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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드래곤의 성자님
작가 : 펌킨파이
작품등록일 : 2017.7.23

"우린 심장을 공유한 사이잖아요."

"뭐래, 네 멋대로 가져가 놓고선."

레어 안에서 생활하던 히키코모리 드래곤 렌. 어느 날, 웬 인간 새끼에게 드래곤 하트를 빼앗기다?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6화
작성일 : 17-07-25 17:41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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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기의 몸이라니. 감초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진 그는 살면서 제가 어리광을 부려보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평생을 응석 부려 본 적 없었던 그는 의외로 빨리 이 몸과 환경에 적응했다는 게 놀라웠다.

 

 '본래 20살인 걸 알면 창피해서 죽겠는데.'

 

 혀 짧은 소리를 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거나 아무것도 몰라요-하는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제정신이었다면 할 수 없었을 짓이었다. 한 번 죽었다 깨어난 그는 달랐다. 설마 내 적성이 아부랑 애교인 줄은 몰랐지.

 

 '밤 몰래 떠나면 아무도 모르겠지. 도망가고 나면 그 때야말로 내 삶을 살 거야.'

 

 바보같을 정도로 희망적이었다. 그는 그렇게 쉽게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다.

 

 '사체나, 잡아와.'

 

 성벽 밖을 나오기도 직전에 잡혔다. 모두가 칭송해줬던 힘은 그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뱀이나 할 법한 찢어진 동공을 가진 그들 앞에서는 .

 

 '왜 도망갔던 거야, 재미? 스릴? 아니면 도주가 성공할 거 같아서?'

 

 그는 실험동물을 관찰하듯이 내 표정을 하나하나 샅샅이 살펴봤다. 돋보기만 없었지 그의 장난감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새하얀 은발에, 그 투명한 피부가 얼어붙지 않도록 조심히 상아가루를 칠하자. 그 색채를 살리려면 장소는 이곳, 눈밭인 게 당연하지. 아, 큐피드는 화살을 날릴 때 눈을 감는다고 해. 그렇지만 도중에 뜨기라도 하면 모든 분위기를 망쳐놓을 테니 눈은 그냥 뽑아버리자. 넌 사람들의 앞에서 천사가 되어 죽는 거야. 모든 장치는 내가 준비할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었다. 문장이라고 보기에도 조잡했다. 아고니아는 제정신인지 물으려 하다 그만뒀다. 그는 그 범인은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걸 계획해둔 모양이었다.

 

 '사람들의 경이와 시선 앞에서 죽다니,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을 거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소년처럼 볼을 발그레 붉히고 얘기하는 그였다. 그는 창백해진 아고니아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하며 말했다.

 

 '걱정 마, 넌 눈을 뽑아도 아름다울 테니까. 날 못 믿는 거야?'

 

 그 말이 진담이었다는 걸 증명하며, 그는 고민의 기색없이 눈알을 단숨에 뽑아버렸다. 그 때의 고통은 끔찍했다. 그러나 고통보다는 그가 내뱉은 모든 망언이 그대로 실행되리라는 사실이 두려웠다.

 

 오른손에는 검붉은 독이, 왼손에는 황금빛이 눈부신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너무 뻔한 선택이 아닌가? 일반적으로는 그리 보일 터였다. 과거의 그에게는 그 검붉은 독이 천국을 향한 계단이라도 되는 듯 유혹적이었다.

 

 '단숨에 들이키면 편해질 거야.'

 

 누가 귓가에 훅 바람을 넣은 거 같았다.

 

 이미 한 번 저지른 선택이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매서운 감각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단순히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매끄럽게 유리병을 타고 올라가던 액체는 속을 칼로 헤집어놓고 불로 태워버린 뒤 내장을 뒤집었다. 몸을 불사를 것 같은 통증은 몸을 지키려는 성력의 힘과 겨루듯 쟁쟁히 부딪혔다.

 

 청년의 몸에서 소년의 몸으로.

 

 분명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 의식을 가득 메웠었다. 기회는, 상황은, 진심을 변화시켰다. 잠시 틈을 본 사이에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소년의 몸에서 아기의 몸으로 변하기 직전까지.

 

 아름답게 끝날 것만 같았던 세상은 오히려 눈을 말똥히 뜨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시야에서는 다시 보지 못할 거라 믿은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감초는 쓴 기억을 기분 좋게 삼켰다. 다시 아고니아(희생양)이라 불렸던그 때로 돌아갈 일은 없을 테니까. 제 인생에서 가장 긴 한 달이자 가장 다사다난한, 한 달.

 

 감초는 그 한 달 간의 정보와 감정의 흐름을 몽땅 일기장으로 써보기로 했다. 서재 속에 굴러다니는 만년필과 종이를 들고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일기장, 1일 째>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다. 지금 쓰는 게, 아니 뭐 펜을 잡고 쓰는 건 아니지만 속으로 회상하는 게 일기장 형식이 안니라 유서였어야 했다. 교황이 미친 새끼인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놈이 내게 한 짓을 생각하면 온 몸이 수틀려서 견딜 수가 없다. 사실 어째서 내가 이런 몸이 되었는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몸이 어려진다니, 대부분 좌절할 만한 상황이지만 이게 불행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뜻밖의 행운으로 여긴다.

 

 이런 몸이 아니었더라면 도주는 커녕 그 자리에서 붙잡혀 가차없이 살해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운이 좋은 날로 정할 것이다. 두 번째로 목숨을 구원받았으니. 처음은 인간이었는데, 두 번째는 드래곤이라. 갈 수록 비현실적이게 일상이 변해가고 있다. 이게 소설이라 해도 믿을 지경이다.

 

 처음에 누가 내 몸을 주워갈 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만, 힐링 마법 뒤 눈이 돌아오고 본 첫 광경은 의외로 따뜻했다. 렌의 머리카락과 눈이 붉은 색인 탓일까. 혹한의 추위 속에서 죽어가다가 타오르는 듯한 그 머리카락을 보자 어째 기분이 좋아졌다. 박제 얘기를 할 때는 온몸에 소름이 쭈뼛 돋았지만. 내 인생치고는 뭐, 나쁘지 않네. 하하. 고문 당하는 것도 아니고. 체념한 상태였다. 그 때 버려버려라니. 내 인생에서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은...많구나. 아무튼 의외로 다들 온정이 있는 건지, 누가 죽어나가는 꼴을 못 보는 건지. 날 결국은 주워버리고 말았다.

 

 그래, 어쩌면 이대로 숨죽여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야. 일생동안 누구 못지 않게 고통스럽게 살았다 자부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손 안에 쥔 행복을...

 

 행복을, 까지 쓰는데 감초가 들고 있던 만년필에서 잉크가 주륵 샜다. 오래 된 거였던가. 고블린들이었으면 불길한 징조라며 끼이익 께에엑 난리를 쳤을 것이다. 감초는 별 감흥이 없었다. 불행? 올테면 와보라지. 이 이상 할 수 있나.

 손에 얼룩진 잉크가 종이에 거뭇거뭇하게 묻어나왔다. 무슨 상관이야,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마저 적어내렸다.

 

 -행복을 즐기고 만끽하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할 문장이었다.

 

 ***

 

 레어 근처의 호숫가에서 렌이 물에다가 머리를 첨벙 담구었다. 너무 과격해서 얼굴이 아프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어째 낌새가 좀 안 좋은데 말이지.'

 

 레어 안에만 있으면 들리는 게 없는 줄 아는 놈들이 있다. 웃기는 소리. 렌은 나태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 드래곤이었다. 레어 안이라 하더라도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도청 장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뜻이었다.

 

 이번 달에만 렌의 약점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수십 건은 됐고, 처리해달라는 의뢰는 한 두 건 정도 있었다. 원래는 그런 의뢰가 한 건도 없는 게 정상이었다. 아무리 드래곤 하트가 귀중한 것이라 해도 목숨보다 귀중한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리들 만만하게 본다? 그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였다. 예를 들면 정보가 샜다던가.

 

 마력의 근원인 드래곤 하트가 사실 인간의 몸 속에 있다, 라던가. 그 탓에 드래곤이 마법을 잘 못 쓴다는 정보까지 덧붙여져 있다면 제 심장을 뽑으러 올 수는 사실 천문학적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밤새도록 경비를 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나.'

 

 다행히 아직까지 레어에 쳐들어오는 미친놈은 없었다. 사실 결계를 다시 치지 않았다는 게 신경쓰였다. 마력 고갈이 걱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결계를 재정비하면 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되려 입증할까봐였다.

 

 촉촉한 물기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더 이상 뭘 지키는 건 염증이 났다. 그게 귀찮아서 레어에 쳐박힌 건데, 이러면 의미가 없잖아.

 

 후, 한숨을 내쉬며 긴 다리를 저었다. 혹시 몰라서 주위를 둘러본 렌이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을 거야, 아직까진.

 

 터덜터덜 레어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흰 실타래가 허공에서 떨어졌다. 이게 뭐지. 우뚝 멈춰 서자 갑자기 어마무시한 양들의 실이 렌을 향해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바닥을 박차고 점프한 렌은 정체를 파악하는데 약 5초 정도를 소요했다.

 

 "거미 새끼가..."

 

 아무래도 밖에 나간 렌을 거미줄로 붙잡아두고 감초를 데려갈 요량으로 보였다. 렌은 역으로 거미줄 위에 올라타 거미의 행방을 찾았다.

 

 젠장, 레어 안에 이미 있잖아? 경보 마법은 왜 울리질 않은 거지?

 

 거미는 마법을 쓸 줄 몰랐다. 이런 고급 마법의 해제도 당연히 불가능이었다. 거미줄을 끌어당겨 그 반동으로 레어 안으로 들어갔다. 레어의 입구가 하얀 거미줄로 막혀 있었다.

 

 행동력 한 번 좋네?

 

 <파이어볼.>

 

 아주 작은 화염의 공이 날아갔다. 처음에 티끌만 해 보였던 공은 점차 크기를 불리더니 거미줄 전체를 태워버렸다.

 구멍이 뚫리자 레어 안이 훤히 보였다. 안에는 사색이 된 고블린들이랑 어쩐지 담담한 얼굴의 감초가 있었다. 감초야 어떤 상황인 지 몰라서 그렇다 쳐도, 고블린들은 어째서 사색이 됐을까. 의문은 금방해결 됐다.

 

 "이 고블린들의 수치."

 

 마법을 쓸 줄 아는 놈이 누가 있던가, 싶더니 기껏해야 고블린을 한 마리 데려왔다. 아마 나한테 맞은 놈 중에 한 명이겠지.

 

 "혀, 형?"

 

 아니나다를까 블린이 당황하면서 외쳤다. 블렌은 입만 뻐끔거렸고, 블륜은 약간 노려봤다. 답한 건 블린 뿐이었다. 저딴 새끼들이 뭐가 좋다고 형이라 부를까, 호구 자식. 블린의 정신교육을 다시 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 빨강이가!"

 

 "뭐? 생생한 초록색이거든?"

 

 "'싱싱한'이겠지!"

 

 어이구, 잘한다 블륜. 유일하게 받아칠 줄 아는 놈이었다. 뜀박질을 빠르게 한 렌은 레어 안의 무딘 검이라고도 부르기 힘든 쇳덩어리를 집어들었다.

 

 왜 마법을 못 쓴다고 하면 무시하는 걸까? 렌은 골똘히 생각했다. 이래뵈도 마법을 쓴 세월보다 검을 쓴 세월이 훨씬 길었다.

 

 고블린 3형제와 감초, 거미와 고블린 새끼 사이를 검으로 갈랐다. 레어의 지반이 그 부분만 쿵 내려앉았다. 동시에 동굴의 벽면에 얇고 긴 구멍이 생겼다.

 

 "...아?"

 

 모르는 고블린 1이 멍청한 탄성을 내뱉었다.

 

 "블린아."

 

 "주인님!"

 

 블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가 반갑긴 한가 보지? 렌은 핀잔을 줬다.

 

 "호구냐?"

 

 "하하하하..."

 

 블린이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본인도 찔린 모양이었다.

 

 "감초 눈 가려라."

 

 '거미 내장이랑 고블린 피는 역겨워서 볼 맛이 안 나더라. 초록색의 향연이라 그런가.'

 

 렌이 검을 다시 한 번 높이 올렸다. 팔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이었는데 저 멀리서 어쩐지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산들산들 흔들리며 간지를 강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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