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대
작가 : 장윤봉
작품등록일 : 2017.7.6

여자는 죽어서라도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생 끝까지라도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죽는 그 순간 간절히 빌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게/만나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늘은 두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www_yppah@naver.com

 
조건이 있습니다 (1)
작성일 : 17-07-24 16:06     조회 : 391     추천 : 1     분량 : 47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쩐지 낯이 익은 여자가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누구였더라. 역시 꿈에서 보는 건 아무리 익숙한 것이어도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휘영궁주님, 어서 얘기해주셔요!"

 "네, 어서요! 어서요! 소인은 궁금해서 한숨도 못 잤습니다."

 

  저마다 비슷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여자를 `휘영궁주님`이라 부르며 무언가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 어린아이들이 꺄르르 꺄르르 웃는 게 얼마나 상큼한지 구경하는 나까지도 마음이 들떴다.

 

  성화에 못 이긴 그녀가 환한 미소와 함께 입을 떼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환하던 공간이 먹구름이라도 낀 듯이 어두워지더니 초롱초롱하던 아이들이 성인 여자만큼 커지며 휘영궁주라는 여자를 둘러싼 채 비난을 퍼부어댔다.

 

 "더러운 년."

 "어디 더럽힐 것이 없어서 황실을."

 "천박한 년."

 "어찌 감히 황제 폐하께 그런 짓을."

 

 "헉!"

 

  놀라 눈을 번쩍 뜨자 쨍한 햇빛이 순식간에 눈을 파고들었다.

 

 "윽... 속쓰려."

 

  게다가 어제 퍼마신 술이 위벽을 닥닥 긁어대는 바람에 속 쓰림까지 2단 콤보가 조금 전 무슨 꿈을 꿨는지도 잊게 만들었다.

 

 "어제 어떻게 된 거지..."

 

  재선 선배와 함께 바에서 위스키 한 병을 비우고 2차를 가겠다며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가던 것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원체 좋아하지도 않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마신 덕분이었다.

 

  단출한 가구에 하얀 벽지, 특히 침대 옆 상자에 아무렇게나 쌓인 트로피까지 분명 내 방은 맞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으으..."

 

  물구나무를 선 채 자기라도 한 것인지 내장이 역류하는 듯한 배를 부여잡고 방문을 열고 나가자 눈앞에 물잔이 쑥 내밀어 졌다.

 

 "아주 혈기왕성한 한 쌍의 망아지 같더구나."

 

  그녀의 하나뿐인 동거인, 혈육, 가족, 아버지는 어제 자신이 운영하는 경호업체 식구들과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자기 딸과 웬 훤칠한 남정네가 어깨동무를 하고 차도를 가로지르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처음 소명이를 알아본 직원이 먼저 `어? 사장님, 저거 소명이 아닙니까?`라고 했을 때 순간 모른척할까, 하는 마음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한다고 저대로 뒀다가 어디까지 갈지 몰랐기에 같이 있던 사내놈은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버둥거리는 딸을 자기 방 침대까지 고이 던져다 놓았다.

 

 "으... 아빠, 나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어?"

 

 "그냥 모르는 게 나을 거다, 소명아."

 

  굳이 굳이 2차를 가야겠다며 차에 타지 않고 버티던 그녀를 경호업체 직원들이 사지를 붙들어 봉고차에 태우려 하자 같이 있던 놈이 인신매매라며 소리를 질렀고 지나가던 시민이 경찰을 불러 그는 자신이 이 떡이 된 딸의 아버지임을 증명해야 했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넌 이제 딸이 아니라 떡이다."

 

  아빠는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마저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돌아섰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더 묻고 싶었지만 마침 방에 있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댔다.

 

 "선배!"

 

 [너 어제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녀와 마찬가지로 다 죽어가는 목소리의 재선이었다.

 

 "난 아빠가 집에 데려다 놨다던데, 선배야말로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말도 마라. 나 방금 경찰서에서 자다 나오는 길이다.]

 

 "길에서 잠들기라도 한 거야?"

 

 [경찰관 말로는 어제 내가 인신매매가 어쩌고 했다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대충 씻고 출근할 거니까 너도 회사로 와.]

 

 "난 왜?"

 

 [스태프들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어제 어떻게 됐나 해서. 네 입으로 직접 말해줘야지.]

 

 "으... 알았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기다리고 있다니 그럴 수도 없게 생겼다. 결국, 소명은 푸석해진 얼굴에 물만 끼얹고 집을 나섰다.

 

 "뛰뛰야. 너한테 날개가 달려서 내가 하늘로 솟아 도망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애꿎은 자신의 SUV를 향해 소원을 빌어보지만 백날 빌어봐야 없던 날개가 생길 리는 없는 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얌전히 운전석에 올라 어미 새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처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스태프들에게 가는 것뿐이었다.

 

  내기의 결과가 궁금했던 것인지, 일말의 기대를 하긴 했던 것인지 다들 일도 없으면서 오전부터 회사에 모여 이 감독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어떻게 됐어요?"

 

  조연출이 회사에 들어온 소명을 발견하곤 가장 득달같이 달려와 어깨를 붙들고 물었다. 실패에 걸긴 했지만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았던 모양이다.

 

  소명은 차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에 그나마 실망도 적었던 탓일까. 몇몇 스태프들이 애써 웃는 얼굴로 이 감독을 위로했다.

 

 "저흰 다 괜찮아요, 감독님."

 

  괜찮긴, 무슨. 지금 너희 눈엔 눈빛으로 칼을 갈고 있는 조연출이 보이지 않는 거니?

 

 "그럼 우리 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거에요...?"

 "원래 걸작은 오래 걸리는 법이랬어."

 "진짜 괜찮아요, 감독님. 결혼이야 나중에 하면 되죠..."

 

  그 모습을 뒤늦게 온 재선이 보고 있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해장국 선포를 내렸다.

 

 "안 되겠다. 오늘은 내가 해장국 쏜다. 다 나가자."

 

  TV 같은 데서 보면 이럴 땐 다들 말 한마디 못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게 꾸역꾸역 먹던데, 역시 맛있는 음식은 어떤 상황에서든 잘 넘어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제 그녀에게 치욕을 안겨주었던 대표 뒷담화를 실컷 하고 나니 얼마나 밥이 술술 잘 넘어가는지 뚝배기를 기울여서 바닥까지 긁어먹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데자뷔일까. 분명 어제도 이랬던 것 같은데.

 

 "이 감독님."

 

  소명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해장국 집에서 나오며 이를 쑤시던 자세 그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남자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취미신가. 어떻게 매번 사람 간 떨어지게 뒤에서 나타나냔 말이다. 아무래도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상하게 저 인간 앞에선 자꾸 추태만 보인단 말이지.

 

 "어제 못한 얘기, 마저 하고 싶은데요."

 

 

 

  지언과 소명이 들어간 회의실 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 작은 창을 들여다보며 수군거렸다.

 

 "대박. 우주대존잘이네, 완전."

 "와, 저런 사람한테라면 욕을 들어도 좋겠다."

 

  감히 우리 감독님을 모욕했다며 뚝배기를 엎으려던 스태프마저 지언의 미모에 홀랑 넘어가 있었다. 그 무리에는 재선도 껴있었다.

 

 "진짜 이 감독 말대로 연예인이 울고 갈 미모네!"

 

  소명의 스태프들 외에도 소문을 듣고 달려온 여직원들까지 합세하자 문에 달린 작은 창이 사람들 얼굴로 빼곡히 들어찼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스태프 중 한 명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근데... 황제그룹 첫째 이름도 원지언 아닌가?"

 

  그 말에 웅성거리던 장내가 한꺼번에 싸악 굳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찬란한 미모에 그 사실을 뒷전으로 두긴 했지만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황제그룹의 회장의 장남의 이름일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명이인은... 아니겠지?"

 

  워낙 대외적으로 활동한 적도 없고,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외부에 얼굴을 비추는 건 대부분 둘째 아들이었고, 유학을 갔다던 장남은 승계권을 포기했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 회의실에서 감독님 앞에 앉아있는 저 인물이 바로 그 첫째 아들이란 말인가?!

 

  굳어있던 사람들은 생각 정리가 끝나자마자 더 번뜩이는 눈으로 창 너머에 시선을 박았다.

 

 

 

  소명은 밖에서 스태프들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른 채 딱딱한 태도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기획안은 앞에 놓인 서류 확인하시면 됩니다. 대충 알고 계시겠지만 이미 크랭크인은 들어가서 대략적인 계획은 전부 진행된 상태고, 미라클 엔터 측에서 투자금이 집행되면 바로 촬영 재개할..."

 

  지언은 처음 보는 그녀의 일하는 모습에 목소리는 배경음처럼 멀어지며 얼굴 여기저기 훑어보기 바빴다.

 

  유학 보내놨더니 잘 배우고 잘 커서 돌아온 자식을 보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지언은 소명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여 꼭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습니다만."

 

  한참을 무표정한 얼굴로 흐뭇한 눈빛을 쏘아 보내던 그는 소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이 작품, 우리 회사에서 투자하겠습니다."

 

  소명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사이 지언이 한 마디 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예산 전액 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 완전 비호감으로 낙인이 찍혔을 텐데 왜 갑자기 이제 와서? 게다가 일부분도 아니고 예산 전액을 투자하겠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내 작품이니 다들 달려와서 `무릎 꿇고 제발 투자하게 해주십쇼.` 해야 마땅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떻던가. 이대로 그녀의 작품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돈다면 미라클 엔터의 배우는 다른 영화에 출연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설마 사업한다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고, 그걸 다 감수하고 내 작품에 투자하겠다니.

 

 "갑자기 왜요?!"

 

  놀라서 되묻긴 했지만 사실 기뻐서 펄쩍 뛰고 주는 돈을 덥석 받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는가.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르는 법.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제 곧 저 매력적인 입에서 저희 기획사 신인배우를 출연시켜주세요, 또는 저희 기획사 배우 분량을 늘려주세요 등등 이런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감독님이 배우로 출연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짐작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레디, 액션! 2017 / 7 / 28 264 0 4515   
20 술 한잔 해요, 나랑 (2) 2017 / 7 / 27 255 1 4486   
19 술 한잔 해요, 나랑 (1) 2017 / 7 / 26 251 1 5636   
18 조건이 있습니다 (2) 2017 / 7 / 25 251 1 4807   
17 조건이 있습니다 (1) 2017 / 7 / 24 392 1 4713   
16 그의 사정 2017 / 7 / 22 263 2 5605   
15 다시, 재회 (2) 2017 / 7 / 22 253 1 6171   
14 다시, 재회 (1) 2017 / 7 / 22 262 2 4410   
13 시작이자 마지막, 마지막이자 시작 2017 / 7 / 19 282 2 4931   
12 도둑 혼례 2017 / 7 / 18 263 2 5125   
11 그녀의 결심 2017 / 7 / 16 282 2 5170   
10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2017 / 7 / 14 286 1 5007   
9 반짝, 하고 네가 들어왔다 (2) 2017 / 7 / 13 258 2 4765   
8 반짝, 하고 네가 들어왔다 (1) 2017 / 7 / 12 269 2 5536   
7 마을을 떠나다 2017 / 7 / 11 256 2 5347   
6 역병 (2) 2017 / 7 / 10 288 2 4533   
5 역병 (1) 2017 / 7 / 8 276 2 5408   
4 화살은 태자의 가슴에 박힌다 (3) 2017 / 7 / 7 275 3 5441   
3 화살은 태자의 가슴에 박힌다 (2) 2017 / 7 / 6 292 5 4379   
2 화살은 태자의 가슴에 박힌다 (1) 2017 / 7 / 6 311 5 4635   
1 프롤로그 2017 / 7 / 6 496 5 30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