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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드래곤의 성자님
작가 : 펌킨파이
작품등록일 : 2017.7.23

"우린 심장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뭐래, 네 멋대로 가져가 놓고선."

레어 안에서 생활하던 히키코모리 드래곤 렌. 어느 날, 웬 인간 새끼에게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다?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7화
작성일 : 17-07-26 08:22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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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잠깐."

 

 "왜. 유언이라면 죽고 난 뒤에 해."

 

 "잘 못 해쪄여..."

 

 "......"

 

 렌은 들어올린 칼을 내려찍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콧소리는 왜 섞어?

 

 "시방, 미소년이면 몰라도 초르딩딩한 고블린한테서 애교 듣고 싶지 않거든?"

 

 "잠깐, 종족 혐오 발언 좋지 않아요!"

 

 블린은 낄끼빠빠를 몰랐다. 그는 늘 껴야 할 때 안 끼고 빠져야 할 때 안 빠졌다.

 

 "닥쳐."

 

 거미와 고블린 줄여서 그거 한 마디 했다고 미블린 콤비는 금세 기가 죽었다. 렌은 기가 막혔다. 고작 한 마디에 이 정도 반응이었으면 평소 고블린 애들한테 하듯이 했으면 기절했을 것이다. 이런 얄팍한 각오로 레어까지 쳐들어온 건가?

 

 "XX, 마법 좀 덜 쓰게 됐다고 내가 만만하냐? 심장을 노리고 온 주제에 아주 태평하기 그지 없구나. 내가 너희를 살려둘 거 같아?"

 

 "예, 예? 전 그냥 동생놈들 괴롭힐 작정으...어? 마법 못 쓰시나요?"

 

 렌은 잠깐 멈칫했다. 그걸 알고 쳐들어온 게 아니었던가? 그녀는 짐짓 자연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아니, 누가 마법 못 쓴대. 드래곤이 마법 못 쓰면 드래곤인가."

 

 "아, 역시 그렇죠? 마법 못 쓰는 드래곤이 도마뱀이지 드래곤인가요?"

 

 맞장구를 치고자 했던 모블린이 역린을 건드렸다. 우득, 렌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전..고블린..놈한테..받을 게..있어서.."

 

 8개의 눈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요량으로 모르는 고블린, 그러니까 모블린을 쳐다보았다.

 

 "치, 치사한 놈...!"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블린은 무시한 채 거미는 끊임없이 탈출구를 살폈다. 안구가 너무 많아서 티가 난 게 문제였다.

 

 "너네 회복 어디까지 되냐?"

 

 "다리 한 두 개 정도는 괜찮은뎁쇼."

 

 "저도..그..정도.."

 

 순진하게도 정말 회복 가능한 양을 자백한 둘에게 렌은 웃었다. 지나치게 화사해서 꿍꿍이가 역으로 궁금해지는 미소였다. 그녀는 쇳덩이-검-을 휘둘렀다.

 

 "죽이진 않고, 적당히만 해줄게. 회복 가능한 만큼만."

 

 매우 관대한 처사였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

 

 거미는 다리가 이리저리 꺾였고, 고블린은 초록색 피부에 초록색 피가 잔뜩 묻어나오게 때렸다. 블린은 감초의 눈만 가릴 게 아니라 코도 가리고 귀도 가렸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아동 정서 발달에 좋지 못한 처사였다.

 

 "주인님, 너무 과하신 거 아니에요? 감초도 있는데..."

 

 "내 레어에 멋대로 쳐들어왔는데, 이 정도면 싸지."

 

 블린이 쭈뼛주뼛거렸다. 블렌이랑 블륜이 한숨을 쉬며 감초와 블린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감초야, 놀랐니?"

 

 "아니, 전혀."

 

 블륜이 상냥하게 말을 걸었지만 감초는 무심했다. 블린은 자기 형제가 맞는 걸 보면서 당황한 나머지 손으로 눈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했다. 감초는 덕분에 손가락 틈새로 모든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피가 빨간색이었어도 크게 감흥이 없었을 텐데 초록색이라 더더욱 감흥이 없었다. 인간이 아니라는 게 확실하게 느껴져서 와닿지 않았다.

 

 "저 고블린은 누구야? 삼촌들이랑 다르게 기분 나빠."

 

 "아, 저 놈."

 

 블륜이 씹어뱉듯 말했다.

 

 "애초에 형이 너무 관대한 거야."

 

 "아니, 그래도 정이란 게 있는데 좀 그럴 수도 있지. 피는 차보다 진하다더라."

 

 "그 깟 피 때문에 얼마를 고생했는데?"

 

 고블린들의 언성이 점점 높아졌다. 말싸움으로 번질 뻔한 순간 감초가 눈에 밟혀서 둘 다 입을 다물었다.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있자나, 삼촌들, 왜 누나랑 살아?"

 

 블린과 블렌은 머뭇거렸다. 자신들의 치부나 다름없는 과거 이야기를 해주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깜빡거리는 눈은 사슴처럼 맑고 투명했다.

 

 "윽, 귀여운 것."

 

 "진짜 귀엽네."

 

 냉랭했던 둘의 분위기가 사르르 녹았다. 그래, 까짓 거 흑역사 얘기 몇 번 하면 어떤가. 블린과 블렌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그러니까 우리가 주인님이랑 만나기 전인데..."

 

 ***

 

 그 어떤 요정도 달밤에는 들뜨기 마련이었다. 그것도 아름다운 보름달이라면 더욱. 요정 중에서 악질로 취급받는 고블린이라 한들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도 밖에서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밤이라 그런지 소리의 공명이 더욱 심했다. 고블린들은 밖에서 반짝거리는 보석들을 온 몸에 걸고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단 세 명만 빼고. 그들은 나무 구멍 안에 숨어 있었다.

 

 왁자지껄한 소리 가운데 구멍 틈새로 새어나간 울음소리가 밖의 녀석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모양이었다. 작은 돌멩이가 날아왔다. 돌멩이는 정확히 블륜의 뒷통수에 맞았다.

 

 "악, 으으..."

 

 "야, 닥치라고 했잖아!"

 

 "...미안..."

 

 블륜이 훌쩍이던 코와 입을 막고 신음소리를 참았다. 블린은 벌떡 일어나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어두운 나무 구멍 안에서 뭘 찾는 건지. 살짝 들어오는 빛을 통해서 시야를 확보한 블린은 짱돌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러고서는 구멍 밖으로 짱돌을 거세게 집어던졌다.

 

 "...아아악!"

 

 블륜에게 돌멩이를 던졌던 고블린의 팔에 돌이 맞았다.

 

 "...블륜이한테 돌 던지지마!"

 

 "이런 XX, 야! 다 끌고 나와!"

 

 나무구멍 안으로 나뭇가지 수십 개가 들어와서 콕콕 찔렀다. 저리가라고 소리지르고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봤지만, 그들의 괴롭힘은 멈출 수가 없었다. 피멍이 온 몸에 들었을 무렵 대장 격인 고블린이 소리질렀다.

 

 "독한 새끼들, 이래도 안 나오냐? 됐다, 흥 깨졌으니까 가자."

 

 그 말 하나에 우르르르 고블린들이 따라 나섰다. 블륜이 이를 악물고 블린한테 말했다.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해짢아...흑..."

 

 "야, 너한테 돌을 던졌는데 어떻게 참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무 구멍 안에 싸늘한 적막이 흘렀다. 밖에 달빛이 너무 눈부셔서 눈물이 흐르는 거다, 고블린들은 서로 핑계를 댔다.

 

 "...우리 소원 빌어야 하는 거 아냐?"

 

 "웬 소원?"

 

 "이렇게 큰 달이 뜰 때는 소원을 빌어야 한대."

 

 블렌이 상냥하게 말헀다. 하지만 블린과 블륜의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그건 너무 고블린스럽지 못한데."

 

 "뭐 어때, 고블린으로 인정해주는 놈들도 없는데."

 

 가장 의연해보였던 블렌이 던진 한마디는 생각보다 아팠다. 그렇지만 블렌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는 손 두 개를 마주잡더니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제발 저 재수없는 새끼가 개미만큼 작아져서 다른 놈들한테 밟히게 해주세요!!!"

 

 두 눈이 휘둥그레해진 둘이 서로 마주보다 웃었다.

 

 "저 새끼들 죽이고 천국 보내주세요!!물론 저 말이에요!!"

 

 "XX, XX XXX!XX XXX!"

 

 블린과 블륜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입 안에 터진 피가 비리고 짰다. 그건 불과 며칠 뒤였다. 고블린으로 폴리모프한 렌을 만나게 된 건.

 

 ***

 

 "아, 아악..."

 

 "이 정도 가지고 아프다고 할 거면 왜 덤벼?"

 

 블린, 블렌, 블륜 셋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동시에 입이 뻐끔거렸다.

 

 '다, 달님이 소원을 들어주셨나봐.'

 

 대장새끼가 곤죽이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앞에는 처음 보는 고블린이 서 있었다.

 

 고블린치고 꽤 작은 편이었던 블린, 블렌, 블륜은 초록색 피부를 제외하고는 고블린스러운 구석이 없었다. 그 탓에 몇몇 놈들은 고블린이 맞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었다. 그들은 그럴 때마다 웃어넘겼지만 속으로는 정말 고블린이 맞긴 한 건지, 의구심이 싹트고 있었다.

 

 무릇 고블린이라면, 딱딱한 손발과 거대한 체구, 아름다운 초록색 피부와 큰 코와 주름이 특징일 것이다. 대장 격으로 놀던 놈은 머리는 크고 손발은 딱딱했지만 완벽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 누구도 그 특징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달랐다. 누구지? 고블린 신의 현신이기라도 한 걸까?

 

 고블린 3형제는 저절로 머리를 숙였다. 블린이 수줍게 물었다.

 

 "조, 존함이..."

 

 "뭐라고?"

 

 "조, 존함이..어떻게 되십니까?"

 

 바보,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극존칭이었잖아! 블렌, 블륜이 속으로 타박했다.

 

 "...렌?"

 

 "렌?"

 

 "고블렌."

 

 대충 지어낸 이름임에 분명했지만 따르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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