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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군웅할거 上
작성일 : 17-07-25 15:10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2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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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조조가 패전을 하고 연주로 돌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잠시 움츠리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장들이 하후연의 인도로 무사히 연주로 돌아오자 조조는 진류에 주둔하며 연주를 살폈다. 대붕이 날아오르기 전에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조조는 연주의 대지에 움츠리며 조조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수많은 충의지사들을 모아들이고 있었다. 그중에 전위, 여상, 여광, 주씨 일가가 조조의 막하에 들어갔다. 조조는 원겸의 말대로 순식간에 상처를 치유하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대로 추락한 왕하는 정리를 마무리 짓고 마지막 평정을 열었다. 그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기주의 수많은 호족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오롯이 자신의 딸을 맡긴 견씨 일가의 대표와 신진 문사들 왕하가 발탁한 장수들만 모여 있었다.

 

 “업성의 명당이 이리 넓은 줄 이재야 알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있을 때에는 비좁던 명당이 이리 넓어 진 것이 참으로 신기하군요. 역시 사람의 마음에 따라 넓고 좁음이 결정 되나 봅니다.”

 

 왕하의 말에 많은 이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면면을 보는 왕하는 그저 기쁠 뿐이었다. 많은 쭉정이들이 사라지고 알갱이들만 남았으니 그리 나쁜 일도 아니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자신의 막하에 태사자나 전예, 동소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역시 인재의 보고인 기주라 이것인가?’

 

 남은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일일이 손을 잡으며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자 그들은 당연한 일이라며 감격하여 했다.

 

 “저는 이제 여강으로 향할 것입니다. 황상의 명을 받자와 양주일대의 반적들을 처단하고 강동을 평정할 것입니다. 그 일에 혹여 동참해 주시겠습니까?”

 

 가장 먼저 나선 인물은 국의였다. 그를 따르는 무장들을 대표로 국의는 앞으로 한 발짝 나와 손을 합하며 포권을 하고 예를 표했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때와 다르게 그는 차분하고 매우 진중하였다.

 

 “소신 국의 밑 이곳의 무장들은 끝까지 주군을 따를 것입니다. 주군이 즐거울 때와 힘들 때 모두 같이 하며 주군께서 영광을 누릴 때까지 곁에 서있겠나이다.”

 

 국의의 말에 무장들이 예를 표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충!”

 

 왕하는 감격에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문사들 또한 질수 없다는 듯이 그들의 대표 격인 가후가 나서 예를 표했다.

 

 “소신들 또한 주군을 따를 것입니다. 주군이 기주에서 멀어졌지만 양주를 기반으로 천하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한마지로를 다할 것이니 저희를 이끌어 주소서.”

 

 왕하는 자신을 이끌어 달라는 저들을 향하여 한발짝 한발짝 다가섰다. 자신이 어찌 저들을 이끈다고 하겠는가? 자신은 신기묘묘의 계략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조와 같이 뛰어난 용병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포와 같이 천하를 울리는 무예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는 일이야 미래의 지식을 약간 가지고 저들에게 희망과 자신의 길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마저도 자신의 호기에 자신의 위치는 모래성처럼 사라지지 않았는가?

 

 ‘저 같은 못난이를 따르게 해서 죄송합니다. 저 높은 명성을 가진 원소와 같았다면 이리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뛰어난 용병술과 무예라도 있었으면 여러분이 편했을 터인데 말입니다. 저는 그저 호기만 가진 젊은 인물이라 말입니다.’

 

 그 말은 차마 밖으로 뱉어 내지 못했다. 자신은 저들의 길을 밝히는 군주였다. 이런 말을 내뱉는 다면 이런 자신을 선택한 저들이 얼마나 초라해 지겠는가? 눈물은 멈추고 새로이 길을 밝혀주어야 했다.

 

 “제 손에 기주는 이미 떠났습니다. 허나 끝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남아있고 또한 여분의 군세와 충분한 병량도 남았습니다. 어찌 이것이 끝이겠습니까?”

 

 왕하의 말이 자신의 뒤에서 들리자 그들은 왕하의 행적을 찾았다. 왕하는 문을 열어 밖을 보았고 역광을 통하여 자신을 밝히었다.

 

 “황상의 측서로 천하의 군웅들은 다시 웅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웅크리지 않을 것입니다. 움직여야지요. 제가 명사들께 제시했던 그 미래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왕하가 군세를 이끌고 기주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동탁군은 장안에 안착하여 쉽게 서북을 장악할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의외의 인물이 그들을 가로 막았다. 바로 유언이라는 인물이었다. 원역사대로라면 서천의 길을 막고 공물의 납하지 않으며 파촉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어야할 유언이 무슨 일로 나서서 장안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었다. 동탁을 상대하기 위하여 한수, 마등과 동맹을 맺고 무도에서 집결을 시작한 것이었다. 동탁의 대응은 그들을 반역자로 만들어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쾅! 쾅!

 

 동탁은 장안의 집무실에서 수많은 대신을 향하여 바닥에 칼집을 내리 박으며 큰소리를 내었다.

 

 “대신이라는 사람들이 황가가 반역도당의 손을 잡고 반역을 꾀하는 것도 파악치 못했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이들이 할 말은 많았다. 특히 마일제는 동탁을 향하여 한마디를 내었다.

 

 “국상 어찌 우리만을 탓한 다는 말입니까? 급작스러운 천도에 일이 빠쁜 것은 대신들도 마찬 가지 이옵니다. 그보다는 국상의 덕이 모자라 이들이 모반을 이른 킨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동탁에 이유가 나서 그들에게 맞섰다.

 

 “국상께서는 중원의 반역도당을 상대하느라 바빴소이다. 중원의 수많은 군웅들이 원소를 필두로 난을 일으켜 그 수가 헤아릴 수가 없음에도 국상께서는 그를 막아내시다 결국 장안으로 천도 하신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유언이라는 이는 황가의 친족이면서 황실의 어려움에 공물을 보내기는커녕 길을 막고 난을 준비한 것이니 이 어찌 국상의 부덕이라 합니까? 또한 한수는 그 피가 탁하여 모반을 밥 먹기를 하니 이를 대비치 아니한 대신들의 잘못이 아닙니까?”

 

 마일제는 순간 말이 없어졌다. 이 뒤를 한복이 점을 찍었다.

 

 “그렇습니다. 국상께서 주창하기를 유언과 한수를 향하여 군을 낼 때 유언이 황가의 인물임을 놓고 반대한 것은 대신들이 아닙니까! 이 어찌 국상을 탓합니까?”

 

 한복은 나지막히 말을 하였다. 마치 주변 인물들이 들으라는 듯이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신이라고.”

 

 그말에 마일제는 욱하였으나 동탁이 이를 말렸다.

 

 “중요한 것은 지금 누구의 탓을 돌리는 것이 아니지 않소! 한수와 마등의 군세가 이미 안정에 도착하여 얼마 않았으면 장안이오. 또한 유장의 군세 또한 만만치 아니하니 답을 내보시오!”

 

 마일제는 슬며시 말을 하였다.

 

 “군의 일익은 모두 국상께오서 담당하였으니 소신들이 어찌 답할 수 있겠습니까?”

 

 동탁은 순간 힘이 빠져 버렸다. 조정의 대신이라는 자들의 무책임한 말을 보아라! 이 얼마나 대단한가? 자신이 해본 적이 없으니 답을 할 수 없다? 이것이 대신들이라고 지금까지 이끌어 온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 행동이었다. 처음으로 동탁은 자신이 해온 행동을 후회했다.

 

 ‘처음에 황성에 들자마자 저들의 목을 모두 쳐버렸어야 하는데 원외나 마일제나 결국에는 아무런 능력 없이 명성으로 먹고사는 자들이 아니던가? 차라리 반역자들의 손에 이 천하가 맡겨지는 것이 차라리 났겠구나.’

 

 뿌드드드득

 

 동탁은 분기에 자신의 손에 쥐여있는 칼을 힘을 계속 내려박았다. 칼은 칼집 안에 있음에도 바닥을 부수고 안으로 틀어박히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대신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특히 동탁의 얼굴을 본 마일제는 지금이라도 오줌을 바지에 지릴 것 같았다. 흉신 말 그대로 흉신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대들에게 반도들의 목을 치고 돌아오는 것을 말했는가? 아니면 유장과 저 반역도들의 목을 칠 신기묘산의 계략을 바랬는가? 그저 여러 현상을 타개할 조그마한 의견을 바랬다. 그런데 어찌! 아무 말이 없는가! 백개 선생 적으시오! 이들 대신들은 이런 일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었다고!”

 

 채옹은 붓을 휘갈기며 동탁의 말을 적어 내렸다. 그러나 채옹은 동탁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저는 그저 저들의 말과 국상의 말을 적을 뿐입니다. 가감이 없이 적을 뿐이니 걱정 마소서.”

 

 채옹은 붓을 내려 놓고 말했다.

 

 “국상 크게 걱정 마소서 저들은 결국 멀리 원정을 나온 것입니다. 장안의 수비를 이용하여 이곳을 지키고 저들중 하나의 세력을 물리기라도 한다면 저들은 결국 산산이 흩어질 뿐입니다.”

 

 동탁은 채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왕윤이 나서 동탁에게 말했다.

 

 “국상 수비가 수비이지만 저들중 하나의 세력을 물리기 위해서는 강족과 손을 잡고 한수의 뒤를 치는 것이 최선의 방도 일 것입니다.”

 

 동탁은 바닥에 박힌 칼에서 손을 때고 박수를 쳤다.

 

 “대단하도다! 나 동중영의 이라면 한수와 손을 잡은 강족조차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 직접 상장들과 그들을 보러 간다면 말에서 내려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회를 파하겠다. 답은 나왔으니 백개 선생과 자사공만 남고 모두 퇴청하라!”

 

 동탁의 말에 대신들은 우르르 밖으로 나섰고 그사이에 진궁이 인상을 찌푸리며 밖을 나섰다.

 

 ‘너무도 흐름이 많이 바뀌어 버렸다. 능당 죽었어야할 이들이 죽지 않았고 일어나야 할 일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구나.’

 

 진궁은 후일 황명을 통하여 왕윤과 손을 잡고 동탁을 척결하고 봉대하여 천하를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미 산산 조각이 되었다. 동탁이 장안에 도착하여 세를 펼치기도 전에 유언이 서천의 문을 열고 직접 동탁 토벌에 나선 것이 문제였다. 결국 황도는 평안으로 분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탁의 힘 아래 단결할 수밖에 없었다. 무능한 대신들에게 실망한 여러 명사들은 자발 적으로 동탁의 아래에 들어갔다.

 

 진궁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며 웃었다. 햇볕이 가려져 눈을 가리자 한결 하늘이 볼만 하였다.

 

 “뭐 빛이야 가려버리면 그만이지 문제는 빛을 가린 후 찾아올 어둠에서 누가 횃불을 먼저 잡느냐의 문제겠지?”

 

 왕하가 업성 대전에서 성문을 통하여 기주를 떠나자 여러 사람들이 나서 왕하의 가는 길을 보고 있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모였지만 그들은 왕하를 따르지 못하고 우두커니 그들을 배웅을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국의는 침을 뱉으며 욕을 하였다.

 

 “기주의 부는 자사님과 자사대행께서 일군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저들 중 나서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인가?”

 

 왕하는 국의의 말에 백성들의 편에서 말을 하였다.

 

 “결국 저들도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자신의 집, 땅, 부를 놓고 쉬이 나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저들에게 부를 제공하여 마음은 일부 얻었겠지만 그것을 모두 버리고 나설 만큼의 큰마음은 얻지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의는 왕하의 말에 짜증이 났다.

 

 ‘글쎄 저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를 안겨 줄때에는 마치 군자를 대하듯이 했거늘 부를 안고 난후에는 어찌 저렇게 얼굴이 다른 것인지.’

 

 국의의 얼굴을 본 장양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살며시 옆으로 가 귀에 한마디를 속삭였다.

 

 

 “저들은 곧 벌을 받을 겁니다.”

 

  국의는 환관이 자신의 곁에 오는 것이 실었지만 속이 검은자의 생각이 궁금하기는 하였다.

 

 “무엇 때문에 그러오?”

 

 장양은 편히 웃음을 지었다.

 

 “선의에 길들여진 저들이 주군이 아닌 새로운 군웅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국의는 알 듯 말듯했지만 어려운 말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의라……. 선의가 어쨌다는 것인지.”

 

 그러나 이미 가후나 곽가, 만총은 장양의 행동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왕하가 선의의 행보를 그저 넘긴 것을 그들 또한 원소에게 넘겨 버린 것이었다. 가후는 수많은 백성들을 보며 생각했다.

 

 ‘편함에 길들여진 이가 다시 불편함에 돌아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 특히 먹는 것이 줄고 일상이라 여겼던 문화가 파괴 되었을 때 무슨 반응을 보일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그리고 그것을 원소가 보고 무슨 판단을 할지.’

 

 곽가는 아쉬운 얼굴로 업성을 바라보았다.

 

 “술 하나는 기주가 뛰어났는데 참으로 아쉽군요. 기주와 유주의 술 단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맨 뒤의 줄에서 군량과 여러 보급품을 담당하는 사마랑이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마의가 그를 돕고 있었다. 말에 타고 죽간에 하나하나 확인하여 적어내었다. 그리고 업성을 바라보여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명군을 버리고 남은 이들에게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 그것은 사마가가 책임지고 행하여 주마 원소의 추악한 얼굴이 기주 천하에 들어나며 모든 이들이 거대한 망실을 얻을 것이다. 문서로만 만들어진 오롯한 바보들의 행진을 볼 것이다.’

 

 모사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왕하가 떠난 기주를 무너트릴 계책 수 가지를 놓고 있었다. 왕하가 떠난 자리는 보이지 않는 폭탄이 짹깍거리며 폭발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성벽에 홀로 고고히 앉아 멀리 떠나는 왕하를 바라보는 이가 한명 있었다. 그는 바로 전풍이었다. 아련한 눈을 하며 성밖을 바라보던 그는 매우 정갈하게 옷을 정리하고 바닥에 짚으로 된 깔개를 깔아 두고 읍을 하고 절을 올렸다. 주변의 위사들은 그를 보고 놀라 고개를 숙였지만 그는 주변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떠나는 왕하를 향하여 마지막 예를 표했다.

 

 “보보마다 부디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보는 그날 웃는 얼굴로 볼 수 있었으면 하나 그 또한 매우 어려운줄 아니 차마 하늘에 바라지 못할 것 같나이다. 부디 평안 하소서.”

 

 위사들은 깔개를 다시 접고 돌아가는 이를 보며 달려와 물었다.

 

 “말을 대령 하겠습니다.”

 

 그러자 전풍이 손을 내저으며 말을 했다.

 

 “아니네. 군마를 어찌 쉬이 사용하겠는가?”

 

 “허나 귀한 분께서…….”

 

 “귀하고 천한 것이 언제 정해졌었는가? 내 그저 이곳을 대행하여 관리를 하고 있을 뿐이네 그것도 후장군께서 후임자를 정하시면 물러날 자리일세.”

 

 위사들이 전풍을 향하여 예를 표하고 있을 때 전풍은 놀란 눈으로 업성의 관도를 바라보았다. 한인물이 말을 달리며 왕하의 뒤를 쫒고 있었는데 그 인물을 보고 놀라 확인하기 위하여 빠른 걸음으로 성을 내려갔다.

 

 ‘관녕 설마 관녕이 은거를 풀고 나왔다는 말인가? 무엇 때문에? 임관을 바라는 이들이 줄을 섰음에도 늘 거절하던 이가 어찌하여 저리 바삐 나선다는 말인가? 설마 여강태수에게 향하는 것인가?’

 

 전풍도 설마 하기는 하였다. 명사로 이름 높은 관녕이 본적도 없는 애송이의 휘하에 들겠다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이 높아 수많은 군웅들이 찾아 왔음에도 거절하던 그였음에 더욱 믿기지가 않았다.

 

 관녕의 모습을 따른 그의 몸은 다시 성벽위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가 여강태수의 여정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이마를 짚고 크게 웃어버렸다. 자신이 용기가 없어 따르지 못한 자리가 또 다른 뛰어난 이들로 매어지고 있으니 그의 보보에 자신 같이 용기가 없는 자가 들어갈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나의 용기는 직언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그것뿐이다. 행동을 하지 않으니 이 모두가 나의 탓이 아니겠는가?”

 

 전풍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가버린 인연이니 더 이상 신경을 써봐야 마음만 아플 뿐이었다.

 

 말을 달려 왕하의 행렬에 뒤에 도착한 관녕은 뒤에서 행렬을 관리 겸 보호하던 태사자에게 가로 막혔다. 문사들이 입는 관복을 입고 있는 태사자의 모습에 관녕은 지나치려 했지만 그의 기도에 말이 놀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살을 활에 매어 조준한 그의 기세는 문사가 아닌 무사의 기운이었다.

 

 “멈추어라. 누구인데 태수의 행렬에 들어가려 하는가?”

 

 그 말에 관녕은 놀라운 눈으로 태사자를 바라보았다.

 

 ‘놀라운 인재로다. 기세는 무인과 같은데 눈은 청명하며 나이마저 어리니 후일 이 인재는 큰 그릇이 되겠구나.’

 

 관녕은 고개를 푹 숙이며 태사자에게 예를 취했다.

 

 “소인 관유안(幼安)이라고 하옵니다. 과거 태수님과 인연이 있어 이리 찾아왔습니다.”

 

 태사자는 바로 말에서 내려 관녕을 향하여 예를 취하였다.

 

 “혹 유주 일룡으로 불리시는 관유안공 아니십니까? 태수님과 인연이라면…….”

 

 “이야기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태수님께는 좋은 일이라고 해두지요.”

 

 태사자는 의혹이 섞인 눈을 보이기는 했지만 유주의 큰 명성을 알린 관녕이 누구가의 사주를 받아 첩자 질을 하거나 왕하를 노릴 인물은 아니었다. 관녕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태사자의 의혹을 녹이기 애썼고 태사자는 말머리를 돌려 왕하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였다.

 

 태사자가 관녕을 이끌고 왕하가 있는곳을로 향하는 길에도 주변은 수군거리며 관녕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조금 안다는 이들은 관녕을 알아보고 어떻게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태사자의 눈길한번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태사자가 왕하에게 고하여 관녕이 왔음을 알리자 왕하는 말에서 내려 관영을 맞이하였다.

 

  솔직히 만총이 각패의 주인들을 불러 모으자는 말에 반심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들이 분명 은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난세 안에서 기주라는 땅을 잃고 기반을 잃은 자신에게 자신의 대업을 맡기기 위해 얼마나 모이겠는가? 왕하는 기반이 잡힌 뒤에 부르자는 말을 했으나 만총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차라리 모이지 않을 인재는 오지 않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자라고 하여도 도리를 저버린 자를 어찌 믿고 일을 맡기겠습니까?”

 

 맞는 말이지만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은혜를 주었고 자신을 따를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자신을 배반하는 것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만총의 말에 동의하고 각 종이에 넣어진 一자 옆에 主자의 패를 넣었다. 특이한 양각의 주인 패와 그들만 알 수 있을 패 뒤편의 그림을 찍어 다시 장양에게 맡기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찾아온 이가 바로 관녕이었다.

 

 “패주 매우오래 격조했습니다.”

 

 “그렇죠. 매우 오래 격조했습니다. 여러 일이 있었고 그때 말했던 시기가 오기도 했지요.”

 

 관녕은 왕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결국 참고 있는 민심은 터져버렸고 그들을 이용하는 수많은 군웅이 나타나 새로운 전국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모두 패주의 예측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다시 과거의 강력한 힘을 가진 시황제나 한고조와 같은 이가 나타나 천하평안을 부르짖으며 난세를 종식시킬 것, 아니면 꿈으로 끝나거나 말입니다.”

 

 왕하는 관영의 앞에 섰다. 관녕의 키가 평균보다는 커 왕하는 관녕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오직 힘으로 그들을 종식 시킨다는 것 그것이 다겠습니까? 진정 그들이 힘으로만 난세를 종식시켰다. 생각하는 것입니까? 그럼 어찌하여 저를 찾아 왔습니까?”

 

 과거의 관녕과 비슷한 말에 왕하는 약간 분노가 들었다. 천하의 명사라는 인물이 자신의 관념에 빠지어 어떠한 일에도 손대지 않고 그저 옆에서 하는 훈수질이나 하다 끝나는 인물이라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그래서 그에게 더 큰 치적을 얻을 수 있도록 그에게 유교를 다른 시각으로 보거나 다른 것을 볼 수 있도록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는가 싶었다.

 

 그러자 관녕은 의복을 털어내고 무릎을 꿇었다.

 

 “아닙니다. 패주 힘이 나오는 곳은 결국 그들이 받아들인 새로운 방식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말을 드린 것입니다. 또한 그 길을 만드는 것은 패주가 보여줄 것을 믿기 때문에 이 길에 서있는 것입니다.”

 

 관녕은 묻듯이 말을 했다.

 

 “패주께서 과거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묵가와 법가 종횡가가 진흙 밭에 뒹구는 때 도가는 산속으로 숨어들었고 유가는 전장을 피해 전전하다 결국 전란이 끝난 뒤에 실하게 익은 열매를 따먹었다고요. 열매를 따먹은 유가가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난세를 종식시킨 다른 가(家)가 옳은 것인지 물었죠. 후일 그 답이 나온다면 패를 들고 와 자신에게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왕하는 관녕의 말에 기대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워 패를 제가 들고 패주의 길을 따를까 합니다. 그리한다면 구류십가(九流十家)의 진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왕하는 그런 관녕을 바라보았다. 천하에 일룡이라 불리는 이가 임관을 청했다. 고지식하고 숨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지만 분명 답을 찾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은 후에도 그들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것이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왕하는 그를 일으키며 귀속에 한마디를 건네었다.

 

 “힌트를 드리죠. 구류십가의 시비의 중심에는 민(民)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과 부대끼고 그들의 어려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세요. 그리한다면 답에 가까워 질것입니다.”

 

 관녕은 왕하의 말에 크게 웃었다. 오랜 고민 속에 한줄기의 빛이 내렸기 때문이었다.

 

 왕하군의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군웅들의 지역을 지나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이번일로 왕하에게 큰 엿을 먹인 연주목 조조의 땅인 연주를 지나가기가 매우 꺼림칙하였다. 그럼 청주를 지나 서주로 경유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도겸이냐 조조냐 이 차이 아니겠는가?’

 

 공융이야 자신의 채면도 있고 주변의 황건적으로 골머리를 쓰고 있으니 거들어 준기만 한다면 공융은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것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서주였다. 황도에서 그렇게 욕을 했는데 그들을 웃으면서 환대를 할 일을 없었다.

 

 ‘뒤를 공격이나 안하면 다행이겠지 도겸의 성정으로는 분명 하고도 남을 인사이고’

 

 왕하는 걱정되는 얼굴로 가후에게 물었다.

 

 “가선생 혹시 가솔들을 이끌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으십니까?”

 

 가후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

 

 “공융공이 다스리는 북해를 통하여 서주를 돌아 수춘의 후장군님을 뵙고 여강으로 향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서주? 조조보다야 나을 수는 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런 망설임 없이 어찌 서주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였다.

 

 “저희의 목적은 어차피 원장군을 뵙고 발령이 된 여강으로 향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안공이 아군에 합류한 이상 제아무리 도겸이라고 하여도 주공께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교가 뿌리박힌 서주에서 유안공의 신변이 위험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도자사의 위치를 흔들어 버릴 테니까요.”

 

 “그렇다고 하나 북해상이 아무런 조건이 없이 우리를 위하여 북해의 길을 열겠습니까? 군병만 3만이 넘는 우리를 위해서요?”

 

 그러자 곽가가 왕하의 옆에 나타나 말을 하였다.

 

 “주군 오히려 공융은 우리에게 융숭한 대접을 할 것입니다. 기주가 안정됨에 따라 황건의 수가 줄기는 하였으나 남은 황건의 수만 하더라도 10만을 헤아릴 정도입니다. 물론 그중 많은 숫자가 훈련은커녕 병기도 잡지 못하는 소인과 노인이라 할지라도 숫자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공융은 오히려 우리의 군세가 그들의 시선에 잡혀 그들과 싸우기를 바라겠지요.”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예상한 바였다.

 

 “대충은 짐작한 바입니다. 허나 가선생 그리고 봉효, 문제는 북해상의 부탁을 들을 것인지 무시하고 서주로 향할 것인가 아니겠습니까? 그다음에야 관선생의 명성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공융공의 전언을 통하여 도겸의 환심을 사던 아니면 금을 바치던 할 것 아니겠습니까?”

 

 가후와 곽가는 웃음을 지었다.

 

 “총명, 총명입니다. 주군”

 

 “주군의 말이 옳습니다. 제아무리 황건이라 하더라도 숫자가 10만이니 피해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격파하여 무릎을 꿇게 한다면 단지 공융의 은혜를 베푸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게 됩니다. 더욱 큰 이문을 남기는 일을 하시는 것입니다.”

 

 가후의 말에 왕하는 미심 적기는 하였으나 가후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겨우 원소의 곁가지에 불과한 원담에게 대패하여 도망친 공융에게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궁금하구나.’

 

 “주군께서는 일개 북해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공부를 구하는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유가의 성지인 공부를 지키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권족이 아닌 황건이 공부를 들이친다면 공부의 모든 것이 위험 할 것입니다. 그들의 성지라 부르는 공묘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지킨 주군의 명성이 다시 사족들을 매료시킬 것입니다.”

 

 “이문이 큰 전투로군요. 허나 10만의 병사라면 아군의 피해또한 일어날 것입니다. 어찌 쉬이 저들을 물리칠 수 있겠소?”

 

 그러자 그 뒤에서 순유가 여유롭게 한마디를 건네었다.

 

 “황건은 결국 관해와 그의 수하 몇이 이끄는 황건의 잔당이니 그들만 죽거나 사로잡는 다면 스스로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아군이 저들에 비하여 열세라고 하나 전투력을 봤을 때는 몇 갑의 위입니다. 국장군이나 주군의 수호장인 허장군이 일면에 나서기만 하여도 황건은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순유는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있는 봇짐에서 커다란 지도를 꺼내었다.

 

 청주의 지도가 그려진 지도였다. 왕하가 놀란 눈으로 순유를 보았고 순유는 별것아니라는 듯이 말을 하였다.

 

 “유방이 진의 수도인 함양을 먼저 들어갔을 때 장량이 먼저 챙긴 것은 지도였습니다. 소신이 장량과 같은 뛰어난 신하는 아니지만 선인들의 지혜를 이해하여 행동할 수는 있지요. 낙읍이 불타기전 제일 먼저 지도를 구하여 도망 쳤으니 선인의 발끝정도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유의 말에 가후는 순유에게 예를 표했다.

 

 “본시 지도를 얻는 것은 그곳을 얻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비록 청주가 아군이 노리는 땅은 아니지만 공달공이 지도를 가지고 있으니 수가 많은 황건이라 하더라도 쉬이 이길 것입니다.”

 

 순유또한 가후의 예에 답하고는 지도를 펼쳤다. 각 지역들이 열거된 지도 속에서 순유의 눈이 반짝였다.

 

 “저들의 눈을 돌려 우리를 따르게 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저들을 모조리 가두어 둘 감옥을 생각하였으니 말입니다.”

 

 왕하는 공융에게 사자를 보내어 자신의 뜻을 내비쳤고 공융은 손건을 보내어 그에게 화답하였다. 공융의 막하 중 손건은 아직 높은 인물은 아니었으나 손건의 능력은 공융 또한 믿는 인재였다. 공융은 종횡가의 인물 중 한명인 그가 왕하를 만나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왕하의 눈에도 손건은 말이 통하는 인재였다. 아군이 필요한 것과 공융군에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왕하군의 막하의 명성높은 신하들도 침음성만 흘릴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나 명명백백한 그의 외교술은 그들의 머리가 아프게 하였다.

 

 손건이 답을 내줄 것을 기다리자 왕하는 웃음을 띠며 손건의 말에 화답하였다.

 

 “공우(公祐)공의 말이 모두 맞습니다. 지금 북해국에 필요한 것은 황건을 물리치는 일이네 북해국이 정산군도와 태산의 산적들 그리고 원소까지 상대하기 위하여 남은 군사가 없고 아군은 서주를 통하여 여강을 까지 갈수 있는 안전함을 보장 받으면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정확히는 북해국의 군대는 10만의 황건을 이길 정도로 힘은 없고 힘이 없는 군대를 이끌어 전장을 뒤집을 명장 또한 없다는 것이 정확한 말이겠지.’

 

 왕하가 북해국의 상태를 꿰뚫어 보는 눈으로 손건을 바라보자 손건은 약간 움찔하며 차마 왕하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였다.

 

 “북해국의 병력을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니 아군이 황건을 전담해야 갰군요.”

 

 왕하가 한마디를 꺼내자 손건은 그에 바삐 말을 이었다.

 

 “허나 상께옵서 그 외의 모든 일에 도움을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그간의 비방과 모함이 이번일로 사라질 것이라는 말 또한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손건 또한 왕하군이 공융의 도움이 없이는 무사히 서주를 넘어 자신의 임지로 향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손건은 자신이 내보인 패를 처음부터 내보였고 왕하군은 이것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만 하면 되었다. 상대와 자신 모두가 상생하여 이득을 볼 수 있는 적정 수준이 딱 이 정도였다. 이 이상을 바란다면 왕하군의 손보다는 차라리 원소의 손을 잡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었다.

 

 ‘아마 상께서 극구 반대하시겠지만 백성을 볼모로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내려놓으시겠지.’

 

 이에 동소가 나서 왕하와 손건의 기싸움을 말렸다. 어차피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정돼 있었다. 북해의 능력으로는 이정도가 최선이고 그 이상은 욕심이었다.

 

 “주공 어차피 물질적 이문을 남기기 위하여 움직이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군을 따라온 수많은 군사들과 가솔들 그리고 상단의 여러 사람들을 안전하게 임지까지 가기 위함이니 부디 공우공의 말을 가납해 주소서.”

 

 왕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어차피 얻을 것이 없는 북해였다. 인재의 보고이니 이곳에서 명성을 얻어 몇몇 인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후일 공융이 무너지고 아군에 귀화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공융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관해 한명만 잡고 군량을 엄청나게 뜯어낸 유비보다야 차라리 나을 테니까.

 

 “좋습니다. 10만의 황건 처리하지요.”

 

 왕하군이 움직이며 관해를 움직이기 위하여 북해의 군량을 움직이게 하였다. 그러자 관해군은 군량을 차지하기 위하여 죽을 자리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란 두건과 노란 깃을 들고 과거 장각이 만든 교리를 토대로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마치 마약에 빠진 사람들처럼 이들은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을 외치며 진군을 하고 있었다.

 

 “징그럽네. 저놈들 무슨 짓을 했는지 미친놈처럼 아픈 것도 아량하지 않고 달리냐.”

 

 국의의 말에 순유가 한마디를 던졌다.

 

 “절망 끝에 희망과 욕망 맛봤기 때문이겠죠.”

 

 “허 세삼 무섭기는 하네 하긴 장각 같은 이도 이를 잘 활용하여 황국을 무너트릴 정도였으니.”

 

 “결국 도적들이지요. 남의 것을 약탈하여 자신의 이들을 챙기는 쓰레기.”

 

 순유가 바라보는 눈에는 관해가 이끄는 황건은 그저 단순한 도적 혹은 황건을 가장한 비적단에 불과했다. 과거와 같은 황천의 도를 숭상하지도 않았으며 손에 잡히는 대로 약탈과 방화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여지를 주어 돌려보낸 다면 비슷한 수령이 다시 나와 저들을 다시 전장으로 내보낼 것이었다.

 

 순유말을 하고 얼마지 않아 저들이 아군이 준비한 지형에 들어서자 순유가 깃을 올렸고 그것을 본 저수가 깃을 올려 군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국의는 웃음을 지으며 순유에게 말했다.

 

 “아군이 얼마나 정예화 된 군인지를 보여주지 주공께서도 기대가 큰 전투이니 말이야.”

 

 순유는 국의의 말에 한마디를 던졌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전투입니다. 설혹 누가 다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 말이에요.”

 

 국의는 순유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전장에서 누구인가 다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두려워 싸우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

 

 “큰 피해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 본무대는 이곳이 아닌 양주이니 절대 피해가 커서는 안 되지.”

 

 “문화공의 말대로 라면 3년 안에 양주 전체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야 원술과 원소와 대등한 높이에서 천하를 경영할 수 있습니다.”

 

 순유의 말이 끝나자 국의는 대도를 집어들었다.

 

 “일단 이일이나 끝내자고.”

 

 뿌우우 나팔소리가 들려왔고 저수의 깃에 보병부대를 움직이는 장합과 서황이 움직였다.

 

 관해 역시 무식하게 전투를 하려 하지 않았다. 엄청난 군량이 욕심이 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보다 중하지는 않았다. 분명 북해를 향하여 상당한 군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들이 기주의 관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몰락해버린 자사 일가라지? 그렇다면 돈 될 것도 많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구를 북해를 얻어 세력을 일구는 것도 꿈은 아니겠어.’

 

 관해는 기주의 관군을 물리치고 공융의 인장을 뺏어 북해상의 자리를 찬탈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후일 원소의 후원도 있었으니 그 뒤는 원소가 알아서 해줄 것이었다.

 

 ‘문제는 기주의 기병이다.’

 

 관해가 골머리를 쓰고 있을 때 큰 몸집의 인물이 나타나 관해에게 말을 전했다.

 

 “수령 관군이 미강 부근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주창 알았다.”

 

 관해는 웃음을 지었다. 북해로 향하기 위하여 미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곳은 뻔히 보이는 곳이었다. 개울과 돌들, 진흙으로 기병들의 속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백병전으로 결판이 날것이었다. 피에 굶주린 수만의 황건도라면 능히 저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과거의 그런 기병들이 활약할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결국 머리수의 싸움이다.’

 

 관해는 과거 노식이 철갑기병으로 중원일대에서 암약하던 그들에게 철퇴를 내려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졌다. 백여 명에 불과하던 그들에게 학살당해 목숨을 부지하기위해 태산으로 숨어든 생각 만하면 자다가도 눈이 떠졌다.

 

 ‘전화위복이 아니던가? 이런 수의 황건군을 이끌게 된 것도 태산에 숨어 무너진 황건을 규합했기 때문이니’

 

 이번에는 달랐다. 기병을 묶을 지형도 백병전을 유도하여 몰살시킬 환상의 군세도 있었다. 과거의 약하기만 했던 관해군이 아니었다.

 

 관해가 강력한 관군인 왕하군을 맞이하기 위해 군을 움직였던 배경이었다.

 

  2일전 왕하는 그들을 퇴치할 방도를 순유에게 들으며 작전을 짰다. 국의는 겨우 잡병을 상대로 시원한 격돌이 아닌 진을 짜고 그들을 가두는 복잡한 진법에 골머리를 썼다.

 

 국의는 순유에게 직접 물었다.

 

 “굳이 이곳에 진을 펼치고 함정을 파야 한다는 것이오? 그래봐야 황건 나부랭이들 아니오? 저들이야 기주의 기병이라면 벌래 잡듯이 콱!”

 

 국의는 마치 진짜 벌레를 잡는 것처럼 회장의 탁상을 내려치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국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황건적을 물리치는 것만으로는 아니 됩니다. 그리 된다면 어차피 저들은 다시 태산으로 들어가 강한 이의 힘을 빌려 다시 북해를 공격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이를 조종한 이가 뒤에 서있을 수도 있겠지요. 허니 저들을 완벽하게 소탕해야 한다! 이것입니다.”

 

 “소탕이라 10만을 모조리 죽이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소만.”

 

 “10만이 아니라 1명만 잡아도 됩니다. 황건적을 포위하여 관해만 처리하면 그들은 항복할 것입니다.”

 

 “그래서 굳이 기병의 운용이 힘든 강변이오? 잘못하면 피해가 클 것인데?”

 

 순유는 피식 웃으며 국의를 바라보았다.

 

 “진정 피해가 클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국의는 쳇 이라는 말을 뱉었다. 그러자 왕하는 그들의 행동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공달공도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니 단순히 이런 진을 짜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한 우리군도 천하에 꿇릴 것이 없는 강군이라 생각하고요.”

 

 그 말에 국의는 가슴을 폈다.

 

 국의는 생각을 그만두고 전장에서 울려 퍼지는 방패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부딪치나 보군”

 

 서황과 장합이 이끄는 보병 부대는 정확히 동일하게 발을 때며 마치 한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앞에 보이는 황건군이 달려오는 것을 보아도 마치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저 명을 기다리는 로봇과 같았다.

 

 “전군! 방패 준비!”

 

 군은 커다란 방패를 바닥에 내리 꼽으며 충격에 대비하였고 그들의 뒷열은 그들을 방패로 받쳐주었다. 눈이 벌게져 피를 갈구하는 이들이 마구잡이로 달려오며 방패에 부딪쳤고 그 수가 늘어나자 서황과 장합이 다시 한번 명을 내렸다.

 

 “전군! 착검!”

 

 그러자 앞 열의 병사들이 타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허리춤에 매어있는 글라디우스와 같은 검을 모조리 뽑아내었다.

 

 “찌른다!”

 

 푹푹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순식간에 앞줄의 검은 황건적을 쓰러트리고 피를 머금었다.

 

 “밀어!”

 

 우! 하는 소리와 함께 앞열이 방패로 황건적을 밀어내자 뒷줄의 사람들은 창을 이용하여 황건적을 쓰러트렸다. 한 번의 충돌동안 왕하군의 피해는 전무하였고 황건적은 쉽게 나부러졌다. 그러나 서황과 장합은 일부러 중앙의 군을 일부러 슬금슬금 뒤로 빠지게 했다. 그러자 중앙에 있는 관해는 마치 중앙을 뚫은 것같은 모습이 보였고 중앙으로 군을 집중 시켰다. 물론 중앙의 자신도 확실히 전투를 끝내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그들이 뚫었다 판단한 중앙을 뚫고 나가 약간의 심한 오르막을 오르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3열로 서있는 왕하의 노병들이었다. 최염이 직접 나서 왕하가 개량한 진법과 개량노들을 이용한 군은 쉴 틈이 없이 쇠뇌를 쏘아댔다.

 

 뒤의 황건적들은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앞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계소 중앙을 밀고 들었고 노병을 발견한 그들은 피하려고 해도 뒤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때 과거 관해와 함께한 부장이 나서 말했다.

 

 “그냥 돌파해라 숙련된 노병이라고 해도 결국 장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밀어 붙여라 그것만이 살 길이다!”

 

 최염은 그들을 보며 마치 꽤하는 놈들이군.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황건적을 피에 절고 약에 취하게 한 것이 아니구나. 분명 이들을 후원한자들이 있을 것이야. 약을 구하는 것은 약탈하는 것과 별개로 많은 량을 구는 것은 힘든 일이니’

 

 최염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던 건 3단 노진의 안전성과 서황과 장합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달려온다고 하여도 장합과 서황이 그들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고 있었고 중군이 들어오기만 한다면 어차피 승패는 정해져있었다.

 

 관해가 순유가 원했던 진까지 들어서자마자 저수의 깃이 올라갔다.

 

 

 그러자 서황과 장합의 진이 완벽하게 적군의 진행방향의 진이 되었고 샌드위치처럼 그들의 퇴로를 틀어막았다.

 

 국의는 후방에서 기병을 이끌고 나타나 어리둥절해 하는 관해의 후군을 타격하였다.

 

 “이번 제1전공은 주군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던 그 사람이 가져가겠군?”

 

 국의의 시선이 멀리 관해가 있는 격전지를 향하였다.

 

 노병의 공격이 갑자기 멈추자 황건적은 이때다 싶어 달려오기 시작했고 노병은 좌우로 갈라지며 그들의 뒤의 허저가 이끄는 병사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노병들은 한꺼번에 달려오는 황건적을 향하여 일제사격을 시작했고 줄줄이 쓰러졌다.

 

 허저가 이끄는 병사들은 대도를 들고 황건적을 도륙내며 허저를 필두로 일점을 돌파했다.

 

 “우리의 목표는 관해이다. 관해만 잡으면 끝난다.”

 

 허저의 말에 병사들은 충 한번을 지른 뒤 묵묵히 허저의 위를 따랐다.

 

 우수수 무너지는 황건적사이에 관해의 대장기가 보였고 허저는 마치 말을 탄 것처럼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관해는 놀라 부장들을 시켜 허저를 막게 하였다 그러나 허저가 누구인가? 전위나 관우 같은

 수위의 장수들이 아니면 누가 그를 상대하겠는가? 특히 그의 옆에서 돕는 이가 악진이었다. 황건적의 부장 정도로 그들을 막기에는 턱이 없었다.

 

 허저의 대도에 그들은 순식간에 베어 넘겨지고 허저의 대도가 관해를 내려치려는 순간 주창이 허저의 대도를 막았다. 허저는 놀란 얼굴로 주창을 바라보았고 주창은 허저의 힘에 뒤로 밀려 났다. 관해는 그때 부리나케 도망갔다. 악진이 관해의 뒤를 쫒았다.

 

 “황건적으로 썩기에는 아까운 놈인데...”

 

 허저의 나지막한 소리 후에 허저는 대도를 거꾸로 잡고 말했다.

 

 “네놈 내가 주군께 잡아주마.”

 

 허저의 어리둥절한 말에 주창이 놀랐고 그때를 노려 허저는 도신으로 주창을 몇 대 내리 쳤다. 주창은 몇 대 막았으나 자신도 강하다 생각했지만 허저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악진이 외치는 관해의 사망 소식에 힘이 풀리고 머리에 허저의 한방을 맞으며 기절을 하였다.

 

 이제 남은 문제는 포로에 대한 정리였다. 관해의 목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군의 사기가 떨어졌고 포위 까지 당한 상황이라 반항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왕하는 곽가가 작성한 죽간을 쭉 읽어 내리며 머리를 톡톡 치고 있었다.

 

 “대략 8만이 넘는 황건적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이들 사이에 그들의 부녀자들과 노인, 아이들까지 있으니 그리 많아 보였던 것입니다. 장정은 해봐야 4만 정도입니다.”

 

 “그래도 많은 숫자이지요. 4만의 장정들을 무작정 받아 줄 수는 없는 형편이 아닙니까.”

 

 가후도 이일로 크게 걱정이 되었다. 동탁과 같은 성정이었다면 죄를 근거로 그냥 모조리 땅에 묻어버렸겠지만 왕하의 성정상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둔다면 역시 북해에 화근이 될 것이었다. 이러지도 그렇다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승을 거두고도 그 뒤의 문제 때문에 기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여 공융이 허락을 한다면 이들을 북해의 군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었다. 공융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어찌 보면 손을 잡은 세력이 되는 것이었다.

 

 “공우공 북해의 여력으로 이들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손건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영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왕하에게 말을 하였다.

 

 “솔직한 말을 올리자면 상께서는 절대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과오도 과오이지만 이들을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으니 이들이 다시 들고 일어서기라도 한다면 북해는 다시 전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북해의 사정상 4만이 넘는 황건군을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피맛을 본이들이 어찌 나올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태수께옵서 부디 이들을 인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북해상께 상소하여 군량은 무리 없도록 맞추어 드리겠습니다.”

 

 듣기 좋은 말이기는 했으나 손건이 왕하에게 폭탄을 떠 맞기면서 실실 웃고 있는 모양이라 가후나 다른 막료들이 손건의 행동에 불쾌해했다. 그때 동소가 나서 왕하에게 말을 했다.

 

 “태수 과거 동적의 예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그들 스스로에게 죄를 묻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그들 스스로에게 죄를 묻는 다라…….”

 

 가후는 동소의 말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

 

 “스스로 분열이 되겠구려. 스스로 죄를 알아 청하는 자는 뉘우칠 준비가 되어있는 자이니 능당 고분고분할 것이고 죄가 없다고 잡아떼는 이들은 분리시켜 처리하면 되겠소.”

 

 동소의 안으로 황건적은 3분류로 나뉘었다. 노약자와 죄를 고백한 이들 그리고 죄를 뉘우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허저가 끌고 온 주창이 마지막으로 왕하의 앞에 섰다.

 

 “주창이라……. 주창?”

 

 ‘설마 연의에서 관우의 옆에 따라 다니던 그 주창인가?’

 

 연의에서는 허황된 말과 관우의 신격을 올려주기 위하여 수많은 이상한 능력을 주어 무슨 외계인에 가까운 사람으로 보였는데 여기서 보니 그저 우락부락하고 산적다운 모습의 사람이었다. 차라리 보통 연의의 장비의 모습이 이 사람에 가까웠다.

 

 “주창 그대의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주창이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마치 주창의 웃음은 자조와 경멸이 담겨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허저가 큰 주먹으로 주창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만 웃고 대답이나 해라.”

 

 “죄? 무슨 죄를 말하느냐? 힘이 없는 자를 괴롭힌 죄? 아니면 힘이 없는 자를 죽인 죄? 그도 아니면 남의 물건을 가지고 호의호식한 죄? 그것이 죄라면 지었다. 무수한 죄를 지었고 씻을 수 없을 만큼 지었다. 그것이 어쨌다는 것인가?”

 

 반항적인 말투의 그의 말에 왕하는 약간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그간 앞의 여러 인물들은 자신의 죄를 부인 하거나 시인하며 살려 달라 하거나 아니면 관리를 탓했다. 그러나 주창은 달리 물었다.

 

 “그것이 어쨌냐! 물었다!”

 

 다시 한 번 허저가 주창의 머리를 후려쳤다.

 

 “여기 태수님의 앞이다. 똑바로 생각하고 말해라.”

 

 허저의 말과 행동에 주창은 더욱 화가 나서 말을 더욱 많아졌다.

 

 “죄? 결국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뺏는 것이 순리 아니더냐! 전국시대도 그래 왔고 그 후 한조가 나타났음에도 그랬다! 결국 그 법이란 이름 속의 죄는 네놈들은 우리에게 편을 갈라 다루기 쉽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더냐? 흩어진 놈들이 더욱 관리하기 편해서 그런 것이겠지.”

 

 왕하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주창의 얼굴을 보았다. 하긴 오랜 세월 자신만의 군을 이끌고 관군과 싸우면서 어느 정도 눈치는 생겼으리라 그때도 허저의 말에 따르면 별동대를 이끌고 있었다고 하니 관록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왕하는 주창에게 솔직히 말해주기로 하였다.

 

 “맞다 그대의 생각대로 그대들을 분리하여 서로 헐뜯고 싸우고 경계하게 할 것이다. 그것이 그대들을 쉽게 다룰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다룰 수 있을 정도만 남기고 깡그리 죽이는 것이 나을까?”

 

 그러자 주창은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왕하를 바라보았다.

 

 “위선자들! 차라리 죽여라 그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위선을 떨고 그저 백성을 협잡하여 분리하고 가르는 위선자들이여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 그것이 차라리 나아! 서로 헐뜯고 경계하고 의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아!”

 

 “저들이 죽음을 원하는가? 그대가 어찌 결정하지?”

 

 “나는 그들 위에 섰던 자이다. 배우지 못하여 그저 목숨을 바라는 그들의 안타까움을 모르겠는가? 네놈들이 말하는 죄가 그저 우리에게 족쇄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겠는가? 말하지 않는 자들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을 모르겠는가?”

 

 주창은 묶인 몸으로 이를 갈며 왕하에게 이마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차라리 그대가 죄를 핑계로 모조리 죽여주었으면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였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관우를 만나 그를 따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좀 세월이 지났을 때이니 뭐 달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왕하는 저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결국 저들도 배고파서 일어난 이들이 아니겠는가? 그저 좀 더 과격했고 결단력이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저들을 살리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하는가?”

 

 주창은 숨이 턱 막혀 왕하를 바라보았다. 정녕 살리고자하는 이의 눈이었다. 이들을 어찌 이용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려야 할지의 눈이었다.

 

 “이용이 아니라 살리는 것을 생각했다면 죄를 핑계로 분리해서는 아니 되었다.”

 

 왕하는 주창의 말을 귀 기울였다.

 

 “어지하면 좋겠는가?”

 

 주창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꺼내었다.

 

 “우리 스스로의 법이 있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혈살자들은 싫어한다.”

 

 “혈살자?”

 

 “약에 취한 놈들이다. 아군이라도 거치적거리면 죽이는 쓰레기들이다.”

 

 왕하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창에게 말했다.

 

 “네가 그들을 처리해라 그리고 남은 이들을 이끌어라 그렇다면 내가 그들의 죄를 모두 사하여주마 그리고 먹고살아갈 땅도 내어줄 것이다. 내가 그들의 그늘이 되어주마.”

 

 주창은 왕하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뒤의 허저를 향하여 눈짓을 하였다. 허저는 뭐?라는 표정을 짓다가 주창이 밧줄을 바라보자 도를 꺼내어 줄을 끊어 주었다. 그리고 무릎을 한쪽 꿇고 포권을 취했다.

 

 “내 꼭 그리 하겠소.”

 

 주창의 말에 허저는 다시 손바닥으로 주창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주창은 허저를 바라 보았다. 꽤 아팠던 듯하였다. 허저는 자신의 할 말만 하였다.

 

 “말. 올려라 태수님이시다.”

 

 그러자 왕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까지 할 것 없습니다. 어차피 이분이 황건적을 효율적으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길을 갈 것입니다. 제 그늘에 있는 사람을 위협한다면 저야 뭐 악명을 얻더라도 저들 모두를 갱(坑)할 생각도 있습니다. 어차피 죄는 있으니 그저 시행만 하면 되니까요”

 

 왕하가 웃으며 허저에게 말을 하자 주창은 몸서리를 쳤다. 솔직히 자신도 차라리 목을 베어 달라고 했으나 그것은 왕하가 저들을 편을 갈라 서로 싸우며 일부가 화살받이가 되는 것 보다야 몇이 죽어 봉기를 하여 도망가는 것이 더 많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하는 그저 차분하게 “갱을 하겠다.“ 하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주창은 두려움에 왕하를 다시 보았다. 단순히 어린 사람이 운이 좋아 이런 군세를 얻은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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