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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한발짝 움직이다.
작성일 : 17-07-25 14:27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2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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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당당한 풍채의 동탁이 대전 안을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가 칼을 차고 들어왔음에도 그 누구도 감히 동탁에게 말을 내뱉지 못하였다. 그동안 공을 쌓고 명성이 높은 대신들 또한 아무도 동탁에게 말을 내뱉지 못하였다. 어줍지 않은 도발로 동탁의 손에 목이 잘린 인물들이 셀 수가 없었다.

 

 쿵! 동탁이 황제의 앞에 섰다. 황제는 몸을 떨며 동탁에게 물었다. 소제 또한 바보는 아니었기에 동탁의 모습에 무엇인가 큰일을 오늘 거행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태위 어이하여 이리 갑작스레 대전회의를 소집한 것이오?”

 

 동탁은 척하고 포권을 하며 황제를 보았다. 그리고 당당히 말하였다.

 

 “폐하 이제 그만 선양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충격적인 말이었다. 누구도 감히 그 말을 이리 큰 대전에서 내뱉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황제나 대신들 모두 입을 열지 못하고 동탁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아니 입을 연 한사람이 있었다. 중랑장 노식이었다. 그는 분에 참지 못했는지 관모를 벗어 던지고 관대까지 벗어 던졌다. 주변의 신하들이 말려서 동탁이 있는 곳까지 나오지 못했다 뿐이지 이미 마음으로는 동탁과 드잡이 질을 하고 있어야 했다.

 

 “네 이놈! 동탁아! 감히 선제들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거늘 어찌 이 자리에서 그것도 폐하의 앞에서 그런 참람한 말을 입에 올리느냐!”

 

 동탁이 노식의 말에 일어나 칼을 뽑았다. 그리고 노식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다. 동탁의 움직임에 신하들은 우르르 노식의 주변에서 사라졌고 노식은 동탁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서! 베어라! 더 이상! 네놈의 악행과 폭정에 두 눈을 뜨지 못하겠다!”

 

 동탁이 검을 들어 올리자 뒤에서 채옹이 뛰어 나왔다. 채옹은 팔을 벌려 동탁의 앞을 막았다. 동탁은 채옹을 치우려 했으나 노인네가 어디서 그리 큰 힘이 나오는지 동탁이 그를 움직이게 하지도 못했다.

 

 “아니 될 일이옵니다! 태위! 대전에서 신하를 죽이다니요! 대전은 의견을 간하고 내는 자리이옵니다. 태위 중랑장께서도 과격했지만 분명히 의견을 내놓은 것뿐입니다. 태위 분을 가라앉히고 칼을 집어넣으소서! 역사가 보고 있습니다!”

 

 동탁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내리 찍으며 물었다.

 

 쿵 쿵 쿵

 

 “중랑장의 말은 잘 들었소. 그렇다면 그 이외에 반대 의견은 없소?”

 

 그러자 한인물이 나와 노식의 옆에 섰다. 상서 정관이었다. 그는 노식의 곂에 시립하며 말하였다.

 

 “능당 선위를 논하려면 선위를 하는 폐하의 과오가 만국을 덮을 정도이거나 그 자리를 받을 분이 천하의 만백성이 원하는 이여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폐하께서는 과오가 천하를 덮을 정도도 아니며 동공이 선위를 이야기 할 분이 제아무리 백안공이라 하여도 선위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헌데 어찌하여 태위께서는 선위를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위 황제의 자리는 신하들이나 누구인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하늘이 점하는 것이외다!”

 

 그의 말에 동탁은 하염없이 웃음을 흘렸다.

 

 “으하하 하하 무어라! 하늘? 하늘이라 했느냐? 네놈의 하늘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하늘과는 다르구나! 하늘은 나에게 큰 권력을 내어 주었고 그 힘으로 이 썩어빠진 한을 바꾸라 하였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영명하신 진류왕 전하를 폐하로 만드는 것이다. 네놈들이 과오가 없다고 한 것이 맞을 것 같으냐? 과오는 폐하가 무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십상시가 들끓었고 그리하여 천하에 난이 그칠 줄을 몰랐다. 또한! 무능한 신료를 중용하여 능력 있는 이들을 내치었다. 그것이 과오가 아니고서 무엇이란 말이냐 말을 해보 거라!”

 

 “그것이 어찌! 폐하의...”

 

 동탁은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어 정관의 목을 쳤다. 채옹이 말릴 새도 없었다. 동탁의 검이 얼마나 빨랐는지 발도하는 순간을 보지도 못한 신하들이 많았다. 마치 동탁의 검이 뽑혔고 정관은 그냥 죽었을 뿐이었다.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구나! 내 네놈이 중랑장과 같은 대인이라면 들어주었겠지만 어줍지 않은 변명 듣고 있는 것이 고역이다.”

 

 대전은 사늘하여 졌다. 소재는 그 자리에서 바로 황제의 관을 내려놓고 홍농왕으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진류왕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동탁은 사람을 시켜 홍농왕과 하태후를 모두 죽이라 명하였다.

 

 그 후 동탁의 폭정은 심해져갔다. 내각을 통해서 정치를 하였고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이 양성에 모여 동탁을 욕하였는데 동탁은 이들을 추포하여 목을 베는 일을 일으켰다. 동탁의 주변이 수많은 적으로 돌변하자 동탁은 더더욱 안으로 숨어들었고 성격 또한 과격하여 졌다. 과거의 동탁의 호탕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황궁은 거대한 폭풍이 지나갔고 그 폭풍은 흘러 병주에 까지 이르렀다. 황궁이 자신들을 토벌할 여력이 없다고 믿은 흑산적들이 다시 날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흑산적의 세가 커지자 동탁도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었는지 기주자사 대행이자 업성 태수인 왕하에 교지를 내려 그들을 토벌 하게 하였다.

 

 “어이가 없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 인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병주의 흑산 적을 토벌 하라니?”

 

 왕하의 말에 곽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곽가는 지도의 여러 지역에 깃을 움직였다.

 

 “제 아무리 산적무리라고는 하지만 저들은 100만의 세를 이끄는 군벌입니다. 그들을 토벌 하고자 한다면 능당 기주의 병력이 상당히 많이 빠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왕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본초에게도 손을 벌려야겠지...”

 

 그말에 가후나 전풍, 저수등 여러 인물들이 고개를 저었다. 범을 잡으려다 대호를 끌어드리는 격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뒤를 언제나 원소에게 보이며 있어야 했다. 누구도 쉬이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흑산적을 퇴치하는 것은 또한 어려운 일인데 등 뒤에 적을 두고 싸워야한다니 어려운 일이었다. 가후는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쉬이 업성을 노리지는 못하겠지만 티끌만 한 이유라도 생기면 이곳으로 들이 닥칠 것이 뻔 한 작자지요.”

 

 왕하는 눈을 찡그렸지만 하긴 해야 하는 일이었다. 병주를 이리 내버려 두면 저들이 언제 기주까지 들어올지는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때 장합이 나서 물었다.

 

 “흑산적을 모조리 토벌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어디까지 그들을 몰아 세워야 하는 것인지?"

 

 그러자 왕하는 머리를 집으며 말했다.

 

 “그들을 원래 있던 산으로 집어넣으라는 것이 태위께서 내린 명이긴 한데.”

 

 장합은 왕하의 말에 가로 저었다. 저들이 큰일이 생기지 않은 이상 저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대승 혹은 장연의 죽음에 가까운 일 만이 저들을 물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원소를 방비하는 내에서 움직일 군으로는 흑산적을 상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여러 생각을 하던 왕하는 차라리 반동탁 토벌을 빨리 일으켜 주변의 압박을 줄이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장연에게 유주자사나 유주목같은 직을 내리면 공손찬 또한 견제가 가능하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흑산적 토벌이 매우 까다로운 도적떼였다. 단순히 산적의 무리가 아니라 황건적의 난 당시 황건적의 일부를 흡수하여 군벌에 가까운 세력을 얻은 것이었다. 그들이 작정하고 움직이면 피해 없이 받아낼 군벌은 없었다. 또한 그들을 쳐낸다고 하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흑산적을 토벌 하고자하는 의지도 없었다. 이득도 없으며 싸워서 도리어 손해만 입는 저들을 발본색원 하려는 인물은 없었다. 정원이나 주준 같은 경우에도 그들을 다시 그들의 소굴로 후퇴시킨 것이 가장 큰 공적이었다.

 

 왕하는 지도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흑산적은 기주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분명 없어져야할 존재들이지만 그들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병주에 정통한 정원도 그들을 방치하였고 주준 또한 그들을 끝까지 몰고 가지는 않았다. 그들이 그리 되면 어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겠지 그럼 그들에게 사용할 방도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간책과 이이제이, 병탄이겠지’

 

 왕하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반동탁연맹에 흑산적 토벌이라는 명분으로 불참하고 동탁이 흑산적에 직위를 내려 남은 이들에게 명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동탁이 허 할지는 모르겠으나 반동탁연합이 생길 것을 그도 능당 알 것이니 흑산적을 이용하여 공손찬을 견제한다는 말을 넌지시 건네면 수락 할 것이다.’

 

 왕하의 혼자 생각이었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이것을 자신의 신하들이 받아 들이지의 여부였다. 가후나 곽가는 능당 자신의 말에 계를 짜겠지만 남은 이들의 반응은 예측을 하기가 어려웠다. 심할 경우 자신의 의지에 실망하여 낙향하거나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저들을 끝까지 믿을 수 있는가가 문제인 것이겠지 아직 저들은 나를 주군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기주자사대행이나 업성태수로 모시고 있는 것일 테니.’

 

 왕하는 자신이 생각한 일부는 비밀리에 자신의 측근들과 상의하여 넘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어차피 마지막 생각은 흑산적을 다시 그들의 본거지로 집어넣은 후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왕하는 일부를 저들에게 물음을 건네기로 하였다.

 

 “일단 내 생각으로는 기주가 원본초의 세력에 넘어가지 않고 흑산적을 토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겨지오. 또한 잠자고 있는 공손장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오.”

 

 그것은 모두가 아는 바였다. 왕하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지만 모두가 왕하의 뒤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그대들은 기주를 지키겠소? 아니면 명성을 드높일 일에 참가하겠소?”

 

 뜬금없는 소리이긴 하였다. 많은 이들이 왕하가 하는 말에 핵심을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후나 곽가, 전풍, 저수등은 왕하의 말에 갈피를 잡은 듯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고민하듯 하였다.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 귀띔을 하자 다른 이들 또한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왕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나는 기주를 지키는 쪽이네 그리고 나는 그대들에게 결정을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네 나와 뜻이 같다면 남아있어도 되고 아닌 이들은 잠시 이곳을 떠나 부서로 향하면 되네.”

 

 그 말에 술렁이기는 했으나 어느 누구도 자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왕하는 그들의 행동에 놀랐다. 많은 이들이 나가면 어찌할까라는 일말의 두려움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전풍이 그들을 대변 하였다.

 

 “대행 어찌 그런 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희는 대행을 따라 이곳에 남은 신하들 이옵니다. 무른 군(君)께서 명하면 받드는 것이 저희의 일이옵니다."

 

 그러나 왕하는 그의 말을 모두 받아드리기는 힘들었다. 전풍같은 옳곧은 이나 그렇지 다른 이들이 그렇게까지 받들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버림받고 신하들이 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신을 떠나는 것이 싫었다.

 

 "원호, 그대는 내가 명하면 끝까지 따를 수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원호는 굳은 눈으로 왕하를 바라보았다.

 

 "어떠한 명이라도 능당 저는 대행을 따를 것입니다."

 

 "그릇된 명이라도? 혹여 한(漢)에 반하는 일이라도 말이네."

 

 그말에 전풍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쉬이 답할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신하들도 같았다. 한을 반하는 일 그것은 자신이 이때까지 생각한 기치를 뒤흔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중 의외의 인물이 답을 내었다.

 

 "한에 반하는 일이라 그것이 기주에 득이 되는 것입니까?"

 

 모든 신하들이 그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저수가 서있었다. 저수는 마치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물었다.

 

 "왜? 이상한가? 나는 대행께서 이 기주를 위하여 일할 분이라 생각하는데? 아니면 이 무너질대로 무너진 한의 기치가 문제인가? 웃기는군 언제부터 저 위의 대신들이 북방을 위했다고 그리 한(漢)을 기리는가?"

 

 아무말이 없자 저수는 왕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왕하는 그런 저수를 보며 고마움인지 감격인지 모를 기분에 들떴다.

 

 "나는 말이네 기주사람이네! 대행께서 하시는 바에 기주는 이미 한발을 옮겼네. 이제 사예가 아니라! 기주가 중심이 될 수도 있는 것이야! 한껏 무너지는 저 낙읍의 황도가 아니라 기주가 천하의 정국의 중심 말이네!"

 

 저수의 말은 너무나 파격적이었다. 아니 반역의 말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안의 기주 인물들의 가슴에 불을 크게 키웠다. 천하정국의 중심 그리고 저수는 포권으로 왕하를 제촉했다.

 

 "주군! 꺼림없이 말하싶쇼! 이왕 이리 된것 끝까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수의 언행이 윗사람을 대하는 것에 문제는 있었으나 왕하는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보다 그의 말 안에 들어있는 감정이 자신을 감싸주었기 때문이었다. 저수의 힘을 얻은 왕하는 직접 그들에게 물었다.

 

 “나는 동태위의 대신들을 향한 폭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큰 사단이 일어 날 것이라 생각 합니다. 그것은 커다란 명분이 되어 낙양의 동쪽의 중원에서 하북 그리고 초땅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군벌들이 동태위를 끌어내리기 위하여 모여 들것입니다. 그곳에서 공을 세운다면 그것은 큰 영광과 명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연합에 들지 않으려 합니다.”

 

 양 옆에 앉아 있는 가후나 곽가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크게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말에 바로 반박을 내세운 것은 전풍이었다.

 

 “허나 그리 된다면 능당 천하의 제후들에게 공격의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동태위와 손을 잡고 있는 사람으로 여겨 질 것입니다. 아마 동태위 보다 쉬운 상대이고 큰 고물이 떨어질 대상이니 먼저 저희를 노릴 것입니다.”

 

 왕하는 전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었다. 가장 쉽고 큰 떡고물이 떨어질 자신이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었다.

 

 “맞습니다. 허나 흑산적의 수괴인 장연에게 동태위가 유주자사의 직을 내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세간의 안목으로는 마치 태위가 손을 잡은 흑산적을 제가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또한 유주자사의 직위 같은 유주의 관리에 임한다면 북방의 공손찬과 대립할 것이 명백할 것입다.”

 

 그의 말에 문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책략이었고 몇 수 앞의 일을 꿰뚫는 안목이었다. 왕하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에 기쁨이 차올랐다. 그러나 가후의 말이 나오자 왕하의 뿌듯한 마음은 싹 가셨다.

 

 “좋은 계입니다. 허나 문제가 하나있습니다.”

 

 가후가 가리키는 지역은 유우의 세력이었다.

 

 “현 유주자사이신 백안공이지요. 그분이 있는 동안에는 흑산적이 유주를 향한다면 도리어 공손장군의 세력이 커지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공손장군의 큰 적은 그 누구도 아닌 인의(仁義)로 북방을 대하는 백안공이지요. 거기다 그 연합이 되는 날이 언제일지 모릅니다. 동태위의 명은 이미 내려졌으니 어떤 식으로든 보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연합은 알 수가 없고 보고는 올려야하며 백안공이 다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합니다.”

 

 가후가 말에 희망적인 부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자 회장은 조용해졌다. 끼이익 하고 문일 열렸고 한 사내가 왕하를 보며 예를 취한 뒤 장수들이 서있는 자리로 향하였다. 그는 국의였다. 그리고 장합이 그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그는 크게 웃었다.

 

 국의(麴義) 삼국지 상에서 비중이 큰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차마 말이 힘들 정도로 대단한 장수였다. 그는 한복에게 반을 일으키고 원소에게 임관되었으며 공손찬의 기병 부대를 유인하여 대파하였다. 또한 공손찬에게 임명된 기주자사 엄강을 전사시켰다. 계교에서 이어진 추격전에서는 맨 먼저 공손찬의 진영에 들어가 아문(牙門)을 뽑아버리고 대장기를 노획하는 등 맹활약, 도중에 원소가 공손찬의 기병 2천여 명에게 포위당하면서 싸우자 이를 구해내기도 했다.

 

 자신을 모시는 자를 두고 웃음을 짓는 것은 예가 아니었지만 기주의 장수들 가운데 국의 세력이 큰 만큼 그의 행동에 누구도 뭐라 하기 힘들었다. 또한 지금 가장 필요한 것도 국의라는 사내였다.

 

 국의는 그 자리에서 턱하니 무릎을 꿇고 포권을 하였다.

 

 “자사대행 부디 제게 병주일대에 출몰한 이들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려 주소서! 이 국승한(국의의 가상의자) 흑산적을 기주에 얼씬도 못하게 하겠나이다.”

 

 흑산적은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음에도 국의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왕하는 국의의 자신감이 자만인지 아니면 확실한 무엇인가에 의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장군 허나 흑산적의 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오. 아직 병주에 머물고 있는 그들이지만 수가 많은 만큼 국지전이 아닌 기주 전역에 출몰 할 수도 있다는 것이네 그것을 모두 감당 할 수 있는가?”

 

 국의는 왕하의 말에 불타는 눈을 보이며 말하였다.

 

 “능당 할 수 있습니다. 흑산적이라 해봐야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이 아닙니다. 허나 저희 기주의 병사들은 정식 훈련을 받은 군이 태반이고 제가 이끄는 병들은 그이상입니다. 주변의 병력을 빼지 않고 저를 위시한 병력만 그들을 타격하러 간다고 하여도 흑산적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하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책사들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흑산적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결국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이들이 태반이리라 그러나 기주의 병사들은 잘 입고 잘 먹었을 뿐 아니라 북방의 외적을 상대하는 정예였다. 시간을 끌 필요도 없는 것이다. 주변의 세력이 여전히 버거운 것은 사실이나 원소의 군세로는 아직 판이 짜인 기주를 뒤엎기는 힘들었다. 또한 공손찬도 유우를 내버려 두고 기주까지 내려오기 힘들었다.

 

 ‘결국 먼저 움직여 병주를 얻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좋은 전마의 구입이 쉬이 해결 할 수 있을 테니.’

 

 왕하는 일어서 국의에게 물었다.

 

 “진정 할 수 있겠는가?”

 

 국의는 그저 단 답을 내뱉은 후 바라볼 뿐이었다.

 

 “是(그러하옵니다.)”

 

 왕하는 그리고 말했다.“

 

 “국장군의 말대로라면 승기를 얻기 어려울 것이 없네! 그리고 문화공이 던진 화두는 능당 책사들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겠네! 국장군을 흑산적 토벌의 총괄로 임명하겠네. 또한 이일이 기주에 크게 중한바 나또한 국장군의 말을 들으며 토벌에 나서겠네.”

 

 모두가 눈이 동그래졌다. 기주자사나 다름없는 이가 일개 장군의 말을 들으며 전장에 나서겠다니!

 

 “이상한가? 무릇 자신이 못하는 것은 그것을 잘하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 상책이네 좋은 길을 택하는 것이 어찌 이상한가?”

 

  국의나 기주의 몇 인사는 왕하의 말에 감격한 듯 한 표정이었다. 특히 저수는 더하였다.

 

 ‘일개 자사의 풍모가 아니다. 어찌 저런 생각까지 한다는 말인가?’

 

 그때 왕하는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문화공 나는 그런 머리 아픈 것은 못하겠네. 문화공이 던진 화두이니 직접처리하게 하하’

 

 곽가나 가후는 왕하의 웃음에 못 말리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왕하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상당군의 장양과 군을 합치는 것이었다. 참모부에서 내어 놓은 계에 따르면 장양이 상당군에서 도적들을 물리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결국 상당군내에서 일뿐이었고 그런 장양을 이용하여 병주 전체적으로 뻗어나간 흑산적을 상대할 때 뒤를 봐줄 인물로 만드는 것이었다. 왕하는 이를 받아들여 국의와 군의 일부를 나누어 움직였다.

 

 곽가는 왕하의 곁에서 어물거리며 머리를 긁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서있는 왕하는 머리를 짚었다.

 

 "국장군 옆에 있어야할 그대가 하아...“

 

 “그것이 국장군 옆에는 공언님이 있으니 크게 도움은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별가로써 주군을 보필해야지요.”

 

 곽가는 입심은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왕하도 국의 옆에 저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곽가와 저수의 일은 분명 달랐다. 곽가는 저수가 보지 못하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곽가는 국의 보다는 왕하를 택하여 움직였다.

 

 “하아 어쩔 수 없긴 하지 이미 이곳에 자네가 있으니 말이네 지금 말을 달려 움직이라 해도 그대가 들어 먹을지 모르겠고.”

 

 곽가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왕하의 말이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왕하가 가라고 해봐야 어물거리고 그저 웃어넘기며 계속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곽가는 왕하의 곁에 있는 심배를 견제하기 위하여 온 것이었다. 저수는 왕하의 몇 번의 만남으로 이미 흠뻑 왕하에게 빠져있었다. 그러나 심배는 달랐다. 그는 전풍의 자세나 저수와 달랐다. 그는 마치 방관자와 같이 멀리 떨어져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한 작자이다. 알기로는 고집이 강하고 불같은 성격이라 알고 있거늘 어찌 하여 여태까지 조용하게 기주의 정국을 바라보는 것인가?’

 

 지금 심배는 왕하군의 감군노릇을 하고 있었다. 왕하 또한 삼국지에서 슬쩍 알고 있는 바로 뛰어난 인물이었으므로 그에게 저수나 전풍처럼 중책을 많이 맡겼다. 심배는 그것에 왕하에게 보답하듯 왕하가 내어준 일은 완벽히 하였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었다. 그 이상 이하의 일처리는 없었다. 정계에 크게 참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일을 안 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곽가는 그를 계속 주시하였다. 만총이 내어준 정보를 따르면 절대 심배는 가만히 주시할 인물이 아니었다. 차라리 맞지 않는 자리를 떠나 버리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서 곽가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세작’

 

 곽가는 이를 왕하에게 의논하기 보다는 스스로 처리하기를 원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만총과 가후,장양의 합의 아래 만들어진 흑접을 통한 관리였다. 곽가는 기주 안에 들어있을 원소의 세작을 매우 걱정했다. 단순한 군사력은 기주대행이 강력 할 수 있으나 원가의 숨은 힘이 문제였다. 원가에서 그 동한 지원한 수많은 인재들과 사람들 그것이 언제 원가에 강력한 힘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漢)전역에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원가에 은혜를 입었는지 몰랐다. 알 수 없는 거대한 원가라는 벽이 곽가는 걱정되다 못해 두려웠다.

 

 ‘그중에 한 인물일 지도 모르지.’

 

 곽가의 눈은 매우 날카롭게 심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배는 그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태연하게 왕하의 곁에 서있을 뿐이었다.

 

 왕하가 상당군에 다다르자 장양의 수하인 양추가 직접 그들을 반겼다.

 

 “기주대행 어서 오십쇼. 장군께옵서 기주대행을 반기기 위해 근방에 나오셨습니다.”

 

 그의 말에 심배는 나서 물었다.

 

 “장장군께서 아직 무엇인가 잘 인지 하지 못하시는 것 같은데 장장군은 지금 조정에서는 반군이나 다름이 없소 상당군 일부를 공격하여 정당하지 못한 방도로 그들을 점령하셨소. 그럼에도 기주대행이 흑산적을 상대하는 공으로 그 죄를 사하기 위해 직접 행차하신 것인데 어찌 겨우 수하된 자가 나와 대행을 영접하는 것이오?”

 

 양추는 얼굴이 붉게 물들였다. 맞다 장양은 동탁이 정권을 잡자마자 임명된 상당의 태수를 공격하여 세를 늘렸다. 장양은 그것이 죽은 하진과 정원을 위한일이고 무너져가는 한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병주의 병권을 얻어 빠르게 병주를 안정시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 자신의 주군을 욕되게 하다니 참기 힘들었으나 자신이 여기서 창을 뽑는 다면 병주는 다시 전란의 폭풍으로 이끄는 것이니 차마 말을 못하고 그저 눈을 감고 말하였다.

 

 “그것은 머리가 나빠 모르옵니다. 그러한 어려운 일은 주군과 직접 만나 말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왕하는 심배의 말에 놀랐다. 잘못한다면 장양이 돌아서 흑산적을 토벌해야하는 그들을 괴롭게 할 수도 있었다. 혹은 중요한 시기 그들이 원가에 붙어 기주 전체가 원가에 넘어 갈 수도 있으리라.

 

 장양의 군막에 들어서자 장양은 자리에서 일어서 그들을 맞이하였다. 장양은 동탁의 정권을 싫어했다. 하지만 왕하가 자신을 도와 흑산적을 토벌할 원군이고 한 황실에 충실한 왕윤공의 자제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

 

 장양은 상석에 왕하를 앉게 하고 웃음을 지었다. 왕하는 사양했지만 장양의 태도는 완강하였다.

 

 “기주대행께서는 왕공의 자제분일 뿐 아니라 낙양에 가신 현 기주자사의 친인이 아니 십니까 제가 아무리 병주의 무식인 이라 하여도 대행의 행보가 단순히 동탁의 명이 아닌 한을 위함을 알 것입니다.”

 

 장양을 왕하를 띄우며 마치 무엇인가 얻어낼 것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하였다. 왕하가 말하기도 전에 심배가 말을 했다.

 

 “장장군 아무리 지금 발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나 그리 저자세를 취하니 놀라울 뿐이옵니다.”

 

 곽가나 왕하는 놀라 심배를 바라보았다. 장양을 이리 몰다니 어찌 후일을 도모하려는지 머리가 아파왔다. 더 이상 그를 자극한다면 이 자리에서 칼부림이 날것이었다. 이곳은 장양의 심처였고 아무리 허저가 있다고 해도 살아남기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예상한 장양의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정곡을 찔린 듯 장양은 정남을 바라보았다.

 

 “기주의 삼현사로구려 그렇다면 능당 지금의 현상을 잘 알 것이오. 그리고 그대가 나를 도발하는 이유 또한 능당 이해가 되고 말이오.”

 

 장양의 기풍은 순식간에 변해있었다. 중압감이 느껴지는 그의 풍모였다. 수 세월 병주에서 외세와 싸우고 산적들을 토벌한 그였으니 이러한 기풍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 하리라.

 

 “맞소. 국장군의 군세가 움직이는 것을 들어 내 그대들을 이리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요. 분면 이곳은 전쟁터가 될 터이니. 그대들을 이곳에 잡아 두어야 했소.”

 

 심배는 아미를 찡그리며 말을 하였다.

 

 “능당 그 군세가 얼마이고 호관에 있는 태수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장장군은 잘 알 것이오. 그러한데도 지금 대행을 이리 붙잡는 것이오?”

 

 그러자 장양은 허 라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것이 무슨 잘못이오? 나는 이 병주의 백성들이 덜 다치면 그만이오. 기주대행이 이끄는 군세만 있으면 어렵겠지만 막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오.”

 

 왕하는 장양이 하는 말이 어려웠다. 어찌하여 국의가 다른 곳의 흑산적을 토벌하러 가는데 남부의 상당이 어려워진다는 것인지 어렵기도 하였다. 그러자 곽가가 직접 왕하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심배가 말하는 속뜻을 알려주면서.

 

 그이야기를 들을 왕하는 결단을 내렸다.

 

 “저는 장장군의 태도는 후일 잘잘못을 따져야 하겠으나 지금은 장장군을 돕는 것이 옳은 것 같군요.”

 

 왕하는 판단은 고민을 그리 거치지 않았다. 제아무리 흑산적이라 하더라도 이곳의 장수들을 쉽게 상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장양은 흑산적을 상대로 오랜 시간 버텨왔다. 그런 그가 수가 늘었다 하더라도 쉬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또 다른 패가 있었다.

 

 왕하의 판단에 심배는 놀랐다. 무릇 수만의 대군이 그것도 호관의 상당태수라는 명분을 들고 내려올 것을 이야기했음에도 자사대행은 장양을 돕고자 하는 것이었다. 심배는 왕하를 황도에서부터 같이한 곽가의 표정을 보았다. 웃음을 짓고 있었다. 주군이 위험에 빠졌는데 웃음을 짓는 모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심배는 곽가의 웃음에서 무엇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왕하의 결단으로 왕하가 이끄는 군이 상당의 장양군의 주변에 막사를 폈다. 막사가 펴지자마자 심배는 곽가를 불러 왕하의 심중을 묻고자 하였다. 심배는 매우 급하였다는 듯이 차를 따르기도 전에 곽가에게 물었다.

 

 “곽별가 어찌 대행의 결정에 반박하지 않았는가? 분명 태원군으로 진군한 국장군의 군이 흑산적을 몰아치면 흑산적은 다시 군이 모이게 되어있네 그런 가운데 호관의 상당태수가 분명 대행의 행보를 알고 있다면 그들과 손잡고 장양을 치려 할 것이네. 아니 그런가?”

 

 곽가는 고개를 휘휘 젓고 표정은 찡그려져 심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를 따라 차를 홀짝거렸다. 심배는 곽가의 표정에 혼란스러웠다.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곽가는 당연 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그것을 모른다고 하면 어찌 주군의 옆에서 계략을 짜는 모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기주의 삼현사라고 불리는 정남공께서는 술은 아니 가지고 계시는 것입니까? 이런 북방에 정통하셔서 장장군을 그리 박하게 하고 말입니다.”

 

 심배는 눈살을 찌푸렸다. 도발이 너무나 명백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심배는 그 도발을 받아 주기로 하였다. 마음속의 불을 내뱉기로 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판단이네 치숙이라는 자는 대행의 군을 상당군의 방패로 만들 것이네! 그것이 너무 잘 보이지 않는가! 어찌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상신하지 않고 그저 이상한 결단을 하게 만드시는 것인가!”

 

 곽가는 그런 심배를 일어서 바라보았다. 찻잔의 차는 이미 다 마신 상태였다.

 

 “그것은 오롯이 대행의 결단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상하게 알려드린 것도 아니고 상황전반과 장장군이 어이하여 대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정남공이 그리 장장군을 막대한 것인지도 말해 드렸지요. 그럼에도 내린 대행의 결단입니다!”

 

 심배는 일어선 곽가를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다른 것을 보듯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주를 그리 생각하는 척하면서 역시 그저 작은 명예를 노리기 위해 백성을 버리는 그런 자란 말인가?”

 

 그러자 곽가는 그런 심배를 바라보며 웃었다.

 

 “크하하하하! 명예라? 명예라 하셨습니까?”

 

 심배는 그리 웃는 곽가를 바라보았다. 곽가의 눈은 심배를 비웃는 것인지 아니면 뜻을 알지 못하는 심배를 불쌍히 여기는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아니 그 둘 모두였을 것이다.

 

 “기주의 백성을 버려 명예를 얻는 다고요? 대행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분입니다. 아니 못하시는 분이지요. 명예나 명성을 그리 쫒는 분도 아니고 사람을 도구로 바라보지 아니 못 보는 분이지요. 그런데 뭐요 으하하하! 정남공 그간 무엇을 보신 것입니까? 이런 정도 인물이라니 마음이 놓입니다. 마음속에 걱정이 하나 가셨습니다. 그만 일어나지요.”

 

 곽가는 툭툭 옷을 털며 심배의 막사를 벗어났다. 그리고 곽가는 웃었다. 저런 자가 간자라면 능당 자신이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간자가 아니라 하여도 좋았다. 분명 주군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자였고 큰 문제가 있는 자도 아니니까 말이다.

 

 ‘정남공 그것이 연기라면 그대는 나를 뛰어넘은 것이 분명하니 내가 고려할 수가 없고, 혹여 그것이 연기가 아니라면 능당 나의 손안의 인물이 된 것이요. 부디 내 손안에 있기를 비오. 주군을 위해 그리고 그대를 위하여.’

 

 장양이 자신이 왕하를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할 당시 왕하는 곽가의 말을 듣고 곽가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람을 얻어 기주를 지키고자 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곽가는 머리를 굴리더니 귀에 말을 이었다.

 

 “허나 주군이 심히 위험해 질것이 분명하옵니다. 그것은 모사인 저에게는 크게 반대할 이유 이옵니다.”

 

 그런 곽가를 보며 왕하는 씩 웃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한 가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곽가가 살짝 인간스럽게 보여 웃음이 나왔다.

 

 “봉효, 나는 병주의 왕씨 가문의 적장자이자 소가주일세 왕씨 가문의 힘이 약해 보이는가? 이곳이 사예의 순가와 같은 힘이 왕씨 가문에게 있네. 병주안 그리고 병주 주변에는 왕씨인 내가 쓸 수 있는 패는 많이 있지.”

 

 곽가도 왕하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약간의 희망이 커다란 빛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주군이 저리 말할 정도면 큰 어려움 없이 능히 흑산적을 막을 수 있으리라 아니면 적어도 주군의 목숨은 능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니 곽가는 마음이 놓였다.

 

 “패를 제게 주시지요. 그리한다면 제가 흑산적을 상당에서 쫒아버리고 장장군을 주군의 수족으로 만들어 드리겠나이다.”

 

 왕하는 그런 곽가를 보며 웃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곽가의 모습에 뿌듯하였기 때문이었다.

 

 “좋아! 허나 적당히 해야 하네 문화공이 지금 기주에서 머리를 쓰고 있는데 흑산적을 죄다 없에 버리면 안 된다 이것이지.”

 

 왕하가 꺼내 놓은 패는 곽가의 예상과 비슷하였다. 하내태수 왕광이라는 패는 곽가도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큰 군사를 이끌고 오는 것은 힘드나 일부의 군세가 온다고 하여도 흑산적을 상대하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던진 패는 곽가의 예상을 벗어난 패였다.

 

 “그자가 진정 대행의 말을 따를 자입니까? 상당의 태수의 밑에 들어간 자이옵니다. 헌데...”

 

 그러자 왕하는 그저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내가 부르면 올 것이네 단지 그는 병주의 일군을 이끌 자리를 찾아 움직인 것뿐이네 나의 명대로 말이네.”

 

 곽가는 머리가 싸하게 식을 정도로 놀라 왕하를 바라보았다. 계책이나 군을 한 번에 이끌 그런 능력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인재를 호령할 정도로 인의를 두르며 그것을 이(利)로써 이끌어내는 사람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인재가 불쑥 불쑥 나타나는 것이 놀랄 만 하였다.

 

 ‘마치 미래를 보는 사람과 같지 아니한가?’

 

 그러한 곽가를 바라보며 왕하가 말하였다.

 

 “어디 아픈가? 어이하여 말을 하다 말아?”

 

 곽가는 잠시 생각을 접고 왕하의 앞에 지도를 쫙 깔았다. 그리고 깃을 이용하여 군을 나타내었다.

 

 “이미 며칠 전 국장군께서 올린보고는 태원군을 향하며 일군의 흑산적을 소탕하였다 하였습니다. 분명 국장군을 그들을 추격하며 가히 놀라울 정도로 공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아니 흑산적을 궁지에 몰고 있겠지요.”

 

 국의를 상징하는 깃이 태원군을 올라왔다. 그리고 국의의 깃이 서로 향하며 움직였다. 그리고 왕광의 깃이 흑이라 쓰인 하내의 깃을 쓰러트리고 상당의 깃들이 모조리 호관으로 향하여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을 태원군에서 일제히 몰아낼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 호관을 향하여 움직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흑산적들을 완전히 상당과 하내군에서 몰아낼 것입니다.”

 

 곽가는 흑이라 쓰인 깃을 병주전역에서 넘어트렸다. 그리고 그들의 깃을 모조리 들어 기주로 끌고 왔다. 곽가는 진중하게 마지막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들의 세력은 대행께오서 집어 삼켜야할 것입니다. 장연을 살려두면 많은 수의 흑산적이 분명 집결 하겠지만 분명 붕괴된 곳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주군이 병주에서 얻어야할 주군의 이(利)입니다.”

 

 왕하는 곽가의 말에 크게 웃었다. 그들을 집어 삼켜 그들을 기주로 향하게 한다면 분명 기주의 가호는 크게 늘 것이다. 또한 그들은 피를 본 자들이니 죄를 사하여준다는 미끼로 그들을 군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분명 얻을 것이 많은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왕광과 장양을 반동탁 연합에 못 가게 잡아두어 원가의 휘하에 들지 않게 되는 이득도 있겠지.’

 

 앞에 놓인 적은 분명 흑산적이었지만 이들보다 큰 적인 원소가 기주에 웅크리고 있었다. 흑산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적이었다.

 

 ‘차라리 아무런 명분 없이 군을 몰아쳐 목을 치고 싶을 정도로 무서운 자.’

 

 물론 힘이 없는 그림자일 수 있었다. 그러나 왕하는 그간 상단을 이끌며 원가의 그림자가 얼마나 큰 것인지 많이 봐왔다. 수많은 곳에서 원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힘이 없는 그림자일지라도 그 크기가 가히 압도할 정도 이었다.

 

 ‘절대 한복과 같이 쉬이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왕하는 곽가의 말대로 움직이게 조서를 내어 주고 얼마 있지 않아 움직이기 위하여 대비를 하였다.

 

 발해군 원소군

 

 원소의 심처인 발해군은 마치 무엇인가를 앞둔 것처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인인 원소는 한가로이 난을 닦고 있었다. 마치 밖의 저들과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의 뒤에서 한 인물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원소는 잠시 뒤 돌아 그를 보고 다시 난을 닦는데 집중하였다.

 

 “주군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허나 기주대행의 공격에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소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우약(友若) 어이하여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인가? 대행이 지금 나를 노린 다면 그것은 더 좋은 일이네 천하의 모든 제후들이 그를 적으로 돌리고 천하의 외톨이가 되어 그 자리를 나에게 내놓을 것이네 오히려 나는 그가 병주에 집중하는 것이 골치가 아프게 할 것 같은데?”

 

 순심은 고개를 숙였다. 원소의 머리를 쫒아가기에는 분명 힘든 점이 있었다. 그저 자신과 곽도와 같은 자들은 원소가 놓칠만한 정보를 더욱 주거나 판단한 일을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원소의 판단에 영향을 주기에는 힘들었다.

 

 “주군 그렇다면 기주대행은 어찌 처리 할 것인지 명을 내려주소서.”

 

 원소는 난을 닦다가 손으로 난 위의 벌레를 툭하고 튀겨 내며 말하였다.

 

 “제아무리 뛰어난 난이라도 주변에 벌레가 꼬이면 결국 썩을 뿐이지. 사람의 믿음 또한 그렇지 간자를 아닌 자를 간자인 것처럼 만들게 한번 썩은 잎은 계속 썩을 테니 더 이상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을 것이네 스스로 기주를 넘길 것이야.”

 

 순심은 고개를 숙여 원소의 명을 듣고 이행하기위해 움직였다. 그 자리에 남은 원소는 닦은 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모아 놓은 난들이 있는 자리에 올려놓았다. 수많은 난이 그를 반기는 듯하였다.

 

 “천하야 말로 이렇듯 어긋나지 않고 깨끗해야하지 물론 그 규칙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것은 이 천하의 원가뿐일 터이니 지금이야 말로 원가의 천하가 아니겠는가?”

 

 국의가 이끄는 군이 장연의 본대를 퇴각시키고 병주의 평원에서 몰아쳤다. 그러자 장연은 목적을 바꾼 듯이 상당으로 향하였다. 병주 곳곳의 흑산적들이 국의를 피하여 다시 상당으로 모였고 그들의 중심에는 장연과 산적들이 있었다.

 

 “상당태수 그대의 제안대로라면 국의의 군세가 기주자사대행의 명으로 병주를 활보하고 있다는 그것이오?”

 

 상당태수인 하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치 커다란 비밀을 알려주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대행이 이 상당에 일부군만 이끌고 장양과 합세 했다고 하네.”

 

 장양은 고민에 휩싸였다. 국의가 이끄는 군이 너무나 강맹하여 도저히 맞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원소에게 금을 그렇게 많이 받았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가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장양과 대행의 군세가 얼마인가?”

 

 “대략 기천에 다랄 것이네 물론 대행이 이끄는 병사는 무시할 정도로 약하지 않겠는가?”

 

 장연은 어이가 없어 하각을 바라보았다. 국의가 이끄는 군의 주인이 대행일 것인데 어찌하여 그의 군세가 약할 것이라 여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각의 다음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행의 군은 외교상 장양을 만나러 온 것 아니겠는가? 상당에서 장양이 버티고 있어야 국의가 이끄는 군이 쉬이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왕윤과 태원태수 유질은 굉장히 가까운 관계이니 유질까지 움직인다면 더 이상 흑산적이 설자리는 없을 것이네.”

 

 장연은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남은 것은 대행을 잡아 협상을 하던지 그를 죽여야 할 사태인 것이다.

 

 ‘너무나 큰일이 되어버렸다. 원소는 이를 알고 그리 큰 금을 내놓은 것인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장연의 고민은 커져 가기만했다. 그러나 나올 수 있는 결론은 얼마 없었다. 다시 숨어들어 내실을 다지거나 대행과 맞부딪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도리어 왕하와 장양이 이끄는 군이 호관의 근방에 나타난 것을 부하가 알렸기 때문이었다.

 

 하각은 장연에게 결정을 종용하였다. 어차피 앞에 군이 들이 닥쳐있는데 다른 결정을 내릴 어떠한 여유도 없었다. 아니 대행을 잡아 원소나 병주의 왕씨가문에 큰 금액을 받을 수있다는 욕심이 그의 눈을 가렸는지도 모른다.

 

 왕하가 호관에 다다르자 심배는 왕하가 있는 자리에서 장양과 여러 장수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공성을 하는 군이지만 적군보다 수가 적고 호관을 공성할 충분한 도구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저들을 밖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장양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하의 군을 이끄는 감군이니 충분히 능력 있는 자라 여겨 주변의 장수들도 심배의 목소리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의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저들이 바라는 미끼를 보기 좋게 놓아두어야 하지요.”

 

 장양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차마 말을 꺼내기 힘들어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미끼가 누구인가?”

 

 “제 주군이자 기주자사대행이옵니다.”

 

 곽가는 꺼림칙하였지만 맞는 말이었기에 반론을 하기 어려웠다. 왕하의 카드를 아는 자신이 내놓은 계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남공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행이 크게 위험 할 수 있는 이런 계를 내놓은 이유는 무엇이지?’

 

 그것은 심배의 시험이었다. 곽가는 계속 원소의 간자로 심배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심배는 전풍과 같이 기주를 사예와 같이 중심이 되길 바라는 인물이었다. 또한 백성들을 어느 정도는 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기주를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옳은 것이고 정도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간의 시험에서는 대행은 자신의 정의에 꼭 맞는 군주였다. 그러나 병주의 일에서 보면 군을 쉬이 놀리는 것을 보며 실망을 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대를 내가 따라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마지막 시험이오. 대행’

 

 왕하는 심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전략이었고 허저를 넘어 자신의 목을 노릴 군이 없을 것이라 여겨졌기에 때문이었다. 물론 곽가의 계에도 부합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계이오. 정남공 내 어찌 미끼가 되고 어느 정도로 확실히 저들을 끌어낼 수 있겠소?”

 

 심배는 왕하의 말에 마음속으로 큰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심배는 심기를 크게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주군이 일군을 이끌고 학익을 펼친다면 장연과 하각을 주군을 포박하거나 사살하기 위하여 호관의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장연 또한 한 군을 이끄는 군웅이지만 그가 이끄는 군은 산적이옵니다. 그것은 변치 않습니다. 그가 약하다 여기면 언제나 그는 버려질 것이고 그는 국의에게 패배한 후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주군께서 호관으로 움직임으로 인하여 그에게 후퇴라는 선택을 빼앗아 버렸으니 능당 함정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주군을 잡기위해 돌격할 것입니다. 아니 함정이란 것을 알아도 주군을 잡으면 그것으로 끝이 날 것이니 그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그들을 주군이 버텨낸다면 그들은 그대로 한 번의 전투로 패퇴할 것입니다.”

 

 왕하는 심배의 말에 결심을 하였다. 어차피 군을 많이 잃는 다면 후일 원소나 공손찬과의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원소가 동탁을 토벌하기 위하여 움직일 때 자신은 강한 군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좋네. 정남공의 계에 따르지.”

 

 장연은 왕하의 결단에 감격하여 왕하의 손을 쥐었다.

 

 “대행의 결단에 놀라울 뿐입니다. 쉬이 하기 어려울 것인데 병주를 위하여 이리노력 하시다니 하! 치숙 대행의 어려움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말을 타고 달려가겠습니다.”

 

 왕하는 장양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좋습니다. 내 치숙공의 도움이라면 든든하지요. 후일 처지가 변했다고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사내입니다.”

 

 그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은 크게 웃음을 지었다. 왕하는 후일 알겠지만 오늘의 그의 결단에 그를 살릴 두 명을 얻어낸 것이었다.

 

 군대들이 정렬을 시작하였고 왕하는 학익진의 머리에 해당하는 위치에 서있었다. 대장기가 바람에 펄럭이며 나부끼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모래 바람이 걷히고 호관에서도 상대인 왕하의 군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은 호관을 향하고 있었고 그에 장연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얼굴은 찡그림 이외에 어리둥절함도 있었다.

 

 “바람이 좋지 않군. 헌데... 저들의 진영은 혹 학익진인가? 허? 어이가 없군.”

 

 장연이 무식한 여럿 산적과 다른 점은 스스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는 글을 익히고 병법을 익히며 실전에 병법을 이용하였다는 것이었다. 장연은 장우각이 죽자 다른 산적들을 병합하여 100만의 흑산적의 수령이 된 것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알 수 없는 진이 나타난 것이었다.

 

 “함정이던가? 그러나 함정이라 하더라도 겨우 기천으로 학익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자살 행위가 아니던가?”

 

 장연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왕하군에서 한명이 말을 타고 호관 앞에 나타나 소리쳤다.

 

 “수만의 군세를 가졌건만 내가 두려워 호관에 틀어박힌 것이냐? 비장이라는 말이 허명이로구나! 장연아! 네놈이 제아무리 날 뛰어 봐도 결국은 도적이고 관에서 아무리 중랑장이라는 직위를 받았어도 그것은 누구도 인정 하지 않은 우스운 물건일 뿐이다.”

 

 장연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겨우 기주자사도 아닌 대행 따위가 중랑장인 자신을 이리 농락하다니 그것도 기천의 군세를 가지고 말이다.

 

 “찢어 발겨주겠다!”

 

 장연은 여러 생각을 할 바가 없었다. 겨우 기처의 군세였다. 그런 군세를 집중 한 것도 아니고 학익을 펼치고 있으니 집중하여 뚫어버린 다면 저들은 자멸할 것이었다. 그리고 혹 저 대장기가 사실이라면 대행을 포획하여 이 분노를 풀거나 훨씬 좋은 일을 만들 수도 있으리라.

 

 호관의 문이 열리고 수많은 병력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것을 바라본 심배는 손에 약간의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이 확답하여 말한 계책이라도 하나의 틈이라도 나타난다면 패배는 자신들이었으니 떨릴 만도 하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곽가는 그저 덤덤하였다. 그리고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툭 던졌다.

 

 “드디어 나왔군.”

 

 왕하의 앞에선 허저가 말에서 자신을 따르는 호사(虎士)들을 향하여 말을 하였다. 허저의 말에는 높낮이나 들뜸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당연한 말을 하는 듯 담담하기만 하였다.

 

 “저들이 무서운가?”

 

 호사들은 허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저 쏟아져 나오는 흑산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어차피 저런 놈들이야 그간 수없이 많이 베어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지금 약간 겁이 난다.”

 

 호사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으나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하였다.

 

 “혹여 저들의 유시(流矢)에 주군이 작은 상처라도 난다면 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 알아 두어라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누가 주었는지! 진정 사람다운 모습으로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손을 내어 주신 분이 누구인지 말이다!”

 

 호사들은 허저의 말에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내리치며 말했다.

 

 “충! 충! 충! 충!”

 

 “그대들의 목숨은 그대들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하여 우리를 주군께 바치었으니 그대들은 죽어서도 주군을 위해 싸우라!”

 

 마치 종교의 집단들처럼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앞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단지 한 가지 말이었다. 충(忠)이라는 말이었다. 무시무시한 집단적 행동이었다. 그들은 방패를 쥐어들고 순식간에 뭉쳐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쾅하는 소리는 컸지만 그들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찔러라.”

 

 허저의 말에 호사들은 방패를 올려치고 도를 충격에 뒤로 밀린 이들을 향하여 내리쳤다. 피가 그들에게 뿌려졌으나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기계와 같이 움직임을 반복할 뿐이었다. 방패로 막고 올려치고 베고 반복에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적들에게 오히려 두려움을 심어주기 충분하였다.

 

 “무신들이다! 저들은 무신이야!”

 

 흑산적중 하나가 소리를 꽥꽥 지르며 난리를 쳤다. 왕하는 잠시보이는 틈으로 활을 쏴 그 흑산적을 쏴버렸다.

 

 “중강이 이끄는 호사가 있으면 어디를 떨어져도 죽지는 않겠어.”

 

 중강은 전투 중에 그런 말을 꺼내는 주군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한명 한명의 목숨에도 안타까움을 가지던 주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많은 피를 봐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여러 나쁜 일을 겪으며 독해진 것인지 이런 중에 이리 농을 던지다니 말이다. 물론 이런 난세라면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물론 이옵니다. 그 어디서도 호사들은 주군을 지킬 것입니다. 죽어서라도 말입니다.”

 

 왕하는 화살을 하나 쏘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죽은 사람은 별로 필요 없어 내 곁에 숨 쉬는 사람이 필요하지 내 허락 없이 죽는 다면 나는 매우 화가 날 것이야.”

 

 허저는 왕하의 말에 대답 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주군을 위하여 언제든 지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저의 침묵에 왕하는 다른 말을 던졌다.

 

 “심배는 도대체 언제 움직일 것이지? 호사들도 힘들어 질 것 같은데.”

 

 심배는 이미 깃으로 군을 움직이고 있었다. 대다수가 기병을 운용하는 장양을 중심으로 좌에서 우로 내리치게 하였다. 그리고 장양이 내리친 군세를 왕하의 군세로 다시 한 번 내리쳤다. 흑산적은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없어 짧은 순간순간 공격의 위치를 바꾸는 왕하의 연합군을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군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 개의 망치가 장연의 군세를 쉴 틈 없이 내리 치고 있는 것이었다.

 

 곽가는 군대를 집중하여 다른 곳에 어떠한 눈길도 없이 땀을 흘리고 깃을 흔드는 심배를 보며 얼마 나지도 않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흠.... 도대체 알 수가 없군. 없어 간자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말이야. 일단 그저 지켜봐야겠어.’

 

 곽가는 멀리 군세를 바라보며 어느 정도가 되자 초록 깃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뿔피리가 불어졌고 군세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호관에서 백기가 올라왔다. 그리고 곽가가 초록 깃을 하나 더 들어 올리자 왕하군이 뒤로 옮겨졌다. 마치 흑산적을 놓아 준다는 듯하였다.

 

 장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남아있는 군을 이끌고 퇴각하기 시작하였다. 심배는 군세를 바라보며 곽가를 다시 바라보았다.

 

 “이 무슨...”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장연은 살려 두어야 하니 더 이상 몰아치는 것은 주군께서도 원치 않으실 것입니다.”

 

 곽가의 말에 심배는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곽가의 허리에 메어진 술을 빼앗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내 이정도로 나를 속인 것을 퉁치지 않을 것이네 맛난 술 더 가져다 놓게.”

 

 심배는 말을 마치고 휙하고 사라졌고 곽가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허리를 바라보았다.

 

 ‘제길 그거 구하기도 힘든 술인데 허 이거 큰 실책인가?’

 

 그럼에도 곽가의 입가에는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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