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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
작성일 : 17-07-25 15:39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2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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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북은 공손찬과 원소의 진검대결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강동은 원술의 휘하의 왕하의 속전속결의 정벌, 형주의 황조는 남월을 징벌하기 위하여 칼을 뽑았다. 연주와 서주는 조조의 부친 암살사건으로 인하여 서로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검을 놓지 않을 것 같이 보였다. 서천(익주)은 수적들과의 전쟁을 시작하였다. 옹주는 여포가 직접 군을 이끌고 마등과 한수를 정벌하기 위해 떠났다. 마치 천하가 전란에 빠져있는 가운데 사례만큼은 조용하였다. 정확히는 황제가 거주하는 장안을 비롯한 사례는 폭풍의 가운데처럼 고요하고 조용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폭풍의 전야일 뿐이었다.

 

 여포가 한수를 참하고 마씨 일가는 죄인으로 잡혔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여포는 량주와 옹주에 자신에게 친밀한 인물들을 심어두고 다시 장안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여포가 장안에 거의 닿을 때쯤 일이 일어났다.

 

 양수는 토굴에서 나와 아버지를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유우에게 향했다. 유우는 오랜만에 보는 양수를 웃음을 담아 맞이하였다. 그를 호종하는 선우형제(선우보, 선우은)는 과거 유우를 무시했던 것이 떠올라 인상을 썼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유우는 그를 귀한 손님으로 대하니 그들도 양수를 향하여 예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유우는 양수를 가택으로 안내하며 양수의 옆에서 걸으며 물었다.

 

 “아버지는 만났는가?”

 

 “일이 우선입니다.”

 

 유우는 안타까운 눈으로 양수를 바라보았다. 삶이 각박하니 어찌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표정이었다.

 

 “녹상서사께 한번 가는 것이 어찌 일을 느리게 하겠는가?”

 

 유우의 말에 양수는 단박에 거부하였다.

 

 “인정(人情)은 마음을 약하게 하고 결단을 흐리게 합니다.”

 

 유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가택에 들어가자 전주가 그들을 맞이하였다. 전주는 유우와는 달리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듯하였다. 양수는 그를 알아차리고 걸음을 빨리 옮겼다. 유우도 그를 따라 걸음을 빨리 옮겨 내실로 들어가자 약간 넓은 공간이 나왔다. 유우는 사람을 물리고 선우형제를 호위로 세워 아무도 얼씬 못하게 하였다. 유우가 가장 상석에 앉고 나머지 인원들이 자리에 앉자 양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무슨 일입니까?”

 

 “낙읍에서 전서가 왔습니다. 주공”

 

 

 전주는 양수가 말을 꺼냈어도 먼저 유우를 향하여 고개를 숙여 나아가 전서를 올렸다. 양수는 이에 인상을 썼지만 어쩔 수 없는 바였다. 유우를 충직하게 모시는 전주에게 예를 넘어서는 일을 바라는 일을 어찌 하겠는가?

 

 유우는 전주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자태(子泰 전주의 자) 말해보게 어차피 덕조(德祖 양수의 자) 또한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주는 예를 표하고 물러나 이이제서야 양수를 보며 말했다.

 

 “낙읍에서 원외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유우와 양수가 모두 놀랐다. 원외는 주준과 다르게 대업에서 즉참의 인물이었다. 망령되게 옥새를 이용하여 일을 꾸민 인물이니 필히 죽여야 할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낙양에서 사라지다니 알 수가 없었다. 양수는 정보가 부족하니 전주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

 

 “혹여 대업이 새어나간 것이 아닙니까?”

 

 전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새어나간 것은 아니요. 주준에게는 아무런 조짐이 없었소.”

 

 양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원외가 그의 본진인 낙읍을 나갈 이유가 없었다. 대업을 알아차리지 않는 다면 말이다.

 

 “원외의 가솔은 어찌됐습니까?”

 

 “그대로요. 그들이 이상했다면 내가 몰랐을 이유가 없지.”

 

 ‘가솔이 모두 아무런 동요가 없다? 가주가 사라졌는데? 더욱 이상한 바였다.’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가주가 아무런 말이 없이 사라지면 가솔들부터 움직일 터인데.”

 

 그러자 전주가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혹....”

 

 양수다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원가가 주준이 이용할 양초를 빼돌린 일이 있소.”

 

 “주준의 양초를 원가가 빼돌린단 말입니까? 둘이 손을 잡은 일은 파다한데. 어찌 혹…….”

 

 전주와 양수 모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진행해야겠군.”

 

 “그렇습니다. 만일 원외가 여포에게 전서라도 보냈으면....”

 

 “일단 장안에서 먼저 일을 일으키세.”

 

 “예 낙양이야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겠지요.”

 

 그들의 말에 유우는 전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원외가 알아차린 듯합니다.”

 

 “허나 주준이 없으면 그가 위험 하지는 않을 터인데?”

 

 “제가 보기에는 만약을 대비하여 낙양의 원가가 밖에서 가군을 만든 것 같습니다.”

 

 유우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고민이 깊은 듯하였다.

 

 “공위(公偉 주준의 자)는 한에 충실한 자이니 꼭 합류 하였으면 하네.”

 

 양수가 뭔가 말하려 했으나 전주가 나서 말했다.

 

 “예 주공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양수가 전주가 그리 말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원외가 알았으면 주준이 이를 몰랐을까? 이는 독이었다. 일을 잘 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독이구나. 독이야. 인의도 일이 잘 될 때나 쓰는 것이데.’

 

 그러나 전주의 생각은 달랐다. 단순히 유우가 한말을 신경 쓴 것이 아니었다. 현제 황제를 보필하는 인물을 종친으로 세우는 것이 아닌 확실한 황제의 세력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즉 황제를 진정한 황제로 만들려는 유우의 세력을 만드는 것이었다.

 

 ‘주공이 내정을 다스리고 주준이 군의 중심을 잡는 다면 내외를 모두 걱정할 것이 없다. 주준이 합류 한다면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모일 것이다. 황친들도 감히 황좌를 노릴 이가 없을 것이지.’

 

 양수는 유우와 거사의 날짜를 정하고 그 자리를 떴다. 사흘 뒤로 거사를 정해진 뒤 양수의 움직임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양수가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의 귀와 눈 팔다리가 되는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유우가 직접 움직였다. 그러나 빠른 움직임에는 증좌가 남을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을 종요가 집어내었다.

 

 종요는 죽간 하나를 쭉 내려가 읽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급하게 외쳤다.

 

 “빨리 기도위를 모셔와라!”

 

 “예! 위위(衛尉)!”

 

 종요는 불안한지 일어서 자리를 서성였다. 황실의 기병을 담당하도록 둔 장수가 도착할 때까지 죽간을 내려놓지 못했다. 장수는 종요가 찾음에 관복이 아닌 갑주를 입고 도착하였다. 종요가 놀라 장수에게 물었다.

 

 “도위 어찌 갑주를 입고 이곳에 왔습니까?”

 

 “위위께서 급히 나를 찾는 것은 군을 움직일 일이니 어찌 갑주를 갖추지 않겠습니까?”

 

 장수의 대단함을 느끼고 일을 전했다.

 

 “사도공의 움직임이 이상하네.”

 

 그러자 장수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유우는 이상한 일을 할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군을 움직여 역모를 행할 인물이 절대 아니었다.

 

 “사도공이 말입니까? 그럴 위인이 아니십니다.”

 

 “사도공뿐이 아닙니다. 국구(동승), 녹상서사(양표) 등의 폐하의 측근들이 모두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무부는 도대체 위위께서 하시는 말을 모르겠습니다. 국구나 녹상서사가 움직인다니요. 그들이 무엇을 위해서.....”

 

 장수도 갑자기 무엇인가 번뜩 생각이 났다.

 

 “설마 환관들도 움직이고 있습니까?”

 

 그러자 종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여포가 거의 도착한 이시기에 갑작스레 황제의 측근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여포를 때어 놓는다고 쳐도 황제의 측근이 움직이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권력을 위하여 여포를 치려는 것이었으면 여포가 궁 안에 있을 때 해야 했다.

 

 ‘무슨 일인가? 기도위가 파악하지 못했다면 보국장군의 측근을 모두 제외시키고 무엇인가 일어나려한다.’

 

 기도위가 오면 어떤 정보라도 알아차릴 것이라 생각했던 종요는 머리가 아파왔다. 종요는 자신을 질책하였다.

 

 ‘해이하였다. 보국장군께서 며칠 후면 도착한다는 소식에 정보를 소홀히 하였다. 오롯이 장군께서 오시면 할 일만 점검했다. 어찌한다는 말인가?’

 

 문제는 황제의 측근이 움직이는 것이니 지금 소란을 일으키다 혹여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일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보국장군의 위신을 깎거나 공격거리를 만들 수도 있었다.

 

 “기도위, 군을 다잡고 만약을 대비하십시오. 허나 움직임은 보국장군께서 돌아오시거나 일이 터진 이후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위위 그러나 지금 저들의 행보에 우리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까?”

 

 “저들이 군을 일으킨다고 하여도 보국장군의 군세가 사흘 안에 거리에 있습니다. 저들이 움직인다고 하여도 장군이 오시면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종요는 장수를 보내고 집무실의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증좌는 없었고 정황만 있을 뿐이었다.

 

 그날 밤 유우가 황제를 독대하였다. 황제는 아직도 걱정이 되는 듯이 유우에게 재차 물었다.

 

 “사도, 일이 잘 될까요?”

 

 “예, 폐하 황제의 충성스러운 종친들이 군을 일으켜 폐하를 영접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좋겠지만. 보국장군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역적이옵니다. 동적의 길을 답보하는 악적이니 군을 모아 처단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황제는 안타까운 것인지 아니면 불안한 것이지 모를 눈을 하였다.

 

 “보국장군은....”

 

 “일은 이미 일어났습니다. 오늘 폐하께서 몸을 일으키시면 여포는 우릴 적대할 것입니다.”

 

 황제는 어쩔 수 없다는 유우의 말에도 무엇인가 아쉬움이 있는 듯이 말을 하였다.

 

 “사도공, 그래도 제가 친서를 보내면 보국장군은 짐의 편을 들것입니다.”

 

 그러나 유우는 선을 그었다.

 

 “장안에서 수많은 역적의 부역자들이 죽어갈 것입니다. 그런데도 역적의 머리인 여포가 폐하를 원망치 않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황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유우는 기어가듯 황제와 거리를 가까이하고 조심스레 말하였다.

 

 “이제 환궁하시는 것입니다. 이 백안이 폐하의 곁에서 언제나 도울 것입니다.”

 

 황제가 낙양에서 장안으로 그리고 지금은 장안에서 다시 낙양으로 파천(播遷)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모두가 타의에 의해서였지만 말이다.

 불, 불, 불, 장안의 구석구석에서 화마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살기위하여 뛰어다녔고 어떤이들은 주저앉아 하늘의 무정함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 가운데 조직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한의 주인이라 말하는 천자 그리고 그를 보필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불타오르는 황궁과 장안을 보면서도 그저 굳은 얼굴을 하며 군의 인도를 받아 황궁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황제는 눈물을 흘리며 유우에게 물었다.

 

 "사도! 사도 백성들이 죽어갑니다. 이 못난 황제 때문에 죽어갑니다. 저들이... 꼭 죽어야하는 것입니까?"

 

 유우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행적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신념보다 황제를 우위에 둔 것이다. 자신이 입을 때는 순간 어떠한 말을 내뱉을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유우도 손을 부들부들 떨며 참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가시지요.”

 

 “사도! 어찌 사도께서...”

 

 황제에게 매달려 무엇인가를 해달라는 황제를 바라보는 유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유우는 핏빛이 어린 눈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그의 눈에 놀라 깜짝 놀랐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의 광망이었다. 황제의 말에 유우는 마치 자책을 하듯 황제를 책망하였다.

 

 “폐하! 폐하께서! 약하시기에 이런 일이 있는 것입니다. 폐하 저들은 폐하께서 약하기 때문에 이런 일에 내몰려 있는 것입니다. 한실의 힘이 강했다면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유우도 스스로에게 놀랐다. 자신이 어린 황상에게 이런 말을 했다니 말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이미 내뱉어버린 말이고 그 말을 들은 어린 황제는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폐하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낙양으로 가는 것입니다.”

 

 유우와 황제의 측근들이 황궁을 빠져나가고 불만이 그곳에 남았다.

 

 

 

 병사들이 불을 끄기 위해 움직이고 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운데 장수가 악다구니를 쓰며 외치고 있었다. 그는 직접 몸을 움직여 가며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거대한 물 단지를 들고 직접 불을 끄기 위해 뛰어다녔다.

 

 화마에 의해서 얼굴에 숯 검둥이를 얼굴에 잔뜩 뭍이고 땀범벅이 되어있는 장수는 무거운 갑주를 입고 있음에도 양손에 물동이를 들고 빠르게 움직였다. 손에는 터질 듯한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물동이의 물을 전부 쏟아내고 모두 비어낸 물동이를 쥔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주변의 병사들은 그가 더 이상 무엇인가를 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놈의 불은 왜 이리 잡히지 않아!”

 

 “기도위!”

 

 장수는 자신을 부르는 쪽에 고개를 획 돌렸다. 그곳에는 종요의 휘하에서 일하는 병사가 그를 부르고있었다.

 

 “무엇이냐?”

 

 “위위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장수는 고개를 저으면서 손가락으로 화마를 가리켰다. 화마는 꺼지지 않고 가옥들을 태우면서 불타올랐다. 비명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도리어 화마를 잡으려는 병사들이 불에 먹혀 자리에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저것을 두고도 내게 위위가 있는 곳으로 향하라는 것이냐? 나는 지금 이곳이 더 바쁘다.”

 

 “위위께서 동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장수는 부들거리는 팔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물통을 위로 들어 올려 바닥으로 내리쳤다. 쨍그랑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였고 종요가 보낸 이가 그의 뒤를 따랐다.

 

 “왕릉! 예! 도위!”

 

 “화마를 잡아라.”

 

 “예!”

 

 왕릉은 예를 취한 후 장수가 들었던 물동이 하나를 들려고 하다 한번 휘청하고 물동이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외쳤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장수가 분기에 씩씩 거리면서 종요의 집무실에 쳐들어갔다. 화마에 장안 온천지가 난리인데 종요의 집무실만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불이라고는 접근도 못하고 있었다.

 

 “위위! 화마를 예측하고도 이렇게 있으신 것입니까?”

 

 종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측했습니다.”

 

 “그럼 막았어야지요! 장안이 불타고 있습니다! 주공이 저희에게 맡긴 일이 아닙니까!”

 

 장수는 이를 갈며 종요를 씹어 먹을 듯이 말을 했다.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한다.) 이것을 저는 더 높게 본 것일 뿐입니다.”

 

 “황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말입니까?”

 

 “황제란 명분입니다. 검을 휘둘러도 그것을 정당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어쩌자고요! 이미 동문이 열렸다면서요!”

 

 “내문이 열렸지 외문이 열린 것은 아닙니다.”

 

 장수는 발을 구르며 종요를 재촉하였다. 그러나 종요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도위 기마를 이끌고 황제를 잡아오세요. 보국장군께서 천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황제가 없으면 안 됩니다.”

 

 “이미 멀리간 인물들을 어찌 잡습니까!”

 

 “불길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장수는 어이가 없어 종요를 바라보았다. 이자나 황제의 옆에서 장안에 불을 놓은 자나 모두가 미쳐있었다. 겨우 어리고 힘없는 황제하나를 차지하기 위하여 관중의 시작이자 번영의 땅이 될 이 장안을 불태우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시간이 없습니다.”

 

 장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하겠는가? 자신은 여포를 따르는 인물이고 앞에선 인물 또한 여포를 지원하는 책사였다. 자신의 머리가 앞에 서있는 자보다 모자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우는 자신이 알고 있던 불길과 다른 길을 보며 놀랐다. 벌써 불길이 변하여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 잘못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우는 선우형제에게 일러 길을 찾으라고 명했다.

 

 “길을 찾아라!”

 

 “예 주공!”

 

 유우의 말에 황제가 무엇인가 걱정이 되는 것인지 유우에게 말을 건네었다.

 

 “사도 무엇인가 잘못 된 것입니까?”

 

 “아닙니다. 단지 불길이 너무 커서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니 걱정 마소서.”

 

 그러자 황제는 시무룩한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우는 길을 빙빙 돌아 드디어 중간 지점인 전주와 양수가 있는 지점에 도착하였다.

 

 “주공,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유우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움직여야할 일이었다. 이 정도까지 일이 일어났는데 여포를 따르는 인물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특히 지금은 죽어버린 두 인물 왕윤과 왕굉을 따르는 인물들이 특히 문제였다. 종요, 윤묵, 한복, 김선 등의 패권적인 인물들과 맹달, 법정 등의 젊은 인물들이 여포의 그늘아래 계책을 만들어내었다. 그런 머리 좋은 자들이 자신들의 계책을 알아차리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사방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선우보가 유우에게 다가갔다.

 

 “주공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벌써... 쫒아오는 것인가?”

 

 유우는 급해졌다. 그때 충집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월기교위가 말인가?”

 

 “예 기마를 이끌고 저들과 맞서 시간을 끌겠습니다.”

 

 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도가 없었다.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이 어쩐지 쉬이 생각하게 된 그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쉬이 넘기었다.

 

 “고맙네. 후일 청사가 그대를 기억할 것이네.”

 

 충집은 황제가 탄 마차에 절을 하고 기마를 이끌고 나갔다. 유우는 이를 기점으로 빠르게 동문으로 강행하였다. 이탈하는 자들은 버려두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강행, 강행, 희생, 돌파 유우의 신념이 한번 꺾이자 거리낌이 없었다. 필요 없는 자는 버리고 살아남은 이들만 이끌고 동문에 도착하였다. 동문을 책임지는 오석이 깃을 휘두르자 빠르게 문을 열기위해 나섰다. 그때 양수가 나서 유우에게 말했다.

 

 “사도, 아직 후방이 어지러우니 부군과 부디 후방을 맡아 주시겠습니까?”

 

 유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동문에 왔는데 다른 문제가 있겠는가? 거기다 양표가 같이 하고 있었다.

 

 “알았네.”

 

 그러나 그것은 유우의 실책이었다. 양수의 비정은 도를 넘은 것이니 말이다. 양수는 비정한 웃음을 지었다. 양표가 유우와 함께 동문앞에서 황상의 군세를 챙겼다. 양표의 얼굴이 요상한 것을 발견한 유우가 그에게 물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황제와 오자란의 군세가 동문을 넘었으니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의 얼굴에는 체념이 있었다.

 

 “녹상서사, 어찌하여 그리 표정이 좋지 않습니까?”

 

 “사도, 나는 말이오. 오늘 아들을 처음 보았소이다.”

 

 유우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양수가 입에 달고 있는 인정이 대의를 흐릴 수 있다는 그의 표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표의 뒷말에 유우는 입을 닫았다.

 

 “이미 사람이 아니더이다.”

 

 “사람이 아니라니요.”

 

 “악귀였소. 권력과 패악에 양심을 팔아버린 악귀 말이오.”

 

 그리고 갑작스레 뒤에서 쿠구궁하는 소리와 함께 동문이 무너지고 있었다. 병사들이 깔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양수나 유우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양수의 차가운 웃음이 그들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하였다. 유우는 이내 전주와 선우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유우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버려가면서 까지 이곳에 섰는데 결론은 이것이란 말인가?

 

 유우는 불타는 동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을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 아니 뭐라 할 수 있는가? 유우에게 더 이상 비명도 화마의 불빛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동문의 밖에서는 소란이 났다. 선우보는 주공을 구해야 한다고 악을 질렀고 전주는 양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죽이시오.”

 

 “내가 그대를 쓸 수는 없겠소?”

 

 “그리하면 나는 오자서가 될 것이오.”

 

 그러자 양수는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하면 어쩔 수 없지요.”

 

 양수는 칼을 뽑아 전주를 베어버렸다. 그를 기점으로 선우보가 사방에서 칼과 창에 찔렸다. 수십 차례 칼과 창에 찔려감에도 끝까지 유우의 자와 관직을 부르며 구해야한다고 읊조렸다. 가련한 충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차피 동생 놈은 안에서 죽었겠지. 이제 가십시다. 시간은 충분히 벌었을 겁니다.”

 

 환관들이 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황제의 마차를 몰았다.

 

 

 천하의 비정은 인정을 그냥 두지를 않는 것 같구나, 비정만 살아남고 인정은 죽으니 이것이 사람이 사는 것이냐 아니면 사바(娑婆)에서 사는 것인가?

 선우은은 뒤늦게 무너진 동문과 화마의 지척에 쓰러진 유우 그리고 그저 쓰러지듯 앉아 너털웃음을 짓는 양표를 보게 되었다. 순간 선우은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선우은은 빠르게 나아가 그 둘을 기절시킨 후 말 등에 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겨우 나갈 동문이 무너졌다고 저리 생을 포기한 듯 한 모습을 보이다니 새삼스레 자신의 주공인 유우와 신하들 중 가장 높은 자리의 녹상서사도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어찌 밖으로 나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구나.`

 

 천하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둘이 어디도 갈 수가 없다니 참으로 답답하였다. 누구나 우러러 보았던 그 높은 관직은 어떤 이에게도 몸을 의탁 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차라리 저들이 일개 촌부였다면 어느 곳에 숨어 밭을 갈면 그만이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고 난 다음이겠지만 말이다.

 

 사방에서 화마가 조여 오는 상황이었다. 선우은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길을 열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동문이 마저 무너지면서 남문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선우은은 그 길로 말을 이끌고 내달렸다. 그가 간두 무너진 잔해들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하늘이 그의 자취를 감추려는 듯이 말이다.

 

 여포는 멀리서 장안이 타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군을 재촉하여 장안성에 다다랐다. 그리고 장안성의 상태를 확인한 여포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허무와 허탈이 가슴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과거 반동탁연합이 낙양을 보는 느낌이 그리했을까?`하고 잠시 여포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감상에 취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보국장군이자 한의 온후였다. 천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었다. 그가 명을 내리려는 순간 진궁이 여포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진선생?"

 

 "장군 황제는 장안에 없을 것입니다. 황제가 장안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일부러 장안에 불을 질렀을 테니까요."

 

 진궁의 말에 황제에 대한 예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지만 지금 여포가 그런 사소한 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단지 진궁이 말한 황제가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는 것이 여포를 허무와 허탈을 분노로 바꾸었다.

 

 여포는 진궁의 멱살을 잡아 힘껏 끌어당겼다. 얼마나 힘이 셌는지 말과 함께 여포의 지척으로 끌려왔다.

 

 "선생,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러자 여포는 이를 부득거리며 갈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적토에서 내리기 위하여 몸을 돌리자 한 청년이 뛰어나와 등으로 발판을 만들었다 갑주를 입은 여포의 무게 때문에 꽤 무거웠을 것인데도 조그만 신음조차 내뱉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진궁이 급하게 말에서 내려 여포에게 간언을 하려했지만 여포는 진궁의 말을 막았다.

 

 "진선생께서 조언하시려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제는 한조가 진절머리가 납니다. 제가 그들을 잡는다고 해도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 할 텐데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진궁은 여포의 심정은 이해했으나 책사의 위치에서는 받아드릴 수는 없었다.

 

 “주공, 군신의 관계가 아닌 스승의 위치로 받아 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이 받아드리기 힘든 제안은 주공의 길을 위한 조언입니다.”

 

 그러자 여포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원하는 대의는 한을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한의 그늘 아래 청사를 밝히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은 주요한 일이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 움직이신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그 길은 저의 길이 아닙니다.”

 

 여포의 길(道) 그것은 본디 삶을 갈망하는 승냥이와 같았다. 북방은 원래 그런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 하나의 광명이 내려왔다. 그것은 바로 진궁이었다. 여포는 살기 위한 하루하루가 아닌 미래를 살 수 있는 하루, 미래를 준비하는 하루를 꿈꾸게 한 것이 진궁인 그였다. 그로 인하여 충의를 알았고, 그로 인하여 인의를 알았으며, 그로 인하여 정의를 알았다.

 

 그리고 여포의 충의라는 자리는 황제의 행동으로 인하여 부스러지듯 사라졌다. 충의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여포는 푸른 늑대와 같이 서있었다.

 

 “주공, 무슨 길을 가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이제 홀로 일어나 울타리가 되고자합니다.”

 

 진궁은 안타까운 듯 여포를 바라보았다. 여포의 마지막 모습이 그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마지막 그의 모습에 쉽게 가는 길이 있음에도 백성을 위하여 스스로 어려운 길을 자처했다. 지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쉬운 길이 있음에도 길을 돌아가시는 것입니까?”

 

 “삶이 쉬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도 어려운데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싫습니다.”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따위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떤가? 서북을 얻은 여포였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여포의 세력이다. 일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깃만 꼽으면 될 일이었다. 천하를 전란으로 빠트린다면 누구보다 먼저 한 지역을 일통한 여포가 가장 앞에 설 것이었다.

 

 진궁은 그대로 장안의 불을 끄기 위하여 군을 움직였다. 군은 빠르게 장안으로 나아갔고 기마들이 나아가는 자리에 는 먼지들이 올라왔다.

 

 여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발판이 되었던 청년을 불렀다.

 

 “마초 이리로 오라.”

 

 마초 서량의 금마초가 여포의 노비가 되어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돕는 발판된 것이다. 물론 여포는 딱히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돕는 사람이 필요 없지만 역적의 가문의 일원인 마초의 무를 높이 평가하여 살리기 위하여 일부러 노비로 만들었다. 장안으로 들어가면 이름도 바꿀 생각이었지만 이제 황제도 사라졌으니 숨길 필요도 없었다.

 

 “가문의 죄를 징치(懲治)할 사람이 사라졌다. 어찌할 테냐?”

 

 마초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포는 군을 이끌고 자신의 가문을 멸가의 상태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러나 마초가 여포에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 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경외의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편에는 어떤 열망을 담고 있었다.

 

 “저희 가문을 살려주시겠습니까?”

 

 “살려주지 않을 까닭은 무엇이냐?”

 

 “뒤가 찜찜하지 않겠습니까?”

 

 “뒤를 찜찜하게 할 터이냐?”

 

 “제가 그렇지 않는다 하여도 그를 느끼는 것은 온후께서 느끼는 것이니 어찌 하겠습니까?”

 

 여포는 크클 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열쇠꾸러미를 마초에게 건네었다. 마초가 그의 손을 통하여 열쇠 꾸러미를 받자 여포가 마초의 손을 잡으며 그를 보고 말을 꺼냈다.

 

 “내 우리 안에 들면 나의 손가락을 통하여만 태양을 봐야 할 것이다.”

 

 그러자 마초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소인은 주공의 손가락만 보겠나이다. 태양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마초의 말은 의를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여포의 명만을 바라보겠다는 말이었다. 여포는 마초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누가 서북을 가리켜 무식한 이들만 있다고 하던가? 여포는 불타는 장안을 바라보며 쓰게 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시대가 발단이 된 황제를 떠올리며 안타까움과 자신을 내버린 그의 유약함에 은은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황제의 파천 그 사실 하나로도 천하가 들썩이기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미 천하는 황제를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양수는 쉬이 낙양으로 향할 수 있을 듯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게 쉽게 돌아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특히 욕망은 누구도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양수는 분노로 부들거리는 손으로 쥐고 있던 죽간을 바닥에 내팽겨 버렸다. 투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죽간이 박살나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환관들은 양수의 입으로 향했다. 그러나 양수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금 있는 군세를 최대한 이용한다고 하여도 도망이나 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암주(暗主), 유대만 문제가 아닙니다. 북쪽의 백파적이 남하하고 있다고 하니. 어찌하렵니까?”

 

 유대, 백파적 하나를 상대하기도 어려운데 두 세력이 황제를 노리고 있었다. 유대는 역적 원외와 손을 잡았고 백파적은 갑작스럽게 남하하고 있었다. 양수는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백파적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이공이(以夷功夷)를 이용하자는 것입니까? 그러나 문제는 대신들과 장수들 아니겠습니까?”

 

 환관들은 확실히 열려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하여 어떤 것도 이용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황제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데, 그들이 어찌 명예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자들은 모두 역적이지요.”

 

 그러자 환관들이 맞는다는 듯이 입을 가리며 호호 웃음을 흘렸다. 양수는 그 모습에 꺼림칙하였으나 이들과 손잡고 밝은 세상에 나온 이상 익숙해지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웅장하고 거대한 대전 그리고 가장 밝은 자리, 그들의 가장 상석에 무료한 듯 지루한 듯 반쯤 눈이 감긴 원술이 권좌에 깊숙이 눌러앉아 그의 신하들의 많은 민심, 정책, 예산 등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의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는 없었다.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예산이야 염상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것을 정책으로 만드는 일은 한호에게 일임 하였으니 그가 들어도 크게 말할 것은 없었다. 간혹 칭찬이나 포상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말들 가운데 자신의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 지나갔다.

 

 황제의 파천(播遷)

 

 하늘의 권위가 또다시 추락한 것이었다. 추락한 하늘이 원술의 눈에 보이는 듯하였다. 원술은 웃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 과거 원술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여유로움이었다. 여유가 넘쳐 권태로 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전농위는 오보 앞으로 오라”

 

 한호가 무릎을 꿇고 원술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러자 원술은 손을 휘휘 저어 예가 귀찮은 듯이 빠르게 물었다.

 

 “폐하께서 장안을 버리고 낙양으로 향하고 있다고?”

 

 “예 중공”

 

 그러자 원술은 무엇이 그리 웃긴 것인지 배를 잡고 깔깔 거렸다.

 

 “천하의 명사란 명사가 다모인 폐하의 곁에서 이런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한의 하늘이 끝으로 달려가는 구나!”

 

 원술의 말에 대신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원술이 다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껏 원소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여 조용하던 원술이었지만 그것도 이제 끝나는 듯 보였다.

 

 “높은 곳에 올라보고 싶구나! 인간으로써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어!”

 

 원술의 말에 신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원술을 바라보았다. 원술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였다.

 

 흥평2년 195년 황제가 장안에서 탈출하자 눈을 감고 있던 원술이 눈을 떴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하늘에 오르고자 하였다.

 

 장흠과 주태의 도가 순식간에 왕하의 하단을 노렸다. 왕하는 살짝 도약하여 그들의 공격을 피하였다. 주태는 힘을 주어 도를 틀어 올리자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졌다. 그러나 왕하는 검을 도로 마주쳐 한 바퀴 회전하고 바닥에 착지했다. 쌍검을 든 왕하를 향하여 둘은 다시 빠르게 연속 공격을 시도했다. 왕하는 그들의 빠른 공격을 부드럽게 흘려보내며 뒤로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였다.

 

  땅땅거리는 소리가 빨라지며 왕하는 조금씩 빠르게 움직였다. 왕하의 검 하나가 빨려 들어가듯 검 집으로 들어가고 왕하는 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태의 공격을 슬쩍 피하고 옆면을 세게 발로 차고 뒤로 물러섰다. 그 앞으로 장흠의 도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 졌다. 왕하는 발로 장흠의 도를 밟고 검을 그의 목에 대었다. 그리고 검 집에 있던 검이 흐르듯 한번 빙글 돌고 왕하의 손에 잡혔다. 주태 역시 목에 검이 닿았다. 주태는 졌다는 듯 한 표정을 졌다. 장흠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주공, 이미 주공의 무예가 저희 둘 만으로는 힘들 듯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호군의 수장인 허장군께서는 ‘감히’라는 말을 붙이며 제 몸에 손도 못 대시고 다른 장수들은 바쁘다고 이리저리 피하기나 하니, 남은 것은 수군을 담당하는 두 분뿐입니다."

 

 그러자 장흠이 앓는 소리를 했다.

 

 "주공 저희도 수군 조련에 바쁜데..."

 

 "압니다. 그럼에도 이리 나와 주셔서 어찌나 기쁜지."

 

 "이러나저러나 수련을 하시려면 사람을 늘리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왕하는 채염이 내어주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마 주창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 세 명이면 수련으로 적당했다.

 

 

 

 

 

 적막한 달빛만이 사위를 밝히며 간간히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다. 여포는 여씨춘추를 내려놓았다.

 

 "학문은 어렵고도 어렵구나. 글을 익히는 것도 그리 오래 걸렸는데 책한권 익히는 것은 얼마나 오래 걸리려나?"

 

 그의 걱정을 들은 것인지 진궁이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주공, 책을 익히는 것은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오! 진선생 또 어려운 말로 곤혹스럽게 하는 것입니까?"

 

 "그럼 쉬이 설명 할까요? 제가 듣기로 무인에게는 검을 내려치는 것이 시작이라 들었습니다. 그와 같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무예든 내려치는 동작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천차만별이었다. 허초, 살초, 파초, 격초등 단순히 내려치는 동작으로 내는 것으로 수많은 의도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포는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읽음은 내려치는 것을 익히는 것이지요. 그것을 이용하여 적용하는 것은 싸움에 내려치기를 이용하여 적을 노리는 것이겠지요."

 

 여포는 진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는 것은 느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공이 누구누구의 말이라는 것을 용하여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필요 이상의 일이니까요."

 

 진궁은 여포가 제왕학과 병략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지 종횡가와 같은 변설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여포의 생각과 같았다.

 

 ‘본신의 무예로는 전투를 덮으며, 전략으로는 전쟁을 덮고 지략으로 인사의 인과를 덮고, 인의로 천하를 덮고 싶으나 이를 모두 할 수 없으니 내 모사를 두고 군사를 두고 목민관을 두지 않겠는가? 나는 그저 하나는 정통하고 다른 것은 이해만 하면 될 것이다.’

 

 거대한 대전이 원술의 한마디에 모두 굳어버렸다. 순식간에 차갑게 식은 대전에 원술의 웃음이 울려 퍼졌다. 원술의 웃음은 마치 신하들의 걱정이 무엇인줄 아는 듯하였다. 광오한 웃음이 아니라 마치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어떤 이를 바라보는 듯하였다. 원술은 지금의 상황을 즐겼다. 마치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벽을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클클 내가 혹여 칭제라도 할까봐 벌벌 떠는 모습이로고. 내가 그 정도로 몰상식하지는 않다. 이것들아.’

 

 원술은 천천히 대전의 신하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자들도 있었고 나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듯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반응에 가장 크게 반응 할 듯 한 염상은 조용하였다. 즐거움이 없어진 원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소리를 쳤다. 그 소리는 대전을 울리며 신하들의 가슴에 천둥과 같이 퍼졌다.

 

 "제위는 하늘이 선택한 이가 오르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를 원한다!"

 

 모두가 안심을 하며 원술의 반응에 엎드려 찬동하였다. 그러나 염상과 한호는 차분하게 말을 전했다.

 

 "장군 그렇다면 손분위와 기장군을 불러 홍농으로 친정을 가시는 것이 옳을 줄 아옵니다."

 

 원술은 손책을 어여삐 여겨 가장 측근으로 두고 있었는데 없는 직위를 만들면서까지 자유롭게 하였다. 그의 직분은 토역분위였다. 토역분위는 여남과 완 일대의 강력한 권한을 내려준 것이다. 상장들에게는 단순하게 군권만 준 것과는 달랐다. 그로 인하여 조조의 공격을 무난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기령은 본 역사와 같이 원술에게 중임되어 원술군 내에 가장 큰 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즉 두 명을 부른 다는 것은 원술군에서도 큰 관심을 기우린 다는 것이었다.

 

 한호가 군에 대한 말을 꺼내자 염상은 행정적인 말을 꺼냈다.

 

 “하여 천자를 호종하시고 운이 다한 땅보다는 새로이 도읍을 정하시는 것이 합당하다 사료 되옵니다.”

 

 그 말에 원술은 크게 웃었다. 과거 원소에게 느끼던 열등감이 사라지고 어렸을 적 호협의 기운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이제 자신의 꼬리에는 진절머리 치던 잘잘못이 사라진 것이다. 그의 눈에 허상은 사라지고 또렷하게 천하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옳다! 손분위와 상장군을 불러 폐하를 영접하겠다.”

 

 물론 단순하게 손책과 기령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기령과 손책의 빈자리를 메워야 했으니 유표의 준동을 막기 위하여 이풍을 중심으로 양강, 악취를 보냈고 조조의 준동을 막기 위하여 교유를 증원군으로 보냈다. 어린 손권을 대신하여 황개가 여남에 남은 손가의 군을 담당하였다.

 

 거대한 중국의 모형이 놓여있는 원술군의 군사부실이었다. 양홍이 염상이 말하는 대로 말들을 움직이고 있었고 그 중에 몇몇의 인물들이 들어왔다. 원술군 내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들인 한호, 원환, 서소였다.

 

 염상은 한호와 원환, 서소가 한자리에 앉아 이번에 원술이 내어 놓은 안을 검안하고 있었다. 원술이 내뱉은 말은 주어 담은 수 없으므로 황제를 배알하는 것으로 흐르겠지만 그 사이사이의 일들은 그들이 판단하여야 했다. 문제는 원술군 자체였다.

 

 “아군이 움직이면 천하가 요동을 칠 것이네.”

 

 서소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단 아래 보이는 모형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죽간들이 들어오고 읽는 이들이 죽간을 읽자 아래 있는 말을 움직이는 이들이 빠르게 말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과거의 실시간 중국 레이더였다. 염상은 잠시 서소와 같이 아래의 단을 바라보고 수염을 한번 쓸고 말을 했다.

 

 “중응(仲膺) 그것이 문제가 될 일은 아니네. 그것은 우리가 바라왔던 것이 아니던가? 원공의 말 한마디에 천하가 움직이는 것 말이네. 과거 나는 호협하던 원공이 사라져 전전긍긍 할 때가 있었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서소는 몇 해 전 패상일적 전 군량을 풀어 부능의 백성들에게 큰 지지를 얻은 일을 떠올렸다. 원술이 군법을 어겨 끌려온 서소에게 원술은 군량을 어찌 그렇게 쓰는가? 하며 군령의 벌을 내려 했다. 그러나 서소가 엎드려 말하길 “한 사람의 명을 바쳐 수많은 백성을 도탄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마땅히 죽어야 할 것 임을 알고 있사옵니다.” 라고 전하자 원술은 단위에서 빠르게 내려와 그를 안아 일으켰다.

 

 “그런 천하의 귀한 명성을 혼자만 누리려 하냐면서 자신과 더불어 누리기 싫은가? 내가 군의 위태로움만 생각하였으나 그대는 천하의 인심을 생각하였으니 내 생각이 짧음을 인정한다!” 라고 말하는 원술을 처음으로 봤기 때문에 호협하지 않은 원술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허나 폐하의 봉대(奉戴)는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폐하를 지키던 여포의 분노를 직접 받는 것 뿐만 아니라 황제를 봉대하기 위해 움직이던 황친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원환이 이런 말을 하자 그들은 모형의 패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원술은 유표, 조조, 그리고 유언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서 황친들과 여포마저 적으로 돌리면 서주와 양주 일대의 왕하군만이 그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원술군에서 왕하나 서주를 보기에는 너무나도 불안한 세력에 불과하였다.

 

 그럼에도 조용히 모형을 바라보는 한호가 무엇인가 결정하듯 말을 꺼냈다. 그러자 모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반면에 천하패권(天下霸權)이 이곳으로 향하겠지요.”

 

 천하패권(天下霸權) 이 얼마나 살 떨리는 말인가? 원술이 천하의 패권을 잡는다! 그리고 그 패권을 통하여 천하의 전란을 다잡는다. 전란이 시작하여 각 세력의 최종목표가 그것이 아니겠는가?

 

 

 

 

 황제는 두려움에 마차 안에서 몸을 숙여 달달달 떨고 있었다.

 

  사방에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양수가 다행히 백파적을 설득하여 한섬과 양봉, 이락 등을 황제의 호위인 중랑장의 직함을 각자 받게 되었다. 그들은 도적에서 황군으로 한 번에 신분을 세탁하고 호위를 임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산이라면 지금 그들 주변에 놓은 것은 커다란 산이었다.

 

 유대가 직접 검을 잡고 군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뛰어난 무구를 지닌 정병들이었다. 그 수가 수천에 이르니 그저 도적에 불과 한 백파적으로써는 만부부당의 일이었다. 이락과 한섬, 호재 등이 나서 싸우고 있었지만 전황을 뒤집을 만한 무력은 아니었다.

 

 양수는 전투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원외가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라 여겨졌다. 단순히 군을 모은 것이 아니라 유대를 끌어들여 군을 정예화 하고 최고의 무구를 입히니 전황을 뒤집을 묘수나 맹장이 없다면 승리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러니 군을 찾을 수가 없지 밖에서 군을 조련 한 것이 아니라 미리 손잡은 유대군을 정예화하고 때를 기다린 것이구나!”

 

 양수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힘이 너무나 부족하였다. 겨우 유대였다. 과거 천하를 논할 때 눈에 보이지도 않던 유대가 자신의 앞길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조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겠구나! 그러니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듯 한 것이지!’

 

 지금에 와서야 조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을 후회하는 양수였다. 그러나 그 일은 전생의 일 지금은 현재였다. 조조는 세력을 펼치지도 못했고 원소는 하북을 통일하지도 못했다. 낙양! 낙양만 도착한다면 황친들을 이용하여 천하를 다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양수는 급하게 황제가 탄 마차를 향하여 말을 돌렸다.

 

 황제의 마차 주변은 전투를 치르는 지금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황실의 근위 군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주변의 환관들의 노력도 컸다. 주변을 빠르게 다른 마차들로 방벽을 세우고 막을 친 것이 환관들의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마차의 옆에는 호위무사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양수를 보자 호위무사는 예를 표한 후 길을 열었다. 그리고 양수가 읍을 하자 환관하나가 문을 열었다. 발을 치고 표정을 가리며 위엄 있게 앉아있었지만 있었지만 양수는 황제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원망도 존재할 것이다. 안락한 삶을 버리게 한 인물들 중 자신도 포함이 되어있으니까.

 

 “양시랑 위난 하나를 넘었으나 곧바로 더 큰 위난이 짐을 찾아오는 구나. 타계할 방도는 있는가?”

 

 “폐하 방도가 없지는 않습니다.”

 

 황제는 양수의 말에 엉덩이를 들썩이며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 모습에 양수는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허나 그 방도가 매우 난처하여 폐하의 승인이 필요하옵니다.”

 

 황제는 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되었다. 내 그대를 굳게 믿으니 그대는 짐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면 능히 허락할 것이다.”

 

 “황상의 보물을 모두 흘릴 것입니다.”

 

 황제나 환관들이 놀라 양수를 보았다. 양수의 말은 황제의 뒤를 따르는 수십대의 마차의 보물을 뿌리겠다는 말이었다.

 

 “허나 그것은 황실의 내탕고....”

 

 환관 하나가 앓는 소리를 내자 약수는 말을 딱 자르며 끼어들었다.

 

 “역적 유대는 황실의 종친으로 역천을 노리는 자입니다. 그자가 폐하를 잡으면 내탕고가 문제이겠는가?”

 

 황제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물이 중요하겠는가? 지금 자신의 목숨과 자신을 지키는 이들의 목숨이 더욱 중요하였다.

 

 ‘차라리 내가 보위에 오르지 않았으면...’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오른 이후에 오르지 않는 것을 상정하며 꿈같은 생각을 하는 마치 그리움만 커져가는 추억처럼 말이다.

 

 마차들이 보물을 뿌리며 사방팔방으로 흩어지자 유대군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유대뿐만 아니라 백파적은 진영이 사라지고 오롯이 앞에 놓인 보물을 줍기 위해 달려 나갔다. 백파적의 군진이 무너지자 유대군도 차근차근 무너지기 시작했다. 적이 줍기 시작하는데 자신들이라고는 못 줍겠는가? 유대군은 갑주와 무기만 정예이지 속마음까지는 단련 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그 가운데 보물을 줍기 위해 싸움 도중에 진흙탕에 뒹굴며 그것을 줍는 이, 그리고 적인지 아군인지도 알아차리기 전에 보물을 얻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병사, 팔 하나를 잃었음에도 보물을 주어 앉아 웃고 있는 이들까지 말 그대로 지옥의 한 장면을 끌어오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에 양수는 비소를 지었다.

 

 ‘이것이 세상이다. 아귀의 세상이야 말로 진정한 세상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남쪽에서 나타났다.

 

 원가를 칭하는 깃이 나타난 것이다. 뛰어난 무구에 딱 잡힌 군율에 놀라긴 했다. 그러나 원외의 군으로 생각하여 무시하고 나가려하는 순간 앞서 나타난 인물에 의하여 입을 틀어막으며 놀라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가의 상장 기령이다!”

 

 기령은 자신의 호통에도 아귀지옥에서 해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을 바라보며 당황은 했지만 이내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다 쓸어버릴 이들이었다. 한곳은 도적이요. 한곳은 역적이었다.

 

 “모두 쓸어버려라”

 

 “충!”

 

 기령은 미첨도를 높이 들고 말을 달려 나가며 외쳤다.

 

 “원가의 영광을 위하여!”

 

 원술의 병사들은 보물에 대한 욕심이 앞서지 않았다. 어차피 먹고 사는 것이야 충분하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생존을 넘어서 병사들 모두가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바라고 있었다.

 

 원술은 중군에 머물며 손책과 같이 말을 타고 여유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전투의 소리가 들려왔으나 원술과 손책의 자리는 먹구름이 물러가고 빛이 기울기 시작하였다.

 

 “주공, 제가 나아가 주공의 길을 열고자 합니다.”

 

 그러자 원술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손견의 얼굴이 손책에게 잠시 아른 거렸으나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였다. 말머리를 옆으로 틀어 손책의 옆에 서자 속책은 감히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그대의 장인이다. 그리고 그대의 후견자이니 그대가 나의 옆을 떠나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그대는 나와 같이 폐하를 봉대하는 영광스럽고 역사적인 자리에 갈 것이다.”

 

 손책은 감읍하여 충을 외쳤다. 그리고 원술이 흘린 말에 더더욱 마음이 그득 차올랐다.

 

 “문대가 있었다면 더욱 좋은 자리였을 터인데. 유일한 한의 충신이 이 자리에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원술과 손책이 가는 길은 마치 누가 치워 놓은 마냥 깨끗하였다. 이곳에서 전투가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기괴하며 아름다웠다. 주변은 지옥이거늘 원술과 손책이 있는 그 주변은 말 그대로 평안의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달리던 황제의 마차도 원술군의 기령에 의하여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서릿발 같은 기령의 기세에 아무도 말을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드디어 원술이 그 자리에 도착하자 하늘의 구름이 모두 걷히고 광명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후 원술은 말에서 내려 황제가 가마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황제가 환관들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려 얼굴을 드러내자 원술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소신 원술 폐하를 영접합니다.”

 

 그러자 원술주변의 모든 군세들이 황제 쪽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그 소리 너무나 커서 전투를 하던 이들도 놀라 전투를 멈출 지경이었다.

 

 “폐하를 영접합니다.”

 

 그날 처음으로 황제는 하늘에 자신의 자리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힘이 없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하여 말이다. 그 눈부신 광명은 원술과 그 옆의 손책을 비추고 있었고 자신은 한 없이 초라해졌다.

 

 

 순유는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죽간을 내려놓았다. 이제 원술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군세는 왕하군과 서주뿐이었다.

 

 “이제 원술도 우리가 양주를 집어 삼킨다고 하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겠지.”

 

 그리고 순유는 가후가 처음 내어준 죽간을 품에서 꺼내어 들어 올렸다.

 

 “주공이 양주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원술이 다른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물론 그 휘하의 모사들의 눈도 양주를 바라보면 안 되겠지요. 원술의 눈은 오롯이 자신의 자존감을 세우는 곳에 몰릴 것이니 가장 좋은 방도는 그를 부추기는 것이지요. 황제를 참칭하거나, 봉대를 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촉발시키는 계기는 말하지 않아도 공달공이 잘 알고 있겠지요. 천하를 뒤 흔들어 주세요. 곽가와 사마씨들 도울 것입니다.”

 

 순유는 수염을 쓰다듬고 죽간을 바라보았다.

 

 “가선생 참으로 대단합니다. 누가 이일의 뒤에 그대가 있을 것인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우연의 결과로 일어진 일이라고 하나 진정 그것이 우연의 일이었을까? 그것을 맞고 죽은 독사를 잡기 위한 계략이 아니었을까? 뱀은 까마귀가 자신을 노리지 않을 것을 아니 느긋할 것이고 그 느긋함을 이용하여 까마귀가 뱀을 노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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