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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역린(逆鱗)
작성일 : 17-07-25 15:32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9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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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은 성질이 유순하므로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솟은 비늘[逆鱗(역린)]’이 있으니,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약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군주한테도 역린이 있은즉, 군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한비자』의 ‘세난편(世難篇)’

 

 

 

 

 

 193년 봄 왕하의 세력이 강동을 차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할 때 하북은 거대한 폭풍이 불어 닥쳤다. 조정에서 원외의 전국옥새가 찍힌 서문이 아니라, 황제가 직접 다른 옥새로 조인한 친서가 원소의 손에 들려 하북을 흔든 것이다.

 

 내용이 길고 어려운 말이 주를 이루었으나 그 내용은 이것이었다. 역적 공손찬과 그를 도와 찬동한 이들을 토벌하고 공손찬을 추포하라는 명이었다. 그간의 공을 보아 본인만 처형하고 식솔은 목숨은 살리겠지만 노비로 삼는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것은 원소에게 엄청난 명분을 주었다.

 

 이로써 엄청난 호족들이 공손찬에게서 등을 돌렸고 원소의 휘하로 들어갔다. 유주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역을 제외한 전해나 여러 직접적으로 손 이가는 몇 곳만 공손찬을 지지했다. 순우경에게 붙었던 이들은 질질 끌려가 목이 잘렸다. 순우경은 경질되어 업성 방위와 보급 부대를 책임지도록 되었다. 장살대와 순우경의 정예부대는 고람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소의 휘하의 부대는 중산, 요양, 하간, 발해에서 출발하여 역을 포위하듯 진군을 하며 차근차근 유주를 집어 삼켰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원소가 완벽하게 공손찬을 쳐내고 하북을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다.

 

 

 

 

 

 역경의 공손찬이 거(居)하는 대성

 

 조정의 사자가 황제의 측서를 공손찬에게 올렸다. 물론 이것은 예법을 완전히 어긋난 일이었다. 황제의 측서를 황제처럼 대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지금 공손찬이 그렇게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사자가 잘 알고 있었다.

 

 공손찬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웃음을 지으며 봉서를 뜯고 측서를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공손찬의 웃음은 짖어졌고 이제는 입 꼬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키키킥’ 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사자가 듣는 공손찬의 웃음소리는 악마의 웃음소리와 같았다. 사신은 땀을 비 오듯이 흘렀고 팔이 후들거려 도저히 몸을 받치고 있기가 어려웠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곳에 보낸 것이지?’

 

 정립(程立)은 그야말로 죽음이 앞에 보이는 듯 하였다. 정립은 유대의 별가로 황군을 조직하는 일에 큰 조언을 하였고 유대를 홍농으로 이끌어 황군의 연결자 역할을 만들었다. 유대의 입지는 황군사이에도 크게 늘었고 유대는 겉으로는 정립을 크게 후대하여 그를 황상에게 아뢰어 공직을 내어 줄 것을 약조했으나 돌아온 것은 죽을 자리였다.

 

 정립은 고개를 살짝 올려 상황을 보고자 하였는데 공손찬과 눈이 마주쳤다. 정립은 그 순간 몸이 굳어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백마의종이라 불리는 공손찬이 살기를 줄줄 흘리며 정립을 쏘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립은 고개를 다시 숙여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머리야 제발 말을 들어라.’

 

 공손찬이 키득거리며 황제의 측서를 대충 둘러 손에 집고 상석에서 내려와 정립의 앞에까지 왔다. 정립은 바지에 오줌을 지릴뻔 했으나 이내 정신을 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공손찬은 동내 건달과 같이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측서로 정립의 관모를 툭툭 치며 낄낄거렸다. 그리고 공손찬이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정립은 자를 말하려 했지만 순간 무엇인가 뒷골이 싸해 머뭇거리며 본명을 댔다.

 

 “립, 정립이라 합니다. 계후.”

 

 “이것이 진정 황상께서 친필로 작성한 글이오?”

 

 “예, 폐하께서 직접 작성했습니다.”

 

 “누가 이리 쓰라했는가?”

 

 정립은 대신들의 자나 관직으로 답하려 했으나 공손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직접 대었다.

 

 “마일제가 그리했고 유대, 유비, 유총이 원외가 동승이 그리고”

 

 정립이 말을 이어가자 공손찬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한마디 물었다.

 

 “그래, 유비놈도 나를 배신했구나. 폐하가 달리 말은 없었나?”

 

 정립은 그저 고개를 푹 숙여 들지 않았다. 그러자 정욱의 관모를 잡고 세게 집어 던졌다. 공손찬의 힘이 얼마나 좋았는지 관모가 기둥에 부딪쳐 박살이 나고 일부는 틀어 박혔다. 정립의 머리가 다 풀어 헤쳐지며 봉두난발이 되었다. 공손찬은 이내 화를 참지 못했는지 일어섰다.

 

 “황상이 나를! 나 공손찬을! 역적이라 한다! 내가 말이다!”

 

 공손찬은 일어나 측서를 내보이며 말했다. 그의 수하 장수들과 문관들은 고개를 숙이고 일어설 줄을 몰랐다.

 

 “나는 설마 했다. 아니 의심했다. 이 상황을 이 모든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공손찬의 목소리가 커지며 마지막에는 크게 고함을 질렀다. 살기는 대전을 가득 메웠고 정립은 바로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공손찬은 측서를 갈가리 찢으며 마치 분노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내가 대스승에게 배운 충성과 우국이 역모라 한다. 내가 북방의 이족과 싸우며 유주를 지켜낸 것이 역모라 한다. 내가! 동탁을 쫒아내기 위하여 유비에게 군을 빌려주고 출병한 것이 역모라 한다. 내 식솔을 죽이고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원소를 참하려한 내가! 역모의 주도자라 한다.”

 

 공손찬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한마디를 토해냈다.

 

 “내 인생이 부정당했다.”

 

 공손찬은 뒤를 돌아 전해에게 명했다.

 

 “저자를 끌고 나가고 모두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잠시 나가있으라.”

 

 전해가 나서 정립을 끌고 나갔고 모든 이들이 나가자 공손찬만 홀로 남은 그곳에서 엄청난 소리들이 나기 시작했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 바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울부짖는 소리 욕하는 소리들이 난무하며 대전을 채웠다. 대전의 소리가 잦아들자 공손찬이 다시 제장들을 불렀고 공손찬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피가 맺힌 이마, 주먹 또한 피가 물들어 있었고 옷과 머리는 풀어 헤쳐졌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나이가 들어 새치가 나던 공손찬의 머리와 수염이 이제는 아예 희게 변했다. 그러나 공손찬이 모든 것을 놓고 그런 표정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의 눈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예상하지 못한 공손찬의 답에 제장들이 놀라 공손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손찬의 더해진 말에 더더욱 말을 이을수 없었다.

 

 “나는 황상의 뜻대로 역적의 될 것이다. 이것이 황상의 명이 아니겠는가?”

 

 괴변, 완벽한 괴변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누구도 공손찬의 말을 깰 수가 없었다. 공손찬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그들도 역신이 되었기 때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성에 가두어져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어찌 원소를 꺾는다고 하여도 누가 역신을 따르고 그 밑에 들어오겠는가? 완전히 황실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제후들이 여전히 굳건히 있는데 말이다.

 

 이겨도 진 것이요. 져도 진 것이니 승리하여 무엇하고, 패배하면 목숨을 잃는 상황이었다.

 

 공손찬은 눈을 활활 태우며 말했다.

 

 “우리를 이리 만들었는데, 원소가 원하는 것은 쉬이 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자 모두가 하나 같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사옵니다.”

 

 “얻고자하면 잃는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공손찬은 검을 뽑아들었다.

 

 공손찬은 북방에 령을 내려 이족을 막던 모든 군을 남으로 향하도록 했다. 유주의 호족을 쓸어버리고 알아서 뿔뿔이 흩어져 원소군을 공격하도록 명한 것이었다. 북방의 수비군들이 모든 거점을 버리고 남하하니 수가 물경 20만이 넘었다.

 

 공손찬을 그를 시작으로 역에 주변 모든 군세를 모으도록 하였다. 호족들의 봉기로 대대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아직 숫자로만 30만이 육박하는 군세였다. 그들 앞에 공손찬이 단에 올라 나지막이 외쳤다.

 

 “독자, 15세 미만, 50세 이상은 군에서 제외시켜라.”

 

 그 말이 나오자 일부가 안도를 하며 좌우로 물러났다. 잠시 후 공손찬이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평생의 목표로 충을 세우고자했다. 대스승(노식)이 그리 가르쳤고 그리 배웠다. 우국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여 곡기를 참고 말을 달리며 이족과 싸웠다. 죽을 뻔 한 전장도 수백이 넘어갔지만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알아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나는 역적이 되었다. 평생의 삶은 무의미해졌고 더 이상 살 필요가 없어졌다.”

 

 공손찬은 나아가 황상의 측서를 내밀었다.

 

 “황상이 우리를 넘어 이 연국을! 모두 역적으로 매도했다. 백마는 이족을 막는 황상의 군대가 아니라! 자신의 목을 치는 반역의 무리로 치부했다.

 

 “우리가 왜! 북벽을 지켰는가?”

 

 “우리가 왜! 굶주리면서도 말을 달렸는가?”

 

 “우리가 왜! 싸웠는가? 우리가 왜! 아비는 아들을 가슴에 묻으며, 아들은 아비의 자을 치룰 시간도 없이 북벽에서 싸웠어야 했는가!”

 

 “그 대답이 역적이다.”

 

 공손찬은 뒤에 보이는 역경을 불태우라 지시하며 모인 제장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식솔들은 내가 내손으로 모두 죽이고 돌아왔다.”

 

 모두가 공손찬의 말에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었다.

 

 “역경이 불타오르면 같이 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천하를 불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를 태울 것이다.”

 

 “연인(燕人)은! 죽을 때까지 싸울지언정 노예가 되지 않는다.”

 

 잃을 것이 없는 공손찬이 역경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허유는 말을 타고 업성에서부터 부리나케 뛰어왔다. 말은 거품을 물었고 허유는 잠을 자지 않았는지 눈 밑마저 짙게 검어졌다. 땀은 비 오듯이 흘렀고 옷은 땀에 절어 축축이 젖어있었다. 아직 추위가 가지 않은 봄이라 그런지 허유의 몸에는 김이 올라왔다. 허유는 빠른 발걸음으로 원소의 군진으로 들이닥쳤다. 근위병이 막으려 했으나 허유가 너무 강하게 나오자 어쩌지 못하고 들어가게 하였다.

 

 허유는 군막을 대차게 들어가 원소를 향하여 한번 눈을 부라리더니 이내 주변의 모사들을 보며 악을 질렀다.

 

 “네놈들은 머리가 있는 놈들이더냐?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도 이리 웃으며 차를 마시고 있단 말이야!”

 

 허유에 대갈에 봉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오랫동안 허유의 밑에서 일해 왔으나 이제는 같은 참모진의 일원인데 이리 하대를 하니 기분이 꽤 좋지 않았다.

 

 “종사, 종사께서는 업성의 방위를 맡은 안동장군과 같이 업성을 지키라고 진군대장군의 명이 있었는데! 어찌 이리 명을 어기고 오셨다는 말입니까?”

 

 허유는 자신의 밑에서 서관 역할이나 하던 봉기가 자신에게 대들자 어이가 없어 잠시 봉기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원소를 보았다.

 

 ‘하북을 차지한다는 대망에 눈이 멀었다. 측서는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고 그리 말을 했는데도 그리 급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말인가?’

 

 허유는 그런 중대한 측서가 몇 개월 걸리지도 않고 원소의 품에 안긴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시기도 재지 않고 대뜸 발표한 원소가 눈이 멀었다고 판단했다.

 

 “본초 이들을 물려주게.”

 

 원소는 인상을 찌푸렸다. 허유에게 군신의 예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관에 대한 예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정벌을 토벌을 위촉하며 황제가 내린 진군대장군이라는 자리는 2품의 높은 자리에도 불구하고 허유는 그를 무시하고 있었다.

 

 “자원, 예를 지키게 이들도 나를 보좌하는 모사들이네.”

 

 허유는 원소의 눈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친우의 예가아닌 군신의 예를 바라는 눈이었다. 허소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자신만이 그를 친우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원소는 그저 자신을 도구로 여기며 필요에 의해 쓴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허유는 극진한 예를 표하며 원소에게 말했다.

 

 “장군 부디 이들을 물리어주소서. 소인이 할말이 있나이다.”

 

 그가 극진한 예를 표하자 원소는 그가 조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허유가 이리 찾아 온 것은 급한 일이 있음 이었다. 그를 알고 이내 좌중을 물렸다. 허유는 그들이 물러가자 이내 대뜸 물었다.

 

 “어찌하여 측서를 그리 빨리 발표했나?”

 

 원소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사의 책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군주의 결정에 달렸다. 그런데 모사가 군주를 꾸짖다니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그것은 모사들과 모두 검토한 사항이네 더 이상 묻지 말게.”

 

 그러자 허유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허유는 그들을 모두 매도하였다.

 

 “모사? 머리에 든 것도 없는 것들을 말하는가? 아니면 눈이 없는 자들? 아니면 귀 없는 자들? 아니면 입 없는 자들?”

 

 원소는 허유의 말에 대로하였다.

 

 “자원! 자네의 오만함도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면 곧장 관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함이네!”

 

 허유는 원소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무사심이 없었다는 말인가? 측서를 공개한 것이?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이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네.”

 

 “아니. 그것만 발표하면 호족이 일어나고 하북이 네 손에 떨어진다고 생각했겠지.”

 

 “자원!”

 

 원소의 말에 허유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원소를 오랬동안 옆에서 보았던 허유였기에 그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냥 듣게! 내 분명 말했네. 유주를 모두 손에 넣고 난후에야 그를 발표하라고. 그도 아니라면 북벽의 군졸들을 포섭한 후에 그를 발표하라했네. 나는 자네를 믿고 중간을 위로하기 위해 업으로 향하였네, 그런데! 머리가 없는 이들의 감언이설에 홀려 이런 일을 만들다니!”

 

 원소는 이내 분기를 참기 힘들었는지 일어서 주먹을 쥐었다.

 

 “자원!”

 

 허유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일어서 원소에게 말했다.

 

 “내 그대에게 임관한 것은 예로써 살기보다는 친우로써 옆에서 간간히 책안이나 내고 콩고물을 얻어내며 부로써 그냥저냥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고자 함이었네. 그런데 이제는 이마저도 위태롭게 되었네. 그것을 아는가? 본초! 너는 이제 하북에 대죄를 지을 것이네.”

 

 원소는 허유의 장담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허유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 말했다.

 

 “자세히 말하게.”

 

 “이미 지난일인데 말해 무엇인가?”

 

 “허유! 말하라했네!”

 

 허유는 웃음을 흘리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몇 발 가서 이내 군막의 천을 들어 올렸으나 정 때문인지 다시 돌아와 원소의 앞에 섰다. 원소에게 극진한 예를 올리고 간했다.

 

 “자네는 공손찬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네. 그는 북벽의 신화적인 인물이고 아직 유주의 인망을 잃지 않았네. 호족이 아무리 강성하다 하여도 북벽의 군세에 비할 것인가? 이를 알고 내 업성의 중간에게 말해두었네 군을 정비하고 이곳으로 올라올 것이야. 부디 대망을 이루시게.”

 

 허유가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 나가자 원소가 그에게 물었다.

 

 “자네. 어디로 가려하는가?”

 

 “아만의 옆에 가려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말게. 업성의 가산도 모두 처분하였네. 그래도 안전해 보이는 것은 병주이니 그곳으로 가볼 심산이네.”

 

 “궁벽한 곳에 가서 무엇을 어쩌려고.”

 

 “일단은 살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내 곁이 가장 안전할 것이네.”

 

 “본초 그대가 나에게 예를 바라지 않았나. 친우를 군신의 예로 대하고 싶지는 않네.”

 

 그러자 이내 원소에게서는 답이 없었다. 원소 역시 군신의 예로 자신을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숨기지 않았기에 허유는 떠나는 것이었다.

 

 “중간이나 잘 챙겨 주시게. 머리 없는 놈들 보다는 더 나을 것이야.”

 

 “알았네.”

 

 허유는 군막을 나와 한숨을 훅하고 내쉬었다. 그리고 온몸이 뻐근했는지 몸을 풀며 웃음을 지었다.

 

 “하, 가볍구만.”

 

 무엇이 가벼운지는 알 수는 없으나 허유는 웃음을 지으며 병주로 나아갔다.

 

 허유가 떠난지 얼마지 않아 원소는 대책을 세우고자 모사들을 불러 안을 논하고자 했는데 이내 그 생각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전령이 원소군 군막에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모든 일이 무의미 해졌다.

 

 “보고요!”

 

 원소는 손을 올려 말하라 명했다.

 

 “대공자가 이끄는 발해군이 전해의 부대에 대패하여 퇴각하고 있습니다.”

 

 역수 근방에서 진을 치고 대기 중이던 원담은 전해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패퇴하고 만 것이다.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원담인데 원소는 더더욱 마음에서 멀어지게 하였다.

 

 다른 전령이 예를 표한 후 보고했다.

 

 “범양에 주둔 중이던 고간군이 패퇴하여 북평까지 밀려났습니다.”

 

 “아룁니다. 건의중랑장이 고양현에서 적군과 대치중에 있습니다. 적군의 수가 물경 4만에 이르니 구원군을 부탁하셨습니다.”

 

 원소는 손에 들고있던 잔을 떨어트렸다. 허유의 말이 모두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공손찬은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고 있었고 원소는 아직 그들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알았다. 물러가라”

 

 원소는 좌중의 모사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죄인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특히 허유의 책안을 거부하고 빠르게 측서를 발표하여 유주일대를 차지하는 것을 간한 봉기는 덜덜 떨고 있었다.

 

 “안동장군(문추)에게 군사3만을 주어 고양을 돕도록 하여라. 또한 안서장군(안량)에게 5만의 군을 이끌고 고간을 도와 북평을 지키게 하라.”

 

 “충!”

 

 “원도.”

 

 “예! 주공”

 

 봉기는 정신이 번쩍 들어 예를 표하며 답했다.

 

 “1만을 주겠다. 하간으로 향하여 적군이 발해까지 내려가는 것을 막아라.”

 

 “충!”

 

 “어렵게 되었구나. 어렵게 되었어.”

 

 원소는 아직도 공손찬을 약하게 보면서 단지 어렵게 되었다며 승리를 쉽게 예상하였다. 그러나 공손찬이 바라는 바는 공멸이었으니 단순히 어려운 정도를 넘어서게 될 것이 보였다.

 

 

 

 공손찬군 군막

 

 공손찬은 희게 새어버린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정립을 바라보았다. 정립은 바닥에 엎드려 공손찬을 대하였으니 공손찬이 그를 비겁하다 여길 만 했다. 그러나 무장도 아니면서 자신의 살기를 오래 버티었으니 병약한 문사 나부랭이는 아니리라.

 

 “내 옆에서 나를 돕는 것은 어떤가?”

 

 대뜸 공손찬이 하는 말에 정립을 당황스럽게 하였다. 그러나 이내 정립은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계후, 죄송하오나. 소인은 그럴 능력이 되지 못하옵니다.”

 

 “싫다는 말을 꽤나 돌려 말하는군. 되었네. 나싫다는 사람을 데려다 써서 무엇 하겠는가?”

 

 정립은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이내 공손찬의 말에 기겁하였다.

 

 “허나 살아 나가고 싶으면 원소놈을 죽을 정도로 괴롭힐 계책은 놓고가게. 그도 아니면 그대 머리를 잘라 보내지.”

 

 정립은 머리를 빠르게 돌리며 방도를 찾았다. 살아야 무엇이든 하지 않겠는가?

 

 “계후, 후일 살아남는 것을 바라지 않으신다면 원소를 무너트릴 방도가 있기는 하옵니다.”

 

 공손찬은 웃음을 지으며 정립을 바라보았다. 이마를 땅에다 대어 얼굴을 바라보기는 힘들었으나 공손찬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무엇인가?”

 

 “원소의 힘은 원가에서 나옵니다.”

 

 “그것을 모르는 자가있던가?”

 

 “그러니 하북의 원소를 따르는 원가를 멸살시키면 되옵니다.”

 

 “하?”

 

 이런 생각은 보통의 군벌에게는 설득하기 힘든 계책이었다. 원가의 힘은 단순하지 않아 정치, 경제, 군을 망라하여 손이 뻗어 있으니 그들을 치는 순간 군벌로써 삶은 끝이라고 보면 됬다. 그러나 공손찬은 원소와 그의 곁에서 황상을 부추겼던 이들에게 커다란 욕을 보이고 쓰러지면 됐다. 더해서 천하에 혼란을 더욱 가중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텐데? 모르면 볼 것도 없이.”

 

 공손찬의 손에 검이 들리자 정립이 허둥지둥 말을 꺼내었다.

 

 “아옵니다. 아옵니다. 허나 모든 원가를 죽이자는 것이 아니옵니다. 여기저기 찾아가며 죽이는 것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러하니 단순히 발해와 업현을 불태우면 됩니다.”

 

 “하? 발해는 그렇다고 치지만 업현까지 내려가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중산부터 상산, 거록을 넘어 한단을 넘어야한다. 그 전에 무너지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대군이 모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발해를 먼저 불살라버리면 원소가 전면전을 하고자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업현의 원가를 뿌리 뽑는 것입니다.”

 

 공손찬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는 안됐다. 원소를 다시재기가 불능하게 만들어야 했다.

 

 “원소가 다시 일어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원소가 전면전에 죽더라도 그의 가족이 일어 설 수 없도록!”

 

 “병주에 원가의 방계인 원겸이라는 자가 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도우라는 것인가?”

 

 “그를 공격하십시오.”

 

 공손찬의 머리에 물음표가 떴으나 정립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마디 더 올렸다.

 

 “그를 공격하여 그를 키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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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역린(逆鱗) 2017 / 7 / 25 354 0 26168   
26 암중지수(暗中之手) 2017 / 7 / 25 316 0 24862   
25 암중지수(暗中之手) 2017 / 7 / 25 286 0 13279   
24 계교전투 2017 / 7 / 25 327 0 19589   
23 각자의 답 2017 / 7 / 25 332 0 11499   
22 천의(天意)의 향방 2017 / 7 / 25 325 0 3442   
21 천의(天意)의 향방 2017 / 7 / 25 300 0 21612   
20 무지불혹은 사로일행(無知不惑, 死路一行) 2017 / 7 / 25 320 0 15094   
19 인연 2017 / 7 / 25 288 0 8728   
18 군웅할거 下 2017 / 7 / 25 292 0 19929   
17 군웅할거 上 2017 / 7 / 25 302 0 22505   
16 비수가 파고들다. 2017 / 7 / 25 296 0 12777   
15 화마(火魔, 化魔) 2017 / 7 / 25 293 0 8771   
14 금선탈각(金蝉脱殻) 2017 / 7 / 25 316 0 8123   
13 조조 2017 / 7 / 25 301 0 4502   
12 비수 2017 / 7 / 25 303 0 8889   
11 거래 2017 / 7 / 25 325 0 11542   
10 반동탁연합 2017 / 7 / 25 303 0 13581   
9 仁義之端是非之途(인의지단 시비지도) 2017 / 7 / 25 315 0 3013   
8 한발짝 움직이다. 2017 / 7 / 25 310 0 23656   
7 손안의 모래알과 같아라 2017 / 7 / 25 314 0 6245   
6 움직임 2017 / 7 / 25 297 0 6808   
5 지재(智材) 2017 / 7 / 25 323 0 11839   
4 낙양 혈란 2017 / 7 / 25 323 0 9603   
3 만선 2017 / 7 / 25 335 0 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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