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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8화 두 여인
작성일 : 17-07-25 22:14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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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기련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루로 나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쳐다보았다. 마침 보름이었다. 둥근 달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기련은 낮에 만났던 서역 남자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떠올렸다. 뾰족한 콧날에 움푹 들어간 눈을 가진 서역남자의 옆 얼굴이었다.

 

 ‘어떤 남자일까? 동전에 새겨질 정도라면 귀족 같이 귀한 신분일 것이다. 어쩌면 왕일지도 모르겠다. 서역은 어떤 곳일까?’

 

 함양에서 태어나 함양 안에서 단 한번도 벗어 나 본 적이 없는 기련은 서역이란 곳이 어떤 곳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궁금하다. 딱 한번 만이라도 가 볼 수 있다면.. 진정 소원이 없겠구나.’

 

 한참을 바라보아서일까 달 속에 비친 서역 남자의 얼굴에서 낮에 만난 카이의 얼굴이 스쳤다. 기련은 깜짝 놀라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잡생각이람.’

 

 이 야심한 밤에 길에서 한번 마주친 외간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다니. 기련은 부끄러운 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듯 양쪽 뺨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밤하늘의 둥근 달은 아예 카이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카이는 병사용의 얼굴을 매만지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모두 다른 얼굴, 다른 표정으로 만들어지는 수만의 병사용들. 지금 카이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병사용의 얼굴은 더욱 특별했다. 카이는 병사용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 보았다.

 

 “이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보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순간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생각나지 않던 그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보았던 신기루 같은 남자, 바로 그 얼굴이었다. 자신을 닮았다 생각했던 그 남자의 얼굴을 자신도 모르게 빚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는 놀라 번쩍 눈을 떴다. 꿈이었다. 왜 그 남자의 얼굴이 꿈속에 나타나는 것일까. 분명 신기루 처럼 사라지고 없었는데 왜 꿈에서 다시 보이는 것일까.

 

 카이는 일어나 앉아 주머니 속 동전을 꺼내보았다. 낮에 도둑을 맞아 잃어버릴 뻔 했던 알렉산드리아 대왕의 옆모습이 조각되어 있는 동전.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었기에 더욱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동전을 들여다보던 카이는 기련의 얼굴을 떠올렸다. 작고 하얀 얼굴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카이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하던 예쁜 얼굴이 바로 앞에 두고 보는 듯 또렷했다.

 

 "미리 가르치지 않고서 죄만을 꾸짖는다면 어찌 잔학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미리 훈계하지 않고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염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겠지요."

 

 “나한테 어리석다, 라고 했지. 참 당돌한 여인일세.”

 

 똑부러지는 말투에 당찬 여인의 표정을 생각하던 카이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

 

 “청부인을 만나고 오너라.”

 

 성질 급한 장파형이 다짜고짜 기련에게 외출 준비를 하라고 재촉했다.

 

 “아버지, 갑자기 청부인께는 왜요?”

 “청부인이 너를 보자고 하셨다.”

 “저를요? 왜요?”

 “지난번에 네 이름도 물어보았다고 하질 않았니? 뭐 좋은 걸 보여주실 모양이지.”

 

 기련은 청부인의 백옥같이 하얀 목에 걸려있던 빨간 단사 목걸이를 떠올렸다.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찬란하게 아름다운 빨간 보석. 기련은 잠깐이나마 그 단사 목걸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이유로 나를 보자고 하신걸까?”

 

 청부인의 함양 집으로 향하던 기련은 청부인에게 드릴 찻잎 선물꾸러미를 들고 따라오는 설이에게 물었다.

 

 “설아, 내 말 듣고 있어? 청부인이 나를 왜 보자고 하신 것 같으냐고.”

 “글쎄요.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보자고 했든지 보아 달라고 했든지 둘 중에 하나겠죠.”

 

 설이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기련은 설이가 무심코 한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그러게. 아버지가 또 무슨 청을 드렸을까?”

 

 기련은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기련은 높으신 분들에게 딸을 보이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오지랖이 늘 불편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버지의 과도한 오지랖을 피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기련도 청부인을 만나고 싶었다. 정확히는 청부인의 단사 목걸이를 한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가업으로 이어받은 광산과 함양의 집을 오가며 지내는 청부인은 지하궁전에 물길을 대는 일 때문에 함양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청부인이기에 기거하는 집도 궁궐 같을 거라는 소문에 비해서 청부인의 함양 집은 소박하고 아담했다. 함양의 3대 토목공사 중에 하나로 꼽히는 호화스럽고 거대한 궁궐이 진시황제가 청부인에게 주려고 만드는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막상 청부인의 집에 들어서니 기련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이 사실일까 싶은 의문까지 들었다. 청부인의 집은 기련의 집 보다도 작아 보였다.

 

 마당을 지나니 손님을 맞는 별채가 보였다. 기련은 그곳에서 청부인을 기다렸다. 별채의 창문 살 밖으로 정원의 전경이 들어왔다. 나무와 꽃들과 연못과 조각들로 가득한 풍경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기련은 가만히 앉아있을 수 가 없었다. 기련은 정원으로 나가보았다. 문 밖에 서 있던 설이가 기련을 말리려다 그만 두었다. 말린다고 말을 들을 기련이 아님을 누구보다 설이가 잘 알고 있다.

 

 청부인의 집은 전체적으로 소박한 느낌이었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정원 만큼은 무척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함양의 온갖 나무와 꽃들을 이곳에 다 모아놓은 듯 했다. 기련은 정원 한가운데 연못가로 걸어갔다. 연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었다.

 

 잠시 후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청부인이었다. 기련이 청부인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이 정원이 마음에 드는가 보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처음 봅니다.”

 “그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이지.”

 

 청부인은 흡족한 듯 웃었다. 기련은 청부인의 목을 살폈으나 오늘은 단사 목걸이를 걸고 있지 않았다. 조금 실망한 기련의 표정을 청부인은 바로 알아챘다.

 

 “목걸이를 찾는 것이냐?”

 

 뜨끔했다. 소문에 무녀라고 하더니 기련의 속마음까지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마주하면서 단사 목걸이만 쳐다 보길래, 참 특이한 아이구나 했었다.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더냐?“

 “참으로 매혹적인 빛깔이었습니다.”

 “그렇지. 너는 매혹적인 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졌구나.”

 

 청부인이 기련을 빤히 쳐다보았다. 청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기련이 급히 화제를 바꿨다.

 

 “청부인께서 저를 보자고 하셨다기에... 무슨 일이신지 여쭈어도 될런지요.”

 

 청부인은 기련을 보며 며칠 전 지하궁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지하궁전의 물길을 채우는 작업을 관장하기 위해 지하궁전을 찾은 청부인을 장파형이 반색 하며 맞았다. 청부인은 지하궁전의 강과 바다길을 꼼꼼히 살폈다. 그런 청부인의 시선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장파형이 청부인을 뒤따랐다.

 

 “지하궁전 공사는 얼마나 진행이 됐나요?”

 “이제 외관 공사를 마무리하면 입구 공사만 남습니다.”

 “외관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물길을 채우면 되겠군요. 얼마나 걸리겠소?”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그럼 나흘 후부터 단사를 녹이는 작업을 시작하면 되겠군요.”

 “그 귀한 단사를요?”

 “황제께서 최고의 지하궁전을 보시면 몹시 기뻐하실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돌아서는 청부인에게 장파형이 말을 건넸다.

 

 “저, 청부인께 청할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제게 미천한 딸자식이 하나 있사온데, 지난 번 청부인을 이곳에서 뵈온 후로 꼭 다시 뵈옵고 싶다고 청을 드려달라고 하지 뭡니까. 약초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청부인께 좋은 말씀이라도 직접 들을 수만 있다면 부족한 제 딸아이가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큰 도움이자 영광이겠다 싶어 이렇게 말씀 여쭙니다.“

 “나를 보았다구요? 여기서?”

 “예, 제 딸의 이름을 물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청부인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 생각납니다. 장 기련이라고 했던가요.”

 “예 맞습니다.”

 “아주 아리따운 따님을 두셨군요.”

 “아이고,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다시 만날 것 같은 기운이 있긴 했는데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는군요.”

 “예? 예. 예. 청부인.”

 “내 집으로 오라 이르세요.”

 “예, 감사합니다. 청부인 마마”

 

 장파형은 청부인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장파형의 얼굴에 웃음기가 번졌다. 돌아서던 청부인이 머리를 조아린 장파형을 한번 더 쳐다보았다. 청부인은 자신에게 '마마'라는 호칭을 붙이는 자들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호칭이 갖는 의미와 그 의도를 청부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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