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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아들이 좋아했던 여자와 결혼하는 거
작성일 : 17-07-25 19:50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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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위협적인 흑안이 그녀를 꿰뚫고 쳐들어왔다. 도망치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그녀를 어찌 처분할지 고민했다.

 

 그대로 그녀를 짓밟고 전진 할 것인지, 그의 정념으로부터 구할 것인지.

 

 절망에 빠져 스스로를 포기 한 듯 누워있기만 한 그녀에게선 아무런 욕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그의 좌절을 감췄다.

 

 너를 다시 보기 전엔 몰랐는데……아버지에게 이곳이 족쇄가 되더니, 이젠 내게도 그런 곳이 돼버리는 것 같아.

 

 내가……네가 찾는 아론이라는 것을 밝혀야만 날 받아주려나?

 

 지금의 내가 나야, 세라.

 

 내 안에 아론은 없어.

 

 더 이상 당신만을 위해 살아갈 수 없다고.

 

 아론이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난 이곳을 떠나고 말 것 같아. 그러니 절대 말하지 못해. 말하지 않겠어.

 

 난, 이곳을 지키라는 아버지의 뜻을 목숨이 다할 때까지 품고 살기로 이미 결정했어.

 

 그러니까……난……너의 아론이 아니야.

 

 잠시 그렇게, 스스로는 아론이 아님을 되뇌며 그녀에 대한 욕망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고개를 드는 아카드의 검은 눈동자가 다시 차갑게 식어 있었고.

 

 

 “여자들에겐 첫날밤의 기억이 평생 따라다닌다지.”

 

 

 그가 몸을 일으켰다.

 

 

 “나도 아내에게 불편한 기억을 주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자꾸 자극하지 마.”

 

 

 침대에서 내려섰다.

 

 

 “남편이 미쳤어도, 영주라는 신분으로 만족하고 살아봐. 그것도 제국에서 제일 큰 영토와 군대를 가졌으니 네 삶에 긍정적인 요소들도 분명 있을 거다.”

 

 

 세라는 몸을 모로 웅크렸다.

 

 

 감정을 죽인 채 무덤덤한 기억 속에 너를 묻어 두고 살아왔던 8년의 노력이 너의 재등장과 함께 수포로 돌아가 버린 기분이야.

 

 그게 나를 화나게 만들지만, 네가 얌전히 내 곁에 있어준다면……다 잘 될 거다.

 

 

 “이젠, 널 놓아줄 수 없어.”

 

 

 네가 이 땅을 떠나는 순간, 나도 뒤따를 것이 뻔하잖아.

 

 그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니 끝까지, 같이 있을 수밖에.”

 

 

 방에서 나오며 아카드는 말했다.

 

 

 

 

 **

 

 

 

 세라는 상념들을 털기 위해 본성 내에 있는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부모들이 일하는 동안 방치되거나 고사리 손으로 야채 손질이나 청소 등을 도우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사라지고 그들의 노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론, 너를 가르쳤던 경험이 이렇게 내가 선생이 되도록 준비시켜 준 것 같아.

 

 아이들이 발전하는 것을 볼 때 나도 행복해져. 그럴 때마다 네 생각이 나고.

 

 또다시 아론을 그리워하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혀를 찰 때, 바네사가 빼꼼이 얼굴을 내밀었다.

 

 

 “곧 새 신부가 될 사람 표정이 왜 이래?”

 

 

 결국, 속에 쌓아둔 것이 넘쳐흘러 누군가에겐 쏟아 낼 수밖에 없었고, 늘 먼저 다가와 주는 사려 깊은 바네사가 그 대상으로 적합했다.

 

 

 “정말 오랜만에 다른 남자를 보며 설레였는데……감당하기 힘들어.”

 

 

 진중히 모든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세라의 등을 쓰다듬을 뿐 성급히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변덕스러운 건가?”

 

 “아냐, 분명 카라스 영주님은 아무나 버텨낼 수 없지.”

 

 “차라리 이사벨라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영주님이 원하는 것은 이사벨라가 아니잖아.”

 

 “이런 무거운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힘드네.”

 

 

 아론이 죽고 황제는 세라의 책봉을 공표하려 했다. 아론을 잃은 상심으로 오랜 기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 그녀는 공표를 미뤄 달라 부탁했고, 2년이 지나도록 기다려 준 라시스 황제는 결국 그녀에게 지고 말았다.

 

 황후자리를 더 이상 비워 둘 수 없기에 그는 신흥귀족세력 중에서 간택을 했다.

 

 그 후,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고 황제의 조카, 후렌카의 집요함이 그녀를 괴롭혔다. 결혼의 문턱까지 갔다가 그의 부정행위 탄로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너한테 위로가 될지 더 힘들게 할지 판단은 안 서는데…….”

 

 

 바네사의 말이 조심스러웠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마당에 영주님한테서 벗어나긴 힘들 것 같아.”

 

 “그 아론이란 사람이랑 영주님이랑 그렇게 닮았다면, 영주님의 옛 모습을 한 번 봐 볼래? 지금은 흑발이시지만, 예전엔 은발에 푸른 눈이셨으니까 네가 마음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

 

 

 아론이라 여기며 살라는 뜻인가?

 

 

 “꼭대기층에 역대 카라스영주들 초상화를 모아 둔 방이 있어. 1년에 한두 번 청소할 때만 문을 여는데, 결혼식 전에 대청소 할 테니 곧 기회가 올 거야.”

 

 

 은발의 푸른눈의 아카드라니.

 

 아카드의 흑발과 흑안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지금으로써는 아론 따로, 아카드 따로이지 둘의 모습이 겹쳐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문득문득 생활 속에서 그의 행동이나 분위기에서 겹쳐질 뿐이었다.

 

 

 

 

 **

 

 

 

 

 며칠 후,

 

 바네사는 초상화방의 문을 열고 세라를 안내했다.

 

 

 “모두 열 네개의 초상화가 있어. 저기 끝에 있는 것이 우리 영주님이고.”

 

 

 둘은 두 벽면을 가득채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물 크기로 그려진 초상화들을 차례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카라스 영주, 300년 전의 모습이었다. 옆에 갈색머리의 미인이 서 있었다.

 

 

 “화족이 아닌 여자와 결혼하는 첫 시작이었대. 옛날엔 화족들은 그들끼리만 결혼했다던데, 전통을 깬 거지.”

 

 “아론과 눈이 닮았어. 아니, 영주님과 닮았다고 해야겠지.”

 

 

 마지막 하나를 남기고,

 

 

 “다 잘생겼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해진다. 그러고 보니 다들 얼추 닮은 꼴이잖아."

 

 “…….”

 

 " 자, 드디어 우리 영주님 나오시네. 어, 이상하다?”

 

 “……?”

 

 “제작년에 내가 청소하려 왔을 때만해도 영주님 혼자 그려져 있었거든. 근데 지금 옆에 여자가 있잖아.”

 

 

 세라는 걸음을 옮겨 초상화 앞에 섰다.

 

 순간, 숨을 멈췄다.

 

 그녀가 왜 그렇게도 아카드에게서 아론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를 만나 유독 아론을 그리워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초상화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론이야. 아론이 맞아.”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많이 똑같아?”

 

 

 세라는 그리운 그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정말 이게 아카드 카라스라고?”

 

 

 턱이 떨렸다. 흑발, 흑안이 아닌 그는 아론 그 자체였다.

 

 금세라도 걸어나와 그녀를 안아 줄 것만 같은 따뜻한 눈을 가진 아론이었다.

 

 가슴에 차오르는 그리움의 전율이 눈시울을 뜨겁게 달궜다.

 

 

 “이 여자는 언제 그려졌지? 분명 없었는데. 여자가 옆에 그려져 있는 걸 알았으면 널 데려오지 않았을 거야. 미안해 세라.”

 

 

 은발의 화족여자가 옆에 서 있었다.

 

 

 “만나자마자 일찍 죽었다던 그 화족여자인가봐. 누가 그려 넣었지.”

 

 

 바네사가 세라의 눈치를 살폈다.

 

 세라는 아론의 모습을 한 아카드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어 한참 후에나 여자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다가가 자세히 붓자국을 들여다 보았다.

 

 

 “덧 그려졌어. 영주가 화공을 시켜 덧그렸겠지.”

 

 

 최근에 저 여자를 그려 넣었다면 여태까지 못 잊었다는 것 일 텐데.

 

 세라는 다시 은발의 아카드로 눈을 돌렸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막연히 아카드의 얼굴에서 아론을 볼 때와는 다른 각도로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정도로 닮았다는 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적다.

 

 

 “바네사, 저 여자를 만난 게 언제라고 했지.”

 

 “응? 어……그러니까 영주님이 35살때라고 들었어.”

 

 “영주님……지금 몇 살이야?”

 

 “예순 넷……어, 그게 대부분의 여자들이 영주님의 개인사에 빠싹하거든."

 

 

 바네사는 자신이 영주에 관한 정보에 능통하다는 것이 왠지 미안했다.

 

 

 “아론이 살아 있으면 28세야.”

 

 

 눈치 빠른 바네사는 세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기 시작했다.

 

 

 “64 빼기 28은 36. 뱃속에 열 달을 빼면, 35. 세상에!”

 

 

 계산이 끝난 바네사가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첫 번째 부인은 얼마 못가 죽었어.”

 

 “이사벨라 얘기는 달랐어. 영주가 임신한 아내를 영지 밖으로 몰래 내보내는 것을 이사벨라 아버지가 도왔다고 했어.”

 

 

 바네사는 턱이 벌어졌다.

 

 

 “세라, 아닐 수도 있어.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굳어 있는 세라의 팔짱을 끼며 그들이 알아낸 사실을 이내 부정해 버렸다.

 

 세라는 기억의 편린 속에서 또 다른 증거를 찾아냈다.

 

 

 ‘아론의 생김새와 전투력을 봐서는 모계 쪽도 화족이 분명해. 그래서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 해도 리딕과 승산은 충분하다.’

 

 

 할아버지 파갈 공작의 말이었다.

 

 유난히 반짝임이 강렬했던 은발과 투명한 피부, 리딕을 가뿐히 제압하고 그녀를 데리러 왔던 열여섯 살의 그가 떠올랐다.

 

 

 

 아카드는 알고 있을까?

 

 

 

 

 

 *

 

 

 

 

 

 “지금 모습하고 다르지?”

 

 

 세라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세라 방으로 돌아왔다.

 

 

 “8년 전에 화재사고가 있었거든. 그때 영주님이 크게 화상을 입었었어.”

 

 

 눈 앞에서 끔찍한 장면이 벌어지기라도 하듯 바네사는 눈가를 구겼다.

 

 

 “말코족한테 그 소식이 들어가면 여기는 끝장나니까 아무도 모르게 치료하고 계셨대. 나중에 알고 보니 죽다 살아나신 거라더라.”

 

  “…….”

 

 “약방 브르노 선생님만 아는 곳에 영주님을 숨겨 두고 치료를 했대.”

 

 “…….”

 

 “영주님이 보이지 않으니 말코 족이 낌새를 챘는지 수시로 넘어와서 위태위태해졌고.”

 

 

 그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한 듯 몸을 움추렸다.

 

 

 “결국 그 놈들이 대대적으로 쳐들어왔어. 기사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짐승 같은 그놈들은 쳐내도 쳐내도 줄어들지 않았고.”

 

 

  그 당시 바네사는 이곳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섬뜩한 장면을 생생히 눈앞에 그리고 있었다.

 

 

 “카라스 성으로 피신해 온 다른 성주들과 사람들이 울부짖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아. 모두 카라스 영주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니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죽었구나 했지.”

 

 

 세라는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바네사의 손을 잡았다.

 

 

 “근데 마지막 희망인 카라스 성이 말코족한테 둘러싸여 끝장나려는 찰라, 죽은 줄만 알았던 영주님이 터벅터벅 성곽 위로 올라 오신거야. 피 묻은 붕대로 얼굴과 손을 칭칭 감고서.”

 

 

 바네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분의 검을 들고 그분의 옷을 걸치고 있는데, 그분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처음엔 다들 쳐다만 보고 있었지. 그분 같긴 한데 그 분 같지 않은…… 뭔가 더 음산해진 느낌. 삐져나온 검은 머리카락도 그렇고. 아무튼 그랬어.”

 

 “…….”

 

 “영주님이 그 높은 성곽 밖으로 확! 뛰어내리는 순간, 모두들 아래를 내려 봤지. 카라스 영주님이 맞더라고. 그 아래서 말코족들이 푹푹 땅에 쓰러져 산더미처럼 쌓여가니까 그제야 남은 우리 군사들도 다시 힘을 내서 놈들을 쫓아내버렸어. 정말 역사적인 날이었어!”

 

 

 그녀는 단숨에 뱉어내고는 숨을 들이켰다.

 

 

 “부상 전보다 더 어마 무시한 실력을 보여주고는, 다시 쓰러지셨지.”

 

 “…….”

 

 “그 뒤로 조금씩 회복되더니……5년이 지나니까 화상자국도 모두 사라졌어. 대신 아름답던 은발이 시커멓게 변했고, 보석 같은 푸른 눈동자도 까맣게 되고”

 

 

 아카드의 흑발과 흑안.

 

 고통과 시련을 견뎌낸 대가였다.

 

 

 

 

 **

 

 

 

 

 “네가 집무실로 직접 나를 보러 오고. 웬일이지?”

 

 

 세라는 아카드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색을 빼면 아론의 판박이였다.

 

 아론의 죽음을 그녀의 두 눈으로 봤기에 눈앞의 남자는 그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64세. 연륜만큼 수많은 고통과 역경을 딛고, 카라스 성을 지켜 온 영주다운 강인함이 눈에 서려 있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아론의 아버지일 확률이……거의 백에 가까웠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네 눈에, 예전과 같은 애절함이 없군. 좀 섭섭해지는데.”

 

 

 조금도 섭섭한 눈이 아니었다. 냉기로 가득 찬 차가운 눈이었다.

 

 

 “알고 있었나요?”

 

 “……?”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알면서 저를 받아들인 거예요?”

 

 

 차근차근 설명하며 묻는 것보다 이편이 핵심에 빨리 도달할 것 같았다.

 

 

 “알아듣게 얘기해.”

 

 “아론이 당신 아들이죠?”

 

 

 순간, 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재빨리 서류로 돌리는 시선.

 

 움찔 거리는 턱.

 

 서류를 보고 있지만 초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분명 저 반응은 충격을 삼키는 거였다.

 

 

 “맞군요.”

 

 

 세라가 조용히…… 대신 인정했다.

 

 

 “왜 말해주지 않았나요? 그랬더라면…….”

 

 “네가 사랑에 빠질 리도 없고, 후회할 리도 없었겠지.”

 

 “네. 당연히 그랬을 리가 없죠.”

 

 

 아카드는 서류에 시선을 둔 채였지만 그녀의 즉답이 거슬렸는지 미간을 구겼다.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난 여자는 이토록 잔인 할 수가 있는가?

 

 검은 막을 뚫고 들어 온 가시가 심장 속에 콱콱 박혀 들어갔다.

 

 네 눈에 보여 지는 대로 나를 받아들일 수는 없나? 언제까지 아론타령이나 할 거야.

 

 그러면서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의 마음을 휘젓고 있는 그녀가 야속했다.

 

 

 “결혼을 회피할 핑계를 찾던 중 걸려든 게 그건가 보군.”

 

 

 그가 다시 눈을 들어 올렸을 때는 평소대로 냉정했다.

 

 

 “왜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

 

 “이미 말했잖아. 너를 데려오는 동안 네가 맘에 들었다고.”

 

 “그래도……제게도 선택권을 줬어야죠.”

 

 “이제 알았으니, 네 선택은……도주인가?”

 

 “알게 된 이상……결혼 못 해요.”

 

 

 그가 서류를 책상에 툭 던졌다.

 

 

 “자꾸 자극하지 말라고 했던 거 벌써 잊었나 보군.”

 

 

 날카롭게 세라를 응시하는 눈에 그녀도 모르게 몸이 사려졌다.

 

 

 “아들이 좋아했던 여자랑 결혼하는 거……그게 무슨 문제가 돼지?”

 

 

 차분하고 냉정하게 내뱉고 있는 것이 폭풍전야처럼 그녀를 긴장시켰다.

 

 

 “삼촌이였다면, 사촌이였다면, 할 거야?”

 

 “내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거 알잖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나라 결혼법에 부자지간의 윤리를 묻는 강상죄는 없어. 게다가 넌 결혼 한 적도 없고.”

 

 “당신을 볼 때마다 그를 기억하며 괴로워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이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맞아요.”

 

 

 세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 손에 죽더라도 결혼하지 않겠……악!”

 

 

 콰광!!!!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육중한 책상이 날아가 벽에 부딪치고 산산조각 났다.

 

 서류들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근처에 있던 책장들이 흔들리다 뒤늦게 무너지며 책과 종이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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