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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울지말아요, 그대.
작가 : 백설기공주
작품등록일 : 2017.7.23

오늘따라 달빛이 유난히도 고와 세상에 빛을 뿌릴 때, 영롱하게 빛나는 달빛의 정기로 가득 찬 여인의 주변. 고운 달빛을 병풍 삼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들이 적막함을 달래준다.

“됐어요…….”

광활히 펼쳐진 아름다운 은빛바다와 다르게 몹시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집하나. 그런 그곳에 비단같이 매끄럽고 칠흑(漆黑)을 품은 머리칼을 가진 여인.

구름자락을 뚫고 내려온 달빛이 그런 여인의 뺨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비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쏘아보는 수많은 눈빛들이 애석하기만 하다.

“입고 갈게요… 아버지….”

악문 입술 사이로 비집고 흘러나온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애야….”

밤과 더불어 창호지에 스며든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수많은 횃불이 오늘의 슬픈 날을 예고하고 있었다.

 
@3.
작성일 : 17-07-25 05:06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7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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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하…… 나리답지 않습니다. 여태껏 인간세계에 아예 간섭을 안 하시는 나리께서… 어찌……! 용천에 계신 용왕님도 이번 건은 쉽사리 넘어가지 못하실 겝니다.”

 

 “알고 있다. 하진. 게 있느냐?”

 

 다시 누군가를 부르는 도란. 그러자 갑자기 말을 탄 젊은 장수가 그림자에서 솟아올랐다. 충성스런 어조로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장수.

 

 “부르셨습니까. 나리.”

 

 “용왕께 가서 죄인이 직접 가겠다고 일러라. 혹시나 사병들이 나 때문에 고생할까 두렵다.”

 

 “알겠습니다.”

 

 말과 함께 허공에서 사라지는 하진이라 불린 장수.

 

 그리고 옆에 있던 청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등에 찬 큰칼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저… 나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물론 통상적으로는 인간세계에 아예 간접하지 않는 게 마땅하나! 특이한 사정으로 인해 지금이라도 나리께서 명만 내려주시면 제가 이 여인의 목을 베어-!”

 

 “아니, 하지마라.”

 

 “나리!”

 

 “덕춘!!!”

 

 공기를 가르는 도란의 외침에 덕춘이 움찔거렸다.

 

 “하지마라고 네게 일렀다”

 

 “하지만…… 나리, 냉정하게 생각하시옵소서.”“생각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나리…….”

 

 “덕춘, 용왕께서 기다리시겠구나. 어서 가자.”

 

 도란의 달래는 듯 하면서 침착한 어조를 들으며 덕춘은 못 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야 지금 당장 도란에 들려져 있는 여인의 목숨을 취하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자신이 먼저 도란에게 죽음보다 더 두려운 노여움을 받을 듯 하고, 그러면 도란이 슬퍼할 것을 덕춘은 잘 알기에 선뜻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마음속으로 화를 삭이며 못마땅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예…….”

 

 * * *

 

 손에 잡힐 듯 무언가를 갈구하는 손짓에 한 구석에서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 정신의 끈에 집중했다. 그렇지만 마지막장면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맴돌았다. 그 도란이라는 자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도란이 내 이마에 손을 댄 것 까지는 기억한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손을 이마에 대자마자 정신을 잃어버리니 그 후의 기억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는 이름뿐인 류도란. 딱 이것뿐이다. 어디서 오고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설마 그 자체도 꿈인 것은 아니겠지?

 

 아니, 모든 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헛된 희망과 밑도 끝도 없는 궁금증에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보기 힘든 푸른색의 벽지로 도배된 천장이 제일 먼저 보였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특이한 배색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보니 방안에는 나 혼자였다. 여기가 어디지? 궁금증을 뒤로한 채 처음 보는 방안에 주위를 살피며 이곳을 추측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아래로 향해 내 옷차림새를 보니 당황으로 물들었다. 분명 내가 입고 있어야할, 아버지가 사 주신 옷이 아닌 용무늬가 수놓은 화려함이 묻어나는 분홍색의 옷이 내게 입혀져 있었다.

 

 딱 봐도 고급스러운 옷. 용이 그려진 옷은 아무나 못 입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라는 생각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누군가 들어왔다.

 

 -드르륵

 

 “휴… 이제 일어나신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생각보다 깨어나실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제가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마치 나를 잘 아는 듯 걱정스런 표정에 친근함이 묻어나오는 어조였다. 처음 보는 낯선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려 경계태세를 취했지만 나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의 소녀를 보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방과 똑같은 푸른 머리칼을 지닌 소녀는 쟁반을 탁자에 놓더니 환한 미소를 머금고 쳐다보았다. 맑디맑은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그런 소녀였다.

 

 “이제……?”

 

 “네!”

 

 “혹시… 제가 며칠 동안 누워있었나요?”

 

 방안이 푸른색으로 도배될 만큼 화려함을 가진 방은 흔치 않았다.

 

 들어 본적도 상상해본적도 없는 방의 풍경에 궁금증만 가중되었다. 그러다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크기의 큰 거울이 놓여있었다.

 

 근데 거울의 테두리와 받침대가 범상치 않은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혹시 저 황금빛을 뿜어내는 게 황금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마저 드니 상식 속에서 벗어난 이곳에 머릿속이 더욱더 복잡해졌다.

 

 “누워 계신지는 오늘로 열흘째에요.”

 

 “여긴 어디인가요?”

 

 “아! 아직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시군요. 여기는 용천이란 곳이에요. 다른 말로는 용들이 머물러 있는 곳이죠.”

 

 순간 눈이 크게 떠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음이라. 그것도 휘둥그레 커져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버린 듯 시간이 멈춘듯했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하는 의심. 그 의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하는 소녀를 보자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게 멍한 상태가 지속 되 버렸다. 좀 전까지도 꿈이라 굳게 믿었던 마음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한편으론 믿고 싶었는데… 정말인지 희망에 불과했다. 남가일몽(南柯一夢), 한단지몽(邯鄲之夢)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자 다리의 힘이 풀리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몸이 떨려왔다.

 

 그러자 갑자기 번뇌처럼 아버지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제, 제… 아… 아버지는요? 아버지는 잘 계시나요?”

 

 떨리는 몸이 그대로 목소리로 전이된 것일까. 흐느끼는 목소리로 다급히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내가 없는 빈 방을 우두커니 앉아 혼자 남겨져있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혹시나 아버지의 안위를 알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내 소식을 알고 있으련지…….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어디에 있는 곳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버지의 건강과 내가 살아있음을 알고 있나 였다.

 

 그것만으로도 아버지는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소식은 안타깝게도…….”

 

 안타깝게도? 말끝을 흐리는 소녀의 입모양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게… 저는 잘 몰라요. 열흘 전 여월님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와 서빈님이 받아들어 제가 보살피게 된 거지요. 힘이 못되어서 죄송해요.”

 

 소녀의 대답에 급격히 솟구치는 무언가를 느꼈다. 이런 감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슬픔이라는 감정. 슬퍼졌다. 내 감정을 대변하는 슬픔의 눈물이 단번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며칠 눈물을 안 쏟아냈던지, 속에 고여 있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방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자 소녀는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필시 나의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음이 틀림없었다. 나도 울음을 멈추고 싶다만 울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마르지 않는 마법의 샘처럼 솟구치는 눈물로 울고 있는 중이다.

 

 “왜 이리 시끄러워! 너무 시끄러워 집중을 할 수 없잖아.”

 

 “…….”

 

 “…….”

 

 “누구야!!!”

 

 성격이 그대로 말에 묻어나오는 듯 귀찮다는 어조와 짜증의 일부가 섞인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강한 충격에 문이 활짝 열리더니 미간을 찌푸린 사내가 한명 들어왔다.

 

 대뜸 문을 박차고 나타난 사내. 그 탓에 숙였던 고개를 물끄러미 위로 끌어올려 쳐다보자 그 사내는 찌푸리다 못해 찡그리다가 일그러지고, 구겨져 ‘시끄러운 주동자가 너였나?’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니, 노려보았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그런데! 사내의 모습이 여태껏 봐왔던 사람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달빛의 정기를 품은 듯 오묘하면서 신비한 옅은 노란빛을 머금고 거기에 윤기가 잘잘 흐르니 어디 귀하고 귀한 귀족자제같이 보였다.

 

 그런 머리카락과 같이 매끈하게 깎아놓은 턱 선과 뚜렷한 이목구비. 나랑은 너무나 다른 외모였다. 한 마디로 이국적인 외모가 강했다.

 

 하지만 나의 울음은 그래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감정에 복받쳐 울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했는데 역시나…… 너였냐?”

 

 초면(初面)인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했는데, 설마이길 바랬는데, 아니길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너였군.

 

 이라는 눈빛과 내포된 어조. 상대방에게 대하는 예(禮)라는 학습이 매우 부족한 모양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시끄럽다니. 집중을 할 수 없다느니. 흐르는 눈물을 달래주지 못 할지언정 오히려 짜증내며 나무라는 듯한 말로 말하니 이질적인 곳에서 안 그래도 억제하지 못하는 내 신세가 처량해져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 너! 그만 울어 시끄럽다고!”

 

 “…….”

 

 “이래서 안 맡겠다고 했는데. 아… 도란 그 녀석! 사람을 맡긴 줄 알았더니 완전 짐짝을 맡겼어. 짐짝을!”

 

 후회스러움이 다분한 말로 허공에 쏘아댔다. 사내의 입에서는 익숙한 단어가 몇 개 들렸다. 도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만남은 짧았지만 잊으래야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 불구덩이에서 나를 구해준 사내의 이름도 도란이었다. 분명히 그를 지칭하는 이름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오는 말이 곱지 못하니 요동치듯 솟아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사내한테 다가갔다.

 

 누구 길래 우는 것도 맘대로 못하냐고 따질 요양으로 일어선 이유였다. 그 순간만큼은 울음이 멈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기요! 누구신데! 저를 짐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하…….”

 

 “제가 슬퍼서 우는 것도 마음대로 못 울어요? 우는 것도 허락받고 울어야 되냐고요. 그냥… 그냥…… 울면 우는 갑다. 무슨 슬픈 일이 있겠구나, 해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며칠새 감당하기 힘들었던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얽매어 짜증석인 시선으로 보는 사내에게 냅다 소리 질렀다. 그래.

 

 나도 사람이라고! 참기 힘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하도 많은 눈물을 흘렸던지 팅팅 부은 눈을 최대한 치켜뜨며 강하게 말이다.

 

 평소였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에게 심히 놀랐지만 오늘만은 생각나는 대로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쏘아 말했다.

 

 정말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한소리 속 시원하게 쭉 내뱉으니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했다.

 

 그렇지만 하고나니 조금은 심했나, 괜히 말했나, 조금만 더 참아볼걸, 여러 생각이 내 머릿속을 뒤덮었다.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꿈틀꿈틀 수면으로 올라올 때 괜한 걱정을 일깨워주는 목소리.

 

 “어이없군.”

 

 “뭐라고요?”“짐짝이 말도 잘하는군! 이래야 인간답지.”

 

 말끝마다 짐?! 듣는 사람이 떡하니 있는데 짐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내에 눈이 더 치켜떠졌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게 이래야 역시 인간이지. 말은 잘하네!”

 

 은혜……?

 

 “나에 대해 물었냐?”

 

 “그래요. 물었습니다!”

 

 “여기 집주인이니라. 그리곤 너는 수많은 짐짝 중 하나이고.”

 

 “서빈님!”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지켜보던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도 심했다고 생각했던지 그를 말렸다. 사내의 이름이 서빈이라고? 지금 내 앞에 서서 지그시 바라보는, ‘서빈’이라고 불리는 자는 똑바로 응시했다.

 

 처음 마주할 때 찰나동안 느꼈던 모습과 완전 딴판이었다. 입을 열 때마다 풀풀 풍겨내는 분위기와 성격은 정말로 내가 싫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말하는 표정이며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자세. 무엇보다 전혀 배려심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억양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이래야 역시 인간이라고? 나를 포함한 친구, 조상님들을 싸잡아 폄하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모양새까지!

 

 하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도 이런 사람의 거처에서 일어났을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 말이다. 괜히 자괴감이 들었다.

 

 “아. 여기 집주인이시라고요? 이렇게 큰집, 집주인이라서 좋겠네요! 부피가 큰 짐짝이 한자리 잡고 있어서 죄송하네요!”

 

 “알고는 있었더냐?”

 

 “뭐라고요?!”“지금 네가 짐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더냐?”

 

 “사람이! 사람이라면 그리 말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을 좀 배려해주는 마음이 턱없이 부족하시군요!”

 

 “여, 여월님!”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너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서 바락바락 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까 전에 생겼던 미안한 감정은 이미 온데간데없어졌다.

 

 나도 한다면 한다고, 나를 왜 건드려! 속에서 못 뱉을 말들을 속마음에서 곱씹으며 합리화를 했다.

 

 말 잘했다고, 저런 사람에게는 이런 말도 아깝다며 나도 모르게 끄덕였다. 물론, 내 앞에서 있는 그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려원아.”

 

 “네……. 서빈님.”

 

 “이 멍청한 여인이 뭐라는 것이더냐?”

 

 “…….”

 

 “거기 짐! 미안하지만 네 기대에 부흥 못해줘서 너무나 안타깝군. 난 인간이 아니라서 말이지. 그러므로 상대방의 배려? 사람이 아니므로 이것도 넘어가고! 내가 너를 여기 묶게 한 자체가 최대한의 배려이니라. 그것도 모르고 말 한마디하나가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사람이라면 배려가… 아니라… 어?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고? 아, 맞다. 여기는 용천이었지. 그럼 설마 용? 돌멩이에 머리를 맞은 듯 멍해졌다.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애꿎은 ‘려원’이라 불리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우두커니 서서 여전히 안절부절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평소 상상하던 용의 모습이 아니었다. 긴 흰 수염을 길고 긴 몸을 거쳐 발까지 닿아 뱀의 사촌으로, 고귀한 신분으로 카리스마를 폭풍처럼 날리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너무나도 달랐다.

 

 굳이 꼬투리를 찾는다면 왜 사람들과 같은 모습일까. 그러니 내가 모를 수밖에!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는 전혀 이상 알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사람이라 치부한 꼴이었다. 그러니 내 잘못이 아니었다.

 

 용이라 인식하고 ‘서빈’이라 불리는 그를 자세히 보았다.

 

 머리카락만 다를 줄 알았더니 눈동자색도 달랐다. 눈동자색은 푸른 심해(深海)의 바다를 품은 오묘한 바다색이었다.

 

 깊고 어두운 바다색.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담기에는 늦었다.

 

 “요, 용이었어요…?”

 

 서빈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는 반전되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정적이 맴돌았다. 그렇다고 그전에 바락바락 말대꾸를 한 것이 있어 침묵을 깨고 더듬더듬 말했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감정. 내심 두렵기도 했다. 앞에서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용이다. 사람들에게서 영물로 일컬어지는 고귀한 존재로 추앙받는 용.

 

 그런 용을 가진 이름의 파급효과는 크게 다가왔다. 이야기로만 듣던 용을 실제로 바라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정말로 용이구나.’라며 내심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바라봤다.

 

 딱 봐도 냉기를 풀풀 날리며 아니꼽게 보는 나를,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선가 나온 입을 쫘악 벌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정말로 이러다 잡아먹히는 건 아닐까?

 

 용에 관해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용을 노하게 하면 나라에 큰 재앙(災殃)이 내린다.’부터 ‘가문 대대로 없어지지 않는 저주(詛呪)를 받는다.’까지 흘려 들었던 이야기들이 뚜렷이 떠올랐다.

 

 “그래 여기 있는 존재는 너를 제외한 모두가 용족 또는 이무기들이지.”

 

 “…….”

 

 “뭐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군. 려원! 이 짐짝 알아서해. 될 수 있으면 내 눈에 띄게 하지 말고. 또한 아직 처분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궁 밖으로는 데려가지 마라.”

 

 “궁 밖으로요?”

 

 “그래. 거슬려서 내가 여기 있을 수 있을 수 있을지. 쯧.”

 

 “그래도…… 서빈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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