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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천사는 울지 않는다
작가 : 소설부부
작품등록일 : 2017.7.15

영겁의 세월동안 고독과 마음의 평온만을 추구하던 천사 프라.
그가 복잡한 관계로 뒤얽힌 지구의 삶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팽팽한 긴장의 줄을 싹둑 잘라 먹었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라는 잔뜩 힘주어 숨을 참고 있던 참이었었다.

에이씨. 지지려면 빨리 지질 것이지. 할랑 말랑 하는 게 더 고문인 거 모르나.

키가 보통 명마보다 큰 흑마는 구경꾼들을 당당하게 가르고 장교 앞에까지 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검은 후드망토를 길게 늘어트린 존재가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새로운 신부감을 찾아 줄 텐가?
작성일 : 17-07-24 15:09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6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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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라의 교수형에 대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 카라스 영지 끝자락에 거주하는 자들까지도 모여 들었다.

 

 발 디딜 틈도 없어 지붕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거나 높은 건물의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 큰 구경거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광장 앞쪽에 공연과 연설을 할 수 있는 남자 키 만큼 높은 무대가 항시 있었다. 오늘은 그 위에 유독 더 높이 하늘로 치솟은 교수대가 세워졌다.

 

 

 “황제의 정부라면서, 오죽 못났으면 애인한테 첩자 짓을 시켜.”

 

 “그짓 시키려고 독까지 먹였다는데 할 말 다 했지.”

 

 “그년 죽는 꼴을 황제가 봐야 속이 후련 할 텐데 말야.”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니고서야 여기 올 생각이나 하겠어. 그러니까 여자나 대신 보내지.”

 

 

 이들 대화의 주인공이 바로 옆에서 빠짐없이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가감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옮기시겠습니까?”

 

 

 옆의 경호기사가 나직이, 허름한 나그네 차림의 후드를 눌러 쓴 라시스 황제에게 물었다.

 

 

 “옮긴다고 다르겠나?”

 

 “…….”

 

 “다들 자리는 잡았겠지.”

 

 “네.”

 

 

 라시스는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견디느라,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검은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접근하자, 사람들이 일제히 목을 빼고 무대 옆을 바라봤다.

 

 아카드가 직접 마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고 있었다.

 

 검은 모피를 어깨에 걸치고 완벽하게 뒤로 넘긴 흑발은 냉정하고 차가운 그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공개 재판에 참여하는 여느 때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차를 멈추고 마부석에서 내린 후 곧장 성큼성큼 걸어 관람석 맨 앞자리에 배치 된 그의 자리에 앉았다. 그 양 옆에 수행기사 발락과 야쿠가 시립했다. 영주의 뒤로 기사단들이 2열로 병풍처럼 사람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래도 6개월이나 품고 살았을 텐데, 직접 형장으로 끌고 오다니 쯧쯧.”

 

 “그러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잖아.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저럴 수 없지.”

 

 

 사람들의 이중성에 라시스는 쓴물이 넘어 오는 듯 했다.

 

 앞뒤 안 가리고 못 잡아먹어 안달일 땐 언제고, 막상 코앞에 먹이를 던져주면 불쌍하다니, 가엾다느니 하며 이율배반적인 감상에 빠지고 마는 게 무지몽매한 저들의 실체였다.

 

 다른 기사들에 의해 마차의 문이 열리고 쇠사슬에 묶인 세라가 교수대 앞에 세워졌다. 세라는 여러 개의 올가미들을 올려다보고는 사람들을 내려 보았다.

 

 갑자기 돌 하나가 날아 들어 그녀의 어깨를 맞췄다. 그것이 시발점으로 너나없이 눈덩이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눈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방울이 볼을 타고 한 줄의 곡선을 그리며 턱밑으로 사라졌다.

 

 아카드가 옆에 시립한 발락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가 앞으로 나왔다. 돌을 던지던 손들이 멈췄다.

 

 

 “지금부터 세라 파갈의 제국법에 반하는 행위, 즉 기밀정보 유출과 그에 관련한 첩보행위에 대한 공개 재판을 시작하겠다.”

 

 

 엄연히 카라스 영토 또한 아스란 제국을 통치하는 라시스 황제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황제의 첩자라는 표현은 삼가 할 수밖에 없었다.

 

 

 “세라 파갈의 혐의를 증명하는 결정적인 첫 번째 증거는 바로 이것이다.”

 

 

 발락은 들고 있던 도면을 펼쳐 그녀에게 가,

 

 

 “네가 그린 것이 맞나?”

 

 

 모퉁이에 일련번호가 없는……그녀가 그린 도면이 맞았다.

 

 

 “네, 맞습니다.”

 

 

 우~ 사람들의 야유가 울렸다.

 

 

 “두 번째 증거를 보여주겠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건장한 남자가 세라처럼 쇠사슬에 묶인 채, 그녀 옆에 세워졌다.

 

 

 “너는 이 여자를 아느냐?”

 

 “이 여자가 도면을 그려 약속한 장소에 숨겨두기로 했습니다.”

 

 “우~”

 

 “경호기사들의 감시를 피해 정보를 숨기려면 도와 준 자들이 있을 텐데.”

 

 

 병사들이 할리부인과 주방장을 포함해 11명을 끌고 올라왔다. 그들의 몰골은 감옥에서 고초를 겪은 티가 역력했다.

 

 

 “이들 중 누가 도왔지? 전부 다 인가?”

 

 

 발락이 세라에게 물었다.

 

 

 “저들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럼 너의 단독 범행이냐?”

 

 

 세라는 아카드를 응시했다. 그는 그녀가 단상에 올라선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첩자로 몰려도, 증거가 나와도 자백하지 마.’

 

 ‘어설프게, 너 대신 다른 사람 살릴 생각 따위도 집어치워. 더 많이 죽게 되니까.’

 

 

 당신의 충고를 따라야 하나요? 아니면 단독 범행으로 자백하고 저들을 살려야 하나요?

 

 

 제발, 차가운 검은 눈아. 암흑 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보여줘!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고 있었다.

 

 날 버린 거죠? 날 버린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었다.

 

 카라스 성에 와 있었으면서도 그녀를 찾아 감옥에 한 번도 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미 예상하던 바였기에 판단은 빨랐다. 단지 직접 그의 눈을 보고 확인이 필요했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저의……단독 범행입니다.”

 

 

 세라는 아카드를 응시하던 눈을 거뒀다. 아무런 동요도 없는 그 눈을 보고 있는 것이 더 큰 형벌이었다.

 

 

 “세라 파갈이 죄를 인정했습니다. 이상입니다.”

 

 

 발락이 아카드의 판결을 기다렸다.

 

 

 “먼저, 저 현행범부터 교형에 처하라.”

 

 

 아카드는 별일 아니 듯 툭 내뱉었다.

 

 혐의가 풀린, 11명은 세라를 뒤돌아보며 내려가고, 남자는 교수대로 끌려갔다.

 

 계단을 오르는 그의 발에 저항이 있었지만 병사들의 힘에 들려 결국, 올가미가 목에 걸렸다.

 

 덜컹! 바닥이 꺼지는 소리가 세라 등 뒤로 들렸고,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당신은 정말 잔인해!

 

 죽이려면 같이 죽일 것이지, 이렇게 지켜보게 만드는 이유가 뭐야?

 

 등 뒤로 남자의 바둥거리는 사슬소리가 그녀 속으로 파고드는 갈고리처럼 고통스러웠다.

 

 그 잠시의 시간이 영원처럼 길고 길었다.

 

 남자의 움직임이 멈추자, 아카드가 일어섰다. 계단을 올라 무대 위로 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따르고, 그의 뒤에서 남자의 몸이 병사들에 의해 치워졌다.

 

 라시스도 숨을 죽이며 아카드를 지켜봤다.

 

 카라스 영주 뭔가 대책이 있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모두 끝장나고 말아.

 

 라시스는 세라를 죽이려는 아카드를 두고만 볼 수 없고, 아카드를 잃은 세라는 또 다시 절망할 테고, 말코족은 기세등등해져서 제멋대로 굴 테고.

 

 카라스 영주에게 대책이 있어야 했다.

 

 아카드는 간밤에 세라를 다시 감옥에 감금시킨 후 부상당한 라시스황제를 마차에 태웠다.

 

 

 ‘세라를 살릴 수 없다면 내가 데려가게 해 줘.’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 거다.’

 

 ‘그럼 꼭 살려! 죽으라고 여기 보낸 거 아니니.’

 

 ‘흥! 당신이나 죽기 싫으면 여기 얼씬도 하지 마. 두 번은 없으니까.’

 

 

 툭툭 내뱉다가 마지막 말을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여자 덕에 산 줄 알아.’

 

 

  마치 둘 만의 비밀인 듯.

 

 아카드가 주저앉은 세라를 잡아 일으켰다. 그 손길엔 다정함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여자를 교형에 처하기 전에 그대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카드가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원형극장처럼 사방의 건물들이 벽처럼 둘러싸여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 여자는 내 신부감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다니, 세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이미 알겠지만 나를 감당할 수 있는 여자거든.”

 

 

 그가 장갑을 벗어 던진 후, 맨손으로 세라의 턱을 움켜쥐고 그의 얼굴을 바짝 내렸다. 그녀의 입술을 내려 보던 흑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가 세라의 귓가로 그의 입술을 붙이고,

 

 

 “세라 파갈, 징그럽게 말 안 들어. 네 어설픈 자백에 몇이나 죽는지 잘 세어봐.”

 

 

 속삭였다. 사람들은 영주와의 접촉에도 멀쩡한 세라를 직접 보고 있었다.

 

 

  “그런데 죄를 지었고 그대들이 이 여자의 목숨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기꺼이 교수대 앞으로 내 신부감을 데려왔다. 그대들을 위해.”

 

 

 끌어당겼던 세라와 거리를 두고 대중에게 소개하듯 그녀를 가리켰다.

 

 

 “자, 그러면. 신부감을 잃은 나를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해줄 텐가?”

 

 

 그는 무대 위의 주연배우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새로운 신부감을 찾아 줄 텐가?”

 

 

 사람들의 눈을 맞추며 조각 같은 얼굴로 그가 작정하고 매료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내 여자가 되고 싶어 부러 음독을 해온 여자들이 있다고 들었다. 이 자리에 모인 그녀들에게 특혜를 주지. 누구든지 나와서 시험해 보라. 나의 신부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여자들은 영주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초대를 받고 있었다.

 

 

 “나를 감당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나의 신부가 될 수 있으니, 자 주저하지 말고 나와. 기회는 지금 뿐이다.”

 

 

 광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서려는 딸들을 막는 부모들. 이 사실을 알리려고 어디론가 뛰쳐 가는 사람들.

 

 한 창녀가 당당히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나오자, 다른 여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무 명 정도의 여자들이 무대 아래로 몰려들었고 아카드는 걸치고 있던 모피를 치워버리고 펄쩍 그녀들 사이로 뛰어내렸다.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들을 향해 그는 한 명씩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세라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저 남자는……말로 설명될 수 없는 극악무도 한 사람이었다.

 

 그의 달콤한 미소와 환영에 여자들이 이끌려 나오고 있었다.

 

 젊든 늙었든 귀족이든 천민이든 상관없이 모두 그의 키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음독을 해 오지 않은 여자들도 있었는지 곧 바로 쓰러지는 여자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분이 지나고 여자들이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여자들은 앞으로 나서려다 멈추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지원자들이 쓰러지고 아카드 홀로 서 있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앞섶도 모두 열린 채로. 그가 소매로 입가의 타액을 닦아냈다.

 

 

 “뭐야, 더 없어? 내 신부감이 될 여자가 없는 거야? 날 감당할 여자가 여기 아무도 없다는 거야?”

 

 

 사위가 조용해졌다.

 

 

 “좋아, 더 이상 없다면 결론을 내야겠지.”

 

 

 수많은 눈들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단 한 번도 눈으로 그것을 본 적이 없었다.

 

 본토에서의 소문이야 어찌됐든, 그는 조용히 말코족을 막아내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영주였다.

 

 

 “너희들은 저 여자를 죽여! 대신, 딸이든 아내든 상관없으니 매일 밤 젊은 여자 하나씩 받치도록.”

 

 

 검은 눈동자에 광기가 스쳐지나갔다.

 

 

 “미치광이 카라스 영주에 대한 소문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자고! 그래야 우리한테 함부로 덤비지 못하지. 난 너희들을 지키고 너희들은 나를 만족시켜주는 거야.”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동요가 호수의 파문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봐 왔던 무욕적인 영주의 모습이 아니었다.

 

 

 “매일 밤 여자를 받치라니, 세상에.”

 

 “영주님이 정말 미친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없다고. 우리 이제 어떻게.”

 

 “다 저 여자 때문이야. 영주를 색마로 만들었어.”

 

 

 아카드가 다시 무대 위로 가볍게 점프해 올라갔다. 세라의 팔을 잡고 교수대로 끌고 올라갔다.

 

 

 “당신 도대체 왜 이래요? 이 사람들을 아끼잖아요?”

 

 “닥쳐!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지. 주기만 하니까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 널 요구할 때 그 만한 대가를 치를 생각을 했어야지.”

 

 

 그 목소리는 사람들에게까지 들렸다.

 

 세라의 목에 밧줄을 걸자, 사람들 속에서 울부짖음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밧줄을 조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훑으며,

 

 

 “이 여자를 너희한테 넘겼으니 오늘 밤에 누가 내 침실에 올 거지?”

 

 

 그의 차가운 눈이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광주리를 끼고 있는 남루한 여자한테 멈췄다.

 

 손가락이 그녀를 지목하며,

 

 

 “저 아이를 씻겨서 내 방에 데려다 놓도록!”

 

 

 기사들이 주저하자,

 

 

 “명령이다.”

 

 

 기사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소녀의 가족들인지, 옆에 있던 사람들은 울며불며, 기사들과 몸싸움을 하다 무력에 짓밟혔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바로 시행되는 것을 본 나머지 사람들도 크게 동요되어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디선가

 

 

 “저 여자는 첩자가 아니다, 풀어줘라. 무죄다.”

 

 

 라고 외쳤다.

 

 이내, 광장은 무죄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무죄! 무죄! 무죄!

 

 아카드는 군중들의 외침이 점차 하나로 뭉쳐지며 우렁차지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 소리는 광장과 건물들을 진동시켰다.

 

 그가 손을 들어 올려 군중들을 조용히 시켰다. 모두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저 여자가 무죄인가?”

 

 “네!”

 

 

 함성소리가 즉각 울렸다.

 

 

 “자기 죄를 자백했는데도 말인가?”

 

 “네!”

 

 “너희 모두의 뜻인가?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여자는 무죄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 중엔 반대의 뜻이 없다는 듯 고개와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없습니다.”

 

 “좋아, 정 그대들 뜻이 그러하다면……”

 

 “안 됩니다! 말도 안 돼요!”

 

 

 무리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뚫고 나왔다.

 

 

 “명백한 증거에 스스로 자백한 죄인이 무죄가 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사람들이 소리의 발원지를 향해 돌아섰다.

 

 짙은 회색 후두망토를 쓴 자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그 자가 교수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명백히 우리의 적이고, 처단 되어야 마땅합니다. 이런 식으로 카라스 영주님의 고결한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 모두 저 여자와 황제의 계략입니다.”

 

 

 아카드와 거리를 좁혀오는 그 목소리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들의 뜻에 반대를 표명한 그 존재가 불길해서 노려보며 길을 텄다.

 

 

 “고결한 권위라……나도, 신부감만 찾을 수 있다면 법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여자를 받치기 싫어하는 너희들의 이기심이 무죄를 외치고 있지.”

 

 “제가 영주님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힘없고 무지한 백성들의 변덕을 용서하소서.”

 

 “그래? 날 감당할 수 있다고?”

 

 

 아카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후드속의 가려진 얼굴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좋아, 올라와라!”

 

 

 아카드는 교수대에서 내려와 기다렸다. 후드 속 존재가 계단을 올라 그 앞에 섰다.

 

 아카드가 후드 속으로 손을 밀어 넣고 뺨을 어루만졌다.

 

 사람들은 새로 등장한 지원자가 신부감이 되기를 빌며, 해가 한 뼘 움직이는 사이 세 차례 그들 자신의 이기심을 확인했다.

 

 후드 속 존재는 아카드의 맨손이 닿았음에도 아무 움직임 없이 꿋꿋이 서 있었다.

 

 아카드가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얼굴을 후드 속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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