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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불망귀 (不忘歸)
작가 : 기정유
작품등록일 : 2017.7.22

불망귀(不忘歸) - 잊지 않고 돌아오겠다.
때론 사랑으로, 때론 충성과 의리로, 때론 원수의 사이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운명같은 인연은 계속된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5화 지하제국의 병사들
작성일 : 17-07-24 21:09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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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하궁전을 벗어나자 길고 긴 갱도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지하로 이어진 길이었다.

 

 “꽤 오래 걸어야 하니까 그런 줄 알라고.”

 

 서역남자의 말 처럼 무척 오랜 시간을 지하에서 지하로 이어진 갱도를 걸었다. 왜 넓고 밝은 지상 위의 세계를 놔두고 이렇게 거대한 지하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지 카이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서역 남자는 장파형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갱도를 걷는 내내 그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10년 째 얼굴을 보고 지내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잔정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진나라 남자들이 대개 그렇기는 하지만 허풍과 허세가 심하여 처음엔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여러 번 낭패를 겪은 적도 있다고도 했다.

 

 잠깐 스쳤을 뿐이지만 카이는 장파형이 자신의 손을 만졌을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카이는 두툼하고 거칠했던 장파형의 손에서 오랜 시간 돌과 정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을 장인의 고집 같은 것을 느꼈다. 카이는 그 손의 느낌을 생각하며 아버지의 손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손을 잡아 본 것이 언제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갱도 안을 걸으며 카이와 서역남자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역남자인 줄 알았던 그는 사실 토하리인이었고 이름은 쿠처라고 했다. 카이가 함양으로 오는 길에 지나온 톈산산맥 남쪽의 구자라는 도시가 그의 고향이었다. 카이는 톈산산맥과 타림분지라는 말만 들어도 고향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쿠처 역시 카이가 비잔티움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분명히 자신의 고향을 지나왔을 거라고 말했다.

 

 쿠처는 스무살에 고향을 떠나 둔황에서 일을 하다가 대 토목공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함양으로 오게 됐다고 했다. 함양으로 온지도 10년 세월이 넘었다고 했다. 쿠처는 자신의 고향 소식을 듣고 싶어 했다. 어둡고 침침한 갱도를 걸으며 카이와 쿠처는 자신들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었고 쿠처는 간혹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카이는 자신보다 10살은 더 나이가 많은 쿠처가 형처럼 느껴졌다.

 

 쿠처는 카이가 보여 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우측면 두상이 그려진 동전을 딱 한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풍문만으로도 유명했던 전설 같은 군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이니 딱 한번 봤을 뿐인데도 잊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카이의 동전을 보자마자 쿠처의 두 눈이 둥그렇게 커졌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동전을 갖고 있던 사람은 쿠처가 둔황에서 일할 때 만났던 사람인데 아주 빼어난 솜씨를 가진 조각 장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동전이 만들어진 페르가몬 출신의 남자였는데 2년 정도 둔황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카이는 쿠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버지를 떠올렸다. 물론 같은 사람일 리는 없을 것이다.

 

 이윽고 길고 긴 갱도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에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졌다. 진시황제의 호위무사들, 친위군대가 카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의 군단이 대열을 갖추고 서 있는 모습에 카이는 압도되었다. 살아있는 군주의 강력한 권력을 보여주는 병마용의 위용이라니. 병마용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카이가 고향 비잔티움에 있을 때 고대 그리스 타나그라 지방에서 만든 인형을 모델 삼아 조각품들을 만들어 팔곤 했었는데 인형 크기가 대개는 남자 팔뚝 길이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진나라의 병사용은 그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이 컸다.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키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있는 장신의 병사용들이 갱도 안에 수백 아니 수천 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병사용은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달랐고 복식과 관대도 직급과 보직에 따라 여러 종류였다.

 

 병마용을 만드는 작업은 크게 병사와 군마, 전차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병사용은 수천의 전사들과 장교 외에도 곡예사와 역사, 악사 등의 기예단이 있었고 그 외에 말과 전차, 활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갱도에 가득 채워지고 있는 수천의 병마용. 더 굉장한 것은 이만한 크기의 갱도가 두 세 개가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카이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어마어마 하네요.”

 “굉장하지. 36년째 이어지고 있는 작업이니까. 나는 이 병마용이 함양의 모든 토목공사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해.”

 

 쿠처는 진심으로 자부심에 찬 얼굴이었다. 자신이 대 토목공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말이다. 갱도를 걸어오는 내내 이야기를 나눈 카이와 쿠처는 어느새 편하게 말을 놓는 사이가 되어 있었고 카이는 그런 쿠처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카이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병사들을 만들고 싶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까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섬세하게, 눈초리의 변화와 표정 하나하나를 살려내고 싶었다. 천하통일에 기여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병사의 굳센 표정, 굳게 다문 입술과 부릅뜬 눈, 출정명령을 기다리는 다부진 표정을 한 병사의 얼굴을 카이는 하나하나 조각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쿠처를 닮은 병사용의 얼굴도 조각했다. 자신을 함양까지 안내해준 대장 대상의 얼굴도 떠올렸다. 톈산산맥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함께 지나온 일행들의 얼굴도 떠올리며 병사용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기억 속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카이는 가끔 쿠처를 따라 능묘 공사현장 밖으로 구경을 나가기도 했다. 명목상으로는 현장답사였지만 종일 지하 갱도에서 일하는 카이를 위해 쿠처가 선처해 주는 것이라는 걸 카이도 알고 있었다. 카이는 쿠처와 함께 함양 장터를 돌아다니며 진나라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장터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그날도 쿠처와 함께 함양 장터에 갔다가 공사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큰 길가에 한 무리의 병사들이 무리지어 뛰어오더니 사람들을 길 밖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진나라 말로 무어라 크게 떠드는데 말은 알아듣기 어려우나 몹시 강압적인 태도였다.

 

 “저 병사들 왜 저러는 겁니까?”

 “윗분들 행차라도 지나가는가보지.”

 

 쿠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던 쿠처가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급히 지나 온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황제가 지나간대. 황제가.”

 

 쿠처는 신이 난 듯 보였다. 쿠처는 카이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 했다.

 

 “황제의 행차를 보다니 이거 진짜 운 트였네. 카이 자네가 운이 트였어.”

 

 황제라니, 그럼 진시황제를 말하는 것인가. 함양에 들어온 후로 가장 궁금했던, 그래서 꼭 보고 싶었던 진시황제의 행렬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시황제는 네 번째 전국 순행을 마치고 함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거리의 사람들은 땅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카이도 쿠처를 따라 땅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그 바람에 카이의 품 안 주머니에 있던 동전이 땅바닥에 떨어졌고 놀란 카이는 얼른 동전을 주워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여러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있던 중원을 하나로 통합한 첫 번째 통일국가 진나라. 그 위업을 이룬 이가 진시황제다. 진시황제가 여러 제후국을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막강한 군사력이었다. 진나라의 병사는 전투에서 세운 공에 따라 그에 걸맞는 상과 작위를 받았다고 하는데 전투에서 공을 세우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귀족이라 하더라도 가진 특권을 빼앗았다고 한다. 이는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기진작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었고 사람들은 누구나 전투에 참여해 있는 힘껏 공을 세우려 했다. 노력해서 공을 세운 만큼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인들 나서려 하지 않겠는가. 진나라는 여러 제후국 중에 최후의 승자가 되었고 진시황은 대륙의 분열을 끝내고 통일의 시대를 연 최초의 통일군주가 되었다. 진시황은 법치를 원칙으로 엄하게 나라를 통치했고 그의 카리스마를 거스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황제폐하 행차요.”

 

 황제의 행렬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를 엄호하는 진나라 군사들이 선두였다. 맨 앞에 진나라를 상징하는 검정색 깃발을 필두로 검정색 군복을 입은 진나라 황제의 군위대 행렬이 이어졌다. 그 다음 황제의 악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군사들과 악대가 지나가니 그 뒤를 이어 황제 행렬의 총괄 책임자이자 황제를 보필하는 최고관직인 승상 이사의 모습이 보였다. 중간 중간 갑옷을 실은 갑마와 황제의 직인을 실은 인마도 등장한다. 그 뒤를 환관 조고가 탄 가마가 따랐다. 그리고 황자 호해가 탄 말이 등장했다. 네 번째 순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황제의 행렬을 마주한 사람들은 길고 긴 황제의 행렬을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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