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할 말만 하더니 왔을 때랑 다르게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뜬눈 바로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 것이다. 어?! 어, 어디 간 거지? 고개가 저절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빙 둘러봤지만 주변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그리곤 처음 눈을 떴을 때부터 있던 려원을 쳐다보았다.
눈치만 살피던 려원은 그제야 나를 보며 웃어 보였다. 아마도 살짝 험악한 분위기로 인해 가슴 졸인 것이 분명했다.
“저 사람! 아니, 저 용은 누구예요?”
“아… 저분은 하서빈님이라고 이 궁의 주인이세요.”
궁?! 그렇다면 여기가 궁이라는 걸까? 려원의 말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저는 그런 서빈님을 모시는 려원이라 해요.”
“아하…….”
“그리고 서빈님이 말은 저리하셔도 원래는 심성이 착하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남들은 잘 모르시죠. 하여튼 너무 기분 상해하지 마셔요.”
내가 기분 상했을까 봐 생각해주며 차근차근 말해주는 려원이 여간 안쓰러웠다. 그럼에도 따뜻한 려원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그 물음에 려원은 싫은 기색 없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신비(神祕)의 나라 용천(龍天). 용천에는 용, 이무기, 구렁이로 이루어진 용들의 나라.
용은 상위 계층으로 용천의 전반적인 것을 지배한다. 하지만 용도 나름 서열이 존재한다고 한다. 순수 혈통의 용이냐, 아니면 순수 혈통이 아니냐. 참으로 여기 용들도 사람들이 사는 세계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왕족도 순수 혈통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을 봐서 어디 가나 순수를 따지는 걸까? 용에 의해 지배를 받는 아래 계층이 이무기나 구렁이다.
하지만 이무기와 구렁이에게도 나름 계층이 존재하는데. 구렁이의 상위 계층이 이무기고, 이무기를 포함한 구렁이도 역시 순수 혈통을 따져서 서열이 정해져 있다는 게 려원의 간략한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궁금해하던 아버지의 소식에 대해서는 이무기인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랄까.
자신은 모르지만 서빈은 알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을 하는데, 이게 과연 불행 중 다행일까?
지금까지만 봐도 따뜻하고 정이 넘치기보다 날이 선 말들을 주고받았는데.
하필 이 상황에 물어볼 사람이 그밖에 없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한숨만 푸욱 내쉬게 된다.
물어보면 좋게 가르쳐줄까. 아니다. 물어보면 대답이나 해줄까? 예상된 모습이 부정적으로 허공에 지나가니 몸을 잘게 떨었다.
성급했다는 자책과 참지 못했다는 후회에 잠깐의 정적이…… 서있는 공간을 덮쳤다. 결과적으로 서빈은 갑(甲)이었고 어쩌나 머물게 된 난 을(乙)이었다. 서빈의 기분에 따라 대답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를 구해준 그… 도란이라는 분은 어디 계신가요? 감사의 인사라도 들여야 하는데. 혹…… 그분도 용인가요?”
아버지는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기에 골똘히 생각을 하다 문득 도란이라는 자가 떠올랐다. 나를 불구덩이에서 구해준 도란이라는 자.
답변을 요하는 나의 눈빛에 려원은 왠지 모를 쓴 표정을 지었다. 이 또한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내 눈빛을 똑바로 보지 못하며 쭈뼛쭈뼛 딴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더욱 궁금해졌으나 대답을 원치 않은 것 같기에 궁금증을 뒤로 밀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말을 못 한걸 거야.’라며 자신이 직접 말해줄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러지 말고 우선 여기 궁이라도 구경해보셔요. 한동안은 여기 계셔야 할 것 같은데, 나중에 길이라도 잊어버려서 당황하는 것보단 나을 거예요.”
한동안 여기 있다니? 나는 려원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대체 왜?! 여기 궁이라 불리는 곳에만 있어야만 할까.
살며시 웃어 보이며 말하는 려원에게 물음에 대한 답을 요하고 싶었지만 그 찰나의 시간을 주지 않고 내 손을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뭐가. 이리 힘이 센지. 사실 려원의 말에 웃어 보이기만 할 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궁금한 게 산더미에다가 나가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하나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었다.
“나가기 싫어도 나가보셔요. 나중에 혼자 나서는 것보다 좋을 거예요.”
나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힘에 못 이기는 척. 질질 끌려 나갔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처음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절제되면서 우아한 색깔들이 어우러져 왕들만 산다는 황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
화려함과 거대함에서 나오는 전각(殿閣)의 풍채(風采)는 웅장하여 나로 하여금 온몸을 짓눌리게 했다.
내가 살던 나라의 임금의 전각도 이것에 비할 데가 못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런 광경을 매일 보는 려원이 대단하기까지 느껴지니 정말 내가 경악하다 못해 미쳤나 보다.
이리도 큰 전각이 서빈의 소유라는 점에 크게 놀라며 뒤따라오는 물음.
용마다 전각을 하나씩 갖고 있냐는 자연스러운 물음에 려원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빈이 나름 용중에 상위 계층에 속해있다고 한다. 그것도 손에 꼽는 최상위 계층이라 했다. 손에 꼽는 최상의 계층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아니, 용들의 왕은 뭐가 예쁘다고, 성격이 모난 것도 모자라 사교성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이런 큰 전각을 하사했는지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아니면 사람들처럼 가문(家門)의 대물림인 걸까? -나중에 려원에게 물어보니 능력으로 이 위치에 올랐다고 하였다.-
어쨌거나 한마디로, 눈이 호강한다는 상황은 딱 이런 상황일게 분명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꿈속에서 나올법한, 아름다움이 한 폭의 풍경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신선놀음이란 표현을 이렇게 잘 나타내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 넓은 땅에 세워져 있는 전각은 놀라움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이 모든 것을 신기해하며 내 뇌리에 잘 박아놓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하지만 려원은 그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리저리 려원의 손에 이끌려 눈알을 굴려가며 둘러보던 나는 의아한 한 가지 사실을 포착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끌려다녀서인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아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러한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광활한 대지 위에 저만의 미(美)를 뽐내는 건물 내부에는 수많은 방들. 하지만 방만 존재할 뿐 부족한 그것.
동물이나 곤충 하물며 용천에는 용이라도 살아야 하건만…… 누가 머물고 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렇게 큰데 말이다. 적어도 전각의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 안에 누군가 머물러야 할 법도 했지만 그런 흔적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크기에, 넓은 공간에 걸맞은 사람이 살아야 하건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불편한 현실에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다 어디 있는 걸까? 려원을 제외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는데. 단체로 어디라도 출타한 걸까.
“그게… 려원, 뭐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네, 여월님!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내 손을 붙잡고 앞장 서던 려원은 나의 부름에 그 자리에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참 웃음이 많은 소녀랄까.
“여기 궁에서는 저를 제외하고 살고 있는 자는 없어요?”
“네?”
“방마다 텅텅 비어있어서요. 이리 큰데 저를 제외한 누구도 보지 못했어요. 적어도 한 명 정도는 보여야 함이 정상 아닌가요?”
마음에 담아뒀던 물음에 려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뭔 의미일까. 씁쓸한 듯 보이면서도 기다렸다는 표정. 표정에 묻어나있는 글귀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런 말을 남기며 입을 떼기 시작했다.
“그게… 서빈님이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어… 그…… 뭐만 하면 마음에 조금, 정말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하셔서 다른 삶의 기회를 줬다고 할까요.”
“…….”
“맞아요! 여기 전각에 지내기보다…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라는 참뜻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매우 적지만 있어요.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고…….”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흘러나오는 려원의 목소리.
결국, 려원의 말을 요약하자면 원래는 많은 이무기들이 전각에 있었지만 얼마 가지는 못하고 다 전각에서 내쫓겨났다고 한다.
워낙 까다롭고 혼자가 편하다는 이유로 밑에 많은 이무기들이나 구렁이들을 두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용천에서 서빈에 대한 여러 소문이 파다하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려원 자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하지만 다수의 의견이 가지는 힘을 뼈저리게 느낀 나로서는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말이 두 사람의 말이 되고, 두 사람의 말은 다시 다수 사람의 말이 되어, 어느새 진실로 둔갑하여 내게 향했던 일이 떠올랐다.
오래된 일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차마 듣지 못할 모진 말들과 가슴이 찢어질 듯한 상처.
싫다. 떠오르기 싫은 기억이다. 그런 나를 두고 려원은 열심히 서빈의 편에 서서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표정과 몸짓을 동원해 열변을 토하니.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내 아버지가 마을 이웃사람들한테 말하던 모습이 겹쳐서 떠올랐다.
그것도 잠시 남은 전각을 구경하기 위해 또다시 움직였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힘에 벅차 쉬기를 갈구하는 눈빛을 계속 려원에게 보냈다.
하지만 내 눈빛의 갈구함이 느껴지지 않은 려원은 처음과 같은 힘으로, 들소도 저리 가라 할 만큼 나를 여전히 이끌었다.
하. 힘들다. 구경만으로도 힘이 든다. 의지반 타의 반으로 끌려 다닐 때쯤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걸을 때 어느 별채 지붕 위에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그림자였다.
화려한 용의 무늬가 정성스럽게 새겨진 기와 위의 정체에 대해…….
“어? 저건 뭐지?”
“여월님 왜요?”
무의식적으로 나의 말이 입 밖으로 작게 새어 나왔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음에도 그걸 용케도 들은 려원이 고개를 돌아 나를 보았다.
내 시선이 지붕 위에 고정되자 려원도 다시 고개를 돌려 시선이 향하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뭐 때문에…… 이익! 또! 우씨!!”
나를 부르던 려원은 왜 불렀냐는 듯한 말투로 말하다가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일치하자, 괴상한 소리를 내며 콧바람을 크게 내쉬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정체를 아는 듯했다.
아는 건가? 익숙하다는 려원의 표정. 지붕 위의 정체불명에 대해 물어보려고 려원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 자리에는 려원이 없었다.
정확히 붙잡던 손을 놓고 앞으로 튀어나가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 쏜살같이 별채의 지붕으로 냅다 달려갔다. 그 빠르기가 워낙 빨라 역시 나와는 다르구나- 라며 나도 이어서 려원을 쫒아갔다.
지붕과 나와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니 지붕 위의 정체불명의 존재가 점차 선명해졌다.
기와 위에서 검은 그림자를 만들어낸 이는 다름 아닌 사내였다.
그것도 지붕을 이불로 삼아 한 손을 베개 삼아 입에는 풀을 물며 깊이 자고 있는 듯했다.
누구지? 누구이길래 서빈의 전각, 그것도 지붕 위에서 한가롭게 자고 있는 걸까?
그 자세가 어찌나 편해 보이는지 지붕에서 한두 번 자본 자세가 아님에 틀림없어 보였다.
서빈과 려원을 제외한 새로운 존재에 대한 반가움과 의구심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연오님!!! 제가 지붕에서 자지 말라고 했죠?!”
지붕 가까이 달려간 려원은 펄쩍펄쩍 뛰면서 고래고래 마구 소리쳤다. 연오라는 자가 잠에서 깜짝 놀라며 두리번거릴 정도로 말이다.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리며 주의를 살피는 그.
그리고선 려원과 나를 발견하고선 잠이 덜 가신 건지, 상황 파악을 하는 건지 잠시 시선이 고정됐다.
“아. 려원이구나.”
“연오님!”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았네. 그리 매번 큰소리로 소리치면 목 안 쉬더냐? 내 귀가 멍해지겠다. 한창 일광욕하는 중이거늘…….”
천하태평한 말로 자연스럽게 려원에게 말하는 그. 이에 려원은 기가 찬듯하다.
“무슨 일이라뇨! 제가 지붕 위에 올라가지 말라 했잖아요.”
“그랬지.”
“그랬지가 아니지요! 지난번에 연오님이 누웠다 간 자리에 기와가 부서져서 힘들게 새롭게 갈았다고요.”
막힘없이 토해내는 려원에 연오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뭔가 훼손되어있는 것을 서빈님이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이러실 거예요? 도와주지 못할 만정 빨리 내려오셔요. 제가 연오님 때문에 못 살아요!”
“쳇. 내려간다. 내려가면 될 거 아니냐.”
작게 불평을 터트리며 내려오려는 그를 보자 도와줄 마음으로 나는 주위를 살폈다. 때마침 별채 입구 쪽에 사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그것을 가지러 갈려는 찰나! 연오라는 자는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지붕에서 뛰어서 사분히 땅을 밟았다. 다시 드는 자각. 아! 나랑은 다른 존재였지, 라는 생각을 자꾸 망각해 버리는 나였다.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임을. 지붕에서 내려온 연오의 생김새가 한눈에 보였다. 그는 청록색 머리카락에 머리카락보다 연한 연녹색의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 본 용족과 사람과 차이는 눈 색깔부터가 다르니 새로운 사람 볼 때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분위기부터 역동적인 그는 주위를 편안하게 하는 웃음을 지어 보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그런 그가 나에게 다가온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선 서서히 말이다.
“아! 용천의 화두(話頭)인 게 너인가 보구나. 지금 보니…… 도란의 행동도 이해가 될듯하네.”
그는 나를 위아래로 쳐다본 후, 그것도 부족했는지 나를 구심점으로 삼아 천천히 돌아보며 훑어봤다.
그런 행동이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서있었다. 그때 때마침 나를 구원해주는 려원의 목소리.
“근데 연오님! 오늘은 무슨 일이셔요?”
매우 난감한 그 순간, 때마침 구원해주는 려원의 목소리.
“설마 정말로 일광욕을 가장한 낮잠 자러 오신 건 아니시죠? 서빈님 보러 오셨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네? 지금 안에 계시는데?”
“서빈 때문에 온 것은 아니고 오늘따라 녀석의 전각 위에서 자고 싶었다고 할까.”
“…….”
“큭. 너무 햇볕을 쬐었더니 목이 타구나.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간단히 뭐 좀 먹으러 가자꾸나.”
“…….”
*
정적이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거기에 오가는 말이 없으니 적막감만 고조됐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곁눈질로 연오와 려원을 힐끗 바라볼 뿐이다.
“…….”
“…….”
목이 마르다며 가벼운 차를 마시자는 말에 역시나 려원의 손아귀에 이끌려 다과(茶菓)실까지 끌려왔다. 그랬다. 다과실까지 온 것까지는 좋았다.
향긋함과 먹을수록 맛이 우러나온 차와 맛있는 과자를 먹는 것 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여전히 말없이 과자 한 입, 차 한 모금. 조용히 차를 음미하는지 과자를 음미하는지 음, 좋군!, 맛있네, 이 말 이후론 고요하다.
무언 수행도 아닌데 처음 맛에 대한 평가 이후 조용히 먹기만 할 뿐 연오와 려원은 정적을 타파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뭔 말을 하기에는 더더욱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연오라는 자를 잘 알지 못할뿐더러 둘을 따라 차를 마시는 정도였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