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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아론과 카라스 영주의 조우
작성일 : 17-07-25 19:48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6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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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긴 어딘가?

 

 꿈인가?

 

 내가 죽은 건가?

 

 아론은 온통 흰 빛으로 가득 찬 정원에 서 있었다. 흰 셔츠와 흰 바지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깨끗해 보였다.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꽃들과 정원수들. 중앙엔 작은 분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뜨거운 용암 속에 빠져든 것 같은 고통도 사라지고 상념들도 머릿속에서 거둬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극히 평화롭고 가벼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가 늘 바래왔던 것이 이런 평온이 아니었던가?

 

 요동치는 감정도 사라지고 피흘림도 없는, 풀처럼 유연하고 바람처럼 가벼운 자유로움.

 

 다만 홀로 있는 것이 조금 외롭다고 느껴질 무렵,

 

 

 “어이, 프라장군.”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아론은 뒤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두 존재를 확인했다.

 

 흰 빛이 휘감긴 하얀 옷을 입은 두 남자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아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바로 앞에 와서는 번갈아 힘차게 그를 안고 등을 두드렸다.

 

 

 “프라, 다시 보니 좋군.”

 

 “이봐, 전세의 이름을 기억할 리 없잖아. 아론이라 불러야지.”

 

 “그렇지. 아론이라 불러야겠군. 하지만 그 위대한 이름을 기억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유감이야.”

 

 

 둘은 아론의 호칭을 두고 잠시 의견을 주고받더니 다시 아론의 눈을 응시했다.

 

 

 “듣자하니, 고생이 많다더니 그런 것 같군. 눈에 서린 저 슬픔과 고통을 보게.”

 

 “……?”

 

 “거기서도 전사로 활약 중이라던데 육체를 가지고 싸우는 기분은 어떤가?”

 

 “……?”

 

 “영원한 동반자는 찾았나?”

 

 

 그들은 들뜬 채 아론을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아론을 인식하고 그제야 남자들은 진정했다.

 

 

 “이런, 이런.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소개를 잊었군. 우린 자네 친구야. 함께 천군을 이끌었지. 자네가 없는 지금, 내가 대신하고 있고.”

 

 “암흑의 시대에 태어나 고생이 많지? 우리는 밀레니엄에 맞춰 지구에 갈 걸세. 지구시간으로 800년 후쯤 되겠군.”

 

 

 아론은 친구라고 소개한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친근감에 가만히 두고 보았다.

 

 

 “이 친구, 여전히 말이 없군 그래.”

 

 “허락받은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 서두르세.”

 

 “어, 그러지. 프라, 아니 아니 아론. 아직 네 시험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어. 다시 돌아가야 해.”

 

 

 다시 돌아가라는 말이 탐탁치 않았다. 이 곳의 평온을 오래 느끼고 싶은 간절함이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네 고통과 역경은 잠시라네. 모두 유익이 되고 궁극의 기쁨을 얻기 위함이니 너의 시간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도록 해.”

 

 

 고개를 저었다.

 

 

 “아론, 겁이 나겠지. 또다시 혼돈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지 자네를 보니 훤히 그려지네. 그 당당하고 용맹스럽던 자네가…….”

 

 

 아론을 향한 측은함이 그들에게서 흘러넘쳤다.

 

 

 “자네가 경험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 돌아가게.”

 

 

 뒷걸음 치며 고개를 다시 저었다.

 

 남자들의 안타까운 눈이 흔들렸다. 최후의 수단을 준비한 듯, 둘은 마주보고 그것을 사용하기로 동의의 눈빛을 교환했다.

 

 다시 아론을 직시하는 둘의 눈이 확고했다.

 

 

 “세라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와야 해.”

 

 “네가 택한 여자, 전세부터 네가 호감을 가졌던 그 여자잖아.”

 

 

 ‘세라’라는 말에 뒷걸음치던 발이 멈췄다.

 

 

 “세……라.”

 

 

 저절로 입술 사이로 이름이 흘러나오자, 온 몸으로 그리움과 비애가 일순간 번져 들어갔다.

 

 

 “그 여자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면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세라는 다른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인연?”

 

 

 아론이 되뇌었다.

 

 

 “그래 다른 인연. 매순간이 선택이잖아. 그녀는 얼마든지 다른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

 

 “아론 너는 이미 선택을 마쳤지만, 그녀는 아직 아니야. 네가 그 여자의 남자로 살다 돌아오면 가능성은 더 커질 거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돌아가.”

 

 

 그녀는 얼마든지 다른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

 

 너는 이미 선택을 마쳤지만, 그녀는 아직 아니야.

 

 그 여자의 남자로 살다 돌아오면 가능성은 더 커질 거야.

 

 이 말들이 소용돌이치듯 그의 귓전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론의 눈이 불안감으로 휩싸이며 흔들렸다.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 없이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어. 여기는 네가 만들어 놓은 고립의 섬이야 아론. 둘러 봐. 이곳엔 세라도 어머니도 너의 동물친구들도 없어.”

 

 

 한 바퀴 돌아보니 정말 아무도 없었다. 세라가 보이지 않았다.

 

 

 “영원히 이 안에 갇혀 있으면 세라와는 영영 이별이라네.”

 

 

 세라와는 영영 이별이라네.

 

 세라와는 영영 이별이라네.

 

 영영……

 

 이별이라네.

 

 

 

 

 **

 

 

 

 

 아론은 눈을 번쩍 떴다.

 

 가슴에 느껴지는 답답함과 온 몸에 느껴지는 쓰라림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신음을 토하고 싶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미약한 호흡도 문제지만 화기가 목구멍을 태워 소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눈알을 굴려 낯선 장면들을 읽어나갔다. 오래된 흰색 화강암 기둥과 벽들이 전쟁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하얀 산과 파란하늘이 길게 펼쳐졌다.

 

 아론은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보았다. 머리만 제외하고 검은 액체 속에 잠겨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사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작은 파문들만 수면 위로 번졌을 뿐이다.

 

 대리석으로 만든 2인용 욕조 안엔 가득 찬 검은 액체. 쓴 향이 어렴풋이 콧속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깨어났군.”

 

 

 낮은 울림이 들렸지만 고개를 들 수 가 없었다.

 

 시야에 검은 형상이 들어오는 순간, 으윽! 지독한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와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잠깐씩 돌아왔다가 다시 잃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칠흑 속에서 깨기도 하고 광명 속에서 깨기도 했다. 사무치게 그리운 자를 연상시키는 석양의 감미로운 붉은 빛 가운데 깨어날 때도 있었다.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에 깨기도 하고 웃음소리에 그리고 독백과 절규 가운데 깨기도 했다.

 

 깨어 있는 순간도 차차 길어지고, 손끝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좀 살 것 같은가?”

 

 

 이따금씩 들려오는 음성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굵은 저음엔 쓸쓸함이 묻어났다.

 

 

 “정말 리딕 말대로군. 너는 질긴 녀석이야.”

 

 ‘리딕 그 자식을 알아?’

 

 “그 지독히 이기적인 놈이 너를 살려준 이유다. 나도 네가 죽지 않고 버티는 이유가 뭔지 듣고 싶군.”

 

 ‘리딕이 살렸다니 무슨 말이야?’

 

 “그 놈도 나이가 들어 모질지 못한 구석이 생긴 모양이야. 너를 내게 데려오다니. 네 애인이 장례를 치러 주려했지만 그 여자 가문이 반대했다고 하더군. 널 그냥 노예들 묻는 구덩이에 버렸다지. 거기서 널 다시 주워 데려왔고.”

 

 ‘너 누구야? 모습을 보여라.’

 

 “이 독약을 견뎌내는 것을 보니, 너도 보통 놈이 아니구나. 어쩌다가 리딕한테 뒤통수를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네 몸의 조직들이 얼마나 회복될 지는 나도 몰라. 적어도 네가 느끼는 고통은 많이 줄어들었겠지.”

 

 ‘그래, 기절할 만큼의 고통은 지나간 것 같아.’

 

 “네 몸이 독약 속에서 절여진지 6개월이 지났다. 어디 움직일 수 있는데 라도 있으면 꼼지락 거려봐.”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니.

 

 아론은 액체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여보다 가까스로 수면 위로 팔을 들어 올렸다. 액체 밖으로 나온 팔에 싸늘한 기온이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입 사이로 뿜어 나오는 하얀 김도 보였다.

 

 

 “좋아. 계속 그렇게 움직여. 리딕 족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지. 나도 그놈 잘 사는 꼴에 배알이 뒤틀리는 사람이거든.”

 

 

 뚜벅 뚜벅. 발자국이 오래된 목욕탕을 울리며 멀어져갔다.

 

 어둠이 깔릴 무렵,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구슬픈 멜로디가 아론의 가슴까지 저미는 힘이 있었다. 조금 후, 낄낄 거리며 웃는 소리가 점점 요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질질 짤 차례였다. 그 다음은 밤새 절규하며 오열하며 이 큰 성 안을 배회할 것이다.

 

 대체 저 작자는 뭐 길래…….

 

 뭐 때문에 저렇게 매일 밤 괴로워하는 걸까?

 

 

 

 **

 

 

 

 “네 모습을 보고 싶나?”

 

 

 열심히 몸을 꿈틀거리며 재기하려는 아론을 잠잠히 지켜보던 그가, 커다란 거울을 들고 와 느닷없이 아론의 얼굴 앞에 디밀었다. 아론의 파란 눈동자가 충격으로 커졌다.

 

 원치 않는 현실의 직면이었다.

 

 일그러지고 뒤엉킨 피부,

 

 사라진 입술. 그 사이로 보이는 이빨.

 

 드러난 코 뼈.

 

 몇 가닥 남지 않은 푸석한 머리털.

 

 저리 치워! 아론은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너도 여자들의 유혹 꽤나 받았겠지. 또 다시 그런 날들을 기다리나?”

 

 ‘이 미친 새끼! 너 혼자 곱게 미칠 것이지.’

 

 “애인을 다시 품고 싶어? 그 여자한테 돌아갈 꿈에 부풀기라도 한 거냐? 그 여자가 널 똑바로 볼 수나 있을 것 같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난, 마음속에 괴물이 도사리지만, 넌 모습 자체가 괴물이야. 이 시대는 너와 내 아픔을 수용해 줄 수 없는 세대다. 그들이 멋대로 세운 잣대에 들어맞지 않으면 마귀나 괴물로 취급 받는다.”

 

 ‘난 괴물이 아니야.’

 

 “인간취급을 기대해선 안 되지. 괴물이 된 네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뭔 줄 알아?”

 

 

 그가 거울을 치우고 아론의 머리맡에 서 있었다.

 

 

 “고귀한 신분.”

 

 

 잠시 조용해졌다.

 

 

 “귀족이나 황제가 미치거나 기괴한 모습을 하면 보살피고 치료를 하려고 애를 쓰지. 신분이 미천한 자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흉측하면 결국 개죽음인거야.”

 

 ‘…….’

 

 “너도 알겠지만, 내가 좀 많이 미쳤거든. 두려워하면서도 내쫓지도 못하고 자리를 지키게 하는 이유가 바로 그 알량한 신분 때문이지.”

 

 ‘…….’

 

 “이곳은 대대로 화족이 영주가 되어 국경을 지켜왔다.”

 

 ‘…….’

 

 “내가 그 고귀한 신분을 주마.”

 

 

 ‘쓸데없는 소리 좀 작작 해. 신분 따위는 필요 없어. 회복이 되면 세라에게 갈 거야. 날 기다리고 있다고.’

 

 

 잠시 후, 후드 망토를 뒤집어 쓰고 나타난 그가 아론을 검은 액체에서 건져 올렸다.

 

 두툼한 담요 위에 놓고 얼굴까지 덮어 감싼 후, 어깨에 들처 맸다.

 

 대체 뭐하려는 거야?

 

 그의 신장은 컸고 어깨와 팔에서 크고 단단한 근육들이 느껴졌다.

 

 말에 태워져 한 참을 간 후, 다시 그의 어깨에 들렸다. 높은 곳을 오르는지 그의 움직임이 불규칙적으로 흔들렸다.

 

 아론도 꽤 큰 신장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숨조차 흐트러진 기색 없이 움직였다.

 

 드디어 바닥에 내려지고, 시야를 가렸던 담요도 거둬졌다.

 

 탁 트인 설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내가 종종 오는 오두막이다.”

 

 

 허름하고 낡은, 대충 지어진 오두막이 눈에 들어왔다. 뒤로는 침엽수들이 빽빽이 들어 찬 숲이었다.

 

 

 “난 항상 이곳에서 내 마지막을 맞겠다고 생각했지. 아내와 아들이 떠나는 것을 여기서 배웅했어.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서 이곳을 지켜왔다. 이젠 쉴 때가 된 걸 알고, 리딕이 널 여기로 데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

 

 ‘뭐하자는 거야? 얼어 죽겠어.’

 

 

 아론은 처음 느끼는 지독한 한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며 찬 바닥에 누워 있어야했다.

 

 

 “카라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기가 카라스라고?’

 

 

 아론은 파갈을 떠나 있던 3년간의 여행 중 마지막으로 카라스를 들리려고 했다. 처음은 무조건 바다를 건너 멀리 가보고 싶은 마음에 카라스행을 미뤘는데 늘 후회하던 부분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용병으로 묶여 있었기에 결국 아버지가 계실지도 모르는 카라스를 들리지 못했다.

 

 얼굴은 물론, 이름 나이 생김새 그 어떤 것도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뢰메를 숲에서 이주하려던 그 주에 잠깐 들려 준 것이 전부였다.

 

 그는 국경을 지키는 전사였고, 엄마와 그만 다른 곳으로 보냈고 아버지는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신분으로 벗어나면 감옥에 가야한다고 했다. 전투노예였으리라. 엄마와 그를 도망치도록 했겠지.

 

 카라스…….

 

 아버지를 찾아 반드시 오려던 곳. 그런데 이런 꼴로 왔으니.

 

 회한에 찬 파란 눈이 카라스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성큼성큼 오두막으로 향하더니 한켠에 둔 통을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다시 나오더니 주변에다 통에 든 것을 마저 흩뿌리더니 빈 통은 안으로 휙 던져 넣었다.

 

 아론은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바람을 타고 기름 냄새가 옮겨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열기가 느껴지며 타는 냄새가 났다. 아론은 뻣뻣한 목을 조금 돌려 오두막 위로 솟아 오르는 불을 보았다.

 

 전해지는 열기에 광산에서의 폭발이 떠올라, 순간 온 몸을 뒤덮는 고통에 경련을 일으켰다.

 

 

 “불이 싫은가? 고통이 떠올라?”

 

 

 남자가 와서 물었다. 그리고는 품에 있던 약병을 꺼내 아론의 입술사이로 흘려 넣었다. 남은 약을 아론의 서로 들러붙은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어줬다.

 

 

 “네가 담그고 있던 독이야. 이것은 원액이지. 넌 이것과 함께 살아 갈 운명인가 보군. 이 독이 널 거부하지 않으니.”

 

 

 잠시 후, 고통이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젊은 화족이여, 이 늙고 지친 화족을 위해, 부탁을 들어다오.”

 

 ‘뭐? 당신도 화족이었어?’

 

 “이곳에 속박 된 불쌍한 카라스백성들을 위해 네 과거를 버리고 카라스 영주로 다시 태어나라.”

 

 ‘카라스 영주로 다시 태어나라니?’

 

 “부탁하는 처지에 얼굴을 가리면 안 되겠지?”

 

 

 남자가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난, 카라스의 영주……아카드 카라스다.”

 

 

 아론은 천천히 빛 사이로 드러난 그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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