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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양이 걷는 순례길
작가 : 에스뗄
작품등록일 : 2017.6.18

인생이라는 고달픈 순례길에서 맞닥뜨린 뜨거운 태양 하나. 어둠 속으로 달아나는 그믐달 진해연과 그녀를 쫓는 태양 문도준. 과연 태양과 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065. 그대에게선 설렘설렘 열매가 열리나봐요(2)
작성일 : 17-07-26 01:20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6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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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흠, 실례합니다."

 

  문을 대신한 커튼이 사락, 소리를 내며 옆으로 비켜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 도준 씨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텅 빈 손바닥을 내려다본 그가 눈썹을 꿈틀대며 불쾌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간발의 차이로 양손에 커다란 접시를 든 한 남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고소한 기름과 달콤한 빵의 냄새가 코를 간질이자 위가 기다렸다는 듯 자르르 반응 신호를 보내온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우와, 이게 카프레제 샐러드예요?"

 

  보통 카프레제라 하면, 반달 모양의 토마토와 치즈가 겹쳐진 걸 상상한다.

  그런데 이 카프레제는 완전히 다르다. 접시 한쪽에 놓인 푸른 샐러드 위의 빨간 토마토는 둥지 위의 알을 연상시켰다.

  자세히 보니 그 토마토는 속을 비워 조각 치즈를 넣고 뚜껑을 덮어둔 거였다. 접시의 남은 자리에는 네모나게 조각낸 토마토와 치즈, 그리고 발사믹 소스가 듬성듬성 자리 잡아 한 폭의 그림을 그려냈다.

 

 "우와, 이건 예술이야!"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예쁘게 찍어가서 우리 해온이 보여줘야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우리 해연 씨 배고프게."

 "네 놈의 느끼한 작업멘트 끊지 않으려고 밖에서 기다렸다, 왜? 그보다 접시 좀 받아주겠어? 손이 다 오그라들어서 접시가 떨어질 지경이야."

 "그럼 매장을 한 바퀴 돌다 오지. 아직 안 끝났는데."

 

  두 사람의 대화로 보니 음식을 가져온 사람을 아마도 도준 씨의 지인이라는 사장님인 듯했다. 이렇게 젊은 사장이라니!

  사장님이 대놓고 던지는 핀잔에 도준 씨는 뻔뻔하게 답했다. 이 순간, 지나치게 당당한 그로 인해 부끄러움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콩깍지 5만 겹을 장착한 콩도준의 발언에 영업 미소마저 싹 지워버리고 몸을 돌린 젊은 사장님은 민망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 나를 향해 넉살 좋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선생님. 아니, 형수님! 한서진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진해연입니다."

 

  와이셔츠와 바지, 허리에 두른 앞치마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한 그는 내 앞에 앉은 남자만큼 크진 않지만 호리호리한 몸이 시크한 복장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인상임에도 얼굴 전체의 근육을 사용해 서글서글한 미소를 만들어내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유쾌한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도준이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아, 그래요?"

 "형수님 진짜 뵙고 싶었어요. 아, 오늘 오실 줄 알았으면 지석이도 부를 걸 그랬네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 애가 오겠어?"

 "100% 온다에 10만 원 건다."

 

  대뜸 돈까지 건 서진 씨는 아예 도준 씨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도준 씨가 팔짱을 끼고 버텼지만, 그의 친근한 동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이윽고 서진 씨가 익살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스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눈빛이 불쾌하다기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사춘기 소년에 가까워 나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그러자 눈을 크게 뜬 서진 씨가 씨익, 웃더니 장난기가 가득한 손길로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팔꿈치를 툭툭 쳤다.

 

 "너 이 자식, 그러니까 고3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순진한 교생선생님을 꼬셨단 거지?"

 "그때가 아니라 작년에 다시 만난 거라니까."

 "말이 돼? 교생선생님들은 3학년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어떻게 단박에 알아봐? 그때 뭔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렇죠, 형수님?"

 "아, 그게..."

 "그러니까 운명인 거지."

 

  헐, 얘 뭐라니? 나도 몰라.

  말을 뱉은 당사자를 제외한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혔다.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이 소리 없이 식탁 위를 오갔다.

  서진 씨의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그의 처절한 분노를 드러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치킨 브라더즈를 대면한 나는 이제 떡하고 벌어진 입을 닫을 힘도 없다.

  사실, 뭐라도 하나 더 캐내려는 서진 씨나 아무렇지도 않게 닭살 돋는 멘트로 응수하는 도준 씨나 내가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땅이 꺼지라 깊은 한숨을 내뱉은 서진 씨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내게 사죄의 말을 건넨다.

 

 "죄송합니다. 계속 있다가는 제가 살인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제가 다 죄송하네요."

 "하여튼 좋은 시간 보내시고,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빨리 가버려. 오붓한 데이트 방해하지 말고."

 

  도준 씨의 멘트 문제뿐 아니라 일부러 짬을 내 잠시 들른 것이었던 서진 씨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에이, 학교 다닐 때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 했더니. 흑역사 들킬까 봐 일부러 쫓아낸 거 아냐?

  지금으로부터 7년 전, 19살 소년 문도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교복을 입은 소년을 상상하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금도 충분히 짓궂지만 그때는 더 장난꾸러기였겠지?

  하지만 마냥 장난만 치지는 않을 거다. 문득문득 보여주는 진중한 모습과 서늘한 눈빛 역시 문도준이란 남자의 모습이니까.

 

 "드디어 갔네."

 "남자한테는 원래 이렇게 까칠해요?"

 "친구니까요. 그보다 얼른 먹어봐요. 여기 카프레제랑 수제버거가 진짜 맛있어요."

 

  친구가 나가고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에 건 도준 씨가 먹기 좋게 자른 버거를 작은 접시에 담아주었다.

 

 "와, 카프레제만 예술이 아니네."

 "서진이가 잠깐이지만 미술 공부도 했거든요."

 

  나는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고이는 버거를 한입에 넣었다. 그러자 희고 검은 참깨가 가득 박힌 빵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혀를 감쌌다.

  그 뒤로 자극적이지 않은 육즙을 머금고 있는 두툼한 패티, 바싹 구운 베이컨, 싱싱한 식감이 살아있는 토마토와 양파 그리고 부드럽고 땡글한 달걀프라이가 차례로 입안을 맴돌았다.

  이 모든 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요리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흐응, 하는 콧소리가 새어 나왔다.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지은 도준 씨가 이번에는 통통한 감자튀김을 입에 넣어주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식감에 나는 행복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맛있어요?"

 "응! 최고예요. 도준 씨도 먹어봐요. 아-"

 

  계속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진 나는 그의 입 앞으로 버거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턱을 괴고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입을 벌렸다.

  오물오물 맛있게 먹은 그를 뿌듯하게 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입가에 묻은 소스를 붉은 혀로 할짝댔다.

  새하얀 달빛 아래 그 요염한 움직임을 바라보던 내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엄마야. 볼아, 너 왜 이래?

 

 "어라, 해연 씨 지금..."

 

  Trrrrr....

  빨개진 얼굴을 보고 내게 뭐라 말을 꺼내려던 도준 씨가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단박에 인상을 찌푸렸다.

 

 "네."

 

  달빛의 영향일까? 고개를 비스듬히 내려 전화를 받는 그의 모습은 수려함 그 자체였다.

  비록 표정은 딱딱하고, 말투는 사무적이었지만 선연한 달빛 아래서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나는 통화를 마칠 때까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때때로 이 사람이 내 남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워낙 현실성이 떨어지다 보니 지금 눈앞의 이 사람이 실제가 아니라 동영상 속 인물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 현실과 가상의 경계쯤에 서 있는 건 아닐까?

 

 "... 끊어."

 

  그는 생각보다 금방 통화를 마쳤다. 내가 가만히 쳐다만 보자 그는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도준 씨, 원래 그렇게 전화 받았던가요?"

 "응. 뭐가 달라요?"

 "내 기억에는 '여보세요'라고 했던 것 같은데. 방금은 그냥 '네'라고 하면서 받길래."

 "맞아요. 해연 씨 전화만 그렇게 받아요."

 "내 전화만? 왜요?"

 "그럼 여보한테 '여보세요'라고 하지, 누구한테 해요?"

 

  화악, 삽시간에 얼굴이 뜨겁게 데워졌다. 이 정도 온도라면 버거 속에 있던 달걀프라이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오늘 대체 왜 이래? 날 죽일 셈이에요?"

 

  마른오징어마냥 오그라들게 해서 말려 죽일 셈이냐고!

  붉으락푸르락하는 나와 반대로 그는 매우 태연한 얼굴로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능청스러울까?

 

 "그보다 누군지는 안 궁금해요?"

 "별로. 일이거나 친구겠죠."

 "전 여자친구인데."

 

  전 여자친구라는 서먹한 단어에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아는 그의 전 여자친구는 승아 씨 뿐. 한동안 내 열등감의 주 대상이 되었던 그녀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볼 때마다 먼저 다가와서 웃어주었다.

  정말 순수하게 좋아해 줬는데, 만약 내가 도준 씨와 만난다는 걸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눈앞에서 전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았는데 화 안 내요?"

 

  입술을 매끄럽게 끌어올리는 그의 의중을 알 수가 없다.

  내가 화를 내야 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그녀의 화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운 얼굴을 찌푸린 채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석을 닮은 눈은 날 원망하고, 꽃잎을 닮은 입술은 날 저주하겠지. 그 여린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비틀리는 것 같다.

 

 "... 나빠요."

 "알아요. 그래서 일부러 해연 씨 앞에서 받았어요. 불안해하지 말라고. 오늘 이후론 받지도 않을 거고."

 "그게 아니라, 내가 나빠요. 승아 씨는 아직 도준씨를..."

 

  이상하다. 나 왜 이러지?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갑갑해져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 그런 걸까?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해연 씨?"

 

  나의 변화를 심상치 않게 여긴 그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는 내게 손도 대지 못하고 어찌할 줄 몰라했다.

 

 "해연 씨가 왜 나빠요? 잘못이 있다면 나한테 있지. 그리고 승아 누나랑 나는 이미 끝난 사이인 걸요."

 

  그가 단단한 팔을 들어 나를 안아준다. 그의 너른 가슴에 얼굴을 묻은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달콤하고 시원한 그의 향기를 맡아도 마음이 편해지기는커녕 머리가 어지럽다.

  동영상 재생한 거 맞네. 난 또다시 누군가의 남자를 빼앗은 거잖아.

  2년 전과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현실에 턱, 하고 숨이 막혀온다.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이 비집고 나올까 나는 서둘러 입술을 짓이겼다. 하지만 노력이 무상하게도 기어코 눈물이 방울지어 떨어지고 말았다.

  오늘이 여자의 그 날도 아닌데 왜 이리 감정 조절이 안 되지? 왜 이러는 거야?

  혼란스러운 나의 머리 위로 뜨거운 한숨이 내려앉았다.

 

 "울지 마요. 난 당신이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승아 씨는 아직도 도준 씨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고요. 난 이번에도 다른..."

 "그럼 나는요?"

 

  목구멍에 뭉텅이로 걸린 말을 억지로 끌어내자 쉰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마디, 한마디 겨우 이어가는 나를 그가 가로막았다.

  어깨 위로 얹어진 그의 턱이 단단하게 굳어간다. 귓가에 닿는 낮은 목소리와 뜨거운 열기에 나는 작게 몸을 떨었다.

 

 "승아 누나가 아닌 당신을 좋아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해요? 마음도 없으면서 누나한테 돌아가요?"

 "그건..."

 "해연 씨 입으로 말해봐요. 나, 돌아가요?"

 

  여전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아프다. 그리고 그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나다.

  먼저 다가와 주고,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밀어내는 나를 안아주는 것도 모자라 혼자 버티지 말라고 등까지 내어준 그에게 나는 상처만 준다.

 

 "......"

 "......"

 

  그의 물음에 뭐라도 답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나는 그의 옷깃을 잡았다. 혹여라도 그가 떠나갈까 봐 손등에 뼈가 드러나도록 꽉 붙잡았다.

  그와의 시간을 즐기면서 이제 와서 죄책감 느끼는 척하는 나는 참 이기적이야. 가지 말란 말도 하지 않으면서 옷깃을 붙잡는 나는 정말 이기적이야.

  나는 그의 단단한 가슴에 더욱 깊이 고개를 묻었다. 그런 나를 그는 놓지 않겠다는 듯 힘주어 끌어안는다.

 

 "난 이제 못 돌아가. 진해연이 아니면 안 되니까."

 

  후우, 누구의 것인지 모를 무거운 숨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흐트러지지 않고 뭉친 한숨들은 저들끼리 단단하게 엉겨 붙는다.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가는 그의 가슴에 기댄 얼굴을 둥둥, 심장박동이 두드린다. 뺨이 얼얼할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쳐대던 심장이 점점 천천히 제 속도를 찾아가고 있다.

  등 위에 얹어진 커다란 손이 위에서 아래로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대하듯 부드러운 손길이 내 마음을 달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도 좀 해줘요."

 "도준 씨."

 "미안. 잠깐만 이러고 있어요."

 

  작은 한숨을 토해낸 그는 목덜미에 얼굴에 묻었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티 내지 않았다. 옷깃을 부여잡는 그의 손길에서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토닥토닥. 이번에는 내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나로 인해 불안해하는 그를 달랠 사람 역시 나여야 한다.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 있던, 어른스럽게 나를 위로해주던 그를 감히 부족한 내가 안았다.

  내 생각이 짧았다. 지금 나에게는 이 사람이 더 중요하잖아. 다른 사람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니.

 

 "바보다, 진해연."

 

  우리는 한참이나 말없이 서로를 안고 있었다.

  음식을 먹겠냐는 도준 씨의 물음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눈물을 흘린 나를 위해 그가 물컵을 입까지 가져다주었다.

  물을 마시고서 입술에 남은 물기를 도준 씨가 손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그도 목이 말랐는지 물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어, 그 빨대 내가 쓴 건데."

 

  이, 이거 혹시 간접키스?

  빨대 하나가 뭐라고,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콩닥 두근거린다. 두 볼과 귀가 다시 뜨겁게 데워지기 시작한다.

  혹 심장박동의 변화를 들킬까 나는 그에게서 떨어지려 몸을 비적거렸다. 그러나 그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오히려 강한 힘으로 허리를 붙잡았다.

 

 "히익! 나 통나무란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우는 동안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주던 손의 움직임이 묘하게 달라졌다.

  천 하나를 두고 느껴지는 손의 열기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점점 불량해지는 이놈의 손을 어찌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공기 반 설탕 반 농도의 나직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우리 여행 갈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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