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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14.약봉지
작성일 : 17-07-25 23:51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3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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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재는 은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반응이 뭘 또 그래요?... 난 그저 칭찬하려고 한 건데”

 

  그러나 은아는 아무런 대구도 하지 않았고 그런 은아를 보며 민재는 쩔쩔맸다.

 

  “보통은 연예인 닮았다고 하면 좋아 하잖아요... 죄송해요.”

 

  민재는 자기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 은아의 모습에 풀이 죽었다.

 

  “저기 사장님?”

 

  민재는 조심스레 은아의 팔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건드렸고 그제야 은아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

 

  “넌... 넌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했어”

 

  민재와 마주한 은아의 눈망울은 글썽이고 있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민재는 어리둥절했다.

 

  “죄송해요... 장난친 거예요. 사장님 사실은 진짜 정다연이랑 하나도 안 닮았어요.”

 

  “하지 마! 그건 그거대로 더 기분 나빠”

 

  은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자리를 박차 일어서서 걸어갔다.

 

  민재 역시 하릴없이 은아의 뒤꽁무니만 졸래졸래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사장님 혹시 삐졌어요?”

 

  “아니”

 

  은아는 칼같이 일축했다.

 

  엘리베이터의 공기는 다시금 어색함이 맴돌았다.

 

  민재는 어떻게든 이런 열없는 분위기를 반전해보고자 말을 걸었다.

 

  “삐지신 것 같은데”

 

  “응. 그러면 그런가보지. 너 시급 다 깔 거야. 최악 이었어”

 

  “아 왜요? 잘 해 보려다가 그런 건데... 어떻게 한 번에 다 맞춰가요?”

 

  “내 상관할 바 아니야”

 

  “그리고 다 까는 게 어디 있어요. 한 번에 100원씩만 깎기로 했잖아요.”

 

  “그래? 알았어. 그럼 100원 삭감 100원 삭감 또 100원 삭감...”

 

  은아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앵무새마냥 삭감을 외쳤다.

 

  “밴댕이...”

 

  민재는 나지막이 불만을 뱉어내며 내렸다.

 

  “너 또 뭐라 그랬지!”

 

  “문이나 열어요. 무급으로 봉사했더니 피곤해요.”

 

  “칠. 칠. 사. 구.”

 

  민재는 뒤를 돌아봤다.

 

  은아는 고개를 까딱였다.

 

  “앞으로 들락날락할 일 많을 테니까 알아둬.”

 

  “이걸 비밀번호라고 설정해놨어요?”

 

  “뭐가 어때서. 이것도 몰라서 못 들어온 사람도 있어”

 

  한심하게 대응하는 민재에게 은아는 뻔뻔하게 응대하였다.

 

  민재가 문을 열고 들어서다 현관에 짐을 모두 떨어뜨렸다.

 

  “와! 대박 여기 짱 좋다. 사장님 진짜 여기서 살아요?”

 

  “뭐 내가 좀 살지”

 

  민재의 폭발적인 반응에 의기양양한 은아는 어꺠를 으쓱했다.

 

  “어떻게 물건이 하나도 없지? 진짜 여기서 사는 거 맞아요? 여기서 어떻게 살지? 그냥 빈집 들어온 거 아니에요?”

 

  민재는 그새를 못 참고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은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내 집에서 당장 꺼져!!!”

 

  집에서 쫒겨 난 민재는 대문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은아는 열을 식히려 냉장고에서 차가운 냉수를 꺼내어 통째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곤 침대 위로 몸을 던져 대자로 뻗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은아의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은아는 눈을 감고 아침에 있었던 일부터 찬찬히 기억을 되 집으며 떠올려보았다.

 

  모든 그녀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지나갔다.

 

  은아는 미소를 지었다가 또 금세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라도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달려와 걱정을 해줄 정도로 그녀의 감정기복은 극에서 극으로 칟고 있었다.

 

  난기류만큼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감정상태는 비정상이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내가 왜 삐져. 웃기지도 않는 꼬마네”

 

  사실 그녀도 화가 난다거나 마음이 꽁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다연이를 닮았다는 소리는 이미 아침부터도 들었었기 때문에 딱히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감각이 예민해져있었고 다연이라는 그 단어 자체에 너무나 민감해져있었다.

 

  그 뿐이었다.

 

  그냥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드는 공허함과 우울함이 어디서 자꾸 새어나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뭐지? 이감정은... 뭐가 이렇게 답답한 거냐고!”

 

  은아는 두 다리를 동동 구르며 침대를 마구 때렸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은아는 손톱을 이로 물어뜯으며 초조함을 온 몸으로 표시했다.

 

  은아는 같은자리를 계속해서 빙빙 맴돌며 안절부절 하지 못 했다.

 

  “약이라도 먹을까? 아냐아냐 약에 자꾸 의존하면 안 돼... 아냐 약을 먹어야겠어. 근데 약이 집에 있었던가? 없나? 아니면 급한 대로...”

 

  은아는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대문을 앞에 두고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야! 너 거기 있지. 가서 신경안정제 사와!”

 

  “이건 무슨 짜증이야?”

 

  민재는 은아의 날카로운 하이 톤의 목소리에 놀라서 귀를 막았다.

 

  민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막 건물을 벗어나려던 차에 누군가 그를 불러세웠다.

 

  “학생 여기 살아?”

 

  민재가 소리의 방향으로 쳐다보자 덩치 크고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수레에 박스를 한가득 싣고 서있었다.

 

  “네? 아마도요.”

 

  민재의 애매한 표정에 아저씨는 쓱 한번 쳐다보고는 품에서 종이를 꺼내어 읽었다.

 

  “여기 모델H... 라는 분 계시니?”

 

  “모델은 잘 모르겠고 모델하우스 찾아온 거라면 맞아요.”

 

  아저씨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그만한 짐이 다 들어가야 하는 집은 여기 밖에 없다고요... 모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끝으로 동재는 다시 뛰어갔다.

 

  [띵동]

 

  초인종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안에서 들려온 소리는 냉담했다.

 

  “뭐하고 서있어 가라니까!”

 

  아저씨는 영문 모를 짜증에 어리둥절했다.

 

  그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는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다.

 

  “아님 뭐야! 벌써 온 거야? 얼굴보기 싫으니까 우유투입구로 넣고 꺼져.”

 

  그는 얼굴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불쾌함과 더불어 무시를 당했다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는 입 밖으로 단 한마디도 내지 않았다.

 

  다만 숨을 거칠게 내몰아쉬며 자신이 가져온 물품들과 현관문 아래의 작은 구멍만 바라보았다.

 

  이 같은 진상고객들의 대우는 그리 흔치 않은 일도 아니었다.

 

  다만 오늘 같이 현관문조차 열지 않아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다.

 

  수화기나 인터폰 너머로 막 대하던 고객들도 대개는 그의 얼굴을 보고서는 갑작스레 친절해지던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고객 명부터가 모델이라고 써 논 상대는 강적이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제하고는 그는 물건들만 남겨둔 채 돌아섰다.

 

  씁쓸하게도 그들의 마일리지점수로 컴플레인을 교환하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었다.

 

  민재가 돌아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민재는 문 앞에 놓인 어마어마한 박스들에 깜짝 놀랐다.

 

  “사장님 약 사왔어요.”

 

  민재가 소리쳤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사장님 저 들어가요.”

 

  문을 열고 들어선 민재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어디선가 물이 콸콸 틀어져 흐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은아의 방 안 화장실에서 들려오는듯했다.

 

  동재는 은아의 방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방문이 잠겨있었다.

 

  그리고 동재는 약봉지를 떨어뜨렸다.

 

  동재는 뇌리에는 안 좋은 예감이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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