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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6)
작성일 : 17-07-25 23:43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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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뒤뜰의 정원은 이전에도 한 번 유령이 목격되었다던 곳이다. 그곳이 목표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둘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둘은 기나긴 복도를 달려서,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그러나 유비와 로웬의 침실은 5층에 있었다. 꼭대기 층에서 한층 한층, 계단을 내려가야만 비로소 이 건물을 나갈 수 있는 거였다. 이 급한 순간에- 1층은 너무나 멀어보였다.

 

 

 “에잇!”

 

 

 결국 유비 이그렛은 참지 못하고 창문을 열어젖혔다. 로웬이 무얼 하느냐 묻기도 전에- 그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적인 그의 행동에 잠시 얼어있던 로웬이 후다닥 창문으로 달려갔다. 검술도 제대로 못하는 열등생인데- 4층 창문에서 떨어져 멀쩡할 리가 없었다.

 

 

 “아야야야.”

 

 

 아래를 바라보니- 나뭇가지들에 유비 이그렛의 윗옷이 걸려 있었다. 유비는 나무에 부딪힌 다리를 쓸어내리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로웬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마주했다. 그는 씨익 웃으면서 자기 파트너에게 ‘브이’자를 그려보였다.

 

 

 “나 좀 내려줘.”

 

 

 유비가 발랄하게 말했다. 로웬은 유비의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다. 제 딴에는 빨리 가겠다고 저런 것 같은데… 저걸 내리는 데 시간이 더 들게 생겼다. 밀려오는 한심함을 애써 내리누르며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가려던 로웬은, 저 멀리서 건물을 돌아 달려가는 인영을 발견했다.

 

 

 “저 사람!”

 

 

 로웬이 순간적으로 외치며 창밖으로 뛰어나갔다. 유비 이그렛과 똑같은 충동적 행동이었으나 결과물은 전혀 달랐다. 그는 유연하게 창틀을 손으로 붙잡고 몸을 휘었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를 뻗어 3층 창문틀을 박찼다. 앞에 버티고 있는 나뭇가지를 축으로 돌아 땅으로 착지한다.

 

 날렵하고도 안정적으로 로웬 아일체스트가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본 유비가 박수를 쳤다. 그는 그리고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내려줄거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로웬은 잔디를 밟기가 무섭게 다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정확히 의문의 인영이 사라진 방향으로.

 

 

 “야! 야! 나는!”

 

 

 유비가 발버둥을 치며 로웬을 불렀다. 로웬은 자기 검을 허리춤에 꽂으면서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넌 뒤뜰로 가!”

 

 “아니- 나 내려달라고!”

 

 

 안타깝게도 유비 이그렛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달리는 로웬에게 닿지 못했다. 유비는 홀연히 사라져가는 로웬을 바라보다가, 궁시렁대며 옷을 벗었다. 허공에 걸려있던 그가 꿈틀대더니 땅으로 툭 떨어졌다.

 

 

 “으으- 으으으, 젠장!”

 

 

 순식간에 상체를 탈의한 유비가 부끄러움에 몸을 팔로 가렸다. 그는 원망스럽게 달려간 로웬과 가지에 걸려 나풀대는 티셔츠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유비는 다시 한 번 그를 조금도 도와주지 않는 신님과 파트너를 욕하면서, 뒷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로웬은 이를 앙다물었다. 아무래도 너무 늦게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한 것 같았다. 모퉁이를 돌았는데 그 문제의 인영은 이미 없었다.

 

 

 ‘찾아야 해.’

 

 

 그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로웬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달리는 모습이 검은 표범같이 아름답고 유려했다.

 

 

 “있다.”

 

 

 다시 한번 모퉁이를 돌자, 다급하게 반대편에서 사라지는 인영의 끝자락이 잡혔다. 인영의 검은색 후드가 바람에 잠시 흩날렸다 사라졌다. 로웬은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빨리 뛰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급하게 현장에서 도망치는 사람은- 분명 어딘가 구린 곳이 있는 사람이다. 범인이거나 혹은 그에 관련된 자가 분명했다.

 

 

 “-잡았…”

 

 

 로웬은 빙글- 모퉁이를 돌면서 검을 겨눴다. 그리고 눈을 깜박였다.

 

 

 “어…”

 

 

 그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수 십의 눈동자와 로웬이 마주쳤다. 로웬은 그들 사이에서 급히 검은색 후드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검은색 후드를 입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로웬… 레노위?”

 

 

 누군가 그의 가명을 중얼거렸다. 로웬은 묘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들과 마주하고서, 헤어나올 수 없는 당황에 휩싸였다. 그의 눈동자가 도르르 굴렀다. 이 곳은 어디길래 대체…

 

 로웬의 눈이 건물 외벽에 걸린 팻말에 고정되었다. 그는 속으로 탄식했다. 수상한 인영이 향한 곳은 아마 로웬 아일체스트와 가장 맞지 않을 공간이었다. 여자 기숙사 말이다.

 

 여자들은 덜 말라서 끝이 촉촉히 젖어있는 로웬의 머리칼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들은 남자의 덜 마른 머리카락이 섹시해보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의 눈빛이 몽롱하게 젖어간다.

 

 그리고 로웬 아일체스트의 등도 식은땀으로 젖어갔다.

 

 

 

 

 

 

 “아, 카르멘! 안녕.”

 

 

 유비는 지나가던 여학생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유비 이그렛을 자기 친구라 생각하고 있는, 2학년생의 1/3에 속하는 그녀는 유비의 인사에 환하게 미소지었다.

 

 

 “어라. 여기까지 왠 일이야?”

 

 “아- 수 카넨을 찾고 있어.”

 

 “수? 무슨 일로 걔를?”

 

 “수 카넨이 쿠키 마스터인거 아냐?”

 

 

 유비 이그렛이 장난스럽게 찡긋 윙크를 날렸다.

 

 

 “내가 걔 쿠키를 먹고 반했거든.”

 

 

 카르멘은 꺄르르 웃으면서, 주머니를 뒤졌다. 그녀의 주머니에서 곰모양 젤리 한 봉지가 튀어나왔다. 오후 수업을 듣다가 당이 떨어지면 먹으려고 챙겨둔 거였지만… 아무렴 어때. 그녀는 큰맘 먹고 자기 사촌동생같은 유비에게 그걸 건네줬다. 그걸 받은 유비 입이 찢어지자, 그녀의 마음속에 의미 없는 뿌듯함이 차올랐다.

 

 

 “걔가, 음… 식품영양 전공이던가?”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나 그쪽 전공이 아니어서 잘 모르는데…”

 

 

 자신 없게 중얼거리던 와중, 힐끔 유비 쪽을 바라보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는 게 보였다. 움찔 놀란 카르멘이 급히 주변을 둘러보자- 마침 적당한 사람이 눈에 띄였다.

 

 

 “저 애! 쟤 식품영양일거야… 전에 교양 수업 같이 들은 적 있어. 쟤한테 물어봐.”

 

 

 카르멘이 유비 뒤쪽의 누군가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잠시 손가락질을 하는게 예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할까 하던 유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게 눈에 걸리다니 아무래도 1달 동안 바른생활 파트너와 생활하다보니 옮은 모양이다.

 

 유비의 눈동자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돌아갔다.

 

 복도 창가 바로 옆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틀어올린 여학생이 보였다. 그녀는 어느 남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을 할때마다 머리칼이 흔들려서 햇빛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녀 머리색인 붉은빛이 선명해졌다.

 

 

 “아마 이름이… 아만다였던가.”

 

 

 카르멘이 말했다. 유비는 좀 더 자세하게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윽고 두 사람이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둘은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거의 싸우고 있었다.

 

 

 “미하엘 앤드로프! 어디 한번 변명이라도 해 보시지.”

 

 

 그녀가 남학생에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남학생은 잔뜩 주눅이 들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여자의 성질이 보통이 아닌 모양인지- 남학색의 어깨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대체 엠마 교수님은 무슨 생각으로 생물학과랑 합동 수업을… 아니 말을 말자. 우리 조 빼곤 다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카르멘도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유비를 바라보았다. 급하게 소개시켜준답시고 보이는 식품영양학 학생을 집어냈는데- 하필 저런 상황이라니.

 

 유비는 그녀에게 찡긋 웃어주었다. 세상에 제일 재미있는게 남의 싸움이랑 불구경이랬는데- 이런 좋은 구경을 어디서 하겠어. 유비는 이 순간 오히려 팝콘이나 나초가 간절해졌다.

 

 싸움을 대충 관전해보려니- 상황이 유추가 된다. 유비의 잔머리는 이런데서만 핑핑 잘만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엠마’라는 교수님이 전혀 다른 학과 둘과의 공동 수업을 진행한 모양이고,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2인 1조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 둘은 아마 자신의 파트너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건 우리랑 똑같네. 유비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들어서 둘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나 참! 한나가 실종되지만 않았어도 너랑 한 팀이 될 일은 없었을거야!”

 

 

 아만다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그대로 미하엘에게 쏟아냈다. 두 사람 다 딱히 마음에 드는 파트너는 아니었지만… 한나 아벨이 그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면, 미하엘 앤드로프는 거기에 더해서 멍청하기까지 했다. 둘 중 더 최악은 지금의 미하엘이란 말이었다.

 

 유비 이그렛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한나 아벨? 부지불식간에 들린 실종자의 이름이라니.

 

 여기서 그녀의 이름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는 수업이 있다며 손을 흔드는 카르멘에게 적당히 인사를 해 주고, 창가에 느슨하게 기댔다.

 

 

 “다른 애들은 벌써 중반부에 접어들었어, 알아? 지금부터 다시 하면- 무슨 수로 기일을 맞추겠어 이 멍청아!”

 

 

 남학생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 꼴을 보는 아만다가 바닥을 발로 바닥을 쿵쿵 짓눌렀다. 반동으로 발바닥이 심하게 저려오자- 그녀는 그것조차 미하엘의 탓인 마냥 눈을 더 치켜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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