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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처음뵙겠습니다, 키스
작성일 : 16-08-22 15:00     조회 : 652     추천 : 0     분량 : 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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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제법 따뜻했다.

 그래, 이제 봄이 오고 있었다.

 서둘러 핀 꽃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바람좋다!”

 진서는 마당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진서의 마음도 살랑살랑거렸다.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데이트 하러 나가야 하는데 말이다.

 “야! 이 기집애야! 바람난 미친년마냥, 마당에서 뭐해? 빨리 청소 안해!”

 엄마다.

 진서의 엄마, 김정남 여사이다.

 “청승은 청소하고 나서나 떨어!”

 10년 만에 집에 온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말은 6개월 동안 김정남 여사의 잔소리를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서러워서 빨리 나가버리던가 해야지.”

 진서는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나가라 제발. 다른 집 애들이면 벌써 애가 둘일 나이야. 이 기집애야!”

 아침이면 늘 있는 잔소리였다.

 김정남 여사의 잔소리는 날로 늘었다.

 “내가 손주는 바라지도 않아. 부귀영화도 안바란다니깐. 딸 하나 있는게 사람 구실을 해야지!”

 진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야 대꾸도 하고 싸움도 했지만, 이젠 모든 기력을 잃어 버렸다.

 “네네, 알겠습니다. 김정남 여사님. 네네. 이제 뭘 하면 되나요?”

 라고 말하버리는 거였다.

 그게 차라리 속이 편했다.

 아니, 그러지 않고서는 견디기도 힘들었다.

 “오늘 단체손님들 오신다니까, 이불 좀 햇볕에 널고, 청소도 깔끔하게 하고! 내가 이따가 흰장갑 끼고 들어간다!”

 진서의 어머니, 김정남 여사께서는 펜션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민박집을 운영하신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처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심심하다고 시작한 것이 제법 손님이 있는 모양인지 할일이 꽤 많았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진서도 서울에 올라가고, 적적하실까봐 걱정했으니 말이다.

 

 *

 

 진서는 청소기를 한손에 잡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러려고 내려온 건 아닌데…’

 그래, 이러려고 제주도까지 온 것도 아닌게 말이다.

 뭐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편안하게 일에 집중 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서는 느릿느릿 청소기를 밀었다.

 “거기 다 청소하고 세탁기도 돌려놔! 엄마 장보러 갔다올게!”

 김정남 여사가 진서를 향해 소리쳤다.

 아침부터 힘이 쭉 빠졌다.

 

 *

 

 진서는 서울에서 산 지 10년 만에 제주도로 다시 내려왔다.

 스무살 때 서울로 올라갔으니, 지금은 딱… 서른 살이다.

 돈많은 남자를 만나서 신데렐라가 되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어차피 스무살 때 멋진 남자가 와서 진서에게 결혼하자고 했어도, 못했을 거였다.

 옳다고 생각하는 거면 옆 사람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도 하는 진서와 결혼할 남자가 있을까.

 애초에 진서는 그런 것 따위는 포기하고 살았었다.

 그래서 지금 이모양 이꼴이지만.

 여태까지의 삶은 평탄했다.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다른 친구들이 취업이 안된다고 할 때, 잘나가는 디자인 회사에 딱 들어갔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넉넉했다.

 회사에서 만난 남자와 연애도 꽤 오래 했었고.

 아마 그대로 회사에서 지냈다면 무탈하게 다닐 수 있었을 거였다.

 ‘정태진, 그 망할 자식만 아니었다면…’

 진서를 이를 갈았다.

 정태진은 회사에서 만난 남자, 남자친구놈이었다.

 헤어진 지 벌써 6개월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정태진 이 자식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그러나 뭐 별수 있나.

 청소나 하고 빨래나 하고, 남은 시간에는 작업이나 하고 블로그에 스케치나 올려야지.

 진서는 청소를 하다 말고 창밖을 보았다.

 쾌청했다.

 진서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딱, 진서 혼자 뿐이었다.

 이 고요함과 평화로움…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

 

 진서는 천천히 마당으로 나갔다.

 엄마가 잘 가꿔놓은 마당에는 라벤더며 로즈마리 같은 허브도 자라고 있었다.

 옆에는 상추나 고추 같은 것도 심어져 있었다.

 바람에 실려오는 허브향이 좋았다.

 늘씬한 진서의 몸매가 한눈에 드러났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찐다는 것,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 중 가장 좋은 거였다.

 진서는 로즈마리 옆에 앉아 수첩을 꺼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기억해 두려고 늘 수첩을 가지고 다녔다.

 아무 무늬가 없이, 한 손에 들고 있기에 부담이 없는 작은 크기의 수첩이었다.

 그래, 진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펜션 도우미가 아니라, 일러스트 작가였다.

 책과 포장지, 광고나 포스터 등등에 쓰이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였다.

 디자인 회사에 다닐 때도 하던 일이었다.

 처음 회사를 그만 둘 때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몇년이나 해 먹었는데, 이 정도 쯤이야…

 설마, 클라이언트들이 내 작업을 좋아해줬으니 프리를 선언하면 나에게 작업을 주겠지.

 하지만 아무도 회사를 떠난 진서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영영 제주도에서 펜션 청소나 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았다.

 ‘갤러리나 한번 다녀올까…’

 진서를 시계를 보았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긴 갤러리에 새 작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서 들은 터였다.

 티브이를 보는 것보다는 아직, 갤러리에 가는게 마음이 편했다.

 그런 것을 보면 천상 그림이나 그릴 팔자인 것은 맞았다.

 

 *

 

 그때였다.

 사람 한 명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네! 어서오세요! 예약 하셨어요?”

 사람 기척이 느껴지자, 진서는 벌떡 일어나며 녹음기처럼 말을 뱉었다.

 하도 많이 한 말이라 방언터지듯 술술술 나왔다.

 아무 말이 없었다.

 보통 이 정도 되면 방이 어떻냐, 가격은 얼마냐 등등 물어보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와서 예약자 이름만 말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지 멀뚱히 서 있지는 않았다.

 이상했다.

 진서는 고개를 들었다.

 남자가 한명 서 있었다.

 키는 한 190쯤.

 하도 커서 고개를 한껏 젖혀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였다.

 무언가에 쫓기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진서가 보기에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남자네…’

 진서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딜가도 눈에 띄게 생긴 외모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세상에나. 남자 피부가 나보다 더 좋아…’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지도 않고 표정없는 얼굴로 펜션 이곳저곳을 보았다.

 옷을 입은 모양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냥 흰 티에 청바지를 걸친 차림이었는데, 청바지 광고에 나오는 모델처럼, 화보에서 걸어나온 듯 했다.

 ‘연예인이라도 해도 믿겠네.’

 진서는 남자를 힐끗거리며 보았다.

 연예인이라면 혼자 이런 곳이 올 리는 없으니까.

 적어도 매니저나 보디가드 정도는 함께 오고, 그들이야 이런 민박집 같은 펜션이 아니라 호텔에 묵을 테니까.

 그래도 제주도에 오는 흔한 관광객은 아닌 것 같았다.

 잘생긴 남자가 첫 손님이라니, 오늘은 왠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진서는 최대한 상냥하게 입을 열었다.

 “몇분이세요? 오늘 단체 손님 예약이 돼 있어서 두분 묵을 방만 남아 있…”

 갑자기 남자는 갑자기 몸을 숙여서 진서에게 키스를 했다.

 “앗! 읍!”

 남자는 팔을 뻗어 진서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진서가 발버둥을 쳐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지, 낯선 잘생긴 남자에게 키스 당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

 

 “짝!”

 진서는 남자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뭐야, 완전 또라이네 이거.”

 진서는 소리쳤다.

 남자는 빨갛게 부은 뺨을 움켜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사과?

 그런건 하지도 않았다.

 선글라스?

 벗지도 않았다.

 진서가 때렸으면 무척이나 아플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손맛 매운 걸로는 지지 않던 진서였다.

 진서 주먹 한방이면 동네의 덩치큰 남자아이들도 1초도 되지 않아 울음을 터트리곤 했으니까.

 “사과 안하세요?”

 “사과라뇨. 그쪽이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건 아닌가요?”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성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목소리가 멋지고 몸매가 모델같으면 뭐해, 그냥 치한인데.

 진서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요? 왜요?”

 진서가 지지 않고 대들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어? 이남자 뭐야.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나, 누군지 몰라요? 집에 티브이 안나와요?”

 남자는 오히려 억울한 듯 했다.

 “티브이요? 누군데요? 난 말이에요…”

 남자는 갑자기 진서의 입을 막았다.

 “가만히 조금만 더 있읍시다.”

 남자는 다시 진서에게 키스를 했다.

 어, 뭐야.

 사과도 안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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