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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신단수-천수(天樹)의 환생.
작가 : 동그리
작품등록일 : 2017.7.23

하늘 세상과 땅을 이어주던 신령한 나무. 신단수! 그러나, 환웅을 따라 내려 온 3천여 명의 하늘 사람들 가운데 더 이상 하늘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자들이 땅의 욕심 많은 자들과 손을 잡고 하늘의 통로, 신단수를 주술을 걸어 베어낸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격노한 환웅은 신단수의 환생과 관련한 예언을 남기고 이 땅을 떠나고, 신단수가 사라짐으로써 하늘의 보살핌이 사라진 땅의 세상은 점차 피폐해지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데, 환웅이 남긴 신단수에 대한 예언을 목숨처럼 받들고 버텨 온 자들은 끊임없는 기도로 신단수의 부활을 기다린다.

“하늘의 나무-천수(天樹)를 얻는 자,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니,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되리라.”

우의정17년 드디어 신단수가 부활한다! 그런데, 나무가 아닌 여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지 못한 채 우울한 30대를 살아가던 수영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광풍에 휩쓸려 조선의 심장! 경복궁의 한 가운데로 떨어진다. 아홉 마리의 용이 물기둥을 이루는 속에서 경복궁 한 가운데 떨어진 그녀! 그녀를 지켜보던 한 남자는 그녀를 안고 궁궐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는데!

 
17화. 환웅의 예언.
작성일 : 17-07-26 02:35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7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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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의원이 눈을 들어 물었다.

 

 “환웅께서?”

 

 놀라 묻는 맹의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던 수영의 두 눈이 천천히 감겼다. 고여 있던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처음엔……, 바람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낮에 운종가를 걸을 땐 그냥 바람 소리 같았어요. 그런데 연향 대군에게서 신시(神市)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갑자기 바람 소리가 커졌어요. 마치 폭풍 속에 서있는 것처럼요, 바로 앞에 있는 소상궁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냥 거센 바람 소리만……, 그런데……. 갑자기……, 바람 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목소리라 하셨습니까?”

 

 “네! 처음 들어보는 음성이었어요.”

 

 “그 음성이 무엇이라 하시더이까?”

 

 물어오는 맹의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백성……, 내 백성……, 이라고…….”

 

 “하…….”

 

 긴 신음을 내뱉던 맹의원은 천천히 고개를 낮추었다.

 ‘환웅 천황께서 아직도 이 땅의 백성을 잊지 않고 계시었구나…….’

 

 “헌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슬펐어요. 뭔진 모르겠는데, 너무 슬퍼서……, 그냥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뛰어나갔어요.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거기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또 너무나 가엾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제 탓이라고……, 연향 대군이……. 맹의원님……, 제가 왜 이런 거죠? 제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수영은 울먹이며 말을 잇다가 입술을 깨물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든 맹의원이 한없이 맑은 눈을 들어 수영을 향해 말했다.

 

 “그대가 바로……, 신단수(神檀樹)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 얕게 고개를 흔드는 수영을 향해 부드러운 맹의원의 음성이 이어졌다.

 

 “하늘의 나무, 신단수만이 하늘의 뜻을 받아 땅의 백성에게 전하지요. 그대가 신단수이기 때문에 하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천수(天樹)이시여.”

 

 다시 한 번 몸을 낮추어 엎드려 절하는 맹의원의 등 뒤로 문 밖에 서 있는 세 사람의 그림자가 어렸다.

 

 ===

 

 “대감마님, 오성이옵니다.”

 

 “들어오너라.”

 

 웬일인지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어 아뢰는 오성이었다.

 

 “무슨 일이냐?”

 

 “대감마님께 알려 드려야 할 것이 있어…….”

 

 “무엇이냐? 고해 보거라.”

 

 서문기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해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 좀처럼 주인이 깨어 있는 시간엔 집안 어디서든 목소리를 낮추어 아뢰는 일이 없는 오성이었다.

 

 “저......, 노정에서 신물을 열어본 노복 말씀입니다.”

 

 “그자, 눈을 잃었다 하지 않았더냐?”

 

 “예, 헌데, 사실은 그것을 열어보라 하신 분이…….”

 

 “혹시……. 형님이시냐?”

 

 “예, 대감마님, 그렇습니다.”

 

 “형님께서…….”

 

 서문기의 가는 눈매가 서늘해졌다. 무의식적으로 병풍 뒤 다락을 향해 돌아가던 고개가 오성의 눈과 마주치며 멈췄다.

 

 “욕심이 생기셨을 테지!”

 

 “예?”

 

 오성은 제 주인이 이미 그날의 일을 예상하고 있는 듯싶었다.

 

 “신물(神物)이란 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신단수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란다.”

 

 누군가를 의식하듯 서문기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신단수를 부른다면……?”

 

 “형님께서는 이곳에 도착하시기 전에 먼저 신단수를 불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으신 욕심이 발동하신 것일 게야.”

 

 ‘지금까지는 그냥저냥 이 아우의 일을 보고만 계시다가 이제 신단수가 나타나 신물이 깨어나니 그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욕망이 일어 그에 노복의 눈을 앗아가게 한 것이었군요. 형님.’

 

 한동안 말없이 미간을 모은 채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는 주인을 향해 오성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헌데, 소인,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것이 있사온데……. 도대체 신단수가 무엇이 길래 주인께서 한평생을 바치시어 이리 찾으신 것이 온지…….”

 

 자신의 혈육까지도 경계하는 주인을 향해 오성은 신단수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날을 세울 것이라 여겼던 주인의 눈매가 바뀌더니 오성을 향해 신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는 내 사람이니, 내 그 물음에 답을 해주마. 우리 집안이 어찌 그리 그 예언서를 목숨처럼 지켜왔는지 아느냐? 바로 우리의 세상! 백제를 다시 건국하기 위함이니라.”

 

 “예? 백제라면…….”

 

 오성은 서문기의 가문이 부여와 공주를 기반으로 한 세력임을 알고 있었다. 언뜻 초란과 주인의 얘기 중에 백제라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을 들은 듯도 했다. 헌데 그 옛 이름을 다시 세운다? 허면……, 조선은?

 

 “허……, 헌데, 백제를 다시 세우시는 것과 신단수와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 예언서에는 먼 옛날 환웅 천황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일과 이 세상을 어찌 만드셨는지가 기록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엔 신단수를 잃으신 슬픔의 시 한편과, 예언이 하나 적혀 있지.”

 

 “그것이 무슨 내용입니까? 주인어른!”

 

 듣고 있던 오성이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동안 한 번도 들은 바 없는 이 집안의 가보인 예언서의 내용을 듣고 있는 오성은 심좌장군 터질 듯하였다. 서문기는 오성을 찬찬히 훑으며 이 자가 영원히 자신의 종이 될는지를 가늠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환웅이 남기신 하늘의 나무…….”

 

 “…….”

 

 “신단수(神檀樹)!”

 

 “…….”

 

 “그를 가진 자!”

 

 “…….”

 

 “이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니, 영원히 하늘의 보호를 받을 것이며, 끝나지 않을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 마디씩, 천천히, 힘주어, 예언의 말을 전하는 주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성은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앞에 앉은 주인에게 들킬까봐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어떠냐? 이 예언을 아는 자들이라면 하나같이 신단수를 가지려 들지 않겠느냐? 이 집안에서! 형님 이외에! 다른 마음을 품은 자가!……. 또 없었겠느냐?”

 

 서문기의 뱀 같은 눈매가 오성의 제멋대로 나대는 심장을 꿰뚫어보는 듯 했다. 오성은 날숨을 여러 번 끊어 뱉으며 자세를 최대한 낮추었다. 서문기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부여 서(徐)씨 일족은 개인의 영달이 아닌, 대 백제를 재건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 왔다! 한 세대를 지날 때마다 집안의 부흥을 책임질 한 명의 후손을 정해 예언서를 전수하고 신물을 보호해 왔지. 그렇게 대대로 이어져 온 가업을 내 아버지로부터 이어 받은 것이 지금 나인 것이다!”

 

 오성은 이제야 자신의 주인이 왜 그토록 신단수와 관련 된 것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달려왔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냥 한 집안을 일으킬 의무가 아니라,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는 책임을 맡은 것이었다니……. 그런데 정말 그 예언이 사실인 것인가?’

 

 “초란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입니까?”

 

 “초란의 집안은, 대대로 무녀 집안이다. 그 어미들은 이미 신단수에 대해 알고 있었지. 언젠가 신단수가 이 땅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 확신을 주었던 것도 그들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으나 이미 하늘의 물의 행방을 알고 그 터에 당집까지 지어 살고 있었다.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신단수를 기다려온 자들이지. 그들의 뒤를 우리가 봐주면서 함께 신단수를 기다려온 것이다.”

 

 “초란이…….”

 

 오성은 초란이 서문기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제 내일, 보름달이 뜰 것이다. 신단수는 분명 이 신물을 찾아 내 집에 올 것이다. 그동안 훈련시켜 둔 군사들을 준비시키도록 하거라!”

 

 “예, 대감마님!”

 

 

 ---

 

 

 “주상 전하, 아뢰올까요?”

 

 밖에서 맹의원과 수영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주상을 향해 박상선이 아뢰었다. 주상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제 아뢰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오랜 시간 서 계신 주군을 걱정하며 옆을 지키고 있던 좌장군이 고개를 숙이며 뒤로 걸음을 물렸다.

 

 “주상 전하 듭시옵니다.”

 

 문이 열리자 수영은 일어섰다.

 

 ‘나는 이분께 제대로 된 인사를 한 적이 없어. 이제 내게 일어난 일은 빼도 박도 못하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분이 조선의 왕이시라는 거야!’

 

 수영은 절을 올릴까 망설이다가 최대한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잘하지도 못하는 걸 흉내 내기보단 잘하는 걸로 최대한 공손의 마음을 전하자 싶었다. 그런데 마주 선 임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굽혀 수영의 발 앞에 엎드렸다.

 

 “아, 아니 이러지 마십시오. 제가 뭐라고…….”

 

 “천수(天樹)이시여. 그동안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사옵니까? 부디, 이 미욱한 소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예? 무슨 그런 말씀을……, 이, 이러지 마세요.”

 

 수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의 절을 받는 다는 것도, 또 아무 것도 아닌 자신에게 벌을 청하고 있는 이 상황도.

 

 “아니옵니다. 부디, 미욱한 소신을 벌하옵시고, 이 땅의 백성들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이 땅의 백성……?”

 

 “그러하옵니다.”

 

 ‘이분은 내가 있던 세상의 정치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아. 빈 말로 백성을 살펴 달라 부탁하는 게 아니야. 정말로 자신이 벌을 받을 테니 이 땅의 백성들을 살펴 달라 부탁하고 있어.’

 

 수영은 엎드려 있는 임금을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두었다.

 

 “하지만, 전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런 제가 어떻게 이 땅의 백성을 살필 수가 있겠어요?”

 

 수영은 진심으로 자신 앞에 엎드린 두 노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직 뭐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신분을 세우지 않고, 나이 또한 분별하려 들지 않고, 온전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이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천천히 허리를 세운 임금이 맹의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맹의원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신단수는 보름이 되면 하얀 나무로 변하옵니다.”

 

 “하얀 나무요? 그럼……, 제가……, 꿈에서 본 그 나무가……?”

 

 수영은 미간을 좁히며 꿈속의 장면을 떠올렸다.

 

 “몽중에 이미 보셨사옵니까?”

 

 “예……. 그,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 하얀 옷을 입은 어떤 남자 분이 서 있었어요. 처음 본 사람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분이……, 그 나무를 쓰다듬으면서 ‘나의 신단수’라고…….”

 

 “환웅 천황이시여…….”

 

 꿈속에서 환웅 천황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임금은 감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다시 허리를 굽혔다. 수영은 임금과 맹의원을 번갈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분이 환웅 천황……?”

 

 “그러하옵니다.”

 

 수영의 앞에서 두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수영도 엉거주춤 고개를 숙이며 혼잣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딘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 건가?”

 

 “그럴 것이옵니다. 환웅께서는 신단수(神檀樹)를 참으로 사랑하셨으니까요. 늘 보름을 기다려 신단수의 이야기를 즐거이 들으셨지요.”

 

 “보름……?”

 

 “예, 마마.”

 

 “그럼……, 저도 변하게 되는 건가요? 하얗게?”

 

 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 꿈속의 하얀 나무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시키고 있었다.

 

 “나무이실 때는 하얀 나무로 변하셨지요. 또 천신님께서 붉은 칼에 맞아 정신을 잃고 하늘의 물을 드셨을 때에 머리카락이 잠시 하얗게 변하셨사옵니다.”

 

 “제……, 머리가요? 하얗게?”

 

 수영은 둥근 눈을 크게 뜨고, 어깨 위로 흘러내린 자신의 갈색 머리카락을 쓸어 보았다.

 

 “예, 그렇사옵니다.”

 

 ‘내 머리카락이 하얀 색으로 변하다니…….’

 

 “그런데……, 신단수가 왜 보름에 하얀 나무로 변하는 거죠?”

 

 앞에 앉은 천신이 긴장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이해하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맹의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 하얀 나무로 변하신 천수(天樹)께서는 이 땅의 얘기를 하늘에 전하시고, 하늘의 말씀을 다시 이 땅의 백성들에게 전하셨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 아……, 그러니까 시도 때도 없이 전하는 게 아니고, 보름에 한 번씩만요?”

 

 “예, 그런 셈이지요.”

 

 이해가 빠른 수영을 바라보며 맹의원이 편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와!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때 이 세상은 좀 달랐겠네요? 말 그대로 하늘님이 케어해주시는 세상이었단 말이잖아요?”

 

 “케, 케어라 하심은?”

 

 “아, 그러니까, 돌봐주시는……, 뭐 그런 건데…….”

 

 수영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영어 단어 때문에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 새삼 놀랐다.

 

 “하늘님이 직접 관리 감독 하셨던 세상이란 뜻이에요.”

 

 “하하, 그런 뜻이었사옵니까? 맞습니다. 그런 세상이었사옵니다.”

 

 ‘정말? 정말, 정말 그런 세상이 있었단 말이야? 그냥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의아해하는 수영의 눈빛을 읽은 맹의원이 옛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신시(神市)를 기억하시옵니까?”

 

 “신시(神市)! 그……, 아까 연향 대군이 했던 말인데요, 절 더러 자기를 위해서 신시(神市)를 만들라고 했거든요.”

 

 박상선에게서 연향 대군에 대해 이미 전해들은 임금이 죄스러운 표정으로 천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맹의원 역시 비단 천으로 감아놓은 천신의 손목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살피며 말을 이었다.

 

 “신시(神市)는 환웅께서 처음 이 땅에 세우신 하늘의 나라이옵니다. 환웅께서는 함께 내려오신 삼천 명의 하늘 사람들과 함께 곡식 • 수명 • 질병 • 형벌 • 선악 등을 주관하시고 무릇 인간의 360여 가지나 되는 일을 주관하여 땅의 사람들을 이롭게 하셨지요. 하여, 신시(神市)엔 아픈 이도 없고, 굶는 이도 없고, 싸우는 이도 없었지요. 고통의 세상이 아닌, 평화로운 세상. 말 그대로 하늘의 신들께서 이롭게 보살펴주시는 세상이었지요.”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단군이 고조선을 세우기 전에 환웅이 땅으로 내려와서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세웠다고……. 그런데 정말, 그 신시가 존재했다구요?”

 

 “예, 지금 사람들로서는 믿기 힘든 이야기겠지만, 신시는 분명 존재했었습니다. 저 또한 그 때 환웅 천황님과 함께 내려와 이 땅의 백성들에게 질병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쳤지요.”

 

 “아, 그래서 의원님이시군요……. 잠깐만, 그런데……, 그때 이 땅에 내려오셨다면……, 흐억!”

 

 천진하게 웃고 있던 수영이 맹의원의 말을 되짚다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수영을 바라보는 맹의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그때 저는 신단수의 가장 친한 벗이었답니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수영은 그만 입을 떡 벌린 채 눈알만을 굴릴 뿐이었다.

 

 “맹의원님이……, 제, 제 친……구. 허…….”

 

 “하하, 마마,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소신 역시 맹의원님을 뵐 때마다 하늘의 분이시라는 것에 몇 번씩 놀라고는 한답니다.”

 

 “하하하”

 

 수영은 어색한 웃음으로 맹의원과 임금을 바라보았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환웅과 신단수 얘기로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던 두 어른이 아이처럼 즐겁게 웃으며 서로의 얼굴의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싫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정말,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세상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그럼, 내가 살던 미래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헬조선이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그런 말도 없고. 더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거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려고 몇 시간씩 버스에 지하철 환승하면서 다리가 붓도록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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