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천의(天意)의 향방
작성일 : 17-07-25 15:20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2161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왕하가 꺼내놓은 채옹의 글귀는 가후와 곽가 등의 앞에서 마치 품평을 받는 듯 돌려가며 보고 있었다. 문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글귀를 감탄하거나 좋은 방도라 말했지만 가후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계속 만지작거리며 ‘흐음’이라는 앓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곽가는 가후와 비슷하게 앓는 소리를 내고 풀어헤친 머리를 긁어대며 뭔가 이상한 상황을 자아내었다. 왕하는 그런 그들에게서 무엇인가 잘못된 점이 있는지 싶었다.

 

 “좋지 않은 책안 입니까? 혹 무슨 잘못된 것이라도...”

 

 가후는 눈은 아직도 글귀를 보고 있음에도 고개는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점은 있어도 잘못된 점은 없습니다. 싸우지 않고 말릉을 넘볼 좋은 책략입니다.”

 

 “그럼 어째서 글귀를 보시면서 장고(長考)를 하시는 것입니까?”

 

 가후는 눈을 감았다 마치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왕하는 그런 가후의 모습에 더욱 초조함을 느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가후나 곽가를 거슬리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였다.

 

 가후가 고민을 하는 동안 문사들이 여러 책안을 내며 세세한 일을 마무리 짓고 일어섰다. 왕하는 고민에 휩싸인 곽가와 가후를 자택으로 초대하여 무엇 때문에 그리 장고(長考)를 하는지 물었다.

 

 “무엇이 두 분을 그리 장고에 빠트린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가후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꺼내었다.

 

 “글쎄요. 제 걱정은 책략의 향방 때문입니다.”

 

 “책략의 향방이요?”

 

 “예, 책략의 향방입니다. 이런 방도의 책안은 쉬이 낼 수 있으면서도 까다로운 까닭입니다.”

 

 곽가도 가후의 말에 동의 하듯이 말을 하였다.

 

 “황실에서 오랫동안 있지 않고서야 낼 수 없는 책안이지요.”

 

 “채소저가 황궁에 오래 있는 것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가후는 손사래를 저었다. 그리고 매우 낮게 깔린 어조로 말을 내었다.

 

 “주공 무엇인가 잘못 이해하신 듯합니다. 이런 일은 황실을 알아야한다는 말입니다. 황실 변두리에서 커온 채소저가 아니라 황궁의 생리뿐만 아니라 우리군의 정보, 황가의 인물인 유요공의 성정까지 모두를 알아야 가능한 일이라 간한 것입니다.”

 

 그러자 왕하는 눈이 번쩍 떠지며 혼잣말 하듯이 입에서 인물이 나왔다.

 

 “장양”

 

 곽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더했다.

 

 “단순히 장공공의 책이 아니라 지금 황궁에 있는 이도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낙읍의 인물까지 연계되어있을 확률이 매우 크지요.”

 

 가후는 마치 도움을 달라는 듯이 곽가에게 물었다.

 

 “내 변방의 생활만 한 바라 친우들을 제외 하고서는 황실의 상황을 알지 못하네. 혹 곽공은 알고 있는 바가 있는가?”

 

 곽가는 가후의 말에 잠깐 볼을 긁으며 가후의 눈을 보며 말을 하였다. 마치 당시도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묻는 까닭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마지못해 꺼내는 듯하였다.

 

 “양가와 마가 그리고 백안공의 세력이 장안의 정책을 진두하고 있지요. 그리고 홍농을 다스리는 공산(公山)공이 낙읍과 장안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낙읍은 자신이 중산정왕의 후예라 칭하는 유비가 진왕(陳王)저하와 함께 앉아있지요.”

 

 왕하는 유비라는 말이 나오자 호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유비가 구(舊)황도에 눌러 있는 것에 재미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이라면 공손찬 휘하에서 원소와 싸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색다른 향방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하긴 향방이 많이 틀어지긴 했지 도래자들이 나타났으니 역사가 바뀌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 미래를 예측하는 바도 이제 거의 불가할 것 같네 인재 수집이나 열심히 해야겠네.’

 

 하긴 자신이 직접 움직여서 좋은 꼴을 본적이 거의 없으니 잘하는 인재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검증된 인재를 등용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것만 해도 충분히 자신의 세력을 지키고 나아가 기업을 이를 킬 수 있을 것이다.

 

 왕하가 딴생각을 하는 동안 곽가는 마지막 말을 꺼냈다.

 

 “결국 황실 아니 황족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일이 지금 강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군의 깊숙한 곳에서 말입니다.”

 

 “간자(間者)가 있다는 말입니까?”

 

 곽가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못하고 있었다. 그때 말을 꺼낸 것은 가후였다.

 

 “간자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간자가아니라고 보기도 힘들지요. 애매한 상태로 걸쳐있습니다. 문제는 그가 머리인지 아닌 지입니다.”

 

 왕하는 머리가 아픈 듯이 가후를 보며 물었다.

 

 “그의 위치가 그렇게 중한 것입니까?”

 

 곽가는 가후의 말이 나오기 전에 말을 꺼냈다. 견제를 하는 것 같았다. 왕하는 그것을 느낌에도 별다르게 막지 않았다. 오히려 곽가가 그런 행동을 함에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약간의 경쟁 정도는 뭐 서로 좋은 것이니’

 

 “주군도 아시 듯 아군에서 장공공의 위치는 매우 크지요. 아군의 구석구석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마치 가후를 질책하는 듯 한 곽가가 말한 순간 가후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그의 말을 막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위치의 고하에 따라 모든 정보의 사용도와 가치가 엄청난 차이가 날 것입니다.”

 

 “단순히 보고가 되어 싸구려 정보가 되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돌멩이인가, 아니면 숨겨진 검이 될 것인가의 차이겠지.”

 

 가후는 곽가의 말에 찌푸려진 아미를 펴지 않았다. 그것은 불쾌감이 아니었다. 길지도 않은 수염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후가 깊은 고민을 할 때의 버릇이었다. 곽가도 기이하였는지 가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왕하와 곽가 모두가 가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후는 잠시 후에 무아지경에서 빠져 나왔는지 빤히 쳐다보는 네 개의 눈을 보고 뒤로 넘어갔다. 가후는 끄응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나와 뒷머리를 짚으며 왕하와 곽가를 둘러보았다.

 

 “아이고 뭐다냐”

 

 언제나 차분하고 정확하던 그의 입에서 양주 사투리가 튀어나오자 곽가나 왕하는 웃음이 튀어나올 뻔 하였지만 그것도 참고 물었다.

 

 “문화선생 무엇을 그리 생각한 것입니까?”

 

 “끄응 봉효의 말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이 나왔지요.”

 

 가후는 손을 하늘로 뻗으며 아래로 끌어 오는 듯 한 행동을 하며 말했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땅은 만족하고 사람은 충분하며 이내 하늘까지 도우니 주군의 앞날은 이제 명로만 남은 것입니다.”

 

 육가의 집무실 육강은 관모를 집어 던지고 책상 위에 얹어져있는 죽간들을 모조리 던져버렸다. 화에 머리까지 올라가 인지하지 못했으나 화가 내려가자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 자리에 육손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육강은 흠칫하여 그를 보고 말을 하려는 찰라 육손이 말을 가로챘다.

 

 “그만 하시지요. 가주”

 

 육강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육손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말이냐?”

 

 “지금 하려는 생각, 말, 행동 모두요. 가주의 하는 모든 일들이 가문을 위협한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알고도 이리 하시는 지요.”

 

 “내가 아니하면 누가 원술을 막을꼬?”

 

 그러자 육손은 육강의 모습에 크게 웃었다. 어린 아이가 노인을 놀리는 꼴이었으나 육강은 육손을 단순히 어린 아이로 보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대하였다가 크게 당한 적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미 많은 수의 장로가 육손을 따르고 있었고 그런 육손은 단순히 육손이라는 아이가 아니라 가문의 큰 지분을 가진 장로와 같았다.

 

 “원술을 막는 다라? 우리 가문이 원소와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리 싸운다고 해도 황실은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헌데 무엇을 위해 원술을 막는 것입니까? 이미 여강을 차지한 태수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태수는 우리 육가를 인정하였고 우리는 그의 손을 잡으면 될 일입니다. 헌데 가주는 아직도 마음이 황궁에서 사시는 듯 하는 군요.”

 

 “원술은 믿을 만 한 자가 못된다. 그가 세를 잡으면 가문은 물론이고 한이라는 이름이 위험해! 네가! 네가 장로들을 설득하거나라!”

 

 육손은 육강이 말을 끝내자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가 버렸다.

 

 ‘가주 황궁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이리 변한 겁니까?’

 

 육강은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육손을 바라보았다. 마치 육손의 모습과 왕하의 모습을 겹쳐보였다.

 

 ‘어린놈! 네가 아무리 뛰어난들 그들을 모르는 가운데 어찌하지 못한다! 그들의 손과 눈이 어디에나 있거늘! 특히 원가는 아니되! 사세사공의 집안인 원가에 그들은 깊숙한 곳에 있을 것이다.’

 

 육강의 응접실에는 주태와 장흠이 육강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속은 끓는 물과 같았다. 육강과 그들이 계획했던 일들은 모두 틀어진 것을 느꼈다. 단지 감일 뿐이지만 장흠은 스스로 정확하다 느꼈다. 수적질을 하면서 이런 감각 하나로 강동일대의 큰 수적 집단이 되지 않았는가?

 

 ‘육강의 생각이 모두 빗나간 것이지 태수는 의외로 강인했고 휘하 모사들은 육강이 상상했던 이들을 넘어섰다. 무장들은 어떠한가? 기세는 남달랐고 눈빛은 현현(玄玄)하였다. 육강은 그를 넘을 수 없어’

 

 얼마지 않아 육강이 들어왔고 그 둘은 예를 취했다. 육강은 그들을 앉게 하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자네들이 살기 위해서는 왕하군을 저지하게”

 

 그 둘은 인상을 찌푸리며 육강을 바라보았다. 태수군을 저지하라니 무슨 뜻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수적들을 수적들로 남겨둘 생각이 없네. 모든 수적을 죽이거나 없애버릴 것이야.”

 

 “그것은 불가능 합니다. 그리고 수군이라고는 고깃배도 못타는 인원이 대다수가 아닌지요?”

 

 “방이 붙을 거네. 태수의 간악한 말로 파군에서 밀려오는 수적들뿐 아니라 강동의 수적들도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어찌 방 하나로 강동의 수적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말인가? 장흠은 이리 생각하였다. 그리고 육강이 왕하가 내린 방을 기억해내어 글로 써서 주었다. 주태는 글을 읽을 줄은 몰랐으나 장흠은 본디 호족 가문이라 글을 보고 내용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큰 혼란에 빠지겠군.”

 

 장흠은 주태에게 이야기를 설명하고 육강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요?”

 

 “자네들이 본보기가 되게 북기군을 공격하여 피해를 입히라는 것이네 그리한다면 저들도 더 이상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네 또한 그의 제일 모사란 가후도 잘하면 실각할 수도 있겠지.”

 

 곽가가 문제되기는 하지만 태수의 성정상 그의 계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을 중용할 수밖에 라는 생각을 하며 그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손견은 주씨일가와 회전에서 승리하고 단숨에 양성과 신야까지 진군하여 신야 일대까지 집어 삼켰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전광석화였다. 양성을 함락시킨 황개는 신야로 돌아와 손견 휘하장수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 신야성 집무실은 그야 말로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손견은 원역사와 달리 주씨 일가에게 보급로가 끊겨 고생하는 상황이 아닌 주씨 일가를 농락하고 있었다. 주가는 패퇴하고 번성에서 대기 중인 황조군에 합류하였다. 손견이 형주로가기 위한 관문은 황조가 지키고 있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유표로군?”

 

 “주군 어차피 유표야 겁쟁이 아닙니까? 주군께서 일갈만 내뱉어도 숨을 구멍을 찾을 겁니다.”

 

 정보는 유표를 깔보며 말했고 주변의 장수들은 그 말에 껄껄 웃었다. 손견도 웃음을 지었지만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걱정을 하는듯한 표정이 나타났다.

 

 ‘유표는 쉽지 않은 자이다. 단기로 형주로 들어가 연합 때만 하여도 장군께 고분고분 하였지만 그 뒤로 호족세력을 집어삼키고 원장군께 대적할 정도로 세력을 강화했으니’

 

 특히 무서운 바는 형주의 머리들이었다. 학사들을 대우한다는 말에 많은 명사들이 유표의 곁으로 향했다. 천하에 쟁쟁한 그들이 무슨 책략을 짤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손견이 마치 무엇에 쫓기듯 빨리 남하하려는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머리들이 제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국이고 뭐고 지금 이 좁은 전투에 모든 역량을 쓸어 넣도록’

 

 굳어진 손견의 표정에 장수들도 잡담을 그만두고 손견을 바라보았다. 손견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갑자기 조용하니 손가의 무장들 같지는 않군! 자 모두 술을 들게 오늘은 먹고 마시며 승리를 자축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휴식을 취하고 군이 재정비되면 바로 일을 시킬 것이니 그것 걱정이나 하게!”

 

 그러자 다시 장수들이 왁자지껄해지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손견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으나 고민이 가득해졌다.

 

 양양성 대전에는 아래로 많은 명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며 현황과 여러 대안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반면에 형주의 토박이인 괴가, 채가, 황가, 방가 등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괴량이 괴월 방향으로 머리를 기우리며 웃음을 지으며 속삭이듯 물었다.

 

 “이미 다른 가문들이랑 다 이야기가 된 듯 한데 아닌가?”

 

 조용하던 괴월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왔다.

 

 “자사님이 오면 모두 알게 될 것입니다.”

 

 괴량은 자세를 다시 되돌리고 웃음을 지었다.

 

 “호오? 이야기가 다 됐구먼?”

 

 괴월의 입은 그 뒤로 떨어지지 않았고 괴량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유표가 들어오자 자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지며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유표는 들어서자마자 분에 찬 듯 옷을 펄럭이며 자리에 앉았다.

 

 “손견이! 이 양양 앞까지 당도했소! 그런데 아직도 갑론을박만 할 참인가!”

 

 명사들이 유표의 눈에 들기 위하여 이리저리 간을 했으나 유표를 만족시키는 것은 없었다. 말이 잦아들자 괴월이 앞에 나섰다.

 

 “원가에 손을 내미시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자 유표는 믿는 괴월의 입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나오자 대갈을 했다.

 

 “원가? 원가라 했는가! 하북의 원가가 어떻게 나서는가! 하북의 원가의 힘을 빌릴 수 없다고 한 것은 그대가 아닌가!”

 

 “맞습니다. 하북의 원가는 형주를 도울 힘이 없습니다. 아니 있다 하여도 돕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나와 장난하는 것인가! 말을 할 것이면 똑바로 하게! 적과 손을 잡자는 것도 아니고!”

 

 유표는 분기에 가득 차 목까지 붉어져 있었다. 자리에 일어서서 욕을 하지 않은 것이 대단해 보였다.

 

 “적과 손을 잡으시라는 것입니다.”

 

 괴월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유표는 표정이 싹 사라지며 손을 뻗고 손을 까딱거리며 시종을 불렀다. 그러자 시종이 유표 뒤에 시립하고 있던 몇에게 말하자 인물들이 움직이며 발을 쳤다. 대전에 있는 명사들에게 회를 파할 것을 알리자 명사들은 기분은 좀 나빴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 나갔다.

 

 유표는 괴월에게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괴월은 유표의 말에 자신감이 가득하게 말했다.

 

 "가능하지 않았다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유표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대전의 모든 신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인가?"

 

 "모두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작의 걱정은 하지 않는가?"

 

 괴월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쉽게 말했다.

 

 "세작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원술에게는 아군의 급박함을 알려 아군의 말이 거짓이 없음을 알리 것입니다."

 

 그러자 유표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리되면 원소는 어찌하는가?"

 

 "원소는 어차피 직접적으로 손을 쓰지도 못 합니다. 해봐야 남형주 4군에서 이족을 움직이는 것이겠지요. 원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다 입니다.

 또한 원씨가의 내전이 끝나면 황족들이 움직일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라도 아군은 힘을 아껴야합니다."

 

 유표의 머릿속에서 몇 해 전 유화가 물어본 근황군을 떠올렸다.

 

 "혹 근황군의 주도권을 잡는 일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허 이러한 위기에 거기까지 생각한단 말인가? 대단하이. 허나 그 모든 것이 원술이 아군의 손을 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괴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내저었다.

 

 "원술이 시류를 인지하고 손견을 알고 있다면 아군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펴고 당당히 말했다.

 

 "원술 스스로 손견이라는 그릇을 감당 할 수 없다는 것.

 

 손견의 가슴 속의 야망을 알고 있다는 것

 

 원가의 가전(家傳)상 에서 황실과 척을 지면 안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의 욕심이 시키는 바입니다.“

 

 유표는 길게 자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가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역린은 바로 황실이었다. 자신 또한 황가의 핏줄이므로 원술이 자신의 세력을 무너트릴 지언정 목에 칼을 밖아 넣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손견이라는 다루기 힘든 손을 쓰는 것일 수도 있었다. 원술 또한 사슴을 쫒는 이였기 때문에 말이다. 유표는 원술을 대적하고 싶었다. 원술을 꺾고 천하에 웅지를 알리고 싶었으나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형주의 황제가 될 수 있을지언정 천하를 잡을 정도는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살아야겠지 손견을 막지 못하면 원술의 눈감음 한 번에 내목은 저잣거리의 씹을 거리로 남을 테니.’

 

 “좋네. 이도(異度) 그대의 책략을 믿기로 함세. 그대 마음대로 움직여 보게나. 이미 다른 대가들 모두가 그대의 책안을 받아들인 듯하니 다른 대가들을 설득할 시간은 주지 않아도 되겠지.”

 

 “존명”

 

 괴월이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포권을 쥐고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그리고 회가 파하자 괴량이 괴월의 옆에 붙어 물었다.

 

 “혹여 내 생각이 맞는다면 말이네 모든 명사가 모인 자리에서 자네가 그 발언을 한 것은 단순히 원공로에게 간절함을 알리는 것은 아닌듯한데 아닌가?”

 

 괴월은 괴량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궁금하신 것입니까?”

 

 그러자 괴량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관자노리에 갖다 대고 얼굴을 들이밀고서는 괴월에게 말했다. 괴량의 얼굴에 그림자가 져서 사뭇 위협적이었다.

 

 “단지 나는 자네의 생각을 알고 싶을 뿐이네 나는 자사께서 사슴을 쫒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네. 그것만 알아주었으면 하고, 아! 자네가 뭐든 빠르고 급진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있네. 그러나 그런 방도가 느린 것보다 나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군. 보보에 신중하고 보보에 생각을 좀 더 크게 바라보시게.”

 

 괴량이 괴월을 훅하고 지나가자 괴월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제아무리 가문의 윗사람이라고 하여도 이리 자신을 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난세였다. 각지에 군웅들이 할거하고 합종연횡을 이루며 빠르게 물살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괴량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인의의 도를 행하면 백성들이 다 돌아오고 모든 게 다 정상이 될 것이라고? 웃기는 말을 지껄이는 것이 몇 해 전이다. 결국에는 내가 모든 것을 처리하지 않았는가? 괴가의 수치로다 수치야!’

 

 괴월은 유표가 사슴을 쫒으려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괴월에게 형주는 단지 더 큰 일을 위한 시험장이었다. 그리고 괴월에게 유표는 사슴을 노리는데 필요한 올무에 지나지 않았다.

 

 괴월은 대전을 나가며 아래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누가 이곳 형주를 삼킬지는 모르겠으나 빨리 그때가 왔으면 좋겠군.’

 

 

 

 번성에 다다른 손견은 군사를 이동하며 맛보기를 하고 있었다. 황조군은 손견의 도발에도 묵묵히 성안에서 방어를 전담하였다. 손견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군을 정비하고 망루에 앉아 고찰을 하였다.

 

 ‘생각보다 화살이 많군, 번성만 문제가 아니라 여기를 넘어 보이는 저 언덕도 문제인데? 황조가 잡힌 다면 어짜피 적군은 무너질 것이니 제발 황조가 저 성에 있기를 바라야겠군.

 

 주유가 나서 손견에게 간을 하였다.

 

 “적군의 화살이 아군에 피해를 주니 주군께서는 야간에 거짓 공격으로 적들의 진을 빼고 한 번에 두 거점을 점령하시지요.”

 

 손견은 주유의 책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찬동하지는 않았다.

 

 “물론 시간이 충분하고 적장이 경험이 없다면 내 너의 계책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적은 형주에서 잔뼈가 굵은 황조다. 그가 거짓 공격에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주유는 황조가 자신의 책을 간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허나 그가 군략을 알았다면 아군을 이리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늪지를 두고 저희를 압박하는 것이 옳습니다.”

 

 손견은 주유의 말에 크게 웃었다. 머리가 뛰어난 아이였다. 그러나 아직은 전장을 모르는 아이에 불과 하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의 곁에 두어 전장을 알게 한다면 책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것은 황조가 우리를 알기 때문이다.”

 

 “아군을 알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이 손문대를 알고 호랑이군을 알고 있기에 그는 성과 언덕에서 싸우는 것이다.”

 

 “어찌 그렇다는 것 입니까?”

 

 “호로관과 신야성에서도 아군의 위용을 보지 않았느냐. 그것을 잊었다는 말이냐?”

 

 “그러나 그것은 개흙과 관계가 없습니다.”

 

 손견은 주유의 뒷목을 잡아 망루의 가장 앞에 앉혔다. 그리고 무기를 챙기며 말하였다.

 

 “똑똑히 보고 있으려 무나 이 손문대가 어찌 싸우는지 말이다.”

 

 손견은 어느새 말을 타고 가장 앞에 서서 그저 패도를 앞으로 뻗었다. 그러나 그 단순한 동작에 모든 군의 눈이 그 패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견이 말을 때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모든 군이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이 손견보다 앞을 나서기 위해 나섰다. 화살이 날아오자 그들은 본능적으로인지 잘 훈련되어 인지 잘 모르지만 순식간에 5명이 모여 방진을 펼치고 달려 나갔다. 주유는 그때도 그랬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손가의 군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주유는 이해를 뒤로하고 심장이 뛰고 있었다. 저런 군세를 이용하여 전략을 짠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500의 군으로 5000을 상대한다는 함진영을 뛰어 넘을 수 있을 듯하였다. 아니 그를 뛰어 넘어 천하 제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손견과 손가의 군만 있다면 말이다.

 

 원술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유표군 사신을 바라보며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오만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아래서 그런 원술의 태도에도 예를 표하는 이적은 그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술은 얼굴을 계속 찡그리고 죽간을 옆에 시립한 한호에게 넘겼다. 솔직히 원술로서는 유려한 구연미사와 자신을 띄워주는 글들에 도통 목적을 알기 어려워서였다.

 

 한호는 필요한 말만 잘라 원술에게 전해주자 원술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적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원술은 기침으로 참아내었다. 원술은 손을 뻗어 금덩이를 쥐어 이적을 향하여 던졌다.

 

 “들을 필요도 없다. 여기 이것으로 돌아갈 노잣돈이나 해라.”

 

 원술의 행동은 이적의 자존심을 크게 긁었으나 이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놀란 것은 원술이었다. 이적은 금자를 쥐며 원술의 면전을 바라보았다. 이적의 얼굴은 불쌍한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술은 분노하였다. 원술은 뒤에 놓여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네놈이 그런 얼굴을 짓고도 무사할 듯싶으냐?”

 

 “허나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음이옵니다. 장군께서는 호랑이를 이런 빛나는 오라로 잡아둘 수 있을 거라 생각 하시는 것입니까?”

 

 “네놈이 나를 우롱하는 것이더냐?”

 

 “어차피 죽을 놈이 무슨 말을 못하겠나이까? 형주로 돌아간다 하여도 손씨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니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요.”

 

 원술은 허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옆으로 들었다. 그러자 종복이 나타나 원술의 검을 비단으로 받아 뒤로 물러나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술의 행동은 그의 말을 들어 보겠다는 뜻이었다. 아니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어떤 것이든 상관은 없었다. 원술이 그의 말을 듣는 다면 속에 잠재하던 의심이 밖으로 터져 나올 것이니

 

 

 

 원술은 이적이 떠나가고 염상과 한호, 원환등의 제일 믿는 모사 몇을 불러 물었다. 솔직히 이런 일은 죄다 모아 말하기는 어려웠다. 어디서 말이 세어나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을 단번에 거절 하지 않고 이렇게 고심을 하고 있는 자체로도 원술이라는 이름을 떨어트리는 일이었다.

 

 솔직히 원술의 마음은 손견을 팽하는 것에 많이 기울어있었다. 수많은 시간동안 손견에 대하여 생각을 해온 원술이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 손견을 잡아 두기 어려웠다. 원술의 말을 빌미로 자신의 명성을 무너트리거나 기회를 틈타 자신의 세력에 그의 심복을 숨겨두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오경과 손분이었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시작으로 군의 중간 허리를 대표하는 이들 대다수가 손견의 입김이 크게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손견이 형주를 얻으면 나는 왕예나 장온과 같은 꼴이 나겠지.’

 

 그런 생각은 한호나 염상 등 모두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막상 유표를 막으라고 보낸 손견이었으나 그를 넘어 형주를 노릴 줄은 몰랐으니 그들에게 이 기회는 미친 듯이 날뛰는 호랑이에게 약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약의 강도였다.

 

 그때 입을 땐 것은 한호였다.

 

 “이미 커버린 호랑이를 다스린 다는 것은 어려울 듯 합니다.”

 

 염상은 한호의 말을 알아차리고 쓴 입맛을 다셨다.

 

 “기도위 문대공을 죽이겠다는 것인가?”

 

 원술도 염상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자신의 휘하의 장수를 죽인다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어차피 길들일 수 없는 호랑이입니다. 결국에는 아군의 뒤통수를 노릴 것이 뻔한 것을 살려두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원술은 한호의 말에 손에 무엇인가 고심을 하더니 품안에서 빛은 조금 바랬지만 금빛이 띠는 패를 꺼냈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과 같은 패였는데 원술은 한호에게 그 패를 주며 말했다.

 

 “만금패(萬金牌)이네 이것을 알고 있나?”

 

 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불위의 가문이 풍비박살이 날 때 그를 도와준 몇몇의 공후가문이 있었다. 여(呂)씨 가문은 그들에게 패를 건네주었는데 천금이든 만금이든 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주겠다고 내어준 패였다. 그 패가 어찌 원술의 손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패 하나로 파(巴)땅의 여씨가문의 전력이 원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줄 것이었다.

 

 “과거의 여가와 지금의 여(呂)가의 힘이 다르다는 것은 여(余) 또한 알고 있네. 허나 그들이 제아무리 쇠하였다 하여도 전력을 다하면 손가의 머리를 잡는 것을 못하지는 않을 것이야.”

 

 한호가 패를 들고 원술의 모습을 보았다.

 

 “아까우시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원술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 원공로가 그깟 금덩어리를 아까워할까? 아니면 여가의 보잘것없는 손을 아까워할까? 묻는 것인가? 금은 질릴 만큼 많고 손견 정도를 잡을 힘은 우스울 정도네 허나 여는 천하의 눈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유표놈이 바라는 바처럼 움직이기 싫어서 말이네.”

 

 원술은 목이 말랐는지 손을 뻗어 왼편에 놓인 꿀물을 마셨다.

 

 “나는 누군가의 판위의 장기가 아니라 장기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네.”

 

 

 

 번성을 넘은 손견은 성안의 상태를 보고 한숨을 내뱉었다. 성안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모두가 전소 되었고 우물은 모조리 독을 풀어 마실 수가 없었다. 이리 되면 문제는 손견군에 찾아오게 된 것이다. 원술의 보급이 차질이 생긴 것인지 느려 졌기 때문이었다.

 

 “골치가 아프군. 남은 것이라곤 이제 저쪽 산과 같은 흙성인데.”

 

 양양성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번성을 넘고 보이는 것은 작은 강을 넘어 만들어진 흙성 그리고 그것을 넘어야만 큰 강을 건너 양양성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러나 골치는 아플지언정 걱정은 없었다. 번성을 넘었으니 제아무리 형주의 학사들도 손가의 군을 막기 위해 외부의 손을 부를 시간 따위는 없으리라. 골치 아픈 생각은 던져버리고 손견은 군이 주둔한 주둔지로 자리를 옮기고 각 장수들에게 명을 내렸다.

 

 “보급이 도착하는 즉시 토성을 점령한다. 그곳에 망루를 세운 후 양양성을 공략하겠다. 그동안 쉬어라.”

 

 손견의 말에 존명이라는 말을 하고 황개와 정보 등은 군을 정비하며 번을 세웠다. 손견은 군을 한번 순찰한 뒤 자신의 막사로 들어와 갑주를 벗고 피로를 풀기 위하여 목욕을 하였다. 목욕이 끝난 손견은 옷을 정리하지 않고 근육질의 몸을 내보이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양양을 넘어 남형주가 보였고 그리고 동쪽으로 강동이 보였다.

 

 “형주를 얻으면 장사 일대의 인물들을 움직이면 남형주야 걱정이 없다. 그 후 강동에 손만 뻗는 다면....”

 

 손견은 웃음을 지었다. 형주와 강동 그리고 원술의 힘을 얻어 낸다면 그 누가 감히 손가의 힘에 대적 하겠는가?

 

 ‘그 다음은 천자를 봉대하고 한을 일신하여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앉는 것이다. 이 손견의 손에 한이 다시 일어나고 손씨는 손자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야!’

 

 마치 손견은 하늘의 의지가 자신의 곁에 서있는 듯 싶었다. 그날 밤 손견은 꿈을 꾸었다.

 

 엄청난 폭풍우가 손견을 둘러쌓다. 천둥소리에 귀가 떨어질 것 같았다. 번개의 불빛에 눈이 머는 듯하였다. 그 와중의 비바람은 그를 날려버리기 위하여 세차게 몰아쳤다. 그러나 그는 지지 않았다. 겨우 비바람에 손견이 질수는 없었다. 폭풍우의 중심에는 용이 있었고 용은 손견을 희롱하듯 한번 그를 휙 감싸며 하늘로 올라갔다.

 

  손견은 분노하였다. 왜 분노하였는지는 모른다. 그를 비바람에 빠트렸기에? 아니면 그를 희롱해서? 모두 아니었다. 아니 아마도 힘든 일의 끝에 아무것도 없어서 일지도 몰랐다. 무엇인가를 줄 것이라 생각 했던 용이 그냥 날아가서인 것 같았다.

 

 ‘그래 용을 잡자’

 

 손견은 하늘의 용을 잡기위해 칼을 뽑은 그때 용은 그를 비웃으며 머리에 번개를 내리쳤다.

 

 그리고 손견은 땀을 뻘뻘 흘리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머리를 매만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헉헉, 생생하구나. 용꿈이라니 길조인가?”

 

 황조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괴월이 보낸 죽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빙빙 수염을 꼬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목숨을 내놓고 도박을 하라는 말인데.’

 

 그리고 그 죽간을 건네준 이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꽤 하는 놈이었다. 그놈 만아니라 그 뒤에 서있는 이들도 괄목할 만 하였다.

 

 ‘임협들 중에도 저런 자들을 본적은 있는데 이들이 손견을 죽일 수 있을까?“

 

 임협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장에서 일대일을 주로 하는 무술로 누구를 처치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대도를 들거나 창 혹은 언월도를 들며, 공격할 때는 내려찍듯이 사람을 짓이기고 전장을 누비는 것이었다.

 

 ‘하긴 예외가 있기는 하지’

 

 순간 여포와 그를 막기 위해 움직였던 이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내 머리에서 휙휙 지워버렸다.

 

 ‘그런 자들이 천하에 널린 것도 아니고 그런 자들과 이들을 비교하기에는 좀…….’

 

 물론 그렇다고 너무 깔보는 것도 아니었다. 괴월이 추천해주는 인물이기도 했고 일단 느낌 자체가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수염을 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신병이기 때문이었다.

 

 ‘끄응 어차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던 간에 결국 정해진 일이다. 일단 손견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겠지.’

 

 “그래, 그럼 내가 어찌 부르면 되겠는가?”

 

 그러자 서신을 보여준 자가 나서 말을 꺼내었다.

 

 “그냥 여(呂)아무개라 부르시면 됩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황조였다. 이들을 모두 여아무개라 부르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뭐 이들은 상관없겠지만 자신이 껄끄러웠다.

 

 “그럼 뭐 자네 휘하에 있는 자들은 여공(呂工)이라고 하고 자네는 여개(呂介)라 하지, 그 정도면 지휘도 쉬울듯하니 그리 하게”

 

 그러자 그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번일이 끝나면 다시 그림자로 숨어들어갈 자신들이었다.

 

 여개와 여공이 사라지고 황조는 여러 가지를 고민하였다. 화조 혼자 전장 밖으로 달린다고 하여도 손견이 무시하거나 휘하장수가 달려 나오면 모든 책략은 무너져버릴 것이었다. 오직 손견만 달려 나와야 했다.

 

 ‘그래서 괴월이 다른 말을 쓰지 않은 것이겠지.’

 

 황조는 걸음을 옮겨 그간 전투와 손견군을 관측한 수많은 죽간이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죽간을 풀어 하나하나 다시 복기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사소한 것도 대충 보는 일이 없었다. 마치 자신이 손견이라도 되는 듯 그의 행동까지 따라하며 손견의 모든 것을 탐독했다.

 

 황조 그는 여느 삼국지에서 나오는 장수의 궤를 달리하는 인물이었다. 일부러 전장을 연연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해도 전장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에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위에서 명이 내려와 적을 막으라고 하면 막고 그 외의 명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지 않았다.

 

 오서에서 보면 국지전에서는 황조가 신나게 털렸을지는 모르나 결국 보면 강하를 넘지 못하였다. 솔직히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손씨의 오랜 세월의 괴롭힘에도 굳건히 강하를 버티고 앉아 있었다. 오에서는 복수의 이름으로 명장이란 명장은 쏟아 부었음에도 결국 208년까지 까지 굳건히 버틴 것이었다.

 

  그의 전투를 바라보면 신기묘산의 전략이나 손견과 같은 무용 또한 없다. 그러나 큰 그림으로 보면 결국 적은 그를 넘지 못하고 자멸을 하던 후방이 파탄이 나서 후퇴를 해서 물러났다. 그리고 마치 황조는 어차피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이처럼 더 이상의 행동도 하지 않고 승리를 취하였다. 황조는 전투는 패할 지라도 전쟁에서 만큼은 강한 인물이었다.

 

 

 다음날 아침 황조는 웃음을 지으며 그 자리를 나왔다. 손견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가 황조에게 온 것이다.

 

 황조는 여공들을 불러 모은 체 말을 건넸다. 갑주를 입으며 무기를 챙기는 그의 모습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 나는 이 토성을 버릴 것이네 어차피 이 토성이야 밖에 있는 손씨 놈들을 잠깐 발목이나 붙잡는 수단이니 여기 남은 이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무책임한 황조의 말에 여개가 나서 물었다.

 

 “그럼 여기 있는 병사들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그러자 황조의 표정은 ‘음? 그게 뭐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알아서 잘 피신하겠지 아니면 내 대신 통솔하는 놈들이 잘 할 것이고.”

 

 여개가 놀라 황조를 바라보았다.

 

 ‘어찌 일군의 수장이라는 자가 이리도 무책임 할 수가 있는가? 이런 자가 유표를 대표하는 장수라니 미래가 보이는 구나.’

 

 “호오? 속으로 욕을 하는 게 딱 보이는군? 뭐,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니 나는 내 임무를 하는 것이고 저들은 저들 임무를 하는 것이네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호랑이 사냥이니 말이네.”

 

 황조는 토성을 두고 그 즉시 말을 달려 주변의 은신처로 숨었다. 그리고 여공들에게 공격할 위치와 시간을 정해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공격하지 말아야 할 곳을 정해준 것이었다.

 

 그러자 한명의 여공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것입니까? 공격을 하면 하는 것이지 은신하여 암살 하는 것보다도 복잡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황조가 입 꼬리를 올리면서 물었다.

 

 “암살이라 그런 쪽 일을 하시나 보군 뭐 그것이야 알바가 아니고 자네들 활은 좀 쏘나?”

 

 그러자 여개가 나서 말했다. 여공들이 불만을 터트리며 대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나서 말하는 것이 나으리라.

 

 “예 궁술이야 꽤 합니다. 그것은 어찌하여 물으십니까?”

 

 “호오, 이제 되묻기까지 하는군? 꽤하는 정도가 아니라 10중 7은 맞추어야 할 텐데?”

 

 “그보다 나을 것입니다. 거리가 별로 멀지 않는 다면 다 명중시킬 자신도 있고요.”

 

 황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안심이 된 듯싶었다. 그러나 여개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이런 자질구레한 계획들을 세세하게 다 세워 놓으며 습격을 하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아니 이런다고 손견이 튀어 나올 지도 의문이었다. 차라리 손견의 막사로 돌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다고 손견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여개의 말에 황조는 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이들이 막사에 들어가면 손견의 목을 딸 수 있을까? 황조의 생각으로는 아니다 라고 느꼈다. 이들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하여도 손견의 막사는 용담 호혈이었다. 황개, 정보, 조무 등 용맹한 무인들과 쟁쟁한 무인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손견 그 자체로도 무예는 일신을 넘어선 자였다. 화웅과 겨루는 것을 본 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니 할 말은 다한 것이었다.

 

 “호랑이를 가장 쉽게 잡는 방도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함정에 빠트린 것을 그냥 화살 한발로 쓰러트리는 것이야.”

 

 여개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자 말을 돌려 물었다.

 

 “손견이 죽었다고 손견군이 물러 날 것 같습니까?”

 

 그러자 황조가 무식한 놈들을 바라보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던지듯 말을 했다.

 

 “그들 모두가 그의 가족이니까.”

 

 손견군이 움직여 토성을 포위 하였고 토성은 번성을 넘을 때보다 더욱 시간이 걸릴 듯싶었다. 더욱 격렬하게 반항 하였고 성을 노리는 것보다 더욱 괴란하였다. 손견은 망루위에서 깃 하나를 올려 퇴각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내려와 투구를 벗었다 그리고 목 뒤를 주물럭거리면서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황조 이 빌어먹을 놈 성은 그냥 뚫리기만 해도 버리더니 조악한 토성은 뭐 하러 이리 버티는 거야?”

 

 옆에 서있던 주치는 빠르게 손견의 뒤에 붙어 말을 이었다.

 

 “주군 저기가 넘어가면 바로 양양 아닙니까. 저놈들도 저기를 목숨 걸고 버티는 거죠.”

 

 “허? 번성은 그렇게 버리고? 무평(주치의 가상의자) 너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저기서 버텨봐야 아흐레는 버티겠냐? 저기에 물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고 쌀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 어? 생각을 좀 해라 우리 군에서 장수라는 것들은 머리가 없어 머리가.”

 

 그러자 옆에서 주치가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머리 쓰면 머리 쓴다고 비겁하다고 뭐라 하고 안 쓰면 안 쓴다고 뭐라 하고 공복형님이 뒤에서 지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해가가 솔직히 일부러 달려 나가는 것도 잔소리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 아냐? 어이구 내 팔자야.”

 

  손견은 인상을 팍 쓰며 주치의 뒷목을 잡고 그의 얼굴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어이구 우리 동생 뭐라고 했어요?”

 

 주치는 숨을 잘못 쉬었는지 딸꾹질을 하며 손견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 잔소리가 얼마나 갈까? 그 생각에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하루의 공성이 끝나고 군을 정비하는 것은 주치가 벌을 받아 맞게 되었고 전장에 나갔던 이들은 모두 휴식을 취하게 하였다.

 

 그것을 멀리 바라보는 두 눈이 있었다. 바로 손견이 욕하던 황조였다.

 

 “역시 그래도 그놈들 살길은 잘 알고 있단 말이야.”

 

 여개가 황조의 옆에 서서 물었다.

 

 “무슨 뜻 입니까? 살길은 잘 알고 있단 뜻 말입니다.”

 

 황조는 별걸 다 물어본다면서 여개를 바라보았다.

 

 “저기 뚫리면 살 것 같나? 아니면 죽을 것 같나? 항복 한다고 해서 손견이 살려 줄 듯싶나? 강하 때의 일을 저들이 모를 듯싶은가? 항복을 청하던 이들을 모두 목을 날렸던 이가 손견이고 동탁과 같이 서변에서 몇 만이 넘는 항군을 묻어버린 것도 토성의 내 부장들은 알고 있네. 그래서 버티는 것이야.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지.”

 

 “그럼 언제 저들을 습격하는 것 입니까? 이미 작전도 다 짜여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황조는 두 개의 손가락을 펼쳤다.

 

 “이틀, 이틀만 기다리게 그들의 습성이 변동은 없을 수 있지만 혹시 모르는 것이니 말이네.”

 

 황조의 말대로 이틀간을 기다렸다. 그동안 토성은 함락직전이었지만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었고 손견이 직접 군을 이끌고 나섰음에도 그들은 어찌어찌 버텨내었다. 그러나 일부가 무너지고 해자는 이미 무너져버린 토사에 메워져 하루 앞이 걱정이었다.

 

 “오늘 저녁 내 말한 변동 사항만 잘 기억하고 시행하게.”

 

 여개는 놀란 눈으로 황조를 바라보았다. 이틀 동안 손견군의 막사를 모두 파악하고 요소요소 장수의 위치 그 시각에 어떤 장수가 어디로 주로 움직이는 지를 대충 파악한 것이다. 그것을 작전 변동사항에 집어넣었다.

 

 ‘장수가 아니라 모사에 가까운 능력이 아니던가?’

 

 물론 황조는 스스로 장수가 아니라 스스로 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오늘이 지나면 호랑이 가죽이 나를 누르겠구나.”

 

 

 

 손견은 여느 때와 같이 저녁에 막사 순찰을 위하여 최소한의 호위만 이끌고 나섰다. 그리고 군량고 쪽에 이상한 인물을 발견하고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를 따라 움직이니 그들은 군량고에 불을 던지고 긴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손견은 크게 고함을 지르며 군을 깨웠다. 그러자 주변에서 허겁지겁 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손견은 그들을 쫒았다.

 

 정보가 손견이 빠르게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것을 보자 그를 말리려고 하나 손견은 정보에게 소리쳤다.

 

 “황조가 성 밖으로 나섰으니 이를 도주했다고 하며 성을 야습하게! 적들은 사기가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야!”

 

 정보는 고개를 끄덕이고 불이 꺼지자마자 토성을 공격하기 위하여 움직였다. 손견은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을 계속 추격하였다. 막사에서 이미 멀어졌지만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아니 과신하고 있었다. 황조가 숲으로 들어섰고 손견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황조는 순식간에 손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황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신이로다! 과신이야! 손견아! 네놈의 과신이 네놈을 죽이는 것이다!”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아니 사방이 바람 소리였다. 옆에 있던 호위무사가 한발에 쓰러졌다. 손견은 패도를 허리에 묶었다. 그리고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 말에서 곧 바로 내렸다. 화살이 말에 맞으며 말이 날뛰며 화살 몇 방을 더 맞고 쓰러졌다.

 

 ‘숲으로 들어와 자신을 노린 것을 보면 적은 해봐야 30명을 넘지 않을 것이었다. 그 이상이었다면 아군이 모를 일이 없었겠지 어차피 다른 군에 구원을 청하는 것이 아니면 이곳을 빠져나가면 된다.’

 

 손견은 비도를 왼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휘익’

 

 손견은 화살의 소리를 듣고 몸을 낮추어 화살을 피해냈다.

 

 ‘왼쪽 나무 위’

 

 손견은 몸을 틀어 비도를 던지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람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몸을 굴려 나무 뒤로 숨어 화살을 피해냈다. 투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에 화살이 박혔고 손견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를 따라온 호위들도 나무에 몸을 숨기며 화살을 피했다. 그러나 한명 한명 부상을 입고 나뒹굴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손견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몸을 움직여 그림자 쪽으로 달려 나갔고 손견은 활과 화살을 집었다. 그러면서 숲을 나가기 위하여 나무 사이를 달려 나갔다. 그리고 호위를 향하여 손짓으로 밖으로 나올 것을 명했고 그를 따라 나섰다. 손견은 화살이 날아 올 때 마다 소리를 느끼고 달리면서도 몸을 돌려 화살을 날렸다.

 

 숨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황조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손견의 뒤를 쫒았다. 그를 여기서 죽이지 못하면 자신 또한 어차피 죽을 것이니 손견의 죽음을 확실히 봐야했다.

 

 손견은 숲이 끝나는 지역이 보이자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달려 나갔고 그 뒤를 그의 호위무사들이 따랐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손견은 크게 웃음을 지으려 했으나 옆구리에 사한 기분이 들었다.

 

 옆구리를 찌른 것은 자신의 수하복장을 입은 다른 자였다. 손견은 옆구리를 쥐며 한쪽에 들고 있던 화살로 그의 목에 찔러 넣고 죽은 그에게 물었다.

 

 “누구냐?”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단순히 자신을 죽인다고 하여도 원술이 다시 나서면 형주를 노릴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을 죽이는데 모든 것을 건 것 같았다. 이는 자신이 모르는 흑막이 있을 것이었다. ‘손견의 죽음이 형주의 구원이 될 수 있다.’ 어떤 흑막이 말이다.

 

 “누구냔 말이다!”

 

 패배다. 패배 형주의 모사들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자신의 용맹과 꾀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그의 눈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 구차하게 죽는 것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나는 호랑이다. 죽는 것도 산중의 왕과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이여 오라! 나 강동의 호랑이가 간다!”

 

 그의 외침과 함께 화살들이 날아왔고 손견은 웃음을 지었다. 전장에서의 죽음 아니 처절한 전투후의 죽음일까 어찌 되었든 무인들이 원하는 그런 죽음이 아니던가?

 

 화살을 수십 발을 맞았음에 그는 팔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러나 그는 쓰러질 수 없었다. 아니 그래선 아니 됐다. 그러나 이미 다리의 힘이 풀려 무너지기 시작했고 활은 이미 부러져있었다.

 

 ‘무릎을 꿇는다면 한조에 무릎을 꿇자’

 

 손견은 몸을 돌려 포권을 쥐고 갖은 힘을 다 내어 예를 취하며 무릎을 꿇었다.

 

 ‘신 손견 여기서 생을 다하지만 손가는 끝까지 한조를 따를 것입니다.’

 

 손견이 쓰러졌고 숲에서 황조가 나왔다. 무릎을 꿇고 정확히 낙읍을 향하여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리고 옆에 놓여있던 돌덩이 하나를 들고 손견의 머리를 쳤다. 손견의 신위가 옆으로 나뒹굴었다. 여개는 놀라 황조가 더 이상 움직이는 것을 막았다.

 

 “어찌 죽은 자를 이리 대한 다는 말입니까?”

 

 “이놈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이것도 못 받아주나?”

 

 여개는 고개를 저었고 황조는 돌을 힘껏 손견의 머리에 던졌다. 그리고는 황조는 무기를 다 버리고 여개를 바라보았다.

 

 “손견의 시신을 들고 양양으로 가도록하게.”

 

 “허면…….”

 

 “아 난 포로로 잡힐 것이네”

 

 “어찌하여 그곳으로 간다는 말입니까?”

 

 “감정을 거래로 바꾸어야지. 겸사겸사 내 수하들 목숨도 구해야하고.”

 

 여개는 사지로 가면서도 휘파람을 부는 황조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며 손견의 시신을 챙겨 물러났다. 그리고 황조는 물러나는 여개를 바라보았다. 황조는 여개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치 손견의 시신을 바라볼 때처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오비이락(烏飛梨落) 2017 / 7 / 25 307 0 23174   
31 오비이락(烏飛梨落) 2017 / 7 / 25 316 0 24109   
30 오비이락(烏飛梨落) 2017 / 7 / 25 297 0 18194   
29 역린(逆鱗) 2017 / 7 / 25 334 0 16583   
28 역린(逆鱗) 2017 / 7 / 25 336 0 9585   
27 역린(逆鱗) 2017 / 7 / 25 353 0 26168   
26 암중지수(暗中之手) 2017 / 7 / 25 315 0 24862   
25 암중지수(暗中之手) 2017 / 7 / 25 286 0 13279   
24 계교전투 2017 / 7 / 25 326 0 19589   
23 각자의 답 2017 / 7 / 25 331 0 11499   
22 천의(天意)의 향방 2017 / 7 / 25 324 0 3442   
21 천의(天意)의 향방 2017 / 7 / 25 300 0 21612   
20 무지불혹은 사로일행(無知不惑, 死路一行) 2017 / 7 / 25 319 0 15094   
19 인연 2017 / 7 / 25 287 0 8728   
18 군웅할거 下 2017 / 7 / 25 291 0 19929   
17 군웅할거 上 2017 / 7 / 25 302 0 22505   
16 비수가 파고들다. 2017 / 7 / 25 295 0 12777   
15 화마(火魔, 化魔) 2017 / 7 / 25 292 0 8771   
14 금선탈각(金蝉脱殻) 2017 / 7 / 25 315 0 8123   
13 조조 2017 / 7 / 25 300 0 4502   
12 비수 2017 / 7 / 25 302 0 8889   
11 거래 2017 / 7 / 25 324 0 11542   
10 반동탁연합 2017 / 7 / 25 302 0 13581   
9 仁義之端是非之途(인의지단 시비지도) 2017 / 7 / 25 314 0 3013   
8 한발짝 움직이다. 2017 / 7 / 25 309 0 23656   
7 손안의 모래알과 같아라 2017 / 7 / 25 313 0 6245   
6 움직임 2017 / 7 / 25 296 0 6808   
5 지재(智材) 2017 / 7 / 25 322 0 11839   
4 낙양 혈란 2017 / 7 / 25 322 0 9603   
3 만선 2017 / 7 / 25 334 0 877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