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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6화 동전도둑
작성일 : 17-07-24 21:26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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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 계실까?”

 “제일 가운데 계실거야.”

 “그렇게 생각할 걸 알고 네 번째 쯤 계실걸.”

 

 카이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쿠처가 카이의 옆구리를 툭 치며 말했다.

 

 “눈치껏 잘 봐두라고. 카이.”

 

 드디어 황제가 타고 다닌다는 동거마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황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또 다른 동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황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동거마가 뒤를 잇는다. 그렇게 모두 다섯 대의 동거마가 지나갔다. 그 어디에 진시황제가 있는 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진시황제는 순행에 나설 때 다섯 개의 동거마를 군사들이 호위하도록 하였고 자신은 그 수레 중 하나에 탔다. 그러니까 다섯 개의 동거마 중 하나에는 진시황제가 타고 있었을 것이다. 카이는 그제서야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260년간 이어졌던 전국시대가 시황제에 의해 무너지는 데 고작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한, 조, 위, 초, 연, 제 여섯 개 나라가 잇달아 진나라에게 무너졌다. 통일을 위한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국은 혼란했고 그만큼 협객이 많은 시절이기도 했다. 진시황제를 시해하려는 움직임도 계속 됐다. 황제는 천하를 통일한 대업을 이룬 대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황제의 행렬이 지나가고 사람들도 제각기 흩어졌다. 카이와 쿠처도 공사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 해 전에도 황제 암살 위협이 있었다고 하더군.”

 

 황제의 행렬과 5개의 동거마를 보고 어리둥절해 있던 카이에게 쿠처가 먼저 말을 건넸다.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에 오르기는 했으나 암살 위협 때문에 불안한 거지.”

 “그래도 동거마를 다섯 대나...”

 “황제 행렬에 악대는 있는데 왜 연주를 하지 않는 줄 알아?”

 “왜요?”

 “나 진시황제 여기 있소, 소문낼 일 있냐고. 그냥 구색 맞춰 앞세우고 다니는 거지. 10년 동안 한번을 못 봤어. 악대 연주하는 걸.”

 “아.. 그렇군요.”

 “근데 우리 병마용 현장에선 저 황제가 타는 동거마도 만든다는 거 아닌가.”

 

 쿠처의 이야기는 늘 병마용 공사현장의 성과로 끝이 난다.

 

 카이는 진시황제의 얼굴을 볼 수 없어 실망스러웠다. 그것은 곧 자신의 신분과 처지로는 감히 황제의 얼굴을 대면할 일은 없으리란 깨달음이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이는 자신이 진시황제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카이는 습관처럼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뿔싸! 카이는 바지 주머니에 당연히 있어야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전이 없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동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후였다.

 

 ***

 

 카이가 다섯 개의 동거마를 헤아리며 놀라고 있는 동안 길 맞은 편 누각에선 한 여인이 황제의 긴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련이었다.

 

 “아가씨, 밖으로 얼굴 내미시면 안돼요.”

 

 기련은 자신의 몸종 설이에게 한마디 듣고서야 누각 창틀에 기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설아, 황제는 어떻게 생기셨을까? 소문대로 아주 험악하고 무섭게 생겼을까?”

 “소문이야 그렇지만, 직접 본 사람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요.”

 “10년 사이에 세상이 너무 무서워졌어. 작년에 그 일이 있고선 더 그래.”

 

 깜짝 놀란 설이가 기련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듣는 귀가 얼마나 많은데요.”

 

 주변을 돌아보니 누각 2층에는 기련과 설이 말고도 십수명의 사람들이 거리의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은 거리의 행렬을 향하고 있지만 귀는 기련과 설이를 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기련은 흠칫 놀랐다. 설이 말대로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지난 해 황제의 명으로 유생들을 생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소문에는 실제 유생들이 아니라 신선의 술법을 익혔다며 사기를 치고 다니는 방사들을 잡아다 엄벌에 처한 것이라고 하는데 황제가 수백명의 사람들을 생매장시켰다는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후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모두들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였다.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이어 오랑캐를 막고 온 나라에 도로를 내고 화폐를 통일하고 황권을 강화하여 국가의 기틀을 만든 대단한 황제임엔 틀림없었지만 황제의 권위가 높은 만큼 사람들은 황제를 무서워했다.

 

 “여기까지 나왔으니 아버지 뵙고 가자. 한 달이 다되도록 집에 오시지도 못하시니.”

 

 기련은 누각에서 내려와 장터를 가로질러 걸었다. 설이가 앞장섰다.

 

 “아가씨, 아가씨, 저기 좀 보세요.”

 

 설이가 가리키는 곳을 본 기련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의 행렬이 지나간 장터에서는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놈 잡아라. 도둑이야 도둑.”

 

 한 사내가 뒤쫒던 소년의 목덜미를 잡아채어서는 이내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소년이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이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갔다. 갓 소년의 티를 벗은 동전 도둑이 잔뜩 겁을 먹어 떨고 있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죽을 죄를 졌습니다.”

 “훔친 동전만 내놔. 그럼 용서해 주지.”

 

 카이가 숨을 몰아쉬며 소년의 손을 펼쳐 보았다. 동전을 훔친 소년의 손에 동전은 없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뒤따라 뛰어오던 쿠처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뭐야. 어린 애잖아. 동전은?”

 

 몸싸움 중에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은 또르르르 굴러 기련의 발 아래에서 멈췄다. 기련은 동전을 집어 들고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서역 남자의 옆모습이 새겨진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진귀한 물건이었다.

 

 기련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동전을 손에 꼭 쥐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설이가 종종걸음으로 기련을 뒤따랐다.

 

 싸움이 난 사내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카이는 땅바닥에 엎드려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동전을 찾고 있었고 쿠처는 그런 카이의 뒤에서 동전을 훔친 소년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아느냐? 장에 내다 팔면 일년치 곡식은 사고도 남을 동전이야.”

 

 쿠처의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동전을 찾기 시작했다.

 

 “귀한 동전이래.”

 “귀한 금화를 땅에 떨어뜨렸대.”

 “금화래 금화.”

 

 일을 더 크게 만든 쿠처의 말에 카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엎드린 채로 땅바닥 이곳 저곳을 살피던 카이의 눈앞에 여인의 발이 멈춰 섰다.

 

 “찾고 있는 것이 이것입니까?”

 

 카이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한낮의 태양빛이 카이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카이는 눈을 찡그렸다. 카이의 눈 앞에 햇빛을 받은 동전이 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카이는 벌떡 일어서 눈 앞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기련이 다시 동전을 들어 보였다. 카이는 그제서야 기련이 들고 있는 동전이 눈에 들어왔다.

 

 “예. 제가 찾고 있던 것이 맞습니다.”

 

 카이가 기련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기련은 카이의 손바닥 위에 동전을 올려놓으려다 말고 동전을 움켜 잡았다.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입니까?”

 

 기련은 쿠처가 잡고 있던 소년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소년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 그야. 동전을 찾았으니...”

 

 쿠처가 카이의 말을 막아섰다.

 

 “나쁜 짓을 했으니 합당한 벌을 받아야지요.”

 

 기련은 동전을 쥐고 있던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카이가 말했다.

 

 “제게는 귀한 물건입니다. 찾아주신 사례는 충분히 하겠습니다.”

 “기어이 저 불쌍한 아이에게 벌을 주시겠다는 말이지요?”

 “예? 그거야..”

 “배가 고파 한 일일 겁니다. 벌을 주면 저 아이의 가족은 며칠을 굶게 될지도 모르구요.”

 

 기련은 순순히 동전을 내놓지 않을 기세였다. 카이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며 기련에게 말했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 아이를 풀어주세요. 제가 원하는 것은 그 뿐입니다.”

 

 기련은 카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카이는 그런 기련의 당찬 모습이 남다르게 보였다.

 

 “저야 제 물건을 찾으면 그만입니다만... 좋습니다. 쿠처, 아이를 풀어주세요.“

 

 쿠처는 아이를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 얼른 가거라.”

 

 소년은 기련을 향해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뛰어 갔다.

 

 “제 몫의 인사까지 그쪽이 곱절로 받으셨군요. 그럼 이제 제 동전을 주시지요”

 

 카이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기련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시 손을 내밀었다. 기련은 행여 손끝이라도 닿을까 카이의 손바닥 위에 동전을 던지듯 올려놓고 돌아섰다.

 

 “그럼 이만.”

 

 돌아서는 기련을 향해 카이가 물었다.

 

 “저 아이가 또다시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기련이 멈춰서서 말했다.

 

 "미리 가르치지 않고서 죄만을 꾸짖는다면 어찌 잔학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미리 훈계하지 않고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염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겠지요."

 

 카이는 기련의 매섭고 또렷한 말에 흠칫 놀랐다. 그런 카이를 보는 둥 마는 둥 기련은 휙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뒤를 설이가 따랐다. 카이는 기련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멍하니 한참동안 바라보고만 있었다.

 

 카이를 향해 당차고 매섭게 일갈하고 돌아선 기련이지만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진 사내들이었다. 함양의 남자들보다 머리 하나 쯤은 더 있는 큰 키에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이 목덜미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고 무엇보다 깊은 눈, 오똑하고 높은 코, 하얀 피부를 가진 서역남자. 틀림없이 서역 나라에서 온 장인들이었다.

 

 기련은 말없이 걷고 있었지만 기련은 물론이고 설이까지 온 신경이 방금 전 그들 앞에 서있던 서역남자에게 가 있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설이었다.

 

 "아가씨,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기셨대요?"

 "나도 몰라. 나 지금 떨고 있니?"

 

 기련은 뒤늦게서야 사시나무 떨리듯 떨고 있었다. 설이가 기련을 보며 웃었다. 기련의 머리 속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카이의 얼굴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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