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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유령 작사가 이옥봉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6.16

조선에서 온 시인 이옥봉과 싱어송라이터의 비밀스러운 작사와 사랑이 시작된다!!

 
제 22화.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작성일 : 17-07-25 09:52     조회 : 354     추천 : 1     분량 : 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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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데?”

 

 정우가 단번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야, 너한테서 이런 상큼한 가사도 나오냐?”

 “상큼해?”

 “첫 앨범에서 풋풋한 느낌은 있었지만 요런 상큼함은 처음인데?”

 

 정우는 과히 섬세했다.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덕에 신후의 미세한 변화까지 알아채는 재주가 있었다.

 

 “종종 상큼했던 거 같은데 아녔나?”

 

 정우가 피식 웃으며 볼륨을 높였다.

 

 “특히 ‘수평선 아득한 곳, 언제쯤 봄이 올까’, 이 부분 참 좋다.”

 “나두 거기가 제일 맘에 들어.”

 “가사 안 써진다고 고민하더니 그냥 하는 소리였구나?”

 

 옥봉이 조선으로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신후는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초조했다.

 

 “형, 작사를 같이 했는데 그 사람 존재가 드러나선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유령도 아니고 왜 드러나선 안 돼?”

 “사정이 있겠지. 이유는 묻지 말고.”

 “음. 일단 그 유령이 동의해야겠지. 그 다음은 나머지 한 사람의 윤리나 양심의 문제가 남겠지.”

 

 윤리나 양심. 신후가 그녀와 작업하면서 내내 고민하던 문제였다.

 

 “신후야. 뭔가 꺼림칙해서 그러는데 말야.”

 

 정우가 의심의 눈초리로 신후에게 물었다.

 

 “지난번 타이틀곡 가사 말야. 네 사촌누나 시였다고 했지?”

 “뭐? 내가 그랬나?”

 

 그랬던 듯도 했다. 정우가 꼬치꼬치 캐묻는 통에 얼버무렸던 게 생각났다.

 

 “뭐야, 아니야?”

 “응. 맞아. 그때 얘기했었잖아.”

 “뭔가 있어.”

 “있긴 뭐가.”

 “그 때도 오늘이랑 비슷한 얘길 했거든. ‘스노우 송’도 누나랑 만든 거야?”

 

 더 이상 정우를 속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라면 옥봉의 존재를 이해할 것도 같았다.

 

 “형, 있잖아. 실은......”

 

 정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신후의 말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정우의 눈동자가 분주히 움직였다.

 

 ***

 

 『진주 같은 나무에 서리 내리니/성에는 어느 사이 익은 가을/마음은 임금 곁에 있으나/몸은 바닷가 이곳에 있네......』

 

 옥봉은 붓을 내려놓았다. 신후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성급히 붓을 들었으나 머릿속이 점점 더 어지러웠다.

 

 “마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마님, 마님!”

 

 정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님이라면 누굴까.

 

 누군가 옥봉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뉘, 뉘신지요?”

 “정녕 날 못 알아보겠느냐?”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조원이 삼척부사로 나갈 때 먼발치에서 잠시 스친 얼굴이었다. 조원의 정실 부인 윤씨였다.

 

 “이제야 알아보는구나.”

 “별고 없으셨는지요?”

 “너만 아니면 우리 집안에 별고가 있겠느냐?”

 

 윤씨는 소문난 현모양처였다. 효성이 지극하고 자녀 교육에 엄한 남편을 현명하게 내조한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조원이 괴산군수와 삼척부사로 재직할 때마다 유일하게 동행하는 옥봉을 향해 그 어떤 원망이나 질투의 화살도 겨누지 않는 그녀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는지요?”

 “소문에 나리가 아직도 이곳에 들르신다더구나. 사실이더냐?”

 “네? 아닙니다요. 몇 달 전 잠깐 들르시긴 했으나 아무 말씀 없이 가버리신 게 전부입니다.”

 “정말이냐? 믿어도 되겠느냐?”

 

 윤씨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이제 와서 그녀는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믿어주십시오. 마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필화사건 때 절 내치신 후로 다시는 마음을 주지 않으셨다는 걸요.”

 

 윤씨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마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편히 말씀해 주십시오.”

 “너도 알다시피 나리의 효성이 유달리 지극하지 않더냐. 병환 중인 아버님께 아침 문안을 드리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건만 요즘 들어 건너뛰는 날이 많아지셨다. 아랫것을 시켜 뒤를 밟아보니 자주 네 집을 서성이신다지 뭐냐?”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옥봉이 현세에 가있는 동안 벌어진 일일 수도 있었다.

 

 “마님, 아까 말씀드린 것이 전부입니다. 맹세코 거짓이 없습니다.”

 “일단은 알겠다.”

 

 거칠던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흥분된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했다. 좁은 방 안에는 어색한 기류가 가득했다.

 

 “앞으로 널 믿어도 되겠느냐?”

 

 목소리의 떨림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문예를 지극히 좋아하는 걸 제외하면 조원은 실로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조강지처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준 것도 옥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 남편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이러는 게 우습지 않느냐?”

 “아닙니다, 마님.”

 “이걸 보거라.”

 

 윤씨는 여러 겹으로 고이 접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닷새는 강을 끼고 사흘은 산을 넘으며/슬픈 노래 부르다 노릉의 구름에 끊어졌네/이 몸 또한 왕손의 딸이니/이곳의 두견새 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삼척부사로 나가던 조원을 따르며 옥봉이 지은 ‘영월도중(寧越道中)’이란 시였다.

 

 “이게 왜......”

 “어느 날 보니 나리 옷소매에 고이 들어있더구나. 나중에 꺼내보니 네 필체로 적힌 이 시였어.”

 

 모를 일이었다. 어이없는 이유로 자신을 매몰차게 내치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도 옥봉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이 남아있던 걸까.

 

 “이걸 보니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더구나. 너를 첩으로 들였을 때만 해도 무조건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급적 너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 물론 그럴수록 내 원망과 시름은 깊어만 갔어. 그래도 끝까지 인내하는 게 여인의 의무라고 여겼다.”

 

 옥봉을 시샘하지 않는 그녀에게 의아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남편이 옥봉의 손을 잡고 외직에 나갈 때마다 그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옥봉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다.

 

 “요즘 부쩍 네 생각을 많이 하시는 듯하다. 문인들을 불러 더 이상 시를 즐기지도 않으신다. 그 모습을 보는 내 심정이 어떻겠느냐?”

 “마님, 뭐라 드릴 말씀이......”

 “너한테 이러는 내 모습이 우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답답한 심정을 어디에 토로할 수 있겠느냐?”

 

 윤씨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 조선에서 누군가의 여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일까. 몇 백 년 뒤에 살아갈 여인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다를 수 있을까.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너한테 부탁 좀 하마.”

 “말씀하십시오, 마님.”

 “앞으로 나리가 널 찾거든 제발 외면해다오. 너도 남은 생을 누군가의 첩으로만 살고 싶지는 않겠지? 네 재능과 미모를 허망하게 썩히지 말거라.”

 

 윤씨의 간절한 눈망울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떠나간 그를 그리워하며 보낸 시간들을 꾸짖는 듯한 매서움도 서려 있었다.

 

 “저는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하였습니다. 다시는 나리를 만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고맙다. 일찍부터 난 너란 아이를 믿고 있었다.”

 

 옥봉은 비로소 과거의 사랑을 떠나보내는 기분이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시리도록 느낄 수 있었다.

 

 ***

 

 “이게 뭐야?”

 

 옥봉의 방에서 나온 엄마의 손에 붉은 머리끈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어, 그게 뭐지?”

 “이 방에 있던데? 누구 왔었어?”

 “아니. 아, 며칠 전에 신영 누나 왔었어요.”

 “그럼 그렇지.”

 “뭐가요?”

 

 엄마의 손이 스치는 자리마다 말끔하게 정돈되었다. 옥봉이 가고 난 후 집안은 뒤죽박죽이 돼 있던 차였다.

 

 “여자가 왔었겠냐구.”

 “여자 오면 안 돼요?”

 “난 아들 믿는다. 항상 조심해야지. 민주희 일도 있구.”

 

 주희와의 스캔들이 은근히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이제 보니 민주희 때문에 거슬려서 왔구나?”

 “거슬리긴. 근데 지범이 말 들으니까 주희랑 걸려있는 일들이 꽤 많다면서. 정확히 말하면 걔네 회사겠지만.”

 “괜찮아요. 알아서 할게요.”

 

 신후와 대화하면서도 엄마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널브러진 빨래, 발에 걸리는 쓰레기들, 너저분한 냉장고. 옥봉이 돌아가기 전처럼 집안은 다시 말끔해졌다.

 

 “신조 말론 집이 엄청 깨끗해졌다던데 그렇지도 않네.”

 “요즘 바빠서 청소를 못했어요.”

 

 엄마는 집안을 휘 둘러보고는 만족한 듯 소파에 앉았다.

 

 “조심하란 거지 꼭 연애를 하지 말란 얘긴 아냐.”

 “네?”

 “공부도 공부고 일도 일이지만 마음이 쉴 곳은 있어야지.”

 “마음 쉴 곳이야 다 마련해 뒀죠.”

 

 신후가 어린아이처럼 엄마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마음이 쉴 곳으로는 엄마의 품만큼 편한 데가 없었다.

 

 “엄마, 전에 얘기한 가사집 말이에요.”

 “응. 좋은 아이디어 있어?”

 “네. 곧 생길 거 같아요.”

 “곧?”

 

 신후는 정우의 제안을 떠올렸다. 그는 옥봉을 유령 작사가로 남기지 않을 기발한 방법을 제안했다.

 

 “고전 소설이나 시 같은 것들은 저작권이 어떻게 돼요?”

 “저작자가 사망하고 나서 칠십 년 동안 존속하는 걸로 돼있지.”

 

 옥봉이 조선과 현세 양쪽에서 시를 짓는다면? 그녀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할 것 같았다.

 

 “조만간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조선 여류시인의 작품에 관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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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7-25 12:05
 
여기까지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표현이 조금 이상하지만 통쾌한 독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장 좋고 소재가 뛰어나서 분명 책이 될 텐데 나중에 제 예언이 맞아떨어지걸랑 자판기 커피 한 잔 사세요.
좋은 한시들이 많이 등장하던데 원문을 병기해 주는 게 어떨는지요. 한시의 번역은 창작과 다름없는데, 원문을 읽을 줄 아는 독자의 경우 번역문과 대조해 보는 재미도 괜찮더군요.
다음 회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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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류수 17-07-26 10:39
 
응원과 조언의 글들, 항상 너무 갑사드립니다. 원문 병기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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