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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싸우는 개와 과거의 소녀
작가 : Nine
작품등록일 : 2017.7.8

미신, 전설, 설화, 민담, 소설.
형체 없이 떠돌던 것들이 허구의 장막을 헤치고 인류 앞에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인류의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했다. 과거였다면 ‘취객이나 광인의 횡설수설’ 정도로 여겨지고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잠깐 떠돌다 사라졌을 사건들이 명확한 증거와 함께 각국 국가기관에 제출되었다.
인류는 ‘점잖게’ 양립할 수 없는 존재들과 너무나도 오래, 거의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어왔고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억지로 외면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하지만 인류가 공포를 공포로, 경악을 경악으로 영원히 남겨두는 존재였다면 현재에 이르지 못했으리라.
잘 알려져 있지만 공포스러운 소설적 산물로 여겨지던 흡혈귀 정도에서, 기괴하게 비틀린 종교적 광신의 초현실적인 결과물, 생물학적으로 인간이지만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고 그 힘을 파괴와 혼란 조장에 사용하는 인간 등, 정확히 추산할 수 조차 없는 숫자와 종류의 위협요소들, 과거의 기준으로는 초현실적이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인간에게 위협적이기까지 한 수많은 것들이 ‘특이 위협체’라는 이름으로 통칭됐다. 그리고 인류는 이 새로 떠오른 위협에 질병, 스스로의 무지, 실패한 정치 및 경제체제 등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방식이란, ‘해당 위협의 존재 말살 위한 노력의 경주’였다.

 
챕터4. 그라운드 제로(3)
작성일 : 17-07-25 21:02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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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위 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 보이던 영상 속 괴물들의 동작, 의도, 미래에 취할 행동이 모두 보였다.

  좌측으로 한 걸음. 위에서 떨어지는 손톱을 피하며 검을 댄다. 괴물의 팔은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끗하게 잘려 나간다. 내민 검을 그대로 쳐올려 목을 베고 회수함과 동시에 자세를 낮춰 다른 괴물의 공격을 회피.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팔을 무시하고 일어서며 턱을 찌른다. 두개골 위를 뚫고 나온 검을 뽑으며 반 바퀴 회전. 정면에 선 마지막 괴물의 손톱을 머리 위에서 막는다. 그 무게를 뒤로 흘리며 전진. 손톱의 반경 안으로 흘러 들어간 검을 그대로 내려친다.

  청아가 상상 속에서 괴물 셋을 처치한 것과 동시에 인호의 훈련도 끝이 났다.

  “하아… 하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거친 숨이 새어나왔다. 청아가 놀란 눈으로 돌아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반쯤 뽑혀 나온 청강검만이 형광등 빛을 시릿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황급히 검을 집어넣은 청아의 벽안에는 미증유의 공포가 떠올라 있었다. 온 몸은 아플 만큼 떨리고 이마에서 솟은 식은땀을 갸름한 턱 선을 타고 흘렀다. 거칠어진 호흡은 진정시키려고 하면 당장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처음 겪는 신체의 반란과, 스스로가 가기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충격의 여파에 청아가 거의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

  그 때 열린 문이 인호를 들여보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문을 연 인호는 통제실의 달아오른 공기와 울상을 짓고 있는 청아의 표정에 그 답지 않게 당황했다.

  대체 그가 훈련하는 동안의 통제실은 어떤 곳이 길래 다른 사람은 들어갈 때 마다 평정심을 잃는가 하는 작은 의문이 생겼지만 일단 의문을 구겨 던지고는 지금 상상할 수 있는 최적의 일을 했다.

  청아에게 다가가서 차가운 캔 커피를 내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아에게 필요한 것은 갈증을 해소시켜줄 음료가 아니라 몸의 떨림과 마음의 동요를 진정시켜 줄 온기였다. 너무 시급해서 이것저것 재고 가릴 여유가 없었다.

  “엇…….”

  그가 건넨 커피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어젯밤과 똑같이 와락 안겨 오는 청아에게, 인호가 작은 당혹감을 표했지만 처음이 아닌 만큼 전술지성을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만… 이대로 있을게.’

  마음속으로 부탁하며 눈을 꼭 감고 있던 청아의 떨림이 천천히 멎어 갔다. 인호의 체온은 온화하면도 강인해서, 청아가 전하는 떨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일 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청아는 인호의 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청아가 표정으로 하는 얘기는 너무나도 명확해서 사람의 표정을 읽는데 익숙치 못한 인호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인호는 미안해 할 필요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 번 젓고는 말문을 열었다.

  “괜찮아. 하지만 왜 그렇게 떨고 있었는지 궁금한데.”

  “…….”

  청아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도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메모장과 볼펜을 사용하면 말을 대신 할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 곤란하다면 관둬도 좋아.”

  배려라면 배려 일 테고 무신경이라면 무신경일 테지만 청아에게는 배려로 다가왔다.

  청아는 자신을 우물쭈물하게 만들던 질문이 철회되자 찾아온 묘한 해방감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무섭고 떨리던 순간이 불과 몇 분 전인데, 눈앞의 인호와 잠깐 함께한 것 만으로도 괜찮은 기분이었다. 함께 있는 사람이 지수였었더라도 같았을까.

  “…….”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왠지 부끄러운 기분이 돼 버렸다.

  ‘으으.’

  뺨을 두어 번 문지른 청아가 이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펜과 메모장을 꺼냈다. 뭔가 할 얘기가 없나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지수가 했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질문을 하나 건넸다.

  [지수 언니는 네가 ‘독스’라고 하던데 무슨 뜻이야?]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인호는 재미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속한 집단 이름이야. ‘개들’이라는 뜻.“

  청아는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가 아는 바에 의하면 개는 물론 귀엽지만 사람에게 쓰일 경우 안 좋은 느낌을 주는 동물이었다.

  [왜? 왜 사람을 개라고 불러? 너처럼]

  그 뒤에 뭔가를 더 쓰려던 청아가 한동안 멈칫거리더니 이미 썼던 ‘너처럼’의 위에 줄을 죽죽 그어 지워버렸다.

  “그건 우리가…….”

  지워지는 ‘너처럼’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우선 받은 질문에 대답하기로 한 인호가 입을 열었지만 그때 울린 휴대폰 벨소리가 말을 막았다. 발신자는 DOGS였다.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끼며 인호는 전화기에 귀를 가져다 댔다.

  안 좋은 예감은 항상 적중했다.

 

 

 * * *

 

 

  “상황 전파 하겠다.”

  DOGS의 브리핑 룸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등진 DOGS부청장, 정규식은 이론을 허용치 않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장소는 DOGS의 작전 브리핑 룸. 농담따먹기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저기, 인호가 아직 안 왔는데요. 아까 전화해 봤는데 종합 사격 훈련장이라고…….”

  눈치가 없는 건지, 소신이 뚜렷한 건지 부청장의 단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끼어든 이는 아마도 염색이리라 추측되는 빨간 머리의 소녀였다. 건강해 보이는 주근깨 탓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녀는 콜사인 플레임 베이스(화염 기반), 티어 3의 DOGS요원이었다.

  “알고 있다. 택티컬 인텔리전스(전술 지성)은 어차피 티어 3 예비 전력이다. 이 자리에 있었더라도 역할은 후방 지원으로, 부재하더라도 작전 수행에 심각한 지장은 없다.”

  인호와 같은 티어 3인 주윤정의 가슴에 징벌적 성격이 섞이지 않았나 의심되는 대못을 박은 그는 곧장 예고했던 상황전파를 시작했다.

  “오늘,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오후 여덟 시 경으로 추측되는 시간에 강원도의 종합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인질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추정 인질은 교직원, 학생을 합쳐 칠 백 여명. 인질들이 억류 된 위치는 강당이다.

  브리핑 룸 천장에 달린 빔 프로젝터가 위성사진 3장과 다양한 각도에서 본 학교 전경을 정면에 시현했다.

  “SOG에 까지 신고가 전파된 시간은 20시 27 분. 현재 SOG소속 신속 대응팀이 주변에 배치돼 감시중이고 주력 전차 1개 소대(4대)와 기계화 보병 1개 중대(보병 전투차 10대와 탑승 보병), 고기동형 대형 전술트럭 다수로 이루어진 본대가 접근중이다.”

  “특이 위협체랑 관련이 있는 게 확실 합니까?”

  “물론이다. 최초 신고자는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보이는 인원을 다수 목격했다고 신고했고, SOG신속 대응팀의 보고도 동일하다.”

  빔 프로젝터가 다음 사진을 띄웠다.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표현에서 실내의 모두는 인호가 조우했다고 알려진 위협개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했다.

  “그런 꼴이면 학생들이 놀라서 뿔뿔이 도망갔을 텐데 인질이 칠 백 명이나? 목격자 정리 골치 아프겠네…….”

  정규식은 누군가가 혼잣말 하듯 흘린 말도 놓치지 않고 보충했다.

  “특이 위협체가 드러나기에 앞서, 전 인원을 강당에 집결 시킨 후 수면 가스, 가스가 아니더라도 수면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재운 것 으로 추정된다. 인질들의 생존은 SOG의 긴급 대응 팀이 열 영상 장비로 확인했다. 민간인들이 억류된 강당 내부에는 위협개체가 13체, 그리고 사백여의 특이 위협체가 강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다.”

  부청장이 자신의 혼잣말에 대답을 내놓자 잠깐 찔끔 하던 티어2 레스토레이터(회복술사) 윤하영이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상황에 대한 추가 질문 있나?”

  무뚝뚝한 목소리에 누군가가 물었다.

  “그런데 왜 사람을 죽이지 않고 구태여 인질로 잡아 둔 겁니까? 요구사항 같은 게 있습니까?

  “첫번째 질문의 답은 ‘모른다.’ 이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없다.’ 이다. 하지만 어쨌든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개체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유를 알기에 앞서 행동을 취한다. 어쩌면 함정일수도 있겠지만, 더 주의하는 수 밖에 없다.”

  잠시 말을 끊은 부청장이 물었다.

  “다른 질문은.”

  지금 모인 DOGS요원 일곱 명과 작전 공조를 위해 착석한 SOG요원 세 명이 모두 입을 닫았다. 정규식은 곧장 작전 계획 설명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이 브리핑이 끝나는 즉시 건물 옥상에서 SOG의 수송헬리콥터 두 대에 분승해 작전 지역에 착륙한다. 이후 오 분간 변동된 사항이 있는지 파악한 후 언노운 테크놀러지(유사 과학)의 공간 치환으로 강당 옥상을 점령한다.”

  언노운 테크놀러지라고 불린 음울한 표정의 여성은 작고 느리게 고개만 끄덕였다. 군대였다면 무슨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태도였으나 정규식은 지적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후 레스토레이셔니스트(회복 술사)가 실내로 진입, 잠들어 있는 인질들을 깨운 후 그와 동시에 건물의 동쪽 벽을 분쇄하고 진입하는 SOG 전술 팀의 인질 유도를 지원한다. 이때 고스트 컴퍼니(유령 중대)는 운동장 방향인 서쪽에 배치되어 접근하는 위협개체를 저지하며, 북쪽과 남쪽은 각각 사이코 키네시스(염동력자) 와 플래시 프리징(빙결사)가 맡는다. 필요시 추가 화력지원과 후속지원은 SOG가 담당한다. 질문있나?”

  유심히 작전 내용을 살펴보던 붉은 머리 주근깨 소녀, 주윤정이 자신의 콜 사인은 어디에도 없음을 깨닫고는 손을 들었다.

  “저는요?”

  “나와 함께 헬리콥터에서 대기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 지점에 투입하겠다.”

  상황이 괜찮다면 끝까지 구경만 하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경력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많이 구경 해 본 주윤정이 보기에, 이번 작전은 그냥 좋게 시작해서 좋게 끝나는 작전이었다.

  ‘인질극’

  느리고 둔하며 아무리 봐도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산송장들이 할 법한 일이 아닌, 섬세한 일이었다. 그 부분이 찝찝하긴 했다. 어쩌면 부청장 말대로 진짜 무슨 함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그녀의 눈은 부청장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아까 말 끊어서 화 나셨나…….”

  하지만 정규식의 무표정한 얼굴에 그런 기색은 없었다. 굳이 표정 같은 어정쩡한 걸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정규식은 작전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자신의 감정 같은 것을 고려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다른 질문은?”

  천천히 내려가나 싶던 염윤정의 손이 다시 허공을 찔렀다.

  “뭔가.”

  “저기, 인호는 진짜 안 오나요?”

  정규식은 전혀 티가 나지 않게 침음성을 억누르고는 말했다.

  “이미 SOG의 헬기를 보냈다. 택티컬 인텔리전스 본인의 차량으로 지정된 지점까지 이동한 후 헬기에 옮겨 타고 곧장 합류할 예정이다. 그래도 늦는다면 어쩔 수 없다.”

  염윤정의 입술이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오는 것을 못 본 척 하며 다음 질문을 종용했지만 이미 좌중엔 침묵이 앉아 있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상.”

  ‘후우’하는 긴장 섞인 한숨이 드문드문 새어 나오고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작전 공조를 위해 합석했던 SOG요원 중 한명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 하고 전화를 받은 그가 ‘예, 예’ 하는 몇 번의 대답 후 눈을 크게 뜨더니 핸드폰에서 얼굴을 떼고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SOG에서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문서를 입수해서 필요한 부분은 일단 번역 했다고 합니다!”

 

 

 

 * * *

 

 

  “……?”

  지수의 충고를 받아들이기 전의 속도로 되돌아가서, 인호의 차는 밤의 어둠으로 검게 물든 도로변의 잡목들을 쾌속하게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차를 몰던 인호는 속도 탓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겁먹은 표정의 청아에게 최대한 온화한 목소리를 연기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 넌 SOG에 맡기고 갈 테니까. 안전한 곳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면 윤지수 요원이 데리러 나타날 거야.”

  청아는 미간까지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운전 중인 인호는 스스로의 연기력이 부족했나 하고 간결하게 자책 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묘한 위화감이 인호의 뇌리를 스쳤다. 시속 이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십 분이면 끝나야 할 도로를 왜인지 십 분이 넘는 시간동안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급한 마음에서 나온 착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차내의 시계 역시 십 십분 째를 가리키고 있었다. 목적이 목적이다 보니 참고할 표지판 하나도 없는 도로. 믿을 구석은 감각과 시계, 그리고 계기판 뿐이었다.

  “…….”

  인호의 목젖이 크게 울렁거렸다. SOG 소속 수송 헬리콥터의 착륙지점 은 특별 도로의 끝 부분으로 약정 되어 있었다. 서로의 출발 위치와 방향, 최고 속도를 고려해 지정된 착륙 지점에 이쪽만 늦어서는 늦는 만큼 출발 지연이었다.

  인호가 계기판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린 단 한 순간이었다.

  “……!”

  “큭!”

  옆자리의 청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기척을 느끼며 시선을 든 인호가 핸들을 신속하지만 정교하게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자아내는 소름끼치는 협주곡을 들으며 백미러를 통해 뒤를 확인했다.

  백미러에 비친 어두운 도로 위에는, 그런 곳에, 지금 같은 순간 있어서는 안 될 ‘보행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고는 나지 않았다. 게다가 상황은 긴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서 확인 해 둬야 할지 잠깐 생각하며 무심코 내다본 정면은 어느새 음침한 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뭐지…….”

  인호의 입술 틈으로 새어나온 무거운 의문이 허공을 헛되이 맴돌고 있을 즈음.

  “Добрый вечер(안녕하신가).”

  즐거움이 담긴 울림이었다. 먼 듯 하지만 동시에 귀에 대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를 흘리며 장신의 청년 하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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