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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무지불혹은 사로일행(無知不惑, 死路一行)
작성일 : 17-07-25 15:18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15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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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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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강의 말에 왕하는 당황하여 차를 삼키지 못하였다. 아무리 원술이 역사에서도 평가가 박할 지라도 이 시대에는 원소와 대결을 펼칠 정도의 강한 세력이었다. 그런 원술을 두고 대뜸 싫다고 하다니 놀랄 노자였다.

 

 “대뜸 후장군의 비판을 하시니 뭐라 하기가 어렵습니다.”

 

 육강은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며 탁자를 두드렸다. 그러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표정은 매우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원술의 그늘에 있어 그러는 것은 이해는 하지만 원술의 평을 듣지 못한 것인가?”

 

 왕하는 육강의 말에 차를 입속에 밀어 넣고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사람을 설득하기 위하여 움직여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그냥 입 밖으로 꺼내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꼰대’

 

 마음속에서 생각난 육강의 이미지였다. 물론 그가 너무 보수적이거나 이런 의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믿는 신념이라면 조금이라도 움직이지도 않은 것이다. 즉 육강의 마음속에서 원술은 신념을 흔드는 빌어먹을 작자라는 것이었다.

 

 “후장군께서 무슨 평을 듣는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멀리 이익을 보지 못하고 가까운 이익만 노리며 망군(亡君)이 가지는 요소를 가지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것이 육강님이 협력하는 데 방해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육강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왕하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어찌하여 아니라는 말인가? 원술은 바로 혼돈의 중심일세! 자신의 욕심에 양주자사를 죽이고 원가의 적자인 원소와 싸우고 있지 않는가? 그야 말로 천하를 혼돈 속으로 집어넣는 일이네.”

 

 왕하는 육가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일어 서서 육강을 아래로 내려 보았다. 꼬장을 부리는 늙은이의 모습이 도리어 어린 아이 같이 보였다.

 

 “천하가 모두 선하여 순리대로 돌아간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그것을 거스르는 것이 바로 후장군이고요? 이 어찌 어리석은 생각 입니까?”

 

 육강은 왕하가 내려다보는 것도 그가 내뱉은 말도 듣기가 싫었다. 아니 거북하였다. 그래서 왕하와 맞서 일어서 소리 쳤다.

 

 “어리석다? 그럼 망군에 다를 바 없는 원술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옳은가? 선비는 바르지 못한 길을 보지도 않는 다고 하였네.”

 

 “어찌 그런 단순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까? 후장군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요? 먼저 원소와 대적한 것을 이야기 하지요. 제아무리 동적이 황제폐하를 옹립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차에 따라 이루져 온당히 이양을 받았습니다. 허나 원소는 어떻습니까? 감히 폐하가 살아 계심에도 다른 황족을 설득하여 새로이 황제를 옹립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천하에 다시없을 역모입니다. 그런 그를 적대시 하는 것이 틀리다니요.”

 

 왕하는 무례하게 육강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것이 그대의 충성입니까?”

 

 육강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육강은 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단지 원술이 내는 소문 일줄 알았다. 명문가의 후계자라는 원소가 의례를 모두 무시하고 무리하게 새로운 황제를 내세울 줄은 몰라다. 육강이 머리 속에서 무엇인가 고민을 하고 있자 왕하는 얼굴을 멀리 때고

 

 “후장군은 한조가 두 개로 가르는 원흉을 막고 계신 것입니다. 또 그 곁가지인 조조의 친분이 두터운 양주 자사를 막은 것이고요. 이래도 그리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까? 혼돈의 중심이라 그가 아니라 마지막 남은 근황의 중심이라 말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왕하는 뒤를 돌며 문을 나가기 전에 한마디를 꺼냈다.

 

 “남이하면 역모요, 자신이 하면 혁명이라는 말이 있지요. 계녕공 잘 생각해 보시지요. 자신의 행동도 그와 다르지 않는지 말입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육강은 왕하가 나간 후에도 오랫동안 서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왕하가 빠르게 육강의 집을 나가자 허저와 국의가 그의 뒤를 따랐다. 국의는 무엇인가 궁금했는지 왕하의 옆에 착 붙어서 물었다.

 

 “주군 일이 잘 되었습니까?”

 

 국의의 말에 왕하는 국의의 말에 안개를 헤집는 말로 답하였다.

 

 “찌에 부딪치기는 한 것 같은데 이를 물고 올라올지는 모르겠군요.”

 

 왕하는 다음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다음날 육강이 의복을 입고 입조를 했기 때문이었다. 왕하는 그런 육강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으나 육강은 꼿꼿한 모습으로 그저 일을 하는 듯하였다.

 

 ‘으……. 저 꼰대 삐진 건가? 뒤끝 심할 것 같은데.’

 

 왕하는 육강이 앉아 있는 자리로 내려가 물었다.

 

 “계녕공이 다시 여강의 대전에 나와서 다행입니다. 그간 여강을 이끌어 온바 많은 일을 계속 이어갔으면 합니다.”

 

 그러자 육강은 당연하듯이 거절하고는 인장을 올리며 말했다.

 

 “태수께서는 바로 군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 예상 되오나 소신의 생각은 다릅니다. 최소 2개월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왕하의 눈썹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신경질 적으로 물었다.

 

 “어찌하여 그렇소?”

 

 “태수의 군세는 대부분 하북의 군세 이옵니다. 허나 이곳은 강동입니다. 군세의 풍토병뿐 아니라 기후에 순화 되지 않으면 군을 움직이는 것에 참으로 힘들 것입니다.”

 

 “단순히 그 이유입니까?”

 

 육강은 묘한 웃음기를 띠우며 왕하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그런 것만 있을 리가요. 그랬다면 제가 인장을 거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태수께서는 군을 준비하고 저는 내정을 하면 되니까요. 허나 이것은 주군이 출군을 방해할 것이라 먼저 이리 말하는 것입니다.”

 

 왕하는 눈을 풀고 육강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육강은 뒤로 몇걸음 물러나 손짓을 하자 대전안으로 어제본 인물들이 나타났다. 장흠과 주태가 스스로 최대한으로 격식을 차려 왕하 앞에섰다. 그들은 왕하의 앞에서도 예를 표하지 않았다. 주위는 수군거림이 심해졌고 이 둘의 행동에 분노한 국의가 앞에 나섰다.

 

 "이 죄인 놈들아 네앞에 계시는 분이 누구인지 아느냐? 병주 왕씨가문의 적자이며 여강의 태수님이시다. 어찌 감히 무릎을 펴고 있어!!"

 

 국의의 말이 모든이를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단지 육강만이 어색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태수? 어차피 권력과 전쟁에 미쳐있는 또 다른 군벌이 아니던가? 우리에게 태수는 여기계시는 계녕공 이시다. 단지 그분이 그대에게 무릎을 꿇기에 최대한으로 예를 보이는 것이다."

 

 왕하는 장흠의 말에 크게 웃음을 지었다. 초심 그가 자신의 초심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영도력을 가진 것은 육강이였으며 자신은 손책과 같이 힘을 보인적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태도는 이해가 되었다.

 

 "자네들은 계녕공을 믿기에 이곳에 서있겠지?"

 

 그러자 장흠이나 주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에 국의의 분노는 커졌으나 왕하의 제지에 나설 수 가 없었다. 한 쪽 손을 들어 올린 왕하는 주태와 장흠의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의 뒤에 허저가 바로 붙어서 기세로 감히 검을 뽑지 못하게 하고 있는것은 곁가지지만

 

 "내 그대들의 고민 알 것 같은데? 내 한번 맞추어 볼까?"

 

 이미 가후나 곽가는 알고 있었고 여러 인재들도 알고 있는 문제 인것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어찌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였다.

 

 곽가는 어차피 발판 밖에 안되는 이 여강을 미끼로 삼아 강동을 정벌하는 것을 바랬으나 강동의 대가인 육가를 버려야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저수는 여강을 지키며 강동을 얻기를 바랬는데 문제는 수군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문제가 지금 왕하의 앞에서 깨어진 것이었다.

 

 "수적이 아닌가?"

 

 그리고 왕하는 재미있는듯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도 수적이아닌가 어찌하여 수적이 여강의 백성을 위해 다른 수적을 걱정하는가?"

 

 주태가 나서 말했다.

 

 "수적도! 수적의 나름이 있오! 우리 강동의 수적은 강동에 기반을 두어 강동을 수탈 할지언정 학살하고 피폐하게 하지 않소. 허나! 지금의 수적은 다르오 기반이 파군 일대로 폭풍을 피하며 강동으로 오고있오 그들이 오게 된다면 단순히 수적정도가 아니라 성이 넘어갈 걱정을 해야 할 것이오."

 

 왕하는 주태의 말에 멈칫하며 물었다.

 

 "파군의 수적이 밀려온다 했는가?"

 

 "그렇소 그들의 수장인 감녕이 실종되고 유언이 수적들을 소탕하자 그들이 수군이 강한 북형주를 지나 남형주나 이곳으로 향하고 있오."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저수나 곽가도 예상하지 못했고 가후 조차 이를 파악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긴 유언이 주체적으로 량주의 군을 모은 것도 이상하기는 하였다.

 

 '희지재 같은 자가 파촉에 있나보구나.'

 

 문득 장안이 생각이 났으나 머리에서 지웠다. 왕윤이나 왕굉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현재는 여강을 기점으로 강동을 차지하는 것 만 생각 할 때였다. 그리고 첫번째로 눈앞의 수적을 흡수해야 했다.

 

 왕하는 주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시했다. 그리고 웃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리라 허나 일부를 숨긴 진실일 것이었다.

 

 "자네들 말로면 금범적만 내려오는 듯 한데 굳이 내게 손을 벌려야 하는가?"

 

 왕하의 말에 장흠은 흠칫하여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 가후나 곽가등 여러 모사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왕하를 쳐다봤다.

 

 장흠이 말이 없자 주태가 나섰다.

 

 "총 3개 지파 56로가 파군을 떠났다고 들었오. 장정만 물경 8천이 넘는 수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오."

 

 그러자 주변이 수군거림이 켜졌다. 그런데 오히려 가후의 표정은 안정적으로 변하였다. 왕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모두 알았으니 돌아가 결정을 기다리고있어라."

 

 둘이 사라지자 육강이 예를 취하며 말했다.

 

 "제가 태수께 유예기간을 바랬던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저들은 여강과 강동 일대에서 그래도 정도를 걷는 이들로 스스로 나타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토로 했으니 태수께서 옳은 선택을 바랄 뿐입니다."

 

 왕하는 능구렁이 같은 육강의 표정을 보며 웃음이 터질 뻔 하였다.

 

 '삐진거 맞네 빌어 먹을 꼰대 영감'

 

 육강의 표정을 보니 대충 그의 의도가 보였다. 자신에게 제한된 선택지를 던져 준것이다.

 

 '수적이 몰려 온다는데 여강을 버리고 갈래? 아니면 정벌은 미루어 두고 수적을 막을래?'

 

 정적 속에서 곽가가 예를 표하고 나섰다.

 

 "주군 계녕공의 말은 이해 할 수는 있으나 옳은 것은 아니옵니다. 아군의 장수들은대다수 육군의 장수 이옵니다. 수전을 겪었다고 해도 황하 일대의 조그만 상륙전 정도 일 것 입니다. 장강은 다른곳으로 바다와 비교해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중에 수적을 막는다고 한다면 결국 밖에 수적 출신인 저들에 휘둘릴 것입니다."

 

 옳은 말이었다. 진중 장강의 수전을 격은 사람은 육강을 제외하고 진도와 노숙 정도일 것이었다. 결국 육강의 입맛대로 군을 좌지우지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고 왕하의 자리는 위태로운 상황이 될 것이었다.

 

 그러자 육강이 반박하며 물었다.

 

 "그럼 어쩔수 없는 일 아닌가? 수적에게 뒤를 내주고 강동을 얻기를 바라는가? 수군이라고는 겨우 고깃배 정도 밖에 없는 기주군으로?"

 

 곽가는 그런 육강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강을 절벽이라 생각하고 움직이면 되지요.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은 땅입니다. 수적도 사람이고 강동의 군벌도 사람입니다. 땅을 움켜쥐면 결국엔 저들도 무릎을 꿇고 복종을 할 것입니다."

 

 육강은 곽가의 말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옳은 말이었다. 기주군은 정병이었다. 유요도 왕랑도 엄백호도 결국 북기라는 깃 아래 목을 내놓을지 항복을 해야 할 것이었다. 수군의 유무는 단지 그들이 오래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막을지 말것인지의 차이였다.

 

 물론 곽가의 말에 다른 재사들도 얼굴을 찡그렸다. 백성들의 눈으로 보면 너무 잔혹한 처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하면 태수의 명성에 흠이 갈 수도 있네"

 

 곽가의 말을 막은 것은 저수였다. 저수는 인정 없는 곽가의 책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곽가의 말에 대부분 반대하며 나섰으며 대전에서도 자주 충돌 하였다.

 

 "저희는 명에 따르는 것 뿐입니다. 그후 백성들의 복수를 대신 한다면 이는 큰 명예가 되어 돌아 올 것 입니다."

 

 명확했다. 곽가의 계책은 매우 명확하고 빠른 방도였다. 무지한 백성들은 곽가의 말 처럼 보이는 것에 열광하고 바랄 것었다. 그리고 복수를 해준 왕하에게 더 고마워 할 것었다.

 

 가후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이 없자 저수는 슬픈 눈으로 왕하를 바라봤다. 마치 이것만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왕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그릇은 조조 처럼 넓지는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봉효 미안하네 내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네."

 

 "주공 제 계가 잔학해 보일 수 있습니다. 허나 강동을 빨리 평정하시는 것이 더 적은 피해를 보는 것 입니다. 수적을 막는다고 시간을 지채한다면 백성들은 도리어 큰 고통을 오래 겪을 것 입니다."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네, 허나 내 언제 눈앞에서 아파하는 백성을 무시할 때가 있던가? 그대가 걱정하는 것도 알고있는 바이고."

 

 곽가도 침통한 표정으로 왕하를 쳐다봤다. 유약한 군주인지 아니면 우직한 건지 모르게 만들었다. 꼭 백성의 피해 이야기만 나오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자신의 이득과 백성들의 이득 가운데서는 우직하게 자신의 이득을 포기했다.

 

 '군중은 주공의 이러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결론을 보며 화려한 이력을 볼 뿐입니다. 조금만 그들을 버리면 빠르고 편한길이 이리 많을텐데.'

 

 결국 그 때문에 기주를 잃고 여기 까지 왔음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였다.

 

 '난세의 재목은 아니던가? 아니면 난세의 한줄기 빛인가?'

 

 곽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가후가 나섰다.가후는 신경전에 치열함 속에서도 마치 산보를 나온듯 평온 하게 말했다. 어차피 수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이이벌이를 이용하시지요."

 

 거의 모든 재사들이 가후의 말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그를 보았다. 재사들이 그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지파가 많기도 했고 그들이 상잔할 이유도 없고 연락선도 없어 머리속에서 지워버린 계였다. 그런데 그 계가 왕하의 제1모사인 가후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가후는 손으로 무엇인가 치우는 행동을 취하며 말했다.

 

 "연락책 따위는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상잔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방도가 있습니다."

 

 곽가는 눈을 크게 뜨고 가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자책하였다. 가후는 빈 조서를 왕하에게 내밀었다.

 

 "주공께서 방을 써주시기만 한다면 이 가문화가 숙적을 토벌 할뿐만아니라 수군을 조직하여 바치겠습니다."

 

 왕하도 가후의 계를 알아차리고 웃었다.

 

 가후의 말에 신료들은 술렁였고 왕하는 숨을 들이쉬었다. 왕하는 가후가 올린 빈 비단을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가 붓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일필지휘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 내용은 파격이었다.

 

 '들으라. 본 태수는 옳은 일을 행하려한다. 백성들을 다시 살펴 부당함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수적과 부랑민도 포함한다. 무릇 살기 위해 노략을 한 것이라면, 여강성의 관아로 와 심문을 받으라. 그리한다면 늦게라도 바른 의를 세운 상을 내리겠다. 농지를 바란다면 필요한 땅을 내어줄 것이오, 군에 들어 공명의 기회를 내어 주겠다. 더 이상은 악한 윗사람 걱정 할 필요도 국적(國賊)이 되어 관군에게 두려워 할 필요도 자손의 장래를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나의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한다.‘

 

 가후는 왕하가 써낸 방을 받고 예를 표했다.

 

 “현명하시옵니다. 주군의 선언은 불씨가 되어 수적들을 흔들 것입니다.”

 

 가후는 손을 이리저리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말하였다.

 

 “수적들은 서천의 토벌군에 밀려 이리저리 찢어져 내려 왔을 것입니다. 토벌에 지친 그들은 하지 않던 생각도 할 것입니다. 그들은 주군의 선언 하나에 한번쯤 다른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 의심하고 위는 아래를 믿지 못하고 아래는 위를 원망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후는 뜸을 드리고 손을 내밀어 무엇인가를 쥐는 행동을 하고는 왕하를 보았다. 왕하는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후의 한마디 한마디를 자신의 머리에 담고 있었다.

 

 “결국에는 주군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가후는 육강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맞지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가후는 그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계녕공의 도움이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지요.”

 

 가후가 말하는 도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육강의 심정을 흔드는 어떤 계라는 것이 보이는 가후의 말투였다.

 

 "말해 보세요. 여강의 백성을 위하는 일이라면 계녕공이 거부할일이 없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육강의 얼굴에 티가나지 않을 정도로 욱신거림이 있었다. 하기야 이 자리에서는 거부하기 힘든 일이었다. 단순히 육강과 왕하의 거래가 아니라 수많은 공증인들이 모인 대전 가운데서 이루진 현 태수가 육가를 책임지는 권족의 대표에게 내리는 명과 같았다. 만일에 이를 거부하고 나선다면 육가와 태수와의 전쟁은 기정사실이 될 것이었다.

 

 '백성이라는 방벽도 가문화의 말에 모두 무너졌다. 흉악한 말이 아니고서야 그의 제안을 막을 수가 없다. 원술의 확장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인가?'

 

 육강의 가슴 속에서는 걱정과 근심이 차올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합당한 일이라면 신이 어찌 거부할수 있겠습니까?"

 

 '합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말인가? 자존심 한번 대차네'

 

 가후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 흘렀다. 반면 가후의 속내를 모르는 육강은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가후는 왕하에게 예를 올리고 자리로 돌아가 육강을 바라보고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며 말했다.

 

 "육가의 식객인 저 두 인물들을 이번 계의 중심으로 삼고자 하옵니다. 부디 그들을 설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육강은 보기좋게 인상이 찌푸렸다. 가후가 한말의 뜻을 이해한 것이다. 그들을 육가의 식객이 아닌 정식적으로 왕하군 편제로 들어오게 하라는 뜻이었기에 육강은 쉬이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저들이 비록 수적의 무리라고는 허나 지금 의를 세우기 위하여 온 것을 어찌 쉬이 제가 그들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

 

 왕하는 도리어 고개를 갸웃하고는 육강을 바라보고 답했다.

 

 "지금 그들을 벌하겠다는 말이 아닌 것으로 아네만? 어찌 그리 성급하게 판단하는가? 않그렇소이까? 군사"

 

 가후는 왕하가 자신의 장단에 맞추어 주어 고맙게 생각 하며 왕하를 향해서 고객를 숙이고 육강을 향하여 말했다.

 

 "그저 그들을 본보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 입니다. 아무리 저들이 의를 세운다고 하나 군적도 없는 수적에 불과 합니다. 어찌 그들을 믿고 군략을 같이 세우겠습니까? 또한 서쪽에서 내려오는 수적을 막은 후에는 어찌 저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가후는 양손을 펴서 마치 문제를 들고 있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의 손이 움직이자 모든 신료들은 그의 손에 집중 하고 있었다. 가후의 말에 홀린듯 모든이가 똑같은 방향을 향했다. 가후가 주먹을 쥐자 흡하는 소리가 들리며 가후의 말을 기다렸다.

 

  "차라리 이번에 저들을 공개적으로 아군에 들이면서 적에게는 약속을 지키는 면모를 보이고 승리만 하는 아군에는 위기감을 부여할 것입니다."

 

 국의도 고개를 끄덕였다. 패배를 모르는 기주군 지금은 북기라 칭하며 왕하의 제일군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자긍심이 어느 군에나 필요하나 과하면 자만이 되는 것이었다. 특히 기후가 다른 강동에서 자만은 치명적이었다.

 

 '부장들은 한껏 긴장하겠지 토박이 군이 영입되면 자신들 보다는 그들이 우선적으로 쓰일테니'

 

 왕하의 성정상 친한이들에게 군공을 먼저 세울 기회를 주기보다는 효율적인 편제를 할 것이고 그 결과는 북기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었다.

 

 쑥덕거리는 소란속에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짓는 가후와 분함이 가득한 육강 그리고 고민하는 여러 장수들이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왕하는 가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대전을 나왔고 그 뒤를 여러 신하들이 따랐다. 대전 밖에 서있던 주태와 장흠은 무슨 말을 하려 했다 그러자 왕하가 그들 앞에 서서 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대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아! 그리고 내 직접 하는 것 보다는 계녕공이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니 계녕공과 대화를 나누고 혹하면 나를 찾아 오게."

 

 마치 호수에 돌을 던지는 듯한 말투가 장흠의 귀를 지나갔고 아미를 찌푸리게 하였다. 강동에서 이름만 내밀면 뭍 군,현이 벌벌 떠는 것이 다반이었는데 오직 왕하라는 태수는 자신들을 굴러가는 돌을 보듯하였다.

 

 장흠은 잠시후 마지막으로 나온 육강을 바라보고 물었다.

 

 "계녕공 어찌 되었습니까?"

 

 육강은 눈 사이의 콧잔등을 주무르며 말했다.

 

 "피곤하니 사가에 가서 차나 마시며 이야기하세, 이야기도 길어질 것 같으니 말이네."

 

 장흠은 육강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끼고 안에서 일어난 일을 물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입니까?"

 

 육강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고 조용히 그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따르라 했네, 제아무리 그대들이 강동땅에서 기세가 등등해도 육가의 손짓이면 충분히 정리 될 벌레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게."

 

 주태가 그 말에 욱하는 마음이 들어 앞으로 나섰지만 장흠이 그를 막았다. 주태는 아미를 찌푸리고 고개를 올려 장흠을 바라보았다. 장흠 또한 이른 갈며 육강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신들과 회의를 끝내고 자택으로 돌아온 왕하는 관모나 의복을 풀어해치고 침상에 대자로 누워 버렸다.

 

 "장장 검토만 6시간 이라니 기주가 그립구나 그리워"

 

 기주는 이미 기반이 짜여져 왕하가 논점을 내어 놓으면 중진의 신하들이 세부계획을 짜고 그 밑에 신하들이 자잘한 여러 일들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사계획 부터 군사, 경제, 민생 등 여러 문제들이 직접 날아오는 것이었다.

 

 이제야 검토가 끝나고 쉴 시간이 생긴 것이다. 침상위에서 뒹굴거리며 이불의 푹신함을 즐기고 있었는데 방 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원님 혹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왕하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시녀들 중에 어린 시녀를 들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이 가정을 이룬 이들을 돈을 주고 살림을 돕도록 하였는데 밖에서 앳띤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당황케 만들었다.

 

 "들어오세요."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사람은 채염이었다. 단아한 미모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 그녀는 들어오자 마자 앗이란 소리를 내며 얼굴을 푹 숙이고 붉게 물들였다.

 

 왕하는 자신의 꼴을 뒤늦게나마 떠올리며 의복을 대충 정리하였다. 그리고 큼큼거리며 기침을 내뱉은 후 채염에게 물었다.

 

 "저... 소저 음 차 마시겠오?"

 

 왕하는 속으로 자신을 욕하며 채염의 반응을 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채염을 보자마자 뛰듯이 문을 박차고 나와 시녀를 찾았다.

 

 '거기서 그 말이 뭐냐 앙! 그리고 상대는 어린애인데 어? 해봐야 중학생이라고!!"

 

 솔직히 현 시점에서 채염이 자신의 세력을 따라온 일을 까마득 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에 바쁘기도 했고 집안의 귀빈은 왕노야가 관리하기 때문에 집안에 들어올 일이 적었던 그로써는 채염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었다.

 

 '천하 사인의 수장격인 그의 딸을 이런 푸대접을 했다고 알려지면 골치아픈 일이 생기겠네'

 

 그러나 여인의 마음이란것이 요상한 것이 왕하의 이런 행동에 채염은 도리어 연모를 느끼게하였다. 마치 이런식으로 대한건 네가 처음이야 처럼 채염을 다른 가문들 처럼 떠받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뭐 왕하의 눈에는 그저 이리저리 팔려다니는 불쌍한 여인이었지만 그것을 알리는 없을 것이다.

 

 대우는 해주지만 그렇다고 찾아다니며 청혼을 구걸하지도 거래하지도 않았다. 다른 가문들과 많은 차이가 그녀의 마음을 흔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가 쓴 책을 보고 극화 되었다.

 

  몰래 견복과 같이 몰래 들어와(왕노는 알았지만) 왕하의 방을 뒤졌다. 두명 다 미래에 부군으로 내정된 왕하를 알아야 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만행을 저질렀고 채염이나 견복은 머리를 띵하고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커튼 같이 천으로 가려놓은 책방은 수많은 책들에 놀랐고 그 가운데 유학에관한 책이라고 해봐야 몇권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왕하가 저술한 백성들의 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교육, 의학, 농사, 천문, 측량, 상업 등등의 전반적인 모든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채염은 그의 학식에 입이 떡 벌어지는 상황이었고 견복은 아버지의 눈을 물려받아 책들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여불위의 여씨춘추가 한자 한자에 만금을 들이다면 이 서책들에는 한권 한권에 천하가 들어있다. 라는 말을 그자리에서 견복은 내뱉은 것이다.

 

 물론 그들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왕노가 한마디를 던졌다.

 

 "아가씨들 주공께서 책들이 밖으로 함부로 나가는 것을 꺼려 하실 것입니다."

 

 물론 왕하는 상관 없었다. 중요한 알갱이가 빠진 것들이었다. 미래에 나올 기물들은 이미 왕노의 손을 통해 깊이 숨겨져 있었고 그 나머지가 왕하의 책방에 있는 것이었다. 가끔 책을 통하여 미래의 기술을 떠올리기 위하여 문제점과 대안을 적어 놓은 것이었으니 왕하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그 후 견복이나 채염은 말그대로 왕하의 열혈 팬이 되었다. 천하를 움직일 영웅은 조조나 원소 손견들 같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들만 생각했지만 그들과 혼인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상대가 웅비를 기다리는 젊은 용이라는 것에 엄청난 매력을 느낀 것이었다.마치 아이돌을 바라보는 소녀들의 모습이랄까?

 

 여튼 이런저런 일로 왕하를 사모한 채염은 강동에어 그의 가문의 후광을 노리기는 힘들다고 보며 직접 거래를 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었다.

 

 차를 직접 가져온 왕하의 앞에 놓인 것은 채옹의 글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왕하는 채염을 바라보았다.

 

 '이것을 어쩌라는 거야? 채공의 글이 부르는것이 금이라는 것을 알지만 요걸 어쩌라고?'

 

 채옹 백개의 글은 당대 최고의 글이다. 물론 부르는 것이 금이라 팔아 넘기면 상당한 재정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견가와 청해상단, 그리고 노씨일가의 재물 덕에 그렇게 궁하지도 않은 것이 재정이었다. 그렇기에 채염이 무엇을 논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제가 우둔하여 소저의 뜻을 알기가 어렵군요."

 

 채염은 채옹이 적은 글을 읽자 청아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쳐라. 라는 뜻이지요."

 

 논어를 좀 읽어 본자는 알만한 글귀였다. 문제는 그안에 들어있는 뜻이었다. 솔직히 밑도 끝도 없이 찾아와서 이런 글귀를 던지면 누가 의도를 파악하겠는가?

 

 채염은 이점을 눈치를 채고 말을 건냈다.

 

 "태수께서 사용하셔야할 3년을 줄일 수 있는 물건입니다."

 

 왕하는 채염의 말에 글귀를 놀란듯 처다보았다. 그럼에도 머리에 그 방도를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봉효나 가선생만 곁에 있었다면 바로 알 수 있었을텐데. 아니 글귀를 보자마자 알아차리고 웃음을 지었겠지 끄응'

 

 3년을 말한 것이라면 분명히 강동을 얻는 것에 대한 일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이런 글귀 하나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강동의 군벌 중 세력이라 할 것은 유요, 왕랑, 그리고 덕왕이라 자칭한 엄백호이다. 그런데 글귀가 통할 자라면 유요나 왕랑 뿐'

 

 정적이 흐르는 잠시 동안 왕하는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사람과 지역이 지나갔다. 그래도 알 수가 없었다.

 

 '부족하구나, 부족해 제아무리 채공의 딸이라 하여도 겨우 고등학생 정도인데 쯔쯔'

 

 스스로에게 혀를 차며 빙글거리는 채염을 보았다. 속은 쓰려 죽겠는데 남 속도 모르고 웃고나 있다니

 

 '뭐 예쁘니 봐준다.'

 

 "소저 내 무지하여 소저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구려 그러니..."

 

 그러자 문이 획하니 열리며 꼬마 아이가 들어왔다. 견일의 막내 딸이자 견가에서 자신에게 혼약을 위하여 아에 왕씨가문의 식객으로 만든 견복이었다. 귀여운 매력이 터지는 꼬마 아이었다. 방년이 된다면 원 역사와 같이 천하를 울릴 절색이 되리라.

 

 "이건 반칙이에요! 언니도 자신의 능력으로 혼약을 할 것이라 말하고선! 어찌 이럴 수 있어요!!"

 

 왕하는 얼빠진 표정으로 견복을 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아사 '아?'라는 표정이었다. 가문끼리 혼사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해봐야 16살 12살 남짓의 애들 이었다. 즉 현대에선 범죄라는 이야기였다.

 

 '애들아 18번째 생일은 지나고 이야기인것 같은데 아무리 명문가 끼리 조혼이 판친다지만 나는 키워서 잡아 먹는 파렴치한이 아니란다.'

 

 채염의 눈이 흔들렸지만 이내 안색이 차분해 지더니 못 왕하의 말을 답했다.

 

 "정체공을 글귀 하나로 장안이나 낙읍, 홍농으로 보내 버릴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말이었다. 분명 모사들과 이야기는 해봐야겠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오경과 손분에 의하여 곡아 땅을 기반으로 주변의 지역을 점령하였다.

 

 그러나 지금 왕하가 황명(원외의 가짜 명령이긴 하지만)을 받고 강동을 얻기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명분도 밀리고 원가의 명이 떨어지자 손분과 오경이 유요에게서 돌아섰고 일부 권족들은 반기까지 들어 유요의 뒷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

 

 '그럼 기반을 지키기위해 도적놈들과 손을 잡는 수 밖에 없다. 결국 황실의 종친이 황실을 기만한 이들과 손잡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지.'

 

 그런 와중에 토벌군의 대표이자 황실을 위해 힘쓴 왕윤의 양자가 채공의 글귀와 함께 낙읍으로 갈 길을 열어 준다고 한다면 유요는 무슨 선택을 할까?

 

 '장안, 홍농, 낙읍을 중심으로 근황군이 생길 수도 있겠지'

 

 동탁은 죽었고 유우가 장안의 큰 어른이 되었다. 물론 여포의 제장들이 장안을 관장하고 있다고 하나 유우의 힘은 서북으로 향한 여포가 아니고서야 막을 수가 없는 일이다. 홍농은 이미 유대가 완벽하게 지배하게 되었다. 오직 낙읍만이 황족의 입김이 약한 지역이었다.

 

 '유비의 세력이나 명성이 원외의 그것을 넘지 못하니'

 

 그런 상황에 유요가 낙읍에 아무런 피해없이 가산을 정리하여 낙읍으로 올라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리라

 

 "정체공께서 명성에 연연하기는 하나 능력이 있으시니 낙읍에서 능당 원외와 격돌이 일어나겠군요!"

 

 왕하는 웃음을 지으며 채염의 손을 잡았다.

 

 "고맙소 소저 이거면 능히 크게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채염은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조그마하게 말했다.

 

 "태수님이 좋으시다면 그걸로 소녀 기쁨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시면 제가 할 수 있는바 안에서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채염은 마치 열이 나는 것 처럼 머리가 뜨겁고 붉은 기는 목까지 내려왔다. 마음 속에서는 혼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혹여 이상한 여인으로 착각할까 싶어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버님을 이곳에 모시고 싶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걱정입니다."

 

 왕하는 그런 채염을 바라보며 빙그래 웃었다.

 

 "소저의 서신만 주시면 제가 만금을 드려서라도 해내겠습니다."

 

 채옹을 모셔오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니 왕하는 크게 웃으며 당차게 답했다.

 

 동탁이 죽고 동탁의 곁에서 일을 돕던 많은 이들이 죽거나 완전히 일선에서 밀려나갔다. 그 첫번째가 채옹이었다.

 

 채옹은 동탁의 시신에 절을 하며 예를 취하고 돌을 던지려던 백성들을 엄하게 대하였다. 죽은 권력인 동탁의 의리를 지키는 그를 높에 칭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뻔했다.

 

 여러 모함으로 채옹은 옥에 들어갔고 마일제의 도움으로 나이를 변명삼아 가택연금에 그쳤다. 이로써 권력의 시야에서 멀어졌으니 마일제와 같이 나이를 빌미 삼아 가족과 같이 살도록 해달라하면 계륵 같은 채옹이 해결되니 황실은 더욱 좋을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왕하는 모사들과 같이 의논을 위해 채비를 하고 방을 나섰다. 채염은 아쉬운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을 견복은 도끼눈을 뜨고 채염을 보았다.

 

 "언니가 그럴 줄은 몰랐어요."

 

 채염은 견복을 보며 말했다.

 

 "태수님께도 좋은 일이니 너도 이해하렴."

 

 견복은 아미를 찡그렸으나 채염은 그런 견복이 귀여워 품에 안아 볼을 꼬집었다.

 

 "이어면 바주꺼라 새가마요.(이러면 봐 줄거라 생각마요.)"

 

 왕하는 밖으로 뛰어 나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되내었다.

 

 "3년만 기다리자 3년만"

 

 고지식이 넘치는 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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