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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4)
작성일 : 17-07-25 23:34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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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잠복 중인데 눈에 띄어서.”

 

 

 로웬이 고개를 떨궜다. 유비는 잠시 난감하게 뺨을 긁었다. 성격 나쁜 파트너가 이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다니. 그는 자기 접시를 더듬다가 이내 감자튀김을 다 먹은 것을 발견했다. 스리슬쩍 로웬의 접시로 손을 뻗었지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 파트너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뭘. 긍정적으로 생각해.”

 

 

 유비는 로웬의 감자튀김을 입안에 쏙 밀어넣으며 말했다.

 

 

 “오히려 너무 눈에 띄어서… 아무도 우리가 잠복 중인거 눈치 못챌걸.”

 

 

 그는 감자튀김의 기름이 번들거리는 손으로 로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깔끔했던 로웬의 셔츠에 누런 튀김 기름이 묻었다. 유비는 그걸 모르는 척 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좀 노력해서 학교의 중심이 되어보는건 어때? 이 주 전에 실종된 애가 여자애니까… 정보 수집하기도 편할텐데.”

 

 

 로웬이 흠칫 몸을 떨고 그를 바라보았다. 로웬 아일체스트의 보석같은 푸른 눈동자가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졌다. 유비는 아마도, 그를 그토록 사랑하는 수많은 여자애들이 저 눈동자를 본다면 슬픔에 자지러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싫다.”

 

 

 진짜 싫구나. 유비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로웬은 계속 자기 감자튀김을 집어먹는 유비를 발견하고 아예 감자튀김 접시를 밀어주었다. 유비의 멍한 눈동자에 확 생기가 돌았다.

 

 

 “그런건… 네가 잘 하잖아.”

 

 

 로웬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힘겹게 뱉었다. 그는 열등생 파트너의 거의 유일한 특히에 대해 입밖에 내기가 아주 껄끄러웠다. 그냥- 차라리 그가 부족하다고 욕을 먹을지언정… 유비 이그렛은 왠지 칭찬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유비 이그렛의 얼마 안되는 특기 중 하나는 친화력이다. 그는 그 무시무시한 친화력을 발휘해서- 이 하멜른 대학 2학년생의 대부분과 말을 튼 상황이었다. 아마 이 2학년생의 1/3 정도는 유비가 자기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였다.

 

 그 전공을 발휘해서… 저 괴물같은 여자들을 치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지만 내 전공은 그쪽이 아닌데.”

 

 

 유비는 자기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로웬 아일체스트의 눈빛을 외면하면서 대답했다. 그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약간 우울한 건 분명히 기분탓이 아닐 거였다.

 

 

 “난 인기 없어…”

 

 

 유비같이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타입을… 여자들은 보통 이성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유비 이그렛 방년 22세. 그는 한 번도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물론 그는 단 한번도 여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였지만… 그건 순전히 고향의 모든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더불어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런거였다. 절대 유비 이그렛에게 어떤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생각해야 좀 덜 슬플 것 같다.

 

 

 “그럼 있다 봐.”

 

 

 유비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두 사람의 수업 시간표는 조금 달랐다. 순전히 편입시험 점수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유비 이그렛과 로웬 아일체스트의 편입 시험 점수는 하늘과 땅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로 엄청나게 차이가 났기 때문에… 몇몇 과목을 제외하면 둘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달랐다.

 

 

 “같이 가.”

 

 

 로웬이 멀리서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여자들을 의식하며 말했다. 그러나 유비는 생글 웃으며 그걸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런 도움 요청은- 수업시간에 날 한번이라도 도와주고 나서 하는 게 옳지.

 

 촐랑촐랑 식당을 나오자 수업을 같이 듣는 여자애들이 보였다. 수업 시작이 임박하고 있는데도 아직 식당 근처에 저렇게 무리지어 서 있는 이유는 분명히 유비 이그렛 때문이리라. 유비는 손을 붕붕 흔들면서 그녀들에게로 뛰어갔다. 그녀들은 방방 뛰는 유비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유비- 어서와.”

 

 

 그녀들이 살랑살랑 유비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자들 무리 중 하나가 품 안에 안고 있던 봉지를 유비에게 건네주었다.

 

 

 “아, 이거 먹을래?”

 

 “오?”

 

 “오늘 베이커리 교양수업에서 쿠키 만들기 실습했어.”

 

 

 약속한 듯이 다른 여자애들도 쿠키 봉지를 꺼내 유비에게 안겨주었다. 유비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는 자기가 방금 막 밥을 먹었다는 것을 완전히 잊은 채로 봉지 하나를 열었다. 고소한 버터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게 행복이지. 유비는 진심으로 로웬 아일체스트에게 목매는 여자애들이 ‘일부’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진짜 이 학교를 잠입 목적으로라도 다니기 힘들었을 거였다.

 

 

 “오오 맛있다.”

 

 

 한번에 쿠키를 두개나 입에 넣고 씹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었다. 그 쿠키의 주인인 듯한 여자애가 까르륵 웃으면서 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유비의 얼굴에 지어지는 솔직하고 해맑은 미소에- 다른 여자애들도 같이 미소를 띄웠다.

 

 

 “아 햄스터같다.”

 

 

 누군가 문득 중얼거렸다. 다른 여자애들이 그 중얼거림에 격하게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 뺨 가득히 쿠키를 넣어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은… 완벽한 햄스터였다. 도저히 다른 동물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싱크로율이 엄청났다.

 

 

 “로웬한테는 안 줘?”

 

 

 입안의 쿠키를 꿀꺽 집어삼킨 유비는 문득 드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면 오늘 유비에게 몰려왔던 여자들도… 그에게 쿠키를 주려는 생각은 단 한명도 하지 않았던듯, 다들 빈 손이었었지. 재수없는 파트너지만 이 과자를 모두 자기 혼자 받아먹는 것은 좀 미안하다. 이러나 저러나 파트너니까.

 

 여자들의 얼굴 가득히 물음표가 가득 떴다. 그녀들 중 하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깨달은 듯 유비의 어깨를 팡팡 쳤다.

 

 

 “아아, 레노위는 이런 거 싫어해.”

 

 

 이번엔 유비의 얼굴에 잔뜩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녀가 유비에게만 알려준다는 느낌으로 속삭였다.

 

 

 “전에 레노위- 하고 불렀는데 무시하더라고.”

 

 “아, 나도.”

 

 “좀 상대하기 힘든 타입이지.”

 

 

 그런 사람한테 달려드는 그 여자애들 진짜 대단하지 않니? 그렇게 거절당하는데도 달라붙잖아. 아무리 얼굴이 전부라지만… 대단한 애들이야.

 

 여자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유비는 대충 상황을 알 만 해서 머리를 긁었다. 아무래도 임시로 쓰는 가명인 ‘레노위’가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였던 모양이었다. 그의 본래 성인 ‘아일체스트’는 왕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성이고… 그래서 대충 가명을 붙여서 잠입한 건데- 덕분에 ‘차가운 아이스 프린스’ 이미지만 굳히고 있었다. 과연 이게 로웬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라.”

 

 

 새로 쿠키 봉지를 하나 더 뜯어서, 입에 넣은 유비가 자기도 모르게 감탄성을 냈다.

 

 

 “이거 누가 만든거야? 진짜 맛있다.”

 

 

 유비는 이렇게 맛있는 참깨 쿠키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나름대로 그도- 빵집 아들로 커 온 몸인데… 게다가 이그렛 빵집에 대한 입소문은 근처 도시들까지 퍼져서, 언젠가 도시에 사는 미식가가 부러 그의 집까지 들린 적도있었다. 그런 자기의 입에 맛있다니.

 

 

 “그거… 아, 그거. 수 거네.”

 

 “-수?”

 

 

 유비는 주변의 여자애들을 둘러보았다. 그가 알기로 이 여자애 중에 ‘수’라는 이름을 지닌 애는 없었다.

 

 

 “오늘 실습 끝나고 그냥 버리려고 하길래, 받아왔어. 너 주면 좋아할거 같아서.”

 

 “헉? 이렇게 맛있는걸 왜 버려?”

 

 “글쎄… 걔 전공이 식품영양이긴 한데. 뭔가 장인정신 같은 걸까? 이런 정도의 쿠키로는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유비의 질문에 대답해주던 여자애가 수 카넨을 흉내낸 듯한 말투로 말했다. 주변 여자애들이 꺄르르 웃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 카넨은 꽤 유명인사인 듯 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성격도 착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여자애였다. 어머니가 수도에서 유명한 설탕공예 전문가시라고 했다. 수 카넨도 그녀의 영향을 받았는지, 장래 희망이 디저트 카페를 내는 거라고 했다.

 

 

 “카넨네 엄마, 사탕 가게 하시는데… 유명해. 롤리 캔디라고-”

 

 “헉. 나 거기 알아.”

 

 

 유비 이그렛이 신음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미쳤다. 롤리 캔디는 유비 이그렛의 인생 디저트 가게 중 하나였다. 유비의 눈빛이 반짝거리면서 빛나자 여자애들이 다시 한번 깔깔 웃었다.

 

 어느새 그들이 수업을 들어야 할 강의실에 도착했다. 유비는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외쳤다.

 

 

 “앞으로 수 카넨의 장인정신에 희생되는 과자는 전부 내거야.”

 

 

 여자들이 아예 자지러졌다. 유비는 같이 낄낄 웃으면서도 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내일 수 카넨을 찾아가서- 그 장인정신에 희생되는 과자를 수거해 갈 권리를 얻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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