아아, 그거."

 

 고개를 주억거리던 라무엘이 의자에 앉아 책장을 팔락팔락 넘겨 표시해둔 부분을 찾아냈다.

 

 "아직."

 "왜?"

 

 며칠이 지났는데 여지껏 말을 안했다니 화가 나서 말이 뾰족하게 나갔다. 날카로운 내 반응에 라무엘이 보려던 페이지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넣고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은 말할 상황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도대체 왜."

 

 차분한 라무엘의 말투가 거슬렸다. 신경질적인 내 추궁에 라무엘이 내 가슴을 잠깐 보다가 시선을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그의 까만 눈동자 속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지금은 잭이 무조건 반대할테니까. 네가 나아지기만 기다리고 있어."

 "아."

 

 라무엘의 설명에 머쓱해져버렸다.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던가."

 

 민망해서 괜히 라무엘에게 톡 쏘아붙였다. 하지만 라무엘은 썩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뭐 필요한거라도."

 "없어."

 "그래."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린 라무엘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조금 이상했는데 지금은 많이 이상해보였다.

 

 "나 걱정했어?"

 

 생각보다 말이 먼저 불쑥 튀어나왔다. 라무엘이 책을 보던 눈을 느릿하게 들어 날 응시했다. 역시 새까만 눈동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응."

 "왜?"

 

 라무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꺼낼 말을 고르는 듯 입을 몇번이나 달싹였다. 난 그가 대답을 할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상식적으로 대답하자면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담담하게 말을 꺼낸 라무엘을 이상한 것을 본다는 듯 쳐다보니 그가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무슨 참신한 개소리지.

 

 "내가 좋아하는 인간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한가."

 "당신이 날 좋아한다고?"

 "난 이제이 널 좋아해. 신경도 많이 쓰고 있는데."

 "으음, 그게 무슨 뜻이야?"

 

 이 뜬금없는 말이 머릿속에서 영 이해가 되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막무가내로 내 집에 밀고 들어와 눌러앉고 내 말은 무시하면서 나의 취향까지 간섭하는 작자가 날 좋아한다는게 말이 되는 소린가? 물론 신경써주기는 했지만, 재희때문에 그런거 아니었나. 내가 인상을 찡그리고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자 라무엘이 작게 한숨을 뱉었다.

 

 "종종 그런말들 하지? 지나가는 개가 다쳐도 걱정한다고. 너는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와 계약한 사이잖아."

 "아아."

 

 라무엘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 잠깐.

 

 "날 개취급했잖아. 이게 어딜봐서 상식적이란거야?"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그냥 예를 든 것 뿐이야. 내가 좋아한다는 걸 믿지 않는 분위기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말한 라무엘이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렸다. 왠지 놀림당한 것 같았지만 전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라무엘 때문에 찜찜한 기분이었다. 고개를 약간 숙여서 책을 읽고 있는 라무엘을 쳐다봤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기분이 별로 였다. 라무엘을 보고있던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역시 날 개취급 한거잖아."

 

 툭 튀어나온 말에 라무엘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인간이나 개나 똑같아.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잊은거야?"

 

 마치 알고있던 것을 잊은 아이에게 설명을 다시 해주는 것처럼 차분히 말한 라무엘이 나와 눈을 맞추고 다시 입을 열었다. 먹물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미동도 않고 있었다. 역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을거면서 왜 눈을 맞춘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널 좋아한다는건 진심이야."

 "인간인 나보다 상식적이라며. 전혀 상식적이지 않잖아."

 "네가 상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고?"

 

 역시 놀리는거다. 전혀 놀리는 것 같지 않은 얼굴로 놀리고 있었어.

 

 "윽."

 

 발끈해서 등허리에 받치고 있던 베게를 꺼내 라무엘에게 던지려다가 상처가 당기는 바람에 신음소리를 흘렸다.

 

 "무리하지말고 그냥 눕지 그래."

 

 들고있던 책을 뒤집어서 협탁 위에 놀려놓은 라무엘이 내 손에서 쉽게 베게를 가져가 제자리에 놓고 나를 눕혔다.

 

 "다시는 당신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게. 비상식적인 존재를 이해하려고 한 내가 바보였어."

 

 얌전히 라무엘이 덮어주는 이불 속에 묻히면서 말했다.

 

 "그래."

 

 라무엘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토닥이더니 토닥이던 손 그대로 내려서 내 눈을 가렸다. 그가 하라는 대로 눈을 감았다. 지란이 진정제를 주지 않아서 그런지 잠은 오지 않았다.

 

 "잠 안와."

 

 눈 감은 채 말하자 라무엘이 내 눈에서 손을 내렸다.

 

 "그럼."

 

 라무엘의 얼굴에서는 이미 미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잭이랑 원래 아는 사이였어?"

 "그럴수도, 아닐수도."

 

 내 물음에 라무엘이 난해한 대답을 내놓았다.

 

 "알면 아는거고 모르면 모르는거지."

 "잭은 유명하니까, 이쪽 세계에선. 그리고 성에서 탈출하고 FIL에서 도와주기도 했고. 만난건 널 처음 봤을 때였지만 그쪽은 이미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겠지."

 "어, 그렇겠네."

 

 라무엘의 설명에 수긍했다. 누운 상태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그 뱀파이어는? 그쪽은 당신을 모르던데. 성에 있을 때 만났던거 아니었어?"

 "오드아이가 흔한건 아니잖아. 소문으로 들었지."

 "그 뱀파이어는 재희를 알까?"

 "글쎄. 그건 모르겠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착실히 대답을 할까나. 몸을 틀어 라무엘을 향했다.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참지 못할건 아니었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가 꿈지럭거리는 날 보고 있었다.

 

 "당신은 지나가는 개가 다치면 걱정할거야?"

 "아니."

 "내가 지나가는 개, 아니었어?"

 "네가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거야. 우리같은 족속들은 본래 남을 생각하지 않아. 그저 알고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뭘 바랄지, 뭘 원할지."

 

 잠시 말을 끊은 라무엘이 날 물끄러미 봤다.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 라무엘이 슬쩍 웃어보였다.

 

 "하지만 넌 달라. 왜 그럴까."

 "나 좋아한다며."

 "그래."

 

 라무엘은 언제나 이상했지만 오늘은 더 이상했다. 다정히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던 라무엘이 다시 책을 들어올렸다. 오늘의 라무엘은 역시 이상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너와 나의 모습3 2017 / 7 / 31 249 0 4932   
12 너와 나의 모습2 2017 / 7 / 31 246 0 5751   
11 너와 나의 모습1 2017 / 7 / 26 243 0 4556   
10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6 2017 / 7 / 24 225 0 5065   
9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5 2017 / 7 / 24 232 0 6066   
8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4 2017 / 7 / 23 257 0 5213   
7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3 2017 / 7 / 21 227 0 4779   
6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2 2017 / 7 / 21 211 0 5417   
5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 1 2017 / 7 / 21 218 0 5649   
4 너와 나의 그 아이 4 2017 / 7 / 20 225 0 4865   
3 너와 나의 그 아이 3 2017 / 7 / 20 233 0 4786   
2 너와 나의 그 아이 2 2017 / 7 / 20 239 0 5323   
1 너와 나의 그 아이 1 2017 / 7 / 19 384 0 599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