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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와 나의 세상
작가 : 은아린
작품등록일 : 2017.7.19

이제는 없는 그 아이를 찾아야해.


인간의 노예화를 추진 중인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뱀파이어 사이에 서게 되었다.




어느새 내 지척에 다가온 라무엘이 한 손은 쇼파를 짚고 한 손으로는 내 턱을 잡아 자신에게로 돌렸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큰한 냄새가 훅 풍겨왔다.

"겉보기와 다르게 눈물 많고 여리다는거."

라무엘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눈매를 매만졌다. 차가운 손끝이 피부로 느껴졌다.

"뭔 개소리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신지. 손을 탁 쳐내자 라무엘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그를 흘겨보며 술병을 들어 안의 내용물을 입 안에 쏟아부었다.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6
작성일 : 17-07-24 22:59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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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너와 나의 이미 시작된 시간(6)

 

 

 

 "라우렌티우 미르체아."

 

 굽슬거리는 긴 검은 머리채를 거칠게 어깨 뒤로 넘긴 미녀가 눈살을 찡그렸다. 그에 따라 오른쪽 눈 밑의 작은 점도 움찔 움직였다.

 

 "대장, 비오는 날은 우리 페트리샤가 싫어한다고."

 "응, 맞아맞아."

 

 미르체아가 품에 안긴 페트리샤를 더욱더 끌어안으며 항변하자 그 옆에 서 있던 이리나도 미르체아의 말에 동조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리나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던 케이티가 미르체아를 향해 얼굴을 사납게 돌렸다.

 

 "라우렌티우 미르체아, 대체 뭐하고 온거야?"

 

 다그치는 케이티를 향해 미르체아가 헤헤 웃어보였다.

 

 "천사 형이랑 이제이 누나 만나고 왔지. 그리고 거기서 반쪽도 봤어."

 "그냥 보고만 왔다고?"

 

 날카롭게 끝이 올라간 케이티의 말에 미르체아의 눈꼬리가 대번 뾰족해졌다.

 

 "도대체가. 내가 이제이 데려오라고 했지. 근데 너 혼자만 달랑달랑 와? 천사는? 천사는 왜 안데려왔어. 그리고 반쪽은 보기만 하고 그냥 놔줬어? 안죽이고?"

 "내가 비오는 날 안나간다고 했잖아!"

 

 빽 소리를 지른 미르체아를 향해 케이티가 달려들려고하자 이리나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짤랑거리는 방울소리가 멈추고 이리나가 케이티의 양 팔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케이티, 그렇게 화내다간 얼굴에 주름살 왕창 생길걸? 그럼 우리 오빠가 싫어할텐데."

 

 이리나의 말에 케이티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더 딱딱한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공주님."

 "괜찮아 괜찮아. 이제이는 나중에 또 기회봐서 데려오면 되잖아. 응? 응?"

 

 케이티의 말을 끊으며 제 할말만 늘어놓던 이리나가 귀여운 눈웃음을 흘리며 케이티가 수긍하기를 강요했다. 그에 케이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항복을 선언했다.

 

 "네, 뭐 공주님이 괜찮다고 하신다면. 애초에 공주님의 명령이었으니."

 

 케이티의 체념에 이리나가 미르체아에게로 고개를 돌려 혀를 빼꼼이 내밀었다. 그러자 고양이에게 "소리질러서 미안해, 페트리샤."라고 중얼거리던 미르체아도 히히 웃다가 이리나를 따라 혀를 빼꼼 내밀었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그 인간은 어쩌실겁니까? 일도 못하고 미르체아 저 자식 뒤만 쫄래쫄래 쫓아왔던데."

 

 케이티가 미르체아를 노려보자 그때까지 내밀고 있던 혀를 쏙 감춘 미르체아가 입을 삐죽였다.

 

 "쳇, 죽일까하다가 뭐라 할 것 같아서 데려왔더니."

 "네 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했으면 뭐라고하지 않았을거다."

 

 케이티의 말에 곰곰히 생각을 하던 이리나가 심드렁히 말했다.

 

 "흐음, 케이티 마음대로 해도 돼."

 "그럼 연구소로 보내겠습니다. 요새 연구소쪽 애들이 실험에 쓸 재료가 없다고 투덜대더군요."

 "응, 그렇게 하도록 해."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리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케이티가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홀에서 사라졌다. 미르체아가 고양이를 안고 있지 않던 손으로 자신의 멜빵을 만지작대며 소녀의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역시 대장은 나한테만 너무 까칠해."

 "그럴리가."

 

 투덜거리는 미르체아를 자줏빛 눈동자로 빤히 보던 이리나가 눈을 접어 예쁘게 웃었다. 미르체아도 그런 소녀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

 

 

 정신을 까무룩 놓쳤다 깨기를 여러번. 정신을 잃을 때마다 재희의 꿈을 꿨다.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던 재희,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검을 찌르던 재희, 내가 다치면 제가 더 아프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 재희, 내가 피를 흘리면 기쁘다는 듯이 웃는 재희. 종국엔 여러명의 재희들이 한데 모여서 나를 찌르고, 피흘리는 나를 보고 비웃고, 그런 내 옆에서 울고, 내 상처를 안타까운 듯 쓰다듬었다.

 

 "정신이 들어?"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집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회색 천장을 보고있자 가라앉은 라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씩 정신이 들때 내 옆에는 항상 라무엘이 있었다. 가끔은 잭과 함께, 혹은 한수나 윤과 함께 있을 때도 있었다. 오늘은 혼자있네.

 

 "응. 나 얼마나 잔거야."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사흘. 생각보다 일찍 깼네."

 

 약간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라무엘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까딱이며 일어나려하자 라무엘이 부축해서 일으켜줬다. 여전한 꽃향기가 그에게서 풍겨져 나왔다.

 

 "어, 고마워."

 

 자세를 잡자마자 미지근한 물을 내게 건넨 라무엘을 향해 어색하게 인사하고 물을 한모금 마셨다. 모래알갱이가 입안에서 버석거리는 느낌이어서 컵을 다시 라무엘에게 돌려줬다.

 

 "뭐 좀 먹어야지."

 

 라무엘의 말에 갑자기 허기가 졌다. 배는 고팠는데 입이 까끌해 뭔가를 넘기기가 싫었다. 힘없이 고개를 저어보이자 라무엘이 속내를 알 수 없는 까만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려봐. 먹을만한거 가져올게."

 

 라무엘이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리며 얇은 검은테 안경을 쓴 여자가 들어왔다.

 

 "일어났네. 라무엘이 깨어났다길래 왔어."

 

 안경을 한번 콧잔등 위로 올린 지란이 내 옆에 앉았다. 선술집 FIL의 매니저인 지란과 썩 말을 나누던 사이는 아니었기에 조금은 어색했다. 그저 오다가다 마주치면 눈인사를 주고받는다던가, 꼭 필요한 일에만 말을 걸던 사이인지라.

 

 "어, 가게는?"

 "윤이 있어. 그리고 아직 오픈 전이라 괜찮아."

 

 싱긋 웃은 지란이 내 팔에 꽂혀있던 링거를 만지작 거렸다. 생각보다 지란은 붙임성이 좋은 편인가보다. 하긴, 그러니까 선술집의 매니저를 하지.

 

 "음, 조금 있으면 링거 갈아줘야겠다. 그때까지 좀 있을게."

 "어, 응."

 

 내 대답이 조금 못미더운 반응이라고 생각했는지 지란이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 여기 오기 전에 병원에서 일했어. 그러니까 믿어도 돼."

 "병원?"

 "응. 뱀파이어때문에 망해서 그렇지 망하기 전에는 나름 동네에서 잘나가는 병원 원장이었어. 뭐 지금은 잭씨한테 코꿰서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지란이 장난스럽게 콧잔등을 찡끗거렸다.

 

 똑똑-.

 

 "그것 참 실례되는 발언이군요."

 

 노크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잭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대표님. 들어오라고 대답도 안했는데."

 "아, 제이씨가 깨어났다는 소식 듣고 왔는데 지란씨와 같이 있으니 괜찮나 걱정이 되서 들어온겁니다."

 

 타박하는 지란을 향해 잭이 자신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이 말했다. 마치 악의 손길에서 나를 구해줬다는 듯이 말이다.

 

 "그것 참. 당연히 괜찮죠. 의사가 옆에 있는데요."

 

 지란이 샐쭉해져서 대꾸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일단 못미더운 대표님이라도 있으니까. 난 가서 새 링거하고 처치할 것 좀 가져올게요."

 

 지란이 나가자 방에는 당연하게도 나와 잭뿐이었다.

 

 "제이씨, 몸은 좀 어떤가요?"

 "뭐, 그럭저럭."

 

 지란이 앉았던 자리에 단정하게 앉은 잭이 베스트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나를 향해 펼친 잭의 손바닥 위에는 절반은 빨간색, 나머지 반은 크림색으로 된 작은 캡슐이 있었다.

 

 "VB9."

 

 내가 신음처럼 약의 이름을 말하자 잭이 알약을 손에 꼭 쥐었다. 잭의 손아귀에서 파슥거리며 알약이 부서지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다시는 이 약, 먹지 말아요. 제이씨 정말 죽을뻔 했으니까."

 

 항상 나긋하고 뭐든 척척 해내던 대표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중히 사과를 할 때도 그 특유의 자신감이라던가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조해 보이기도 했고 자책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오늘따라 낯설기만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 어떻게 적응해야할지 모르겠다.

 

 "잭?"

 

 알약을 꼭 쥐고 있던 주먹만 노려보던 잭이 나의 부름에 표정을 풀고 가면 아래 붉은 입술을 살짝 위로 끌어올렸다.

 

 "이건 제 잘못입니다. 아무리 임상결과가 좋았다고 해도 위험한 약을 제이씨에게 주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가면 너머의 초록색 눈동자가 괴로움 때문에 뒤틀려있었다.

 

 "무슨, 무슨 말이에요."

 

 잭은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설명해줬잖아, 라는 말은 힘들어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약간 거칠어진 숨을 잭에게 들키지 않으려 속으로 삼켰다.

 

 "이 약과 제이씨는 상성이 맞지 않았어요. 지란씨 말로는 제이씨가 운이 엄청 좋았다더군요."

 "다 대표님이 적절할때 와주셔서 그렇죠. 그러고보면 나 운이 엄청 좋은 여자였네."

 

 씩 웃으며 농담반 진담반 섞어 말을 하자 잭의 입매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죽을 뻔했는데 농담이 나오나요?"

 

 억지로 웃음기를 넣었다는게 느껴졌다. 아, 남 달래는건 젬병인데. 괴물처럼만 보였던 작자가 이렇게 의기소침해있으니 적응도 안되고.

 

 "잭, 그 약 아니었으면 나 벌써 늑대한테 물어뜯겨 죽었어. 그러니까 그 약이 날 살린 거예요."

 

 나름 잭이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싶어서 한 말이었지만 그닥 소용은 없어보였다.

 

 "애초에, 애초에 그 정보를 빨리 알았더라면 제이씨가 D구역으로 갈 일도 없었어요."

 "정보?"

 

 내가 의문을 표하자 잭이 걱정스런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조달천이란 사람과 제이씨가 알바하던 곳의 마스터란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아 제이씨를 D구역으로 유인하기로 했던 모양이에요."

 

 이건 또 뭔소리래. 날 왜? 눈이 저절로 동그래졌다.

 

 "조달천은 그 곳에서 뱀파이어를 따라 갔고 마스터란 사람은 이미 자취를 감췄더군요."

 "뭐라고? 뱀파이어? 윽."

 

 흥분해서 몸을 격하게 잭 쪽으로 움직이자 상처가 욱신거렸다.

 

 "제이씨, 조심하세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요."

 

 잭이 차분한 손길로 나를 배게에 기대게했다.

 

 "아니, 조달천 그 새끼가 뱀파이어를 따라갔다고요? 어디로?"

 

 내가 다급하게 다시 묻자 잭이 조금 망설였다.

 

 "음, 아마 성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를 따라갔으니 성으로 갔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성."

 

 입 안에서 그 단어를 곱씹었다. 뱀파이어의 성. 재희가 있는 곳. 그리고 나를 D구역으로 유인한 조달천이 뱀파이어를 따라간 곳.

 

 "조달천이 나를 D구역으로 유인한 것과 성의 뱀파이어는 무슨 관계가 있는거죠?"

 "글쎄요, 그 당사자들이 없으니. 진작 알았더라면 마주쳤을 때 물어보는 건데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 잭이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잭은 거길 어떻게 알고 온건데요."

 "저희 정보원이 제이씨가 위험하다고만 알려줘서 자세한건 모르고 갔어요. 나중에 상황을 수습하고 제대로 조사하려고 보니까 이미 사건의 주체들은 모두 도망갔고요, 제이씨만 빼고. 자료도 남은게 없어서 정보원의 증언만으로 막연하게 추측 할뿐이에요."

 "하아."

 

 잭의 말에 맥이 탁 풀리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쩐지 내가 D구역으로 출발 할 때의 마스터 행태가 수상해보이긴 했다. 그만두겠다는 나에게 매달려 갑자기 D구역으로의 배달을 떠맡긴 것도 그렇고. 전날 선술집에서 조달천과 마주쳤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거다. 거하게 뒤통수 한방 맞았다.

 

 "아, 개자식. 내 돈 들고 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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