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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들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작가 : 영원한세월
작품등록일 : 2017.6.20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녀와 만났다.
다시는 역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격해졌다.
이성을 잃고 날뛰려는 감정을 억누른 채 내게 다가오는 그녀를 피했다.

나는 계속 피했고

그녀는 계속 다가 왔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과거의 상처.

다가오지 말았으면 했는데......!
제발 나를 무시해줬으며 했는데......!

 
1장. 바라지 않던 인연.
작성일 : 17-07-25 16:15     조회 : 428     추천 : 0     분량 : 7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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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바람이 부는 상냥한 계절.

 

 시끌벅적한 초등학교.

 

 화려한 꽃과 함께 축하받으며 기뻐하는 졸업생들.

 

 졸업생에게 꽃을 건네주며 축하해주는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꽃도 축하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강당에 서있는⎯⎯

 

 ⎯⎯작아진 나.

 

 기억의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난 그 풍경의 안에 있다. 정말 거북하고 불쾌하다. 1분 1초라도 이 풍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의 외침에 학교를 뒤로하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길을 지나 코앞에 교문을 둔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자, 잠깐만!”

 “......”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면 감정이 격해질 것 같아서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를 바라본다면 내 이성이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율아. 잠깐만 기다려줘.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

 아. 역시 안 되겠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격해진 감정이 이성을 잡아먹힐 것만 같아서 말을 잘라버렸다.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마. 네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해도 난 듣고 싶지 않으니까.”

 “......“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격해졌던 감정이 잔잔해졌다.

 이렇게 된 거 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그녀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나만을 위해서가 맞다. 왜냐하면 난 피해자니까.

 “더 이상 너와는 역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제발 내 앞에서 사라져줄래? 난 내 길을 갈 거야. 그러니까 너는 네 길을 가. 난 더 이상 이 학교에도, 이 학교 안에서 일어났던 과거에도 미련이 없으니까. 그럼 안녕. 앞으로도 서로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매정한 말의 끝에 ‘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발걸음을 교문으로 돌렸다.

 교문을 지나치는 순간⎯⎯

 “............”

 ⎯⎯꿈에서 깨어났다.

 정말 짜증나고 불쾌하며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꿈이었다. 하필이면 고등학교 입학식 하루 전날 이런 꿈을 꾸다니. 그날부터 지금까지 쭉 잊고 살았는데, 다시 떠오르려 한다.

 “......짜증나.”

 

 

 

 

 

 

 ◇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담임선생님을 찾아온 나는 약간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담임선생님이 보여준 반응 때문이었다.

 “요놈! 입학식에 지각이라니.”

 의자에 앉아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화를 내고 있는 담임선생님은 전혀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도 그렇고, 특히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오히려 호기심과 궁금증이 보였다. 입학식에 1시간 넘게 지각한 학생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보인다고?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은 화내는 게 정상이니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안심하고 있을 때 훅 치고 들어온다거나.

 열심히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뜸 말했다.

 “어디서 알코올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슬쩍 고개를 돌리며 냄새를 맟아봤지만 알코올 냄새커녕 오히려 향수냄새가 코를 찔렀다. 설마 향수를 너무 많이 뿌려서 의심을 받고 있는 건가? 게다가 여자 향수기도 하니까. 이건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의심 받을 상황인 것 같다. 지각이라는 압박감에 깊게 생각하지 못한 내 불찰이다.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어느 정도 그럴싸한 변명을 대면 그냥 넘어가주실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엄격한 성격으로 보이지 않고.

 미소만 피우고 있는 얼굴이 진짜인지 가자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른의 눈치를 본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험악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습득한 위장술이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눈치 좀 그만 보지 않을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 네가 뭘 어떻게 하든 지각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치?”

 “네......”

 “어휴. 학생들을 혼내는 선생님 마음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선생님도 혼내고 벌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하지만 규칙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규칙을 어겼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지.”

 “죄송합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은 다 옳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기회를 줬어. 기다려도 안 오기에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은 건 너라고.”

 “아.”

 바쁘게 준비하는 사이에 모르는 전화번호로 통화가 걸려 와서 그냥 무시했는데. 설마 그게 담임선생님이었을 줄이야. 이건 100% 내 잘못이다. 그냥 벌을 달게 받아야겠다. 어차피 이 모든 원흉은 누나니까 내가 받은 불이익만큼 돌려주면 된다. 그래도 화가 풀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전화는 왜 안 받은 거니?”

 순수하게 물어왔기에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진실을 고했다.

 “오늘 새벽에 들이닥친 불행 때문에 늦게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바쁘게 준비하느라. 정말 죄송합니다.”

 “음. 네 이마에 맺힌 땀이 열심히 뛰어왔다는 증거겠지. 그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이 이상 뭐라고 추궁하지는 않을게.”

 “!”

 “하지만 그거랑 벌을 주는 건 별개야.”

 “네......?”

 “왜? 불만이니?”

 “아니요. 저도 제가 잘못한 건 알고 있으니까요.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각오가 돼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이익이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양심까지 다 버린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눈동자로 뚫어지게 쳐다보던 담임선생님은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많은 유인물을 신속히 정리하며 말했다.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이생기면 그때는 진짜로 혼낼 거야. 그러니까 주의할 것.”

 “앞으로 주의할게요.”

 “그래. 선생님은 너를 믿을 거니까 넌 믿음에 보답만 해주면 돼. 앞으로 1년간 마주하며 지낼 사이인데 서로에게 믿음이 없으면 잘 지낼 수 없잖아? 그러니까 이 문제는 네가 반성했고 앞으로 다시는 지각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는 거로 끝! 아. 하지만 벌은 따로 줄 거야. 긴장한다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각한데 합당한 벌을 줄 거니까.”

 감정을 너무 겉으로 티냈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보고 배려해주는 게 지금까지 봐왔던 선생님들과는 좀 다른 것 같이 느껴졌다. 또한 선생님으로서만이 아닌 어른으로서도 뭔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뭐가 다른 걸까?

 어째서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까?

 타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점점 흥미와 기대가 부풀어갔다.

 “약간이지만 3교시 시작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왜 지각했는지 알려주면 좋겠는데. 괜찮지?”

 “믿지 못하겠지만,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이야기 해드릴게요. 하지만 왜 굳이 이유를......?”

 “이유를 듣고 합당한 벌을 줘야한다는 것도 있지만 뭣보다 너한테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있을 수 있잖아? 근데 이유조차 듣지 않고 무조건 벌을 준다면 네가 억울할 거라 생각해서.”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입을 열 수 없었다.

 왜 담임선생님에게 관심을 갖게 됐는지, 왜 지금까지 내가 봐온 선생님들이나 어른들과 좀 다르게 느껴졌는지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소소한 배려 때문이다. 그래서 눈치 100단이 나조차 한 번에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인에게 배려를 받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로도 오래됐으니까.

 담임선생님은 지각의 이유에 대해 억측하지 않았고 거짓 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또한 진실을 밝힐 기회를 줬다. 뭐 이런 거로 감정이입을 하냐고 할 수 있지만. 대개 선생님이나 어른은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억측으로 혼내기만 한다. 또한 진실을 밝혀도 그 여부를 확인하려 하지 않고 ‘거짓말이다’, ‘변명이다’라고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그런 선생님과 어른들만 봐왔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을 달랐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충분히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이건 원래 성격이 그렇기 때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믿음과 의문점을 품게 만들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을 이용하려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애들과 다르다.

 설마 그걸 눈치 채고 믿음을 줬던 걸까?

 모르겠다. 아직 담임선생님과 만난 지 얼마 안 됐기에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다.

 “조율아?”

 “아, 네?”

 “뭔가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거니?”

 저것 봐라. 내 상태가 좀 이상해 보이니까 일단 염려부터 한다. 뭔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할까? 그리고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 저 순수함과 신뢰, 배려에서 선행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이며 앞선 선행에 악의로 대하는 것은 쓰레기들이나 하는 짓이다.

 강압적인 것임 아님에도 쉽게 거스를 수 없는 담임선생님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뭔가 이번 17세의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은 나름 순탄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아뇨. 잠시 생각을 좀 정리하느라고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보아하니 피치 못할 있는 거구나? 유인물 정리도 끝났으니 이야기를 시작해줘.”

 호기심과 궁금증을 품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거짓 하나 보태지 않고 진실을 밝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준 담임선생님은 한마디 했다.

 “네가 앞서 말했듯이 믿기 힘든 이야기네.”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실이에요.”

 살짝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누가 이 사실을 믿겠어? 나 같았어도 쉽게 믿지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었는데 어떡해. 이미 각오는 다져뒀다. 그리고 선택은 담임선생님의 몫이다.

 각오를 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까 불안과 긴장으로 가득 찬 눈동자로 고민에 빠져있는 담임선생님을 직시했다.

 “음⎯⎯.”

 “......”

 시간은 계속 흘렀고 1초가 1분처럼 느껴졌다.

 과연 어떤 선택을 고를까?

 애초에 믿어주기는 할까?

 만약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고 주기적으로 담임선생님의 반응을 눈치로 체크했다. 하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역시 어른, 쉽지 않다. 그만큼 사회가 험난하다고 할 수 있는 증거겠지. 벌써부터 그 험난한 사회에서 살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올 것 같다. 하지만 미래의 걱정보다 현재의 걱정을 먼저 신경 쓰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좀처럼 입을 쉽게 열지 않던 담임선생님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제 결정했으니까 그렇게 눈치만 보지 마. 첫 만남부터 계속 눈치만 보는데. 그게 네 버릇이니? 어린애가 왜 그렇게 눈치만 봐? 생각할 게 뭐가 그렇게 많다고. 생각이 많아지면 얼굴에 주름이 늘어난다? 그러니까 눈치 그만 보고 이것 좀 들어줄래?”

 대체 저 미소는 얼굴에서 언제 사라지는 걸까? 아니. 사라지기는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갖고 말에 따라 유인물 뭉치를 두 손으로 들며 말했다.

 “그래서, 그, 벌은요......?”

 “교실에 가서 알려줄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서 걷는 담임선생님의 뒤를 급하게 쫒아갔다.

 1학년 3반 교실이 교무실과 같은 1층에 있었기에 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실의 앞문을 열고 들어간 담임선생님을 따라 자연스럽게 교탁으로 이동했고 유인물을 교탁 위에 놓고 빈자리를 찾으려는데.

 “도와줘서 고마워. 아. 잠깐 거기 서있을래?”

 “?”

 몇 초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부드러운 손길에 이끌려 교탁의 중앙에 섰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의 미래.

 “지금부터 우리 1학년 3반의 임시반장을 소개할게. 그러니까 모두 주목해주렴. 여기 서있는 이 친구는 우리 1학년 3반의 학생이야. 비록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각을 했지만 앞으로 1학년 3반의 모두를 대표해서 열심히 일해 줄 고마운 친구야. 그렇지? 조율아?”

 “......”

 잠깐. 임시반장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아니. 그도 그럴게 난 지각생이라고?

 예상치도 못한 결과에 사고회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담임선생님은 특유의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것보다 반 애들도 그렇다. 비록 임시반장이라지만 그런 중책을 지각생에게 맡긴다는 결과에 반발 하나 없다니. 대체 얼마나 의욕과 관심이 없는 거야?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했지만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다.

 “저기, 선생님?”

 “왜 그러니? 임시반장?”

 곤란한 얼굴로 담임선생님을 부르자 벌써부터 임시반장이라 부르고 있다. 임시반장인 게 확정인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필사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임시반장이라뇨? 전 금시초문인데요.”

 “당연하지.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게 너한테 내리는 합당한 벌이야. 어때? 딱 맡는다고 생각돼지 않아?”

 “......”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반박하고 싶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입학식 날 지각했다는 화려한 중죄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지. 임시반장이라니. 모두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아주 좋지 않은 최악의 위치다. 근데 그 최악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래. 다른 벌이라도 좋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임시반장만은 피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임시반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솔직히 잘 해나갈 자신도 없다.

 그래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쉽게 물러나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즉. 지금부터는 나와 담임선생님의 전쟁, 심리전이라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심리전에서 이겨야 임시부반장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위치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심리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승리요인을 알면 된다. 심리전에서의 승리요인은 간단하다. 상대방의 의도를 얼마나 깊숙이, 많이 읽어낼 수 있느냐가 승리의 요인이다. 하지만 앞서 짧게 경험해본 바로는 담임선생님의 의도를 읽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른 것을 이용하기로 계산을 마쳤다.

 나를 임시반장에 임명한 건 공개처형이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즉 본보기라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은 1학년 3반 모두의 대표가 돼서 봉사하는 것이 알맞은 벌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봉사를 시키는데 굳이 임시반장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위치에 세울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세운 이유는 아마 배려 때문이겠지. 배려 때문이라는 이유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솔직히 반장도 아니고 임시반장에 누가 관심을 갖겠어? 말 그대로 임시인데 임시반장을 누가 하던 상관하지 않는 애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거고. 하지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할 수는 없다. 분명 임시반장을 반장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생각해둔 사람이 한 명 이상은 있을 거다. 그럼 그 사람은 현 상황을 보고 어떤 감정을 갖겠어? 저항심이 생기겠지.

 갑자기 나타난 지각생이 반장으로 갈 수 있는 임시반장의 자리에 앉게 됐으니, 그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내게 내려진 벌이 오히려 상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 난 그 애들을 이용할 생각이다. 비록 반 전체의 흐름에 이끌려 말을 꺼낼 수 없었겠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된다.

 방법이라면 그 애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도박성이 짙다. 하지만 승률이 제일 높게 계산됐다.

 행운이 승리를 가져다 줄 거라며 작은 목소리로 심리전의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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