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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벌들의 전쟁
작가 : 왕병아리
작품등록일 : 2017.6.22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곤충들의 세계. 작은 수벌 에이피의 이야기

 
식탐-3
작성일 : 17-07-25 01:20     조회 : 287     추천 : 2     분량 : 5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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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일어났느냐?”

 슬눈은 꿈속을 헤매는 무거운 감각 속에서 의식을 겨우 건져내며 정신을 차렸다. 어렵게 몸을 일으키자 머릿속을 울리는 듯한 고통이 쏟아졌다.

 “아악!”

 슬눈은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음, 약이 너무 셌던 거 아닙니까?”

 “나이가 많이 어렸나 봅니다. 제가 판단을 잘못했군요.”

 “이 상황이면 예정보다 모임이 좀 늦어지겠군요.”

 “나중에 제가 자세히 조사해보도록 하지요.”

 “부탁드립니다.”

 쇠창살 밖의 두 사람은 슬눈을 보며 격식 있는 자세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여긴 어디? 이 사람들은 누구지?’

 슬눈은 두통 속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갇혀있는 감옥은 쇠창살이 무색하게 꽤 큰 방이었다. 침대, 책상, 작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까지 쇠창살만 아니었다면 좋은 여관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럼 일단 ‘그건’ 내일부터 주도록 하고 오늘은 마취제의 독부터 빼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의장님”

 의장이라고 불린 형체는 슬눈을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등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남은 한 형체가 슬눈 가까이 다가왔다. 상당히 나이가 많아 보이는 꿀벌이 쭈그려 앉아 슬눈과 눈높이를 맞췄다.

 “몸은 괜찮으냐.”

 “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

 “난 디오이 피 남작이라는 사람이란다. 머리가 많이 아프니?”

 디오이 남작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통을 떼어내어 슬눈에게 건넸다.

 “한 모금 하거라.”

 “가… 감사합니다.”

 슬눈은 머리를 싸매고 수통을 받아들고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남작은 다시 수통을 건네받고 일어섰다.

 “몸이 불편할 테니 며칠 푹 쉬거라, 내일 다시 오마.”

 “잠시만요!”

 다급하게 손을 뻗는 슬눈을 무정하게 뒤로하고 디오이 남작은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 끝으로 문소리와 함께 무거운 잠금 소리가 났다.

 “대체 뭐야…”

 

 

 

 “꺄악!”

 한 중년의 꿀벌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다. 일을 마치고 마시려고 한 듯 그의 술잔에는 맥주가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로젤!”

 집사는 쓰러진 꿀벌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보게! 정신 차려!”

 그는 로젤의 목구멍에 손을 넣어 구토를 시키려고 했지만, 이미 숨을 멎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게 무슨…”’

 에이피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집사는 로젤의 눈을 감겨준 뒤 한숨을 한번 쉬고 말했다.

 “일단, 돌아가시죠. 공주님께 보고를 드려야겠습니다.”

 집사는 밖으로 나와 경비벌을 불러 건물을 지키게 한 다음 두 사람과 함께 호제 공주의 집부실로 향했다.

 -똑똑.

 “공주님, 레티입니다.”

 “들어오시게.”

 레티가 문을 열자 넓은 집부실이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마주 보게 되는 형태의 책상에 호제가 앉아있고 그 뒤로는 큰 창문들이 벽을 채우고 있었다. 양쪽 책장은 책을 꺼낸 시간이 오래됐는지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음? 다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문지기는 만나셨는지요.”

 호제는 꽃잎에 꿀을 발라 말린 꽃잎 과자를 가득 담은 그릇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과자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살인 사건입니다.”

 “응?”

 집사는 싸늘한 표정과 목소리로 보고했다.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 호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살인 사건?”

 “예, 문지기 로젤이 숙소에서 독에 중독된 것처럼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뭐… 뭐… 뭐라고!”

 호제는 당황하여 버둥대며 과자가 들어있는 그릇을 내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성에서 그런 일이! 당장 친위대장을 불러주게!”

 “알겠습니다.”

 레티는 등을 보이지 않고 뒤로 물러나 이스와 에이피를 내버려 둔 채 빠르게 날아갔다.

 “이럴 수가.”

 호제는 의자에 쓰러지듯 앉으며 이마에 손을 올리고 생각에 빠졌다.

 “저희는 어쩌죠?”

 “슬눈을 찾으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슬쩍…”

 “아! 두 분도 계셨죠. 잘 오셨습니다. 여기 앉으십시오.”

 은근슬쩍 돌아가려는 두 사람을 본 호제가 큰 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웠다. 자신의 자리 왼쪽에 손님맞이용으로 배치한듯한 의자를 직접 책상에서 빼며 말하는 호제의 모습에 둘은 어쩔 수 없이 호제의 말을 따랐다.

 “제 성에서 살인이라니, 끔찍하군요.”

 “정말 유감입니다.”

 “아닙니다. 손님분들이 이런 일에 휘말리시다니. 혹시 위험할 수도 있으니 여기서 기다리시죠. 슬눈 아가씨도 제가 꼭 찾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안절부절못하고 방을 맴도는 호제의 모습에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호제 공주님을 의심했는데, 뭔가…”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저런 사람이 정말 슬눈을 납치했을까요?”

 “알 수가 없군요.”

 세 명의 벌이 방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친위대장을 데려왔습니다.”

 “어서 들어오게!”

 호제는 거의 문까지 마중을 나가면서 둘을 반겼다.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있는 공주의 모습에 집사와 친위대장은 잠시 흠칫했지만 금방 몸을 가다듬었다.

 “부르셨습니까.”

 어두운 군청색 갑옷을 입은 아름다운 외모의 기사가 공손하게 호제에게 인사했다. 키는 훤칠하여 이 방의 누구보다 컸고, 온몸을 무거운 중갑으로 덮었지만 편안한 움직임에서 얼마나 많은 수련을 거쳤는지 알 것 같았다.

 “오오 티에이 대장!”

 “티에이? 티에이 리?”

 티에이라는 호제의 말에 이스는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친위대장을 바라봤다.

 “절 아십니까?”

 갑작스러운 이스의 반응에 티에이가 대답했다. 이스는 놀란 표정을 지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진짜 티에이 리에요?”

 “허허, 그 유명한 리 가문의 티에이가 맞습니다.”

 호제는 뿌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티에이를 소개했다.

 “귀족이 아님에도 ‘리’ 라는 두 번째 이름을 하사받은 유일한 기사 가문. 그리고 가문의 사람 중 가장 강하다는 티에이 리 대장! 우리 성의 자랑입니다.”

 “이럴 수가, 당연히 수도에서 일하고 계실 줄 알았는데.”

 “본가는 왕성에 있습니다만, 저는 어릴 적 호제님과의 인연으로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티에이의 말에 흐뭇해하는 표정의 호제를 이스와 에이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꿀벌 왕국에는 소수의 귀족이 존재한다. 모든 귀족 칭호는 여왕이 직접 수여하며 세습되지는 않지만, 귀족이 되면 두 번째 이름을 수여받아 쓸 수 있고, 모든 세금에 면제 대상이 되며, 수도를 포함한 왕국 내의 모든 성에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 특권 등 다양한 혜택이 존재한다.

 그런데 귀족이 아님에도 유일하게 귀족들과 같은 수준의 특권을 누리는 가문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리 가문. 들리는 말로는 과거 단신으로 개미 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전쟁을 종식시켰다느니, 현재 여왕의 선발식에 지대한 도움을 준 가문이라느니, 왕국 건국의 공신이라느니 다양한 얘기가 있지만, 가문이 통째로 두 번째 이름을 쓰는 이유의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런 위대한 가문에서 최근 나타난 압도적인 실력의 티에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있었다.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 나이에 가문 내의 모든 기사에게 승리했다고 전해지며, 성인식과 동시에 왕성에서 여왕의 금군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던 도중 어떤 일로 인해 중도에 포기한 뒤, 한 공주의 친위대장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만 들렸다.

 “그 왕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그 티에이님 말씀이십니까.”

 에이피가 못 믿겠다는 듯 이스에게 묻자 이스는 시선을 옮기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티에이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그것보다 공주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참, 참, 큰일이 났네, 친위대장!”

 호제는 생각났다는 듯 티에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네! 당장 병사들을 풀어 사건을 조사하고 이 두 분을 안전하게 모시도록!”

 “알겠습니다. 두 분은 저와 함께 가시죠.”

 티에이는 즉시 고개를 들고 이스와 에이피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그들이 방을 나서자 호제 공주는 집사에게 물었다.

 “성문은 모두 잠가놓았나?”

 “예.”

 “알겠네.”

 호제는 뒤로 돌아 걸어가 꽃잎 과자를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거예요?”

 “사건 현장으로 갑니다.”

 “근데 우리는 왜 데리고 가요?”

 “공주님께서 지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스와 에이피는 앞장선 티에이의 발걸음에 따라 문지기의 숙소로 갔다. 숙소는 병사들이 주위를 둘러싸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충성!”

 “수고가 많군. 문은 열려있나?”

 자신을 보고 경례하는 티에이는 병사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며 건물의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아까 초기 발견 상태로 잘 보존되어있었다.

 “들어온 사람은?”

 “저희가 온 뒤론 아무도 없습니다.”

 병사에게 짧은 질문을 한 뒤 티에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안을 살폈다. 시체의 상태를 살피고 잔의 맥주를 확인해 보는 등 이것저것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이 들어올 만한 큰 창문도 없고,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군요.”

 티에이는 문 앞에 서서 방 안을 한눈에 담은 뒤 생각에 빠졌다.

 “아마 슬눈을 납치한 사람과 동일인이거나 동료겠죠?”

 이스는 고민하는 티에이에게 말했다. 티에이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

 “예, 굳이 원한을 살만한 인물도 아닌 사람이 슬눈님이 납치된 순간에 상황 좋게 살해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군요.”

 “대체, 누가…”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티에이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맥주잔을 가르켰다.

 “맥주잔이요?”

 에이피의 물음에 티에이가 대답했다.

 “예, 분명 오늘 아침 정도에 맥주를 먹고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오래된 맥주가 이렇게나 거품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나요?”

 “확실히 이상하네요. 누군가 독이 든 맥주를 바꾼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티에이는 다시 병사를 불러 물었다.

 “자네들 배치 명령은 누구에게 받았나.”

 “어… 집사님께서 현장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말은 없으셨습니다.”

 “집사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겠네.”

 병사는 고개를 꾸벅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집사님이 독주를 치웠다면 어째서… 집사님이 납치사건과도 관계가 있는 건가?’

 티에이는 머릿속으로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황상 집사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병사들이 오기 전에 행동을 할 수 있었고, 문지기의 발언을 가장 처음 들었으며 최초 발견자인 사람.

 “혹시 집사님께서 직접 경비벌들을 모두 불러 모으셨나요?”

 티에이가 이스와 에이피에게 물었다.

 “음… 아니요. 저희를 호제 공주님께 데려가야 해서 어떤 경비벌분을 불러서 명령하시는 것 같았어요.”

 이스의 대답에 티에이는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성 내부로 걸음을 옮기는 티에이의 표정이 비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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