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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암중지수(暗中之手)
작성일 : 17-07-25 15:30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2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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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손 그는 원래라면 육가의 행사에 참여도 못할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육가의 방계로 있었으나 조부와 아버지의 능력이 차고도 넘쳐 본가를 넘을 정도였다. 육손은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당조부인 여강태수 육강의 임지에서 성장했다. 본디 원술과 분란이 심해져 손책의 손에 목이 떨어졌어야 하나 그 임무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육강과의 일이 모두 끝나고 육손은 왕하와 독대를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였다. 해봐야 열 살 남짓이나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겉모습은 아이인데 속은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이러하니 육강이 어린 육손에게 가문을 맡긴 것이겠지. 그래서 손권이 무서워 한 것이고.’

 

 손권은 육손의 덕에 촉한을 물리치고 그의 덕에 황제의 자리에 올라놓고 팽을 시킨 것이다. 그것도 별 시답지 않은 일로 유배를 보내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것은 육손 자체에 대한 견제인 것이다. 그의 능력이 어린 나이에 이정도 일진데 장성하였을 때는 어찌 하였을까?

 

 ‘주유나 여몽, 노숙이 있었을 때는 그를 견제라도 했지 구신(舊臣)들이 죽고 나서는 홀로 육손을 대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다 육가에는 구원(舊怨)까지 있으니 육손을 죽여야 자신이 살았겠지.’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상황은 바뀌어 있었다. 육손이 직접 달려와 매달리는 형상이었다. 육강은 정당한 권력을 이양 받은 자신에게 검을 들이대었다. 특히 수적을 이용하였으니 그 죄는 실로 컸다. 그런 상황에서 육가가 받을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마음으로 육손이 달려와 이를 고한 것이었다.

 

 “차분하구나?”

 

 육손은 왕하가 입을 떼자 찻잔만 지긋이 보며 차도 따르지 않던 육손이 그제야 왕하를 바라보았다. 육가의 대표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많이 어린나이였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조차 연기라면 대단을 넘어선 일이겠지. 고작 열 살쯤 된 아이인데.’

 

 왕하가 말을 먼저 묻기로 하였다. 어린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결정하라고 하여서는 그가 원하는 답을 얻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바는 단순한 이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말하지.”

 

 “태수님이 원하는바 말씀이십니까? 강동의 육가가 태수님의 아래 무릎 꿇었습니다. 그것으로 부족한 것입니까?”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부족한가? 많이 부족하였다. 겨우 강동의 육가 하나를 얻자고 자신을 도모한 가문을 멀쩡히 살려둔 것이 아니었다. 육가 하나를 살렸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죽이려 한 가문일세.”

 

 “전 가주의 독단이고 무능한 탓입니다.”

 

 육손의 말에 왕하는 미래의 정치인을 생각나게 하였다. 자신이 속한 단체가 잘못을 했음에도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이끌던 이가 잘못한 것이라는 비겁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이었다. 물론 증좌가 없으면 붙들어 놓기 어려운 변명이기도 했다.

 

 “정말 아무런 도움이 없었나? 없었을까? 돈이 흘러나간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가문에 사졸들이 모이고 나가는 것 그리고 그곳에 드나드는 인물들을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는 않겠지? 이미 그대의 판단은 늦고도 늦었다.”

 

 “저희가문이 전가주의 독단을 막기 위해 어렵게 움직인 것을 이리 모욕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웃음을 크게 지었다. 비웃음이 틀어져 나오는 것을 힘겹게 참으며 눈빛이 독해지며 육손을 바라보았다.

 

 “육강이 나를 도모하려는 것은 꽤 오랜 전이다. 아는가?”

 

 “모르는 바입니다.”

 

 “모른다고?”

 

 “그러하옵니다. 가주의 행동을 제약할 힘은 제게 없습니다.”

 

 “힘이 없다라? 웃기는 일이군 돈을 움직이는 장로와 창고를 관리하는 장로를 수족처럼 다루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모른다고?”

 

 육손은 놀라 왕하를 바라보았다. 육가내부에 사람이 있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왕하는 거세게 몰아 붙였다.

 

 “재물을 움직이는 두 장로가 너와 가까이 하는데도 그를 몰랐다 하는 것은 네가 엄청나게 무능하거나 이를 숨기고 있는 것이지. 두 가지 모두가 내가 육가를 살려둘 필요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군을 움직여 육가를 뒤지고 모조리 찾아냄이 우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참하고 연좌의 죄를 물어 육가를 강동에서 지워야겠지.”

 

 왕하의 말에 육손은 덜덜 떨 뿐이었다. 왕하는 그리고 온순한 봄바람처럼 바뀌어 육손에게 물었다.

 

 “그러니 내 말에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명분이라는 놈은 이미 내손에 있다. 그대가 벗어나려고 하면 나는 가볍게 칼을 들면 그뿐이다.”

 

 “허나 저희가 없다면 강동을 차지한 후가 어려울 것입니다.”

 

 왕하는 그런 육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못할 것 같은가?”

 

 그리고 왕하는 죽간 뭉텅이를 꺼냈다.

 

 “이것은 육강이 사졸을 모을 때 이리저리 변통하고 모은 자금이지 거기다. 여기에 관련된 가문에 그들이 가담한 시기까지 모두 여기 있다. 과연 여강 하나만 연관 되어있을 것 같나? 강동의 사성이라는 육가의 가주이다. 그의 입김이라면 강동이 들썩였을 것이다. 강동이 모두 내게 약점을 잡힌 것이다.”

 

 “그들이 이것을 알면 죽기 살기로 달려 들 것입니다.”

 

 “채찍과 당근을 같이 주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당근을 받기 위하여 한마지로를 다하겠지.”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육손이 눈을 내리깔았다.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이해를 한 듯싶었다.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그대들이 선도하여라. 귀족의 진정한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라.”

 

 “그것이 무슨 뜻 입니까?”

 

 “나의 앞잡이가 되어 강동의 귀족의 근원을 근본부터 바꾸어라. 나는 법가와 같이 모두에게 같은 법을 적용할 것이오. 강한 법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유가의 말대로 교육을 부흥할 것이다. 단지 그 범위는 묵가와 같이 겸애하여 강동의 모든 백성을 가르칠 것이다. 상업을 장려하여 천하가 좁다고 상인들이 돌아다니게 할 것이다. 그리고 잡가와 같이 옳은 생각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일이 없게 할 것이다. 사상을 자유롭게 하고 새로운 지파를 열 수 있는 강동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육손은 놀라 자리에 일어나서 왕하를 노려보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눈이 서릿발과 같았다.

 

 “태수 역천을 바라고 있음이오?”

 

 “역천? 그것이 어찌 역천이지?”

 

 “한은 고래로 유가를 신봉하고 따랐소. 그 어찌 역천이 아니겠소?”

 

 말투가 변화한 것을 보았다. 이것을 진정 역천이라고 보는 것인가? 역시 이시대의 인물일 뿐인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은 어찌 되었는가?”

 

 왕하는 격분하듯이 말을 하였다.

 

 “그래서 한은 어찌 되었는가 물었네. 한이 언제 한번 백성이 안락을 누렸는가? 분란은 끊임이 없었고 평안의 시간은 현군의 한 대에 머물렀네. 아니 그것은 백성의 안락이 아니라 권족들의 안락이겠지만 말이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르렀네. 진과 한의 차이는 몇 대를 지났는가의 차이일 뿐이네. 결국에는 백성들은 고통 받았고 백성들의 난에 의하여 뒤집어 졌다는 것이다.”

 

 물론 왕하의 말도 빈틈투성이였다. 모든 국가의 흥망은 사람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올바르다면 제도가 엉망이라도 국가는 이어나가고 제도가 완벽하더라도 사람이 타락하면 국가는 무너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왕하는 육가를 다른 가문들을 선도해 나가는 가문으로 만들기 위하여 움직인 것이다.

 

 ‘이들이 움직이면 다른 가문들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나의 주변의 가문들은 어차피 나를 따라 움직일 것이니 그것이 유행이 되고 문화가 될 것이다.’

 

 육손은 패배를 시인하고 밖으로 나설 수밖에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육손의 표정은 밝기만 하였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다는 것처럼 말이다. 장로들이 모여 육손에게 물음을 하자 육손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장로들이 거리를 유지하였다.

 

 “별 것 아닙니다. 저희는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별것이 아니라니요. 가주 단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문은 유지 될 것입니다. 단지 우리는 주공이 되신 태수님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태수님을 이끄는 것입니까?”

 

 “아니요. 주공께서는 손으로 가르키기만 할 것입니다. 길을 내는 것은 우리가 해야 겠지요.”

 

 “그것은 앞잡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태수의 화살받이가 된 것입니다. 권족들의 질타는 우리가 받을 것입니다.”

 

 육손은 손을 내저었다.

 

 “단지 그것만 있지는 않습니다. 태수께서 향하는 길은 옳은 길이니 그곳의 길잡이가 된다면 우리 가문은 강동제일 가문이 아니라 천하가(天下家)를 노려볼만 할 것입니다.”

 

 “순씨나 두씨와 같이 말입니까?”

 

 “예, 주공의 길은 험난하지만 잘 따르면 우리는 만세를 살아가는 가문이 될 것입니다.”

 

 육손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저울질하고 마지막까지 시험을 한 것이리라. 그러나 마음속에는 충성이라는 그림이 그려갔다.

 

 ‘단순히 강동의 제패할 인물 정도여도 충성을 다하려했다. 헌데 인물됨이 그를 넘어 만세의 길이 남을 인물이지 않은가? 만방의 문물과 사람이 모여드는 강동이라 빨리 보고 싶구나.’

 

 

 

 

 가후가 국의와 함께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국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군사, 그런데 그 뭣이냐 백개선생께서 만든 전서 한 장으로 유요를 낙양으로 쫒아버릴 심산 아니었습니까?”

 

 가후는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장군께서는 그냥 이런 물건을 주면 바로 달려가겠습니까?”

 

 “의심부터 할 겁니다.”

 

 “그것입니다. 저들도 절박하게 만들고 우리도 절박한 것처럼 해야 믿는 것이지요.”

 

 “옳은 말씀입니다.”

 

 “군사선생 헌데 저들을 급박하게 만드실 요량입니까?”

 

 “목 끝에 칼이 들어오게 생긴 것이 급박한 일이지요. 북기는 단숨에 말릉 앞까지 진군 할 것입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후는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시세를 가늠하였다.

 

 “아니요. 북기에게는 쉬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을 준비해야지요. 유요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국의는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 가후를 바라보다 말고삐를 쥐었다.

 

 ‘가선생의 말대로 유요 만 있는 것이 아니지. 엄백호라는 인물과 왕랑, 허씨일가와 결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긴장을 푸는 순간 주공의 염원은 날아가 버린다. 주공의 기반 내가 만들어 드릴 것이다.’

 

 그러나 가후의 그림 속에 북기의 진군은 딱 말릉까지였다.북기군의 장수막사 장합과 최염, 심배, 저수, 태사자, 서황등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누가 이들에 대하여 평가하라고 하면 아마 최소 A급에서 S급의 인물들이라고 평할 것이었다. 그런 인물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강동의 구석구석을 논하면서 서로 군략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좋게 의논되는 것은 양동작전이었다. 군을 두 개로 나누어 곡아를 양쪽에서 압박하고 마지막에는 채옹의 서문을 전달하여 숨통을 틔어준다면 버선발로 뛰어와 인장을 바치고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심배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우려스러운 말을 꺼내었다.

 

 “허나 군사를 나누면 양초의 보급이나 군사의 약세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가후는 말을 움직였다. 움직인 말은 두 개로 나누어져 큰 말은 우저로 작은 말을 횡강진 쪽으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모두 호오라는 말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을 하는 표정이었다.

 

 “먼저 본대가 우저를 공략하면 유자사는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심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어투에는 아직 걱정이 가득했다.

 

 “유자사께서도 쉬운 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투에서 아군이 압도적으로 적군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유자사께서 아군의 책을 눈치 챌 수도 있음입니다.”

 

 가후는 장수의 면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국의를 보았다. 국의는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모두가 이해하는 전략을 알아내기 위하여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후의 시선을 받자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보였다.

 

 “국장군 가능할 것 같소이까?”

 

 “그, 군사선생께서 무슨 말 하는지 이해를 하기는 하는데”

 

 가후는 웃음을 띠며 물었다. 국의가 전략이나 큰 그림을 보는 것에 어리숙하기는 하지만 이중에서 실제 전투에 관한 누구보다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그가 어렵다하면 어려운 것이요,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었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분명 유요가 받을 것이니 그러나 시기가 문제일 것인데. 아군이 점령하는 속도를 서로 아는 것은 아니니 연락할 방도를 선생께서는 가지고 계십니까?”

 

 국의의 말에 심배나 저수가 흠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또한 육로로 간다면 강을 따라 가야하는데 이렇게 긴 거리를 빠르게 가는 것은 아무리 기마라 하여도 힘들 것인데. 이미 여강과의 거리가 상당하니 보급로는 한 없이 길어 질 것이니 군을 나누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장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국의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가 자신이 대장인 것을 떠올리고 근엄하게 표정을 바꾸었다.

 

 “육로로는 힘들지요. 허나 배를 타면 무리는 없습니다.”

 

 “배요? 허나 수군은 육강이라는 작자가 해적을 막는 다고 남아나지 않을 텐데.”

 

 “이미 출발했을 것입니다. 빨리 움직여 유수구에 닿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국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까지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투야 백이면백 이길 것입니다. 지형은 이미 훈련으로 많이 익혔고 풍토병도 이미 주공께서 많은 은혜를 주어 극복했으니 그렇게 걱정할 바가 없습니다.”

 

 군문에는 뒤늦게 참여하게 된 태사자가 자신만만한 이들이 걱정도 되고 궁금하여 옆의 서황에게 묻는 것이 국의의 귀에까지 들려갔다.

 

 “자네 순우장군의 장살대를 아는가?”

 

 태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존하는 군사들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순우장군의 장살대는 같은 숫자라면 피해가 없이 상대를 주살할 것이라 평하고 그들보다 열배 이상이 돼야 대등 할 것이라는 평이 깔려있었다.

 

 “그들을 넘어선 군세가 우리일세.”

 

 국의의 당당한 자신감에 태사자는 우려를 느꼈다. 북기가 강군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다지 믿을 만 하지는 않았다.

 

  ‘3만에 가까운 군세가 모두 장살대에 가까운 무위라니 그러하다면 어찌해서 이리 궁상맞게 여강태수는 이리 움직이는 것일까? 그냥 화끈하게 움직여 몰아친다면 강동땅은 태수의 손에 떨어질 터인데.’

 

 태사자의 옆에서 말없이 조용하던 서황이 조용히 태사자에게 말을 건네었다.

 

 “북기대장께서 저리 당당한 것은 사실이라 그러하다. 그리 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대장이 정한 책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 그뿐이다. 군세가 강하더라도 장수가 무능하면 필패이다.”

 

 태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야 자신의 일을 하면 될 뿐이었다. 자신의 군세를 알고 적을 파악하는 것은 감군인 저수와 심배나 군사인 가후가 할 일이었다.

 

 

 

 

 

 여강땅은 이미 정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왕하는 일의 주모자들을 처단하고 그들과 연관된 이들을 신속하게 처벌하였다. 주모자뿐만 아니라 연관된 이들의 가산을 몰수하고 사병들을 모조리 관노로 만들어 노병으로 만들었다. 토지는 왕하의 손에 들려 모조리 관에 귀속하고 그곳을 관리하던 가노들을 이용하여 관리하며 일정 날짜가 지나면 면천을 담보로 하였다.

 

 그리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강동의 육가였다. 육가가 직접 나서 주모자들을 고발하고 그간 있었던 비리나 여러 부패 등을 고발하니 여강의 유수가문들이 남아나지가 않았다. 그로 인하여 그들의 비난은 육가로 향하게 되었다.

 

 왕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수많은 죽간들을 처리하며 골머리를 쓰고 있었다. 수군이 된 수적 반수를 북기를 돕기 위해 움직임, 이번에 노군(奴軍)이 된 이들을 관리하는 것에 움직일 자금, 많은 가문의 공백을 채울 인물들의 천거, 관지(官地)가된 지역의 제가와 그 곳을 맡은 인물들에 대한 문서 등등이 쌓여있었다. 왕하는 하나하나 확인하고 서인을 하고 넘기는 데도 팔이 빠질 것 같았다.

 

 ‘자어공에게 맡기고 도망가야겠다. 그리고 한지를 보편화 시킬 생각을 빨리 해야겠어 죽간은 너무 난잡스럽고 쓰기도 어려워.’

 

 왕하는 어느정도 해결한 죽간들을 물리고 화흠을 개인 집무실로 불렀다. 화흠은 단정한 복장으로 왕하를 만났다. 그러나 화흠의 옷은 군데군데가 해져 왕하의 얼굴을 찡그리게 하였다.

 

 “자어공 제가 드린 옷감들은 어찌하고 이리 해진 옷을 입고 오셨습니까?”

 

 왕하가 그리 말하자 화흠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자신의 옷이 많이 해진 것은 자신도 알고 있는 바였다. 어차피 강동이 많이 따뜻하니 그리 걱정하지도 않았다.

 

 “패주 그 재화로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왕하는 살며시 이마를 짚었다. 이 인간 정말 답이 없다는 표정이 나오려 했으나 그나마 참고 화흠을 바라보았다.

 

 ‘나이도 꾀나 있는 양반이 어찌 어려움을 자처하는지 그냥 옷을 내릴 것을 잘못 한 것 같았다.’

 

 “내가 공에게 옷감을 내린 것은 그대가 건강하여 오랫동안 정무를 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헌데 그것을 그리 쉬이 넘기는 것입니까?”

 

 화흠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허나 아직 이렇게 건강하니 아직은 괜찮습니다.”

 

 왕하는 이만 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내고는 본론을 꺼내기 위해 화흠에게 말했다.

 

 “자어공 여강태수직을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왕하의 말에 화흠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인 듯 하였다.

 

 “허나 아직 여강의 각지는 불안하기 그지없고 호족들이 지역에서 세력을 모아 이곳을 공격한다면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왕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육가가 손안에 들어온 이상 이번 일에 육가가 뒤통수를 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우위를 언제나 점할 수 있었다.

 

 “육가가 머리가 있다면 우리를 배반 하지 않을 것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육가가 버틴다면 여강의 호족들이 위이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허나 그들을 벼랑으로 몬다면 다른 죽자고 달려들 수도 있음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주어야죠. 무작정 공포는 반발만 줄 테니 말입니다.”

 

 “무엇입니까?”

 

 “과거(科擧)를 지방관을 뽑는데 써볼까 합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시험입니다. 시험을 쳐서 지방관을 뽑는다는 말입니다.”

 

 화흠은 그 말에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감정을 꺼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하면 간자를 깊숙이 끌어 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걱정할 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정국이 안정되기 전에 이를 시행함에 있어 고위직을 내어줄 생각을 없습니다. 단지 기주에서 했던 일을 저들에게 던져주는 것이지요.”

 

 “교육을 맡기는 것입니까?”

 

 “초기에 과거에 뽑힌 이들은 많이 힘들 것입니다. 죽을 수도 있지요.”

 

 “설마 월지에도 그들을 보낼 요령입니까?”

 

 “예 장강이만을 온전히 저의 땅으로 만들 참입니다.”

 

 화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염을 쓰다듬다. 왕하를 보았다.

 

 “허허, 패주께서 이리 부른 것은 일을 넘겨주기 위함이겠군요.”

 

 “큰 줄기는 어느 정도 만들었습니다. 남은 것은 자세히 보는 것입니다.”

 

 화흠이 왕하의 말에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그 말이 자세히 볼일은 많이 남아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왕하는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5일뒤 왕하는 주태와 허저, 진도, 노숙이 배를 타고 움직였다. 왕하는 흔들리는 배위에서 한가로이 낚싯대를 내려 눈을 지그시 감으며 생각에 잠기었다. 그것은 육손에게 들은 주의였다. 육손의 말은 예상하지 못한 말이기도 했고 호기심이 드는 일이기도 했다.

 

 “엄여만 조심하면 강동에서 위험 것은 없을 것입니다.”

 

 “엄여? 그자가 위험한 인물인가?”

 

 “강동의 세력도를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원장군의 세력 때문에 정예공이 어쩔 수 없이 그리 된 것이 아니던가?”

 

 “그것도 맞지만 그것에 더하면 엄여라는 인물의 머릿속에 나온 세력도입니다. 황족을 방패로 삼는 그림을 그린 것이지요.”

 

 왕하는 어이가 없었다. B급도 안 되는 엄여가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머리가 있다니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웃을 일은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든 엄여를 죽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리 대단한 자이더냐?”

 

 “아무것도 아닌 엄백호를 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토벌은커녕 황족을 방패로 세우며 이족들을 규합하여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재미있군. 그럼 그형인 엄백호는 어떠한가?”

 

 “엄여가 없었으면 그저 지역 파락호정도일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리자 낚싯대 휘어져 왕하를 당기었다. 이내 왕하는 상념에서 깨어 이리저리 흔들며 물고기를 속이다가 한 번에 끌어당기어 물고기를 낚았다. 그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대어로군 이거 포식하겠어.”

 

 왕하를 태운 함대가 유수구에 닿아 내리자 그곳에는 이미 국의군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국의가 직접 나와 왕하를 맞이하고자 하니 장졸들 모두가 왕하를 기다리며 대기하였다. 배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전생의 군 생활을 바라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구 하나 온다고 하니 부대가 뒤집어지며 엄청나게 일하고 미친 듯이 욕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들의 눈에는 내가 악마로 보이려나? 쩝 이런 환대는 필요는 없는데 보는 눈이 어디 있다고 괜히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지.’

 

 그런 왕하의 옆에 노숙이 고개를 저었다.

 

 “혹여 괜한 짓이라 생각한다면 접었으면 하옵니다.”

 

 왕하의 고개가 노숙 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존대가 좀 낯설기도 했고 왜그런 것인지도 궁금하였다.

 

 “저들은 오로지 주공을 보기위해 나온 것이니까요.”

 

 노숙의 말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과연 저들 마음에 불만 따위는 없을까?

 

 “국장군이 말렸답니다. 주공께서는 이런 것 싫어한다고. 또 자신도 번거로운 것은 싫으니 장수들만 나오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왕하는 손을 들어 턱하니 앞에다가 놓았다. 마치 이것을 보라는 듯한 몸짓이었다. 물론 속뜻도 그랬다. 노숙의 얼굴이 뻘게졌다. 자신의 장난에 만족한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어느 사이에 노숙은 신색을 회복하고 기침을 한 뒤에 말을 했다.

 

 “저들에게 주공께서는 이중에 제일 강력하고 제일 믿을 만한 사람이라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믿을 만한 사람이라.... 저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인데. 제가 신이라니요.”

 

 노숙은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주공의 손 하나로 저들의 목숨은 사라질 수도 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입에 손을 대며 말을 이었다.

 

 “입으로는 저들을 감동할 수도 절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믿지 않는다니요. 더 이야기해야 할 까요?”

 

 노숙의 말에 왕하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자신을 향하여 소소한 소망을 비는 것이리라. 이번 전투에도 무사히 살아남도록 해달라거나 무사히 어머니를 보거나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 소망의 기저에는 부디 자신이 올바르게 움직이고 무의미한 싸움이 아니기를 비는 것이리라.

 

 왕하가 주태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내리자 그의 뒤를 허저와 호사들이 우르르 따라 나왔다. 왕하는 간단히 손짓으로 허저를 뒤로 잠시 물렸다.

 

 “잠시 뒤로 가주세요. 북기는 나의 가군(家軍)인데 어찌 걱정이 잇겠습니까?”

 

 허저는 고개를 숙이고 3보 뒤로 움직였다. 여전히 근접 경호가 가능한 위치였다. 국의는 왕하의 말에 잠시 부르르 떨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오채투지를 하며 말했다.

 

 “소신 국숭한 주공을 뵙사옵니다.”

 

 마음을 주면 모든 것을 내어놓는 국의였다. 작은 말 작은 관심하나에도 감격에 몸들 바를 모르며 감읍(感泣)해하였다. 충심에 행하는 움직임은 과격하나 이해할 수 있는 범위 하였다. 왕하는 그런 국의의 어깨를 잡고 올리며 무릎을 털어주고 물었다.

 

 “같이 걷겠습니까?”

 

 국의는 이내 말이 나오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국의와 잠시 걸음을 옮기자 이곳저곳에서 북기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마주칠라하면 오채 투지를 하는 지라 오히려 왕하가 그들을 피하며 단상으로 나아가야 했다.

 

 왕하는 며칠 밖에 되지 않는 지금 또다시 연설을 한다는 것은 군에도 웃기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때는 어찌 보면 반군을 처리하기 위한 다짐이자 스스로를 다잡는 개기였다. 그래도 이리 올라 왔으니 소망을 가지는 저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이야기는 해주어야 할 터인데 마땅하지 않았다.

 

 ‘저들에 대한 보상은 약조를 했다. 이미 공명에 대한 보상은 기주부터 시작하여 유효하다. 그러니 무엇을 저들에게 약조해야 한다는 말인가?’

 

 왕하의 곤란함을 읽었는지 국의는 왕하에게 한마디를 건네었다.

 

 “주공 북기는 이문을 따라 주공과 함께한 것이 아니옵니다. 주공의 하는 일이 빛이 나기 때문에 따라 모인 것입니다.”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슴을 폈다. 앞에 나서 저들의 소망이 담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저들의 하늘이 되어야 한다.’

 

 “그대들은 성을 약탈하여 부를 누리지도 여인을 취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약탈하여 배부르게 못 먹을 수도 있다.”

 

 그들의 눈은 아직도 빛이 났다. 실망의 기색은 없었다. 기주 때부터 그리했고 그들을 이끄는 국의는 옳은 군의 표상을 만드는데 힘을 썼으니 당연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대들은 언제나 명예롭고 당당할 것이다. 마을에서 당당히 북기라 쓰인 군복을 입을 것이요. 아들에게 당당한 아버지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손자들은 할아버지의 무용담에 껌벅 죽겠지.”

 

 마지막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왕하는 거의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자신이 원하는 군인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당하고 명예로운 군인, 국가를 지키며 국민들에게 우러름을 받는 군인, 누구나 믿으며 따르는 군인을 바라였다. 현대의 자신의 나라에서 놀림이나 받고 돈 있는 사람은 가면 병신 소리를 듣는 그런 군이 아니길 바랐다.

 

 “묘비에는! 자신의 묘비에 북기군이라 이리 당당히 쓸 수 있는 이름이 될 것이다.”

 

 왕하는 아래로 내려가 북기의 깃을 들어 올렸다.

 

 “나의 첫 번째 이름이요! 그대들의 영원한 이름이 될 것이다.”

 

 “한번 북기군은 영원한 북기군이다.”

 

 모두가 함성을 질렀고 여기저기에서 우는 사람도 나왔다. 감동 깊은 명연설은 아니라도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한 것 같았다. 그것을 말하면서도 자신도 울고 있었으니까.

 

 

 

 

 

 북기군이 이를 시작으로 두 개의 군으로 갈려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1군은 당연히 국의가 움직였다. 2군은 장합을 필두로 심배와 왕하, 노숙, 주태, 허저 등이 뒤를 따랐다. 제일 처음 전투가 시작된 것은 우저였다.

 

 우저의 목책 앞에 먼저 선 것은 서황이었다. 서황은 할버드와 비슷한 거대한 대부를 들어 올리며 우저를 책임지는 장수들에게 전하였다.

 

 “북기군 돌격대장 서공명이 그대들에게 일기토를 신청한다.”

 

 서황의 당당한 모습에 우저의 유요군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서황의 입에서는 투기를 내뿜는 말도 그렇다고 격장지계를 위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일기토라는 말만 꺼내 놓을 뿐이었다.

 

 “나와 싸울 자는 없는가?”

 

 서황이라는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지도 않은 시기였다. 해봐야 기주에서나 흑산적과 일전을 기억하며 어렴풋이 아는 자들이지 먼 강동땅에서 서황의 이름을 알 자는 없었다.

 

 진횡이 나서 말했다.

 

 “무명소졸아! 그냥 물러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그렇지 않으면 화살 밥이 될 것이야!”

 

 그러자 서황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나와 붙을 자가 없나보군 내가 진다면 군을 삼십 리 밖으로 물려주지.”

 

 그 말에 솔깃한 장영이 외쳤다.

 

 “너 같은 무명소졸이 어찌 대군을 약조 한 개로 움직일 수 있겠느냐!”

 

 서황이 대부 내리꽂고 휘파람을 불자 뒤에서 진을 유지하던 기마 하나가 나와 서황의 말을 듣고 본진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나팔이 불리며 군세가 모두 10보를 뒤로 물렸다.

 

 “이 정도는 된다. 내가 죽으면 장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군세가 멈출 것이다. 해볼 만하지 않은가?”

 

 맞는 말이었다. 우저에있는 군세로는 국의 군을 막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수적으로도 열세였고 오랫동안 버팅 양초도 부족했다.

 

 ‘왕하군이 움직인 것을 알았으니 분명 단양의 주씨일가도 움직일 것이다. 허니 시간을 번다면 승산이 있다.’

 

 물론 주씨가문은 그럴 여력도 안됐다. 손견에게 신야에서 대패하고 조조군에 본군이 복귀도 못하고 원술과 국지전을 하고 있었다. 패퇴한 군세가 돌아가지도 못했으니 단양은 그야 말로 무주공산이 된 것이다.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국의와 가후 태사자는 흥미로운 듯이 서황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군사선생의 명이니 공명은 분명히 해낼 것이오.”

 

 “그렇지요. 그래서 그를 믿고 군을 뒤로 물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태사자는 앞을 바라보았다. 단지 군을 10보 뒤로 물리는 것이 아니라 저수나 가후와 같은 이이들이 서황을 믿는 바를 본 것이다. 커다란 부월을 들고 다니며 말도 잘 안하는 서황을 경전도 못 본 자라며 내심 깔보는 태사자로써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저자의 무엇을 믿는 것인가?’

 

 태사자는 북기에 들어서 드는 궁금증은 터져나갈 듯하였다. 이상하고 신비로운 군이기도 하였다. 그것을 아는 듯이 가후가 태사자에게 한마디를 건네었다.

 

 “공명의 품에는 언제나 병서가 있네. 또한 주공의 명으로 군리를 오랫동안 해왔네 알겠는가?”

 

 가후의 어투는 마치 이것을 모르면 네놈은 쓸모도 없는 무장이다. 라는 어투이었다. 물론 그것을 느끼는 것은 태사자 본인이니 본인만 그랬을 수도 있었다. 대강의 느낌은 그는 받았다. 노력하는 무장 문무(文武) 모두를 아우르며, 군리로써 철두철미한 자 일 것이었다. 그이상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저에서 장영이 대도를 들고 나오게 되었다. 서황의 그제야 무표정한 얼굴에 자그마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는 대부를 들어 올리고 한손으로 장영에게 손을 까닥거렸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과격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거라 네놈 목을 바닥에 굴려주마.”

 

 장영이 분노하여 빠르게 달려들었고 그제야 서황의 말이 천천히 장영 쪽으로 나아갔다. 장영이 달리는 반면 서황은 장영이 무서워 걷는 것처럼 보였다.

 

 들어 올린 대부도 바닥으로 늘어트린 서황을 보며 장영은 승리를 예감하였다.

 

 “애송아 사라지어라!”

 

 서황은 그 소리에 대소를 하면서 도끼를 빠르게 올렸다. 장영의 눈에 대부가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후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대부가 풍압을 만들어냈다.

 

 “크하하하!”

 

 내려친 대부가 순식간에 장영의 대도를 박살내고 그대로 장영의 몸까지 밀고들어갔다. 장영은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시선에 자신의 하체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암흑이 내려졌다.

 

 북기군이 함성을 내질렀고 서황은 이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대부를 바닥에 꽂으며 외쳤다.

 

 “다 나와 보거라 내가 한수, 한수 포를 떠주마.”

 

 포를 떠준다고 하기에는, 좀 큰 대부였지만 그의 말에 우저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러자 서황이 주먹을 내지르며 외쳤다.

 

 “나오지 않으면 내가 들어가겠다.”

 

 서황의 뒤에서 북기군이 쏜 불 화살들이 하늘을 붉게 덮었다.

 

 불타오르는 목책들을 바라보며 서황은 인상을 약간 찌푸렸다. 잘만들어진 목책인듯 싶었다. 불이 잠시 타오르다 군세가 살기위해 목책에 물을 뿌렸다. 마치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은 목책의 불을 끄는것 처럼 말이다. 화살을 맞으면서도 불을 끄는 모습이 매우 처절하였다.

 

 ‘아직 지휘 할 수 있는 자가 있는 것 같은데.’

 

 서황은 짜증이 올라왔다.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직접 부월을 들었는데 그 일이 그리 영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서황은 주먹을 들어 올려 화살을 쏘는 것을 막았다. 어차피 진지가 무너지지 않고서는 저들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른변 허리에 묶인 나팔을 불자 중갑으로 무장된 기마든이 서황의 곁에 서서 대오를 이루고 있었다. 간혹 화살이 날아 왔으나 중갑을 뚫어내지 못하고 튕겨나왔다.

 

 잠시후 대오가 모두 갖추어지자 서황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거노(車弩)를 준비해! 목책이 무너지는 순간 뚫고 지나간다.”

 

 서황의 외침에 중갑기병들은 대도를 들고 공격을 기다렸다. 뒤로는 거노라고 불린 마차에 달린 발리스타들에 병사들이 일제히 붙어 빠르게 고정하고 줄을 당기기 위해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

 

 서황은 뒤를 힐끗 보면서 생각했다.

 

 ‘훈련에서 몇 번 봤지만 신기하군. 주공께서는 저런 것을 생각해 내는지 모르겠어.’

 

 나무로 만들어진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줄은 잡아당기는 기능은 적은 사람으로도 커다란 대노를 쉽게 이용이 가능하게 하였다. 3명의 사람으로 거노 한기를 유용하니 숫자가 백여 기가 되었다.

 

 전령하나가 급하기 말을 달려 서황에게 달려와 말을 했다.

 

 “측사가 첫 번째 공격은 거리 측량을 위함이니 대기해 달라고 합니다.”

 

 서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대신 하였고 전령은 다시 말을 돌려 거노가 있는 곳으로 말을 달렸다.

 

 왕하에게서 직접 이름과 성 받은 측사(測史) 장영실은 희한하게 생긴 자들을 들고 우저의 목책과 거리를 재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을 했다.

 

 “상측 5회 좌, 우는 각 2회 합, 차로 나누어 쏘도록.”

 

 말을 전하자 기수는 기를 흔들며 크게 소리쳤다.

 

 “중진 오상회! 우진 칠상회! 좌진 삼상회!”

 

 그러자 도르래를 돌리며 거노를 운용하는 병사들이 재차 복창했다. 그리고 완료되자 각 거노병들의 거노장들이 기를 흔들며 완료를 알렸다. 장영실은 손을 내지르며 크게 외쳤다.

 

 “격하라!”

 

 그러자 뒤를 이어 기수가 소리를 지르며 복창했다. 그리고 거노장들이 기를 보며 복창하며 외쳤다.

 

 “격하라!”

 

 “격하라!”

 

 푸슈숭하는 소리괴성과 함께 굉음과 함께 커다란 화살들이 날아가 목책에 부딪쳤다. 일부는 목책을 넘어갔고 일부는 목책 앞에 떨어졌다. 중갑기의 전마들도 놀랄 정도였다. 푸르릉 거리는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꾀나 애를 쓰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군.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야전에서 마주치면 사기가 감당이 되질 않겠어. 적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지.’

 

 멀리 바라보고 있는 태사자도 입을 벌리고 거노들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위력입니다. 태수께서도 이것을 알았을까요?”

 

 국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것은 장영실과 왕하가 이끄는 장인들의 물품의 백분지 일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모습을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반면 가후는 거노들을 정확히 쏘아 보내는 장영실의 모습에 감탄했다. 물체가 커지게 되면 정확성이 형편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투석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장영실이 이끄는 거노는 그런 것은 없다는 듯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거의 정확히 날려 보내는 것을 보며 주공의 총애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영실은 가후의 생각과 반대의 입장이었다. 각 거노마다 오차가 생긴 것을 보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한숨을 팍 쉬면서 눈을 감았다.

 

 ‘평정을 마무리하면 일거리가 엄청나게 생기겠구나. 하아 그냥 측사로 남는다고 할까? 안되겠지, 안될 거야.’

 

 생각이 정리된 장영실은 힘이 빠진 소리로 말했다.

 

 “중진은 그대로 하고 좌진은 하나 올리고 우진은 하나 내려라”

 

 기수가 기를 흔들며 복창하고 다시 거노들이 움직임을 반복하였다. 완료 깃발이 흔들리자 장영실은 격을 명했고 순식간에 목책을 향하여 거대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목책은 무너져 내려 더 이상 방어의 역할이 불가능하게 보였다. 서황은 소리를 지르며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서황을 필두로 뒤로 중갑기들이 우저를 함락을 향하여 움직였다.

 

 국의는 서황이 들이 치는 것을 보고 명을 내렸다.

 

 “전군 우저를 함락한다. 보병들을 필두로 완벽하게 우저를 점령한다.”

 

 서황이 굉장한 속도로 말을 타고 먼지를 해치며 나섰다. 앞에 보이는 것은 궁수들이었다. 발 빠르게 누군가 지휘하며 서황의 돌진을 막기 위해 길을 막은 것이다. 실로 대단한 지휘였다. 거노로 인하여 사기가 무너질 것이 예상 되었음에도 궁수들이 진을 짜고 기병을 대항하기 위하여 움직인 것이다. 서황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인가?’

 

 생각은 잠시 서황의 몸과 입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서황은 말의 속도를 순식간에 올리기 시작했다. 중갑기들과 거리는 훨씬 늘어났다.

 

 “중기병 속도 감속!”

 

 속도를 줄이는 것은 궁수들의 거리를 속이는 바도 있었지만 속도로 인하여 마갑이나 갑주가 뚫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궁수들은 본대와 떨어져 자신들에게 돌격하고 있는 서황을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분명 중갑이 모두 오면 쏘는 것이 옳았으나 서황의 기세가 너무 강렬하여 손을 놓아버린 이들도 있었다. 서황은 어차피 말을 버릴 각오는 하고 있어서 말을 방패삼아 화살을 모조리 막아내고는 궁병들 사이로 들어왔다.

 

 ‘이것은 나의 전마 값이다. 이름 모를 장수여.’

 

 서황의 대부가 휘둘러지자 마치 지푸라기가 베어지듯, 베어 넘어지며 피를 뿌렸다. 궁수들의 진형이 무너지고 서황은 대부를 마치 검처럼 휘두르며 궁수들을 몰아갔다. 이내 중갑기병들이 몰려오자 서황은 크게 다시 외쳤다.

 

 “쾌속(快速)하라!”

 

 그를 복창하고 중갑기들은 엄청난 속도로 말을 달렸다. 서황은 중갑기의 옆으로 달리다 뛰어 한명의 중갑기 뒤에 올라탔다.

 

 “같이 타자.”

 

 중갑기병은 고개를 푹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 하였고 속도가 좀 느려졌으나 그런대로 진을 위지 할 만 하였다. 그리고 놀란 것은 우저의 관 앞에 병사들이 모이며 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황은 놀라움을 느끼며 생각하였다.

 

 ‘기장군을 막은 것이 단순히 운이 좋거나 기장군이 능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해보면 이정도의 용병술이 있었다면 공성을 하면서 시일이 길어져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보급로도 길어져 양초도 부족할 것이고 말이다.

 

 ‘거노라는 것과 군사선생의 기책이 없었다면 기장군과 다를 바가 없었겠지. 피해는 좀 적었더라도 말이야.’

 

 서황은 말들이 힘든 소리가 나는 것은 들렸지만 저들이 더 모여서 완벽한 진을 만드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속도를 더 내라 진이 만들어지기 전에 저들을 파하고 완벽히 기를 뽑아낸다.”

 

 서황은 기병들이 진과 부딪치자마자 말에서 내려 도끼로 앞을 베어나갔다. 부월의 앞에 서있는 창병들을 서황은 웃으며 무릎을 살짝 굽히며 창을 피하고 횡으로 베어내자 앞에 서있는 여섯이 한순간에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서황은 기마들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 하고 중갑기들의 뒤를 노리기 위하여 돌아 서는 이들을 막아섰다.

 

 “네놈들은 이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저 밖을 봐야했다.”

 

 서황은 약간 높은 곳에 서서 국의군이 우저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았다. 제식을 지키며 진군하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대단하다는 말로 설명하기 모자랐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북기가 이만큼 대단하고 우수한 군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뒤를 보지 않았다. 이미 도망가고도 남아야할 군세였지만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은 그들 또한 정예라는 말이었다. 사기가 무너지고도 남은 정병과 그들을 이끄는 장수도 인정할 만 하였다. 서황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너희들을 인정하마.”

 

 서황은 말 한마디를 하고 부월을 들고 적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팔방에서 적들이 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서황은 몸을 움츠리거나 하지 않았다. 부월은 하늘을 가르듯이 날아들었다.

 

 무진 인근에 도착한 왕하군은 군진을 세우고 작전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장합은 탁자위에 놓여있는 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적진영의 사기는 흔들리고 있을 것입니다.”

 

 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은 스스로 후방의 안전한 군세라 생각하여 군도 적을 것이고 양초도 무리 없을 정도만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떡하니 앞에 적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의 사기가 흔들리는 것이지 적의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력만 한다면 능히 막을 수도 있을 테니까.”

 

 왕하는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흠, 거노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군.”

 

 “거노까지 실어가기에는 배가 여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배를 더 준비하기에는 수적들을 방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주태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왕하를 향하여 말을 하자 웃음을 지었다.

 

 “아니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네. 있는 것들로 최소한의 피해로 저들을 물리쳐야겠지.”

 

 왕하도 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물론 전략을 떠올리는 것은 아니었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장합이나 노숙, 심배로 충분하였다. 자신은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나았다.

 

 ‘어차피 유요에게는 태사자라는 변수가 사라졌다. 능씨 일가만 유요에게 등져도 이곳은 알아서 멸하게 되겠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기어 나오거나.’

 

 “능씨 일가에 내가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심배나 장합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곳을 아는 노숙은 반색을 했다.

 

 “위험 할 수는 있으나 전투도 할 것 없네. 곡아의 서부 오군의 동부가 모조리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내 노숙이 고개를 저었다.

 

 “저들도 어느 정도 공과가 있어야 우리의 손을 잡을 것입니다. 유공은 이래봬도 종친, 극한의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이곳의 유력자들이 그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 무진을 먼저 함락하는 것이 중합니다.”

 

 그러자 심배가 나섰다.

 

 “어차피 저들의 곡창만 불태운다면 둘 중 하나는 할 것입니다. 나와서 싸우거나 항복하거나.”

 

 심배는 장합을 보며 물었다.

 

 “준예 50명을 이끌고 곡창을 불태우게 할 수 있겠나? 없으면 말하게 어차피 시간을 들이면 넘어갈 진영이네.”

 

 장합은 심배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마치 주머니 안의 물건을 꺼내는 것을 어찌하여 묻는 지 되묻는 것 같았다.

 

 “3일후 무진에서 불길이 솟구칠 것입니다.”

 

 장합이 수하를 추려 50을 이끌고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심배와 왕하, 주태, 노숙, 허저가 앉아 전략을 짜고자 했다. 솔직히 지금 짜놓는 전략은 장합이 성공을 했을 때의 전략이지만 그 누구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장합의 한마디의 무게는 컸다. 물론 심배의 복중에는 만일이 들어간 전략을 생각하겠지만 심배도 지금에 집중하는 듯하였다.

 

 “주공, 준예가 성공한다면 그 다음날이나 그날 저녁을 기점으로 적이 공세를 취하거나 성을 버릴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적이 도주하는 것보다는 우리와 맞대응하여 회전을 펼치는 것이 후일 정예공을 설득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은 알수 없는 일이었다. 저들이 도주한 다면 저들을 피해 없이 파(破)할 수 있겠지만 퇴각한 패잔병들이 말릉이나 곡아에 모여 더욱 힘든 전투를 이룰 수도 있었다.

 

 심배의 말에 왕하는 물음표를 띄우듯 물었다.

 

 “그래서, 어찌하였으면 하시는 것입니까?”

 

 심배는 자리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죄를 청했다.

 

 “부디, 소신의 말을 곡해하시지 마시고 들어주소서.”

 

 왕하는 무릎 꿇은 심배를 일으켰다.

 

 “지금의 군사이자 감군은 정남공 그대입니다. 그 무슨 말이든 듣지 않는 다면 어찌 군령이 서겠습니까?”

 

 “허나,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군주의 몫이며 후일 그 일로 의심을 하는 것도 군주의 몫이니 죄를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대충 눈치를 채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미끼로 삼고자 함이군요.”

 

 심배는 자신이 꺼낸 말이 아님에도 매우 죄스러웠는지 몸을 푹 숙이며 죄를 청했다. 노숙이 아무 말 없이 이리저리 말을 움직이고 심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하는 말은 더더욱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병들로 자신을 지키지 않을 때에나 그 전략이 가능합니다. 적들도 바보도 아닐 바에야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허저는 인상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며 심배와 노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쇠방망이를 손에 쥐어 뽑으려 하자 왕하는 허저의 커다란 손을 잡고 그를 막아내며 말했다.

 

 “확실한 일인가?”

 

 이내 왕하는 하대를 하였다. 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군사이니 속이 쓰리기는 했지만 이것이 최선이라면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심배가 이런 곳에서 실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를 시험 해보는 심산도 있었다.

 

 ‘그가 원소의 간자라서 이런 무모한 책략을 썼다고 봉효가 욕할 수도 있으나. 글쎄? 그를 중용하지 않을 만큼 못한 것은 없다. 오히려 칭찬 할 일은 많지.’

 

 왕하는 어깨를 잡아 올려 심배를 일으켰다. 의외로 강한 악력에 놀란 심배는 왕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사용할 인물이라면 더더욱 깊은 믿음을 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자경, 자네의 말이 옳지 그렇다면 원복(元福)과 그들을 이곳에서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혈살자들 말입니까?”

 

 “그래, 원복(元福)이 분류한 이들이다. 어차피 그들이 죽는 것은 다름이 없지. 어찌 죽는 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노숙은 그다지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듯이 턱을 쥐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다. 이들 중 가장 못난 군세가 혈살자들이니 적들로써도 속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들에게 등을 맡기는 것이었다.

 

 “중공 하지만 혈사자들에게 등을 맡길 수 있습니까? 차라리 호사들에게 갑주를 입히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글쎄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사용할 패를 구태여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네만?”

 

 그러자 허저가 뒤에서 만류하였다.

 

 “주공, 호사들의 삶의 목적은 오롯이 주공을 지키는 것에 있습니다. 주공을 지키기 위해 죽는 다면 웃으며 죽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하는 고개를 더욱 저었다.

 

 “그러니 쓰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위험일은 이번일이 아니라 많습니다. 아니 이번일은 오히려 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습니다. 호장(虎將)이신 중강공도 인정하시지 않았습니까?”

 

 허저는 신음을 내었지만 이내 절충안을 내었다.

 

 “주공의 곁에 제가 서있는 다면, 정남공이 하는 책안을 저도 받아들이겠습니다. 허나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주공의 안위를 담당하는 호장으로써 이를 거부하고자합니다.”

 

 심배는 예상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물론 왕하도 허저가 말을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은 오랜만에 보았다. 과거 자신을 만나 천하에 비난을 쏟아내었을 때, 화전을 지켜내고 자신을 따르는 것을 기정화 한 후에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심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왕하의 주변의 군세가 너무 약하면 저들이 의심 할 수도 있었다. 너무 뻔히 보이는 먹이라도 진짜 먹이인지 아닌지는 그들이 판단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자 주태가 손을 들었다.

 

 “주공 저도 주공의 곁에 서있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어차피 지금의 수군이야 보급을 운반하는 정도이니 제가 아니어도 충분 할 테니 말입니다.”

 

 주창, 허저, 주태가 왕하의 호위를 자처 했으니 오히려 왕하가 직접 칼을 뽑을 일도 없을 수도 있었다. 맹장들이 삼면을 지키니 구태여 검을 뽑을 필요가 있을까? 심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찌 말을 한다고 하여도 사지에 가까운 것은 변명하지 못합니다. 허나 한 가지는 약조 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충돌만 저들을 막아낸다면, 주공이 원하시는 능가와 교섭을 하러 가실 수 있습니다.”

 

 왕하는 심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믿겠소. 그러나 한 가지는 기억하시오. 이번일은 후일 조야에서 그대를 공격하게 하는 빌미가 될 것이요.”

 

 심배는 웃음을 지었다. 그런 것은 별것이 아니라는 듯한 웃음이었다.

 

 “이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것을 하는데 후일 무엇이 두렵겠나이까? 그저 바른 것을 세우는 것에 부디 나쁜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심배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왕하는 등을 돌렸다.

 

 “그 마음 기억하겠소. 그대도 나의 가신으로 그 마음이 계속 되도록 되었으면 하오. 그리고 내 살아 돌아오면 다시 존대하리다.”

 

 왕하가 군막을 나오자마자 호사를 불러 말했다.

 

 “원복에게 가서 그들을 사용할 것이라 말해라.”

 

 호사는 군례를 취하고 주창이 있는 막사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느린 걸음으로 주창의 막사로 향하는 길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가 했지만 이내 그것이 아니라 생각 되었다.

 

 ‘사람을 패로써 생각하게 된 것이 이리 기분이 나쁠 수가 있구나.’

 

 혈살자들이 재생이 불가능한 쓰레기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저 패로 바라보고 가장 시기적절할 때에 그들을 쓰기 위해 묶어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냥 죽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왕하는 나빠진 기분을 적선하듯이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들에게 죽음 가운데 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에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무력이 강하고 운이 좋으며, 약을 끊을 정도로 대단하다면 살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주창의 막사에 왕하가 들어서자 주창은 마치 예전부터 해오듯이 군례를 표하며 왕하를 맞이했다. 주창은 입에 웃음기를 띠우며 왕하를 맞이하였다. 주창은 항복한 황건적이 본래 생활로 돌아가고 원하는 자 일부는 군문에 남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주창은 왕하에게 신복하고 스스로 군문에 들어선 황건을 이끌고 싶다고 하였다. 솔직히 그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마치 조조의 장패와 같이 중용하면 될 일이었다.

 

 “주공, 혈살자들의 죽을 자리를 보았다하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원복 그대는 내가 밉지 않은가? 그래도 저들은 황건의 동료였는데.”

 

 그러자 주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황건의 이름으로 이루지 못한 것을 주공께서 해주셨으니 제게 주공은 새로운 황천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황천에 필요한 것은 작게나마 도(道)를 따르는 자가 아니겠습니까?”

 

 가끔 하는 말을 보면 주창은 본시 황건을 할 자가 아닌 듯 싶었다. 하긴 저자신도 가문이 과거 전한 시대 힘 좀 쓰는 가문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하니, 혹 생각으로는 전한의 동명인 주창의 후손이 아닐까 싶었다.

 

 왕하는 살짝 웃음을 지어내고 물었다.

 

 “그대도 알고는 있겠지만, 나는 자네를 포함하여 그들과 함께 죽을 자리에 설 수도 있네.”

 

 그러자 주창은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죽을 자리를 가게 되어 그런가 싶었는데 오히려 이상한 말이 튀어나와 놀랄 뿐이었다.

 

 “그럼, 혈살자 중 일부는 살겠군요. 몰살을 바랬는데. 주공이 원하는 바입니까?”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도 그들을 모조리 죽을 거라는 것보다, 저들이 살 것이라는 희망을 주어야 그들도 분발을 하지 않겠는가?”

 

 “약쟁이에게 희망은 독보다 더한 것입니다. 아니, 저들은 약 뿐 아니라 피를 갈망하는 것들이니 삶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독설이 참으로 독하였다. 촌척의 혀로 혈살자라는 이들을 사람에서 물건으로 깎아내는 주창의 독설은 비정했고 모질었다. 마치 감정이라는 것이 모조리 배재된 듯 싶었다. 일말의 적선할 동정도 없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도 삶을 갈망하고 약을 끊고자 하면 삶을 주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새로운 황천께서는 순후하고 순후하시니 앞날이 걱정입니다.”

 

 갑자기 웃음이 들었다. 삼국지 상에서도 조연에 불과한 주창이 과연 그것을 걱정할 위인인가? 생각을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반박하지는 않았다.

 

 “천하에 비정한 간웅들이 웅패천하를 기다리며 시기를 재고 있는데. 황천께서는 부디 이점을 상기하셨으면 합니다.”

 

 이제는 지적까지 한다. 가후나 곽가도 면전에 대고 이리 말하지 못했는데 재밌기는 하였다.

 

 “나까지 비정하면 어찌 하겠는가? 칼바람이 부는 한(寒)곳이라도 몸을 녹일 움집이라도 외야 하지 않겠는가?”

 

 “어리석은 자들은 움집에서 몸을 녹일 생각보다는 움집을 부수어 나무를 빼내갈 궁리만 할 것입니다.”

 

 “자내 같은 독설가를 세워 그런 자를 쫒아내는 것은 어떠한가?”

 

 이내 주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나이다. 철저히 준비하겠나이다. 마음 같아선 천공장군이 사용했다던 잠력단을 사용하고 싶지만 그도 사라진지 오래이니 주공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주창의 독설을 듣고 나온 왕하는 도리어 개운하게 속이 뚫린 것 같았다. 마치 사이다 한 사발을 크게 들이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방이 이래서 분음후(汾陰侯) 주창(周昌)의 독설을 받으면서도 그를 내치지 않았나 보구나!’

 

 그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짓눌렀던 그림자가 사라지며 당당해졌다.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고 두려워했던가? 역사를 두려워했던가? 아니면 인망이 없다 욕할 것을? 아니면 신하들이 떠날 것을? 이미 천하의 간웅들은 비정하다.

 

 ‘그저 내가 원하는바 길을 걸으면 그뿐이다. 살리고자 하면 살리면 되고 죽이고자 하면 죽이면 된다. 역사는 후일의 일이고 천하에 비정한 간웅이 난을 치니 홀로 고고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왕하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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