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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거래
작성일 : 17-07-25 14:49     조회 : 324     추천 : 0     분량 : 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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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분명 전풍의 말에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혼사가 있다고 하면 기주의 큰일이니 쉬이 전장에 나오라는 말은 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의 여식과 혼사를 하느냐였다. 여기 있는 이들 중 나이가 맞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 상황에서 어떤 군웅과 혼사를 진행하겠는가? 물론 아직 생각도 못한 일이기에 왕하도 벙찐 얼굴로 전풍을 바라보고있었다.

 

 전풍은 마치 그런 당황스러움을 즐기는 듯하였다. 그리고서는 말을 이었다.

 

 “분명 주군께서는 혼기가 되었는데도 혼사를 하지 않아 신료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전풍은 말을 이은 후 포권을 지어 예를 표시하였다.

 

 가후는 그런 전풍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후의 표정은 마치 떫은 감을 씹고서 뱉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가후의 생각속의 전풍이 바라는 무엇인가가 많이 거스르기 때문이었다. 가후는 결국 가후가 입을 뗐다.

 

 “그래서 원호공은 어떤 가문과 혼사를 바라는 것이오?”

 

 가후의 물음에 전풍은 표정을 가리는 듯이 포권을 지었다.

 

 “글쎄요. 제가 기주에 있으니 기주의 인물이 밖에 떠오르지 않으니 상채현의 견현령의 딸이 재색과 총명하다고 하니 이는 어찌 할지..”

 

 가후는 전풍의 뻔뻔한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기주의 권족을 대표하는 그였으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어떠한 속임수도 없이 이리 당당히 수를 쓰는 것이었다.

 

 “글쎄요. 이제 열 살이 되었을 견현령의 딸이라니요. 무슨 황망한 일입니까? 차라리 백개공의 여식이 나을 법한데 이는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전풍 또한 말을 이었다.

 

 “백개공의 여식이라 해봐야 견현령의 여식과 비슷한 연배가 아닙니까?”

 

 그들의 말에 왕하는 어이가 없어 죽간을 집어 들고 탁자를 내리쳤다.

 

 쾅쾅쾅!

 

 “내가 무슨 후안무치의 변태로 보이는 것입니까? 무슨 성년도 안 되는 이들을 논한다는 것입니까?”

 

 그 말에 전풍이 엄한 얼굴을 지으며 왕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군. 주군은 기주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아 계시옵니다. 그 자리는 움직임 하나도 누구인가 생각을 하게하는 자리옵니다. 저와 원호공이 혼사의 말은 그들과 진정 합방을 하라는 말이 아니옵니다. 합방이 아닌 그들과 합가를 원하는 것이옵니다.”

 

 전풍의 말에 왕하는 차마 말을 하지 못하였다. 전풍의 말에 왕하는 마치 숨겨두었던 숙제를 들킨 것 같았다.

 

 “자유로움을 원하시는 것은 알겠사오나 그것은 주군께서 과거 상단을 이끌 때나 가능한 일이옵니다. 주군께서는 이미 높은 자리에 서계시고 그 자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전풍은 자신의 뒤에 앉아있는 여러 신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군 이들은 주군을 따르는 기주의 권족이며 주군을 따라 이곳까지 온 기주의 명사들이옵니다. 주군이 이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군께옵서 무치한 짓이라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군주가 무치한 이유입니다.”

 

 전풍이 너무도 당당히 권족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는 왕하의 혼사가 필요하다 말하자 누구도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왕하의 눈에 전풍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수많은 이들이 보였다. 그들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병주 출신이며 낙양의 오랫동안 적을 둔 왕하가 기주에 가를 차려 완전한 기주의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전풍의 말에 가후 또한 쉬이 말을 내뱉지 못했다. 왕하가 다스리는 곳은 기주이고 수많은 기주의 명사들을 이끌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기주외의 인물이 왕하의 안주인이 된다면 왕하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제아무리 기주의 백성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다고 하여도 결국 그들을 이끄는 것은 기주의 명사들이고 권족이었다. 그들을 만족시키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였다.

 

 “옳은 말이옵니다. 원호공이 이리 기주의 명사들을 생각하는 줄은 몰랐으니 이 계규(季珪)가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전풍의 말에 최염이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전풍은 얼굴을 찌푸리며 최염을 바라보았다. 같은 기주의 출신인 그가 이리 말할 줄은 몰랐다.

 

 “원호공이 기주의 명사들을 위하는 말은 아주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원호공의 말과 약간 다른 바가 있어 이 계규가 말을 하려 하옵니다.”

 

 계규는 왕하에게 읍을 하고 대전 가운데에 서서 말했다.

 

 “기주의 명사 정현공께 수학한 계규이옵니다. 제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나 여기 몇몇 인사들은 제 호정도는 얼핏 들었으리라 생각 되옵니다. 예! 짧게 이야기하면 높은 명성은 아니지만 명사라 불릴 만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최염은 손을 촥 펴고 크게 벌렸다. 그리고는 물었다.

 

 “기주의 명사들이 겨우 기주라는 명패 때문에 여기 대행을 모시는 것인지 물어 보고 싶습니다!”

 

 최염은 쿵쿵거리며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4주를 두루 둘러보았지만 대행의 부름에 가슴이 시켜 한걸음 멀다하고 이리 왔습니다. 그것은 대행이 고난한 시기를 끝을 낼 진정한 군주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기주? 그것은 한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주군께서는 기주 뿐 아니라 하북 그리고 그를 넘어 천하를 바라볼 분입니다. 그런데 겨우 기주, 기주 거리며 그 하나에 안주하여 이리 다툴 것입니까?”

 

 “기주의 명사들이시어 기주에 발목이 잡히어 주군의 목을 조일 것입니까? 아니면 주군을 위해 큰 행보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까?”

 

 최염을 물음에 좌중은 숙연해졌다. 전풍의 말이 분명 큰 이득을 담고 있었지만 만은 명사들의 가슴은 최염을 따르고 있었다. 물론 그둘의 말에 왕하는 짜증이 났다.

 

 ‘결국에는 둘 중 하나를 골라라 이 말인데,"

 

 곽가는 그런 왕하의 표정을 바라보고 귀에다가 말을 했다.

 

 “주군 결국 주군께서 기주를 차지하고 큰 그림을 그린이후 결국 어쩔 수 없는 책임이 따르는 것입니다.”

 

 웃긴 일이었다. 자신의 의사는 한마디도 없었는데 이리 저리 벌써 당파를 만들고 서로 물어뜯고 있는 저들의 작태를 보아하니 짜증이 났다. 어린아이와 혼사하라는 것보다는 저들의 작태가 고까웠다. 또한 그것을 이해하라는 곽가의 말 또한 답답하였다.

 

 왕하는 그런 저들에게 물었다. 왕하의 마음속에는 열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또박또박 물었다.

 

 “그대들이 원하는 바는 잘 들었네. 그리고 말이네 그대들의 혼사인 냥 이리 신경을 써주는 것도 나를 위해서이겠지 아니 그런가?”

 

 그러자 최염이나 전풍은 그저 읍으로 답을 하였다.

 

 “그런데 누구를 선택하여도 정작 말뿐인 혼사 아닌가? 그 둘은 어린 아이일 뿐이지 묻지 나를 통해서 그대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풍이나 권족들은 너무나 당당히 말했으니 알았고 명사라 자처한 계규 그대가 원한 바는 무엇인가?”

 

 최염은 말이 없었다. 그때 시중 하나가 죽간 하나를 들고 와서 전하였다.

 

 겉에 ‘비인’ 이라고 적힌 죽간이었다. 장양의 죽간이었다. 자신이 그를 구하면서 그는 그저 목숨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 아닌 그림자라고 살겠다 말했고 왕하는 그를 도와주었다. 그런 그가 올리는 죽간에는 언제나 ‘비인’이라 적혀있었다.

 

 ‘최염은 명성이 높지 않은 주군의 명성을 올림으로 명사들의 명성을 올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저 장문공의 양자이며 그를 따라 기주의 자사대행이 된 주군의 명성을 올라가야 주군을 따르는 자신의 이름 또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기주의 인물들이 나빠 보일 수는 있지만 명사들 또한 잇속을 감춘 말입니다. 그러나 둘 모두 어찌 되었던지 주군에게는 나쁘지 않는 결정입니다.’

 

 왕하는 장양의 죽간을 보며 피식 웃었다. 결국에는 모두 이들을 위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썩 기쁘지는 않았다. 왕하는 탁상을 죽간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어찌 되었던 이곳까지 올라왔다면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정략결혼이겠지 그렇다면 가장 좋은 시기 그리고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을 골라야 하겠지. 아니면 둘 다 차지하던가?’

 

 “좋네. 내 그대들에게 손을 들었네. 나 또한 두 소저를 본적도 없고 그저 무성한 소문만 들었으니 하번 연통을 하여 일정을 잡아 그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리고 연합군 측의 인물들에게 다른 오해가 없도록 내가 직접 말하는 것이 좋겠지.”

 

 “옳은 선택이옵니다.”

 

 그들은 예를 표하며 왕하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물론 왕하는 회장을 나가 자신의 방에 의복을 던지며 짜증을 냈다.

 

 “내가 무슨 남자가 아닌 것도 아니고 그저 무슨 어린 애들이 클 때까지 바라보며 참으라는 것인가?”

 

 그때 왕하는 눈을 돌려 옆에 서있는 가후를 보았다.

 

 “문화선생께선 어찌 하여 전풍과 다투는 듯 하더니 쏙 빠져서 아무말이 없으셨습니까?”

 

 가후는 웃음을 지어내며 왕하의 말에 답하였다.

 

 “저는 단지 전풍을 대적할 인물을 꺼내기 위한 말을 던진 것입니다. 지금 기주내의 권족의 최고봉인 전풍을 상대할 사람을 말입니다.”

 

 왕하는 화를 식히고 가후의 말을 들었다. 마치 더 말해보라는 눈으로 가후를 종용하였다.

 

 “주군께서는 기주의 권족을 그대로 두면서 기주의 안정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안정화 된 후에는 바뀌셔야 합니다. 그대로 둔다면 가문의 후광이나 명성이 크지 않은 주군께서는 그들의 힘에 집어 삼켜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왕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에게 삼켜진 다라. 문화선생 그래서 권족과 길이 다른 명사들을 부추긴 것입니까? 백개공의 여식을 팔아서?”

 

 “제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인가는 말했을 것입니다. 단지 그 분위기를 다르게 전개 시켰을 뿐입니다. 그리고 명사들의 중심에 선 최염을 끌어낸 것입니다.”

 

 가후의 말에 왕하는 끄덕였다. 자신이 다스리는 기주 절반은 안정화가 되었고 그 힘이 벌써 병주 까지 뻗어 일대를 자신의 아래 두었다. 결국 그 안정으로 권족들은 많은 자리를 꿰찼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은 기주에서 알려진 명사들이었다.

 

 “그 둘을 견제하게 하겠다는 뜻입니까?”

 

 그러자 가후는 고개를 저었다.

 

 “둘이 아니라 셋입니다.”

 

 “셋이라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가후는 오른쪽 손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와 낙양부터 수행한 이들입니다.”

 

 왕하는 놀라며 가후를 바라보았다. 사서에 나오는 가후와는 많이 틀린 행보였다. 정치와는 약간 멀리 떨어져 그저 자신의 군주에게 길에 조언만 하며 듣지 않으면 그저 뒤로 빠졌다. 그리고 가후의 말이 옳음을 깨달아 다시 찾아오게 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행보는 마치 어떤 것에 불타오르는 불과 같았다.

 

 “크게 그 셋으로 나누어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안을 정할 것입니다.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은 서로 주군에게 더 좋은 안을 내놓으려고 안간 힘을 쓸 것입니다. 견제, 감시, 그리고 발전 그것이 완성된다면 그리된다면 주군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왕하는 가후의 말에 가후에게 물었다.

 

 “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는 듯 말하시는 듯합니다.”

 

 가후는 차분하게 손을 뻗어 창을 열었다. 그리고 멀리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업성의 시내를 가리켰다.

 

 “사람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것을 지킬 힘, 재물, 권력을 원하시고요.”

 

 왕하는 가슴이 뛰었다. 너무나 직설적인 가후의 말에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 그늘에 들어온 이는 제가 지키려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 놓고 싶은 적이 한둘이 아닙니다.”

 

 가후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 그의 눈은 무엇인가에 불타고 있었다.

 

 “되었습니다. 뜻이 바르니 제가 걱정할 바는 아닙니다. 주군의 높은 뜻 제가 이루게 해드릴 것입니다. 큰길은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동안은 잠시 저들과 거래를 하소서 웅크리고 날개를 접고 저들을 움켜쥘 그때가 되면 일어나 말하소서! 내가 정도(正道)이다! 라고.”

 

 

 왕하는 그를 찾아온 사절을 만나기 위해 곽가를 대동하고 움직였다. 원술의 사절을 먼저 만나기 전에 차라리 더 만만한 조조의 사절을 만나기 위하여 움직였다. 희지재는 급박한 변화 없이 그저 차를 즐기며 왕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지재는 큰 예를 표하며 왕하를 대하였다. 그럼에 왕하 또한 희지재를 반겼다.

 

 “자사대행을 뵈옵니다.”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영천에서도 알아주는 뛰어난 모사이자 선비라지요?”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것을 들을 자는 영천에 많지요.”

 

 그러자 왕하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한마디를 던졌다.

 

 “참으로 희한하지요? 문약공과 같이 발이 넓으신 줄 몰랐습니다. 지재공 영천의 인재를 끌어가신 분이 그대인 것을요.”

 

 왕하의 말에 희지재는 얼굴이 굳어졌다. 영천의 인재라니 명성을 밝힌 자는 거의 없음에도 왕하는 마치 그들의 진가를 아는 듯이 말을 하자 희지재는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다.

 

 “동적이 낙양을 버릴 것 같습니까?”

 

 낙양을 버린 다는 말에 왕하 또한 침을 꿀꺽 넘겼다. 왕하의 표정 변화에 희지재는 확신을 가졌다. 둘은 생각했다.

 

 ‘저자는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이다.’

 

 왕하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얼굴을 다시 바꾸어 희지재의 물음에 답했다.

 

 “동적이 황도를 버린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지금 승리를 하고 있는데 말이오?”

 

 그럼에도 희지재는 단언하듯 말했다.

 

 “일어날 일인 것임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희지재의 말에 왕하는 크게 웃으며 곽가와 허저 등 안에 들어온 이들을 모두 나가도록 하였다.

 

 쾅!

 

 왕하는 그들이 나가자마자 검을 꺼내들어 상에 내리 꽂았다. 검이 흔들리며 희지재의 얼굴을 비쳤지만 그는 어떠한 감정의 변동도 보이지 않았다. 담담히 차를 들어 올려 입에 대고 있을 뿐이었다. 왕하는 검을 잡은 손으로 담담히 차를 마시는 희지재에게 물었다.

 

 “내 검으로 그대를 베어 버릴 수도 있네. 그럼에도 차가 입에 들어가는가?”

 

 희지재는 차를 내려 놓고 말했다.

 

 “글쎄요. 이 희모가 이곳에서 죽을 것 같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저나 대행께옵서도 지금 무엇인가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으십니까? 그럼에도 저를 죽일 것이라 생각 되지는 않군요.”

 

 희지재의 말에 왕하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나는 것? 글쎄 지금 이자를 죽인다고 하여도 이미 영천의 인물들이 대거 등용된 조조가 연주를 집어 삼키는 시간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자신으로 인하여 원소와 조조의 관계가 바뀔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한 가지 불안한 생각은 이자만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어느 정도의 미래를 아는 가였다.

 

 ‘저자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하다. 만일 나와 같은 먼 미래의 도래인이라면 나는 조조를 감당 할 수 없다.’

 

 “글쎄 내가 가지는 생각과 그대가 가진 생각이 같을지는 모르겠군. 허나 그대의 말대로 그대가 사신으로 온 이상 나는 그대를 죽이지 못할 것이네 그것은 확실 하지 그럼 묻지 내가 어찌하여 지금 연합군에 가담해야 하는가?”

 

 왕하의 말에 희지재는 손가락 세 개를 펴보았다.

 

 “원소와 대등해질 명성, 하북의 패자의 명분 그리고 황도의 인재를 얻을 기회이지요.”

 

 왕하에게는 어떠한 것도 아쉬울 것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 시대의 인사들이라면 혹할지는 몰라도 명성 따위야 어차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동일한 이유로 패자의 명분이라는 것도 결국 천심이 움직이는 순간 얻어질 것이었다. 지금 신경 쓸 이유도 그럴 힘도 없었다. 그리고 인재야 기주의 인재를 이끄는 것도 어려운데 황도의 인사를 얻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왕하는 손으로 칼을 건들자 칼은 휘어 흔들리고 청아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군의 의무가 무엇인가?”

 

 희지재는 왕하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뜸을 들였으나 이내 말했다.

 

 “주군을 지키며 명으로 움직이는 이들이지요. 주군이 옳은 길에 선다면 정도를 걷고 패악에 선다면 도적이 되겠지요.”

 

 왕하는 희지재의 말에 안심을 했다. 그가 자신을 속일 수도 있었으나 지금 모습으로 보면 절대 그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사병의 이야기이지 나는 군을 말했네. 국군 말이네. 국군은 나라의 녹봉을 먹으며 움직이네. 그 녹봉을 주는 것은 바로 그들의 가족이며 친우이며 이웃인 백성이네 그런데 나는 그런 국군을 움직이는 자이네 한낱 사병을 이끌어 명성을 움켜쥐려는 이들과 다르다 이거네!”

 

 왕하의 말에 희지재는 흠칫 몸을 떨었다. 반동탁군에 모인 군웅들을 싸잡아 욕하는 왕하의 언사에 놀란 것이었다.

 

 “내가 그 국군을 움직일 이유는 단하나이네 기주에 위협이 될 것을 없애버리기 위하여 그리고 기주에 큰 이득이 될 것이 생겼을 때이네 나의 이득이 아니라 기주의 하늘위한 이득 말이네! 바로 이 밖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떨어지는 이득 말일세.”

 

 희지재는 침을 꿀꺽 넘겼다. 어린 나이지만 조조만큼 위험한자가 자신의 앞에서 천하를 논하고 있었다. 희지재는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희지재는 왕하의 말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인의(仁義)나 유학(儒學)이런 것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가슴이 뛰고 있었다.

 

 ‘천하인(天下人) 이자는 조공께서 말하는 천하인이다. 당당히 자신의 하늘을 여는 천하인!’

 

 “그러니 말해보게 기주의 하늘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희지재는 마치 조조를 보는 착각이 일어 갑작스레 엎드려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조에 대한 마음이 흔들릴까봐 차마 왕하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마치 조조에게 상신을 전하듯 조심스레 손을 위로 뻗었다. 왕하는 그런 희지재를 내려 보며 다시 물었다.

 

 “다시 묻겠네. 나의 하늘이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원...원소를 기주에서 쫒아낼 수 있습니다.”

 

 원소를 기주에서 쫒아낸다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다. 어찌하여 원소가 물산이 풍부한 기주의 반을 버리고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원외가 살아 낙양에 건재하다면 원소는 어쩔 수없이 기주의 기반을 내려놓고 황도로 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원소라는 이름의 큰 명성의 약점이지요.”

 

 왕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외가 살아 황도에 남고 동탁은 장안으로 간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겠지만

 

 “원외가 살아남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이미 수많은 근황파가 등용되어 있습니다. 원외가 죽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원외를 죽도록 근황파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거치적거리는 원외를 버리고 천도를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고요.”

 

 왕하는 일어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칼집에 꼽고 엎드린 희지재를 지나쳤다. 그리고 던지듯 말했다.

 

 “잘 들었네. 그리고 한마디 전하게 아무런 패도 꺼내지 않고 남의 패를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고 말이네 맹덕공이나 본초공이나 정작 본군은 하나도 꺼내지 않았지 않나.”

 

 희지재는 왕하가 나갈 때까지 움직임 없이 그대로 엎드려 있다가 왕하가 내뱉은 언어의 향기가 가라앉을 때서야 주저앉아 숨을 쉴 수 있었다. 자신이 죽은 뒤 왕하라는 인재가 천하를 어찌 종횡했는지 말이다. 희지재는 궁금하기만 하였다. 물론 바뀌어버린 지금은 알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죽은 뒤의 그때의 미래 알 수도 없으니 그저 궁금해 할 밖에 없었다.

 

 왕하는 걸음을 바삐하며 가후와 모사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수많은 죽간들과 묵향이 코를 아스라이 감쌌다. 왕하는 가후의 앞에 턱하고 앉아 말했다.

 

 “조금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가후는 죽간을 살며시 옆으로 내려놓았다. 어린 사마의가 가후의 죽간을 받아들고 물러났다. 아직은 젖살이 남아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사마의는 가후의 제자가 되어 이리저리 잡일을 보고 있었다. 왕하는 예를 표하고 물러가는 사마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가라는 표시를 했다. 그러자 잡일을 하는 이들이 모두 왕하에게 예를 표하고 자리를 나섰고 가후와 전풍등 여러 모사들은 앉아 왕하의 말을 기다렸다.

 

 ‘대전에서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서로가 아주 죽이 잘 맞네 아니면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가선생 준비를 약간 빨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가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왕하에게 되물었다.

 

 “조공의 사신에게서 무엇인가 들을 것이 있으신 것이로군요. 또한 그들에게 전할 말을 전했고요.”

 

 왕하는 가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가후의 표정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마치 골치 아픈 일을 떠맡은 표정이었다.

 

 “예, 가선생의 말이 맞습니다. 헌데 표정이”

 

 “원소가 떠나면 기주가 온전히 주군께 올 것이라 그가 말했습니까?”

 

 그러자 왕하는 가후의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소가 떠난다는 말을 어찌 알았는지 몰랐다. 그러나 가후는 약간의 질책의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의 격입니다. 주공 원소는 기주의 또 다른 방벽입니다. 원소 또한 그의 명성 때문에 움직이지 칼을 들이밀지 않는 것입니다. 원소가 기주를 그냥 버리고 가겠습니까? 아니요, 그 뒤는 불 보듯 뻔합니다. 그가 원하는 일을 이루기 전까지 기주는 전장이 될 것입니다.”

 

 가후의 말에 왕하는 눈을 감고 상상했다. 원소가 없는 자리 기주의 반쪽을 노리는 공손찬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한 자신 그리고 사예를 집어삼키고 조조를 부리는 원소는 약해진 기주를 노릴 것이다. 승자가 누가 되었든 원소의 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백마전투와 같이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왕하는 약간의 반발심에 얼굴을 들고 가후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원소에게서 지는 것이외까? 가선생?”

 

 가후의 주변의 문사들은 살짝 들썩 거렸다. 그들의 실력에 의문을 던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가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답을 하였다.

 

 “이 가모는 그저 당시 당시의 최고의 안을 말할 뿐입니다.”

 

 왕하는 그런 가후의 흔들리지 않는 눈을 보았다. 너무나도 멋진 눈이었다. 마치 자신이 가후를 믿는 것처럼 가후 또한 자신을 믿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뱉은 말을 실행해야한다 그것이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희지재가 뒷말을 숨기고 자신을 속였듯이 자신 또한 그에 대한 대가를 보여주면 될 일이었다.

 

 “그럼 여기 모사들만 믿고 일어서겠습니다.”

 

 왕하가 일어서 방을 나서자 가후는 옷을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일거리가 늘었소, 대행께오서 우리들이 잠시 쉬는 것을 싫어하는 듯하오.”

 

 그러자 주변이 웃음이 번져나갔고 가후는 걸음을 옮겨 하북과 중원이 그려진 그림에 하북의 깃을 모조리 치워 버리고 하내와 진류에 깃을 놓았다.

 

 “어차피 움직일 것이라면 천하에 주군의 이름을 울리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염상이나 희지재는 왕하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고 본진으로 복귀했으며 희지재의 말에 조조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아직도 원소나 나또한 패를 꺼내지 않았으니 왕하로써는 답답할 만 하겠군.”

 

 희지재는 그런 조조의 반응에 꺼림칙함을 느꼈다. 그는 엄청난 적이었고 자신은 그를 속여 지금이곳에 나오게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조조는 마치 왕하를 자신의 동료인 듯 아니면 호적수를 생각하는 듯한 말투로 왕하에 대하여 평하고 있었다.

 

 “주군 그자는 위험한 자이옵니다. 그는 이미 기주를 발판에 두었고 원소가 사라지고 공손찬과 격돌한다고 하여도 쉬이 꺾일 위인이 아니옵니다.”

 

 희지재의 말에 조조는 희지재의 어깨를 툭 눌렀다.

 

 “그대는 너무나 멀리 보고 있는 것 같아 그건 문약도 마찬가지 이지만 말이야 지금은 지금의 일을 해야 할 것이네 앞을 보게.”

 

 조조의 말에 희지재는 앞을 바라보았다. 절벽에서 수많은 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군영과 군영사이를 죽간을 가지고 뛰어다니는 이들과 하후돈의 호통에 빠르게 무엇인가 가져오는 이들 조인의 말에 훈련하는 이들까지 너무나도 잘 보였다. 조조는 희지재의 뒤에서 손을 뻗어 가리켰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오롯이 하나이네 바로 앞의 승리지 승리하게 되면 목숨을 부지하고 명예를 거머쥐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야. 물론 나또한 그들과 비슷한 것을 원하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따르는 것이고.”

 

 희지재는 입을 다물고 조조의 말을 기다렸다.

 

 “저들에게 너무나도 먼 것을 바라보게 하지 말게나. 그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자가 보는 것이네 지금은 저들도 그리고 나도 그런 여유 따위는 없네. 눈앞의 동적을 처리하는 것이 시급할 뿐이네.”

 

 희지재는 그런 조조의 말에 침착히 받아드렸다. 그리고 조조의 명을 받았다. 조조가 원하는바 지금 필요한 것

 

 “원소의 패를 꺼내게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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