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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오비이락(烏飛梨落)
작성일 : 17-07-25 15:38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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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여의 서신에 황조의 마음속에는 고민이 깊어졌다. 왕하라는 인물과는 그렇게 다툴 일도 없었다. 척을 진일도 없었고 단지 다스리는 지역이 붙어있다는 정도였다. 평판을 들어보면 어려운 일에 굴복을 잘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것을 완전히 믿기에는 힘들지만.’

 

 황조는 다섯 손가락을 탁자에 돌아가며 ‘탁다닥’거리는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며 깊게 생각에 잠기었다. 안 그래도 손씨가문과 척을 지게 되어서 머리가 아파왔다. 손견이 죽은 손씨가문은 강동으로 가지 못하고 원술의 그늘아래 스며들었다. 원술 휘하의 중책에 손가의 인물들이 굉장히 많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즉 원가와 황조는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컸다.

 

 ‘아무리 유자사가 나를 비호한다고 하여도 한계가 있지. 특히 지금 종친들이 모이는 시기라면 원가와 대립하려 할까?’

 

 즉 황조의 상황은 매우 난처했다. 유표의 입장에서는 황조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수하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대가들과 같이 친인척으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왕하를 어찌해야 할까?’

 

 왕하가 오월을 얻어낸다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원술의 명으로 형주를 공격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제일 먼저 돌을 맞는 것은 황조 자신이었다.

 

 ‘오월을 얻는 것을 방해하되 원술의 명을 듣지 않을 정도로 키워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세력을 키워 원가와 대립하게 만들되, 오월을 완벽히 차지하여 다른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손가가 강동으로 내려오는 것보다는 왕하가 차지하는 편이 덜 피곤하겠지.’

 

 이내 황조의 고민이 끝나자 규칙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끝났다. 그리고 비단을 가져오게 하여 월족들에게 건넬 서를 적었다.

 

 ‘엄백호가 손을 내밀어도 준동하지 말고 자중하라.’

 

 길게 쓰인 말이었지만 단순하게 이런 말이었다. 이내 황조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힘을 가지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고자 하는 것인데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왕하는 주창과 주태에게 심배를 군사로 붙여 신성을 지키게 하였다. 원 역사에서는 엄백호측에서 신성을 기습하여 손책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는 것을 기억하여 취한 일이었다. 심배는 엄백호를 너무 높게 본다는 말로 불평했다.

 

 “적을 가벼이 보면 그만큼 허점을 만드는 것이네.”

 

 심배는 그 말에 지지 않고 왕하의 말에 반박하였다.

 

 “그러나 각자를 잡을 칼을 잘 써야 효율적입니다.”

 

 왕하는 그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 칼을 판단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평판인가? 아니면 무엇인가? 누가 엄백호를 쉬운 인물이라 말했는가?”

 

 심배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였다. 너무나 쉽게 이곳까지 왔기에 엄백호까지 쉬이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전장에 나서 공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있었다.

 

 “내 원복에게도 말한 것이지만 정남공이 나서 청주병을 정규군으로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황건적을 말입니까? 군기의 군자도 모를 이들입니다.”

 

 왕하는 심배를 향하여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마치 힘든 일을 넘길 때의 상사의 모습과 같았다.

 

 “정남공이 그들에게 군기(軍紀)의 군(軍)자를 알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심배의 얼굴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전란의 와중에 그것도 보급을 책임지면서 군을 정비하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일도 어려운 일인데 세 가지 일을 모조리 하라는 것이니 머리가 아파왔다. 떠나며 엄청난 부담을 쥐어준 왕하가 괘씸하였다. 그것이 자신의 주공이어도 말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죽어가는 말이었다.

 

 “혹 다른 인물 한명만 붙여주시면…….”

 

 “정남공은 큰 칼이시니 큰일을 해야지요. 하하하”

 

 순간 심배의 속마음에 울분이 쌓였다. 누구에게 갈 것이지는 모르지만 군을 교육할 때는 매우 혹독할 것이 보였다.

 

 왕하는 능가로 향하였고 오정으로 향하는 국의는 가후, 저수등과 군을 움직였다. 멀리 움직이는 대군을 바라보는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군기가 바짝 들어선 북기는 참으로 멋있었다. 발자국 소리까지 비슷하게 나는 것을 보니 국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중강공 대단하지 않습니까?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북기는 엄중하고 대단합니다.”

 

 허저는 고개를 살짤 끄덕였다. 그러나 이내 허저는 한마디를 건네었다.

 

 “호군의 군기 또한 북기에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이들의 합격은…….”

 

 허저는 자신이 이끄는 호군에 대하여 말하며 움직였다. 처음으로 왕하는 ‘허저가 말이 이렇게 많이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왕하는 허저의 휘하의 호군의 호위를 받으며 여항의 능씨가문을 향하여 움직였다.

 

 

 

 엄백호는 회장에서 서성거리면서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엄백호는 매우 불안한 듯 손톱을 뜯고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욕을 했다. 반복적인 소리와 욕설을 막을 수 없는지 입을 막아보기도 했지만 소리가 세어나왔다.

 

 “미익! 므익! 젠장 빌어먹을 XX 제길!”

 

 엄여는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지 차분하게 앉아 여러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불안하신 것은 알지만 조금 차분하셔야. 수하들이 안정을 합니다.”

 

 “XX! 미익! 미안하다. 내가 이래서 미익!”

 

 엄여는 엄백호를 안으며 말했다. 마치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았다. 엄백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엄여는 엄백홀의 등을 두들겼다.

 

 “괜찮습니다. 제가 있어요. 제가 다 해낼 수 있습니다.”

 

 “내가! 미익 므엑! 이렇지만 않았 무엑! 다면 더 큰 일 엑! 했을 텐데.”

 

 “그래도 형님의 곁에서 일했을 것입니다. 산월의 적통이 형님의 피에 흐르니까요.”

 

 조금 차분해진 엄백호는 자리에 앉아 엄여에게 말했다.

 

 “내가 죽는 다면, 힉! 네가 월족을 이끌어라. 월족 통일 할 수 있다면 복수는 어렵지 않다.”

 

 엄백호의 말에 엄여는 눈을 감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형님인 엄백호의 덕에 덤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엄백호가 죽는다면 자신은 살아갈 이유는 없었다. 복수가 엄백호를 다시 살아가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자신은 월족의 부흥을 원하지도 않았다.

 

 “뜻이 없습니다. 형님이 사는 것이 제가 사는 것입니다.”

 

 엄백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너무나 미안한 표정으로 엄여를 바라보았다.

 

 “제게는 월족의 피가 흐르지 않습니다. 그뿐이지요.”

 

 “알았다.”

 

 엄여는 지도위의 군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주목할 점은 왕하가 예측한 신성이었다. 엄여는 산월이라고 쓰인 깃발을 신성으로 집중시키고 있었다.

 

 “신성만 뚫어내면 북기를 무너트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청주병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깃을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그들이 아무 말 없이 군기를 세우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은 주창이 제일 앞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심배에게 머리카락까지 잘려가며 주창은 청주병을 위하여 일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청에 들어온 주창이 녹초가 되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 안에는 심배가 죽간을 확인하며 붓을 놀리고 있었다.

 

 “힘드나?”

 

 “안 힘들어 보이오? 빌어먹을”

 

 “그러니까 왜 군령장을 썼더냐?”

 

 “아니 그러면? 청주병 삼백이 죽을 판인데 아니 그러겠소? 그 놈들 부모들이랑 약속한 것도 있는데 말이요.”

 

 “말투는 안 바꾸나?”

 

 “그럼 당신은 내 모습이나 보고 말하시오. 죽간 보며 말하지 말고 그리고 이곳의 대장은 나요.”

 

 주창의 말에 심배는 피식 웃었다. 주창은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힘을 쓸 여력도 없었다.

 

 “내가 없으면 누가 후방의 보급 업무를 할 건가?”

 

 “그 그것은!”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네놈은 이미 대장은커녕 훈련이나 열심히 해야 하는 병졸이 된 것이다.”

 

 주창은 이빨을 갈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배가 청주병을 욕하며 주창을 도발하였고 주창은 청주병이 절대 군량을 훔치지 않을 것이라 말하였다. 그것도 군령장을 쓰며 말이다. 심배의 예상대로 청주병 백인대 일부가 군량을 소량 빼돌렸고 이는 심배의 행정에 걸리고 말았다. 심배는 군의 대장을 죽일 수는 없으니 머리카락을 잘라 군기를 높이고 삼백여명의 목을 자르려 했다. 다행히 주태의 만류로 주창이 대장 직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앞장서서 훈련을 하니 아무런 무제가 없이 넘어갔다.

 

 “그래, 방책은 세우고 있는가?”

 

 주태는 예를 표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방책을 세우고 망루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태는 약간 의혹의 눈을 하고 있었다.

 

 “망루까지 어찌해서 세우나라는 생각을 하는가?”

 

 “그것이.”

 

 “뭐, 나도 별로 세우고 싶지는 않다. 뭐 신성이 뭐 중요하다고 말이다.”

 

 주태는 더욱 당황하여 심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정석이다. 이곳은 이미 군을 주둔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군량도 지켜야하고 이미 이곳은 적군이 노리는 곳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이 의외로 중요하더군.”

 

 심배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산월을 생각하며 떠올린 것이다. 산월이 노릴 수 있는 지역은 본디 방책도 준비 안 된 이곳이 주효했다. 신성을 얻어내면 오정으로 진군한 군의 뒤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니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단순히 잡히는 것이 아니라. 회군 할 수 밖에 없어지겠지.’

 

 그다음은 기가 살아난 동맹에 어떠한 세력이 더 붙을지는 알지 못했다.

 

 “유평(幼平) 수색을 더욱 철저히 해라. 적은 산월이 될 것이다.”

 

 주태는 심배의 산월 이라는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산월 어찌 쉬이 볼 수 있겠는가? 그들은 소수일지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이들이다. 본디 그들은 무를 숭상하여 일당 십 이상의 족속이었다. 특히 그들 앞에서 성벽이란 그저 높은 돌무더기에 불과했다. 기암괴석의 산을 거주하기 때문에 그들은 높은 성벽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북쪽의 이(夷)족들이 초원의 전투에 능하다면 이들은 산지의 전투에 능했다.

 

 “군사마(軍司馬), 허나 산월은 방책이 소용없습니다.”

 

 주태의 말에 심배가 웃음을 지었다. 주태는 심배가 북방에 있는 사람이라 그것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심배가 왕하를 따라 강동으로 옴에 따라 그를 연구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심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산월에게는 방책 따위는 그저 쉬이 넘을 수 있는 나무 묶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방책의 목적은 밖에서 그들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안에서 우리를 가리고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는 물건이다.”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방책이란 밖에서 들어오는 이들을 막는 용도이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심배는 정론(定論)을 파괴하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우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론을 모두 깨우치지 않으면 변칙을 알기에는 우니 말이다.”

 

 주태는 고개를 숙이고 심배의 말대로 수색을 위해 움직였다.

 

 

 

 열흘이 지나자 주태는 심배를 의심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산월족이 이곳 신성을 공격할까라는 의심이었다. 신성은 오정을 공격하기 위해 출군한 북기군과 단양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이 단시일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데 어찌해서 이곳을 공격하겠는가?

 

 그러나 순찰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심배의 말 때문이었다.

 

 “네가 하루를 소홀히 하면 주공의 수하 일만이 위태로울 것이다. 이를 단순히 여기지 말고 훈련을 겸한다고 여겨라.”

 

 저수의 말 덕분에 주태는 심배를 의심할지언정 수색을 소홀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가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에 순찰 인원 몇이 사라졌다.

 

 “2시진이 지났다. 이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주태의 말에 순찰대 백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아장(牙將) 규칙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절대 다른 문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회군하여 사마께 보고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주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남아 잔병의 생사를 확인한다.”

 

 그러자 수색대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들의 눈은 차가운 이성과 분노사이의 그 무엇이었다.

 

 “아장께서 돌아가십시오. 저희가 남겠습니다.”

 

 그들은 청주병이었다. 그들은 서로 황건을 두룬 후 그들은 모두가 한 가족과 같았다. 죽음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그들은 생사를 함께했다.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떠난 다는 것은 그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주태는 선을 그었다.

 

 “나는 책임자고 너희는 명령을 받는 위치다. 명심하라 중요한 것은 이를 알리는 것이지 그들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아장!”

 

 주태는 표정을 구기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의를 주듯 말했다.

 

 “가장 무에 능한 10명만 남는다. 나머지는 복귀한다. 정보는 신성에 진둔하는 수천이 넘는 이들의 목숨을 살릴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수천은 모두 위태로울 것이다.”

 

 수색대는 중 몇이 주먹으로 바닥을 쳤다. 분한 것 같았다.

 

 “명심해라 네놈들의 감정을 앞세우면 모두가 위태롭다.”

 

 백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확인하듯 말했다.

 

 “나와 수석 십장들 그리고 도일, 막삼이 진일이가 따라온다.”

 

 “백장!”

 

 십장 몇 명이 백장을 바라보며 소리를 키웠다. 백장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수석 십장들은 네놈들보다 무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도일이 막삼이 진일이는 네놈들도 알다시피 판단이 빠르고 발이 빠르다. 네놈들이 노력을 더했으면 남은 것은 네놈들이겠지.”

 

 그러자 모두가 할 말이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는 떠나고 우리는 삼수색대의 수색위치로 움직인다.”

 

 “충!”

 

 주태는 산속으로 들어가며 매우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수의 수색대로 할 수 있는 바는 적었다. 그들을 이끌고 구조를 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도 불확실 했다. 그러나 주태는 그들을 이끌고 확인을 하고 아군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하려 했다.

 

 ‘문제는 산월의 범위에서 도주가 가능한지이지.’

 

 얼마가 지났을까? 주태는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 주먹을 올려 수색대원을 정지시켰다. 수색대원들은 숨까지 멈추며 인기척을 줄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다수 보였다. 밥을 하는 것 같았다. 주태는 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고지 쪽으로 향하고자 했다.

 

 ‘수색조를 처리했음에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더 모일 이들이 있다는 것이겠지.’

 

 주태는 군기가 없이 늘어진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효시가 된 이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수를 헤아려 보니 대략 수색대원들의 수와 비슷하였다. 모두 죽은 듯 보였다.

 

 ‘지금 있는 병사들만 하여도 천은 되겠군. 산월족만 천명이라 어찌 이렇게 많은 이족들이 엄백호를 따르는 것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엄백호가 무엇이기에 많은 산월족이 따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천명이 넘는 산월의 전사라면 피해가 막심했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본진으로 복귀 할 수 있는가?’였다.

 

 ‘위험해 지겠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득이 없다.’

 

 이내 주태는 뒤를 돌아보았다. 수색대원들도 분기를 참기 어려운지 이를 갈고 있었다.

 

 “들어가고 싶은가?”

 

 이를 갈뿐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하였다.

 

 “그래 참아라. 우리는 병사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다.”

 

 

 “무엇을 더 확인한단 말입니까?”

 

 백장의 말에 주태는 백장에게 물었다. 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의외로 괜찮은 병졸들이었다. 이들을 자신의 직속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들은 수색병들을 잡았다. 수색병을 잡는 순간 수색대 전체를 모두를 잡거나 아니면 적진으로 향해야 하지.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진을 세우고 대기한다. 기습전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주태는 손가락으로 산월족들을 가리켰다.

 

 “저들이 기다리는 것을 알아내야한다.”

 

 주태는 숨을 죽이며 대기하였고 놀라운 것을 보았다. 산월족들 무리들이 예를 표하며 한 무리를 영접하는 것이었다. 그 수가 대략 이천이 넘어보였다. 산월족이 영접하는 인물이 궁금했으나 이 보다는 이제 그들이 행동에 나서기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복귀한다.”

 

 주태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였다. 빠르게 본진을 향하여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을 눈치 챈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방금 산월의 인물에게 예를 받던 인물이었다.

 

 “남월왕이시여 어찌 그러십니까?”

 

 남월왕이라 불리는 인물은 손가락으로 주태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말했다.

 

 “쥐새끼가 있었다. 잡아와라.”

 

 “여기 있던 쥐새끼 일당인 것 같사옵니다. 걱정할 것은.”

 

 그러자 남월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답한 이를 쏘아보았다. 남월왕의 살기에 덜덜 떨었다.

 

 “짐은 황가 놈의 위협을 어겨가며 월족의 부활을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네놈이 내 판단에 토를 다는가?”

 

 “대왕! 자....자비를!”

 

 “잡아와라 아니면 죽여오던지.”

 

 “충!”

 

 산월족들이 순식간에 주태가 있던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고 그 속도는 마치 말을 타는 것 같았다. 주태일행과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삐이이익!

 

 산월족 무사의 입에서 높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자 산월족들이 순신간에 포위하는 듯 한 진을 형성하며 주태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앞에서 달리는 백장이 박도를 휘두르며 옆에서 달려드는 산월족을 베어버렸다. 그러나 그로인하여 일행의 속도가 줄었고 산월족들은 산을 달리며 그들을 앞질렀다.

 

 주태는 인상을 썼다. 그리고 일행에게 외쳤다.

 

 “내가 앞장선다! 뒤만 따라와라!”

 

 “예 아장!”

 

 주태가 앞에서 적의 공격에 주춤하지도 않고 횡으로 그어버렸다. 주태의 강한 공격에 불씨가 튀기며 산월족이 들고 있던 무기가 날아갔다. 주태는 그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베어버려!”

 

 뒤에 따라오던 일행이 그들을 베어버리고 달렸다. 삐이익 거리는 소리가 빨라졌고 양옆의 인형들이 빠르게 움직였고 어느 사이에 많은 인형들이 그들을 앞질러 가고 있었다. 다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앞에는 산월족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주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백병전이다. 무기 바꿔라!”

 

 주태는 빠르게 박도를 집어넣고 왕하가 보급한 글라디우스를 꺼내어 저들의 진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주태는 적의 공격을 피하며 글라디우스로 산월족의 목을 베며 외쳤다.

 

 “알아서 빠져 나간다 알았나! 진을 뚫고 나가면 무조건! 누구든 본진으로 향하여 이를 알린다!”

 

 산월족의 사이에서 크게 소리가 들려왔다.

 

 “충!”

 

 주태는 그리고 다시 외쳤다.

 

 “살아서 만나자.”

 

 주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와 흙이 엉겨 굳어있었다. 그의 피 인지 아니면 적들의 피 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창백한 얼굴은 얼마나 그가 적들에게 시달렸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의 팔에는 한 인영이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그 인물은 백장이 추천한 도일이라는 병사였다. 주태는 중얼거리면서 신성의 방책이 보이는 위치까지 도착했다.

 

 “다 죽여 버리겠어. 다 죽여 버려야해. 죽인다. 죽여. 월족 빌어먹을 놈들.”

 

 그리고 주태의 시선은 왼손에 있는 도일에게 쏠렸다.

 

 “왔다. 이 썩을 놈아.”

 

 발이 빠르다던 도일의 한쪽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천에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숨이 넘어가듯 할딱거리며 주태의 말에 답을 전했다.

 

 “아장이 더 이상한 놈이 아니십니까? 죽을 놈을 질질 끌고 오시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

 

 “네놈이 얹은 빚을 갚은 것뿐이다.”

 

 그러자 도일은 낄낄낄 웃으며 주태의 말에 답했다.

 

 “이 몸으로 살라는 것은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살아만 있어라 부귀는 내가 누리게 해주마.”

 

 그 말에 도일은 웃음을 지우며 말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저는 필요 없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을 그리고 다른 분들 가족들을”

 

 “시끄럽고 살아서 네놈이 그놈들 친지를 살펴.”

 

 “예, 예”

 

 주태가 방책 근방에 오자 병사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문을 열지 않았다. 주태가 문 앞에 바짝 다가오자 활을 겨누었고 병사들이 소리를 쳤지만 이내 주태의 의식이 끊어졌다. 그는 문 앞에 머리를 꼬나 박고 털썩하고 쓰러졌다.

 

 “이런 빌어먹을 빨리 나오라고.”

 

 주태가 쓰러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주태임을 알아차린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들은 주태와 도일을 엎고 군막으로 달려갔다.

 

 심배는 혀로 붓을 핥고 붓을 벼루에 올인 다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심배는 갑주를 입은 상태에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주태의 소식을 들은 심배로써는 단순히 월족이 근방에 온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태가 보게 된 어떤 정보가 문제였다. 주태가 목숨을 걸어가며 가져온 정보가 무엇인지 중요했다.

 

 “유평이나 그와 같이 온 병사가 말을 했는가?”

 

 병사는 안타까운지 고개를 숙였다. 물론 심배는 감정의 동요 따위는 없이 재차 물었다.

 

 “말했나?”

 

 “그것이 의식이....”

 

 “깨울 방도를 찾아라. 그리고 단양에 서신을 보내어 원화(元化 화부의 자)공을 모셔 오도록 하라.”

 

 심배는 머리가 아파왔다. 짐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하북이나 중원이었다면 능히 세력을 유추하여 알아냈겠지만 그의 정보통을 벗어난 양주일대의 일이었다. 아무리 이를 알아내기 위하여 공부를 했다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보면 가선생은 참으로 대단해.”

 

 가후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본래 량주 출신임에도 양주의 사정에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뿐인가? 조정의 중신들과도 어떠한 연결 고리가 존재했다. 그것을 주공이신 왕하에게 직접적으로 내세우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심배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서 할 일은 이제 끝난 것이었다. 움직여야 할 때였다.

 

 주창은 심배의 부름에 허겁지겁 뛰어 그의 막사로 달려갔다. 그러나 심배는 이미 막사 밖에서 군을 움직이고 있었다. 심배의 행동에 주창은 인상을 찡그렸다. 청주병은 주공이 내린 자신의 부대였다. 그런데 그것을 좌지우지 하고 있으니 기분이 안 나쁠 수가 없었다.

 

 심배는 주창을 발견하고 웃음을 지었다. 표정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는 인물이었다. 대군을 이끌려면 저 성질머리부터 고쳐먹어야했다.

 

 “왜 고까운가?”

 

 주창은 흠칫하여 심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자네의 것을 빼앗긴 것 같아? 이들이 자네의 병사들인가? 그럼 그대가 이끌어 보겠는가?”

 

 주창은 말을 하지 못했다. 군의 주인은 주공이었고 이를 잘 이끌 사람이 바로 심배이기에 군사마를 맡긴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에게 군을 맡긴 것은 상징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주공은 황건적 출신인 나에게 맡기어 반발을 줄이려는 것이겠지. 그만큼 주공께서는 나를 믿는 것이고.’

 

 즉 실질적인 군 통솔자는 심배였다.

 

 “원복(元福) 단순히 청주병들만 이끌고자 한다면 그렇게 분노만 하여라. 그러나 주공의 옆에서 대군을 이끌고자 한다면 명심해라 듣고, 배우고, 기다리는 것을 말이다.”

 

 주창은 억울한 듯 물었다.

 

 “그것이면 되는 것 입니까? 그것이면 말입니다.”

 

 “그것이 제일 어려운 것이다.”

 

 “알겠소이다. 내 고치리다. 아니 고치겠소이다.”

 

 심배는 웃음을 지었다. 전투에 앞서 한 가지 고민이 해결이 된 것이다. 마지막 고민은 지금 누어있는 주태였다. 그러나 그것도 주태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심배의 앞에 나서서 해결 하였다.

 

 “남월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심배는 인상을 찌푸렸다. 북쪽의 월인 조차도 버거운데 남월까지 움직인다면 어려움이 컸다. 단순히 신성의 병사로는 막기가 어려웠다.

 

 “남월이 전부 말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제약이 있는 듯합니다. 무엇 때문이지는 모르지만 남월의 왕이 움직였음에도 겨우 천에 가까운 병력 밖에 못 움직였다고 합니다.”

 

 심배는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예상보다는 수가 늘었으나 막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제아무리 비책을 세웠다고 하나 월족임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자네는 이번 전투에서 빠지게.”

 

 “군사마!”

 

 “그 몸으로 적병하나 벨 수 있겠는가?”

 

 “있습니다!”

 

 “자네와 같이 온 인물과 같이 단양으로 가게 화의원에게 갈 전서도 아직 출발을 않했으니 마차나 끌고 가시게.”

 

 “군사마!”

 

 옆에서 보는 주창도 딱한지 주태를 위하여 말을 하려했지만 심배가 주의를 주자 입을 닫았다. 한명도 아쉬운 시기였지만 심배는 단호했다.

 

 “후방으로 빠지게 내가 다시 묻지 그대는 짐이 안 될 자신이 있는가? 자네는 단순히 아장(牙將)이 아니라 후일 수군을 이끌어야 할 주축일세. 특히 편입된 수적들을 편입시킬 두인물중 하나라는 말이지. 그대가 이 전투에서 죽으면 단순히 아장이 죽는 것이 아니라! 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주태는 말이 없어졌다. 심배는 아무 말 없이 축객령을 내렸고 주태는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리고 심배는 자리에 남아 주창에게 물었다.

 

 “준비 잘하게 아무리 봐도 힘든 전투가 될 것이야.”

 

 “예 군사마.”

 

 주태가 단양으로 떠나고 이틀이 지나자 적군이 신성주변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주창은 방책에 올라 멀리 보이는 그들을 보았다. 그리고 침을 꿀떡 삼켰다.

 

 “살벌하기도 하네. 빌어먹을 놈들 저거 저거 수색대 애들이네 썩을.”

 

 산월족들이 인질을 질질 끌고 왔는데 그들은 주태와 같이 남았던 인물들이었다. 모두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네 명 정도가 산월족에게 잡혀 질질 끌려 왔다. 그들의 모습은 매우 괴기하였다. 팔 일부가 잘려있었고 다리 부분도 허벅지 아래를 잘라 져 있었다.

 

 남월왕이 나서 커다란 도를 들고 나와 외쳤다.

 

 “네놈들이 보낸 쥐새끼들이다!”

 

 심배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마치 뭐 어쩌라고 라는 표정이었다.

 

 “네놈들이 살고자 하면 스스로 나와 고개를 숙여 우리를 맞이하라! 그렇지 않으면.”

 

 수색대 한명을 들어 올렸다. 백인장인 초충이었다. 얼굴은 얼마나 맞았는지 불어터졌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멍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아직 살아있었다. 이빨이 깨지고 코가 무너져 발음이 새고 어눌했어도 방책위의 사람들은 그의 커다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황건의 건아들이어!”

 

 남월왕은 그가 말을 이어가기 전에 목에 칼을 쑤셨다. 피가 분수처럼 앞으로 뿜어졌다. 남월왕은 분노하여 다른 이들도 잡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차피 삶을 포기한 이들이었다. 겁을 주려면 삶을 이어갈 희망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그것이 없었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남은 것은 복수였다.

 

 “황건은! 쓰러지지 않는다!”

 

 “황건은 다시 일어나리라!”

 

 “황건의 주인이시어 영원하소서!”

 

 그들은 모두 죽어가면서 까지 의지를 세웠다. 사기를 낮추려고 한 남월왕의 계책은 황이된 것이었다.

 

 심배는 웃음을 지으며 방책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남월왕 손을 쭉 뻗었다. 월족들이 소리를 지르며 방책을 향하여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심배는 방책아래에 준비 돼 있는 말을 탔다. 그리고 깃을 들었다. 방책 위에 있는 숙련된 궁수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아대며 화살이 모두 소모되는 순간 뛰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 방책 아래 있던 군세들이 움직이며 진을 형성하였다.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과거의 황건적이라고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전쟁은 시작되었다. 천하에 청주병을 알려줄 차례다.”

 

 월족들은 청주병의 화살세례에도 두려움 없이 방책을 향하여 달려갔다.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달리며 줄을 던지거나 사다리를 걸었다. 그 후도 일사천리였다. 빠르게 사다리를 오르거나 줄을 타고 방책을 향하여 달려 나갔다. 월족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보통 사람들이었으면 두려움에 벌벌 떨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청주병 궁수들은 그런 모습에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방책 아래로 내려갔다.

 

 힘들게 방책 앞에 도착한 월족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싸우지도 않고 방책을 내어 놓는 병사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멈출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번 전투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전투일 것 같았다.

 

 청주병 궁병들은 방책에 빠르게 내려오면서 모든 사다리를 치워버렸다. 궁병들이 지나간 방책의 안쪽으로 해자가 있었다. 즉 역방향으로 설계된 방책이었다. 심배는 깃을 흔들자 방패든 병사들과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병사들이 열을 맞추어 방책을 향하여 섰다. 궁수들은 방책에서 얼이 빠져있는 월인 들을 쏘았다. 심배는 마치 전투를 즐기듯이 말을 꺼냈다.

 

 “오르는 것을 잘한다고 하니. 내려오는 것은 어찌 할까?”

 

 방책에 오른 월족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방책의 적은 모두 아래서 자신들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고 밑에는 깊게 파여진 해자와 그 안에는 죽창들이 놓여있었다. 그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와중에 뒤에서 몰려오는 월족이었다. 밀려드는 군세는 도리어 자신들에게 독이 된 것이다.

 

 “원복(元福)가서 군을 지휘해라.”

 

 “군사마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심배는 주창의 물음에 기분 좋게 웃음을 뗬다. 요즘 주창의 덕에 웃음이 많아진 듯 싶었다.

 

 “그것을 내게 물으니 준비는 되어있군 간단하다. 군의 사기를 올리고 예상치 못하는 일에 대비하라.”

 

 “그것은.”

 

 “네가 알아서해 그 정도까지는 네가 판단해야하는 것이다.”

 

 주창은 고개를 끄덕이고 언월도를 들고 말에 올라타 그의 직속 수하들과 함께 나섰다. 심배는 망루에 의자를 바짝 대어 팔을 올리고 주먹으로 턱을 괴고 웃음을 지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패배라는 것은 없어 보였다.

 

 남월왕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방책을 넘은 병사가 몇인데 문이 열리기는커녕 아무런 승기를 알리는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려가지 못하는 월족들은 적들에게 칼도 대보지 못하고 장창에 막혀 주춤 거리거나 뛰어 들었다가 방패병들의 집단 대응에 즉살 당했다. 지지부진한 대응에 산월족은 퇴각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첫 번째 격돌은 심배의 완벽한 승리로 돌아갔다.

 

 남월왕은 방책을 넘었음에도 적들을 척살 하지 못하는 북부의 산월 족에게 엄청난 분노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분노는 선봉을 맡은 비잔(費棧)에게 쏟아졌다.

 

 “비잔! 산을 자유로이 탄다는 산월인이 방책을 넘고도 아무것도 못하는가!”

 

 젊은 족장인 비잔은 사무종의 질책에 분노를 토했다. 도저히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인데 자신 보고 어찌하라는 것인가? 그렇다고 공성무기를 들고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무종(沙務從 사마가의 아버지이자 남월왕)! 방책에 올라보지도 않고 그리 말하는가!”

 

 “뭐! 네놈이 감히 내게 그리 말해!”

 

 “방책에 올라 보고나 그리 말하시지.”

 

 비잔은 대차게 남월왕을 비꼬았다.

 

 “어린놈이! 내게!”

 

 남월왕이 분을 토했지만 비잔은 사무종의 말을 듣지도 않고 회장을 뛰쳐나갔다. 그러나 그와 달리 반림, 황총, 우돌 등은 나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산월이 뭉치지 않고 각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비잔의 선봉의 자리를 누가 가질 것인가?”

 

 그러나 선봉을 처음 뽑을 때와 달리 누가 먼저 나서는 인물은 없었다. 비잔이 완전히 무능한 인물은 아닌 것을 아는 다른 산월의 지도자들은 무작정 선봉에 설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잔이 겪은 일을 알고 나서 선봉을 뽑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그래도 비잔과 가장 가까웠던 우돌이 나서 말하였다. 이대로 간다면 비잔의 휘하의 병사들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남월와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잔에게 술을 내리고 속을 삭힌 후 돌아오도록 명하게.”

 

 남월왕의 명이라는 말에 우돌은 인상을 썼다. 명이라는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남월왕이라는 직위는 진짜 왕이 아니었다. 단지 몇몇 마을을 통합하거나 여럿을 다스리는 족장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들에게 위아래를 따지는 것은 논란이 있었다.

 

 ‘제 놈이 월족의 정통가문도 아니면서 이리 하대를 하다니. 내 지금은 적들에게서 신성을 얻어내는 것이 중하니 참는다만. 이 굴욕은 반드시 갚으마.’

 

 심배는 진의 가장 중앙의 막사에 앉아 한손에는 죽간을 들고, 한손에는 붓을 들며 죽간 위에 유려한 글을 적어나갔다. 붓끝을 혀로 살짝 핥자 먹이 그의 혀끝에 묻었다. 그것에 관계하지 않는 듯이 붓놀림이 늦어질 때 마다 살짝 침을 묻혀서 무엇인가를 계속 적었다. 그 옆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주창은 죽을 맛이었다. 안 그래도 전장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렇게 갑갑하게 있기는 어려웠다. 주창은 터트리듯이 질의를 했다.

 

 “군사마 무엇을 하는데 그리 적으십니까? 적들이 방책 밖에서 저리 서있는데 말입니다.”

 

 주창의 말에 심배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했다.

 

 “뭐 군을 위무하고 이래야한다는 말인가?”

 

 주창은 인상을 쓰며 심배를 쳐다보았다. 심배의 말투며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곽주부(主簿)나 이 작자나 기분 나쁘게 틱틱거리는 것은 알아주어야해.’

 

 자신의 언사는 생각하지 않고 남의 흠만 바라보는 주창이었다. 심배는 주창의 표정을 보고 그의 마음이 보이는지 말을 꺼냈다.

 

 “그 얼굴 좀 바꿔야겠다. 장수가 되려면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하는데 그런 것은 노력도 않으니.”

 

 주창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서도 꼭 뒤에서 꿍얼거리는 주창을 바라보는 심배의 표정은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주공인 왕하의 곁에는 죄다 사람답지 않은 인물들이 많았다. 곽가나 가후, 장합, 관정, 허저 등의 인물들은 군자 같거나 아니면 감정이 없는 철인과 같았다. 인간다운 인물이라고는 장흠이나 주창 정도였다. 어찌 보면 이들을 보며 안도를 하거나 우월감을 느끼는지도 몰랐다.

 

 ‘나도 속물이기는 하는가보군, 이런 모습에 안도를 하다니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심배도 의외로 의연하게 주창을 대하였다. 그리고 주창을 더욱 키워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오늘 사용한 전법을 고칠 방안이나 여러 대응법이다. 그리고 약점으로 보이는 점이지. 그리고 사상자, 양초, 장비등을 적은 것이다.”

 

 “그러나 한번 전투를 한 이들을 위무하는 것은 그것만큼 중요합니다. 내일 전투를 위해서라도 수하들을 다독이는 것은....”

 

 심배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창에게 말했다.

 

 “네가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제가 말입니까?”

 

 그러자 심배는 그런 주창의 모습에 훈훈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주창은 속으로 심배를 보며 실없는 놈이라고 욕을 했지만 말이다.

 

 “직위상이라도 자네가 청주병을 맡은 장군이 아니겠는가? 그런 것은 장수가하는 것이지.”

 

 ‘아항? 그러니까 귀찮은 것은 내게 맡기고 여기서 글이나 쓰겠다?’

 

 주창은 심배에게 말은 못하고 끙끙 거렸다. 그러나 심배의 말을 거역할 수 는 없었다. 직위로 따지면 그가 높을 수는 있지만 실무적인 위치로 보자면 심배의 위치는 까마득히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창의 마음속 그것을 알지 못할 심배도 아니었고 말이다.

 

 “내가 했던 말을 잊었던가?”

 

 “듣고, 배우고, 기다리는 것 말입니까?”

 

 심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고 주창은 시부렁거리면서 일어섰다. 군사들을 위무하기 위함이었다.

 

 “거 그럼 군사마께서 쓰시는 것이 뭐인지 배울 수 있도록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러하지 뭐 알려주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는가?”

 

 그러나 그 말에 주창은 속으로 웃었다.

 

 ‘어려울 거외다. 군사마 양반 내 머리가 좀 돌 머리여야지 말이오.’

 

 주창은 뭔가 하나는 이겼다는 생각을 하며 군진을 나섰고 심배는 밤을 새어가며 죽간을 작성하는 것에 몰두하였다.

 

 신성에서 전투는 매우 지지부진 하였다. 방책을 역이용하여 굳세게 방호하는 청주병은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월족은 점점 질려가기 시작하였다. 이틀이 넘도록 방책을 넘어 뚫어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결국 남월왕도 결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방책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오.”

 

 “방책을 말입니까?”

 

 “어차피 우리에게 도움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우돌이 나서 물었다.

 

 “그러나 저들이 방책에 불이 나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듯한데.....”

 

 남월왕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더욱 좋지 않겠는가? 방책을 지키려는 순간 우리의 칼에 목이 베일 터인데.”

 

 그들이 방책을 그대로 남겨두고 싸운 것도 사흘이었다. 무엇인가 변수가 필요하기는 했다. 그리고 남월왕은 일어서 명령하듯 말을 했다.

 

 “내가 선봉에 서겠네.”

 

 그러자 다른 수장들은 꺼림칙하기는 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남월왕이 앞선다면 사기는 많이 오를 것이었다. 사기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주태는 단양으로 향하다가 이를 뿌득거리며 군사 몇에게 자신의 죽간을 내었다.

 

 “장형님에게 이것 좀 전해줘라. 그리고 이놈 좀 잘 데려다 주고.”

 

 병사는 당황하며 주태가 건넨 죽간을 보며 생각하고 말을 꺼내면서 주태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아장 이것은 무어.....”

 

 그러나 병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태는 말을 돌려 빠르게 다시 신성으로 향하였다. 병사는 속으로 주태의 행동에 쌍욕을 하며 이내 다시 단양으로 향했다. 주창을 쏙 닮은 병사들이었다.

 

 주태는 말을 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남아가 원수를 두고 어찌 고개를 돌리겠는가? 이로 벌을 받으면 백의종군을 해서라도 이를 갚을 것이다.’

 

 방책이 불에 타고 있었다. 적들의 집요한 공격에 방책에 불이 붙었고 불을 끄기 위해 올라 설 때 마다 월족들이 공격을 해왔다. 며칠 동안 지루한 공방 속에서 결국 방책을 지킬 수는 없었다. 결국 일부의 방책을 지키지 못했고 그곳에서부터 시작한 불이 방책 전부가 불타올랐다.

 

  심배는 빠른 적의 대응에 수염을 매만지며 고민을 하고 있었고 주창은 병사들을 다독이며 걱정 말라고 전했다. 방책이 불에 타며 연기가 올라왔고 그를 보는 남월왕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커다란 철퇴인 철질여골타(鉄疾黎骨朶)를 몇 번 휘둘렀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들을 들고 충차를 대용하여 방책을 부숴버리기 위해 준비했다. 뒤에서는 병사들이 흉흉한 분위기를 뿜고 있는 월족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높이 망루에서 바라보는 심배는 깃 하나를 움직였다. 그러자 진형이 조금씩 변형하며 형액(蘅軛)진을 만들어 갔다. 그러나 단순한 형액진이 아니라 대략 열 명씩 조를 이룬 다음에 방패를 사방으로 두른 다음에 장창병과 단창이 같이 조를 이루어 밖을 노렸다. 굉장히 촘촘한 그물과 같았다. 심배는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수염을 매만지며 수염을 괴롭혔다.

 

 “방책이 불타는 것은 사흘은 지나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책이 의외로 빠르군.”

 

 방책을 묶은 끈들이 불에 타며 방책 일부가 넘어가자 남월왕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

 

 “적들을 몰살시켜라!”

 

 그뒤를 따라 수많은 인영들이 그 뒤를 따랐다. 방책이 불을 타니 궁병들이 나서지도 못했으니 충차를 대신하는 커다란 나무를 들고 달려드는 병사들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의 머리는 심배였다. 심배가 검은 깃을 들어 올리자 물을 온몸에 흠뻑 묻힌 거구의 병사들이 불타는 방책을 지탱하는 기둥들을 내리쳤다. 그리자 방책들이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심배의 지휘봉을 들어 올리자 뿌우하는 나팔 소리에 거구의 병사들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무너지는 방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언덕 아래로 무너져 내려갔다. 주창은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청주병을 다독였고 시작될 백병전에 대비하였다.

 

 “불지옥에서 살아남아 보거라 그다음에 그곳에서 올라오면, 진짜 싸움을 시작하자고 크크크”

 

 주창은 앞에 보이는 무너지는 방책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무표정한 얼굴로 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창은 ‘빌어먹을 독한 놈’ 이라는 말을 하며 다시 고개를 돌려 적진을 바라보았다.

 

 사무종은 앞에 보이는 일에 놀라 넘어질 뻔하였다. 불을 지른 방책들을 무너트리는 이들도 놀라 함부로 커다란 나무를 놓아 뒤의 병사들이 나무에 깔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빌어먹을”

 

 불덩어리로 변한 방채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려오고 있었다. 사무종은 소리를 지르며 회피하라 명했고 월족은 우르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파력이 사라지자 심배는 깃을 흔들어 궁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쏴!”

 

 피슈슈숭 소리를 내며 흩어진 병사들에게 떨어졌다. 모였을 때는 쏘지 않더니 흩어지니 쏘는 심배의 모습에 주창은 의아해 하였으나 이내 알아보게 되었다.

 

 ‘적들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월족의 눈에는 두려움이 파고드는 것이었다. 심배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적들을 몰아치는 것이었다. 마치 여포가 무지막지한 무력으로 적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듯이 심배는 무지막지한 전략으로 적들의 가슴속에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후일 주창이 공에 대하여 ‘이는 폭발하는 화산과 같으니 감히 오르려는 이가 없었습니다.’ 왕하에게 심배를 치켜세우는 말을 전하게 하는 바였다.

 

 사무종이 어이가 빠져 가만히 서있자 비잔이 나서 사무종의 머리를 잡고 숙이게 한 뒤 둥근 나무 방패를 들고 그를 대신하여 화살을 막아주었다. 그러나 사무종의 마음속에는 감사함이 아니라 분노를 불태웠다.

 

 ‘감히 네놈이 내 머리를 만져?’

 

 그러나 이내 비잔은 앞으로 달려가며 사라졌다. 사무종은 분노를 토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도 힘을 내어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주창은 달려오는 산월을 보며 소리를 외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죽어!”

 

 그러자 ‘악’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두가 이를 악물었다.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쉽게 적들을 막았으나 지금부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부터가 진정한 전투였다.

 

 주창은 말을 타며 소리쳤다. 그의 커다란 목소리는 각각의 병사들이 들을 수 있었다.

 

 “순(盾)병들은 잘 들어라! 너희들의 방패는 너희만의 목숨이 아니다! 방패를 놓치면 너희 조 모두가 죽는다. 기억해라 숨을 들이켜고 칼이 눈앞에 날아들어 와도 의연하라! 버티면 이긴다. 알아들었으면 배에 힘주고 소리쳐라.”

 

 ‘악’하는 소리가 진영 전부에 울려 퍼졌다. 방패병들은 자신들의 방패이 자신의 목숨인 듯 아니 그보다 더하게 잡았다. 황건적이자 청주병의 장수인 주창은 알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가족, 가족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은 단순히 부모, 형제가 아니라 한 집단 내에서 함께 웃고, 먹고, 마시며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황건이었다. 그들에게 황건이란 가족이었다. 단순히 방패병들 뿐만이 아니었다. 각각의 임무를 받은 병사들 모두가 집중을 하게 된 것이다.

 

 진형 모두를 총괄하는 심배가 이를 못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좀 더 단단해진 고슴도치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니 고슴도치 보다는 더욱 단단한 무엇이 된 것 같았다.

 

 ‘주창, 의외로 소질이 있구나. 단순히 이들의 연대를 위하여 군을 맡긴 것이 아니었어.’

 

 심배는 잠시 드는 생각을 접어두고 다시 진을 바라보았다. 우르르 달려드는 월족들이 진과 충돌하였다. 예상대로 진형이 찌그러지기는 했으나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심배는 깃을 올리자 찌그러진 부위를 중심으로 약간씩 진형이 움직였다. 마치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듯이 그들을 대적해 가는 것이었다.

 

 ‘적들의 진을 빼어 놓고 무너지게 하는 데에는 차륜만한 것이 없다.’

 

 그사이에 주창은 호위 기병들을 이끌며 무너지기 일보인 조를 도와주고 있었다. 주창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진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열불이 나는 것은 남월왕과 각 부족의 족장들이었다. 특히 비잔은 더욱 열이 올랐다. 방책에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은 그런 장애물도 사라졌는데 이렇게 나아 갈 수 없다는 것은 인정 할 수가 없었다.

 

 비잔은 커다란 대부 두 개를 휘두르며 방패를 찢어발기고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 가 적들을 도륙했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몸이 두동강이 나면서도 자신의 도끼를 잡는 이들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처절하단 말인가?’

 

 월족은 싸움을 잘하는 것이지 이정도의 처절함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처절하고 집요하였다. 죽어가면서도 발을 잡고 월족의 검에 베어 죽을 것 같으면 칼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자신의 뛰어난 호위병들도 일개병사의 창에 찔려 죽어 나갔다. 사무종 역시 격돌을 이어나간다면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렵다고 보았다.

 

 “월족의 장수들은 들어라! 저기 보이는 망루까지 쇄도하여 승기를 잡자!”

 

 사무종도 느낀 것이다. 진의 흐름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 가에 대하여 말이다.

 

 무력을 가장 인정받는 비잔을 필두로 많은 월족들이 송곳과 같은 진을 형성하며 심배가 있는 망루를 향하여 돌파해 나갔다. 심배는 그를 보며 깃을 흔들었다.

 

 “네놈들의 송곳이 나의 그물을 끊을 만큼 날카로울까? 아니면 그저 그물에 들어온 물고기에 불과 할까?”

 

 순식간에 횡액진은 각각의 조가 나뉘어 흩어지고 겹겹의 방진으로 바뀌었다. 월족들이 망루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물의 모습은 좀더 촘촘하게 조여 왔다. 그리고 그들은 심배가 안배한 작살인 주창을 맞이하게 되었다.

 

 주창은 그물 안을 종횡무진 하며 월족의 옆구리를 쳤다. 월족은 순간진형이 흔들렸다. 병사들은 대응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 속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사무종은 무심하게 그들을 버리고 오롯이 망루를 향할 뿐이었다. 남겨진 이들은 그물과 같은 진형의 먹잇감이 될 일이었다. 물론 쉬운 먹잇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무종은 생각했다. 적진을 지휘하는 저 망루만 차지한다면 진형은 흔들릴 것이고 곳곳에 떨어진 월족의 무력이라면 이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이다. 수적으로 해봐야 수백이나 천이 조금 넘게 차이가 날 뿐이었으니 무력으로 압서는 월족이 우세할 것이라 생각했다.

 

 망루의 근방에 다가오자 청주병들의 발악은 더욱 심해졌다. 마치 뱃속의 새끼를 지키는 곰처럼 사나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사무종을 기쁘게 하였다. 망루를 차지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하였으니 말이다.

 

 심배도 놀랄 일이었다. 적군이 자신의 군세를 이리저리 띄어놓으면서 오롯이 자신을 향하여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월족 장수들의 무력을 깔보기도 했었다. 심배는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심배는 수하에게 명했다.

 

 “너는 주창에게 달려가서 내가 죽더라도 차분하게 적들을 제압하고 승리로 이끌라고 말이다.”

 

 “군사마!”

 

 병사는 놀라 심배를 불렀으나 심배의 표정은 다시 없이 냉정하였다.

 

 “명령이다. 가라! 내가 죽어 군이 흔들린다면 신성을 빼앗긴다. 그리되면 북기군 또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해!”

 

 심배의 단호한 모습에 병사는 하는 수없이 주창에게 달려갔고 반면 주창은 적들이 망루의 근방에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을 막기위해 열심히 달려 그들의 정면에 섰다. 주창이 비장하게 언월도를 두손으로 잡고 그들을 칠 생각을 했다.

 

 “이곳을 무조건 사수한다. 적들이 망루에 다가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충!”

 

 병사들은 비장한 각오로 무기를 다잡았고 저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창의 목으로 비잔의 도끼중 하나가 날아왔다. 주창은 언월도로 막아냈지만 손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비잔은 뛰어 올라 주창을 공격했다. 주창은 언월도를 올려치며 그를 막았지만 이내 도끼가 미끄러지며 말의 목을 쳐버렸다.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말의 머리가 한 번에 잘렸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주창과 비잔을 적셨고 주창은 말에서 뛰어내려왔다. 한 바퀴 구르며 안전히 내려온 주창은 언월도를 지지대 삼아 일어섰고 잠시 후 뽀얀 먼지가 가라앉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태가 말했던 왕이라는 인물과 부딫칠 때 보이던 병사들과 달리 확연히 수가 줄어든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악! 좌측에서 커다란 소리와 비명소리가 같이 들였다. 주창은 놀라 좌측을 바라보았다.

 

 

 뚫렸다. 뚫린 것이었다. 사무종을 위시한 이들이 망루를 향하여 나가고 있었다. 주창은 사무종을 막기 위하여 움직였지만 이내 비잔이 그를 막았다.

 

 “어디를 가시오? 하던 일은 끝내야지!”

 

 “바쁘다. 꺼져라.”

 

 비잔은 ‘크크크’ 거리며 웃을 뿐 주창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도끼로 답할 뿐이었다. 주창은 머리가 하여졌다. 그의 생각은 오롯이 이자를 빠르게 처리하고 심배에게 갈 생각 밖에 없었다. 심배는 주공을 제외한 자신을 크게 믿어준 인물이었다. 진영에서 서로 투덕거리기는 했으나 편견 없이 자신을 대했고 자신을 위하여 진형을 알려주고 무엇이 중한 것인지 설파하기도 했다. 스승과 같은 인물이 심배였다.

 

 “이 찢어죽일 놈아 비키란 말이다!”

 

 주창은 악다구니를 쓰며 비잔의 도끼질을 쳐내고 언월도로 세차게 비잔을 내리쳤다. 그러나 쉽게 질 비잔이 아니었다. 산월의 족장중 가장 무력이 높고 젊은 인물이 그였다. 그가 버티기만 하면 이 전투는 승리로 이끌 수는 있었다.

 

 ‘사무종 그놈은 싫으나 이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야 월족이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

 

 “크크크 어디 넘어가 보시지.”

 

 주창은 분노했다. 자신의 무력이 이것 밖에 되지 않아서 스승과 같은 이를 위험에 빠트리다니 말이다. 아니 잘 못한다면 자신을 크게 믿은 주공까지 위태롭게 할 수도 있었다. 주창은 질 수 없었다. 그가 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것이었다. 주공의 꿈도 황건의 미래도 말이다.

 

 주창의 눈이 변했다. 마치 자신이 증오해 마지않던 혈살자의 그것과 같이 변한 것이다. 그는 이성의 끈을 반쯤 놓아버렸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자신을 막는 비잔의 도끼를 미친 듯이 후려쳤다.

 

 “으아아아!”

 

 비잔은 주창의 괴력에 놀랐다. 힘이라면 자신 있는 그가 주창이 무식하게 내려치는 언월도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내 비잔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주창이 크게 언월도를 들어올렸다. 비잔도 이때를 노려 주창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주창의 언월도가 빨랐다.

 

 쾅!

 

 비잔의 도끼가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비잔의 몸이 머리부터 가운데를 기준으로 짓이겨지며 베어졌다. 아니 베어졌다는 말보다는 그저 나뉘어졌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창은 빠르게 심배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마치 연의 속 주창의 모습과 같이 천리마에 비견 될 정도였다.

 

 주창이 망루에 닿자 주창은 놀란 눈으로 망루를 보았다. 망루는 반파되어 있었다. 주창은 분노에 차올랐으나 이내 그 분노는 눈과 같이 녹아졌다. 그의 눈앞에 피를 질질 흘리는 주태가 사무종의 목을 올리며 주창을 맞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태의 뒤에서 영 재미없는 표정의 심배가 주창을 꾸짖었다.

 

 “장수가 그리 몸을 가벼이 여기며 움직이면 어찌하는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진을 유지하고 병사를 통솔해야지! 아직도 멀었다!”

 

 주창은 심배의 말에 크게 웃었다. 사무종과 비잔, 우돌 등의 지휘층이 죽자 월족의 부족장들은 백기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신성전투는 심배가 이끄는 청주병의 승리로 돌아갔다. 팔천 중 이천이 넘어가는 이들이 죽거나 다쳤지만 이는 단순히 신성에서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월족의 많은 부족장이 죽거나 포로로 잡혔고 특히 남월족의 가장 큰 부족장인 남월왕이 목이 베였다.

 

 그리고 이번에 남월왕이 움직인 일로 황조는 남월을 대상으로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황조가 이번 일을 묵과 한다면 남월이 황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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