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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회천삼국지
작가 : 소오
작품등록일 : 2017.7.25

왕하로 눈을 뜨고 성년이 되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격은 후 겨우 겨우 왕가의 소가주가 된 왕하가 이루는 한말의 새로운 발걸음 살기위한 싸움이 그를 거대한 나무로 만들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작이 될것인가?

 
만선
작성일 : 17-07-25 14:02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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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장양의 저택을 나온 후 수일이 지나지 않아 왕하에게 교서가 내려졌다. 궁인이 직접 나와 교서를 내렸고 왕하는 정중히 궁인을 맞이하였다. 청해상단의 상단주가 관직에 오르자 위상이 더더욱 커졌다. 청해상단이 즉위 당시 내보인 상단의 사병들의 모습에 놀라 청해상단을 더 이상 단순히 상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 컸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 하남윤인 왕윤이 황궁으로 복귀하였다. 왕하가 군직을 받았다는 소식에 올라온 것인지 하진이 드디어 결정을 내려 십상시들을 처리하기 위하여 왕윤을 불러들인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즉위 당시 왕윤은 사람을 시켜 왕하에게 검을 들고 자신의 저택에 올 것을 전했고 왕하 또한 그에 응하였다.

 

 왕하는 왕윤이 부탁한 검을 천에 둘러 천천히 함에 넣고 함의 덮개를 닫았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함이 잠겼고 왕하는 함에 천을 둘러 등에 매었다.

 

 ‘직접 만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만날 때마다 무슨 말을 들을지는 겁이 나긴 하는군.

 

 왕하와 왕윤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였다. 왕윤이 왕하의 아버지를 죽이는데 일조한 것이 맞으니 원수이기는 했으나 지금은 그를 보호하는 후견자였다. 청해상단 또한 왕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왕윤의 입김이 있었으니 이정도로 커진 것이었다.

 

 ‘사병을 육성한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무엇을 얻어내려는지 모르니 더욱이 무섭구나.’

 

 북기도위로 임명된 이후 상단내 사람들이 바빠져 겨우 허저와 그의 휘하 몇을 데리고 왕윤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왕윤의 저택에 도착했으나 이미 그곳에는 선객이 왕윤과 만나고 있었다.

 

 “의부께서 이미 나를 부르셨는데 어이하여 다른 객을 맞이하시는가?”

 

 하인은 고개를 숙이며 왕하의 말에 대답하였다. 아니 그는 숙이면서 왕하를 향하여 비웃음을 감추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만나야하는 중요한 손님이었습니다. 또한 가주께 큰 도움이 되는 인물들이었고요.”

 

 왕하는 머리로는 이해하였지만 가슴은 짜증으로 가득 찼다.

 

 ‘제아무리 나를 길들이려 한다지만 자신과 만나자 해놓고 이리 면박을 주는 것인가? 누가 위인지 보여주겠다. 이것인가?’

 

 “그래서 그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하인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순가와 사마가 그리고 진가의 어른들이옵니다. 가주께서 직접 만나기도 힘든 분들이고 또한 이렇게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고서 하인이 나라를 들먹거리는지 왕하는 어이가 없었다. 이는 분명 무시였다. 왕윤과 만나고 있는 세가문은 정치권에서 큰 힘을 가진 이들이고 자신은 제아무리 날뛰어 봐야 어디서 나온 지 모르는 관직인 북기도위라는 작위를 돈으로 사들인 정도이니 더 이상 말을 이어 불편하게 하지 말라고 들이는 것 같았다.

 

 ‘이제 약관의 나이에 장수되어 수천의 병력을 이끌게 된 것도 한조를 털어보아도 전무후무한 일이거늘.’

 

 왕하는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알았네. 네 자네가 그리 나오니 기다려야겠지 가주께서 나를 찾으시면 정자에 있겠다. 전해주게.”

 

 하인은 그대로 부복자세를 취하고 물러섰다.

 

 ‘왕윤이 전해달라는 물건을 가지고 저 하인을 옭매었다면 충분히 물을 먹일 수 있겠지만 더 이상 싸울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군.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심란하여 마음은 솜과 같이 무겁고 머릿속은 실타래들이 뭉치듯 어지럽구나.’

 

 왕하는 발걸음을 옮겨 정자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사마가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왕하와 친분이 두터운 사마랑도 있었다. 사마랑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왕하가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아마도 사마팔달의 인물들이리라. 사마랑은 왕하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하였다.

 

 “이거 소현 얼굴보기 참 힘들군? 북기도위라는 작을 받았다는 것은 아네. 축하하네! 이거 약관의 나이에 장수의 반열에 오르다니 내가 알기로는 문에 더욱 장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네.”

 

 왕하는 웃음을 지었다. 사마랑은 의외로 친화력이 큰 자였다. 그의 말은 약간 빈틈이 있는 듯 하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는 자였다. 그렇다고 일처리가 빈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장부를 볼 때면 그의 눈이 달라지며 사소한 차이도 찾아내는 이였다. 그리고 왕하에게는 오랜 교우를 나눈 친우이기도 하였다.

 

 “백달 알지 않는가? 내 청해상단이 이번에 내가 큰일을 함으로써 그 뒷받침을 하기위해 이래저래 많이 바쁜 것을 말이네 이거 서운하네. 자네는 필요할 때 불러 달라 해놓고 막상 내 북기도위가 되어 군을 이끌고 나갈 때가 되자 어딜 그렇게 숨어 보이지 않았는가?”

 

 사마랑은 왕하의 말에 웃음을 그치고 주변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의 자신의 동생들을 물려 먼 곳으로 가게 하였다. 마치 중대한 이야기를 할 것처럼 모두가 사라지고 사위가 조용해지자. 사마랑은 입을 떼었다.

 

 “자네가 군을 움직이는 작위를 받았다는 것을 듣고 나는 더 이상 행동거지를 가볍게 하지 않았네. 그대는 나의 친우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생각으로는 나보다 훨씬 멀리 앞서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네. 아니 마치 하늘 위에서 천하를 어우르는 눈을 가지고 있는 사내이네 가장 멋진 사내이지.”

 

 사마랑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극진한 예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소인 사마백달이 청하옵니다. 한조는 이제 어질러질 대로 어질러졌습니다. 서에는 한수가 모반을 일으켰고 동으로는 반역을 꿈꾸는 자가 한둘이 아니며 북으로는 더 이상 북방의 방비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또한 남으로는 유언이 감히 폐하의 사신을 막아 독립을 꿈꾸며 유표마저 이를 방관하고 있나이다. 소인이 주군의 붓이 되어 이들을 타계할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소인의 작은 손이라도 거두어 부디 큰일을 하소서!”

 

 그러자 왕하는 크게 웃음을 지었다. 사마랑의 말은 그저 청류파들이 자주하는 말이었다. 아직 사마랑도 청류파라는 시류에 얽매어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못 보는 듯하였다.

 

 “백달! 진정 그것뿐인가? 정녕 그대의 눈에는 그것 밖에는 보이지 않는가? 그대의 눈에는 한조에 반역을 하는 이들 밖에 보이지 않는가? 무능한 한조에 의하여 고통 받는 백성들은 어떠한가? 엉? 어떠한가 묻겠네! 모반도 일어나기 전이었네! 백성들은 절망에 빠져 사교 집단이 되어 황건적을 일으켰고 이제는 한조 보다는 힘 있는 자들의 곁에 모여 이제는 역도가 된 것은 보이지 않으냐 이 말이네!”

 

 그러나 백달은 이미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바입니다. 천하의 백성들은 이제 자신을 지킬 힘 있는 자의 밑에 있는 것이 한조를 믿는 것보다 안전하다 생각을 한다는 것을요. 주군 그런 백성들에게 보여주소서! 아직 백성들을 지킬 힘이 존재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을 감싸 안아 주소서! 나약하여 주저앉은 자를. 더 이상 힘들어 생각을 멈춘 자를. 벌하소서! 악한 생각에 빠진 자를! 패악에 일조한 자들을!”

 

 사마랑은 절규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본 한이 그 굳건하고 아름답다고 믿었던 그곳이 커가며 절망과 같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공부를 하고 알면 알 수로 더욱 잘 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절망하였다. 자신이 한 공부는 그들을 구할 수 없었다. 자신의 위의 모든 이들을 꺾고 굳건한 나무가 서기 전까지 자신의 공부는 그저 입에 바른 소리나 지껄이는 거짓공부였으니까. 그래서 택한 것이었다. 자신과 다른 사내 자신 보다 큰 꿈을 꾸는 사내 그리고 인을 알고 겸애로 사람들을 이끄는 사내를.

 

 왕하는 사마랑의 손을 탁하고 잡았다.

 

 “좋네! 그대의 결심이 그렇다면 말이네. 같은 꿈은 아닐 지라도 나의 길에서 그대의 꿈을 꾸게나. 내 그대의 꿈을 이루어주겠네!”

 

 사마랑은 왕하의 대답에 큰절을 올리고 포권을 취했다.

 

 “소인 사마랑은 주군을 위하여 언제나 쓰디쓴 차와 같이 노력하겠나이다.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하여도 옳은 일에는 직언을 마다치 않겠나이다.”

 

 왕하는 사마랑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그가 스스로 정한 말이니 언제나 직언을 마다치 않을 인물이었다. 진정 칼이 자신의 목을 치더라도...

 

 왕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주었다. 그리고 낙읍이 어찌 될지 넌지시 물었다.

 

 “백달 자네는 이 황도가 어찌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사마랑은 자신의 옷을 정제하며 말을 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하였다.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이곳저곳에서 불러들인 뜨내기부터 시작하여 동탁이나 정원, 그리고 하진 휘하의 팔교위들 까지 낙읍은 그야 말로 한동안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명이 하진이 쓰러지고 남긴 군사들을 집어 삼키는 이가 황도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사마랑의 말에는 커다란 전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왕하는 자신이 놀랄 때 자주하는 습관인

 눈을 찡그리는 버릇이 나타나며 재차 물었다.

 

 “자네는 하진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언제 죽는지가 문제이지 하진이 죽는 것은 기정된 일입니다. 하진은 하태후 때문에 십상시를 처내야 할 기회를 매번 놓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십상시들의 좋은 역습의 기회가 될 것이고요.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하진의 죽음!”

 

 사마라의 말에 왕하는 놀라움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자신은 미래를 알고 있어 그런다고 하지만 사마랑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황을 두고 유추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마랑은 그리고 왕하를 쳐다보며 말했다.

 

 “주군께서도 이를 능히 알고 있었기에 군을 준비하고 생각에도 없는 작위를 사신 것 아니겠습니까? 이 백달이 틀렸는지요?”

 

 왕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맞네. 그대의 생각이 나또한 그리 생각하고 왕가의 이름을 먹칠해가면서 급하게 매관을 한 것이네 물론 뭐 왕가의 장사치라는 악명이 드높지만 이제 매관까지 하였으니 청류파 인물들에게 얼마나 물어 뜯길지 모르겠군.”

 

 “명성이라 중요하지요. 허나 지금은 그저 뜬구름과 같은 것일 뿐입니다. 주군께서 일어나는 그때 그들은 자신의 말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꿀 것입니다.”

 

 그때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아야‘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하나 사마랑은 무슨 일인가 싶어 계단을 내려갔고 정자의 난간에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아파하는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때 툭하고 10세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튀어나와 포권을 하며 말을 하였다.

 

 “큰형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들었나이다. 이모두가 실로 방대하고 엄청나 저희가 감당키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허나 저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나이다. 혹 저희가 말을 할까 두려우시다면 저희는 큰형을 어렵게 할 인의가 없는 아이들이 아니니 걱정 마소서.”

 

 말재간이 실로 뛰어난 아이였다. 또한 눈을 보니 총명함이 남달라 보였다. 왕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의 태생을 물었다.

 

 “혹 네가 사마선생의 2째이더냐?”

 

 사마랑은 놀란 듯이 왕하를 바라 보았다.

 

 “소인의 가사까지 훤하시옵니다. 어찌... 그것을.”

 

 왕하는 둘러 대듯 말을 이었다.

 

 “뭐 총명하다는 이야기가 하내에서 낙읍까지 울려 퍼지니 어찌 알지 못하겠는가? 뭐 저 아이들 중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가 둘째이겠지.”

 

 사마랑은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저 넘겨 버렸다. 그러나 자신들의 말을 엿들은 사마의를 문책할 필요는 있었다.

 

 “네 어찌 이런 엇나가는 행동을 하느냐? 이 형과 내가 따를 주군간의 큰일이거늘 네가 어찌 큰일을 어그러트릴 수도 있게 한다는 말이냐? 아버지께서 너를 그리 가르치더냐?”

 

 사마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하였다.

 

 “군자는 틀린 말을 듣지 말라하였지 큰 뜻을 가지고 배움이 큰 말을 멀리 하란 적은 없습니다. 허나 제 행동이 잘못된 점이 있으니. 그 점은 제가 사죄 드리겠습니다.”

 

 말한 마디지지 않는 사마의였다. 사마랑이 크게 호통을 치려 하자 왕하가 그를 제지하였다.

 

 “혼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네. 어차피 들은 것을 잊어버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리 하자꾸나 네 형이 나의 밑으로 들어 온 것은 너희 들이 들어 알 것이다. 허니 너희들도 훗날 나를 따른 다면 내가 너희를 벌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같은 길에서 서서 가는 이들일 테니 말이다. 아니 그러느냐?”

 

 사마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인!”

 

 “그래 좋다. 내 너희들을 내 휘하로 들게 하마 학문이 쌓여 눈이 높아졌다고 다른 이를 따르겠다고는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하하하”

 

 ‘사마의가 커서 내게 오는 것도 좋고 이쯤 빛을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는 일이지’

 

 “군자는 한입에서 두말을 하지 않습니다. 은공께 은을 받았고 또한 형님이 따르는 분이니 어찌 마다 할 수 있겠습니까? 학문이 높아 졌다. 하여도 저는 은공의 곁으로 갈 것입니다.”

 

 왕하는 그저 웃음을 지을 뿐 이었다. 커다란 대어가 낚인 기분이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오늘은 마치 만선을 한 어부의 기분이었다.

 

 사마랑을 얻고 그의 동생인 사마의와 친분을 가져 기분이 좋아 자신이 좋아 하는 도연명의 의고시를 읊었다.

 

 榮榮窓下蘭(영영창하란) : 무성한 창 밑에는 난초

 密密堂前柳(밀밀당전류) : 빽빽한 대청 앞 버들이라.

 初與君別時(초여군별시) : 처음 그대들과 헤어질 때는

 不謂行當久(불위행당구) : 갈 길이 오래라 생각하지 않았어라.

 出門萬里客(출문만리객) : 문을 나선 만 리길 나그네

 中道逢嘉友(중도봉가우) : 도중에 좋은 친구 만났어라

 未言心先醉(미언심선취) : 말하기 전에 마음 먼저 취했지

 不在接杯酒(불재접배주) : 술잔을 같이 들어서가 아니었어라.

 蘭枯柳亦衰(란고류역쇠) : 난초 말라 버리고 버들도 쇠락하여

 遂令此言負(수령차언부) : 마침내 말을 저버리게 되었어라.

 多謝諸少年(다사제소년) : 진정 젊은이들에게 이르노니

 相知不忠厚(상지불충후) : 남을 알아줌이 충후하지 못하여라.

 意氣傾人命(의기경인명) : 의기 드리어 목숨도 내놓은 터에

 離隔復何有(이격복하유) : 떨어져 버린들 상관이 있으랴.

 [도연명 擬古]

 

 사마랑이나 사마의는 놀란 얼굴로 왕하를 바라보았다. 왕하는 남의 시로 자신의 능력인줄 알고 놀란 그들의 눈에 쑥쓰러워 머리를 끌쩍였다.

 

 “빈한한 능력이네 어찌 놀라 그리 보는가?”

 

 사마랑은 손뼉을 짝 치며 술잔을 드리웠다.

 

 “시능 또한 일절이니 주군의 능력이 어디까지 닿는지 모르겠나이다. 진정 지금 우리가 의기를 드리웠으니 지금과 어찌 다르겠습니까?”

 

 왕하는 고개를 저었다. 사마의와 사마랑은 무엇이 좋은지 왕하가 말한 시를 가지고 이리저리 불러보고 외우려 하였다.

 

 사마랑은 사마방의 부른다는 하인의 말에 술자리를 파하고 먼저 일어섰다.

 

 “소인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럼 후일 황궁에서 뵙길 바랍니다.”

 

 사마랑이 물러나자 사마의는 조막만한 손으로 마치 어른들을 따라하듯 포권을 멋있게 취하였다. 그리고 살짝 눈을 들어 올려 왕하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왕하는 머리를 쓰다듬고자 하는 마음을 접고 기침 한번에 같이 포권을 취해주었다.

 

 둘이 일어서 나가고 얼마지 않아 왕윤이 사람한명과 같이 나타났다.

 

 “왔느냐?”

 

 “부탁하신 물건을 들고 왔지요. 이상의 용무는 없으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물건을 들고 왔구나. 그렇다면 물건 값은 해야겠지 네가 관직에 뜻을 둔 것 같아 내 관직에 큰 족적을 가진 분들과 인사를 나누게 해주마. 황문시랑의 순공과 원방선생이다. 예를 다하거라.”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는 이해가 안 될 대화였다. 마치 서로 비즈니스를 하는 듯이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는 듯 하였고 서로의 대화는 정이 없이 목적만 있었다. 그를 진기와 순유는 놀랍게 바라보았다.

 

 왕하는 순유와 진기라는 말에 놀란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삼국지에 큰 족적을 남긴 순유와 진군의 아버지이자 난형난제의 주인공인 진기가 앞에 있었으니 떨릴 만도했다. 그러나 그는 가슴 깊숙이 그런 마음을 넣어두고 말을 이었다.

 

 “반갑사옵니다. 소인 청해상단을 이끌고 있는 왕하라고 합니다. 이번에 북기도위라는 자리를 받아 관직에 올랐습니다.”

 

 순유와 진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 답을 하였다.

 

 “그래 면을 익혔으니 내 할 말이 있으니 이만 나가보거라.”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왕하도 왕윤의 얼굴을 보는 것이 껄끄러울 따름이지만 순유와 진기 같은 인물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좀 더 있어 보고 싶었다. 또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왕윤의 축객령에 이유도 없이 버티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왕윤은 손만 휘저으며 왕하를 보냈고 왕하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왕하가 자리를 뜨자 순유와 진기는 왕윤에게 물었다.

 

 “저 아이가 왕공이 말하던 아이입니까?”

 

 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형문과 용의 꿈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길에 따라서 영웅이 될 수도 있는 아이이지요.”

 

 “허허 이거 눈이 호강 하는 군 영웅의 길을 갈 수 있는 아이라”

 

 “허나 또 다르게는 천하를 뒤집는 역천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순유의 말에 진기는 심음을 내었다. 그러나 큰 걱정이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저 아이를 잘 이끌면 되지 않겠소? 여기 순시랑이나 내가 저 아이의 길잡이가 될 터이니.”

 

 왕윤은 황송하다는 듯이 포권을 취했다.

 

 “이 감사를 어찌 표해야 할지.”

 

 “다 이 한을 위한 일이 아니겠소? 그보다 공달공 그 일은 어찌 진행되고 있소?”

 

 “하진과 십상시는 이번해 안에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허나 그리 된다면 황도는 그야 말로 난장이 될 것이요.”

 

 “예 난장이 될 것입니다. 그사이에 원가의 인물들과 지방 군벌들이 힘겨루기를 잘 조절 해야지요. 그래야 외척도 없고 십상시와 같은 환관도 없습니다. 그런 이후에 황권은 다시 설 것이고 이전의 황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왕윤은 순유의 말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나쁘지 않은 계나 혹여 그들 중 하나가 하진이 떨어트린 군권을 틀어잡게 된다면...”

 

 순유는 눈을 감고 말을 했다.

 

 “그리 된다면 또 다른 파국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모든 것이 그대의 계산대로 된다면 아무 이상 없을 것이야. 왕좌지재란 명을 아무나 받는 것은 아니니. 그래도 걱정이 있다면 말해보게.”

 

 “원소 그 인간이 과연 제 뜻대로 움직일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군벌들이 모두 만만치 않은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일단 우리는 우리대로 일을 할 밖에...”

 

 진기의 말에 왕윤이나 순유는 그저 술을 들이켰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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